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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5일 11시 58분 등록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정민지음 /김영사


저자에 대해서

정민鄭珉은 충북 영동 출생.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식이 넘쳐나는 세상일수록 간명한 통찰이 필요하다. 네 글자밖에 안 되는 언어로 내면의 웅숭깊은 성찰,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전한다. 그동안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꼼꼼히 읽어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고전 문장론과 연암 박지원』을 펴냈다.

18세기 지식인에 관한 연구로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과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미쳐야 미친다』 『다산의 재발견』『삶을 바꾼 만남』 등이 있다. 청언소품淸言小品에 관심을 가져 『마음을 비우는 지혜』 『내가 사랑하는 삶』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돌 위에 새긴 생각』, 『다산어록청상』 『성대중 처세어록』 『죽비소리』 등을 펴냈다.

이 밖에 옛 글 속 선인들의 내면을 그린 『책 읽는 소리』 『스승의 옥편』 등의 수필집과 한시 속 신선 세계의 환상을 분석한 『초월의 상상』, 문학과 회화 속에 표상된 새의 의미를 찾아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조선 후기 차 문화의 모든 것을 담아서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 등을 썼다.

한시의 아름다움을 탐구한 『한시 미학 산책』과 어린이를 위한 한시 입문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외에, 사계절에 담긴 한시의 시정을 정리한 『꽃들의 웃음판』을 펴냈다.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문장들


1강 단계별로 학습하라


1. 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라

내가 비록 욕되고 고통스런 가운데 있엇어도 예와 관련된 책을 공부하는 것은 단 하루도 멈추지 않았다. 의리의 정밀하고 미묘함은 마치 파의 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다. 네가 았을 때 너에게 말했던 것은 반 넘게 거친 껍질이어서 근본과는 관계없는 것이었다. 생각건대 올해가 가기 전에는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구나.(두 아들에게 답함)

 껍질을 벗겨내라

 문제를 도출하라

 한 우물을 깊이파라

 뒤섞어 혼동말라


한 우물을 깊이파라

***글을 지으려는 사람은 먼저 독서의 방법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우물을 파는 사람은 먼저 석 자의 흙을 파서 축축한 기운을 만나게 되면 또 더 파서 여섯 자 깊이에 이르럴 그 탁한 물을 퍼낸다. 또 파서 아홉 자의 샘물에 이르러서야 달고 맑은 물을 길어낸다. 마침내 물을 끌어올려 천천히 음미해보면 그 자연의 맛이 그저 물이라 하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다시 배불리 마셔 그 정기가 오장육부와 피부에 젖어듦을 느낀다. 그런 뒤에 이를 퍼서 글로 짓는다. (30P)


***다산은 말한다. 문제를 회피하지 마라. 정면으로 돌파하라.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고 탐구해 들어가라. 처음에 우열을 분간할 수 없던 정보들은 이 과정에서 점차 분명한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서 실마리를 잡아라. 얽힌 실타래도 실마리를 잡ㅂ으면 술술 풀리게 마련이다. 더 이상 파 껍질을 붙들고 씨름하지 않게 된다.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자꾸 들쑤석거리기만 하면 나중엔 아예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손쓸 수 없게 된다. 핵심을 놓치지 마라. 실마리를 잡아라. (35P)


2.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계통있게 정리하라

미루어 알게 하라

체계를 유지하라

대답을 찾아가라


대답을 찾아가라

***논문을 쓰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도 이 구슬꿰기와 다를 것이 없다. 대개 이 과정은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다.

필자의 경우 논문을 슬때 우선 공격목표를 명확히 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조선 중기 선조와 광해군 연간에 갑자기 중국강남으 서호 풍경을 그린 <서호도>를 집집마다 거는 것이 일대 유행을 했다. 처음엔 무심히 보아 넘겼는데 문집을 읽다보니 자꾸 관련 자료가 눈에 들어왔다.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다음은 당시 논문을 쓰기 전에 내가 나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들이다.

-왜 서호인가

-왜 하필 선조와 광해 연간이가?

-<서호도>성행에 다른 배경은 없는가?


***자료를 수집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막상 논문을 며칠만에 탈고했다. 자료를 수집하고 생각의 갈래를 나누는데 시간이 많이 든다. 생각이 정돈되면 글 쓰는 일은 대개 손가락 아래의 일이다. 하지만 생각이 정돈되지 않으면 자료를 다 모아놓고 몇 년이 지나도 전혀 손을 대지 못한다. 생각이 익기만을 기다리는 자료파일이 내게도 적지 않다. (46P)

***다산은 말한ㄷ. 갈래를 나누고 종류별로 구분하라. 그렇게 해야 무질서 속에서 질서가 드러난다.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그저 그러려니 해서는 안된다. 보이지 않는 질서를 찾아내야 한다. 계통을 확립해야 한다. 산만해서는 안 되고, 집중해야 한다. 흩어져서는 안되고 집약해야 한다. 지리멸렬, 각개격파로는 적을 물리칠 수가 없다. 일사불란하고 명약관화해야 한다. (47P)


