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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6일 14시 26분 등록

[중년의 위기를 맞은 로미오와 줄리엣]

(브리기테 히로니무스 / 유영미 역 / 나무생각, 2006)

(LOMEO AND JULIA IN DER MIDLIFE-CRISIS by Brigitte Hieronimus, 2003)

 

* 저자와 구성, 그리고 나는 ....

책 표지에 실린 저자소개는 아주 간단하다.

‘여성의 삶을 주제로 글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 율리아 옹켄 밑에서 갱년기 세미나 지도자 교육을 받은 후 갱년기를 주제로 강의와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자전적 에세이인 <중년의 위기를 맞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저자의 첫 책인 듯하다. 저자는 30대 후반 불면증을 시작으로 40대 중반에 갑작스런 폐경을 맞고 그 전후로 호된 갱년기를 치른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불타는 연애를 거쳐서 20년 넘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지만 그녀 또한 세월의 흐름을 이길 수 없었다. 끝 모를 정신적 방황과 별거, 남편의 외도, 아버지의 죽음 등 힘든 시련을 겪지만 시간과 노력을 통해 다시 남편과의 사랑을 회복한 저자가 약 5년간(1994년~199년)의 자신의 삶을 일기와 함께 회상한 글이다. 자부심의 큰 축을 감당하던 자신의 식당을 접고 ‘갱년기’란 주제로 강의와 세미나를 하게 된 저자가 자신의 새로운 직업의 필요성에 맞추어 쓴 책이라고도 생각된다.

전체적인 구성은 <1부 모순과 조화 사이에서>, <2부 전복기>, <3부 변화로 나아가는 사랑>,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루어져 있으며, 각 꼭지글은 자신이 그 시기에 썼던 일기 한편과 지금 그 시기를 회상하며 쓰는 편지글 한편을 묶은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도 종잡을 수 없었던 자신의 마음과 남편의 변화, 그에 따른 두 사람의 심리적 흐름이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솔직함’이란 강한 무기로 독자를 흡입한다. 자신이 이미 폭풍처럼 겪었던 갱년기에 막 들어서고 있는 ‘한나’라는 후배를 등장시켜 편지글 형식을 취한 것도 독자들이 편안하게 글을 읽게 만든다.

이 책에는 (갱년기 강사라는 저자의 직업을 고려하면) 크게 전문적인 설명이나 용어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본적인 호르몬의 변화와 그에 따른 심리적 변화를 알기 쉽게 안내하고 있으며, 또한 중년이라는 것이 어릴 때부터 몸에 익혀온 삶의 습관에 적극적 질문을 던지는 시기라는 것, 그래서 부모와 문화로부터 빌려온 타인의 치마를 벗어버리는 시기라는 것을 자신의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알려준다.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힘든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다.

우연히도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주간에 나는 <중년기>에 대한 워크샵을 받고 있었다.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몸에 익은 생활방식에 의문을 던지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내 모습이 인생의 터닝포인트이자 중년기 전환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꽤 오래전부터 기대하던 교육이었다. 35세 정도에 중년기가 시작되는 유럽에 비해 사춘기의 유예를 포함한 여러 사회적 환경과 문화 차이로 우리나라의 중년기는 꽤 늦게 시작된다고 한다. 보통은 40대, 또는 50대 중반까지의 시기에 많은 이들이 중년기의 전환을 겪는다고 하니 사람마다 격차가 상당히 크다. 중년기에 남녀는 모두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정서적,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흰머리가 나고, 눈이 나빠지고, 피로 회복이 예전같지 않고, 건망증이 심해지고... 나를 포함한 모든 참석자들이 무릎을 치며 공감한 이야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신체적 변화가 찾아올 때 가장 크게 ‘나이듬’을 인식하지만 사실 중년은 마음에 먼저 찾아온다. ‘불가능은 없다’는 젊은 날의 신념이 ‘안 되는 것도 있구나!’하는 깨달음으로 바뀌어가고 ‘이거 아니면 안 돼’하던 고집이 무너져가고, 도저히 이해되지 않던 사건과 사람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해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인생의 한 낮을 지나 성숙함으로 들어선 것이다. 심리적으로 원가족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동시에 자녀들을 떠나보내는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 그동안 익숙했던 타인과 문화의 치마를 벗어던지고 나만을 위한 맞춤 새 옷을 준비하는 시기. 진정한 자신을 찾아 새로운 삶의 규준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익숙했던 가족관계 또한 다른 해석이 필요한 일이다. 부부간에도 육아와 경제공동체를 확장할 수 있는 정서적 소속감을 더욱 요구하는 시점이다.

