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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5일 04시 46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정 민(196113일생)

충북 영동.  <조선 후기 문장이론>으로 박사학위받음. (2012) 한양대학교 국문학과교수,

학회활동 : 한국도교사상연구회, 한국한문학회, 한국18세기학회, 한국도교문화학회. 한국시가학회

      논문: 국내 50여편. [고전문장이론에서 의 문제에 대하여] [고전문학연구] [16,7세기 당풍에 있어서 낭만성의 문제] [한국시가연구]

 

저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고전의 트랜스레이터translator’. 라고 말한다. 국학자의 역할은 대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맥락을 짚어주고 해설을 하는 것

 

저서 : [조선후기 고문론 연구][꽃피자 어데선가 바람불어와] [한시미학산책][숲속의 문화 문화속의 숲] [마음을 비우는 지혜] [돌위에 새긴 생각][삶을 바꾼 만남]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조선의 차문화] 36 38권의 책을 냄

 

다산 지식경영법을 쓰고 난 후의 <메모>

 

2005년 미국에 안식년을 떠나기 전 연구실로 찾아온 김영사 편집팀과 얘기를 나누다가 누군가 18세기 지식경영의 모범 사례로 다산 정약용의 작업 메카니즘과 프로세스를 책으로 엮어내면 근사할 것이라고 내가 말했다. 말하는 순간, 결국 이 일은 내가 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막상 안식년을 가서 처음 6개월은 판판이 놀다가, 해가 바뀌어 이국에서 구정을 맞고 보니 이런저런 감회가 없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놀아도 괜찮은 건가 싶어, 그날부터 집 근처 프린스턴대학 동아시아 도서관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이 작업을 시작했다. 메모는 집 근처 카네기 호수를 매일 뛰면서 조금씩 해둔 것이 있었다. 그 미로 같은 도서관 구석에 캐럴을 하나 받아서 내 이름을 붙여 놓았다. 2006 2 13일 쯤이었던 듯 하다. 돌아갈 날짜에 8 31일이 적혀 있었다. 이때부터 몰두해서 거의 하루에 한 꼭지씩 썼다. 한 꼭지가 완성될 때마다 홈페이지에 올렸다. 30개쯤 쓰자 서울에 있던 제자가 선생님 이제 그만하시지요 했다. 나는 처음부터 50꼭지를 쓰겠다고 공표하고 쓰기 시작한 터였고, 한창 가속도가 붙어 있던 상태여서 속으로 어림없는 소리! 라고 말했다. 작업은 뒤로 갈수록 지치기는커녕 더 쌩쌩해졌다. 나로서도 아주 낯선 경험이었다. 다산 식의 지식경영이 준 개가라고나 할까? 더 놀라웠던 것은, 다산관련 연구서와 다산의 여유당전서, 심지어는 다산이 작업하면서 인용하고 참고했던 중국 책까지 이 도서관에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다산시문집> 9책만 들고 왔는데도 다른 자료를 더 가져올 필요가 없었다. 도서관의 위력을 톡톡히 맛보았다. 얼마나 부러운 시스템인지. 다산은 연암만큼 매력적 이진 않지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위대한 정신이다. 나는 이 작업 이후 오래 동안 다산에게 붙들려 지낸다. 꼼짝 못하고 있다. <다산어록청상>은 이 작업의 낙수로 마련된 것이다. 다산과 관련한 작업은 앞으로도 두 어권 이상 더 나와야 할 것이다.

 

저자의 큰 스승 :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연암은 높고 깊고, 다산은 넓고 크다 라고 말한다.  연암은 공부하는 사람에게 화두를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스승이라면 다산은 제자들에게 따라야 할 매뉴얼을 제시하고 그대로 따라오게 한다.

 

저자의 학문에 관한 생각들

 

한문학: 선조들의 삶의 갈파를 하나하나 들춰내는 작업, 고전을 연구하는 의미 : 인간의 정신이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기본적으로 같은 것. 고전은 디지털 문화와 달리 인간의 체온을 실어 나를 수 있는 힘이 있음. 인간의 체온을 가진 정보가 고전의 힘

 

첫 번째 책은 1996년 고전에 담긴 전통의 가치와 멋을 현대의 언어로 되살린 한시미학산책’, 2010년 개정판 출간. 저자의 글쓰기 지론은 상동구이尙同求異, 옛 것을 그대로 떠라 해서도 안되고, 옛 것과 완전히 달라서도 안 된다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짧은 시간에 내는 방법,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에 소개된 촉류방통법(觸類蒡通法 묶어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어망득홍법(魚網得鴻法 동시에 몇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라)이다. 새로운 자료가 발견되면 논문으로 발표하거나 잡지에 연재를 하고 그것들을 주제별로 묶어서 책일 냄.

 

글쓰기 자세: 자료보다는 자료를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글을 쓰면서 대중적인 것을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고. 다만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과 언어로 쓴다. 그 결과 대중적인 될 수 있음. 두 번 소리 내어 읽어본다. 소리 내어 읽을 때 자연스러워야 그 리듬이 살아있고 내용도 전달이 잘 된다.

 

자료관리 : 삼단으로 된 둥근 자료집이 있음. 원통형으로 된 것인데 파일이 빼곡히 꽂혀있다. 일명 종자모음이다. 필요한 정보를 모아 분류해 놓다 보면 그것이 다 책이나 논문의 종자로 소용된다.  그런 파일에 담긴 정보, 자료가 그 때 거기지금 여기닫힌 물꼬를 트는 종자역할을 한다.

 

저자에 대한 인문학계의 평가: 학계에서는 주석이 주저리주저리 달린 논문 식 문체를 학자들에게 요구한다. 그래서 저자의 책에 대하여 학계에서는 불만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무리 학계에서 연구를 해서 발표해도 이를 읽어줄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

 

취미: 붓글씨, 다산과 연임의 글을 따라 적는 연습을 한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답답할 때는 경기도 마석의 수종 사를 찾는다고 한다. 다산이 즐겨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스승에 대한 생각……

 

배움의 시작은 무지의 자각. 자신의 모자람을 모르면 배움을 청할 겸손을 지니기 어렵다.

스승에 대한 존경의 시작은 스승의 크기를 인식하는 순간. 인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무지에서 몇 걸음 나아가야 한다. 나의 무지에서 벗어나야 스승의 크기를 헤아릴 수 있다. 스승의 크기를 볼 눈이 없다면 마중물 정도의 배움에서 자기의 잘난 맛에 스승을 이리저리 재단하게 된다. 그쯤에서 그친다면 스승에게서 무지의 갈증을 해소할 우물물을 길어 올릴 수 없다.  스승에 대한 사랑의 시작은 스승의 흉허물을 바라보게 된 후부터. 그때 등을 돌리는 자와 스승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인간인 스승을 품고 사랑하는 자로 패가 나뉜다.

 

선생님! 제가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꼭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한 것입니다.”


내가 말했다.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가 있다.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한 것이 문제다. 둘째로 글 짓는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 게 병통이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대저 둔한데도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진단다. 답답한데도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 하게 된다. 천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뚫는 것은 어찌 하나?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저자의 연구방법에서 조지프 캠벨이 했던 독서방법과 같은 맥을 가지고 있다. 연암을 10년 넘게 공부하다 박제가 이덕무를 보게 되었고 18세기 지식정보에 어떤 변화가 왔는지 메커니즘의 문제에 관심이 생겼고, 왜 변화가 있었을까? 이런 사고가 어떻게 용인 되었을까? 기존의 가치와 어떻게 대립하고 융화했을까? 이것을 연구하다 보니 그 끝에 다산이 있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교육자로 가지고 있는 원칙

연암의 말을 인용한다.

 

시비와 이해의 두 저울이 있고, 행동에는 네 개의 결과가 나온다.

첫째: 옳은 일을 해서 좋게 되는 경우

둘째 : 옳은 일을 해서 해롭게 되는 경우

셋째 : 나쁜 짓을 해서 이익을 보는 경우

넷째 : 나쁜 짓을 해서 해롭게 되는 경우

 

첫째와 넷째는 문제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선택인데 오늘날의 교육은 세 번째를 요구한다.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이여야 하고, 옳은 일을 하다 손해 보는 것은 바보라고 말한다. 교육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중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다.

 

첫 번째 선택은 드물다. 두 번째는 싫다. 세 번째를 하려다가 네 번째가 되어 버리는 게  인생이다. 두 번째 판단에서 어디에 우선 가치를 두느냐 에서 삶이 엇갈린다/ 내가 손해 보면서도 옳은 신념으로 버티는 힘을 공부가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본인의 교육법 : 다산보다 연암처럼 치고 빠지는 방식으로 가르치려고 한다. 기존의 관념적인 사고, 타성적 사유를 깨고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라고 요구한다. 학생들이 워낙 개성적인 개체다 보니 그 개성을 틔워주고 사고를 흐트러뜨리려고 노력한다. 늘 질문의 경로를 바꾸라고 얘기한다.

 

저자의 전공은 문장이다. 박사학위 논문이 조선 후기 문장론이다.

풍부하게 쓰되 한 글자도 남기지 마라

간략하게 쓰되 한 글자도 빠뜨려선 안 된다

어떻게 할 말을 다 하면서도 쓸데 없는 말, 빠뜨리는 말이 없을까 고민하고 연구했다.

 

조선 시대는 논술 시험으로 과거를 뽑았던 시대다. 글쓰기가 관인으로 출세하는데 가장 기본 요건이었다.

 

저자 글쓰기의 핵심은 형용사, 부사를 과도하게 쓰지 않는 것이다. 접속사와 긴 문장을 어떻게 더 쥐어짤까 고민한다. 글 쓰는 사람이 감정을 드러내면, 독자의 감정을 드러내는 기회를 막는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몰입하되, 절제와 거리 두는 일이 글쓰기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고전을 공부하기 전화 이후 어떻게 달라졌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깊이가 생겼다. 표피적으로 일히 일비 하기보다는 깊은 지점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근원적인 사유가 늘 바탕에 깔리게 된 셈이다. 연암을 통해 생각하는 방법을 배웠고, 다산의 합리적인 자료배열, 논리적 사고를 내 글쓰기에 더해보려고 한다.

 

登高自卑등고자비, 높은데 올라가려면 낮은 데부터 밟아서 올라가야 한다.는 말

중용의 진리. 공부는 돌탑 쌓는 일이다. 돌과 돌 사이에 여백 없이 촘촘하게 쌓아 올라가면, 마이산의 탑처럼 오랜 세월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다.

 

<나의 의견>

 

저자를 알게 된 첫 책은  누군가의 권유로 알게 된 정민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였다. 어린 자녀를 위하여 쓴 책이라고 했다. 자신이 이야기하는 정체성에 딱 맞는 집필동기이다. 고전의 트랜스레이터.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논문쓰기를 어려워하는 학생을 위한 책이라고 했다.  2005년 안식년을 떠나기 전 출판사 사람들과의 이야기도중에 생각해서 쓰게 된 책이다.  반 년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고 난 후에 썼다고 메모가 전한다. 평소 다산의 방식대로 초록을 하는 저자는 필요성을 느끼면 책으로 엮여 내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스스로도 이야기한다. 한 해에 엮어내는 책의 수가 너무 많아지면 독자가 힘들어할 까봐 수위를 조절한다고(?) 그렇다고 그의 책이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뭐라 할 말은 없다. 오히려 권장사항이겠지. 올해(2012) 저자는 다시 안식년이다. 지금은 하버드에 있는 옌칭연구소. 조금의 여유가 생겼는지 홈페이지에 하버드통신이란 제목으로 가끔 글을 올리고 있다. 그 동안 하지 못했던 공부도 하고 또 예전 안식년때 옆 짚에서 살던 사람들을 찾아 다니는 모습도 올리곤 한다. 연암을 붙들고 있다 다산을 알았다고 하는데 정작 저작물은 다산 것이 더 많다. 18세기 정보의 빅뱅이 오늘날의 모습과 닮아져 있고 그것을 해석하고 엮어내는 솜씨가 다산의 것이 유용한 탓이리라. 꼼꼼하고 치밀하면서도 운치를 아는 다산의 다양한 면모가 잘 정리되어 책으로 묶여있다. 한 줄 한 줄 버릴 것이 없다. 다만 따라 하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오기는 한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5 다산의 공부법을 정리한 것이다. 단순히 공부방법만 다루지 않고 정보판단과 지식편집의 문제를 염두에 두었으므로 지식경영법이라 하였다.