3.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다져라

기초를 닦아라

신기함을 추구말라

바탕을 갖추어라

역경을 딛고 서라


신기함을 추구말라

***젊은 사람은 혈기가 안정되지 않아 늘 낯설고 신기한 것에 눈을 판다. 그들은 종종 오래된 것과 낡은 것을 착각하고 새로움과 괴상함을 혼동한다. 남들이 많이 간 길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생전 처음 보는 길로 모험떠나기를 즐긴다. 새로운 길을 가더라도 괴상한 것과 혼동하면 안된다. 주체가 흔들릴 때 모험은 대개 용기이기보다 만용이 된다. (50P)


바탕을 갖추어라

***문장이란 무슨 물건일까? 학식은 안으로 쌓이고 문장은 겉으로 펴는 것일세.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살가죽에 윤기가 나고 술을 마시면 얼굴에 홍조가 피어나는 것과 다를 게 없지. 그러니 어찌 문장만 따로 쳐서 취할 수가 있겠는가? (53P0


역경을 딛고 서라

**다산의 이런 정신은 18년간의 강진 유배생활에서 찬연하게 빛났다. 터를 굳게 다져 바탕공부에 힘슨 사람과 한 때의 가벼운 재주로 세상의 명망만 좇은 사람은 역경의 순간에 확연히 갈린다. 다산은 회갑을 맞아 쓴 <자찬묘지명>에서 귀양지에서의 삶을 스스로 이렇게 정리했다.


나는 바닷가 강진 땅에 귀양을 왔다. 그래서 혼자 생각햇다. 어린 나리에 배움의 듯을 두었지만 스무 해 동안 세상길에 잠겨 선왕의 큰 도리를 다시 알지 못했더니, 이제야 여가를 얻었구나. 그리고는 마침내 혼연히 스스로 기뻐하였다. 그리고 육경과 사서를 가져다가 골똘히 연구하였다. (자찬 묘지명)


그저 베껴쓰기만 해도 수십 년이 걸릴 경집 232권과 문집 260여 권을 다산은 강진 유배 18년간 모두 정리해냈다. 참고할 서적도 넉넉지 않고 여건도 여의치 않은 척박한 환경에서 이뤄낸 경이롭다 못해 경악할만한 성과였다. 굳건한 바탕공부의 힘이 위기를 만나 오히려 위력적으로 발휘된 것이다. (55~56P)


***다산은 말한다. 기둥을 세우기 전에 터를 굳게 다져라. 주추를 놓기 전에 터를 굳게 다져라. 진도를 빨리 나가려 들지 말고 터를 굳게 다져라. 단청이 마르기도 전에 기울고 벽이 갈라지는 집은 아예 짓지도 마라.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터를 굳게 다져라. 달구질을 오래 할수록 터가 단단해진다. 그 굳건한 토대 위에 주추를 놓고 기둥을 세워 들보를 얹어라. 천년 세월에도 기울지 않을 그런 집을 지어라. (58P)


4. 길을 두고 뫼로 가랴 지름길을 찾아가라

가을이 깊으면 열매가 떨어지고 물이 흘러가면 도량이 만들어진다. 이는 이치가 그런 것이다. 너희들은 모름지기 지름길을 찾아서 가야지. 울퉁불퉁gs 돌길이나 덤불이 우거진 속으로 향해 가서는 안된다. (다산의 제생을 위해 준 말)

요령있게 탐구하라

바른 길을 따라가라

차례를 잊지마라

번지수를 파악하라


요령있게 탐구하라

***서양 속담 중에 “사람이 빵만 구하면 빵도 얻지 못하지만 빵 이상의 것을 추구하면 빵은 저절로 얻어진다”는 말이 있다. 주자는 ‘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면 이익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장차 그 몸을 해치고 의리를 추구하면 이익은 따로 구하지 않아도 절로 이롭지 않음이 없다고 말했다. (61P)


***과거공부를 하는 사람은 평범한 고문은 거들떠보지 않고 오로지 특별한 과문만 공부한다. 기출문제를 뽑아 모범답안을 외우고 모의고사를 통해 답안작성 연습을 집중적으로 한다. 선생이 붙어 답안을 검토하고 점수를 봄더 잘 받게 하려고 첨삭지도를 한다. 조선시대 서울의 행세하는 집안치고 이렇게 하지 않는 집이 없었다. 다산의 처방은 좀 색다르다.

