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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1일 11시 56분 등록

저자 연구

사마천(司馬遷: BC. 145? ~ 90?)

전한 시대의 역사가로 중국 최고의 역사가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을 넘어 동양 최고의 역사서로 손꼽히고, 외국인들이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읽는다고 알려진 <사기>를 썼다.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기원전 145년에 섬서성 용문에서 사마담(司馬談)의 아들로 태어났다. 천문역법과 도서를 관장하는 태사령(太史令)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시절부터 고전문헌을 두루 읽고 컸다. 10세 즈음에는 고문을 완전히 깨쳐 10대 초부터 강남, 강북의 여러 지방을 두루 편력했으며 산동과 하남을 거쳐 수도 장안에 들어갔고 20세가 되던 해에는 낭중(郎中: 황제의 시종)이 되어 무제를 수행하여 사천에서 운남 등 중국 각지를 여행하며 역사의 무대를 직접 방문했다. 그저 기존의 자료만 정리해서 만든 역사서가 아니라 실제로 역사가 일어났던 지역을 방문하고 고증하는 등 발로 움직여서 저술했기 때문에, 2,0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동양 최고의 역사서로 칭송받는 <사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가 사기를 완성할 수 있었던 데는 두가지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

한 가지는 그가 30대 중반 즈음이던 BC. 110년 아버지의 죽음이다. 한 무제 시절에 태사령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직업과는 별개로 <전국책(戰國策)>, <초한춘추(楚漢春秋)> 및 제자백가(諸子百家)에 의거하여 사서(史書)를 저술했지만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하면서 아들에게 역사서를 완성할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이에 사마천은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태사령이 되면서 황실 도서에서 자료를 수집했고 사기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사건은 BC99, 그가 48세가 되던 해에 벌어졌다. 그는 흉노의 포위 속에서 투항할 수 밖에 없었던 이릉(李陵) 장군을 변호하다가 무제의 화를 사서 궁형(宮刑)을 당하고 말핬다. 사실 그에게는 사형 등 다른 선택지도 있었지만 사형보다 더 치욕스럽다는 궁형을 선택했던 건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사마천은 죽지 못해 사는 치욕스러운 삶을 이어가며 옥중에서도 저술을 계속하였다. 4년 뒤에 무제의 용서를 받고 환관의 자격으로 중서령(中書令)에 복직하여 저술 활동을 계속하였으며 마침내 <사기>를 완성하였다. 개인의 삶으로 보자면 너무도 불행하고 치욕적이었겠지만 어쩌면 궁형이라는 불행이 그가 <사기>를 저술하는데 집중하고 완성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게 했으니 그의 삶만으로도 천재 또는 영웅들의 삶의 아이러니와 아픔을 볼 수 있는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개정판 역자 서문

8 가진 것이 많았어도 성공하지 못한 자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자들도 적지 않았으며, 또 많은 이들이 수성에 성공하지 못하고 모래성 무너지듯 힘들게 쌓아 올린 탑을 무너뜨린 경우도 보면서 타고난 능력과 자질 못지않게 자신이 몸담은 세상에서 올바르게 처신하는 자세도 중요한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제 아무리 용기와 배짱을 지니고 있더라도 늘 겸허함을 지니고서 자신을 낮추며 세상의 흐름을 살펴보아야 하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단순히 승부사적 기질만 가지고 무모한 사마귀처럼 앞만보고 돌진하려는 자는 도리어 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역사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다. 수천년 전에 있었던 일이 지금 나의 삶에 무슨 상관일까 싶지만 인간의 본질은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현재의 나를 뒤돌아보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배우게 된다.

 

역자 서문

12 개나 닭 울음소리를 흉내내는 재주로 맹상군의 목숨을 구한 계명구도(鷄鳴狗盜) 고사의 주인공이나, 3년이 넘게 방 한구석에서 밥이나 축내다가 자천(自薦)이라는 형식을 통해 재능을 과시한 모수(毛遂)도 이들 중 하나이다.

3년이나 방구석에서 밥만 축내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밥을 축내면서 무슨 일을 했었는지 궁금하다. 창조적인 일은 쉴 때 벌어진다는 말이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그냥 시간만 버리고 밥만 축내는 줄 알았는데 그 시간에 바쁠 때는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고 숨었던 능력을 찾기도 한다. 진짜로 밥만 축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16 최근 중국에서 200여 명의 학자가 힘을 모아 번역 출간한 <이십사사전역(二十四史全譯)>(한어대사전출판사, 2004, 88) 가운데 <사기>(2)는 해제에서 사마천이 마르크스의 유물론 사상의 실천자임을 전제로 하고 번역에 임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이 번역에 이념성이 개입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감히 생각해 본다.

번역을 했던 사람으로서 동감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 그럼 번역가의 생각은 전혀 개입되지 않는게 맞는 걸까? 어떤 책은 번역가의 생각이 너무 개입되어서 원전이랑 전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번역은 제 2의 창작이라 변명하기도 한다. 그동안은 이념이나 생각이 많이 개입되지 않는 실용서적을 번역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다른 종류의 책을 번역하게 되면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해제

23 물론 사마천의 기술 방식이나 자료 선정 방법 등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00년 전이라는 시간적 의미로 볼 때, 정말 이 정도로 완벽한 체제를 갖춘 역사서가 어떻게 가능했는가 하는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오게 된다.

그러게. 요즘처럼 방대한 자료가 데이터베이스화 돼서 잘 정리된 것도 아닌데어떻게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을까? 읽으면서도 이름이 많아서 헷갈리고 짜증났었는데, 이런 자료를 모으고 정리해서 책을 쓴 사람도 있다. 읽는 것만이라도 감사하며 제대로 하자.