 

13 세상에는 지금도 정보가 차고 넘친다. 그런데 여기에는 가짜가 많고 진짜는 드물다. 정보가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정보는 너무 많은 데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다산의 그때도 그랬다. 서책은 홍수처럼 쏟아져나오고, 현장의 아우성은 높아만 가는데, 정작 정보에 대한 대응 속도나 욕구 대비 만족도는 시원치가 않았다.

 

14 그의 직업진행과 일 처리 방식은 명쾌하고 통쾌하다. 먼저 필요에 기초하여 목표를 세운다. 관련 있는 자료를 취합한다. 명확하게 판단해서 효과적으로 분류한다. 분류된 자료를 통합된 체계 속에 재배열한다. 작업은 여럿이 역할을 분담하여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일사 분란하게 진행되었다.

 

1강 단계별로 학습하라/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적지식경영

 

공부는 어떻게 시작할까? 생각은 어떻게 정리하고 간수하는가? 기초는 어찌 닦으며, 바탕은 어떻게 다지나? 공부도 첫 단추를 올바로 끼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른 길을 찾아서 지름길로 만들어라. 정보를 종합하여 분석하고 정리하라.

 

여박총피법(如剝蔥皮法) : 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라
껍질을 벗겨내라 / 문제를 도출하라 / 한 우물을 깊이 파라 / 뒤섞어 혼동 말라

 

25 미묘하고 정밀한 예법의 의리를 파헤치는 것이 마치 이 파의 겉껍질을 벗겨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신도 껍질을 속살로 알고 붙들고 있던 때가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계속 껍질을 벗겨내니 그제야 비로소 파의 속살이 나오고, 지금껏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제들은 버려야 할 껍질에 불과한 줄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많은 정보를 앞에 두고 처음에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가치판단의 문제다.

 

하루도 끊임없이 궁구하고 살피다 보면, 어느 순간 버려야 할 껍질과 먹을 수 있는 속살이 구분되는 시점이 온다고 했다.

 

26 핵심을 잡으려면 안목과 식견이 서야 한다. 안목과 식견은 어떻게 갖출 수 있는가? 일단 옥석을 가리지 말고 따져보고 헤아려보아야 한다.

 

28 문제에서 도대체 문제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대개 논문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테마를 정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언제나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 정말 큰 문제는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

 

29 정존(靜存)은 조용히 따지고 살펴 그 깨달음을 마음에 간직하는 것이다. 동찰(動察)은 이를 실제 적용하여 맞는지 맞지 않은지 살펴보는 것이다.

 

궁리는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탐핵의 과정이다. 문제는 항상 구체적이고 실제적이라야 한다.

항상 정존에서 동찰로 이어지고, 동찰이 다시 정존으로 환원되는 공부를 해야 한다. 두 가지가 따로 놀면 안 된다.

 

30 책을 읽을 때 단지 글로 글을 읽을 뿐인 사람은 끝내 오묘한 경제에는 나나갈 수 없다.

 

글을 지으려는 사람은 먼저 독서의 방법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우물을 파는 사람은 먼저 석 자의 흙을 파서 축축한 기운을 만나게 되면, 또 더 파서 여섯 자 깊이에 이르러 그 탁한 물을 퍼낸다. 또 파서 아홉 자의 샘물에 이르러서야 달고 맑은 물을 기러 낸다. 마침내 물을 끌어올려 천천히 음미해보면, 그 자연의 맛이 그저 물이라 하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다시 배불리 마셔 그 정기가 오장육부와 피부에 젖어 듦을 느낀다. 

그런 뒤에 이를 펴서 글로 짓는다. 이는 마치 물을 기어다가 밥을 짓고, 희생을 삶고, 고기를 익히며, 또 이것으로 옷을 빨고, 땅에 물을 주어 어디든지 쓰지 못할 데가 없는 것과 같다. 고작 석 자 아래의 젖은 흙을 가져다가 부엌 아궁이의 부서진 모서리나 바르면서 우물을 판 보람으로 여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위백규,<김섭지에게 줌(與金燮之), <존재집(存齎集)>

 

32 공부는 내 삶을 가치 있게 향상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목적과 수단을 착각한다.

 

34 자신의 무능력과 불성실을 회피하기 위한 합리화의 논리가 이단사설이다.

 

35 문제를 회피하지 마라. 정면으로 돌파하라.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고 탐구해 들어가라. 처음에 우열을 분간할 수 없던 정보들은 이 과정에서 점차 분명한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서 실마리를 잡아라. 얽힌 실타래도 실마리를 잘 잡으면 술술 풀리게 마련이다. 더 이상 파 껍질을 붙들고 씨름하지 않게 된다.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자꾸 들쑤석거리기만 하면  나중엔 아예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손쓸 수 없게 된다. 핵심을 놓치지 마라. 실마리를 잡아라.


촉류방통법(觸類旁通法) :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계통 있게 정리하라 / 미루어 알게 하라 / 체계를 유지하라 / 대답을 찾아가라

 

44 머릿속에 어떤 체계가 가동되고 있지 않으면 배워보았자 안 배운 것이나 다름없다. 좀처럼 질서를 보여주지 않는 잡다한 정보의 덩어리들을 갈래 지어 구분하고, 등위에 따라 배열하며, 차례에 맞게 순서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게 뭘까? 왜 그럴까? 어떻게 이해할까? 모든 의문은 대부분 이 세 범주 속에 놓인다. 어떤 현상을 분석하는 것이라면, 우선 무슨 협상을 분설할 것인지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지를 분석하고, 나아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를 따질 수가 있다.

 

왜 서호인가?

왜 하필 선조와 광해 연간인가?

어떤 사람들이 이 그림을 선호했나?

<서호도>성행에 다른 배경은 없는가?

서호는 어떤 코드로 이해할 수 있나?

그 전후로 성행한 <소상팔경도> <무이구곡도>와는 어떻게 같고 또 다른가?

임진왜란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 속에 담긴 심리상태는 어떤가?

<서회지>라는 책의 수입과는 어떤 관련이 없을까?

비슷한 시기의 가사작품인 <서호별곡>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서호도>관련 시문에 보이는 공통분모는?

왜 이 풍조는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을까?

당대 문학사조인 낭만풍과는 어떻게 관련될까?

 

46 자료를 수집하고 생각의 갈래를 나누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 생각이 정돈되면 글 쓰는 일은 대개 손가락 아래의 일이다. 하지만 생각이 정돈되지 않으면 자료를 다 모아놓고 몇 년이 지나도 전혀 손을 대지 못한다. 생각이 익기만을 기다리는 자료파일이 내게도 적지 않다.

 

47 갈래를 나누고 종류별로 구분하라. 그렇게 해야 무질서 속에서 질서가 드러난다.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그저 그러려니 해서는 안 된다. 보이지 않는 질서를 찾아내야 한다. 계통을 확립해야 한다. 산만해서는 안 되고 집중해야 한다. 흩어져서는 안 되고 집약해야 한다. 지리멸렬, 각개격파로는 적을 물리칠 수가 없다. 일사불란학도 명약관화해야 한다.


축기견초법(築基堅礎法) :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다지라
기초를 닦아라 / 신기함을 추구 말라 / 바탕을 갖추어라 / 역경을 딛고 서라

 

49 바탕공부란 어떤 것인가? 다산은 이렇게 말한다.

독서는 무엇보다 먼저 바탕(根基)을 세워야 한다. 바탕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배움에 뜻을 두지 않고는 능히 책을 읽을 수가 없다. 배움에 뜻을 두었다면 반드시 먼저 바탕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바탕이란 무엇을 말하겠느냐? 효제(孝悌), 즉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로운 것일 뿐이다. 모름지기 먼저 힘껏 효제를 행하여 바탕을 세운다면 학문은 저절로 무젖어들게 마련이다. 학문이 내게 무젖어들고 나면 독서는 모름지기 별도의 단계를 강구하지 않아도 된다. <두 아들에게 부침>

 

49 인간은 인간성에 바탕한 근기를 갖출 때 비로소 목표가 생긴다. 내가 이 일을 하면 부모님이 기뻐하시겠지 하는 마음이 저절로 우러날 때 갈 길의 방향이 정해진다.

 

51 세상에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변해야 할 것과 변해서는 안 될 것도 있다. 동서남북은 내가 어디에 있든 변하지 않고 변할 수도 없다. 하지만 상하좌우는 내가 선 위치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가변적이다. 동서남북을 상하좌우로 알 때 문제가 생긴다. 상하좌우를 동서남북으로 착각해도 비극이다. 바탕을 다지는 일은 동서남북을 배우는 일이다. 현실에 적용하고 실제에 응용하는 것은 상하좌우의 분별과 관련된다. 상하좌우만 알아서는 방향을 잃었을 때 집을  찾아갈 수 없지만, 동서남북을 알면 길을 잃고 헤매지 않는다.

 

공부를 그저 출세의 수단으로만 여겨서는 공부도 잃고 나도 잃는다. 사업을 단지 돈벌이의 방편으로만 생각하면 가? 이런 물음에 수시로 자답해보아야 한다. 좌표를 설정하지 못하면 망망대해에서 나침반 하나 없이 떠돌다 풍랑을 만나 좌초하고 만다. 등등하던 기세가 막상 작은 시련 앞에서 맥없이 무너진다.

 

52 학식은 안으로 쌓이고, 문장은 겉으로 펴는 것일세.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살가죽에 윤기가 나고, 술을 마시면 얼굴에 홍조가 피어나는 것과 다를 게 없지.

 

53 문장을 결과일 뿐 목적이 아니다. 문장은 얼굴 위에 오른 불콰한 낯빛에 불과하다. 뱃속에 술기운이 없으면 얼굴은 붉어지지 않는다.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는데 얼굴만 붉어지는 법은 없다.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어 영양상태가 좋아지면 피부는 기름이 자르르 흐른다.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서 살결만 고와지는 경우는 없다. 바탕공부는 그러니까 맛난 음식의 영양분이고 향기로운 술의 더운 기운이다. 문장을 그것이 얼굴 위로 드러난 윤기요 홍조일 뿐이다. 그러니 문장학이라는 것이 따로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당구첩경법(當求捷徑法) : 길을 두고 뫼로 가랴 지름길을 찾아가라/
요령 있게 탐구하라/ 바른 길을 따라가라. / 차례를 잃지 말라 / 번지수를 파악하라

 

60 초학들은 그 분명한 길이 보이지 않아 공연히 헤매 돌고, 산기슭에서부터 길을 잃는다. 회사에 자문역을 두거나 스승이 있는 것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바른 길로 이끌어주기 위해서다.

 

61 서양 속담 중에 사람이 빵만 구하면 빵도 얻지 못하지만, 빵 이상의 것을 추구하면 빵은 저절로 얻어진다는 말이 있다. 주자는 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면 이익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장차 그 몸을 해치고, 의리를 추구하면 이익은 따로 구하지 않아도 절로 이롭지 않음이 없다.”고 말했다.

 

과문을 잘하려면 고문을 먼저 익혀라. 고문을 잘하면 과문과 이문은 저절로 된다. 하지만 과문만 잘하면 이문도 고문도 다 할 수가 없다. 과문은 과거시험 볼 때만 필요한 글이다. 하지만 고문은 죽을 때 까지 계속 써야 하는 글이다. 이문은 직접 쓰지 않고 아전이나 서리를 시킬 수도 있다.

 

62 바른길을 따라 가라. 그러나 사람들은 늘 반대로 한다. 먼저 할 것을 뒤로 미루고, 나중 할 것을 서둘러 한다. 순서를 뒤집기 때문에 처음엔 그럴듯해 보여도, 끝내 이룰 보람은 없다.

 

64 수레가 물건을 실어 나른다면, 문장은 도()를 실어 나른다. 수레의 화려한 장식이나 문장의 화려한 수식은 물건이나 도를 운반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뿌리가 든든해야 양분을 끌어올려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뿌리가 도덕이라면, 문장은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꽃에 불과하다. 꽃이 아름답지만 아름다움의 근원은 뿌리에서 왔다. 이것을 잊으면 안 되는데, 사람들은 거름을 주어 뿌리의 힘을 돋울 생각은 않고, 꽃만 피우겠다고 난리다.

 

65 경전공부는 나의 바탕을 다져주고, 역사공부는 득실치란(得失治亂)의 변화를 이해하게 해 준다. 경전이 원리를 제시한다면 역사는 그 원리의 적용과 변화를 이해시켜준다.

