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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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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2일 01시 07분 등록
◎ 인용

Ⅰ. 첫 만남

또한 한국은 ‘고립’이라는 개념과 연결된다. 섬이라는 지리적 위치, 산과 숲, 혹한의 겨울로 인한 자연적 고립뿐 아니라 문화적 고립은 외적으로 속국의 수모를 겪어가면서까지 정치적 평화를 지키려는 한국의 태도, 내적으로는 외국 사절들을 고립시키고 항시 감시하는 태도에서 나타난다.
(p. 29)

문화와 자연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19세기 유럽에서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의 주요 특징이 자리를 잡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은둔자’이다. 은둔자는 자연적 요소와 문화적 요소의 긍정적 측면을 종합한 산물이다. 이것은 18세기에 이르러 ‘자연인’의 이미지와 ‘동양의 현자’의 이미지로 구체화되어 한국이라는 ‘타자’인식에서 양대 기둥의 역할을 하게 된다.
(p. 30)


Ⅱ. 동양의 끝, 한국에의 접근

볼테르는 18세기의 이 모든 학자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가장 위대한 중국 예찬론자였다. 그가 선교사들의 기록을 활용한 것은 특히 자신의 역사적 저서에서였다. 선교사들의 자료를 접하면서 볼테르는 중국의 오랜 역사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중국의 역사는 기독교적 역사편찬의 한계에 머물러 있던 유럽의 역사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 62)

여기서 우리는 선교사의 글 가운데 한국인의 성격과 관련된 최초의 언급을 목격한다. 한국인은 자기 것을 방해받는 것을 싫어한다. 이미 드 루브룩의 글에서 외국 사절들이 거처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한국인의 태도에 대한 기록이 있었고, 또한 하멜도 한국에서 탈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묘사했다. 그 밖에 다른 자료들도 한반도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리적 이유들을 들거나 접근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다.
(p. 66)

라페루즈에게는 두 개의 한국이 있다. 잘 관리된 논밭이 있는 제주도의 한국과 볼모지와 야만성이 존재하는 북쪽의 한국이 그것이다. 라페루즈는 계몽주의와 합리주의 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유토피아적으로 동방을 바라보던 방식, 수치들만 나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그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했다. 이는 훗날 대지와 자연의 연구를, 풍경을 보는 즐거움과 연계시키는 낭만주의 사조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은 동양의 현자와 착한 미개인의 나라만이 아닌 ‘아름다운 풍경의 나라’로 묘사된다.
(p. 84)


Ⅲ. 고요한 나라로의 방문

한국인의 가장 큰 덕목은 인류애를 존중하는 선천적인 마음과 그것을 매일 실행하는 자세이다. 앞서 우리는 (한국의) 다양한 모임들, 특히 가족이 얼마나 협심해 서로 지키고 격려하고 밀어주고 도와주는지를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우의는 친척이나 단체의 경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상호 부조와 모든 이들을 극진하게 대접하는 자세는 한국인의 성격의 주요특징을 이루는데, 이는 현대문명의 이기주의에 빠져 침략을 감행한 우리 민족보다 한국인들을 우위에 서게 만드는 그들의 장점인 것이다. - 「한국교회사」
(p. 107)

한국의 산은 따라서 대부분의 이야기 속에서 입문의 역할을 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뭔가를 찾아 떠난' 주인공들은 산을 통해서 자신의 '길'을 찾게 된다. 산은 단순한 배경으로 머무는 대신 한국 우화에서 비중 있는 요소가 된다. 산을 넘어가는 것은 주인공들이 느끼는 결핍을 채워줄 본원적 자기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야생의 자연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모든 성숙에 수반되게 마련인 시련을 겪는 곳이다.
(p. 142)

한국 우화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적 정서에 있다. 단수난 구조 속에서 이 우화들은 유교적 원칙을 통해 전통사회의 사회적 일체감을 재확인하고 있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운명만을 다루는 프랑스 동화들에 비해, 한국의 우화는 사회의 공동체적 균형유지에 참여함으로써 신화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p. 143)

이 우화들은 전통사회의 균형을 개인의 성공보다 중시한다. 현실세계의 왕들은 유럽의 동화에서처럼 유토피아적이고 접근 불가능한 세계에 사는 동화적이고 멋진 인물들이라기보다는, 덕과 존경을 우선시하는 공자의 인간주의를 바탕으로 정의로운 세상을 지켜가는 인물들이다.
(p. 144)


Ⅳ. 세기 전환기의 한국 체험

에밀 부르다레가 표현한 한국의 이미지는, 선량하고 지적인 민족과 발전을 저해하는 미심을 믿고 있는 민족, 비옥하고 회화적인 야성의 풍경과 더럽고 애처로운 도시의 풍경, 찬란한 과거와 폐허의 현재라는 대립구도를 중심으로 전달된다. 따라서 20세기초 한국에 대해 다루어졌던 주요 주제들은 모두 '겨우 깨어나' 또다시 '깊은 잠 속에 빠져드는' 나라, 이해할 수 없고 침투할 수 없는, 양면성을 지닌 나라에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p. 172)


Ⅴ. 동양의 신비와 근대적 현실

프랑스인이나 영국인, 끔찍하고 노골적인 방법으로 아무 데서나 자신들이 '일그러뜨리는' 대지에 대해 가차 없이 행동하며, 탐욕스런 손으로 최대한 먼 데까지 시선을 두면서 야만스럽게 자신들의 거처를 짓는 데만 골몰해 있다. 그들은 눈앞의 풍경에 마음대로 손을 댄다. 그와 반대로 동양인은 위엄 있는 경치를 피해갈 줄 안다. 복잡다단한 양상과 다양한 선들이 있는 곳에서는 시각과 풍경간의 미묘한 합의를 일으키지 못해 머물기에 적당하지 않은 것이다. - 폴 클로델
(p.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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