칼 구스타프 융의 말이다.

“우리는 인생의 오전 프로그램에 따라 인생의 오후를 살아갈 수 없다. 아침에는 대단했던 것이 저녁에는 사소한 것일 수 있고, 아침에 진실이었던 것이 저녁에는 거짓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내 마음을 들어온 글귀

지은이의 말 - 갱년기를 맞은 로미오와 줄리엣

갱년기는 우리 몸이 이제 퇴물이 되었음을 판결받는 시기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새로 태어나는 시기다. 이제껏 익숙했던 닳아빠진 시절이 끝나고, 새로운 시절이 도래하는 시기가 갱년기다. 새로운 시기로 옮아가려면 전복과 변화를 겪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중요한 과제는, 자신의 삶에 자신의 도장을 꾹 눌러 찍는 것이다. [4]

줄리엣처럼 나 역시 시간을 붙잡고 싶었다. 사랑 또한 영원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젊은 연인에서 균형 있고 성숙한 커플로 변신하기 위해 우린 아픔을 겪어야 했다. [7]


오랫동안 함께해온 부부라고 해서 무미건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중년의 부부라고 해서 모두 우울의 수렁속에 빠지라는 법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상적인 결혼 관념에 눌려 고통당하거나, 의미 없고 무감각하게 하루하루를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9]


프롤로그 - 한밤에 떠나는 생각의 여행

우리 부부는 갱년기의 폭풍우를 겪은 후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혼란의 시기를 이미 겪어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나는 이제 고요하고 침착하게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일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모든 쓸데없는 걱정과 비현실적인 욕구에서 해방되어 신선하고 새로운 공기를 들이마신다. [17]

갱년기는 변화의 시기다. 너무 빡빡하게 조여진 인생 계획을 수정하고, 너무 꼭 끼었던 인생 코르셋의 본을 고쳐 입는 시기 말이다. 내 삶의 코르셋은 너무 꽉 끼어 있었다. 40대 중반까지 나는 다른 사람에 의해 조종되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것을 깨다지 못하고 내가 내 인생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줄 알았다. [17]

남편과 나는 연인이 되기 전 서로 정신적인 친구였다. [21]

많은 일이 일어났다. 그 일이 무엇이었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인생의 크고 작은 위기를 함께 극복했다. 우리에게는 서로가 있었고,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21]

인생의 중반에 접어들면서 나는 남편이나 아이들보다는 나 자신에게 신경을 많이 썼다. 그때까지 우리의 삶은 물 흐르듯 달려가고 있었다. 어느 날 나는 속으로 이렇게 물었다. ‘이것이 다일까? 그냥 이렇게 끝나버리는 걸까? 과연 나는 인생에서 주어진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한 것일까?’ 나는 자꾸만 내적인 불안에 휩싸였고 신경이 곤두섰다. 그렇지만 이런 상태를 누구에게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런대로 무난하게 살았고 원하는 것을 모두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런가’라는 질문 앞에 멈칫거려야 했다. 누군가 마음속에서 우리가 삶에서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22]

내게 중요한 것은 새로이 찾고 시험하는 것이었다. 내게 중요한 것은 대화와 영혼의 교감이었기 때문이다. [22]


그때부터 나는 차츰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기 시작했고, 나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기 시작했다.

내가 새로운 태도를 갖지 못했다면 남편의 배신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남편의 행동에 상당 부분 나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3]

우리가 변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나이 들어 경직되고 생기 없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과거와 완전히 이별하지 않는다면 인생의 새로운 단락이 주고자 하는 행복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전에 지고 있던 짐, 정말이지 진작 치워버렸어야 할 짐을 치워버리는 것이었다. [24]


남편과 내가 각자 자기 자신으로 돌아갔을 때, 그리고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를 인정했을 때 우리는 상대방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달았다. 우리가 보낸 사랑의 밤은 영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추억은 영원했다. 우리는 우리를 자꾸 갈라놓으려고 하는 것들을 포용하며, 우리를 묶어주는 것들을 더욱 늘려 나갔다. [24]

능동적 소속감을 가진다는 것! 누군가 나를 끌어다가 소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누군가, 또 어디엔가 소속되어 있음을 느끼는 것. 특히 정서적 소속감을 느끼는 것은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다. 건강한 부부 사이의 정서적 소속감은 해가 갈수록 더욱 강해진다.

