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앨리스
  • 조회 수 2723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4년 4월 21일 10시 53분 등록

변신이야기 1, 2

10기 김정은

 

변신이야기 1, 2, 오비디우스, 이윤기 옮김, 민음사

 

1.     저자에 대하여

 

오비디우스 Publius Ovidus Naso (BC 43.3.20 ~ AD 17/18)

로마의 황금시기인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시인

 

1)     생애

 

기원전 43년 로마의 술모에서 부유한 기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로마의 기사 계급은 장치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계층으로 대부분 이탈리아나 외국의 사무소에서 주요한 정치적 임무를 맡았다. 그도 아버지의 뜻에 따라 관리가 되기 위해 로마로 나와 수사학과 법률을 수학했고, 교육을 마친 오비디우스는 형과 함께 사무국을 맡아 운영했다.

 

오비디우스가 20세가 되던 해 형이 죽자 정치적인 입문을 포기하고 시인으로 등극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 황제의 외동딸 율리아가 주관하는 예술가 모임에 들어간 오비디우스는 <사랑의 시>로 명성을 얻었으며, <헤로이데스, 일명 공주들의 편지>, <사랑의 기교>, <미인이 되는 법>, <사랑의 치유책> 등 일련의 사랑에 관련한 시들을 발표하여 많은 명성을 얻었다.

 

삶의 중반에 이르러 그는 사랑의 시를 포기하고 서사시를 쓰려고 하였으며, 그의 대표작 <변신 이야기> <파스티>의 전반 6권을 완성하였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는 방대한 그리스 신화는 물론, 소 아시아의 설화, 트로이아 전사, 로마의 건국 신화까지 아울러 아우구스투스에게 신성을 부여한다.

 

그가 51세가 되던 해 <변신 이야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대중들 사이에 돌던 시절, 갑자기 트라키아 족인 게탄인들이 사는 토미스로 추방당하게 된다. 오비디우스가 추방된 이유는 자신의 시로써 아우구스투스의 이상을 풍자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고, 아우구스투스의 외동딸, 율리아를 추방하면서 그녀와 관련한 문인들도 추방하였는데, 그 문인들 중 한 명으로 오비디우스도 추방되었다는 의견, 또 다른 이유로 아우구스투스의 후계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보면 안 되는 사건’을 보았거나, 아우구스투스의 외동딸 율리아, 손녀 율리아와의 사이에서 ‘하면 안 되는 사건’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보는 등 여러 의견이 있다.

 

추방된 오비디우스는 토미스에서 그의 말년 수작이라고 할 수 있는 <트리스티아, 일명 슬픔의 시> <이비스>, <폰토에서 보내는 편지>등을 집필하였다. 말년 작품 곳곳에서 오비디우스는 이전 작품들과 달리 아우구스투스를 칭송하고 그가 다스리는 이상과 도덕을 칭송하였지만, 결국 로마로 돌아가지 못하고 토미스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토미스에서의 생활로 인해 오비디우스는 로마만의 시인이 아니라 자신보다 부족한 민족들을 이해하고 이들과 교감할 줄 아는 보다 성숙한 시인이 되었다. 토미스로의 추방이 오히려 오비디우스의 시적 작업과 완전한 결실을 이루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2)     작품

 

초기 작품인 <아모레스 Amores-사랑도 가지가지>(B.C. 20)를 비롯, 인물 설정과 소설적 소질을 드러내 보이는 유명 여성들의 독백으로 가득 찬 <히로이데스 Heroides(유명여성들의 편지)>. 이 작품은 옛 전설 속에 유명한 여성들이 남편이나 애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썼다. 그리고 여성들이 화장을 잘하고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얼굴 화장술>이 있다.

 

어떻게 하면 이성의 호감을 살 수 있는지 속삭여주는 <사랑의 기술, Ars Amatoria>이 있다. 남성에게는 여성을 꾀는 방법, 여성에게는 남성을 유혹하는 방법인 구체적인 연애 기술이나 활당한 사랑법에 대해 썼다. 또한 실연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사랑의 치료약>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기원후 2년부터 <변신 이야기> <로마의 축제들>을 함께 쓰기 시작했다.

 

서사시에 담긴 고대 로마의 세시풍속을 알려주는 <로마의 축제들>은 로마 시대의 축제들을 월별로 묶어 설명해주는 서사시<파스티, 달력>. 오비디우스는 시인이자 당대 문화 연구가이기도 하다. <로마의 축제들>은 그런 연구자의 실증적 자세가 빛나는 작품이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아우구스투스 시대 로마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귀중한 문헌이 된다.

 

유배지에서 10년을 보내며, 유배된 나의 불행과 도시에 대한 귀환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표현한 <비탄의 노래, Tristia> <흑해에서 보낸 편지>를 썼다.

 

3)     <변신 이야기>의 위대성

 

<변신 이야기>는 기독교에 물들지 않은 고대의 인식체계, 그리스도 이전의 세계관과 인간관을 신화라는 매체로 인간의 원형과 그 깊숙한 무의식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후대의 시인들, 문학가들, 철학가, 미술가, 조각가, 음악가, 심리학자 등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메타포르포시스>라는 개념은, 당시 세계의 모든 민족이 나름의 신화와 전설의 체계에서 자연과 인간 사이의 모순을 해소하는 하나의 만병통치약 노릇을 한 듯하다. 고대의 인식체계, 그리스도 이전이 세계관과 인간관을 읽는 것은 신선한 읽기의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고대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이의 긴긴 세월을 잇는 신비로운 경험도 가능하게 한다.

 

2.     가슴을 무찔러 오는 글귀

 

<변신이야기 1>

15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부활한 후 처음 나를 찾아온 것은 카오스, 혼돈이었다. 모든 것은 혼돈에서 시작된다. 혼돈은 곧 시작이요 가능성이다.

 

15

마음의 원에 쫓기어 여기 만물의 변신 이야기를 펼치려 하오니, 바라건대 신들이여, 만물을 이렇듯이 변신하게 한 이들이 곧 신들이시니 내 뜻을 어여쁘게 보시어 우주가 개벽할 적부터 내가 사는 이날 이때까지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소서.

저자 오비디우스는 자신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마음의 원 때문이라고 말이다. 결국 글을 쓰는 이유는 저자의 마음이 시키는 바를 쫓는 행위이다.

 

15-16

온 우주를 둘러보아도 그저 막막하게 퍼진 듯한 펑퍼짐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 막막하게 퍼진 것을 카오스라고 하는데, 이 카오스는 질서도 없는 하나의 덩어리에 지나지 못했다. 생명이 없는 퇴적물, 사물로 굳어지지 못한 모든 요소가 구획도 없이 밀치락달치락 하고 있는 상태일 뿐이다. …… 한가지 질료 안에 있으면서도 추위는 더위와, 습기는 건기와, 부드러움은 딱딱함과, 무거움은 가벼움과 싸우고 있었다.

카오스는 어지러운 상태가 아니다. 생명이 없는 상태이다. 없는 상태에서 있는 상태로 변화하는 것 이것이 창조이다.

 

19

모든 것들이 제 몫의 거처에 자리를 잡자, 오랫동안 혼돈의 덩어리 안에 갇혀 있던 별들이 하늘 하나 가득 찬연히 빛나기 시작했다.

심오한 문장이다. 부활 후 나에게 찾아온 혼돈이 정리되면 내 마음에도 별이 빛날 것이다. 내 속의 혼돈을 받아들이고 계속 관찰하고 사랑해 주자. 그러다 보면 혼돈 속의 내 것들이 제 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곧 빛날 것이다.

 

19

짐승보다는 신들에 가깝고, 또 지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다른 생물을 지배할 만한 존재가 없었다. 인류가, 인간이 창조된 것은 이즈음이었다. 이 인간은, 세계의 시원이자 만물의 조물주인 신이, 신의 씨앗으로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고, 이아페토스(티탄의 시조인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아들)의 아들 프로메테오스가 천공에서 갓 떨어져 나온, 따라서 그때까지는 여전히 천상적인 것이 조금은 남아있는 흙덩어리를 강물에다 이겨, 만물을 다스리는 조물주와 그 모양이 비슷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21

사트루누스 (/크로노스)는 시간을 상징한다. 그리스어 크로노스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크로노스는 자식을 낳은 족족 잡아 먹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크로노스의 이러한 속성은 태어난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시간 자체의 속성을 상징한다. 사투르누스는 자기 자식인 유피테르 6남매도 모조리 삼켰다가 다시 토해 낸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유피테르 6남매가 이로써 시간을 극복했음을 상징한다. 아버지의 뱃속에서 놓여난 유피테르는 아버지 사투르누스를 무한 지옥에다 가두어 버린다.

자식을 낳는 족족 잡아 먹는 것, 즉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시간 자체의 속성을 상징. 시간의 노예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소멸시키는 행위이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는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이다. <모모>를 읽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되었다. 미하엘 엔데가 사트루누스 (/크로노스)의 시간에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닌지 짐작해 본다.

 

20-24

1)     황금의 시대

관리도 없고, 법률도 없고, 서로 알아서 서로를 믿고, 서로에게 정의로운 시대였다.

인간은 대지가 주는 양식을 흥감하게 느끼고, 양매, 산딸기, 산수유, 나무딸기, 도토리로 만족했다. 때맞추어 대지는 보습에 닿은 적이 없는데도 곡물을 생산했고 논밭은 핸 해 묵는 일 없이 늘 익은 곡식의 이삭으로 황금 물결을 이루었다.

 

2)     은의 시대

사투르누스(/크로노스)가 암흑의 타르타로스에 갇히고, 세상의 지배권이 유피테르(/제우스, /주피터)의 손으로 넘어오자 이윽고 시대는 변하여 은의 시대가 되었다.