 

30 <사기 열전>의 독특한 인물의 선택, 서술 방식은 역사는 결코 지배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34 격동의 시대를 약 120여 명이라는 비운의 인물을 통해 그려 냈으니 결국 사마천에게는 비극이야말로 아닌 게 아니라 시대의 표징이었던 셈이다.

슬프다. ‘비극이 아닌 희극의 역사는 없는 걸까?

 

35 <사기 열전>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물음에 대해 다양한 해답을 제시한다. 사마천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리고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겪는 고충을 거의 모든 인물이 똑같이 겪었음을 역사적 사실을 통해 말해 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대에 맞선 자, 시대를 거스른 자, 그리고 시대를 비껴간 자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

사마천은 인간 사회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대립과 갈등, 배반과 충정, 이익과 손실, 물질과 정신, 도덕과 본능, 탐욕과 베풂 등 양자택일의 기로에 선 인간을 제시하고, 그런 갈등 자체가 인간이 사는 모습임을 강조한다

 

1.     백이열전(伯夷列傳)

68 사마천이 이 편을 쓴 의도는 단순히 수양산에서 굶어 죽은 백이와 숙제의 행적을 기록하려 했다기보다는 도도히 흐르는 역사 속에서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에 궁형(宮刑)을 당한 자신을 빗대어 쓴 것이다. 특히 하늘이 도(天道)에 대해 옳고 그름(是非)의 의문을 던지면서 세상 이치의 냉엄함에도 주목하고 있다.

 

왜 유가 경전에는 허유와 무광 등의 사적이 없을까?

백이와 숙제는 정말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을까?

74 그러나 백이와 숙제는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의롭게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산(首陽山)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뜯어 먹었다.

요즘 사람인 나의 시각으로는 그냥 고집쟁이 노친네들로 밖에 안 보인다. 뭐가 중한걸까?

 

74 저 서산(西山)에 올라 고사리를 캤네

폭력으로 폭력을 바꾸었건만 그 잘못을 모르는구나. ~

마침내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다.

 

착한 이가 곤경에 빠지는 것이 하늘의 도인가?

76 요즘 시대에 들어서면서 하는 행동은 규범을 따르지 않고 오로지 법령이 금지하는 일만을 일삼으면서도 한평생을 편안하게 즐거워하며 대대로 (부귀가)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걸음 한 번 내딛는 데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을 할 때도 알맞은 때를 기다려 하며, 길을 갈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고, 공평하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서 하지 않는데도 재앙을 만나를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나는 매우 당혹스럽다. 만일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라면 옳은가? 그른가?

그때나 정말로 요즘이나 비슷한 것 같다. 아니 전 시대를 통틀어 착한 사람들이 어려운 일을 겪고 오래 못사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래서 구세주를 기다리고, 내세를 믿고 죽어서 받을 복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지라도 않으면 인생이 너무 억울하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현세가 유지가 안 될 듯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야 1000리의 길을 갈 수 있다.

77 “부귀가 찾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말채찍을 잡는 천한 일자리라도 나는 하겠다. 또 만일 찾아서 얻을 수 없다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좇겠다.”

논어를 읽을 때도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로 꼽았었다. 지금도 그때의 생각이랑 같다. 뭐 몇 달 지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78 “같은 종류의 빛은 서로 비추어 주고, 같은 부류들은 서로 어울린다.”

구름은 용을 따라 생기고 바람은 범을 따라 일어난다. 성인이 나타나야 만물도 다 뚜렷해진다.” ~

안연이 학문을 돈독히 했지만 천리마(공자를 비유함)의 꼬리에 붙었기에 행적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바위나 동굴 속에 (숨어 사는) 선비들은 때를 보아 나아가고 물러나지만 훌륭한 명성이 묻혀 거론되지 않는 것이 슬프구나! 시골에 묻혀 사는 사람 중에 덕행을 닦아 명성을 세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도 지고한 선비를 만나지 못한다면 어떻게 후세에 (이름을) 남길 수 있겠는가?

그렇다. 천리마의 꼬리에 붙던, 거인의 어깨 위에 오르던지 해야 그나마 100리라도 가고 멀리 볼 수 있다. 천리마와 거인을 알아보고 곁에 있을 수 있는 것도 큰 능력이다.

 

2.     .안 열전(管晏列傳)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84 “~내가 일찍이 세 번이나 벼슬길에 나갔다가 세 번 다 군주에게 내쫓겼지만 포숙이 나를 모자란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것은 내가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

나를 낳아 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자(鮑子, 포숙)이다.”

 

84 포숙은 관중을 추천하고 자신은 그의 아랫자리에 있었다. (포숙의) 자손들은 대대로 제나라의 봉록을 받으며 봉읍지를 10여 대 동안 가졌으며 늘 이름 있는 대부가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관중의 현명함을 칭송하기보다는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포숙을 더 찬미하였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요즘에야 말로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저절로 갖게 되지는 않는 법. 사람보는 눈을 키우려면?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안다

85 “ 창고에 물자가 풍부해야 예절을 알며,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야 명예와 치욕을 알게 된다. ~ 수원(수원)에서 물을 흘러가듯이 명령을 내리면 그 명령은 민심에 순응하게 된다.”

 

군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에게 뜻을 드러낸다

87 (안영은) 조정에 나아가서는 임금이 물으면 바른말로 대답하고, 묻지 않을 때에는 곧은 몸가짐을 하였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명령을 따랐지만 도가 없으면 그 명령만을 따르지는 않았다.