 

67 수학은 하학상달하는 공부다. 붓글씨는 반대로 상학하달의 공부다. 시를 배우는 사람은 이백, 두보와 <시경><초사>를 표준으로 삼는다. 경전공부는 상학하달의 공부다. 옛 경전을 먼저 읽고, 주석과 풀이를 읽는다.

역사와 경세공부는 하학상달의 공부다. 하나하나 깨우쳐 원리를 깨달아 마침내 전미개오(轉迷開悟), 즉 미혹을 돌려 깨달음에 도달하는 구심적이요 귀납적 공부다.

 

68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고 짧은 기간에 거저먹는 방법을 지름길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지름길이 아니라 망하는 길이다.

 

지름길을 찾아라. 더뎌 보이는 길이 지름길이다. 무슨 답답한 말이냐고 하지 마라. 해보면 그게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맨땅에 헤딩하듯 하는 공부는 백날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단계를 밟아 차근차근 규모를 세워라. 갈림길에서 헤매지 않으려면, 덤불 속에서 방황하지 않으려면, 돌밭에서 목마르지 않으려면 지름길을 찾아라.


종핵파즐법(綜覈爬櫛法) : 종합하여 분석하고 꼼꼼히 정리하라/
꼼꼼히 따져보라/ 맥락을 연결하라 / 종합하고 정리하라 / 이치를 깃들여라

 

69 우선 눈앞에 펼쳐진 어지러운 자료를 하나로 묶어 종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촉류방통의 방식으로 비슥한 것끼리 갈래로 묶고 교통정리를 하고 나면 정보간의 우열이 드러난다. 그래서 요긴한 것을 가려내고 긴요하지 않은 것을 추려내는데, 이 과정이 바로 종핵이다. 꼼꼼하고 면밀하게 따져서 쭉정이는 솎아내고 알맹이<>만 남겨야 한다. 그 다음은 남은 알맹이에 날개를 달아주는 과정이다. 무슨 말인지 모를 것들은 마고할미의 긴 손톱으로 가려운 데를 쏙쏙 긇어주듯 명쾌하게 설명을 보테고, 어리저워 혼동되기 쉬운 것들은 흐트러진 머리칼을 참빗으로 빗듯 깔끔하게 교통 정리한다. 이것이 바로 파즐(爬櫛)이다.

 

70 공부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어려운 것을 쉽게 풀이하는 절차다. 심입천출(深入淺出)이라 했다. 공부는 깊게 들어가서 얕게 나와야 한다. 세게 공부해서 쉽게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고수들의 말은 쉬워 못 알아들을 것이 없다. 하수들은 말은 현란한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읽을 때는 뭔가 있는 것 같다가도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대낮 창가에서 졸음을 쫓는 방패막이로 삼아서는 안 된다.

 

72 한 가지 사실을 글로 쓰기 위해 그는 수많은 자료를 섭렵하고 종합했다.

 

76 공부의 과정을 목차를 세워 작은 책자로 정리하면 아주 훌륭한 자료가 된다. 예를 들면 고문헌에 나오는 조제의 용례, 조제라는 명칭의 의미와 유래, 역대 기록을 통해 본 조제의 방법과 변화가 각각의 장이 될 것이다. 이런 학습의 과정을 통해 조제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자가 될 수 있다.

 

77 뿌리를 캐 들어가면서 방증이 될 만한 지엽적인 자료들을 수집하여 수렴과 확산의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문제의식이 심화되고 본질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격물(格物)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물의 의미에 대해 끝장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격은 바룬다는 말이다. 책상 위에 흩어진 종이를 주섬주섬 추려서 아래위로 탁탁 추스르면 들쭉날쭉하던 종이들이 가지런하게 모인다. 탁탁 추스르는 것이 바로 격이다. 이를 달리 말한 것이 바로 파즐이다. 격물을 통해 앎으로 나아가는 것이 격물치지(格物致知).

 

78 복잡하다고 기죽지 마라. 갈래를 나누고 무리를 지어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그 다음은 옥석을 가릴 순서다.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차례 짓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변별하며, 먼저와 나중을 자리 매겨라. 그러고 나서 누가 들어도 귀에 쏙 들어오도록 가려운 데를 긁어주고, 헝클어진 것을 빗질해주어라.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는 것이 공부다. 남들은 못 봐도 나는 보는 것이 공부다.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이를 통해 내 삶이 송두리째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공부다. 마지못해 쥐어짜며 하는 공부 말고, 생룡활호(生龍活虎)처럼 펄펄 살아 날뛰는 그런 공부가 공부다.

2강 정보를 조직하라

선정문목법(先定門目法) :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하라/
얼개를 구성하라. / 정보를 장악하라. / 범례대로 초록하라. / 규모를 드러내라

 

.81 제일 먼저 할 일은 목차와 개요를 세우는 것이다. 목차를 세우려면 우선 머릿속에 전체 얼개가 짜여야 한다. 내 앞에 놓인 자료를 장악하지 않고 목차를 짜기란 불가능하다.

 

82 전체의 계획을 세워 맥락을 놓치지 않고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다산이 평생을 두고 생활 속에서 실천한 일이었다.

 

87 다산은 어떤 작업을 하든지 우선 목차와 범례를 확정하여 책의 목적과 목표, 전체 골격을 완전히 구성한 뒤에 착수했다. 이것은 완벽한 설계도면을 그린 후 건축에 들어가는 이치와 같다.

 

90 전체 그림을 그려라. 생각의 뼈대를 세우고 정보를 교통 정리하라. 뼈대가 제대로 서지 않으면 작업을 진행해나갈 수가 없다. 목차가 정연하지 않으면 생각도 덩달아 왔다 갔다 한다. 범례를 꼼꼼히 검토해서, 혹시 작업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라. 목차는 생각의 지도다. 범례는 생각의 나침반이다. 지도와 나침반 없이 먼 항해를 떠날 수 없듯이, 제대로 된 목차와 범례 없이 큰 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는 없는 법이다. 먼저 목차를 세워라. 범례를 확정하라.

 

 변례창신법(變例創新法) : 전례를 참고하여 새 것을 만들어라
새것을 만들어라. / 발상을 전환하라. / 성과를 점검하라./ 방법만 배워오라.

 

변례창신은 기존에 있던 것을 참고하여 새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모든 새것은 옛 것의 변용일 뿐이다. 다만 옛법이 아무리 훌륭해도 시대가 같지 않고 사람이 달라지면 쓰임에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때 옛 것만을 붙들고 고집하면 문제가 생긴다. 연암 박지원은 이렇게 말했다.

 

늘 하던 대로만 하고 변통할 줄 모르다가, 막상 일이 닥치면 구차하게 대충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려 한다. 천하만사가 모두 이 때문에 어그러진다.  박지원<과정록>

 

92 다산은 저술의 목표를 정하거나 주어진 과제를 수행할 때 결코 앞선 것을 그대로 따르는 법이 없었다. 상황이 같은가? 적용에 문제는 없는가? 무엇이 다른가? 어떤 점을 따로 고려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방대한 자료를 꼼꼼히 살펴 실천 가능하고 적용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다. 혹 참고할 자료가 없으면 그 발상만 가져와 기본정신의 바탕 위에서 새롭게 출발했다.

 

101 전에 없던 새것은 없다. 모든 것은 옛 것의 기초 위에서 이루어진다. 좋은 모범을 찾아라. 훌륭한 선례를 본받아라. 하지만 그대로는 안 된다. 바꿔야 한다. 현실에 맞게 고쳐라. 실정에 맞게 변경해라. 불필요한 것은 걷어내고, 안 맞는 것은 버리고, 없는 것은 보태고, 부족한 것은 채워라. 내가 옛 것에서 배울 것은 생각하는 방법뿐, 내용 그 자체는 아니다. 옛사람의 발상을 빌려와 지금에 맞게 환골탈태(換骨奪胎)하라. 점철성금(點鐵成金)쇠를 두드려 황금을 만들어라. 옛길을 따라가지 마라. 나만의 색깔로 나만의 목소리를 낼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나다.


 
취선논단법(取善論斷法) : 좋은 것을 가려 뽑아 남김없이 검토하라/
가치를 논단하라. / 일관성을 갖추라./ 문제를 파악하라. / 명석하게 판단하라.

 

111 많은 정보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 유용한 자료를 취하고, 쓸모 없는 자료를 버릴 수 있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그 반대로 하여 유용한 자료를 버리고 쓸모 없는 자료를 취하게 되면 차라리 손대지 않는 것만 못하다.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려면 객관적인 분석과 명석한 판단이 필요하다. 자료가 혼란스러워 갈피를 못 잡겠다고 투덜대지 마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레 겁먹지도 마라. 하나하나 따져서 진위를 헤아리고 정보의 값을 매겨라. 문제는 나에게 있다. 자료에 있지 않다.

 

 거일반삼법(擧一反三法) : 부분을 들어서 전체를 장악하라/
정곡을 찔러라. / 오성을 활짝 열라. / 정리를 습관화하라. / 식견을 툭 틔워라.

 

113 한 솥의 국 맛은 한 숟가락만 떠먹어봐도 알 수 있다. 통째로 다 마셔봐야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114 책을 초록해 적는 것은 한 모서리를 들어 세 귀퉁이를 뒤집는 방법

 

115 다산은 속인의 때를 벗고 달사의 식견을 지니려면 먼저 문심혜두가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심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고, 혜두는 지혜의 구멍이다. 쉽게 말해 안목이 열리고 식견이 툭 터져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게 되는 상태다.

 문자가 생긴 것은 만물을 분류하기 위해서였다. 그 형상과 뜻과 일을 가지고 반드시 종류별로 접촉하여 곁에까지 통하게 해서, 같은 부류를 다 이해하고 다른 것과 구별하게 한 뒤라야 정리(情理)가 찬연해져서 문심혜두(文心慧竇)가 개발된다.

 

116 교육의 목표는 지혜의 샘을 열어주는 데 있다. 일단 구멍이 한번 뚫리면 사시사철 말고 차고 단 샘물이 펑펑 솟아난다. 수돗물은 쓰고 나면 꼭지를 잠가 아껴야 하지만 샘물은 조금도 아낄 필요가 없다. 오히려 많이 퍼갈수록 더 많이 솟는다.

 

117 쪼아먹으라고 해도 쪼지 않아 머리를 눌러 낟알에다 갖다 대면, 부리와 낟알이 서로 닿아도 끝내 쪼아먹지 않는 자들입니다. 아아! 장차 이를 어찌하겠습니까?

 

119 다산은 끊임업서이 자식과 제자들에게 읽고 공부한 것을 간추려서 정리해둘 것을 요구했다. 정리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고 핵심을 파악하는 역량을 기르며 한 분야의 지식이 다른 부분으로까지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 자신도 초록하고 정리하고 메모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122 그 중에서도 처음에는 간절하다가 끝에 가서는 소홀해지는 자와, 금방 그만두었다가 금세 번복하는 자는 또 가르치는 사람이 쉽게 내버리는 바이다. 그런데도 선생의 마음은 크기도 해서, 진실로 학문을 한다고 자임하기만 하면 흔연히 기쁘게 받아들여 모두 함양하고 길러주었다.

 

123 시시콜콜히 다 배우려 하지 마라. 한 모서리를 들어 전체를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 하나를 들어 열을 아는 공부를 해라. 하나를 배워 하나만 아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큰 공부를 하려면 안목이 열려야 한다. 식견이 툭 터져야 한다. 앞뒤가 꽉 막힌 채 책만 붙들고 있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통째로 보고 핵심을 잡아야 한다. 무심히 지나치는 사소한 것에서도 의미를 붙들어라. 삼라만상이 모두 책이다. 네 오성을 활짝 열어라.


 
휘분류취법(彙分類聚法) : 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으라/
가치를 규정하라. / 경험을 누적하라. / 관찰하고 기록하라. / 정보가 말하게 하라.

 

124 촉류방통이 계통 있는 학습에 주안을 둔다면, 휘분류취는 자료의 섭렵과 정리과정에 중심이 놓인 말이다.

128 속된 일을 하더라도 많은 운치를 얻는 것은 모름지기 언제나 이것을 예로 삼도록 해라.

 

134 내 나이 스무 살 때는 우주 사이의 일을 모두 가져다가 한꺼번에 펼쳐놓고 일제히 정돈하고 싶었다. 나이가 30,40이 되어서도 이 같은 뜻은 시들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신이 조금만 맑아지면 여러 가지 눌러두었던 생각들이 또다시 불끈불끈 일어나곤 한다.