과문(科文, 과거시험장에서 통용되는 문장)을 잘 하려면 고문을 먼저 익혀라. 고문을 잘하면 과문과 이문은 저절로 된다. 하지만 과문만 잘하면 이문도 고문도 다 할 수가 없다. 과문은 과거시험을 볼 때만 필요한 글이다. 하지만 고문은 죽을 때 까지 계속 써야 하는 글이다. 이문은 직접 쓰지 않고 아전이나 서리를 시킬 수도 있다. (61P)


바른 길을  따라가라

***사람이 문장을 지님은 초목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나무 심는 사람은 처음 심을 적에 뿌리를 북돋워 줄기를 안정시킨다. 이윽고 진액이 돌아 가지와 잎이 돋아나 이에 꽃이 피어난다. 꽃은 갑작스레 얻을 수가 없다. 정성을 쏟아 바른 마음으로 그 뿌리를 북돋우고 도타운 행실로 몸을 닦아 그 줄기를 안정시킨다. 경전을 궁구하고 예법을 연구하여 진액이 돌게 하고 널리 듣고 예를 익혀 가지와 잎을 틔워야 한다. 이때 깨달은 바를 유추하여 이를 축적하고 축적된 것을 펴서 글을 짓는다. 이를 본 사람이 문장이라고 여기니 이것을 일러 문장이라 한다. 문장이란 것은 갑작스레 얻을 수가 없다. (양덕인 변지의를 위해 준 말)


수레가 물건을 실어나른다면 문장은 도를 실어나른다. 수레의 화려한 장식이나 문장이 화려한 수식은 물건이나 도를 운반하는데 별 도움이 안된다. 뿌리가 든든해야 양분을 끌어올려 잎을 튀우고 곷을 피운다. 뿌리가 도덕이라면 문장은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꽃에 불과하다. 꽃이 아름답지만 아름다움의 근원은 뿌리에서 왔다. 이것을 잊으면 안 되는데 사람들은 거름을 주어 뿌리의 힘을 돋을 생각은 않고 꽃만 피우겠다고 난리다. (64P)


번지수를 파악하라

**경전공부는 상학하달의 공부다. 옛 경전을 먼저 일고 주석과 풀이를 읽는다. 원리와 본질을 먼저 알아 추기급물하는 공부다. 내게서 말미암아 사물로 나아가는 원심적이요, 연역적 방식이다. 역사와 경세공부는 하학상달의 공부다. 하나하나 깨우쳐 원리를 깨달아 마침내 전미개오 즉 미혹을 돌려 깨달음에 도달하는 구심적이요 귀납적 공부다. (67~68P)


****다산은 말한다. 지름길을 찾아라, 더뎌 보이는 길이 지름길이다. 무슨 답답한 말이냐고 하지마라. 해보면 그게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맨땅에 헤딩하듯 하는 공부는 백날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단계를 밟아 차근차근 규모를 세워라. 갈림길에서 헤매지 않으려면 덤불 속에서 방황하지 않으려면 돌밭에서 목마르지 않으려면 지름길을 찾아라.(68P)


5. 종합하고 분석하여 꼼꼼히 정리하라

꼼꼼히 따져보라

맥락을 연결하라

종합하고 정리하라

이치를 깃들여라


꼼꼼히 따져보라

******종핵파즐(櫛)은 복잡한 것을 종합하여 하나하나 살피고 가려운 데를 시원하게 긁고 헝클어진 머리칼을 빗질하듯 깔끔하게 정리해낸다는 뜻이다. (69P)


******공부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어려운 것을 수비게 풀이하는 절차다. 심입천출이라 했다. 공부는 깊게 들어가서 얕게 나와야 한다. 세게 공부해서 쉽게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고수들의 말은 쉬워 못 알아들을 것이 없다. 하수들은 말은 현란한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읽을 때는 뭔가 있는 것 같다가도 읽고 나면 남는게 없다.(70P)


***독서는 모두 방법이 잇다. 세상에 보탬이 안되는 책을 읽을 때는 구름가고 물 흘듯 해도 괜찮다. 하지만 백성과 나라에 보탬이 되는 책을 읽을 때는 단락마다 이해하고 구절마다 깊이 따져 대낮 창가에서 졸음을 쫓는 방패막이로 삼아서는 안된다. (반곡 정공의 난중일기에 제함) (70P)


종합하고 정리하라

***다산은 방대한 자료를 집적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내는데 특별한 솜씨가 있었다. 그리고 자식들에게도 자신의 방법을 실험하여 스스로 깨닫게 했다. 다산식 종핵파즐법의 도 다른 실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내가 수 년 이래로 자못 독서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저 앍기만 하면 비록 하루에 천 번 백 번을 읽는다 해도 안 읽은 것과 같다. 무릇 독서란 매번 한 글자라도 뜻이 분명치 않은 곳과 만나면 모름지기 널리 고증하고 자세히 살펴 그 근원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차례차례 설명하여 글로 짓는 것을 날마다 일과로 삼아라. 이렇게 하면 한 종류의 책을 읽어도 곁으로 백 종류의 책을 함께 들여다보게 될 뿐 아니라, 본래 읽던 책의 의미도 분명하게 꿰둟어 알 수가 있으니 이 점을 알아두지 않으면 안된다. (75P)