사계절이 생기고, 인간은 처음으로 집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 안에 살았다.

케레스(/ 데메테르)의 선물(곡식)이 긴 이랑에 뿌려지고 소가 코뚜레에 꿰여 신음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3)     청동의 시대

은의 시대보다 인간의 성정이 거칠어 더러 무기를 잡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흉악하다는 말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4)     철의 시대

천박한 금속의 시대

인간들 사이에서 악행이 꼬리를 물고 자행

인간은 순결, 정직, 성실성 같은 덕목을 기피하고 오로지 기만과 부실과 배반과 폭력과 탐욕만을 좇았다.

사람들이 넉넉한 대지로부터 곡물이나 먹이를 거두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대지에 내장에까지 침입하여 대지가 스튁스(증오라는 뜻으로 어두운 지하세계) 근처에다 감추어둔 재보와 인간에게 악업을 부추기는 보화를 파내었다. 이로써 유해한 철과 철보다도 더 위험한 황금이 속속 인간의 손안으로 들어갔다. 금속이 나돌자 사사로운 싸움은 곧 전쟁으로 번졌다. 전쟁이 터지자 사람들은 피 묻은 손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약탈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도 생겨났다.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인간을 떠나자 마지막까지 이 땅에 남아 있던 불사의 처녀신 아스트리이아(정의의 여신 지상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 처녀좌 별자리가 됨)도 머리를 풀고 이 피 묻은 땅을 떠났다.

시대는 황금의 시대에서 은의 시대, 청동의 시대, 철의 시대로 변화하였다. 인간 세상은 점점 더 각박해졌다.

 

29-30

신들 중에는, 유피테르의 뜻을 지지하고 그의 체면을 세워주느라고 소리를 지르는 신들도 있었고 조용히 침묵으로 찬성하는 뜻을 나타내는 신들도 있었다. 그러나, 인류가 절멸하게 된 것을 슬퍼하고, 필멸의 존재가 사라진 미래의 땅 모습을 궁금해하기는 어느 신이든 마찬가지였다. 신들은 서로, 앞으로는 누가 신들의 재단에 향을 사르게 되느냐는 질문을 주고 받았다. 세상이 정말 야수들에게 맡겨지게 되는 것이냐고 묻는 신도 있었다. 그러나 신들의 왕 유페테르는, 자기가 알아서 할 것 인즉, 신들이 염려할 일은 아니라고 말하고는, 새로운 종족, 이전의 종족과는 전혀 다른, 전혀 불가사의한 기원에 그 뿌리를 두는 새 인류에게 땅을 맡길 것을 약속했다.

 

66

살펴보아라. 이 세상에는 이보다 귀한 것이 얼마든지 있다. 하늘, 바다, 어디에 있어도 좋다. 네가 바라는 것이면 무엇이든 내 너에게 주겠다. 그러나 이것만은 어쩔 수가 없구나. 이것은 명예가 아니고 파멸의 씨앗이다. 네가 소원하는 것이 은혜가 아니고 파멸이라는 것을 왜 모르느냐?

인간이 파멸의 길로 들어서지 않고, 귀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지혜가 필요하다. 그 지혜를 얻기 위해 고전을 읽는다.

 

78

헤스페리아의 요정들이 파에톤을 후히 장사 지내준 것은 파에톤의 아버지인 태양신이 얼굴을 가린 채 숨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믿어야 할지 믿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날 하루만은 태양이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타오르는 불길이 하루만이나마 세상을 비추었다는 이야기가 묘하다. 그리고 보면, 재앙이라고 해서 반드시 유익한 바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모양이다.

 

88-90

곰이된 요정 칼리스토의 아들 아르카스….. 그러나 이 모자에게 서로 죽이고 죽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전능하신 유피테르 신이 이 아르카스와 칼리스토의 손을 잡고는 이 모자를 다른 곳으로 옮겨 아들로 하여금 살모의 대죄를 짓지 않을 수 있게 했다. , 돌개 바람을 시켜 이들을 빈 하늘로 옮기게 하고 다시 이들을 이웃해 있는 두 개의 별자리 (큰 곰자리와 작은 곰자리)로 박아준 것이다.

…… 유노는 바다로 뛰어들어 백발의 여신 테튀스와 연로한 해신 오케아노스를 찾아갔다. ….. 두 분께서, 두 분의 슬하에서 자란 이 양녀가 이같이 모욕당하고 있는 것을 가엾게 보신다면, 원컨데 저 두 곰자리 별이 두 분의 푸르고 푸른 바다에 드는 것을 금하소서.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하늘의 별자리가 되는 부당한 상을 받는 저것들이, 다시는 두 분의 맑은 물에 들지 못하게 하소서. 두 바다의 신은 고개를 끄떡여 그렇게 하마고 약속했다.

 

110-111

공주가 의심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황소는 아예 바다로 들어가 바다 한가운데를 바라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공주는 그제야 기겁을 하고 조금 전에 떠나온 모래톱, 조금 전에 장난하느라고 황소의 잔등을 오르던 그 해변을 돌아보았다. 처녀는 오른손으로는 황소의 뿔을 잡고 왼손은 잔등을 올려놓은 채 지향없이 실려갔다. 옷자락이 물에 뜬 채로 바람에 펄럭거렸다.

 

117

이렇게 선 도시가 바로 테바이다. 카드모스는, 결과적으로 보면, 아버지로부터 추방당함으로써 축복을 받은 셈이다.

 

127

세멜레는 인간이었다. 세멜레의 육체는 인간의 육체였다. 인간의 육체는, 이 천궁의 신이 내뿜는 광휘를 견딜 수 없었다. 세멜레는 이 유피테르의 광휘 앞에서 새카맣게 타죽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유피테르는 이 세멜레의 뱃속에 들어 있던, 아직 달이 덜 찬 아기를 꺼내어 자기 허벅다리에 넣고 실로 기운 뒤, 남은 달을 마저 채워 꺼냈다고 한다. 유피테르는 이 아기를 아기의 이모인 이노에게 맡겨 은밀하게 기르게 했다. 뉘사의 요정즐은 행여 유노가 알까봐, 이 유피테르의 아들을 동굴에다 숨기고 우유로 길렀다는 것이다.

세멜레와 유피테르의 이 이야기는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엄마로서 뱃속에 있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불사하는 마음에 공감할 수 있다. 유피테르의 허벅다리에서 아이가 태어날 수 있을 때까지 길러 꺼냈다는 이 이야기는 부성애를 보여주는 것인가. 부성애도 모성애와 다를 바가 없음을 말해주는 이야기이다.

 

127-128

<양성의 쾌락을 경험한 테이레시아스>

어느날 대신의 유피테르는 넥타를 깝신거리도록 마시고 유노와 노닥거리며 농담을 했더란다. 사랑으로 득을 보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일 게요. 여자 쪽에서 보는 재미가 나을 테니까.

유피테르의 희롱에, 유노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신 부부는 남자라커니 여자라커니 토닥거리다가 결국 남자와 여자, 즉 양성으로 사랑을 경험했다는 현자 테이레시아스에게 물어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테이레시아스라는 사람이 양성을 경험한 이력은 이렇다. 어느 날 산길을 가던 이 테이레시아스는, 굵은 뱀 두마리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을 보고는 별 생각없이 지팡이로 때려주었다. 남자였던 테이레시아스는 이때부터 여자가 되어 7년간을 여자로 살았다. 8년째 되던 해의 어느날 똑 같은 뱀이 또 뒤엉켜있는 것을 본 그는 내심 이렇게 생각했다.

너희들에게 때린 사람의 성을 바꾸어버리는 기특한 권능이 있는 모양이니 내 다시한번 때려줄 수 밖에……

테이레시아스는 뱀을 때리고는 원래의 성, 그러니까 남자로 되돌아왔다.

테이레시아스는 두 신의 다분히 장난기가 있는 논쟁을 평론할 입장에 몰리자 남신을 편들어 유피테르 쪽이 옳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노는 별것도 아닌 이 일에 불같이 화를 내며 이 테이레시아스를 장님으로 만들어버렸다. 참으로 염치가 없어진 것은 유피테르였다. 그러나 신들의 세계에서 한 신이 매긴 죗값을 다른 신이 벗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유피테르는, 보는 능력을 빼앗긴 테이레시아스에게 대신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눈을 주었다.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은 이미 신화를 읽으며 우리도 얻게 된다. DNA의 이중나선구조는 마치 두마리 뱀이 엉켜있는 모양이다. DNA를 조작하면 심지어 남자와 여자의 성도 뒤바뀔 수 있다. 이러한 장난은 결국 인류를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139

박쿠스 제는 곧 질탕한 술잔치를 뜻한다. (티치아노의 그림)

 

176

헤르마프로디토스 남성과 여성, 양성을 두루 갖춘 하나의 육체. 어지자지. 헤르마프로디토스라는 이름은 헤르메스+아프로디테의 합성어이다.