중년이 되면 이제 자신을 찾고, 자신만의 삶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해진다. 모든 인간에게 내재된 창조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말이다. [26]

갱년기에 중요한 것은 사춘기에 형성된 낡아빠진 가치관 및 이상형과 이별하는 것이다. 그런 후에야 우리는 새로운 시기를 기꺼이 맞아들일 수 있다.

늙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속수무책으로 있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내면으로부터 새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매일매일 말이다. [27]

호르몬의 춤

갱년기의 변화, 폐경 전 7년, 폐경 후 7년 [31]

돌아보건대 남편과 나는 함께하는 동안 약간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서로를 관찰하고, 숨을 고르면서 서로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갔던 것 같아. 하지만 이렇게 숨 고르는 시간은 점점 짧아졌지. 그리고 우린 결국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리듬에서 이탈했어. 여러 번의 별거 끝에 최종적으로 다시 합친 뒤 우리는 신체적으로는 거의 붙어 지내고 있어. 다만 난 날개를 활짝 펼치기 위해 정기적으로 영혼의 비행을 하지. [33]

1부 모순과 조화 사이에서 (1994~1995)

여름의 댄스

가을의 탱고

남편은 자신이 가까이하는 여자가 어떤 여자인가 하는 것은 별로 상관하지 않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남편의 상처 입은 자아가 자양분을 얻는 것. 나는 남편의 자아에 별로 자양분을 주지 못한다. [42]

나는 무의식적으로 남편을 선동했어. 남편이 먼저 나를 떠나서, 그 책임을 나에게 돌릴 필요가 없게 되기를 바랐어. 나는 내가 인생에서 놓친 것이 없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한동안 별거해야겠다고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어. 하지만 속으로는 남편에게 그렇게 외쳐대고 있었어. [43]

나는 유독 남편에게서만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꼈어.

가게에서 만나는 다른 남자들이 자신들의 아내를 두고 하는 말이 남편이 나를 두고 하는 말과 동일하다는 것을 몰랐어. [45]


남편이 죄인 역할을 담당하고 나는 희생자로 괴로워해야 했지. 이런 행동 양식은 아주 오래전에 습득한 것이었어! [46]

겨울의 재즈

실베스터 축제


새해 맞이

아이들은 우리의 끊임없는 감정의 시소 타기에 질려 있다. 그리하여 그들 역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느라 여념이 없다. [59]


크리스마스 트럼펫

남편은 임박한 싸움을 회피하는 스타일이었어. 어린 시절에 그런 행동양식을 습득했지. [62]

나는 많은 날들을 남편을 재교육하려고 하면서 보냈지. 물론 남편은 나를 재교육하려고 했고.... 우리 둘 다 ‘당신이 달라진다면 훨씬 더 간단해질 텐데’라고 생각했던 거야. [62]

우리의 태도 배후에는 우리가 자라온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깔려 있었어. ...

우리는 완전히 대조적인 양육관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가 각자의 부정적인 유년의 경험들과 이별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어. [63]

2부 전복기 (1996~1997)

나는 할 수 있어!

이 죽음의 소식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나는 충분히 살았고 사랑했는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만족할 수 있는가? [68]

그 밤에 나는 내가 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끝났다는 것을. 이제 난 그의 인생을 지켜보기만 할 뿐, 이제부터는 삶이 그를 다듬어 나갈 차례였어. 나는 아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 하는 동시에, 아들의 앞길에 놓인 돌들도 치워주지 말아야 했어. [69]

사춘기와 갱년기는 닮은 꼴이야. 사춘기에도 그렇듯 갱년기에도 지금까지 익숙했던 것과 이별을 해야 해. [70]


알 수 없는 깊은 슬픔

남편은 객관적인 논쟁에서는 세계 선수권자라 해도 될 만큼인데, 감정적인 영역에서는 무능력하게 보였어. [74]


남편에게는 늘 옳고 그른 것만이 존재했지만, 나는 그뿐 아니라 다양한 감정적 뉘앙스도 중요했어.