 

135 복잡한 문제 앞에 기죽을 것 없다. 정보를 정돈해서 정보가 제 스스로 말하게 하라. 효율적으로 정보를 장악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을 잡아라. 먼저 모으고 그 다음에 나눠라. 그런 뒤에 그룹별로 엮어 다시 하나로 묶어라. 공부는 복잡한 것을 갈래 지어 단순하게 만드는 일이다. 갈팡질팡하지 말고 갈피를 잡아야 한다. 교통정리를 잘 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이다. 서랍정리 잘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이다.

 

3강 메모하고 따져보라/생각을 장악하는 효율적 지식경영

 

지나가는 생각을 붙들어 내 것으로 만들어라. 그저 보지 말고 제대로 보고, 덩달아 보지 말고 나름대로 보아야 한다. 끊임없이 초록하고 틈만나면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라. 문제를 다각도로 점검해서 헤아림을 깊게 하라. 생각을 장악하지 못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초서권형법(鈔書權衡法) : 읽은 것을 초록하여 가늠하고 따져 보라

저울질을 먼저 하라. / 네트 워크를 형성하라. / 일관성을 확보하라. / 주견을 확립하라.

 

139 책을 읽으면서 필요한 정보를 발췌하려면 먼저 정보를 발췌하는 주체의 주건(主見)이 확립되어야 한다. 무엇 때문에 이 책을 읽는가? 이 책 가운데서 어떤 정보가 유용한가? 왜 그 정보를 필요로 하는가? 이런 물음들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마련한 뒤라야 카드작업의 효과가 나타난다. 주견이 서야 권형(權衡) 즉 저울질이 가능해진다. 취할 것인가, 버릴 것인가? 이 판단의 근거가 바로 주견이다.

 

140 옛사람들은 책을 읽다가 요긴한 대목과 만나면 곁에 쌓아둔 종이를 꺼내 옮겨 적었다. 이렇게 적은 쪽지들이 상자에 잔뜩 쌓인다. 그러면 어느 날 계기를 마련하여 상자를 열고 그 안의 내용들을 하나하나 검토한다. 초록을 할 당시에 이미 주견이 서 있었으므로 갈래별로 분류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벼슬길에 얽매어있던 조선시대의 관인들에게 이런 정리의 계기란 흔히 귀양일 경우가 많았다. 비록 타의에 의해서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재충전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141 공부를 하는 목적은 효제(孝悌)의 마음을 기르는 데 있다. 효제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기본덕목이다. 효제가 형식으로 드러난 것이 예악(禮樂)이다. 예로 규제하고 악으로 풀어주는 사이에 효제의 덕성이 마음속에 자리잡는다. 이를 다시 규율로 제약한 것은 정형(政刑)이다. 백성들에게 효제의 정신을 길러주기 위해 정치가 필요하고, 그래도 이를 행하지 않을 때 형벌로써 다스려 정치한다. 그리고 병농(兵農)은 효제를 곁에서 보좌한다. 의식주가 안정될 때 효제의 마음도 펴지는 법이다. 그러니 국방을 튼튼히 해서 민심을 안정시키고, 농업을 진작시켜 민생을 안정시킨다.

 

142 전에 무심히 읽었던 내용이 다른 텍스트와 교차, 연결되면서 정보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144 무릇 초서의 방법은 반드시 먼저 자기의 뜻을 정하고, 내가 쓸 책의 규모와 절목을 세워야 한다.

 

구체적인 카드작업의 방법에 대해서 말했다. 뜻을 먼저 정하는 것은 작업의 목표를 선명하게 하기 위함이다. 책의 규모와 절목을 세우는 것은 작업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148 주견을 먼저 세워라. 생각을 붙들어 세워라. 그런 뒤에 책을 읽어라. 눈으로 입으로만 읽지 말고 손으로 읽어라. 부지런히 초록하고 쉴새 없이 기록해라. 초록이 쌓여야 생각이 튼실해진다. 주견이 확립된다. 그때그때 적어두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당시에는 요긴하다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열심히 적어라. 무조건 적어라.


 
수사차록법(隨思箚錄法) :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하라/
생각을 붙들어라. / 의문을 천착하라. / 깨달음을 기록하라. / 내 손을 믿으라.

 

149 생각은 쉽게 달아난다. 붙들어두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생각을 붙들어 두는 방법으로 메모보다 좋은 것이 없다.

 

생각에 발전이 없고 나날이 성장하지 않으면 잘못된 공부다.

 

152 그에게 책을 읽는 행위는 중요한 부분을 초록하고, 의미가 맺히는 대목에는 자신의 생각을 메모해가면서, 지적인 성장과 인간의 성숙을 함께 이루어가는 행위였다.

 

158 머리를 믿는 것보다 손을 믿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159 습관처럼 적고 본능으로 기록해라.


 
반복참정법(反覆參訂法) : 되풀이해 검토하고 따져서 점검하라/
오류를 파악하라./ 가설을 입증하라. / 명쾌하게 고증하라. / 맥락으로 수렴하라.

 

169 공부는 따지는 데서 시작해서 따지는 것으로 끝난다. 자료가 아무리 많아도 이를 꿸 끈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꼼꼼히 따지고 낱낱이 따져라. 그저 보아 넘기거나 대충 넘어가지 마라. 비교해보고 대조해보고 견주어보고 흔들어 보아라. 선명한 길이 뚜렷이 드러날 때까지 따지고 또 따져라.

 

 잠심완색법(潛心玩索法) : 생각을 정돈하여 끊임없이 살펴보라/
몰두하고 침잠하라. / 문제에 몰입하라. / 쉼 없이 탁마하라. / 석연하게 깨우치라.

 

180 공부에는 끝이 없다. 마음을 푹 담가 한 우물을 들이 파라. 살펴보고 떠져보고 또 살펴보고 따져보라. 이쯤 하면 되겠지. 그런 말은 하지 마라. 이 정도면 괜챦겠지. 그런 것도 없다. 장벽을 만나거든 네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가라. 잠시도 놓지 말고 석연하게 투득(透得)하라. 그래야 네가 하는 말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지기췌마법(知機揣摩法) : 기미를 분별하고 미루어 헤아리라/
공부와 삶을 일치시켜라. / 허실을 간파하라. / 초점을 파악하라. / 행간을 읽어라.

 

181 지기췌마는 기미를 미리 알아 미루어 헤아려 준비하는 것이다. 일이 닥친 뒤에 대처하면 너무 늦다. 미루어 짐작하고 헤아려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의 공부는 지기췌마를 위한 수련과정일 뿐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허둥지둥하지 않으려면 달사(達士)의 안목을 길러야 한다. 행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안 보이는 것까지 보아야 한다. 공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다. 공부와 삶은 별개의 무엇이 아니다. 따로 놀면 안 된다.

192 한번 지나간 버스는 세울 수가 없다. 기회는 불시에 찾아온다.  두 번 오지 않는다. 소 잃고 나서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리 헤아려 대비하라. 변죽만 울리지 말고 핵심을 찔러라. 맥락을 읽고 행간을 읽어라. 글을 읽지 말고 마음을 읽어라. 껍데기만 쫓지 말고 알맹이를 캐내라.

 

4강 토론하고 논쟁하라

 

질정수렵법(質定收斂法) : 질문하고 대답하며 논의를 수렴하라
중간에 중단 말라. / 따지고 추궁하라./ 토론하고 논난하라. / 가차 없이 비판하라.

 

201 공부하는 사람은 무조건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메모는 생각의 씨앗이다. 훅 불면 그냥 날아갈 기억을 발아시키려면 메모가 필요하다.

 

204 메모하고 정리하라. 그리고 그 내용을 글로 써서 질문하고 토론하라. 공부는 토론을 통해 발전한다. 남김없이 질문하고 가차없이 비판하라. 토론의 자리에서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체면을 갖추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 한쪽이 꺾일 때까지 토로하라. 승복할 때까지 논란하라.


 
대부상송법(大夫相訟法) : 끝까지 논난하여 시비를 판별하라
쉽게 물러서지 말라. / 상대를 납득시키라. / 쟁점을 입체화하라. / 문제점을 드러내라.

 

214 한번 칼을 빼들었거든 끝장을 봐라. 중간에 어정쩡하게 물러서려면 시작도 하지 마라. 잘못은 변명 없이 깨끗이 수긍하라. 비판은 겸허히 받되,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물러설 수 없는 지점은 절대로 양보하지 말고 증거를 들이대 반박하라. 한 사람보다는 여러 사람과 토론하여 객관성을 높여라. 매도 미리 맞는 것이 낫다. 여러 사람의 안목을 거치는 것이 안전하다.

 

 제시경발법(提撕警發法) : 생각을 일깨워서 각성을 유도하라
흘려서 듣지 말라. / 깨달음을 공유하라. / 각성을 유도하라. / 의혹을 제거하라.

 

216 씨를 뿌려 땅에 떨어 뜨리는 것은 크게 힘든 일이 아니지만, 땅에 양분을 주어 기르는 일은 그 공이 몹시 큽니다. 하지만 조를 심으면 조가 되고 벼를 심으면 벼가 됩니다. 몸을 온전하게 만드는 것은 모두 땅의 기운이지만, 마침내 종류는 모두 그 씨앗을 따라갑니다.

 

219 7년 동안 귀양살이에 문을 닫아걸고 틀어박혀 지내다 보니, 비록 부리는 종이나 밥하는 여종도 함께 서서 얘기하려 들지 않는군요. 낮에 보는 것이라고는 다만 구름의 그림자와 하늘빛뿐이요, 밤에 듣는 것은 벌레소리와 대바람소리뿐입니다. 오래도록 고요하고 적막하게 지내다보니 정신이 응축되어 한데 모여 옛 성인의 책에 마음을 오로지 하여 뜻을 쏟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울타리 밖으로 새어나오는 빛을 엿볼 수 있게 되었지요.

 

222 군자는 도()를 근심할 뿐 가난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대체(大體)즉 마음을 기르는 것을 도라 하고 소체(小體)즉 몸뚱이조차 능히 기르지 못하는 것을 가난이라 한다.

 

224 공부를 잘하려면 식견이 열려야 한다. 깨달음이 없으면 여기서 이 말 듣고 저기서 저 말 들을 때마다 우왕좌왕하게 된다. 귀가 얇아 듣는 대로 의심이 나고, 배우는 대로 의혹만 커진다. 정신을 바짝 차려라. 입과 배를 위해 애쓰지 말고, 네 영혼의 각성을 위해 힘써라. 누구나 처음에는 안 된다. 차근차근 따지고 살피고, 곁에서 일깨워주어 깨달아 가는 것이다.

 

 절시마탁법(切偲磨濯法) : 단호하고 굳세게 잘못을 지적하라
비판할 뿐 칭찬 말라. / 오류를 인정하라. / 권위에서 벗어나라. / 양보 없이 논쟁하라.

 

234 중간에 그만둘 토론은 시작도 하지 마라. 쟁점은 쌍방이 온전히 승복할 때까지 물고늘어져라.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덕담이나 주고 받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해서는 학문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송두리째 의심하고, 남김없이 파헤쳐서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마라.


 
무징불신법(無懲不信法) : 근거에 바탕하여 논거를 확립하라
근거에 입각하라. / 비방을 자제하라. / 버릴 것은 버려라. / 증거를 제시하라.

 

246 막연한 추정이나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은 공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주장을 입증하려거든 증거를 찾아라. 논쟁에서 이기려거든 논거를 제시해라.

5강 설득력을 강화하라

 

피차비대법(彼此比對法) : 유용한 정보들을 비교하고 대조하라/
자료를 저울질하라. / 명료하게 따져보라./ 논리를 입증하라. / 오류를 밝혀내라.

 

259 보는 방법만 바꾸면 널린 것이 증거요 논거다. 억지부리지 말고 근거로 말하라. 증거로 설득력을 강화하라. 증거가 스스로 말하게 하라.

 

속사비사법(屬詞比事法) : 갈래를 나누어서 논의를 전개하라/
갈래별로 연결하라. / 항목 따라 배열하라./ 요점을 제시하라. / 핵심을 강화하라
.