 

88 “제가 죄인의 몸일 때 저 옥리들은 저에 대해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깨달은 바가 있어서 속죄금을 내어 저를 구해주었으니 이는 저를 알아준 것입니다. 저를 알아주면서도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면 진실로 죄인의 몸으로 있는 편이 낫습니다.”

 

90 “오늘날 안자가 살아 있다면 나는 그를 위해 채찍을 드는 마부가 되어도 좋을 만큼 흠모한다.”

 

3.     노자. 한비 열전(老子韓非列傳)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깊숙이 숨겨 둔다

95 “당신이 말하는 사람들은 뼈가 이미 썩어 없어지오 오직 그들의 말만이 남아 있을 뿐이오. 도 군자는 때를 만나면 달려가지만, 때를 만나지 못하면 쑥처럼 이리저리 떠도는 모습이 되오. 내가 듣건대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깊숙이 숨겨 두어 텅 빈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군자는 아름다운 덕을 지니고 있지만 모양새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였소. 그대의 교만과 지나친 욕망, 위선적인 모습과 지나친 야심을 버리시오. 이러한 것들은 그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소.”

명품도 비루한 사람이 들면 짝퉁처럼 보인다. 사람이 명품이면 오히려 명품에 집착하지 않는다. 군자는 아름다운 덕을 과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겠지. 겉모습은 어리석어 보였을지 몰라도 한마디만 해도 덕을 풍기지 않았을까? 알아본 사람들은 알아본다.

 

97 “길이 다르면 서로 도모하지 않는다.”

 

관리가 되느니 더러운 시궁창에서 놀리라

98 “천금(千金)은 박대한 이익이고 경상(卿相)이란 높은 지위지요. 그대는 어찌 교제(郊祭, 고대 제왕이 해마다 동짓날에 도성의 남쪽 교외에서 하늘에 올린 제사)를 지낼 때 희생물로 바쳐지는 소를 보지 못했습니까? 그 소는 여러 해 동안 잘 먹다가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결국 종묘로 (끌려) 들어가게 되오. 이때 소가 (몸집이) 작은 돼지가 되겠다고 한들 어찌 그렇게 될 수 있겠소? 그대는 빨리 돌아가 나를 욕되게 하지 마시오. 나는 차라리 더러운 시궁창에서 노닐며 스스로 즐길지언정 나라를 가진 제후들에게 얽매이지는 않을 것이오. 즉을 때까지 벼슬하지 않고 내 뜻대로 즐겁게 살고 싶소.”

 

형명지학의 대가 신불해

용의 비늘을 건드리지 말라

101 유세의 어려움은 내 지식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아니고, 내 말솜씨로 뜻을 분명히 밝히기 어렵다는 것도 아니며, 또 내가 감히 해야 할 말을 자유롭게 모두 하기 어렵다는 것도 아니다. 유세의 어려움은 군주라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파악하여 내 주장을 그 마음에 꼭 들어맞게 하는데 있다.

매우 당연하고 쉬운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다.  

 

102 말을 꾸미지 않고 간결하게 하면 아는 게 없다고 하찮게 여길 것이고,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말이 많다고 할 것이며, 사실에 근거하여 이치에 맞는 의견을 말하면 소심한 거쟁이라 말을 다 못한다고 할 것이고, 생각한 바를 거침없이 말하면 버릇없고 오만한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유세의 어려운 점이니 마음속에 새겨 두어야 한다.

유세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장점을 아름답게 꾸미고 단점을 덮어 버릴 줄 아는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계책을 지혜로운 것으로 여긴다면 지나간 잘못을 꼬집어 궁지로 몰아서는 안 된다. 자신의 결정을 용감한 것이라고 여기면 구태여 반대 의견을 내세워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더라도 그 일의 어려움을 들어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103 재상 이윤(이윤)이 요리사가 되고, 백리해(百里奚)가 포로가 된 것은 모두 군주에게 등용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성인이면서도 이처럼 자기 몸을 수고롭게 하고 천박한 일을 겪은 뒤에 세상에 나왔다. 그러므로 재능 있는 인재라도 이러한 일을 부끄러워할 것이 없다.

재능이 있는 인재들은 그런 일을 하더라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재능이 없는 사람들이야 말로 하찮은 일이라 여기며 부끄러워해서 그런 일조차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잘하는 사람은 뭘 해도 잘하더라. 재능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본다. “It’s Attitude, not Aptitude” 영어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104 이웃집 사람과 관기사가 한 말은 모두 옳으나 심한 경우는 목숨을 잃고 가벼운 경우는 의심을 받았다. 이는 안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어렵다는 뜻이다.

 

105 용이라는 벌레는 잘 길들여 가지고 놀 수도 있고 그 등에 탈 수도 있으나, 그 목덜미 아래에 거꾸로 난 한 자 길이의 비늘이 있어 이것을 건드린 사람은 (용이) 죽인다고 한다. 군주에게도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유세하는 사람이 군주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아야 성공한 유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용을 벌레라고 하다니기개가 대단하다고 해야할까?

 

4.     사마양저 열전(司馬穰苴列傳)

109 전쟁만큼 큰 죄악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춘추 전국 시대에 전쟁은 필요악이었다. 법가에서는 부국강병을 주장하면서 전쟁을 통하여 전쟁을 없애는 이전거전(以戰去戰)’이론을 제시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병가들도 어떻게든 승리하여 적을 소멸시키고 자신을 보존하는 일에 주요 관심을 두었다.