***다산은 말한다. 복잡하다고 기죽지 마라. 갈래를 나누고 무리를 지어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종합해야 한다. 그 다음은 옥석을 가릴 순서다.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차례짓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변별하며 먼저와 나중을 자리매겨라.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는 것이 공부다. 남들은 못 봐도 나는 보는 것이 공부다.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이를 통해 내 삶이 송두리째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공부다. 마지못해 쥐어자며 하는 공부말고 생룡활호처럼 펄펄 살아 날뛰는 그런 공부가 공부다. (78P)


2강 정보를 조직하라

공부는 가닥을 잡는데서 시작되고 긑난다. 하늘 아래 새것은 없다. 잇는 것을 참작해서 새 것을 만들어라. 틀을 만들고 골격을 세워라. 새 자료를 곰꼼히 검토하고 기존의 성과를 면밀히 점검하라. 다 보여주려 들지 말고 핵심을 찔러라. 자료를 널리 모아 갈래를 나눠라.


6.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하라

얼개를 구성하라

정보를 파악하라

범례대로 초록하라

규모를 드러내라


얼개를 구성하라

선정문목(先定門目)은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문목, 즉 목차를 먼저 정하라는 말이다. 노눈을 쓰든 저술을 하든 아니면 어떤 과제를 정리하든 가장 먼저 할 일은 목차와 개요를 세우는 것이다. 목차를 세우려면 우선 머릿속에 전체 얼개가 Wi여아 한다. 내 앞에 놓인 자료를 장악하지 않고 목차를 자기란 불가능하다. (82P)


***새해가 되엇다. 군자는 새해를 맞으면 반드시 그 마음과 행실을 또한 한번쯤 새롭게 행 한다. 나는 젊었을 때 매번 정월 초하루가 되면 반드시 미리 1년치의 공부목표를 정해놓곤 했다. 예를 들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글을 초록(抄錄)할 것인지 같은 것 말이다. 그런 다음 이에 따라 그대로 실행하였다. 혹 몇 달 뒤에 사고가 생겨 생각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한이 있어도, 선을 즐거워하고 앞으로 향해 가려는 뜻만은 또한 절로 능히 덮어 가리 수가 없었다. (두 아들에게 부침) 82P)


규모를 드러내라

***다산은 어떤 작업을 하든 우선 목차와 범레를 확정하여 책의 목적과 목표, 전체 골격을 완전히 구성한 뒤에 착수했다. 이것은 완벽한 설게도면을 그린 후 건추겡 들어가는 이치와 같다.

이러한 방식은 자식들을 위한 학습훈련뿐만 아니라 강진에서 이루어진 방대한 저작들의 편집과정에도 예외없이 적용되었다.

****다산은 말한다. 무슨 일이든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전체그림을 그려라. 생각의 뼈대를 세우고 정보를 교통정리하라. 뼈대가 제대로 서지 않으면 작업을 진해해나갈 수가 없다. 목차가 정연하지 않으면 생각도 덩달아 왔다갔다 한다. 범례를 꼼꼼히 검토해서 혹시 작업중에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라.

목차는 생각의 지도다. 범례는 생각의 나침반이다. 지도와 나침반없이 먼 항해를 더날 수 없듯이, 제대로 된 목차와 범레없이 큰 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법이다. 먼저 목차를 세워라. 범례를 확정하라. (90P0


7. 전례를 참고하여 새것을 만들어라.

새롭게 만들어라

발상을 전환하라

성과를 점검하라

방법만 배워오라


새롭게 만들어라

***늘 하던대로만 하고 변통할 줄 모르다가 막상 일이 닥치면 구차하게 대충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려 한다. 천하만사가 모두 이 대문에 어그러진다. (박지원의 과정록 중)


***다산은 말한다. 전에 없던 새것은 없다. 모든 것은 엣것의 기초 위에서 이루어진다. 좋은 모범을 찾아라. 훌륭한 선례를 본받아라. 하지만 그대로는 안된다. 바꿔야 한다. 현실에 맞게 고쳐라. 실정에 맞게 변경해라. 불필요한 것은 걷어내고 안 맞는 것은 버리고 없는 것은 보태고 부족한 것은 채워라. 내가 옛것에서 배울 것은 생각하는 방법뿐, 내용 그 자체는 아니다. 옛사람의 발상을 빌려와 지금에 맞게 환골탈태하라. 점철성금, 쇠를 두드려 황금을 만들어라. 옛길을 가지마라 나만의 색깔로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나다. (101P0