 

195

안드로메다를 구하기 위해 하늘에서 괴물 케토스를 향해 내리꽂히는 페르세오스

 

200

(페르세오스) 찬바람이 부는 아틀라스 산록에는 견고한 석벽으로 둘러싸인 한 곳이 있지요. 이 입구에는 포르퀴스의 딸 자매(그리이아이, 老女. 둘이라는 전설도 있고, 셋이라는 전설도 있다)가 눈 하나를 번갈아 쓰면서 삽니다. 눈이 한 개밖에 없어서 이 한 개를 돌려가면서 쓰는 것이지요. 나는 이 중 하나가 눈을 제 자매에게 건네줄 때를 노렸다가 이 눈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페르세오스는 고르곤 세 자매가 있는 곳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이들을 위협하여 이들로부터 고르곤 세 자매의 거처를 알아내었다.) 나는 그 뒤, 인적도 없고 길도 없는 바위산을 지나고 황량한 숲을 지난 연후에야 고르곤 세 자매가 사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주위에는, 메두사의 얼굴을 보고 석화해버린 인간이나 짐승의 석상이 즐비합디다. 그러나 나는 메두사의 얼굴을 직접보지 않았습니다. 가지고 간 청동방패에다 비추어 보았으니까요. 나는 메두사와 메두사의 머리 위에 똬리 튼 뱀이 깊이 잠든 틈을 타서 칼로 목을 따버렸던 것이지요.

이어서 페르세오스는, 메두사가 흘린 피에서 날개 달린 천마 페가소스와 이 페가소스의 아우(황금검을 든 용사라는 뜻인 크뤼사오르)가 태어났다는 이야기마저 했다.

 

201

아주 재미있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내 설명을 해드리지요. 메두사는 한 때 아름답기로 소문난 처녀였답니다. 수많은 구혼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니까요. 다른 부분도 아름다웠지만 그 중에서도 머리카락은 특히 아름다웠던 모양이지요. 나는, 이 시절에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직접 보았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바다의 지배자가 이 메두사를 미네르바 여신의 신전으로 데려가 사랑을 했다는 이야기를 합디다. 이 유피테르의 따님으로서는 방패와 얼굴을 가려야 할 만큼 무안 당하셨던 거지요. 그래서 이 죄값을 물어 이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뱀으로 만들어버리신 것이지요. 요즈음도 여신께서는 당신께서 만드신 이 뱀을 흉갑에다 달고 다니시면서 적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으신답니다.

 

230

저승을 흐르는 아케론의 강의 뱃사공 카론 (혹은 케이론). 고집이 세기로 유명하다.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그의 배를 탄 사람은 네 사람. 즉 테레우스와 페이리로스, 그리고 헤라클레스와 오르페오스이다. 아이네이아스와 오뒤세우스도 저승을 다녀온 것으로

 

339-343

미궁과 아리아드네의 관

 

무사히 크레타로 돌아온 미노스 왕은 함대를 항구에 정박시키고, 떠날 때 했던 서약에 따라 백마리의 소를 유리테르 대신께 제물로 바쳤다. 미노스가 얻은 전리품은 궁전 곳곳에 내걸렸다. 미노스 왕이 떠나 있을 동안, 왕비가 낳았던 이상하게 생긴 아이는 장성해 있었다. 말하자면 크레타 왕가의 수치 거리였던 이 아이가 자라 그 흉측한 혼종물의 몰골로, 만인에게 왕비의 구역질나는 정사의 현장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노스는 이 구역질나는 괴물을 제 궁전에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 교모하게 설계하고 빈틈없이 만든 감옥에다 가두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었다. 그는 이 일을, 재간꾼으로 유명한 건축가 다이달로스에게 맡겼다. 다이달로스는, 통로를 분간하는 표지가 될 만한 것은 모두 뒤 헝클어 버리고, 수많은 우회로와 굴곡으로 사람들의 눈을 홀리는 아주 이상한 미궁을 지었다. (다이달로스가 지은 이 미궁은 라비륀토스(/라비린스)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오늘날 미궁 혹은 미로라는 뜻으로 쓰인다)

다이달로스가 지은 미궁은 프뤼기아 땅을 제멋대로 하르는 마이안드로스 강과 흡사하다. 이 강은 왼쪽으로 흐르는가 하면 저쪽으로도 흐르며, 강의 원류로 거슬러 올라가는가 하면, 어느새 대양을 향해서도 흘러가는, 참으로 이상한 강이었다. 다이달로스는, 수많은 미로를 곳곳에 배치하여, 한번 들어가면 저 자신도 입구를 찾아나오기 어려운, 저 마이안드로스 강을 연상시키는 미궁을 만든 것이다.

미궁.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곳. 여기가 어디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왔던 곳 아닌지, 출구 없이 끝없는 반복일 뿐인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인생은 결국 미궁이다.

 

미노스는 이 궁에다 반은 사람의 모습, 반은 소의 모습을 한 이 괴물을 가두고 두 번이나 아테나이에서 보내어온 희생 제물을 먹이로 들여보내 주었다. (미노스는 아테나이를 정복한 뒤, 9년마다 소년소녀를 각각 7명씩 보내게 하고, 이들을 미로 안으로 들여보내어 이 괴물의 먹이가 되게 했다. 아테나이에서는 이러한 공물이 두 번이나 크레타로 왔다. 그러나 세 번째 차례에는 영웅 테세우스가 와서 이 미궁으로 들어가 괴물을 죽이고는 크레타 공주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미궁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9년 뒤, 미노스가 요구한 세번째 공물이 크레타에 온 지 오래지 않아 이 괴물은 목숨을 잃었다. 세번째 공물에 묻어 온 테세우스 손에 죽은 것이었다. 테세우스는, 크레타 공주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이 미궁으로 들어갈 때 명주실을 풀면서 들어갔다가 이 괴물을 죽이고는 그 명주실을 잡고, 아무도 살아나온 사람이 없는 이 미궁을 무사히 빠져 나왔다.

괴물을 죽이고 미궁을 무사히 빠져나온 테세우스는 미노스와 왕의 딸과 함께 그곳을 떠나 디아 섬으로 갔다. 그러나 공주 아리아드네는 이 섬에서 아테나이로 가지 못했다. 테세우스가 이 공주를 이 섬에다 남겨두고 떠나버렸기 때문이었다. 공주가 홀로 남아 팔자를 한탄하고 있는데 박쿠스 신이 나타나 공주를 도와주었다. 박쿠스 신은 공주의 머리에서 관(박쿠스 신이 이 공주에게 사랑의 선물로 준 관)을 벗겨, 영원한 영광의 징표인 별자리로 박아주려고 하늘로 던져 올렸다. 이 관이 하늘로 날아오르자 거기에 박혀 있던 진주는 별이 되었다. 별들은 곧 하늘에 관 모양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릎을 꿇은 헤라클레스 자리와 뱀을 쥐고 있는 오피우코스 자리 사이에 있는 별자리가 바로 이 왕관자리다.

 

2 58-59 – 미노타우르스를 낳은 이야기

솔의 딸은 크레타 왕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를 말한다. 이 파시파에가 해신의 황소에게 음욕을 품자, 당시 크레타에 와 있던 장인 다이달로스가 나무로 암소의 모양을 만들어 그 안에 파시파에를 넣고 황소에게 데려다 준다. 황소는 이 나무 모형을 진짜 황소로 알고 사랑하니, 나무 모형 안에 있던 파시파에는 이 황소의 씨앗으로 머리는 황소의 머리, 몸은 인간의 몸인 괴상한 자식을 지어 낳는다. 이 태어난 자식이, 미궁 안에서 테세우스에게 목숨을 잃는 미노타우로스다.

 

320

여신의 아들인 포크스여,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 창은 내 눈물의 씨앗이라오. 오래 살 팔자라면 나는 이 눈물도 오래오래 흘려야 할 것이오. 이 창이 나와 내 아내를 갈라놓았기에 하는 말이오. 차라리 이 창이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만 같지 못하오.

창은 곧 의심이다. 의심은 사랑하는 이를 죽이는 치명적인 비극을 낳는다.

 

346

(아버지 다이달로스와 함께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다 너무 높이 달아 날개를 붙인 밀납이 떨어져 그만 추락사한 이카루스. 그 이카루스가 떨어진 섬) 사모스 섬 서쪽에 있는 <이카리아>, 즉 이카로스의 섬.

 

376-379

에뤼식톤은 자면서 먹는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꿈을 꾸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에뤼식톤은 자면서도 입맛을 다시고, 이빨을 갈고, 음식을 삼키는 시늉을 했더랍니다. 잠에서 깨어난 에뤼식톤은 시장기를 느끼고 미친 듯이 먹을 것을 요구하는 그의 위장은 그에게 자비를 베풀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 아구병(아구병), 채워질 줄 모르는 그의 위장은 곧 그 집 재산을 바닥나게 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시장기는 조금도 가시지 않았는데, 그 배를 채우고자 했으니 재산이 바닥난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빈털터리가 된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딸 하나뿐이었습니다. 이 딸은 아비와는 달리 참한 처녀였던 모양입니다. 먹기는 먹어야 하는데 먹을 것이 없게 되자 에뤼식톤은 마침내 이 딸마저 팔았습니다. 그러나 이 딸은, 남의 집 종이 되는 것을 한사코 거부했습니다. 새 주인에게 팔려 바닷가로 나간 이 처녀는 두 팔을 벌리고 기도했습니다.

일찍이 제 순결을 앗아가신 분이시여. 이제 베풀어주실 때가 되었으니, 저로 하여금 노예 신세를 면케 하소서.

이 처녀가, 누구에게 기도했는가 하면, 바로 해신 넵투누스께 했던 것입니다. 넵투누스 신께서는 이 처녀를 모른다고는 하지 않으셨지요. 그래서 조금 전에 새 주인을 따라 바닷가로 나온 이 처녀의 모습을 남자로 바꾸시고 어부의 옷을 갈아 입히셨습니다. 처녀의 새 주인이, 어부로 둔갑한 이 처녀를 보면서 물었지요. 미끼가 달린 낚시 바늘을 물 속에다 숨기고 계시는 분이시여, 물에다 낚싯대를 담그고 계신 분이시여. 바다가 내내 잔잔하기를 바랍니다. 조금 전에 싸구려 옷차림에 머리는 산발하고 내 옆에 있던 처녀가 어디 있는지 가르쳐주면, 넋 빠진 고기가 바늘을 알아보지 못하고 덥썩 미끼를 물 것이리다. 이 처녀, 조금 전에 여기에 있었는데, 어디로 갑디까? 좀 일러주시오. 발자국이 없는 것으로 보아 멀리는 가지 않았을 것이오.