 

약속은 생명과도 같다

병사들을 감동시킨 용병술

113 (양저는) 병사들이 머무는 막사와 우물, 아궁이, 먹을거리, 질병을 물업고 약을 챙겨 주는 일도 몸소 보살폈다. 또한 장군에게 주어지는 물자와 양식을 모두 병사들에게 누리게 하였는데, 자신은 병사들 중에서도 몸이 가장 허약한 병사의 몫과 똑같이 양식을 나누었다. 이로부터 사흘 뒤에 병사들을 다시 순시하자 병든 병사들까지도 출정하기를 바라 모두 앞다투어 싸움터로 나갔다.

 

5.     손자. 오기 열전(孫子吳起列傳)

117 조조(曹操)가 주석을 달아 유명해진 손무의 병법은 일명 <손자(孫子)> 열세 편으로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병서일 뿐 아니라, 정교한 문체와 치밀한 구성 등으로 유명하여 세계 군사학에서 중요한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

오기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안목을 바탕으로 하여 용병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사마천은 오기의 각박함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다.

 

군령을 따르지 않는 병사에게는 죽음뿐이다

122 “신은 이미 명을 받아 장수가 되었습니다. 장수가 군에 있을 때에는 군주의 명이라도 받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123 “왕께서는 한갓 이론만 좋아하실 뿐 그것을 실제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이론이 아무리 좋아도 실용성이 없으면 소용 없다. 괴테도 그렇게 말했다.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적용해야 한다. 의도로만은 충분치 않다. 실천해야 한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진리는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급소를 치고 빈틈을 노려라

124 “지금 당신의 하급 말과 상대편의 상급 말을 겨루게 하고, 당신의 상급 말과 상대편의 중급 말을 겨루게 하며, 당신의 중급 말과 상대편의 하급 말을 겨루게 하십시오.”

왠지 사기 느낌이 난다. 성공을 위해서는 약간의 사기도 필요하다는 건가?

 

125 “어지럽게 엉킨 실을 풀려고 할 때는 주먹으로 쳐서는 안 되며, 싸우는 사람을 말리려고 할 때도 그 사이에 끼어들어 손으로 밀치려 해서는 안 됩니다. 급소를 치고 빈틈을 쳐 형세를 불리하게 만들면 저절로 해결될 것입니다.”

 

아내를 죽여 장수가 되다

128 오기는 제나라 여자를 아내로 삼았으므로 노나라 사람들이 그를 의심했다. 오기는 그리하여 이름을 얻기 위해 자기 아내를 죽여 제나라 편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2000년 전에는 여자를 동등한 사람이 아닌 재산정도로 치부했음이 분명하다. 자신의 관직 등용 등을 위해 아내를 죽였다니정말 뭐가 중요했던 걸까? 아니 아내는 다시 한명 더 구하면 된다, 그 정도의 의미였을까?

 

병사를 위해 고름을 빨다

130 “예전에 오 공(吳公, 오기)께서 우리 애 아버지의 종기를 빨아 준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용감히 싸우다가 적진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오 공이 지금 또 제 자식의 종기를 빨아 주었으니 소첩은 이 아이가 (어느 때 어디서) 죽게 될지 모릅니다. 이 때문에 소리 내어 우는 것입니다.”

그렇겠다. 오 공(吳公)의 관점에서 사건을 본 사람들은 오공의 장군으로서의 자질에 대해 칭송하겠지만 병사의 가족 입장에서는 참 가슴이 아픈 일이겠다. 역사뿐 아니라 한가지 사건도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면 같은 일도 다르게 해석된다. 범죄 드라마를 보면 종종 느낀다. 변호사와 검사, 누구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한가지 사건이 매우 다르게 느껴진다. 검사의 시선에서 보면 범인은 천하에 나쁜 놈이고 사형이라도 구형해야 마땅할 것 같지만 변호사의 시선에서 보자면 사건 자체가 잘못됐거나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경우도 많다. 물론 둘 중에 하나가 아주 잘못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당연하지만, 다양한 시선이 필요한 것 같다.

 

131 “ (나라를 다스리는 데 중요한 것은 임금의) 덕행에 있지 (지형의) 험준함에 있지 않습니다. 만일 임금께서 덕을 닦지 않으시면 배 안에 있는 사람은 모두 적국의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남보다 윗자리에 있는 이유

주군의 시체 위에 엎드리다

135 “~ ‘실천을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며, 말을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행동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손자(손빈)가 방연을 해치운 책략은 영명했으나, 일찌감치 (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당하는 재앙을 피하지는 못하였다. 오기는 무후에게 형세가 (임금의) 덕행만 못하다고 말했지만, 초나라에서 그의 행실이 각박하고 잔혹하며 인정이 적었으므로 그의 목숨을 잃었으니 슬프구나!”

하지만 말을 잘하는 사람이 기회를 많이 얻는 것은 사실이다. 말을 잘 못하면 실천을 잘하고 행동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릴 수 있는 기회 조차 얻기 힘드니어느 정도 자신을 잘 표현하는 것 말 또는 글로 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6.     오자서 열전(伍子胥列傳)

소인배의 참언을 믿고 친자식을 내치다

140 “왕께서는 어찌 참소를 일삼는 하찮은 신하 때문에 골육 같은 자식을 멀리하려고 하십니까?”

 

억울한 죽음을 가슴에 안고 떠나다

141 “~ 우리 두 자식이 그곳에 가면 아버지와 자식이 모두 죽게 됩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죽음에 무슨 보탬이 되겠습니까? (그곳으로) 간다면 원수를 갚을 길조차 사라지게 됩니다. 차라리 다른 나라로 달아났다가 힘을 빌려 아버지의 치욕을 씻는 것이 낫습니다. 함께 죽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

“(나 역시) 그곳으로 가더라도 끝내 아버지의 목숨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살기 위해서 나를 부르셨는데 가지 않았다가 나중에 치욕도 씻지 못하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 달아나라. 너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갚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서 죽음을 맞이하겠다

죽을 걸 알면서도 자식을 불러들이는 아버지, 자신은 죽더라도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를 바라며 동생을 도망보내는 형, 그리고 원수를 갚겠다고 도망가는 동생. 그리스 신화에 못지않는 비극이다. 옛날에는 왜 이렇게 비극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이 많았을까? <사기>가 이런 비극적인 인물들만 주로 모아놔서 그런가?