8. 좋은 것을 가려뽑아 남김없이 검토하라

가치를 논단하라

폭넓게 섭렵하라

문제를 파악하라

명석하게 판단하라


가치를 논단하라

****취선논단은 여러 정보 가운데 가치잇는 것만 추려내어 다시 하나하나 타당성을 따져보고 검토하는 것이다. (102P)


***고금의 학설을 두루 살펴보매 온통 불합리한 것들만 보이니 어찌하겠습니까? 이럴 때는 하는 수 없이 책을 덮고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앉아 밥먹는 것도 잊고 잠자는 것도 잊습니다. 그러면 반드시 새로운 뜻과 이치가 시원스레 떠오르게 되지요. 이렇게 해서 학이와 위정 두 편에서 새로운 의미와 이치를 얻은 것만도 벌서 10여 조목이나 됩니다. (중씨께 답함)


말 그대로 발분망식하여 밥 먹고 잠자는 것도 잊은 채 몰두하였다. 전혀 새롭게 뜻을 깨달은 것도 적지 않았다. .....다신은 끝가지 관철해서 <논어>의 주석을 모두 취선논단하였다. 그 결과가 바로 <논어 고금주>40권이다. (103~104P)


명석하게 판단하라

***다산은 이렇듯 뒤죽박죽으로 얽힌 복잡한 문제 앞에서도 결코 주눅드는 법이 없었다. 하나하나 따져서 유용성을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보의 가치를 결정햇다. 논단의 과정을 거쳐 일단 선택된 정보는 엄정한 편집기준과 미리 정해 둔 문목에 따라 재배치하여 뒤엉킨 잡초더미 사이에 말끔한 새 길을 냈다. (111P0


***다산은 말한다. 많은 정보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 유용한 자료를 취하고 쓸모없는 자료를 버릴 수 있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그 반대로 유용한 자료를 버리고 쓸모없는 자료를 취하게 되면 차라리 손대지 않는 것만 못하다.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여 객관적인 분석과 명석한 판단이 필요하다. 자료가 혼란스러워 갈피를 못 잡겠다고 투덜대지 마라.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모르겟다고 지레 겁먹지도 마라. 한하나 다져서 진위를 헤아리고 정보의 값을 매겨라. 문제는 나에게 잇다. 자료에 잇지 않다. (111~112)


9. 부분을 들어서 전체를 장악하라

정곡을 찔러라

오성을 활짝 열어라

정리를 습관화하라

식견을 툭 띄워라


정곡을 찔러라

***한 솥의 국맛은 한 숟가락만 떠먹어봐도 알 수 있다. 통째로 다 마셔봐야만 알 수 잇는게 아니다.


정리를 습관화하라

***다산은 끊임없이 자시고가 제자들에게 읽고 공부한 것을 간추려서 정리해 둘 것을 요구했다. 정리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하고 핵심을 파악하는 역량을 기르며 한 분야의 지식이 다른 부분으로까지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 자신도 초록하고 정리하고 메모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않았다. (119P)


식견을 툭 띄워라

***다산의 생각은 늘 긍정적이다. 세상을 향한 행동을 모두 도명으로 몰아 비난을 퍼붓는다면 세상에 이런 비난을 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겟느냐고 반박햇다.


***다산은 말한다. 시시콜콜히 다 배우려 하지마라. 한 모서리를 들어 전체를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 하나를 들어 열을 아는 공부를 해라. 하나를 배워 하나만 아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큰 공부를 하려면 안목이 열려야 한다. 식견이 툭 터져야 한다. 앞뒤가 꽉 막힌 채 책만 붙들고 잇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통째로 보고 핵심을 잡아야 한다. 무심히 지나치는 사소한 것에서도 의미를 붙들어라. 삼라만상이 모두 책이다. 네 오성을 활짝 열어라.(123P0


10. 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아라

가치를 규정하라

경험을 누적하라

관찰하고 기록하라

갈래잡아 정돈하라


가치를 규정하라

***휘분류취는 자료를 모아 분류한 다음 종류에 다라 다시 한데 묵어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124P)

****논문을 쓸 대도 그렇고 시장으 타당성을 조사할 때도 그렇고 작업은 방대한 자료 속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일에서 시작된다. 일단 정보가 집적되면 이것을 다시 갈래별로 나눠 교통정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뒤죽박죽으로 섞인 정보를 갈래별로 나누면 비로소 흩어진 정보들이 하나의 방향을 지시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휘분(彙分)이다.

갈래별로 쪼개어 나눈 정보는 다시 큰 묶음으로 모아 하나의 질서 속에 편입시켜야 한다. 이때 다시 통합된 하나는 분류하고, 취합하기 이전의 산만한 하나와는 성격이 다르다. 계통이 서서 구획이 나누어진 전체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것이 유취(類聚)다.(125P0


경험을 누적하라

아들이 닭을 친다는 말을 듣고 보낸 다음 편지에서도 다산의 휘분류취법을 볼 수 있다.