262 조목이 하나하나의 문장이라면 류()는 의미단락이다. 다시 말해 의리와 사업, 문장과 덕행을 단락별로 구분하여, 첫 번째 단락에서는 체제공의 의리에 대해서만 말하고, 다음 단락에서는 평생의 사업만을 따로 떼어 말하여, 큰 주제를 서로 뒤섞지 않는 방식이다. 그러지 않고 초년, 중년, 말년으로 나누어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뒤섞어 적으면, 인물의 참된 면모가 희석되어 드러나지 않게 된다. 처음에 의리의 관점에서 일별하고, 그 다음에는 사업방면으로 점검하며, 문장의 측면에서 다시 살피고, 마지막에는 덕행으로 마무리 짓는다면, 체제공의 삶과 인간이 몇 차례의 반복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 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270 글을 쓸 때는 가닥을 잘 잡아야 한다. 적절한 예시와 알맞은 인용은 글의 설득력을 강화한다. 무작정 늘어놓아서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글 쓰는 사람이 흥분하면 독자들은 외면한다. 쓰는 사람이 말이 많으면 글에 힘이 빠진다. 조목을 갖춰 실례를 얹어야 글에 힘이 붙는다. 글을 쓰기 전에 먼저 핵심개념을 잡아라. 덮어놓고 가지 말고 갈 길을 알고 가라.


 
공심공안법(公心公眼法) : 선입견을 배제하고 주장을 펼치라/
객관에 기초하라. / 마음으로 납득하라. / 냉철하게 판단하라. / 권위에 편승 말라.

 

272 경전의 뜻에 밝은 뒤에 도()의 본체가 드러난다. 도를 얻은 후라야 마음가짐이 비로소 바르게 된다. 마음가짐이 바르게 된 뒤에야 덕을 이룰 수 있다.

 

277 다산은 공부에 임한 자시의 태도는 무엇이나 받아들이는 빈 거울과 같고 무게를 정확히 다는 저울대와 같다고 하면서, 마치 송사를 판단하고 옥사를 다스리는 마음으로 냉철하게 판단한 것이지, 확신 없이 그저 대충 얽어 튀어보려고 펼친 주장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282 선입견을 버려라 편견은 학문의 독이다. 옳다고 확신하는 것을 객관적인 논거에 바탕해 주장해야지. 막무가내로 우기기만 해서는 발전이 없다. 선입견을 버리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 거울처럼 비고 저울처럼 공평해야 한다. 권위에 편승하지 마라. 나이로 누르고 서열로 누르면 안 된다. 아랫사람의 견해에도 기를 기울여라. 패거리지어서 짓밟으면 안 된다.


 
층체판석법(層遞判析法) : 단계별로 차곡차곡 판단하고 분석하라/
쟁점을 드러내라. / 명료하게 분석하라./ 중심을 잃지 말라. / 반론을 격파하라.

 

283 꼭 필요한 말만 하지 않고 저 할 말을 다 한다. 글이 길어질수록 논리는 엉기고, 말이 많아지면서 생각도 뒤죽박죽이 된다. 저만 알고 남은 모르게 된다. 잔뜩 말했는데 하나도 남는 것이 없다.

 

사는 거처를 정하는 이치에 대해 내가 논해보겠다. 마땅히 먼저 먹을 물과 땔감을 살펴야 한다. 다음이 오곡이다. 그 다음은 풍속이다. 산천의 빼어남은 또 그 다음이다. 먹을 물과 땔감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인력이 지친다. 오곡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흉년이 잦다. 풍속이 문()을 숭상하면 말이 많다. ()를 숭상하면 툭하면 싸운다. 이익을 추구하면 백성이 속이기를 잘하고 인심이 각박하다. 한갓 힘만 쓰면 고루해서 난폭하다. 물이 탁하고 산세가 험하면 빼어난 인물이 적고 뜻이 맑지 않다. 이것이 그 대체이다.<택리지의 발문>

 

285 <흠흠신서>는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 <경사지요>는 원론과 총론 2<비상지준>은 도입 3<의율지차>는 개념습득과 몸풀기 4<상형지의>는 실제 사례적용 5<전발지사>는 가상 사례 활용이다. 경전과 역사에서 입론의 근거를 마련했고, 역대의 논설을 통해 옥사에 임하는 관리의 마음가짐을 살폈다. 중국 청나라의 모의재퍈 사례를 통해 법 개념의 차등을 이해하고, 실제 재판기록을 분석하여 적용의 실제를 익혔다. 여기에 더하여 미묘한 가상상황을 설정하여 실전 연습을 겸하였다.

 

286 다산의 저작은 그 목차만 보더라도 생각의 길과 방향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단계를 뒤섞는 법이 절대로 없다. 다루려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먼저 밝히고, 이것이 중요한가를 검토한 뒤에, ‘어떻게다룰 것인가를 점검했다. 그러고 나서도 예상외의 상황을 상정하여 만일의 경우까지 대비했다.

291 목청만 높인다고 설득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많이만 쓴다고 납득되는 것도 아니다. 핵심을 찔러라.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라. 생각의 지도를 정확하게 제시하라.


 
본의본령법(本意本領法) : 핵심을 건드려 전체를 움직이라/
방향을 잊지 말라. / 식견을 자랑 말라. / 주제에 집중하라./ 초점을 잃지 말라.

 

이 일을 왜 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하는가? 여기에 따라 작업의 방향이 결정되고, 목표가 정해진다.

 

297 본의와 본령은 무엇인가? 어떤 책 또는 작업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핵심가치다. 그것은 어떻게 성취되는가? 내 글과 남의 글을 명확히 갈라 구분하여 표시를 나누고, 조례 또는 의례를 분명히 세우면 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작업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301 아는 것을 다 자랑하려 들면 본의를 세울 수 없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본령이 드러나지 않는다. 내 글과 남의 글을 뒤섞어도 안 된다. 계통을 세워 알맹이로 채워라. 잡화상처럼 늘어놓기만 하면 못쓴다.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감 없이는 절제할 수 없다. 목표를 정확하게 세워라. 눈높이를 맞춰라.

6강 적용하고 실천하라/실용성을 갖춘 현장적 지식혁명

 

탁상공론으로는 안 된다. 현장에서 쓸모 없는 지식에 탐닉하지 말라. 공부를 위한 공부는 접어두어라. 실제에 적용해서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실용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는지, 어디에 소용되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대답한다.

 

강구실용 법(講究實用 法): 쓸모를 따지고 실용에 바탕 하라
실용과 연계하라. / 갈래를 구분하라. / 본령을 망각 말라. / 남을 감염시켜라.

 

305 세상에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공부는 없다. 쓰임새가 없는 공부라면 그런 공부를 해서 무엇 하겠는가?

 

306 인간의 기본도리를 벗어난 공부는 이 세상에 없다. 공부는 왜 하는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한다. 무엇이 사람다운 것인가? 인간의 근본도리에 충실한 것이 사람다운 것이다.

 

308 공자께서는 자로와 염구 등에게 매번 정사(政事)를 통해 인품을 논하였다. 안연이 도에 대해 물었을 때도 반드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가지고 대답했다. 각자의 뜻을 말하게 할 때도 정사와 관련된 내용으로 대답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공자의 도가 그 쓰임이 경세에 있음을 볼 수 있다. 무릇 장구(章句 )에 얽매여, 자칭 은일(隱逸)이라 하면서 사공(事功)에 대해서는 힘을 쏟으려 하지 않는 것은 모두 공자의 도가 아니다 <반산 정수칠을 위해 준 말>

 

310 강구실용, 실용에 응답하지 못하는 학문은 학문이란 것도 없다는 것이다.

 

313 그들은 과거에 급제하는 것만은 인생의 목표로 삼기 때문에 시험문제에 나오지 않는 공부는 죽어도 하려 들지 않는다.

 

하나마나한 허접스러운 공부, 쓰나마나한 시답잖은 이야기, 대충 읽어보면 속내가 다 들여다보이는 한심한 글, 이런 것은 시간낭비요 출판공해일 뿐이다. 나 자신을 발전시키고 그 힘으로 남까지 감염시키는 공부를 하라고 했다. 세상이 꼭 필요로 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314 쓸모를 따지는 일에서 공부를 시작하라. 나의 이 공부가 무엇에 소용될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 이 공부를 하는지, 이 일을 무엇 때문에 하는지 자주 점검해보아야 한다. 그저 학위를 받기 위해 하는 공부는 해서는 안 된다. 돈만 벌자고 하는 장사로는 돈도 벌지 못한다. 잿밥은 염불을 열심히 외울 때 저절로 생긴다. 잿밥에만 신경쓰면 염불도 안 되고 잿밥도 없다. 끊임없이 본령을 떠올려라. 쓸모를 강구해라.

 채적명리법(採適明理法) : 실제에 적용하여 의미를 밝히라
관념을 거부하라./ 로드맵을 제시하라./ 견문을 확대하라. / 상황을 장악하라.

 

무릇 하늘을 섬기지 않는 사람은 감히 점을 치지 못하는 법입니다.

 

326 관념만으로는 안 된다. 겉보기에 제아무리 번지르르하고 고상해 보여도 실제에 쓸모가 없으면 쓸 데가 없다. 탁상공론, 공리공담은 우리 모두의 적이요. 국가의 해충이다. 상황에 따라 이치를 따져 가장 적절한 것을 가려라. 합리적으로 분별하고 실용의 잣대로 판단하라.


 
참작득수법(參酌得髓法) : 자료를 참작하여 핵심을 뽑아내라
쓸모 있게 배치하라. / 새것을 창출하라./ 변화를 추구하라. / 강점을 강화하라.

 

328 공부는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는 과정이다. 어려운 것을 쉽게 만들고 산 만한 것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또 남의 것을 빌려와 실정에 맞게 변화시켜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

 

329 붉은빛을 우려내려면 반드시 신맛나는 물건이 있어야 합니다. 백반이나 오매, 오미자 같은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자줏빛과 검은빛을 우려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반이 필요합니다.

 

338 꼼꼼히 따지고 폭넓게 검토하라. 실용에 기초하여 문제에 접근하라. 아이디어를 모으고 발상을 바꿔라. 하던 대로 하지 말고 나름대로 하고, 되는 대로 하지 말고 제대로 해라. 무슨 일을 하든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해결책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해결책을 이미 있는 것들 속에 숨어 있다. 엉뚱한 데 가서 기웃거리지 마라.


득당이취법(得當移取法) : 좋은 것은 가리잖코 취해 와서 배우라
장점을 흡수하라. / 향상을 도모하라. / 끊임없이 변화하라./ 가능성을 고려하라.

 

343 좋은 것은 무조건 배워올 뿐 자존심은 필요가 없다.

 

349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을 뿐 네 것과 내 것은 없다. 부족한 것은 익히고 필요한 것은 배워라. 배우는 자리에서 체면을 따져서는 안 된다. 남의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나의 나쁜 것은 과감히 버려라. 남의 것을 받아들이더라도 그대로는  안 된다.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실상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있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수정윤색법(修正潤色法) : 단계별로 다듬어서 최선을 이룩하라
끊임없이 수정하라./ 거친 것을 다듬어라. / 첨삭하고 가공하라. / 대안을 제시하라.

352 외로운 천지 사이에 다만 우리 손암(정약전의 호)선생이 있어 나의 지기였는데, 이제는 잃고 말았다. 이제부터 비록 얻은 바가 있어도 장차 어디에다 입을 열겠느냐?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면 죽은 사람이나 다를 것이 없다. 아내나 자식도 내 지기가 못 되고, 형제와 집안도 모두 지기가 아니다. 지기가 세상을 떴으니 또한 슬프지 않겠느냐?

 

360 첫술에 배부른 법은 없다. 작은 문제를 키워서 큰 문제로 발전시켜라. 내게 들어오는 정보를 그냥 흘리면 안 된다. 갈래를 나눠 저장고에 비축하라. 씨앗 하나가 자라서 충성한 이삭을 맺는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 하나가 책 한 권으로 자란다. 작은 메모 하나가 수정과 윤색을 반복하는 동안 큰 프로젝트로 변한다. 되새김질하며 거듭 음미하라. 실용에 기초해 생각에 날개를 달아라. 그 처음은 미미하지만 끝은 장대하리라

 

7강 권위를 딛고 서라/독창성을 추구한 창의적 지식경영

 

일반지도법(一反至道法) : 발상을 뒤집어서 깨달음에 도달하라
상식의 허를 찔러라. / 뒤집어 생각하라. / 상황에 적용하라./ 타성을 걷어내라.