 

어찌 100금의 칼이 문제이겠는가

144 “~ (내게 욕심이 있었다면) 어찌 한갓 100금의 칼이 문제이겠습니까?

 

때가 아니니 기다리십시오

146 “백성이 지쳐 있어 안 됩니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합려는) 즉시 돌아왔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

148 “당신의 복수는 아마도 지나친 것 같구려! 나는 사람이 많으면 한때 하늘도 이길 수 있지만, 일단 하늘의 뜻이 정해지면 사람을 깨뜨릴 수도 있다.’라고 들었소. 일찍이 평왕의 신하가 되어 평왕을 섬겼던 그대가 지금 죽은 사람을 욕보이니, 이 어찌 천도(天道)의 끝까지 간 것이 아니겠소?”

 

악의 씨가 자라지 못하게 하라

151 “지금 오나라에 월나라가 있다는 것은 사람의 배 속에 병이 생긴 것과 같습니다. 그럼에도 왕께서는 월나라를 먼저 없애려 하지 않고 제나라를 치려는 데 힘쓰고 있으니, 어찌 잘못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

“~’옳고 그른 것을 거스르고 공손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가볍게는 코를 베고 무겁게는 목을 베어 이 땅에 악의 씨가 자라지 못하게 하라.’라고 하였습니다. ~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가볍게가 코를 베는 것이고 무겁게는 목을 베는 것이라니아무리 2000년 전임을 감안하고 생각해도 사람 목숨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말을 잘못했다고 발을 베거나 본을 보인다고 대장을 죽이고 충성심을 보이겠다며 아내를 죽이는 등, 너무 극단적인 일부의 경우라 <사기>에 등장한 거라 믿고 싶다. 사실 요즘에도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한 사건들이 많은가. 평범한 일들이라면 뉴스건 역사책에건 등장하지 않겠지. 수십, 수백만 명이 살육당한 홀로코스트, 제노사이드 등을 기록한 20~21세기의 역사를 읽으며 우리 후손들은 지금 세대가 끔찍한 살인광들의 세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성공하면 충신이고 실패하면 역적이다

156 “일이 성공하였다면 경()이 되었겠지만 실패하였으니 삶겨 죽어야 하는 것은 정녕 그 직분이다.”

 

156 “~ 일찍이 오자서가 오사를 따라 함께 죽었다면 어찌 땅강아지나 개미와 차이가 있었겠는가? 작은 의를 부리고 큰 치욕을 씻어 후세에까지 이름을 남겼으나 슬프구나! ~ 모든 것을 참고 견뎌 내어 공명을 이룰 수 있었으니 강인한 대장부가 아니면 어느 누가 이런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7.     중니 제자 열전(仲尼弟子列傳)

공자의 제자들과 공자가 존경한 사람들

밥 한 그릇과 물 한 바가지로 즐거워하는 안회

164 안연이 인()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자기의 사사로운 욕심을 이기고 바른 예()로 돌아가면 세상 사람들이 인으로 돌아가 것이다” (<논어>, 안연) ~

어질구나, 회여! 밥 한 그릇과 물 한 바가지로 누추한 뒷골목에 살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견뎌 내지 못할 텐데, 안회는 자기가 즐겨하는 바를 바꾸지 않는구나!” (<논어>, 옹야)

안회는 (배울 때 듣고만 있어) 어리석은 것 같지만 물러가 행동하는 것을 살펴보면 (내가 해 준 말들을)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안회는 어리석지 않구나!” (<논어>, 위정)

벼슬에 나가게 되면 도를 실행하고 물러나면 조용히 도를 즐길 수 잇는 사람은 오직 나와 너뿐이구나!” (<논어>, 술이) ~

내게 안회가 있은 뒤부터 제자들이 나와 더욱 친숙해졌다.” ~

안회라는 자가 있어 배우기를 좋아하고 노여움을 (남에게) 옮기지 않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는데, 불행하게도 젊은 나이에 죽었습니다. 지금은 (세상에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가) 없습니다.” (<논어>, 옹야)

여기에도 착한(인한) 사람이 바보같이 착하게 살다가, 살아서는 힘들고 어려운 삶을 유지하고, 그러다가 비참하게 일찍 죽는 경우를 보여준다. 내세가 없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효성스러운 민자건

덕행은 훌륭하나 몹쓸 병에 걸린 염경

166 백우가 악질(문둥병)에 걸렸을 때 공자가 문병을 갔다가 창문 사이로 손을 잡으며 말했다. “하늘의 운명이구나! 이 사람이 이런 몹쓸 병에 걸리다니, 운명이구나!” (<논어>, 옹야)

역시나 비슷한 경우다. 그래서 가인박명이라느니, 천재는 하늘이 질투해서 일찍 데려간다느니 등의 위로하는 표현이 생긴 것 같다.

 

얼룩소의 새끼라도 털이 붉고 뿔이 곧으면 제물로 쓸 수 있다

166 “얼룩소의 새끼라도 털이 붉고 뿔이 곧다면 사람들이 그것을 제물로 쓰지 않으려고 하여도 어찌 산천의 신들이 내버려 두겠는가?” (<논어>, 옹야)

 

사람의 성격에 따라 조언도 달라야 한다

168 “감히 여쭙겠습니다. 어째서 같은 질문에 달리 대답하십니까?.”