***네가 양계를 한다고 들었다. 닭으 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닭을 기르는데도 우아한 것과 속된 것, 맑은 것과 탁한 것의 차이가 있다. 진실로 농서를 숙독해서 좋은 방법을 골라 시험해보도록 해라. 빛깔에 따라 구분해보기도 하고, 횟대를 달리해보기도 해서, 닭이 살지고 번드르르하며 다른 집보다 번식도 더 낫게 해야 할 것이다.

또 간혹 시를 지어 닭의정경ㅇ을 묘사해보도록 해라. 사물로 사물에 얹는 것, 이것이 글 읽는 사람의 양게니라. 만약 이익만 따지고 의리는 거들떠보지 않거나 기를 줄만 알고 운치는 몰라 부지런히 애써 이웃 채마밭의 늙은이와 더불어 밤낮 다투는 것은 바로 제 집 사는 작은 마을의 못난 사내의 양계인 게다.

너는 어떤 식으로 하려는지 모르겟구나. 기왕 닭을 기른다면 모름지기 백가의 책 속에서 닭에 관한 글들을 베껴모아 차례를 매겨 <계경(鷄經)>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육우의 <다경(茶經)>이나 유득공의 <연경(煙經)>처럼 말이다. 속된 일을 하더라도 맑은 우닟를 얻는 것은 모름지기 언제나 이것을 예로 삼도록 해라. (학유에게 부침) (128P)

다산은 글 읽는 선비의 양게법과 못난 사내의 양게법을 대조해서 설명했다. 닭을 쳐서 달걀을 얻고 병아리를 기르는 것은 속된 일이지만  이 속된 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아하고 맑은 일이 될 수 있다. 다신은 자식에게 닭을 치는 것을 게기 삼아 ,계경>을 엮어보라고 권했다.

그 내용은 어떤 것인가? 역대의 문헌에서 우선 닭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닭의 성질과 덕목, 닭의 사육 그리고 역대 문헌에 보이는 닭에 얽힌 고사와 한시, 직접 관찰한 내용과 닭에 대해 지은 시, 대략 이런 내용을 토대로 각각의 장을 구성한다. (127~128P)


***다산은 말한다. 복잡한 문제 앞에 기죽을 것 없다. 정보를 장악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을 잡아라. 먼저 모으고 그 다음에 나눠라. 그런 뒤에 그룹별로 엮어 다시 하나로 묵어라. 공부는 복잡한 것을 갈래지어 단순하게 만드는 일이다. 갈팡질팡하지 말고 갈피를 잡아야 한다. 교통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이다. 서랍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이다. (135P0


3강 메모하고 따져보라

지나가는 생각을 붙들어 내것으로 만들어라. 그저 보지말고 제대로 보고, 덩달아 보지 말고 나름대로 보아야 한다. 끊임없이 초록하고 틈만나면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라. 문제를 다각도로 점검해서 헤아림을 깊게 하라. 생각을 장악하지 못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11. 읽은 것을 초록하여 가늠하고 따져보라

책을 가려뽑는 방법은 내 학문이 먼저 주장하는 바가 있은 뒤라야 저울질이 내 마음에 있어 취하고 버리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된다. (두 아들에게 답함)


저울질을 먼저 하라

네트워크를 형성하라

일관성을 확보하라

주견을 확립하라


저울질을 먼저하라

***초서권형은 책을 읽으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자료를 초록하며 정보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것이다. 순서로 보면 저울질이 먼저고 그 다음이 카드작업이다. 다산은 6절 선정문목(先定門目)법에서도 보았듯 초서(抄書)의 방법을 통해 자식들에게 끊임없이 지식경영을 훈련시켰다. 목차를 주고 범례를 제시한 상태에서 일정한 방향에 따라 책을 발췌, 초록하게 함으로써 하나의 초점을 가지고 텍스트를 바라보는 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스스로 느끼게 했다. (139P0


****학문의 요령....무릇 한 권의 책을 얻더라도 내 학문에 보탬이 될만한 것은 채록하여 모으고 그렇지 않은 것은 눈길도 주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비록 백권의 책이라도 열흘 공부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한 종류의 책을 보다가 ,소학.에 실리지 않은 아름다운 말과 선한 행실로 <소학>을 이을만한 것이 있거든 이를 뽑는다. 무릇 경설(經說)중에 새롭지만 근거가 있는 것도 뽑는다. (두 아들에게 답함>


다산은 초서(抄書)야말로 책을 효과적으로 빨리 읽는 최선의 방법임을 거듭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산은 학문에 보탬이 될 내용만 추려내고 별 도움이 안되는 것은 건너뛰며 읽을 것을 제시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때 이렇게 할 경우 백 권의 책도 열흘이면 다 소화해낼 수 있다고 했다. (142P)