처녀는 그제서야 신이 자기의 모습을 바꾸어준 줄을 알았지요. 새 주인이 자기에게 자기의 행방을 묻고 있는 것을 재미있게 생각하고, 처녀가 이렇게 대답했더랍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대가 뉘신지 알지 못하오. 나는 낚시질에 정신을 팔고 있어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소이다. 내 말을 못 믿으실 것 같아 내 한 말씀 더 드리지요만, 내 생업을 도우시는 신께 맹세코 이 해변에는 나 밖에 없었소이다. 여자가 내게로 온 적은 더욱 없었소.

새 주인은 이 말을 믿었는지 발길을 돌려 그곳에서 사라졌답니다. 처녀는 그제서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지요.

처녀의 아비 에뤼쉬톤은 딸이 둔갑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번번이 딴 주인에게 딸을 팔았더랍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처녀는 말로 둔갑하여, 때로는 새, 황소, 사슴으로 둔갑하여 집으로 돌아왔고 에뤼식톤은 이렇게 되돌아온 딸을 되팔아 허기를 메우어나갔더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준비된 음식을 다 먹고도 성에 차지 않았던 그는 처음에는 제 팔다리, 그것도 모자라 결국은 제 몸을 모두 뜯어먹었다….는 이야깁니다.

 

에뤼쉬톤의 딸은 생존하기 위해 변신한다. 변신은 곧 생존이다. 먹이의 노예로 살지 않게 위해, 자유를 찾기 위해 우리는 변신한다.

 

<변신 이야기 2>

31

헤라클레스는 이 헤라(/유노)가 부과한 열두 가지 난사를 무사히 치러냄으로써 헤라를 욕되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헤라를 영광되게 했다. 헤라클레스라는 말은 헤라의 영광이라는 뜻이다.

 

46-47

신들께서도 누이를 아내로 삼지 않으셨습니까? 한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사투르누스 (/크로노스)신께서는 오프스(/레아, 사투르누스의 누이. 뒤에 아내가 되었다) 여신을 아내로 맞으셨고, 오케아노스 신께서는 테튀스(오케아노스의 누이, 뒤에 아내가 되었다) 여신과 혼인하셨으며, 올륌포스의 지배자인 유피테르 대신께서는 유노 여신을 아내로 맞으시지 않으셨습니까? 하늘에는 하늘의 법도가 따로 있다고 하실 테지요만, 하늘에 하늘의 법도 따로 있고 땅에 땅의 법도가 따로 있다면, 하늘의 법도로 인간을 다스리시려 하시는 것에 장차 무슨 뜻이 있겠습니까? 하오나 바라건대 이 금단의 욕망을 저에게서 떠나게 하소서. 떠나게 하지 못하신다면 이 금단의 욕망에 굴복하기 전에 저를 죽이소서. 죽어 관에 들면 제 오라비로 하여금 저의 시신에 입맞추게 하소서.

이나마 우리 둘의 뜻이 맞지 않고는 되지 못할 일이겠지요. 저 혼자만 바라는 일이라면 오라비의 눈에는 더할 나위 없이 무서운 죄악으로 비칠 테지요. 하지만 아이올리스의 자식들은 제 누이들의 방을 신방 삼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에 따르면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는 제 아들 여섯과 딸 여섯을 짝 지웠다)

 

처음으로 신화를 읽으면서, 나는 이런 대목들을 불편했다. 나는 스스로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인간이 정한 규율이나 규범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가 보다. 하지만 <변신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면서 신들의 자유가 부러워졌다. 자유. 인간의 속박과 굴레를 벗어나는 자유. 진정 자유로운 존재인 신들은 경계가 없다. 나도 경계가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63-69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

 

혼례식을 갓 치른 새색시가 요정들과 함께 들판을 거닐다가 뱀의 독니에 발목을 물려 즉사한 것이다. 트리키아의 시인 오르페우스는 아내 잃은 것을 몹시 슬퍼했다. (오르페우스 그리스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 음악의 여신인 무사이 중 하나인 칼리오페를 어머니로, 오이아그로스를 아버지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지나 이 이야기에서는 본인 입으로 자신이 아폴로 신의 아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금을 잘 탔는데, 이 수금은 아폴로로부터 받았다는 설도 있고 스스로 발명했다는 설도 있다. 오르페우스가 수금을 타면서 노래를 부르면 금수는 물론이고 신천초목까지 감응했다고 전해진다. 아르고 원정 때는 노래로 파도를 잠재웠다는 전설도 있다.)

이 땅에서 아내 잃은 슬픔을 달래다 못한 오르페우스는 원래 대담한 사람인지라 타이나로스 문(저승세계로 통하는 전설적인 동굴)을 통하여 저승으로 내려가 저승 왕의 마음을 움직여보기로 결심했다. 기어이 이 동굴을 통하여 스튁스의 땅으로 내려간 오르페우스는 망령들 사이를 지나 이윽고 프리세르피나와 저승 왕 (플루토, /하데스) 앞에 섰다. 오르페우스는, 저승세계를 다스리는 저승 왕과 그 왕비 앞에서 수금을 타면서 이런 사연을 노래했다.

…..

저승 왕은 오르페우스에게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즉 에우뤼디케를 데려가되 저승 땅을 다 벗어나 아베르노스르(저승의 입구로 믿어지던 화구호)를 다 벗어나기까지는 에우뤼디케를 돌아다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만일에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다본다면 에우리뒤케는 다시 저승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는 어둠과 적막에 싸인 오르막길을 한없이 올라 이윽고 땅 거죽과 가까운 곳에 이르렀다. 아내가 혹시나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 염려하던 오르페우스는 근심과 걱정과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뒤를 돌아다보고 말았다. 그 순간 에우뤼디케는 다시 저승 땅으로 떨어졌다. 오르페우스는 아내의 손을 잡으려고 자기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의 손끝에 닿는 것은 싸늘한 바람뿐이었다. 두번째로 죽어가면서도 에우뤼디케는 남편에게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하기야 그같이 극진한 사랑을 받았는데 불평할 까닭이 어디에 있었겠는가!

…….. 오르페우스가 그렇게 여자를 피해 은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주변에는 속을 태우는 여자가 많았다. 이들은 저희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오르페우스에게 앙심을 품었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여자보다도 오히려 나이 어린 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사랑을 기울이는 것을 좋아했다. 말하자면 이들이 어른이 되기까지의 인생의 봄과 갓 핀 인생의 꽃을 사랑한 것이었다. 오르페우스는 트라키아 사람들에게 이런 풍습(남자들의 동성애)을 맨 처음 전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0-82

퓌그말리온의 사랑

 

이렇게 사악한 삶을 사는 여자들을 본 퓌그말리온은 자연이 여성들에게 지워놓은 수많은 약점이 역겨워 오랫동안 여자를 집안으로 불러들이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그러나 정말 혼자 산 것은 아니고,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한 솜씨로 만든, 눈같이 흰 여인의 상아상과 함께 살았다. 퓌그말리온이 만든 이 상아상의 여인은 세상의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다웠다. 그래서 그랬겠지만 퓌그말리온은 자기 손으로 만든 이 상아상의 여인을 사랑했다. 이 상아상은 살아 있는 여인이 가진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이 상아상은 언제 보아도 살아 있는 것 같았고, 언제 보아도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았다. 이 상아상을 만든 솜씨는 실로 인간의 솜씨로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신묘했다. 퓌그말리온은 틈만 나면 이 상아상을 정신 없이 바라보았다. 그의 가슴에서는 인간의 형상을 본떠 만든 이 상아상에 대한 사랑이 샘솟았다. 자주, 그는 그것이 정말 상아로 되어 있는지 아니면 인간의 살인지 확인하고 싶어 상사상의 살갗을 쓰다듬어보았다. 그러고는 그것이 상아라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쓸쓸해하고는 했다. 퓌그말리온은 이 상아상에 입을 맞추면서는 이 상아상이 이 입맞춤에 화답하기를 바랐다. 그는 이 상아상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상아상을 껴안기도 했으며, 어쩌면 눌렀던 자국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손가락으로 이 상아상의 살갗을 꼭 눌러보기도 했다. 그러나 혹 상처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너무 깊이는 누르지 않았다.

이 상아상을 상대로 아첨 섞인 말을 할 때도 있었다. 때로는 처녀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 가령 조개 껍데기나 반짝거리는 조약돌, 예쁜 새, 갖가지 색깔의 꽃, 색칠한 공, 한때는 파에톤의 누이들이 흘린 눈물이었던 호박 구슬 같은 것들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 상아상에다 옷을 걸어주기도 했다. 이 상아상의 귀에는 귀고리, 목에는 목걸이가 젖가슴 위로 늘어져 있기도 했다. 이 모든 장신구는 아름다운 상아 처녀에게 잘 어울렸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때는 역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을 때였다. 퓌그말리온은 튀로스 산 보라색 천을 띄운 긴 의자에 이 처녀를 눕히고, 그렇게 하면 처녀가 고마워하기라도 할 것처럼 머리 밑에는 베게를 받쳐주기도 했다. 이렇게 해놓고 그는, 짐짓 이 상아 처녀를 자기의 반려라고 불렀다.