공자가 말했다. “염구는 머뭇거리는 성격이므로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준 것이고, 자로는 지나치게 용감하므로 물러나게 한 것이다.” (<논어>, 선진)

이 문장 역시 논어에서도 꼽았었다. 개별화의 재능이 있는 내가 꼭 배워야할 부분이다.

 

좋은 말을 듣고 실행하지 못했는데 또 좋은 말을 들을까 두렵다

168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하고) 게으르지 않으면 된다.”

 

169 “해진 솜두루마기를 걸치고서 여우나 담비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은 자와 함께 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사람은 자로일 것이다.” (<논어>, 자한)

 

군자는 죽더라도 갓을 벗지 않는다

172 “내가 자로를 제자로 삼은 뒤로 남의 험담을 듣지 않았거늘.”

 

자식은 태어난 지 3년이 지나야 부모 품을 벗어난다

173 “재여는 참으로 인하지 못하구나! 자식은 태어나서 3년이 지나야 부모 품에서 벗어난다. 그래서 삼년상이 세상에 널리 통하는 의식인 것이다.” (<논어>, 양화)

3년상이 여기에서 유래됐구나. 그러고 보면 인간은 참으로 효율적이지 못한 동물이다. 샬롯의 거미줄(Charlotte’s Web)이라는 동화책의 주인공 아기 돼지 윌버(Wilbur)는 태어난 지 두 달만에 삶의 허무함을 느끼며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인간은 홀로 일어서는데만도 3년이나 걸린다. “삶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또 깨닫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썩은 나무로는 조각할 수 없다

종묘의 제사 그릇 같은 자공

176 “그러나 가난하지만 도를 즐기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

쉬워 보이는데 막상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난한데 도를 즐기는 것도 어렵고 부유한데 부유함을 즐기지 않고 예를 좋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수천년전부터 공자님께서 그런 사람을 칭송하셨나 보다.

 

한 번 움직여 세상의 판도를 새로 짠다

180 용맹스러운 사람은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곤경에 빠진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지 않으며, 지혜로운 사람은 때를 놓치지 않고, 왕은 다른 나라의 후대를 끊지 않음으로써 의를 세웁니다.

 

닭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랴

흰 바탕이 있은 뒤에 색을 칠할 수 있다

186 공자가 말했다.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 이후의 일이다.”

자하가 여쭈었다. “예는 (인보다) 나중에 온다는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비로서 너와 더불어 <>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구나.” (<논어>, 팔일)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많이 듣고 삼가면 실수가 적다

187 “많이 듣되 의심나는 것을 버리고 그 나머지를 신중하게 말한다면 실수가 적을 것이다. 많이 보되 의심나는 것을 버리고 그 나머지를 신중히 실행한다면 뉘우치는 일이 적을 것이다. 말에 실수가 적고 행동에 뉘우침이 적으면 녹은 그 가운데 저절로 얻어진다.”

요즘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특히 보고 듣는 정보가 많고 그대로 옮기기도 쉬운 시대에 보고 들은 것들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옮겼다가 화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의심을 제대로 하고 잘 고르려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을 만한 배경 지식을 갖추고 취사 선택하는 연습을 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188 “~ 말에 진실과 믿음이 없고 행동에 독실함과 공손함이 없다면 비록 자기가 태어난 마을이라 하더라도 통용되겠는가?”

보통은 자기가 태어난 마을, 자기가 찌질했을 때의 모습을 아는 가족이나 가까운 이웃, 친구들이 더 안 믿는 것 같은데오히려 어느 정도 인격을 갖추고 성취를 이뤄서 명성이 난 후에 알게 된 사람들이 말에 진실과 믿음이 부족하고 행동에 독실함과 공손함이 없더라도더 잘 믿는 것 같다. 오죽하면 예수님도 태어난 마을에서는 배척당했다고 할까?

 

명망과 달()의 차이

189 “그것은 소문이지 달이 아니다. 대체로 달한 사람은 질박하고 정직하여 의를 좋아하고, 남의 말을 잘 듣고 표정을 잘 살피며, 깊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낮춘다. 이렇게 하면 나라에서나 집에서나 반드시 달하게 된다. 그러나 소문 난 사람은 겉으로는 어진 척하지만 실제 행동은 완전히 어긋나면서도 그러한 것에 물들어 조금도 의심 없이 행동한다. 이렇게 하면 나라에서나 집에서나 반드시 소문이 나게 된다.” (<논어>, 안연)

 

<효경>을 지은 증삼

사람은 말과 생김새로만 평가하면 안 된다

190 “나는 말 잘하는 것으로 사람을 골랐다가 재여에게 실수하였고, 생김새만을 보고 사람을 가리다가 자우에게 실수하였다.”

공자님도 외면으로만 판단하는 실수를 하셨구나. 그래서 이런 깨달음을 더욱 크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재능은 빼어난데 몸담고 있는 곳이 작다

배우고도 실행하지 않으면 부끄러운 일이다

192 “내가 듣건대 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도를 배우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을 병들었다고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가난하기는 하지만 병들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그런 말이 여기서 유래된 건가? 어쨌든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돈은 없어도 도를 실행하고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는 인간의 자부심(과 약간의 허세)는 비슷한 것 같다.