여자들은 정보가 전달될 때 관계의 귀 또는 호소의 귀로 듣지.

나 역시 남편의 말에서 남편이 결코 말로 표현하지 않은 메시지를 들었어. [75]

혼돈

갑자기 기대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진 거야. 바로 직전까지는 독립적이고 내적으로 자유로워진 내가 자랑스러웠는데 말이야. 그런데 이제는 안정감을 느끼고 싶고, 별로 욕심이 없어졌어.

모든 것이 와해되고 있는 것 같았지. 그리고 그 중심에 도움을 바라는 인간, 바로 내가 서 있었어. [80]

나는 원한다!

새삼 내 옆에 있는 남편이 내가 오래전부터 사랑해왔고 함께 늙어가고 싶은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모난 점까지 친숙한 사람. 이제 그 모난 점에 좀더 태연하게 대처해야겠다. [83]

새로운 시작의 길

낯선 멜로디

내가 욕망의 대상이 되고 구애의 대상이 된다는 자체로 기분이 좋았지. [91]

나는 늘 남편의 입장이 되어 남편의 기분을 이해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했지. 그런데 남편은 내 입장이 되어 보았나? 왜 늘 나 혼자 가족들에게 전전긍긍해야 하는 거지? 나의 가족일 뿐 아니라 남편의 가족이기도 한데 말이야. [93]

동경

나는 해야 한다!

나를 찾아서

내가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 나는 남편이 나를 기다려주기를 바랐어. 남편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계속 사랑해주기를 바랐어.

나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103]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건

나는 정말 열정적으로 괴로워했어. 거의 즐기듯이 밤의 고통에 탐닉했지. 고통과 괴로움의 한복판에서 계속 남편을 떠올렸어. 나는 예전에 행복을 알았고, 이제 그 이면을 알 차례였던 거야. [112]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때 어떤 느낌인지를 뼈저리게 맛보아야 했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자주 남편을 사랑받지 못하는 남자로 만들었는지.... 나는 내가 먼저 사랑을 배반했다는 것을 알았어. [115]

싱글이 되는 건 쉽지 않은 일

새로운 여자는 떠나보낸 여자보다 아주 잠시 동안만 더 매력 있게 비쳐질 따름이었지. [119]

아버지를 욕하는 소리는 듣기 좋았지만, 아이들이 이런 불공정한 게임에 끼어드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121]

희생자 역할을 맡는 것은 매우 유익했어. 나는 배신을 당한 모든 사람들과 하나가 되었지. 내가 그렇게 필요로 했던 많은 사람들의 깊은 동정심이 밀려왔어. 이렇게 되기까지 심각한 잘못은 모두 나 자신이 저지른 것이라는 사실은 되도록 비밀로 하면서 말이야. 나는 여전히 나의 행동을 책임지지 않고 있었어. [123]

황금빛 잎들-피부에 와 닿는 가을 냄새

“나는 당신을 다시 사랑하는 것이 두려워.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거든. 더 이상 버림받고 싶지 않고 더 이상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 [126]

나는 남편을 배려하지 못하고 나 자신의 고뇌에만 사로잡혀 살아왔던 거야. 나의 아픔만이 중요했지. 언제나 이해받지 못하는 나만 생각했어.

남편은 왜 일찌감치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말할 수 없었던 것일까? [127]

말은 더 이상 치유력이 없었으니까. 행동만이 치유력이 있었지. [137]


나는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한 원초적인 동경을 가지고 있었고, 여전히 그런 동경이 채워지기를 바라고 있었지. [141]

위로해줄 사람 아무도 없네


대리석, 돌, 그리고 쇠가 깨어지다

내가 겉으로는 강하고 자신 있어 보이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는 작고 기대고 싶고 수줍은 아이가 웅크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아이가 이제 모습을 내보이기 원한다는 것을 알았어.