온 퀴프로스 섬이 다 들썩해지는 베누스 축제 때의 일이었다. 꽃다발을 뿔에다 건 백설 같은 송아지는 제단 앞에서 흰목으로 도끼날을 받고 무수히 쓰러졌다. 제단에서 향연이 오르자 퓌그말리온은 제 몫의 제물을 드리고 제단 앞에서 더듬거리는 어조로 기도했다.

<신들이시여, 기도하면 만사를 순조롭게 하신다는 신들이시여. 바라건대 제 아내가 되게 하소서, …..>

퓌그말리온은 <상아 처녀를…..>하려다가 차마 그럴 용기가 없어 <상아 처녀 같은 여자를…..>, 이런 말로 기도를 끝내었다.

그러나 축제를 맞아 그 제단에 임재하여 제물을 흠향하던 베누스 여신은 그 기도의 참뜻을 알아차리고, 그 기도를 알아들었다는 표적으로 불길이 세 번 하늘로 치솟게 했다. 집으로 돌아온 퓌그말리온은 바로 상아 처녀에게 다가가 그 긴 의자에 몸을 기대고 상아 처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런데 퓌그말리온의 입술에 닿은 처녀의 입술에 온기가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화들짝 놀라 입술을 떼었다가는 다시 입술을 대고 손으로는 가슴을 더듬어보았다. 놀랍게도 그의 손끝에서 그렇게 딱딱하던 상아가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상아에는 그의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찍히기 시작했다. 흡사 태양의 열기에 부드러워져, 사람의 손끝에서 갖가지 모양이 빚어지는 휘메토스 산의 밀랍같이……

깜짝 놀란 퓌그말리온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자기가 무슨 착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기뻐하기에는 아직 믿어지지 않은 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몇 번이고 아내 삼기를 바라던 상아 처녀의 살갗을 만져보았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상아 처녀의 몸은 분명히 인간의 몸이 되어 있었다. (퓌그말리온은 이 처녀를 <갈라테이아>라고 이름하게 된다) 그의 손가락을 대자, 이 처녀의 몸 속에는 뛰는 맥박이 선명하게 손끝에 느껴진 것이었다. 파포스 사람 퓌그말리온은 수다스럽게 베누스 여신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한동안 감사 기도를 드리던 퓌그말리온이 그래도 믿어지지 않았던지 상아 처녀에게 다시 입을 맞추자 상아 처녀는 이 입맞춤에 화답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처녀는 수줍은 듯이 눈을 뜨고는 사랑하는 사람과 날빛을 동시에 올려다보았다. 이들의 혼례식에는 이 혼례식을 있게 한 베누스 여신이 친히 참석했다. 달이 아홉 번을 차고 기울자 퓌그말리온의 신부는 아기를 낳았다. 두 사람은 퓌그말리온의 고향 땅 이름인 <파포스>를 이 아기의 이름으로 삼았다.

 

148-149

파리스 프리아모스와 헤쿠바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헥토르의 아우. 이 파리스를 도화선으로 트로이아 전쟁이 터지는 경위는 이렇다. 다른 신들은 다 초대를 받은 펠레오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 혼자만 초대를 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신들의 자리에다 사과 한 알을 던지면서, 사과의 임자는 여신들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고 말한다. 평소에 은근히 아름다움을 뽐내던 유노 여신, 베누스 여신, 미네르바 여신은 서로 자기가 그 사과의 임자라고 주장한다. 유피테르가 여기에 끼어들어, 이다 산에서 양치기 노릇하던 파리스에게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누구인지 가려달라고 부탁하자고 제안한다. <파리스의 심판>이라고 불리는 이 심판에서 파리스는 자기에게 그리스 최고의 미녀를 주겠다고 약속한 베누스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뽑는다. 이때의 약속에 따라 베누스 여신이 파리스에게 준 그리스 최고의 미녀는, 그때 이미 메넬라오스의 아내가 되어 있는 헬레네였다. 파리스아 이 헬레네를 꼬여 트로이아로 데리고 가자 메넬라오스는 아내를 되찾으려고 군대를 일으켜 트로이아를 치는데 이것이 저 유명한 트로이아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는 양쪽 진영의 영웅들을 편드느라고 신들도 편이 가려 서로 싸우게 된다.

 

151

처녀신(디아나)의 분노를 삭이려면 처녀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들은 고위 장수들은 큰일을 위해서는 사사로운 정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총사령관은 사령관으로서의 의무감 앞에서 부정을 희생시키지 않으면 안되었다. 제관들은 눈물을 머금고 이피게네이아(사령관 아가멤논의 딸)를 제단 앞에 세우고 처녀의 정한 피를 제물로 드려 디아나 여신의 화를 풀어보고자 했다.

여신은 이피게네이아가 제물로 바쳐진 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신은 이 이피게네이아를 구름으로 감싸고, 제관들이 웅성거리는 틈을 타서 이 처녀를 빼돌리고는 그 자리에다 암사슴 한 마리를 세워 놓았다. 디아나 여신의 분노가 가라앉자 바다의 파도가 가라앉았다. 펠라스기 인들은 수천 대에 이르는 원정함대를 몰고 신고만난 끝에 프뤼기아 해안에 닿을 수 있었다.

 

184

아내 페넬로페, 아들 텔레마코스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던 오뒤세우스는 이 전쟁에 참전하기 싫어서 일부러 미친 사람 행세를 했다. 즉 소에다 쟁기를 매어 밭을 갈고는 여기에다 소금을 뿌리는 기행을 한 것이다. 오뒤세우스에게 참전을 권하러 갔던 팔라메데스가 이걸 보고는 오뒤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안아다 쟁기 앞에 놓았다. 만일에 오뒤세우스가 정말 미쳤다면 쟁기로 아들을 죽일 것이요, 미치지 않았다면 아들을 피해 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과연 오뒤세우스는 아들 텔레마코스가 다칠까봐 쟁기를 치우고는, 자신이 일부러 미친 사람 행세를 하고 있었음을 고백하고 원정군에 합류했다. 이 때 큰 꾀로 오뒤세우스의 잔꾀를 물리친 팔라메데스는 후일 거꾸로 이 오뒤세우스의 간계에 걸려 목숨을 잃는다.

 

208

누가 뭐라고 하든, 이 칼만은 내 것이다. 아니다, 오뒤세우스는 이 칼까지도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 필요한 것은 이것뿐이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이것뿐이다. 트로이아 군의 피를 부르던 이 칼이, 이제 아이아스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정복할 수 없는 이 칼의 주인, 아이아스의 피를 부를 것이다.

아이아스는 이렇게 말하고는 급소인 가슴에다 칼끝을 대고 깊이 찔러 넣었다. 그의 팔은, 찔러 넣은 칼을 다시 뽑아내지 못했다. 칼을 뽑아낸 것은 용솟음치는 핏줄기였다. 피에 젖은 대지는, 휘아킨토스의 피에 젖은 대지에서 피었던 것과 똑 같은 보랏빛 꽃을 피어 올렸다. 꽃잎 한가운데엔, 미소년 휘아킨토스의 죽음과 아이아스의 죽음을 동시에 상기시키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 문자는, 휘아킨토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탄식인 동시에 이 영웅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두 문자이기도 했다.

 

220-221

트로이아 성이 잿더미가 되었다고는 하나 트로이아 백성의 희망마저 잿더미가 된 것은 아니었다. 베누스 여신의 아들인 아이네이아스 (베누스가 인간인 안케세스와 사랑을 나누자 유피테르 대신은 안키세스에게, 만일에 여신과 사랑을 나누었다는 사실을 누설하면 큰 벌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키세스는 이 비밀을 누설했다가, 유피테르의 벼락을 맞는다. 안키세스는, 베누스가 이를 막아준 덕분에 목숨은 가까스로 건지나, 이때 벼락을 맞은 일로 평생 힘을 쓰지 못하는 불구자로 살게 된다. 여기에서 태어난 이들이 바로 영웅 아이네이아스다. 그리스인인 호르메스의 <일리아스>에서는 별로 중요한 인물로 다루어지지 않는 이 아이네이아스가, 후일의 로마신화에서는 신화적인 영웅으로 대접받는 것은, 바로 아이네이아스가 트로이아 유민을 이끌고 이탈리아 반도로 이주, 로마 건국의 기틀을 닦게 되기 때문이다. 베르길리우스의 장편 서사시 <아에네이스>는 바로 이 아이네이아스의 행적을 노래한 것이다.)는 한쪽 어깨에는 트로이아의 수호 성상, 한쪽 어깨에는 성상만큼이나 소중한, 불구자 아버지를 메고 길을 나섰다. 효성이 가득한 아이네이아스는 그 많은 금은 보화도 마다하고 이 아버지와 아들 아스카이오스만을 대동하고 유민들과 함께, 죄 많은 왕 폴뤼메스트로가 다스리던 나라, 폴뤼토로스의 피로 더럽혀진 트리키아를 지나고 안탄드로스 항을 지났다. 다행히도 바람과 조수는 순조로워 그는 큰 고생 하지 않고 일행과 함께 아폴로의 도시인 델로스에 이를 수 있었다.

 

223

안키세스 일행은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가 상을 물리고는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이들은 신탁 전에 가서 아폴로의 신탁을 받아보았다. 신탁은 이들에게 먼 조상들의 고향인 옛 모국(로마 전설에 따르면, 트로이아 인들의 먼 조상인 다르다노스 인들은 이탈리아에서 트로이아로 건너온 것으로 되어 있다)의 해변을 찾아가라는 뜻을 전했다.