 

공자의 사위가 된 자장

공자의 조카사위가 된 남궁괄

지조를 지킨 공석애와 낭만주의자 증점

자식을 위하는 마음은 똑같다

<>의 전수는 끊이지 않았다

말만 잘하는 자를 미워한다

겸손한 칠조개

모든 일은 천명에 의해 결정된다

어진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198 “군자는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 “안으로 반성하여 꺼림칙하지 않다면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하겠느냐?” (<논어>, 안연)

스물 아홉에 머리가 하얗게 되어 굶어 죽었다는 안연에 대한 측은지심 때문일까? 안연에 관련된 고사나 그 장에 나온 문구는 모두 마음과 가슴을 무찔러 드는 듯 하다.

 

예와 의를 좋아하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얼굴이 닮았다고 하여 공자가 될 수는 없다

군자는 가난한 사람만 돕는다       

201 “자화는 제나라로 갈 대 살찐 말을 타고 좋은 갖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군자는 곤궁한 사람을 도와주고 부자에게는 보태 주지 않는다고 들었다.” (<논어>, 옹야)

너무나도 당연한 말인데한편으로 내가 정말 그렇게 실천하고 있나? 뒤돌아보게 한다.

 

신하는 임금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다

202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잘못을 저지르면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알려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하는 임금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것을 숨기는 것이 예이다.” (<논어>, 술이)

그렇게 보면 나도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잘못하면 알려주는 사람이 아직은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잘못을 알려줘도 알아먹지 못하거나, 알아 들어도 고치지 못하고 더 심하게는 알려준 사람을 부정하거나 원망하기 때문일 거다. 있을 때 잘 듣자.

 

8.     상군 열전列傳

등용하지 않으려면 죽이십시오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야 성공적인 유세를 할 수 있다

210 “저는 공에게 삼황오제의 도를 시행하면 삼대에 견줄 만한 태평성대를 누릴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주군께서는 나는 너무나 길고 멀어서 나는 기다릴 수 없소. 그리고 어진 군주는 자기가 자리에 있을 때 세상에 이름을 나타내는데 어찌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뒤에 제왕의 사업을 이루기를 기다릴 수 있겠소?’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강한 나라를 만드는 방법을 주군께 말씀드렸더니 주군께서 기뻐하신 것뿐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듣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도 될 것 같다.

 

옛것을 따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210 “의심스러워하면서 행동하면 공명이 따르지 않고, 의심스러워하면서 일을 하면 공도 세울 수 없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보다 고상한 행동을 하는 자는 정녕 세상 사람들에게 비난받기 마련이며, 혼자만 아는 지혜를 가진 자는 반드시 사람들에게 오만하다는 말을 듣게 마련입니다. 어리석은 자는 이미 이루어진 일도 모르지만 지혜로운 자는 움트기도 전에 압니다. 백성은 일을 시작할 때에는 더불어 상의할 수 없으나 일이 성공하면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가장 높은 덕을 논의하는 자는 세속과 타협하지 않으며, 큰 공을 이루는 자는 뭇사람과 상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나라를 강하게 할 수 있으면 구태여 옛것을 본뜨지 않고, 백성을 이롭게 할 수 있으면 옛날의 예악 제도를 좇지 않았습니다” ~

지혜로운 자는 법을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통제를 받으며, 현명한 자는 법을 고치고, 평범한 자는 얽매입니다.”

옛것도 만들어지던 당시에는 새 것이었고 지금의 새것도 후세에는 옛것이 된다. 전통은 옛것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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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법은 믿음 속에서 꽃필 수 있다

213 군주의 친척이나 종족이라도 싸워 공을 세우지 못하면 심사를 거쳐 족보에 소속되지 않도록 한다.

 

법은 위에서부터 지켜야 한다

214 “법이 시행되지 못하는 것은 위에서부터 그것을 어기기 때문이다.”

어쩜 이렇게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을까? 인간의 발전에 정말 회의가 드는 순간이다.

 

배 속에 있는 질병을 없애라

사람의 마음을 잃는 자는 망한다

217 “~ ‘그 자리가 아닌데 그곳에 머무는 것을 자리를 탐한다고 하고, 그 이름이 아닌데 그 이름을 누리는 것을 이름을 탐한다고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당신의 뜻을 받아들인다면 자리를 탐하고 이름을 탐하는 사람이 될까 두렵습니다. 그러므로 감히 명을 들을 수 없습니다.”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내지 말자. 수천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부터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까지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다.

 

221 “~ <>에서는 사람을 얻는 자는 흥하고 사람을 잃는 자는 망한다.’라고 했습니다.

 

9.     소진 열전列傳

새도 깃털이 자라지 않으면 높이 날 수 없다

227 “대체로 선비가 머리를 숙여 가며 배우고도 높은 벼슬과 영화를 얻을 수 없다면 (책을) 많이 읽은 들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1000리 밖의 근심을 버리고 100리 안의 근심부터 해결하라

어찌 어두운 곳에서 큰일을 결정하랴

231 “~ 제가 가만히 생각하기에 주군을 위한 계책으로는 백성이 편안하고 나라에 일이 없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일을 만들어 백성을 수고롭게 해서는 안 됩니다. 백성을 편안히 하는 근본적인 계책은 교류할 만한 나라를 고르는 데 있습니다. 교류할 만한 나라를 알맞게 고르면 백성은 편안할 수 있고, 교류할 만한 나라를 잘못 고르면 백성은 죽을 때까지 편안할 수 없게 됩니다.”

바로 요즘 우리 나라 얘기네. 그래서 <사기>가 동양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사서란 얘기를 듣는가 보다.

 

234 “현명한 군주는 밖으로는 적의 강함과 약함을 헤아리고 안으로는 병사의 자질이 뛰어난지 모자란지를 헤아려, 두 군대가 서로 싸울 때를 기다리지 않아도 이기고 지는 것과 죽고 사는 관건이 이미 가슴 속에 생기게 됩니다. 어찌 평범한 사람들의 말에 가려 어두컴컴한 곳에서 큰 일을 결정하겠습니까!