나는 나의 약한 면을 성공적으로 억압해왔어. 겉으로만 해방된 여성상에 부응했지. 그러니 나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하면서 나의 새로운 욕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어?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없는데 말이야. 안아주기는커녕 자신에게 언제 어디서나 높은 과업을 요구해왔는데 말이야. [150]


나는 이 불안한 시기에 새로운 신뢰를 쌓아 나가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알았어. 남편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도 말이야. 신뢰가 생기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 나는 이 시간이 새로운 애착이 서로를 얼마나 강하게 묶어줄 것인지, 서로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적절히 유지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거리와 부담을 극복해야 하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어. [151]

내 이성은 내게 외적으로 헤어져 있는 이 시기에 내적으로도 헤어져 있을 것인지, 아니면 내적인 합일에 도달하고 싶은지를 물었어. [151]

그러나 우리의 사랑은 지속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가슴을 고향삼아 닻을 내린다는 것을 알았어.

지금 내가 내 과거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것은 언젠가 몰래 숨어 들어와 나의 안식을 방해할 것이라는 사실은, 나를 따라다니며 결국은 나를 몰아낼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어. 나의 성장 배경을 떼어낼 수 없을 것이므로 그것을 현실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155]

여자들의 싸움

우리(여자)는 여간해서는 분노하고 화를 내는 직통 코스를 선택하지 않고, 대신 희생자 역할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하지. 그리고 상대방 비하하기를 좋아해. [162]

나는 내가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오류를 범하는 존재라는 것을 배웠어. 나는 종종 실수하고 헷갈리고 길을 잃었고, 그때마다 은밀하게 용서 받기를 원했어. 그러나 이제 중요한 것은, 잘못된 결정을 내렸던 자신을 용서하는 일이었어. 그것은 내게 영혼의 중노동과 같았지. [166]

익숙한 것에 감사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갱년기를 맞은 나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어.

진정한 사랑은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조용한 것이었어. 그것은 은밀히 성장하는 것이고, 많은 작은 일들 가운데 부드럽게 나타나는 것이었어. [166]

끊임없이 과거의 잘못을 붙들고 있는 사람은 과거에 매여 미래에 쏟을 에너지가 별로 없어. 배운다는 것은 시도하고 실수를 저지르는 거야. [167]

남편과 내가 싸우고 화해하는 방식은 어릴 적 각자의 집에서 배운 그대로였어. 그래서 우리는 갈등을 아주 다른 방식으로 처리했지. [168]


직업은 엄마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선사해주었지. 아버지가 주려고도 하지 않고, 줄 수도 없었던 존중감을 말이야. [171]

나는 남편에게만은 감정의 모든 면을 여과없이 보여주고자 했지. 남편 앞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고, 그래도 남편은 나를 계속 사랑해주었어. 남편은 믿을 만하고 충성스럽게 보였지. 나는 남편을 무한히 신뢰했고, 그것은 내 삶에서 필요한 외적인 안정을 주었지. 그동안 나는 이런 안정감을 얼마나 그리워하고 동경해왔는지. [172]

나는 부모님 집을 떠나면서 부모님의 왜곡된 부부 관계의 모델을 함께 가지고 갔지. 그런 사실을 모른 채 말이야. [173]


남편이 시어머니에게 굴복하지 않으면 시어머니는 고통스런 표정으로 자신의 희생적인 행동을 강조했지. ‘우선은 엄마가 원하는 것, 다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 이것이 남편이 자라온 가정 분위기였어.

우리의 성장 과정을 좀 더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었어. 우리는 원하면 족쇄를 끊어버릴 수 있는 세대였지. 우리 속에서 뭔가 해묵은 것이 자꾸만 걸림돌이 된다는 느낌이 들면 그것을 살필 필요가 있지. [175-176]


전쟁에 대한 뼈아픈 기억들은 많은 사람을 정신적 불구로 만들었어. 슬퍼하지도, 깨닫지도, 반성하지도 못하는 그분들은 우리의 짐이 되어버렸어. 하지만 우리는 이제 그 짐을 벗어버릴 수 있지.

뒤틀린 관계가 해결되는 데는 적어도 3세대가 필요하지. 우리 역시 우리 자녀들에게 정신적 유산을 남겨줄 것이고, 아이들은 나중에 그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할 거야. [177]

깨달음은 사랑스런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지. 변화는 그럴 때 가장 잘 일어나는 법. [178]


남편의 새로운 상처와 오래된 아픔에 대해 들었고, 남편의 오래된 동경과 새로운 상상에 대해 알게 되었어.