 

292

헤라클레스가 소떼를 끌고 가죽 장화 같이 생긴 반도 남단에 이르렀을 때, 수송아지 한 마리가 바다로 도망쳤다. 이 땅의 말로 수송아지는 <비탈리아>였는데, 이 땅의 이름인 <이탈리아>는 바로 이 <비탈리아>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전설이다.

한 나라의 이름이 수송아지를 일컫는 말에서 유래했다니 재미있다.

 

295

<사모이 사람>은 오늘날 우리가, 퓌타고라스 학파의 아버지로 알고 있는 유명한 철학자이자 수학자 퓌타고라스를 말한다. 오비디우스가 쓴 이 책에는 <퓌타고라스>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기원전 550년 전후에 사모스에서 태어난 퓌타고라스는, 기원전 530년에 사모스를 떠나 크리톤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크리톤의 철학자>로 불리는 그는 젊은 시절에 이집트 승려들, 동방박사로 유명한 페르시아의 마기, 인도의 바라문으로부터도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가르친 메템프쉬코시스 <윤회설>, 아이네이아스가 저승에서 안키세스로부터 배운 것과 일치한다. 수는 만물의 근본 원리이며, 침묵을 사랑하고 살생을 삼갈 것을 가르친 그는 제자들에게 질문을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비디우스는, 이 퓌타고라스의 철학, 특히, 영혼 윤리설에 관한 가르침을 장황하게 소개함으로써 이 <변신 이야기>의 철학적 기초를 돋보이게 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296

처음으로 육식을 금해야 한다고 가르친 사람도 그였고, 처음으로 자신을 <현자>와 유사한 말로 지칭한 사람도 그였다.

…..

그대들이여, 죄 많은 식물로 그대들 육체를 더럽히지 마십시오. 우리에게는 곡식이 있고….. 우리 몸을 살찌우기 위해, 우리의 탐욕스러운 배를 채우기 위해, 다른 동물의 살을 먹다니, 이 어찌 사악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산 것이 죽은 것을 먹다니, 이 어찌 사악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296-297

흔히 황금시대로 불리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 시대 사람들에게 자연은 저절로 열매 맺는 과일나무와 대지가 가꾸어 내는 곡식이 있었습니다. 이 시대 사람들은 입술을 다른 짐승 피로 더럽히지 않았습니다. 이 시절에는 새들은 자유로이 하늘을 날 수 있었고, 메토끼는 아무 두려움 없이 들판을 누빌 수 있었으며 물고기는 낚시 바늘에 대한 걱정 없이 물속을 헤엄쳐 다녔습니다. ….. 누군가 고기를 그 탐욕스러운 목구멍으로 삼키는 사자를 보고는 이를 부러워하고 나쁜 전례를 만들면서 인간은 죄업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 자로 인하여 인간이 칼에다 다른 동물의 피를 묻히는 일이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때는, 우리 인간을 해치려는 동물만 인간의 칼에 희생되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때의 인간은 아무 죄의식도 느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났어야 했습니다. 죽일 이유는 있었지만 먹을 이유는 없었을 테니까요.

 

298

인간은 이런 죄를 저지르는데 만족하지 않고 이번에는 신들을 이 사악한 저희의 수호자로 상정하고, 이런 짐승을 죽여 바치면 하늘의 신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릅니다. 그래서 보기에 좋은 이 황소, 인간에게 아무 죄도 지은 적이 없는 이 황소는 뿔에다 꽃다발과 금붙이를 건 채로 신들의 제단으로 끌려나옵니다. 제단으로 끌려 나온 이 황소는 제관들 이외에는, 뜻도 모를 기도 소리를 들으면서, 인간이 황소의 힘을 빌려 땅을 갈아 가꾸고 거둔 곡식을 이마에 던지면 이 곡식을 맞으면서 죽을 준비를 합니다. 이윽고 제관이 제단 성수 그릇 옆에 있던 칼로 목을 따면 황소는 제 피로 그 칼을 물들이며 죽어갑니다. 제관들은 또 어떻게 합니까? 아직 솜도 거두지도 않은 황소의 몸 속에서 허파를 도려내어, 신들이 이 황소의 허파에다 맡긴 뜻을 읽는다고 수선을 피웁니다.

이런 희생수의 고기를 먹는 풍습은 대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이지요? 사람들은, 희생수를 죽여놓고는 우르르 모여들어 이 희생수의 고기를 먹습니다. 그대들이여, 바라노니 내 말을 귀담아 들으십시오. 이러면 안됩니다. 그렇게 도살한 황소의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곧 그대들의 밭을 가느라고 수고한 경작자의 고기를 먹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299-300

나는 내 전생을 기억합니다. 트로이아 전쟁 당시 나는 포토오스의 아들 에우포르보스였습니다. 아트레오스의 둘째아들 메넬라오스의 창을 가슴에 맞고 죽었지요. 근자에 나는 아바스의 도시 아르고스의 유노 신전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내가 왼손에 들고 다니던 방패는 거기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나는 이 방패를 알아볼 수 있었지요.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혼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알맞은 형상이 있으면 거기에 깃들입니다. 짐승의 육체에 있다가 인간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고, 인간의 육체에 있다가 짐승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돌고 돌 뿐,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말랑말랑한 밀랍을 보십시오. 이 밀랍으로 새로운 형태를 만들면 거기에는 그 전의 형태가 남지 않을뿐더러, 그 전의 형태로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모양만 변했을 뿐, 밀랍은 여전히 밀랍입니다. 이와 같습니다. 영혼은 어디에 가든 처음의 영혼 그대롭니다. 다만 다른 형상 안에 자리를 잡았을 뿐입니다. 그대들에게 경고합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것을 음식으로 삼음으로써, 인간이라는 고귀한 지위를 더럽히지 마십시오. 잔인 무도한 살육으로, 인간의 혼과 똑 같은 혼을 그 거처에서 쫓아내는 짓을 삼가십시오. 피로써 피를 살찌우면 안됩니다.

 

300-301

내 말을 더 들어 보십시오. 나는 내 배의 돛을 바람으로 부풀리고 넓은 바다를 두루 누벼 본 사람이니, 내 말을 더 들어보십시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드러난 것은 단지 찰나적인 형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입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항상 흐릅니다. 강처럼 흐릅니다. 강물에, 어디 가만히 정지해 있는 순간이 있던가요? 물결은 다른 물결에 밀립니다. 그 다른 물결은 또 다른 물결에 밀리면서 앞에 있는 물결을 밀어냅니다. 그래서 순간순간 물결은 밀고 밀리면서 흐르는 것입니다. 앞에 있던 것은 뒤로 처지고, 오지 않았던 것이 옵니다. 그래서 시시각각으로 자리바꿈을 하는 것입니다. 밤이 끝나고 아침이 시작되면, 빛나는 아침 햇살이 어둠을 이어받는 것을 아시지요. 만물이 깊이 잠든 한밤의 하늘 색깔과, 새벽 별이 나타날 때의 하늘 색깔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하늘 색깔은, 아침의 전령사인 새벽의 여신이 하늘을 새벽빛으로 물들일 때가 다르고, 하늘을 태양신 포에부스에게 넘겨줄 때가 다릅니다. 아침에 땅 밑에서 솟아오를 때도 붉고, 지평선 너머로 질 때도 붉던 태양신의 낯빛도 땅과는 멀리 떨어진 하늘 한가운데 있을 때는, 그곳 공기가 맑기 때문에 하얗게 보입니다. 달이 차는 중이라면 오늘보다는 내일이 크고, 기울고 있는 중이라면 내일보다는 오늘이 큰 법입니다.

 

301

네 계절이 차례로 바뀌는 것을 눈여겨보셨습니까? 이 네 계절은 우리의 인생과 비슷합니다. 초봄은 유아기와 같아서 부드럽고 따사롭습니다. 아직은 튼튼하지도 곧지도 못하지만, 초봄의 밭에서 자라는 곡물은 농부들의 가슴을 희망으로 채워줍니다. 식물이라는 식물은 다 꽃을 피우고, 기름진 땅은 색색의 꽃을 한아름 안고 봄을 노래하지만, 나뭇잎에는 아직 힘이 없습니다. 봄이 자라 여름으로 접어들면 계절은 젊은이를 연상시키게 됩니다. 일년 중에 이때만큼 튼튼한 계절, 풍부한 계절, 뜨거운 계절, 작열하는 계절은 없습니다. 청춘의 시절이 끝나면 가을이 계절을 이어받습니다. 가을은 풍요와 성숙의 계절입니다. 청춘기와 노년기 사이에 드는 계절,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해지는 계절입니다. 이어서 노년의 겨울이 추위에 떨면서,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다가옵니다. 머리가 빠지거나 백발이 된 모습을 하고 다가옵니다.

 

302-303

이와 같아 우리의 육체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내일의 우리는, 과거의 우리, 혹은 오늘의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어머니 태 속에 있던 시절이 있습니다. 인간이 될 것이라는 약속만을 받은, 씨앗 같은 상태로 말이지요. 자연은 참으로 섬세한 손질로 이 씨앗을 하나의 형상으로 빚어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곳이 너무 비좁아 우리가 몸부림치면, 자연은 우리를 우리의 집에서 텅 빈 공간으로 밀어냅니다. 날빛 아래로 태어난 아기는 연약합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이 시기가 끝나면 아기는 짐승으로 사지로 기어 다니기 시작하고, 또 이 시기가 지나면 아기는, 떨리는 다리, 불안정한 다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두 다리로 섭니다. 옆에 무엇이 있으면 잡고서라고 말이지요. 그러다 튼튼한 다리로 홀로서기를 시작하고, 재빠른 다리로 세상을 달립니다. 이윽고 청년을 보내고 중년을 보내면, 우리는 노년에 이르는 비탈길, 인생의 황혼으로 통하는 내리막길에 서게 됩니다.