 

닭 부리가 될지언정 쇠꼬리가 되지 말라

싹이 돋아날 때 베지 않으면 결국 도끼를 써야 한다

과장된 몸짓 속에 가려진 진실을 보라

우환이 닥친 뒤에는 걱정해도 소용없다

245 “~ 신이 듣건대 (모든 일은) 혼란스러워지기 전에 다스리고 (해로운 일은) 일어나기 전에 대책을 세워 막아야 한다고 합니다. 우환이 닥친 뒤에 걱정하면 미칠 수 없습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혼란스러워지기 전에 세상이 혼란스러워질지 해로운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는 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그래서 수퍼 컴퓨터 등 큰 비용을 들여 예측 시스템을 만들지만 자연의 일, 그리고 인간의 일은 예상한 대로, 로직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는 게 더 큰 일이다.

 

247 “과인은 자리에 누워도 편하지 않고 음식을 먹어도 단맛을 알지 못하며, 마음은 달아 놓은 깃발처럼 흔들려 의지할 곳이 없었소. ~”

 

부귀하면 우러러보고 가난하면 업신여긴다

248 “이 한 몸도 부귀해지자 친척들이 두려워하고 가난하고 천하면 업신 여기는데, 하물며 뭇사람들임에랴! 만일 나에게 낙양성 주변에 밭이 두이랑만 있었던들 어찌 여섯 나라 재상의 인수를 찰 수 있었을까?”

 

원수를 버리고 든든한 친구를 얻어라

250 “굶주린 사람이 굶주리면서도 오훼라는 독초를 먹지 않는 까닭은 그것으로 배를 채울 수는 있지만 굶어 죽는 것과 똑 같은 해독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지금 힘이 약한 연나라가 기러기 행렬처럼 앞장서고 강대한 진나라가 연나라의 뒤를 봐주며 쳐들어온다면 천하의 정예 병사를 불러들이는 격이니 그것은 오훼를 먹는 것과 같습니다.”

현실에서는 당장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오훼와 같은 독초를 먹는 경우가 빈번하다. 오훼를 알아차리기도 어렵고, 알면서도 당장 눈 앞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먹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가난을 끊어줄 수 있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250 “신이 듣건대 옛날에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들은 화를 복으로 바꾸고 실패를 기회로 삼아 성공했다고 합니다. ~ 이것이 이른바 원수를 없애고 돌처럼 단단한 친구를 얻는 길입니다. 연나라와 진나라가 모두 제나라를 한 편으로 여긴다면 세상에서 감히 왕이 호령을 따르지 않을 자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빈말로 진나라를 따르게 하고 성 열 개로 천하를 얻는 것이니 패왕의 사업이라 하겠습니다.”

 

충신만이 죄를 짓는가?

253 “어찌 충성스럽고 신실하다고 해서 죄가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대체로 신의 허물은 불행하게도 이러한 것과 비슷합니다.”

 

사람을 속여 원수를 갚는다

소진이 남긴 사업을 이은 소대와 소려

257 “~ 이것은 군주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백성의 힘을 다 없애는 일입니다. 어찌 이것을 받아들일 만하겠습니까! 또 신은 자주 싸우면 백성이 피로해지고 오래 싸우면 병사들이 지친다고 들었습니다.”

전쟁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본인이 전장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아서 그러는 것 같다. 그들에게 전쟁은 벙커에서 작전 회의를 하고 스위치를 눌러 폭탄을 떨어뜨릴지 결정하고 피해를 모니터로 확인하는 게임 같은 것??

본인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 그렇게 쉽게 전쟁이라는 말을 못할 듯 하다.

 

257 “하늘의 기운이 그 나라를 돕지 않으면 비록 청제와 탁하가 있다 한들 어찌 그것으로 튼튼하게 지킬 수 있겠습니까! 백성의 힘이 없어지면 장성과 거방이 있다 한들 어찌 그것을 요새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

대체로 교만한 군주는 반드시 이()를 좋아하고 멸망하는 나라의 신하는 반드시 재물을 탐한다고 합니다.”

 

258 연나라 왕 쾌는 소대에게 이렇게 물었다. “제나라 왕은 천하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소?”

소대가 대답했다. “될 수 없습니다.” ~

무엇 때문이오?” ~ “(제나라 왕은) 자기 신하를 믿지 않습니다.”

 

자주색 비단이 흰색 비단보다 열 배 비싸다

261 지혜로운 자는 일을 처리할 때 화를 복으로 만들고 실패를 성공으로 바꿉니다. 제나라 사람들의 자주색 비단은 질이 나쁜 희색 비단을 물들인 것이지만 그 값은 열 배나 비싸고, 월나라 왕 구천은 일찍이 회계산으로 쫓겨났지만 오히려 강대한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제패하였습니다. 이러한 것은 모두 화를 복으로 만들고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 일입니다.

자주색 비단이 질이 나쁜 비단을 물들여서 만드는 줄은 몰랐다. 옛날부터 자주색, 보라색은 비싸서 귀족을 상징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은 질이 나쁜 비단을 염색한 거 였다니비단이나 비단 생산자 입장에서는 전화위복이고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 일인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그 비단을 사서 입은 귀족의 입장에서는 우롱당했다는..?? 아니 겉모습만 좋으면 괜찮다는?? 그런 속임수의 느낌이 든다.

 

정의로운 행동만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268 “~ 소진이 보통 사람의 집에서 일어나 여섯 나라를 연합시켜 합종을 맺게 한 것은 그 지혜가 보통 사람보다 뛰어났다는 사실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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