 

368 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온다. 그러니 괴로움이란 즐거움의 뿌리다. 괴로움은 즐거움에서 나온다. 따라서 즐거움이란 괴로움의 씨앗이다. 괴로움과 즐거움이 서로를 낳은 것은 동정이나 음양이 서로 뿌리가 되는 것과 같다. 통달한 사람은 그러한 까닭을 아는지라, 깃들어 숨어 있는 것을 살피고 성하고 쇠하는 이치를 헤아려, 내 마음이 상황에 응하는 것을 항상 뭇사람이 하는 것과 반대로 한다. 거른 까닭에 두 가지가 그 취향을 나누고 그 기세를 죽이게 된다. 이는 마치 경수창의 상평법이 값이 싸면 비싸게 사들이고 비싸면 싸게 팔아서 언제나 값이 일정하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

 

369 “이따금 귀양지의 외로운 나를 찾아와 위로를 주던 그대가 문득 서울로 떠난다고 하니 말할 수 없이 슬프네. 하지만 나는 이 슬픔을 훗날 내가 고향으로 돌아가 그대와 더불어 산나물 생선회로 술 한자 나눌 때의 기금을 위한 씨앗으로 삼겠네, 그러지 않고 우리가 늘상 이렇게 만나 만남의 고맙고 단 것을 못 느끼게 되고  오히려 서로에게 싫증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은 다시 괴로운 일이 아니겠는가? 오늘 나는 말할 수 없이 슬프지만 슬픔을 눌러 오히려 즐거워하려 하네. 부디 건강하시게.”

 

371 ‘()’ 즉 현명하다는 말은, 이 일이 내게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를 잘 판단한다는 말이 아니라, 이것이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를 잘 판단한다는 말이 아니라, 이것이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를 잘 판단한다는 뜻이다. ‘()’ 곧 밝다는 말은,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한다는 뜻이지, 눈치를 잘 봐 손해날 것 같으면 입을 다물고 이익이 될 것 같으면 말한다는 뜻이 아니다. ‘()’또한 뛰어난 인재를 발탁해서 내 부족한 점을 붙들어 세운다는 뜻이지, 내 한 몸 온전히 보전한다는 의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 아전인수격으로 엉뚱하게 해석한다.

 

372 상식과 타성을 걷어내라. 나만의 눈으로 보아라. 하던 대로 하지 말고 새롭게 해라. 관습에 전 타성으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생각의 각질을 걷어내고 나만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인순고식을 버려라. 듣고 나면 당연한데 듣기 전에는 미처 그런 줄 몰랐던 것이 창의적인 것이다. 들을 때는 그럴듯한데 듣고 나면 더 혼란스러운 것은 괴상한 것이다. 이 둘을 혼동하면 안 된다. 깨달음은 평범한 것 속에 숨어 있다. 그것을 읽어내는 안목을 길러라.

 

 불포견발법(不抛堅拔法) : 권위를 극복하여 주체를 확립하라
힘 있게 주장하라. / 비난을 감수하라. / 성심을 다하라. / 타협은 하지 말라.

 

383 부자가 되고 싶으면 도주공과 의돈은 어떤 사람인가?”라고 한다. 무릇 한 가지 소원이 있으면 한 사람을 목표로 정해 반드시 그와 나란해지는 것을 기약한 뒤에 그만 두어야 하니, 이것이 용의 억이 하는 바다.

 

() () () 삼덕 가운데 공부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그는 용을 꼽았다. 목표를 정해 그와 꼭 같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 몰두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고 적당히 현실논리에 타협하고 남들 하는 대로 답습해서는 결국 큰 성취를 이룰 수 없게 된다.

 

 독후엄정법(篤厚嚴正法) : 도탑고도 엄정하게 관점을 정립하라
그른 길로 가지 말라 / 시비를 회피 말라. / 신랄하게 비판하라./ 관행을 타파하라.

 

385 힘있는 제 목소리를 내려면 바탕공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396 공부의 길에서는 옳고 그름이 있을 뿐, 좋고 나쁨은 없다. 도탑게 살피고 엄정하게 따져서 옳으면 행하고 그르면 내칠 뿐이다.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못 본 듯이 지나치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잣대를 똑바로 들이대서 내 목소리를 올바로 내야 한다. 좌고우면(左顧右眄), 이리저리 눈치보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람 좋다는 소리나 들으려거든 공부할 필요가 없다.


 
대조변백법(對照辨白法) : 다른 것에 비추어 시비를 판별하라
본질을 꿰뚫어라. / 견주어 판별하라. / 비교하고 대조하라. / 객관성을 제고하라.

 

397 개념이 엉기고 논리가 복잡해지면 의미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은 언제나 이것과 저것의 사이에 있다. 얻고 잃음은 여기와 저기의 중간에 있다. 세상에는 완전히 옳은 것도 없고 다 틀린 것도 없다. 옳은 것 같지만 틀린 것이 있고, 틀린 것 같은데 맞는 것도 있다. 누가 봐도 옳고 언제 봐도 틀린 것은 별로 없다. 항상 사이중간이 문제다. 눈앞의 사물은 자꾸만 우리 눈을 현혹시키고, 판단을 흐르게 한다. 겉만 보아서는 모른다. 현상의 안쪽에 숨은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이 필요하다.

 

398 옛사람들은 글을 배울 때 육서(六書)를 위주로 해서, 글자마다 궁구하여 상형(象形) 형성(形聲) 회의(會議) 지사(指事)를 각각 분명히 깨달은 뒤에 이를 엮어 문장을 지었다. 그래서 글자를 잘못 쓰지 않았다. 후세에는 전체 구절로 배우기 때문에 문체가 날로 나빠졌다. 옛사람들은 의술을 배울 때 <본초강목>을 바탕으로 삼아, 약재마다 맛보고 시험하여 그 성질과 맛과 기운과 성분을 하나하나 익힌 뒤에 조제하여 약을 만들었다. 그래서 약을 잘못 쓰는 일이 없었다. 지금 사람은 이미 만들어진 약방문을 가지고 배우는 지라 의술이 나날이 졸렬해진다.  <복암 이기양의 묘지명>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다. 같은 병이라도 증세는 같지가 않다. 이 사람에게 약이 되지만 저 사람에게는 독이 되는 약재도 있고, 이 병에는 특효가 있어도 비슷한 다른 증세에 쓰면 큰일나는 약재도 있다. 그러니 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어느 병에는 어떤 약방을 써야 한다는 지식이 아니라, 약재 하나하나의 성질과 효능을 익히는 것이다. 그래야만 병자의 체질이나 병세의 완급에 맞춰 강약을 조절할 수가 있다. 누구에게나 잘 듣는 약방은 없다. 어떤 병이든 다 통하는 처방도 없다.

 

408 의미는 이것과 저것의 사이’, 여기와 저기의 중간에 있다. 갈래를 나누고 견주고 가늠해서 현상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고, 문제의 핵심을 장악하라.


 
허명공평법(虛明公平法) : 속셈 없이 공평하게 진실을 추구하라

추종을 거부하라. / 편견을 걷어내라. / 억탁으로 왜곡 말라. / 마음을 텅 비워라.

 

411 세상이 다 박잡하다고 내가 박잡한 것의 변명을 삼을 수는 없다. 세상이 한통속으로 작당해서 박잡함으로 나아간대도 덩달아 휩쓸릴 것이 아니라 더 연찬하고 더 노력해서 깨달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공부는 맹목적인 추종과 타협을 거부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419 허명공평의 공부는 간결함에서 나온다. 마음을 텅 비워야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집착을 버려야 객관적인 시선을 얻을 수 있다. 소리지르지 마라. 목청만 높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편견을 버리고, 선입견을 버리고, 추종과 타협을 거부하라. 텅빈 마음을 돌아 나와 긴 울림을 주는 진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8강 과정을 단축하라/효율성을 강조하는 집체적 지식경영

 

분수득의법(分授得宜法) : 역할을 분담하여 효율성을 확대하라
작업을 분배하라. / 핵심 역량을 강화하라. / 능력을 개발하라./ 능률을 확대하라.

 

427 한 사람이 이것저것 다 잘할 수는 없다. 어느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자신의 장점을 파악하여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공연히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해서는 결국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만다.

 

432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혼자 다 하려 들지 마라. 능률은 오르지 않고 힘만 빠진다. 다만 집체작업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구성원을 적재적서에 배치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저마다 잘할 수 있는 일을 골라 믿고 맡겨라. 중간중간 점검하고 체크하면서 부족한 점을 채우고 넘치는 것을 덜어내라. 그렇게 해서 한 번 갖춰진 팀워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반복해서 확대 재생산된다. 가속도가 붙는다.


 
정과실천법(定課實踐法) : 목표량을 정해 놓고 그대로 실천하라/
목표량을 결정하라./ 독려하고 경쟁하라./ 긴장을 놓지 말라. / 기록으로 보관하라.

 

433 아이들의 방학 중 생활계획표처럼 세워만 놓고 지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435 옛 선비들은 이렇게 한겨울에는 산사나 궁벽한 암자로 찾아들어가 독서로 삼동을 났다. 동접(同接)의 벗들과 짝을 지어 서로 독려하며 공부하기도 했다.

 

439 책의 향기를 맡고 먹의 맛을 맛보라고 누각 이름을 서향묵미각(書香墨味閣)’이라고 붙였다.


 
포름부절법(庖廩不絶法) : 생각들을 끊임없이 조직하고 단련하라/
비판을 수용하라 / 보완을 유도하라. / 인정하되 지적하라. / 논리를 점검하라.

 

454 독단에 빠지지 않으려면 남에게 비판을 요구하라. 작업의 효율을 높이려면 중간중간 방향을 점검하라. 다른 사람의 의견에 비춰볼 때 안 보이던 문제들이 드러나고, 토론의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분명해진다. 정당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고, 확신이 서면 끝까지 물러서서는 안 된다. 매섭게 비판해도 인간에 대한 애정마저 망각하면 안 된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여럿이 낫다. 남의 말에 귀를 막고 있으면 발전은 없다.


 
어망득홍법(魚網得鴻法) : 동시에 몇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라
정보를 수습하라. / 새롭게 바라보라. / 정리를 습관화하라. / 시스템을 갖추라.

 

460 모든 자료는 방향과 시각을 바꿔 보면 모두 새롭다. 어는 것이고 전인미답의 경지 아닌 것이 없다. 남들이 추수하고 간 논밭에서 떨어진 이삭을 줍고, 별것 아니라고 내버려둔 자료에서 가공하지 않은 원석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빈틈을 헤집어 새로운 시각을 찾아내고, 남들이 보고도 못 본 사실을 탐색해낼 수 있어야 한다. 남들 하는 대로 하고, 남이 가는 길로만 가서는 큰 성취를 이룰 수 없다.

 

465 정리는 체계적으로 작업은 능률적으로 하라. 시스템만 갖추어지면 동시다발적인 작업도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초서하고 쉬지 말고 정리하라. 작업의 목표를 수시로 점검하고, 계속해서 효율성을 제고하라.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정보를 장악해야 한다 자료에 끌려 다니지 말고, 자료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어야 한다.


 
조례최중법(條例最重法) : 조례를 먼저 정해 성격을 규정하라
성격을 파악하라./ 차이를 인식하라. / 전체를 장악하라./ 세부를 구분하라.

 

473 다산 지식경영법의 기초는 카드작업, 즉 초서에 있었다.

 

477 작업에 앞서 반드시 밑그림을 그려라. 전체 설계도면을 갖고 얼개를 짠 후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지금 하는 작업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왜 하는 것인지를 꼼꼼히 점검하라. 이때 질문은 단순할수록 좋다. 그래야 공격목표가 명확해진다.

9강 정취를 깃들여라/따뜻함을 잃지 않는 인간적 지식경영

 

성의병심법(誠意秉心法) : 정성으로 뜻을 세워 마음을 다잡으라
부지런히 노력하라./ 성의로 다잡으라. / 꾸밈없이 소통하라. / 보람을 발견하라.

 

484 인생에서 귀하기는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것일세

 

493 산방에 처박혀 하는 일이라곤 책 일고 초서하는 것뿐입니다. 이를 본 사람은 모두 말리면서 비웃습니다. 하지만 그 비웃음을 그치게 하는 것은 나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귀양살이 20년 동안에 날마다 저술만 일삼아 복사뼈가 세 번이나 구멍났습니다. 제게 삼근(三根)의 가르침을 내려주시면서 늘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나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것을 얻었다.”몸으로 가르쳐주시고 직접 말씀을 내려주신 것이 마치 어제 일처럼 귓가에 쟁쟁합니다. 관뚜껑을 덮기 전에야 어찌 그 지성스럽고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을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황상<회주 사로에게 드림>

이것이 과골삼천(踝骨三穿)의 고사다.