나이는, 청년기와 중년기의 힘을 빼앗아버립니다. 한때는 헤라클래스와도 힘을 겨루던 밀론 (크로톤 태생의 격투기 선수. 노년에 이르러 젊은이들이 격투기를 연습하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가 자기 팔을 문지르면서, 내 팔이 죽어버렸구나 하고 한탄했다는 이야기가 키케로의 <노년에 대하여>에 나와 있다)도 노년에는 힘없이 늘어진 자기 팔을 보면서 울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헬레네도 거울에 비치는, 주름투성이 제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런 것을 왜 두 번이나 유괴(어린 시절 테세우스에게, 메넬라오스에게 시집간 뒤에 파리스에게)했을까 하고 한탄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탐욕스러운 미식가인 세월은 모든 것을 부수고 갉아 마침내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303

우리가 원소라고 부르는 것도 불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원소가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시지요? 내가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영속하는 우주는, 형상의 질료가 되는 네 가지 원소(, , 공기, , 불고에서 말하는 네 원소 사대는 地水火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의 두 가지, 흙과 물은 무거워서 가라앉습니다. 반면에 나머지 두 가지, 즉 공기와 공기보다 가벼운 불에는 무게게 없어서 가두는 것이 없으면 위로 솟아오릅니다. 이 네 가지 원소가 비록 공간적으로는 떨어져서 존재하나 만물은 이 네 원소에서 비롯되고 필경은 이 네 원소로 복귀합니다. 흙은 마멸의 과정을 거쳐 물에 분해되고, 물은 증발하면 공기와 바람이 되며, 밀도가 희박해지면 공기 역시 무게를 잃고 상승하여 불에 합류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역전되는 경우고 있습니다. 네 원소는 같은 순서를 역으로 밟아 원상으로 되돌아오기도 합니다. 농도가 짙어진 불은 응고하여 공기가 되고, 공기는 물이 되어 물은 압력을 받으면 흙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처음의 모양대로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무궁무진한 자연의 조화는 끊임없이 이 물건에서 저 물건을 지어냅니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이 우주에 소멸되는 것은 없습니다. 변할 뿐입니다. 새로운 형상을 취할 뿐입니다. <태어남>이라는 말은, 하나의 물상이 원래의 형상을 버리고 새 형상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죽음>이라는 말은, 그 형상대로 있기를 그만둔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변하여 저것이 되고 저것이 변하여 이것이 될지언정 그 합은 변하지 않습니다.

 

309-310

꼬리 날개에 별이 무수히 박혀 있는 유노 여신의 신조(공작)를 보십시오. 유피테르의 벼락을 나르는 독수리를 보십시오. 베누스 여신의 신조인 비둘기를 보십시오. 다른 새들을 보십시오.. 우리가 실제로 보지 않았다면, 이 새들이 알에서 나왔다는 것을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 이 세상에는 무덤에다 묻은 인간의 등뼈가 썩으면 그 골수는 독사가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십시오. 위에서 말한 동물들은 모두 다른 동물의 몸에서 생겨나지 않았습니까?

 

313

하늘과, 하늘 아래 있는 만물은 다 끊임없이 변합니다. 땅과, 땅 위에 있는 만물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피조물의 하나인 우리 인간도 변합니다. 우리라는 존재는 육체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날개 달린 영혼도 여기에 깃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날개 달린 우리의 영혼은 들짐승의 가슴을 찾아 들어갈 수도 있고, 가축의 가슴을 찾아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짐승들을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짐승의 몸에 어쩌면 우리 부모형제나, 우리 친척, 우리와 같은 인간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배를 채우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맙시다.

 

314

나지막하게 우는 송아지의 목을 칼로 도리고, 어린아이처럼 우는 어린양을 죽이고, 제 손으로 기르던 새를 잡아먹는 인간…. 이 얼마나 못된 버릇입니까? 같은 인간의 피를 보려고 예행연습이라도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이러한 인간에게 살인은 짓기 어려운 죄가 아닙니다.

……

 

소에게는 쟁기나 끌게 하십시오. 그러다 나이를 먹어 죽게 되면 그 죽음을 슬퍼해 주십시오. 양으로부터는, 우리를 북풍에서 지켜줄 양털이나 얻어냅시다. 염소로부터는 젖을 얻는 것으로 만족하십시오. 짐승을 속이는 함정이나 올가미나 그물 같은 것은 이제부터라도 쓰지 마십시오. 깃털을 꽂아 만든 가짜 새로 새들을 속이지 말고, 소리로 유인하여 사슴을 죽이지 말며, 꼬부라진 낚시 바늘을 미끼로 감춰 물고기를 속이지 마십시오. 해로운 짐승은 죽이되 죽이는 것으로 만족하십시오. 그 고기가 우리 입으로 들어가게 하지는 마십시오. 거친 음식으로 만족하십시오. 그는 이렇게 가르쳤으나 사람들은 그의 귀한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341

이 책의 원제인 <메타모르포시스>는 사물이 비롯되는 정황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유대교와 기독교에는 창조설이 있듯이 많은 문화권의 신화나 설화는 나름의 창조설과 전신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원숭이의 엉덩이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빨갛게 되었다느니, 게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게걸음을 걷게 되었다느니, 수수 대궁이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피가 묻게 되었는데 그래서 수수 대궁이는 빨갛다는…… 식입니다. ]

물론 순진한 신화해석학에 속하는 이 <메타모르포시스>라는 개념은 과학적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한 개념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개념이 <시적 메타모르포시스>라는 표현으로 바뀌면 그 성격은 사뭇 달라져서 오비디우스의 시대에는 물론 오늘날까지도 조금도 다름없이 유효한 개념이 됩니다. 따라서 오비디우스의 메타모르포시스는 이 시대 사람들의 시적 상상력이 투사된 <시적 메타모르포시스>쯤으로 이해되면 좋을 듯합니다. 사실 <메타포르포시스>라는 개념은, 세계의 모든 민족이 나름의 신화와 전설의 체계에서 자연과 인간 사이의 모순을 해소하는 하나의 만병통치약 노릇을 해온 듯합니다.

…..

 

341-342

호메로스와는 달리, 이 오비디우스를 읽다 보면 이따금씩 궁색한 대목을 만나게 됩니다. 아마 오비디우스가 저희 왕통을 그리스의 신통에 끌어다 붙이기 위해 그리스 신화를 지나치게 아전인수로 윤색해서 풀어먹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따금씩 신화의 아귀가 맞지 않아 마뜩지 못한 대목을 만나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귀합니다. 인류 2천년 문화의 두 대궁은 기독교적 인식체계를 바탕으로 한 문화인데, 그 인식체계에 물들지 않은 고대의 인식체계, 그리스도 이전이 세계관과 인간관을 읽는 것은 신선한 읽기의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하늘이 열리던 아득한 때와 우리가 사는 때 사이에 가로놓인 긴긴 세월이 소거 되는 듯한 희한한 경험도 가능하게 합니다.

 

 

3.     내가 저자라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처음 접한 나는, 일주일의 절반인 3일 동안은 책만 펼치면 졸음이 쏟아지는 현상을 겪었다. 등장인물의 긴 이름과 복잡한 족보 때문이었다. 게다가 작품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스토리는 인간이 만든 규율이나 규범 등으로 꽉 막힌 사고를 가진 내가 따라가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4일째가 되면서, 등장인물의 이름과 복잡한 족보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게 되었고, 각 소제목 별로 각각의 사건으로 보게 되면서 흥미진진하게 스토리를 즐길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엔, 신화를 더 읽고 싶어진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의 근간을 파악하고, 현재의 삶과 연결 짓기엔 나는 아직 역부족이다. 지난 일주일, 졸음과 씨름했던 3일을 극복했던 것처럼 나에게도 신화를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특히 신화 속 사랑이야기를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내 인생 속 사랑 이야기들이 하나 하나 되살아나는 기묘한 경험을 했다. 내 인생에도 여러 종류의 사랑 이야기가 있었다.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개인적으로 신화가 어렵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오비디우스는 사랑스럽다. 그 이유는 <변신 이야기>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변신이라는 혁신적인 측면과 그의 삶에서 보여주는 작가로서의 인간적인 측면 때문이다. 오비디우스는 사랑의 시를 쓰는 시인으로 시작하여, 단순히 사랑의 시인으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서사시를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로마 문학의 혁신가라 할 수 있으며, 또한 독단적인 아우구스투스 시대 말기, 도덕과 이상의 현실작인 측면을 사실적으로 제시하고 나아가 풍자까지 했다는 점에서도 혁신가라 할 수 있다.