네트워크를 형성하라

****독서에 메모의 습관을 들이면 그 핵심내용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시너지 효과가 생겨난다.(142P)

***무릇 초서의 방법은 반드시 먼저 자기의 듯을 정하고 내가 쓸 책의 규모와 절목을 세워야 한다. 그런 후에 책에서 뽑아내면 바야흐로 일관되게 꿰는 묘미가 있다. (학유에게 부침)144P)


일관성을 확보하라

필자의 경우도 지금 문목을 먼저 세워놓고 초서의 방식으로 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족문화추진회본 <다산시문집>9책을 펼쳐놓고 몇 차례 통독하여 대강의 문목을 세웠다. 그러고는 읽다가 요긴한 대목들을 발췌해서 그때그때 초록한다. 각 항목의 끝에는 해당문목을 표시한다. 1차 초서작업이 끝난 뒤 문목에 따라 휘분류취하여 항복들을 재배열한다.

하지만 막상 각 항목의 집필에 들어가면 어느 항목은 관련내용이 너무 많고 어떤 항목은 관련내용이 너무 적다. 내용이 빈약할 경우 다시 <다산 시문집>을 펼쳐들어 그 항목에 뜻을 두고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 읽다보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내용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때로 항목의 안배 때문에 문목이 달라지는 카드도 생긴다. 여기서 말해도 좋을 것을 저기서 말하기 위해 아끼는 경우도 생긴다.

이 항목에 카드를 보충한다. 또 카드 작업 중에 필요를 느껴 문목을 변경하거나 새로 첨가하기도 한다.

지금 이 책은 10개 문목(목차)에 각 문목별로 5개 항목을 두어 모두 50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잇다.....처음 이 책을 구상했을 땐 그저 추상적인 생각의 단편들만 있었다. 당시의 메모에는 적혀 있엇다.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떠오른 생각들을 책상 앞에 따로 붙여준 종이에 그대그때 메모해 둔 것이다.


정보를 조직화한다.

겉만 보지 않고 의미화한다.

집체작업으로 시간을 효율화한다.

경험을 흘러보내지 않는다.

정보를 계통화한다.

모든 정보를 하나로 꿴다.

일체의 권위를 의심한다.

토론과 논쟁으로 문제의식을 첨예화한다.

제자들로 이어진 지식경영법.


처음에는 이런 항목에 따라 조금 긴 분량으로 한 꼭지씩 쓸 생각이엇다. 메모에는 각 곡지에 포함시킬 내용들이 간략하게 적혀 잇었다. ....책에 좀더 일관된 질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내용도 좀더 세분하여 항목화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했다.

카드작업이 게속되면서 항목들을 더 잘게 세분되었고 생각도 점점 궃체적인 형상을 갖게 되엇다. 카드작업의 경우, 예전에는 실제 카드에 하나하나 베껴적었지만 항목이동이 자유로운 컴퓨터상에서는 그런 번거로운 과정이 전혀 필요없다. 그냥 눈에 들어오는 대로 입력해놓고 나중에 휘분류취하면 된다. (147P)

☆☆☆ 정민교수는 자신의  집필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공개햇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주견을 확립하라

****다산에게 초록은 체질화되고 생활화된 습관이엇다. 초록없이 기억력만으로 그 방대한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기란 불가능하다. 지금은 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해 파일 이름만 달리해 저장하면 되지만 당시에는 머릿속에 든 구상과 그 구상을 뒷받침해준 엄청난 양의 카드만으로 이 작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148P)


***다산은 말한다. 주견을 먼저 세워라. 생각을 붙들어 세워라. 그런 뒤에 책을 읽어라. 눈으로 읽지만 말고 손으로 읽어라. 부지런히 초록하고 쉴새없이 기록해라, 초록이 쌓여야 생각이 튼실해진다. 주견이 확립된다. 그때그대 적어두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당시에는 요긴하다 싶었는데 찾을 수 없게 된다. 열심히 적어라. 무조건 적어라. (148P)


12.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하라

<주역>, <서경 >, <시경 >, <예기 >, <논어 >, <맹자 >등은 마땅히 숙독해야 한다. 다만 강구하고 고찰하여 정밀한 뜻을 얻고 생각한 것을 그때마다 메모하여 적어야만 실질적인 소득이 있다. 그저 소리내 읽기만 해서는 아무 얻는 것이 없다. (반산 정수칠을 위해 준 말)


생각을 붙들어라

의문을 천착하라

깨달음을 기록하라

손을 믿어라



생각을 붙들어라

*****수사차록은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여 기록하는 것이다. 생각은 쉽게 달아난다. 부들어두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생각을 붙들어두는 방법으로 메모보다 좋은 것이 없다. 소리내서 읽는 것도 좋지만 그저 읽기만 해서는 남는게 없다. 이런 것을 도능독(徒能讀)즉 한갓 읽기만 잘한다고 말한다. (149P)