 

495 부지런히 노력해라. 성심으로 노력해라. 복사뼈가 세번 구멍나고 벼류가 여러 개 밑창나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해라. 공부해서 무엇에 쓰겠느냐고 묻지 마라. 공부는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을 수 없어 하는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 나서 책을 안 읽고 무슨 일을 하겠느냐? 백 년도 못 되는 인생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살다 간 보람을 어디서 찾겠느냐?


 
득승양성법(得勝養性法) : 아름다운 경관 속에 성품을 기르라
미리 깨어 준비하라. / 탈출을 감행하라. / 기회를 활용하라./ 사물을 투시하라.

 

499 빗방울에 옷을 적실 각오 없이는 세검정의 빼어난 풍광은 볼 수가 없다. 비가 그친 뒤에 출발하면 늦는다. 비가 오기 전에 혹은 비를 맞으며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최고의 세검정을 만끽할 수 있다. 나에게 다산의 이 글은 그저 벗들과 작당하여 세검정으로 나들이를 다녀온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행간 깊게 들린다. “깨어 있어라. 맥락을 넘겨짚는 안목을 길러라. 떠난 기차는 붙들 수가 없고, 가버린 기회는 돌아오지 않는다. 뒤늦게 헐레벌떡 달려오면 좋은 구경도 못하고 웃음거리만 된다.”

 

500 이렇게 사흘을 놀다가 비로소 서울로 돌아오니, 무릇 얻은 시가 20여 수였다. 먹어본 산나물은 냉이와 도라지 고비와 고사리 그리고 두릅 따위 대여섯 종류였다.

 

504 살아 생동하는 엑스트를 읽지 못하고 고작 벌레 먹은 옛 책을 외우는 것만 독서로 여긴대서야 공부의 보람이 참 무색하다.

 

506 꽃 진 자리에 새 잎이 꼬물꼬물 오므린 손가락을 편다. 층층이 다르던 연둣빛의 숲은 천둥과 번개를 맞으면서 우락부락한 초록으로 거듭난다. 소나기에도 끄떡없다.

 

소슬바람이 불고 하늘은 마냥 높아만 져서 푸른 하늘과 붉은 잎은 팽팽하게 맞붙어 긴장한다. 그러는 사이에 잎이 져서 눈 덮인 산은 겨우내 빈손을 하늘을 향해 쳐들고 조용히 바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제 몸을 내맡기는 것이다.

 

음악에도 클라이맥스가 있듯, 계절에도 절정의 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가을이다. 해마다 단풍시절이 되면 술병을 준비해 소풍을 간다. 자연을 찾아 시를 지으며 노니는 것은 조물주의 한 해 연주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 것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종의 예의다. 큰 흉년이 들어 차마 흥청망청 먹고 놀 수는 없지마는 조물주에 대한 예를 거들 수는 없어 단출한 차림으로 한 해의 연주가 대미를 장식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왔다. 이렇듯 사물의 행간에 깃든 의미를 음미하고 그 깊은 속내를 투시하는 다산의 눈빛 속에는 세상을 향한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

 

507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성품을 기르고, 자연과 마주해서 마음을 닦아라. 조이기만 하고 풀 줄 모르면 마침내는 부러진다. 이완이 있어야 긴장할 수 있다. 늘 눌려만 있으면 용수철은 튀어 오를 힘을 잃는다. 책만 책이 아니다. 천지만물이 다 책이다. 툭 트인 생각. 걸림 없는 마음은 자연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


 
일상득취법(日常得趣法) : 나날의 일상 속에 운취를 깃들이라
선 자리를 사랑하라. / 의미를 찾아가라. / 공간을 경영하라. / 일상을 만끽하라.

 

508 일상득취(日常得趣)는 일상생활 속에서 삶의 운치를 찾아 누린다는 말이다. 의미는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내고 만드는 것이다. 저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내 곁에 있다. 하지만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맑은 눈, 밝은 귀, 그리고 무엇보다 텅 빈 마음이 있어야 한다. 탐욕과 운치는 서로 인연이 없다. 재물이 많다고 운치가 따르지도 않는다.

 

510 죽란시사(竹欄詩社)를 결성하여 살구꽃, 복숭아꽃, 참외, 연꽃,국화,큰눈,분매를 핑계로 꽃이 필 때마다 한 번씩 모여 시회를 열었다.

 

512 담장을 스치는 작은 복숭아나무/불장소도(小桃), 주렴에 부딪히는 버들 솜/박렴낭서(撲簾狼絮), 따뜻한 봄날 들려오는 꿩 울음소리/난일문치(暖日聞雉), 보슬비 속에 물고기 밥주기/세우사어(細雨飼魚), 단풍나무 뿌리로 칭칭 감긴 비단바위/풍전금석(楓纏錦石), 네모난 연못에 비친 국화/국조방지(菊照方池), 대나무가 푸른 언덕/일오죽취(一塢竹翠), 골짝으로 불어오는 파도소리 같은 솔바람/만학송도(萬壑松濤)

 

520 일상의 공간에 마음을 쏟아라. 굳이 먼 데를 기웃거리지 마라. 명승지를 찾아다닐 것도 없다. 내가 사는 공간에 정성을 쏟아 그곳에서 일상의 기쁨을 만끽해라. 생활 속에 운치를 깃들이는 일, 그를 통해 삶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이는 일은 몸은 비록 티끌세상에 묶여 있어도 마음은 훨훨 자유로운 경계 속에 노닐게 하는 일이다.


 
담화시기법(談話視機法) : 한마디 말에도 깨달음을 드러내라
심령을 툭 틔워라. / 각성을 유도하라. / 여유를 잊지 말라. / 이치를 관조하라.

 

529 다산 버전의 머피의 법칙이다. 높은 벼슬아치는 만날 사람 좋은 너털웃음으로 그 무능을 감춘다. 재주 있는 젊은이는 그 재주를 펼칠 기회를 한 번도 못 만나기 쉽다. 아비가 구두쇠 소리를 들어가며 한푼 두푼 모은 재산은 방탕한 자식이 하룻밤 노름으로 다 날려버린다. 왜 똑똑한 여자는 언제나 멍청한 사내에게 시집가는가? 보름밤에 달구경 약속을 잡아놓으면 어김없이 그날 밤 비가 내린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531 그저 보아넘기지 말고 이치로 따져 음미하라. 가슴속에 금강석보다 빛나는 보석을 풍어라. 금세 스러질 그깟 재물 말고, 변치 않을 등불이 될 말씀을 세워라. 문심혜두를 활짝 열어 촌철살인의 정신을 길러라. 흐물흐물 녹고 말 육신의 쾌락 말고, 하얗게 정신의 뼈대를 세워라.

 

 속중득운법(俗中得韻法) : 속된 일을 하더라도 의미를 부여하라
품위를 유지하라. / 운치를 깃들이라. / 서울을 지켜라./ 맑은 꿈을 간직하라.

 

542 마음속에서 속된 기운을 걷어내라. 하지만 생활을 외면하는 것을 고고한 것으로 착각하지 마라. 무능에서 나온 적진과 군자의 맑은 청빈은 전혀 같지가 않다. 청빈을 즐길 뿐 적진을 자랑하지 마라. 작은 시련 앞에 주눅들어 무작정 서울을 떠나는 것은 자손을 망치고 집안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몸은 진창에 떨어져도 꿈은 하늘에 심어라. 처지에 따라 변하는 것은 군자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경제를 생각하되, 운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

10강 핵심가치를 잊지 말라/본질을 놓치지 않는 실천적 지식경영

 

비 민보세법(裨 民補世法): 위국애민 그 마음을 한시도 놓지 말라
애민의 뜻을 펴라. / 현실을 고발하라. / 감싸 안아 보듬으라. / 분노하고 규탄하라.

 

555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라. 이 마음이 없이는 학문도 문학도 아무 의미가 없다. 아롱아롱 무지개가 문학의 본령이라 말하지 마라. 세상과 상관없는 고고한 상아탑을 학문으로 착각하지 마라. 뜨거운 붉은 마음 없이는 소용이 없다. 제 몸만 아끼고 제 식솔만 챙기는 공부는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다.
 
간난불최법(
艱難不摧法) : 좌절과 역경에도 근본을 잊지 말라

역경에 담대하라. / 절망을 딛고 서라. / 위기를 활용하라./ 근검으로 일어서라.

 

566 역경 앞에 담대하라. 절망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야 진짜 군자다. 오히려 그것을 밑바대로 삼아 견인불발의 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돌릴 수 있어야 한다. 가난에 주눅들어 뜻을 잃지 말고, 근검의 정신으로 마음을 다잡아라. 위기상황에 놓인 뒤에 그 사람이 보인다. 감춰져 있던 본바탕이 낱낱이 드러난다.


 
실사구시법(實事求是法) : 사실만을 기록하고 실용을 추구하라
실용을 우선하라. / 합리를 지향하라. / 실상을 파악하라./ 쓸모에 맞게 하라.

 

578 작업에 앞서 쓰임새를 생각하라. 왜 이 작업을 하는지,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먼저 점검하라. 현장에서의 활용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작정 하고 본다는 식으로는 안 된다. 하다 보면 뭔가 나오겠지도 안 된다. 그렇게 해서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거둘 성과도 없다. 처음엔 비슷해도 중반 이후에는 정보가 뒤얽혀서 손댈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만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또 그 알맹이는 속이 꽉 찬 것이라야 한다.


 
오득천조법(吾得天助法) : 나만이 할 수 있는 작업에 몰두하라
장점을 강화하라. / 개성을 추구하라. / 잘하는 일을 하라. / 독창성을 지녀라.

 

590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말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해서 기쁘고, 안 할 수 없고, 내가 다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라. 자신의 장점을 파악해서 개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일 저일 기웃거리지 말고 핵심역량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라. 그러자면 평소에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훌륭한 스승 밑에서 안목을 갈고 닦아야 한다.


 
조선중화법(朝鮮中華法) : 지금 여기의 가치를 다른 것에 우선하라
여기에 바탕하라. / 우리 것을 중시하라. / 변화를 긍정하라./ 주체성을 잃지 말라.

 

601 우리 것이 소중하되 우리 것만으로는 안 된다. 속도 없이 덩달아 해서는 안되지만, 내 것만 좋다고 우기는 것은 더 나쁘다. 정신의 주체를 굳건히 세워라. 그 바탕 위에서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이용후생을 강구하라. 변화는 당연한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하지만 변해서는 안 될 것까지 바꾸려 들면 주체가 무너진다. 주체가 무너지면 흉내만 남게 된다.

 

3.     내가 저자라면(뼈대와 목차에 관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큰 흐름을 잡아내는, 생각을 장악하는, 문제점을 발견하는, 설득력을 갖춘,

실용성을 갖춘, 독창성을 추구하는, 효율성을 강화하는, 따뜻함을 잃지 않는, 본질을 놓치지 않는 실천적 지식경영

 

저자가 다산을 연구하면서 그의 공부방법에 대한 책을 누군가가 엮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다른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마침 안식년을 맞는 해이기도 해서 필요와 시간이 잘 맞아떨어진 탓에 책을 엮었는데 저자는 논문쓰기를 어려워하는 제자를 생각하며 쓴 글에 경영자들의 니즈에 더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공부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잘 하는 사람에게는 그만의 특별함이 있으니 그 중에서도 다산의 공부법은 다산을 열심히 들여다보아온 사람만이 정리해낼 수 있는 내용이긴 하겠다. 50가지에 이르는 다산의 정리법은 처음에는 한 줄의 글에서 시작을 하고 생각이 생각을 데려오고 그것들의 문제점을 발견하여 현실에 맞는 언어로 재해석해낸다. 다산이나 정민은 이야기한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그리고 세상은 변해도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고. 다만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맞는 언어로 어떻게 재해석하고 분류를 해 내는냐가 새로운 책을 지식을 생성해내는 방법이다라고나의 책을 한 권 써보기로 마음먹은 지금에 이 책이 내게 내비게이션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많은 방법 중에 내 몸에 맞는 방법을 찾아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나의 과제이기도 하다.