 

내가 나의 이야기를 쓴다면, 오비디우스처럼 혁신적으로 쓰고 싶다. 나의 이상을 현실적인 측면에서 사실적으로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나의 운명 앞에, 내가 변신하여 새로 태어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1)     전체적 뼈대와 목차

 

전체 행수가 12천행 정도 되는 전15권으로 된 서사시로 약250편의 변신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천지창조인 카오스와 신들에 관한 부분(1~6), 영웅들과 인간에 관한 부분(6~11), 트로이 전쟁과 역사적 인물들에 관한 부분(11~15)으로 나뉜다. 우주의 혼돈에서 시작하여 카에사르의 암살로 끝나는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지만, 신의 세계에서 신의 복수라는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구성을 가지며 변신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변신 이야기 1>

 

1,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1. 서사

2. 천지창조

3. 네 시대와 거인족

4. 이리로 둔갑한 뤼카온

5 인류를 멸망시키는 대홍수

6 새 인류의 조상 데우발리온과 퓌라

7 왕뱀 퓌톤

8 월계수가 된 다프네

9 암소가 된 이오, 백안의 거린 아르고스, 갈대가 된 요정 쉬링크스

10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

 

2부 신들의 전성시대

1 태양 수레를 모는 파에톤

2 엘리아대스의 변신

3 백조가 된 퀴크노스

4 칼리스토를 범한 유피테르

5 별이 된 모자

6 까마귀 깃털이 검어진 내력

7 말이 된 오퀴로에

8 수다쟁이 돌이 된 바투스

9 메르쿠리우스와 헤르세

10 질투의 화신이 된 아글라우로스

11 소로 둔갑한 유피테르와 에우로파

 

3부 박쿠스의 탄생 외

1 카드모스이 망명과 테바이 전설

2 다이아나와 악타이온

3 유피테르와 세멜레

4 양성의 쾌락을 경험한 테이레시아스

5 미소년 나르키소스와 에코

6 신들을 믿지 않는 펜테오스

7 돌고래가 된 뱃사람들, 광란의 박쿠스 축제

 

4부 페르세오스와 메두사 외

1 미뉘아스의 딸들

2 퓌라모스와 티스베

3 베누스와 마르스의 밀통]

4 레우코토오와 클뤼티에

5 살마키스와 헤르마프로디토스

6 발광한 다타마스와 이노 티시포네

7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

8 영웅 페르세오스와 아틀라스

9 안드로메다와 바다의 괴물

10 메두사

 

5부 무 우사의 탄생

1 피네오스의 반란

2 프로에토스

3 폴뤼덱테스

4 무사이를 괴롭혔던 퓌레네오스

5 무사이 아홉 자매와 피에리테스의 노래 겨루기

6 플루토의 사랑, 페레스와 프로세르피나

7 아레투사가 샘이 된

 

6부 신들의 복수

1 미네르바 여신과 아라크네의 솜씨 겨루기

2 니오베의 아들딸들

3 개구리가 된 뤼키아 농부들

4 산 채로 껍질을 벗긴 마르시아스

5 펠로프스의 왼쪽 어깨

6 프로크네와 필로멜라

7 북풍신 보레아스

 

7부 영웅의 시대

1 이아손과 메데이아

2 이아손의 회춘

3 펠리아스

4 메데이아의 도망

5 아테나이의 영웅 테세우스

6 아이아코스와 개미 족

7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8부 인간의 시대

1 니소스와 조국을 배신한 스퀼라

2 미궁과 아리아드네의 관

3 하늘을 나는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4 자고새가 된 페르딕스

5 칼리돈의 맷돼지 사냥

6 알타이아의 복수와 멜레아그로스의 죽음

7 산비둘기가 된 멜레아그로스의 누이들

8 아켈로오스와 테세우스, 섬이 된 펠리멜레

9 팔레몬과 바우키스

10 아구병에 걸린 에리식톤

 

<변신 이야기 2>

 

9부 헤라클레스 외

1 아켈로오스와 페라클레스

2 에이아네이라와 마인馬人 네소스

3 페라클레스의 최후

4 알크메네의 해산과 갈라티스

5 드귀오페와 로티스

6 되젊어진 이올라오스, 테바이 전쟁

7 뷔블리스와 카우노스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8 남자가 된 여자, 이피스

 

10부 오프페우스의 노래 외

1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2 쿠파리소스의 비극

3 미소년 가뉘메데스

4 꽃이 된 휘아킨토스

5 봄을 파는 르로포이티테스, 케라스타이

6 피그말리온의 사랑

7 몰약이 된 뮈라

8 아도니스의 탄생

9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 아도니스의

 

11부 미다스의 구는 당나귀 귀 외

1 오르페우스의 죽음

2 미다스 왕의 봉변

3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

4 라오메돈과 트로이아 축성

5 프로테오스의 예언, 펠레오스와 테티스

6 케이크스에게 몸붙인 펠레오스, 다이달리온의 변신

7 돌이 된 이리

8 케위크스의 난파

9 잠의 신과 꿈의 신

10 알퀴오네와 케위크스의 전신

11 잠수조가 된 아이사코스

 

12부 트로이 전쟁 외

1 이피게네이아

2 퀴크노스의 전신

3 카이네오스가 남자가 된 내력

4 라피타이와 켄타우로스 족의 싸움

5 넬레오스의 아들 12형제

6 아킬레오스의 죽음

 

13부 유민의 시대

1 아킬레우스의 유품

2 트로이아 왕비 헤쿠바의 최후

3 멤논의 주검에서 날아오른 새들

4 아니오스이 식객이 된 아니네이아스

5 스킬라

6 갈라테이아와 아키스의 슬픈 사랑

7 글라우코스

 

14부 로물루스와 레무스 외

1 스킬라와 미녀 키르케

2 원숭이가 된 케르코페스

3 쿠마에의 시벨레

4 아이네아아스, 아카이메니데스를 구하다

5 풍신 아이올로스의 선물, 오디세우스와 키르케

6 피쿠스와 카넨스

7 새가 된 디오메데스의 부하들

8 아이네이아스의 배, 아르데아

9 신이 된 아이네이아스

10 포모나와 베루툼누스, 아낙사레테의 전신

11 로물루스와 헤르실리아

 

15부 카에사르의 승천 외

1 뮈스켈로스, 크로톤

2 피타고라스의 가르침

3 에게리아의 전신, 히폴뤼토스의 소생

4 타게스, 로물루스의 창, 키포스

5 역질로부터 로마를 구한 아스클레피오스

6 카에사르의 승천

7 절사

 

2)     감동적인 정절

1

300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혼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알맞은 형상이 있으면 거기에 깃들입니다. 짐승의 육체에 있다가 인간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고, 인간의 육체에 있다가 짐승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돌고 돌 뿐,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336

이제 내 일은 끝났다. 유피테르 대신의 분노도, 불길도, 칼도, 탐욕스러운 세월도 소멸시킬 수 없는 나의 일은 이제 끝났다. 내 육체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 나를 찾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라면 어느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2

296-297

흔히 황금시대로 불리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 시대 사람들에게 자연은 저절로 열매 맺는 과일나무와 대지가 가꾸어 내는 곡식이 있었습니다. 이 시대 사람들은 입술을 다른 짐승 피로 더럽히지 않았습니다. 이 시절에는 새들은 자유로이 하늘을 날 수 있었고, 메토끼는 아무 두려움 없이 들판을 누빌 수 있었으며 물고기는 낚시 바늘에 대한 걱정 없이 물속을 헤엄쳐 다녔습니다. ….. 누군가 고기를 그 탐욕스러운 목구멍으로 삼키는 사자를 보고는 이를 부러워하고 나쁜 전례를 만들면서 인간은 죄업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 자로 인하여 인간이 칼에다 다른 동물의 피를 묻히는 일이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때는, 우리 인간을 해치려는 동물만 인간의 칼에 희생되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때의 인간은 아무 죄의식도 느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났어야 했습니다. 죽일 이유는 있었지만 먹을 이유는 없었을 테니까요.

 

299-300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혼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알맞은 형상이 있으면 거기에 깃들입니다. 짐승의 육체에 있다가 인간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고, 인간의 육체에 있다가 짐승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돌고 돌 뿐,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말랑말랑한 밀랍을 보십시오. 이 밀랍으로 새로운 형태를 만들면 거기에는 그 전의 형태가 남지 않을뿐더러, 그 전의 형태로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모양만 변했을 뿐, 밀랍은 여전히 밀랍입니다. 이와 같습니다. 영혼은 어디에 가든 처음의 영혼 그대롭니다. 다만 다른 형상 안에 자리를 잡았을 뿐입니다. 그대들에게 경고합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것을 음식으로 삼음으로써, 인간이라는 고귀한 지위를 더럽히지 마십시오. 잔인 무도한 살육으로, 인간의 혼과 똑 같은 혼을 그 거처에서 쫓아내는 짓을 삼가십시오. 피로써 피를 살찌우면 안됩니다.

 

3)     보완점

 

스토리 구성이 흥미진진하고, 등장인물의 감정 묘사가 현장감 있고 세밀함에도 불구하고 몰입하기 어려웠던 것은 표기법 때문인 것 같다. 신들의 이름을 로마식이 아니라 보다 익숙한 그리스식으로 표기하고, 지명을 고전 그리스식이 아니라 현대의 지명에 맞춰 표기했다면 몰입이 조금 수월해질 것 같다.

 

편집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처럼 지명이 나올 때는 지도를, 각 부가 시작하는 페이지에 연표를 삽입한다면 좋겠다. 대화하는 부분은 실감나게 인용 부호를 사용하여 대화임을 확실히 구분하면 좋겠다. 긴 이름, 생소한 지명이 아니라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었을 것이다.

 

각 부가 끝나는 부분에, 해당 부분의 해석을 곁들이면 좋을 것 같다. 현대에도 이어지는 관련된 이야기를 실어도 좋을 것 같고, 논쟁이 되는 이야기를 엮어도 좋을 것 같다.

 

 

IP *.65.153.234

프로필 이미지
2014.04.26 14:01:45 *.160.136.212

당시 책을 읽고나서 한줄 적어놓은 글귀가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상상력 그리고 글'

 

그렇습니다.

저도 생소한 인명에 많은 시간이 소요 되었고, 좋게 말하면 상상력 다르게 이야기하면 구라의 극치를 보는 환희(?)와 과제 제출에

애를 먹었었습니다.

틀에 박힌 사고로써는 어찌보면 황당무게 하기까지한 스토리에 받아 들이기가 힘든.

그럼에 아직도 신화라는 음미의 맛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있는 저자신.

과정을 하면서 함께 누려 가시지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