우리는 각자 스스로를 보호하는 영혼의 방을 갖게 되었어. 이제 우리 두 사람은 자신만의 내적인 공간을 찾았어. 나는 이제 상대방의 방에 들어가고 싶을 때마다 노크를 하지. 그것이 내가 배워야할 가장 중요한 것이었던 것 같아. [179]

“사랑을 하는 사람만이 비상할 수 있다”

“여자는 호락호락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욕망을 고삐 죄지 않은 채 내보이는 여자는 창녀와 같다. 아무나하고 자는 여자는 아무도 가지고 싶어 하지 않는 닳은 손수건과 같다. 여자들은 구애를 받아야 하고 정복당해야 한다.”

나는 이제 자라면서 귀에 박히도록 들었던 이런 경고를 내던지고 나를 주저 없이 표현하기 시작한다. 주저없이 - 나의 욕구를 허용하고 그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182]

나는 내적으로 과거의 오래된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기에, 외부로 드러나는 급진적인 자유의 몸짓이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어. [184]

3부 변화로 나아가는 사랑 (1997~1999)

갱년기는 놀랍다

이제 우리는 좋을 때나 나쁜 때나 함께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존중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 이제 우리는 그것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는다. [190]


우리 모두는 각자 서로 다른 것과 이별해야 하지. 부모로부터 물어보지도 않고 넘겨받았던 습관이건, 우리와 다른 삶을 살아내는 자녀를 통한 도전이건, 사랑하는 사람과 계속 공생하고자 하거나 안정된 환경에 들어가고자 하는 유아적인 동경이건 간에 말이야.

인생의 길을 걷다보면 많은 배역 교체와 자리 바꾸기가 진행돼. 우리는 자신에게 더 이상 맞지 않는 사람들을 우리의 인생 기차에서 내리게 하고, 그 중 변화를 용인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시 태우기도 하지. [191]

호르몬의 춤추기

다양한 시각을 경험했고, 나의 시각은 변화되었고, 구습과 이별했고, 빨갛고 통토한 사과처럼 성숙했지. [192]

새로운 도전

남편이 없어도 밀고 나갔겠지만,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니 더욱 좋았어. [196]

갱년기는 내적인 변화를 향한 부름이야. 낡아빠진 삶의 시기는 끝이 나고 새로운 것이 시작되지. 하지만 우리는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고 두려워하지. 이 내적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성장의 첫 걸음이야. 많은 사람들이 겉으로는 성숙해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불안하게 절뚝거려. [198]


자신에게 실수를 용인하고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은 약한 사람이 아니라 강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지. 실수의 행위는 시도를 하고 오류를 범하는 것을 의미해. [199]

헤어져야 할 시간

그래서인지 낯선 사람들이 우리에게 갓 결혼했느냐고 묻는다. [205]


젊었을 적 막 사랑에 빠졌을 때와 다른 점은 우리가 그동안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지식이 함께하는 삶에 가치 있는 정보가 된다는 것이었어. [205]

이번에는 강한 여자 뒤에 여자를 뒷받침해주는 강한 남자가 있었지. 나는 남편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이 감사했어.

부딪칠 때마다 우리는 재빨리 배운 내용은 머릿속에서 뒤적여 꺼냈고, 남녀 특위의 서로 다른 의사소통 방식을 존중하려고 노력했어. [206]

나는 계속 남편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어. 남편은 옛날처럼 고집스럽지 않았어. 남편이 스스로에게 강요했던 경직된 태도는 점점 새로운 욕구에 대한 섬세한 감정으로 바뀌었지.

많은 위기의 원인이 채워지지 않은, 이상화된 동경 때문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지. [207]


아버지는 언제나 젊은 사람의 기준에 맞추었어. 마지막까지 자신의 힘이 약해져간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 그런 행동은 몸을 고통스럽게 할 뿐, 결코 자신을 존중하는 행동이 아니었어. [208]

너희 부부 사이에 대화가 살아있고, 서로를 포용한다면 욕구는 다시 상승할 거야. [208]


이별의 의미

임종의 자리에서 나의 유아기적인 사랑은 성장한 딸의 성숙한 사랑으로 승화되었지. [213]

갱년기는 사다리를 오르는 것

죽음의 그림자

도착?

해결되지 않은 슬픔은 우리가 어디를 가든지 따라오지. [227]

남편과 나는 새로이 결산을 했어. 우리가 삶에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가 어떤 부분에서 본질적인 것을 놓치고 있는가?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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