 

머리말

서설

1. 단계별로 학습하라-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적 지식 경영

 

여박총피법(如剝蔥皮法) : 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라
껍질을 벗겨내라 / 문제를 도출하라 / 한 우물을 깊이 파라 / 뒤섞어 혼동말라

촉류방통법(
觸類旁通法) :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계통 있게 정리하라 / 미루어 알게 하라 / 체계를 유지하라 / 대답을 찾아가라
축기견초법(
築基堅礎法) :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다지라
기초를 닦아라 / 신기함을 추구 말라 / 바탕을 갖추어라 / 역경을 딛고 서라
당구첩경법(
當求捷徑法) : 길을 두고 뫼로 가랴 지름길을 찾아가라/
요령 있게 탐구하라/ 바른 길을 따라가라. / 차례를 잃지 말라 / 번지수를 파악하라

종핵파즐법(
綜覈爬櫛法) : 종합하여 분석하고 꼼꼼히 정리하라/
꼼꼼히 따져보라/ 맥락을 연결하라 / 종합하고 정리하라 / 이치를 깃들여라

 

2. 정보를 조직하라-큰 흐름을 잡아내는 계통적 지식경영

  
선정문목법(
先定門目法) :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하라/
얼개를 구성하라. / 정보를 장악하라. / 범례대로 초록하라. / 규모를 드러내라
.
 
변례창신법(
變例創新法) : 전례를 참고하여 새 것을 만들어라
새것을 만들어라. / 발상을 전환하라. / 성과를 점검하라./ 방법만 배워오라.
 
취선논단법(
取善論斷法) : 좋은 것을 가려 뽑아 남김없이 검토하라/
가치를 논단하라. / 일관성을 갖추라./ 문제를 파악하라. / 명석하게 판단하라
.
 
거일반삼법(
擧一反三法) : 부분을 들어서 전체를 장악하라/
정곡을 찔러라. / 오성을 활짝 열라. / 정리를 습관화하라. / 식견을 툭 틔워라
.
 
휘분류취법(
彙分類聚法) : 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으라/
가치를 규정하라. / 경험을 누적하라. / 관찰하고 기록하라. / 정보가 말하게 하라.

 

3. 메모하고 따져보라-생각을 장악하는 효율적 지식경영

    
초서권형법(
鈔書權衡法) : 읽은 것을 초록하여 가늠하고 따져 보라

저울질을 먼저 하라. / 네트 워크를 형성하라. / 일관성을 확보하라. / 주견을 확립하라.
 
수사차록법(
隨思箚錄法) :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하라/
생각을 붙들어라. / 의문을 천착하라. / 깨달음을 기록하라. / 내 손을 믿으라
.
 
반복참정법(
反覆參訂法) : 되풀이해 검토하고 따져서 점검하라/
오류를 파악하라./ 가설을 입증하라. / 명쾌하게 고증하라. / 맥락으로 수렴하라
.
 
잠심완색법(
潛心玩索法) : 생각을 정돈하여 끊임없이 살펴보라/
몰두하고 침잠하라. / 문제에 몰입하라. / 쉼 없이 탁마하라. / 석연하게 깨우치라
.
 
지기췌마법(
知機揣摩法) : 기미를 분별하고 미루어 헤아리라/
공부와 삶을 일치시켜라. / 허실을 간파하라. / 초점을 파악하라. / 행간을 읽어라.

 

4. 토론하고 논쟁하라-문제점을 발견하는 쟁점적 지식경영

   
질정수렵법(
質定收斂法) : 질문하고 대답하며 논의를 수렴하라
 
중간에 중단 말라. / 따지고 추궁하라./ 토론하고 논난하라. / 가차 없이 비판하라.
  
대부상송법(
大夫相訟法) : 끝까지 논난하여 시비를 판별하라
 
쉽게 물러서지 말라. / 상대를 납득시키라. / 쟁점을 입체화하라. / 문제점을 드러내라.
  
제시경발법(
提撕警發法) : 생각을 일깨워서 각성을 유도하라
 
흘려서 듣지 말라. / 깨달음을 공유하라. / 각성을 유도하라. / 의혹을 제거하라.

 절시마탁법(切偲磨濯法) : 단호하고 굳세게 잘못을 지적하라
비판할 뿐 칭찬 말라. / 오류를 인정하라. / 권위에서 벗어나라. / 양보 없이 논쟁하라.
 
무징불신법(
無懲不信法) : 근거에 바탕하여 논거를 확립하라
근거에 입각하라. / 비방을 자제하라. / 버릴 것은 버려라. / 증거를 제시하라.

 

5. 설득력을 강화하라-설득력을 갖춘 논리적 지식경영

 
피차비대법(
彼此比對法) : 유용한 정보들을 비교하고 대조하라/
자료를 저울질하라. / 명료하게 따져보라./ 논리를 입증하라. / 오류를 밝혀내라
.
 
속사비사법(
屬詞比事法) : 갈래를 나누어서 논의를 전개하라/
갈래별로 연결하라. / 항목 따라 배열하라./ 요점을 제시하라. / 핵심을 강화하라
.
 
공심공안법(
公心公眼法) : 선입견을 배제하고 주장을 펼치라/
객관에 기초하라. / 마음으로 납득하라. / 냉철하게 판단하라. / 권위에 편승 말라
.
 
층체판석법(
層遞判析法) : 단계별로 차곡차곡 판단하고 분석하라/
쟁점을 드러내라. / 명료하게 분석하라./ 중심을 잃지 말라. / 반론을 격파하라
.
 
본의본령법(
本意本領法) : 핵심을 건드려 전체를 움직이라/
방향을 잊지 말라. / 식견을 자랑 말라. / 주제에 집중하라./ 초점을 잃지 말라
.

  6
. 적용하고 실천하라-실용성을 갖춘 현장적 지식경영


 
강구실용법(
講究實用法) : 쓸모를 따지고 실용에 바탕하라
실용과 연계하라. / 갈래를 구분하라. / 본령을 망각 말라. / 남을 감염시켜라.
 
채적명리법(
採適明理法) : 실제에 적용하여 의미를 밝히라
관념을 거부하라./ 로드맵을 제시하라./ 견문을 확대하라. / 상황을 장악하라.
 
참작득수법(
參酌得髓法) : 자료를 참작하여 핵심을 뽑아내라
쓸모 있게 배치하라. / 새것을 창출하라./ 변화를 추구하라. / 강점을 강화하라.
득당이취법(
得當移取法) : 좋은 것은 가리잖코 취해 와서 배우라
장점을 흡수하라. / 향상을 도모하라. / 끊임없이 변화하라./ 가능성을 고려하라.
수정윤색법(
修正潤色法) : 단계별로 다듬어서 최선을 이룩하라
끊임없이 수정하라./ 거친 것을 다듬어라. / 첨삭하고 가공하라. / 대안을 제시하라.

 7
강 권위를 딛고 서라-독창성을 추구하는 창의적 지식경영


 
일반지도법(
一反至道法) : 발상을 뒤집어서 깨달음에 도달하라
상식의 허를 찔러라. / 뒤집어 생각하라. / 상황에 적용하라./ 타성을 걷어내라.
 
불포견발법(
不抛堅拔法) : 권위를 극복하여 주체를 확립하라
힘 있게 주장하라. / 비난을 감수하라. / 성심을 다하라. / 타협은 하지 말라.
 
독후엄정법(
篤厚嚴正法) : 도탑고도 엄정하게 관점을 정립하라
그른 길로 가지 말라 / 시비를 회피 말라. / 신랄하게 비판하라./ 관행을 타파하라.
 
대조변백법(
對照辨白法) : 다른 것에 비추어 시비를 판별하라
본질을 꿰뚫어라. / 견주어 판별하라. / 비교하고 대조하라. / 객관성을 제고하라.
 
허명공평법(
虛明公平法) : 속셈 없이 공평하게 진실을 추구하라

추종을 거부하라. / 편견을 걷어내라. / 억탁으로 왜곡 말라. / 마음을 텅 비워라.

 8
. 과정을 단축하라-효율성을 강화하는 집체적 지식경영


 
분수득의법(
分授得宜法) : 역할을 분담하여 효율성을 확대하라
작업을 분배하라. / 핵심 역량을 강화하라. / 능력을 개발하라./ 능률을 확대하라.
 
정과실천법(
定課實踐法) : 목표량을 정해 놓고 그대로 실천하라/
목표량을 결정하라./ 독려하고 경쟁하라./ 긴장을 놓지 말라. / 기록으로 보관하라
.
 
포름부절법(
庖廩不絶法) : 생각들을 끊임없이 조직하고 단련하라/
비판을 수용하라 / 보완을 유도하라. / 인정하되 지적하라. / 논리를 점검하라
.
 
어망득홍법(
魚網得鴻法) : 동시에 몇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라
정보를 수습하라. / 새롭게 바라보라. / 정리를 습관화하라. / 시스템을 갖추라.
 
조례최중법(
條例最重法) : 조례를 먼저 정해 성격을 규정하라
성격을 파악하라./ 차이를 인식하라. / 전체를 장악하라./ 세부를 구분하라.

 9
. 정취를 깃들여라-따뜻함을 잃지 않는 인간적 지식경영


 
성의병심법(
誠意秉心法) : 정성으로 뜻을 세워 마음을 다잡으라
부지런히 노력하라./ 성의로 다잡으라. / 꾸밈없이 소통하라. / 보람을 발견하라.
 
득승양성법(
得勝養性法) : 아름다운 경관 속에 성품을 기르라
미리 깨어 준비하라. / 탈출을 감행하라. / 기회를 활용하라./ 사물을 투시하라.
 
일상득취법(
日常得趣法) : 나날의 일상 속에 운취를 깃들이라
선 자리를 사랑하라. / 의미를 찾아가라. / 공간을 경영하라. / 일상을 만끽하라.
 
담화시기법(
談話視機法) : 한마디 말에도 깨달음을 드러내라
심령을 툭 틔워라. / 각성을 유도하라. / 여유를 잊지 말라. / 이치를 관조하라.
 
속중득운법(
俗中得韻法) : 속된 일을 하더라도 의미를 부여하라
품위를 유지하라. / 운치를 깃들이라. / 서울을 지켜라./ 맑은 꿈을 간직하라.

 10
. 핵심가치를 잊지 말라-본질을 놓치지 않는 실천적 지식경영


 
비민보세법(
裨民補世法) : 위국애민 그 마음을 한시도 놓지 말라
애민의 뜻을 펴라. / 현실을 고발하라. / 감싸 안아 보듬으라. / 분노하고 규탄하라.
 
간난불최법(
艱難不摧法) : 좌절과 역경에도 근본을 잊지 말라

역경에 담대하라. / 절망을 딛고 서라. / 위기를 활용하라./ 근검으로 일어서라.
 
실사구시법(
實事求是法) : 사실만을 기록하고 실용을 추구하라
실용을 우선하라. / 합리를 지향하라. / 실상을 파악하라./ 쓸모에 맞게 하라.
 
오득천조법(
吾得天助法) : 나만이 할 수 있는 작업에 몰두하라
장점을 강화하라. / 개성을 추구하라. / 잘하는 일을 하라. / 독창성을 지녀라.
 
조선중화법(
朝鮮中華法) : 지금 여기의 가치를 다른 것에 우선하라
여기에 바탕하라. / 우리 것을 중시하라. / 변화를 긍정하라./ 주체성을 잃지 말라.

 

다산 정약용 선생 저술 연보

참고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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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 장절

 

135 복잡한 문제 앞에 기죽을 것 없다. 정보를 정돈해서 정보가 제 스스로 말하게 하라. 효율적으로 정보를 장악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을 잡아라. 먼저 모으고 그 다음에 나눠라. 그런 뒤에 그룹별로 엮어 다시 하나로 묶어라. 공부는 복잡한 것을 갈래지어 단순하게 만드는 일이다. 갈팡질팡하지 말고 갈피를 잡아야 한다. 교통정리를 잘 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이다. 서랍정리 잘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이다.

 

148 주견을 먼저 세워라. 생각을 붙들어 세워라. 그런 뒤에 책을 읽어라. 눈으로 입으로만 읽지 말고 손으로 읽어라. 부지런히 초록하고 쉴새없이 기록해라. 초록이 쌓여야 생각이 튼실해진다. 주견이 확립된다. 그때그때 적어두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당시에는 요긴하다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열심히 적어라. 무조건 적어라.

 

224 공부를 잘하려면 식견이 열려야 한다. 깨달음이 없으면 여기서 이 말 듣고 저기서 저 말 들을 때마다 우왕좌왕하게 된다. 귀가 얇아 듣는 대로 의심이 나고, 배우는 대로 의혹만 커진다. 정신을 바짝 차려라. 입과 배를 위해 애쓰지 말고, 네 영혼의 각성을 위해 힘써라. 누구나 처음에는 안 된다. 차근차근 따지고 살피고, 곁에서 일깨워주어 깨달아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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