아무튼 다산은 도능독의 ‘그저 읽어치우는 독서’를 독서로 인정하지 않았다. 암 책이나 다 그럴 수는 없겠지만 그에게 책을 읽는 행위는 주요한 부분을 초록하고 의미가 맺히는 대목에는 자신의 생각을 메모해가면서 지적인 성장과 인간의 성숙을 함께 이루어가는 행위엿다. (152P)


의문을 천착하라

****하나하나 알아서 깨쳐갈 때 문심혜두, 즉 지혜의 구멍이 열린다. 한 번 구멍이 뻥 뚫리면 다시는 막히지 않는다. 아무런 거침이 없게 된다. 하지만 깨우침없이 무조건 일기만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다산은 맹목적이고 무모한 독서를 배격하고 끊임없이 중요한 부분을 베껴쓰고 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는 방식의 옥서를 되풀이 해 강조했다.

다산 자신은 그야말로 끊임없이 메모하고 생각하고 정리했던 메모광이요 정리광이었다. 그 메모가 밑거름이 되어 수많은 저작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메모도 해봐야 요령이 생긴다. 처음엔 두서가 없다가도 나중엔 방향이 생긴다. 방향이 생겨야 집중력도 생기고 작업에 가속도가 붙는다. (153~154P)


깨달음을 기록하라

**8특히나 경전공부에서의 이 메모의 힘은 아주 중요햇다. 수많은 비슷비슷한 학설과 주장에 치여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때는 차라리 눈을 감고 침잠했다고 적고 있다. 그러면 어느 순간 깨달음이 오면서 마음에서 의심이 가시는 순간과 만나게 되는데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메모했다.

이런 방식의 즉각적인 메모방법을 질서(疾徐)라고 한다. 질(疾)은 질주한다는 말에서 보듯 빨리의 뜻이다. 그러니까 질서는 생각이 달아나기 전에 빨리 적는 것을 말한다.

다산이 이러한 메모벽은 독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것은 일상화된 생호라습관이었다. (154~157P)


손을 믿어라

****가는 곳마다 지명을 묻고 만난 사람으 이름도 물었다. 들은 내용은 즉시 메모햇다. 중간중간 있엇던 사소한 일들도 잊지 않게끔 적어 두었다. 이런 자세한 여행기는 절대 놀라운 기억력의 산물이 아니다. 꼼꼼한 메모의 결과다. (159P)


***다산은 말한다. 부지런히 메모해라. 쉬지말고 적어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메모는 생각의 실마리다. 메모가 있어야 기억이 복원된다. 습관처럼 적고 본능으로 기록해라. (159P)


13. 되풀이해 검토하고 따져서 점검하라

오류를 파악하라

가설을 입증하라

명쾌하게 고증하라

맥락으로 수렴하라


***다산은 말한다. 공부는 따지는데서 시작해서 따지는 것으로 끝난다. 자료가 아무리 많아도 이를 꿸 끈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꼼꼼히 따지고 낱낱이 따져라. 그저 보아 넘기거나 대충 넘어가지 마라. 비교해보고 대조해보고 견주어보고 흔들어보아라. 선명한 길이 뚜렷이 드러날 때까지 따지고 또 따져라.(169P)


14. 생각을 정돈하여 끊임없이 살펴보라

몰두하고 침잠하라

문제에 몰입하라

쉼없이 탁마하라

석연하게 깨우쳐라


몰두하고 침잠하라

잠심완색은 마음을 온통 쏟아 음미하고 사색하는 것이다. 잠심(潛心)은 마음을 그 속에 푹 담그는 것이다. 물속에 잠겨있는 그 속에서만 있는 것을 말한다. 완색은 아이들이 완구(玩具)를 가지고 놀듯 항상 몸에서 떼어놓지 않고 그 의미를 탐색하는 것이다.

마음이 아직 일의 가닥을 잡지못한 것이다. 이럴 경우에 다산이 내놓는 처방은 잠심완색이다. 이럴 때는 고요히 마음을 가라앉히는 몰두와 침잠의 시간이 필요하다. (171P)


***다산은 말한다. 공부에 끝이 있는가? 공부에는 끝이 없다. 마음을 푹 담가 한 우물을 들이파라. 살펴보고 따져보고 또 살펴보고 따져보라. 이쯤하면 되겟지 그런 말은 하지 마라. 이 정도면 괜찮겟지. 그런 것도 없다. 장벽을 만나거든 네 마음속으로 걸어들어가라. 잠시도 놓지 말고 석연하게 투득(透得)하라. 그래야 네가 하는 말의 주인이 될 수 있다. (180P)


15. 기미를 분별하고 미루어 헤아리라

공부와 삶을 일치시켜라

허실을 간파하라

초점을 파악하라

행간을 읽어라


공부와 삶을 일치시켜라

지기췌마는 기미를 미리 알아 미루어 헤아랴 준비하는 것이다. 일이 닥친 뒤에 대처하면 너무 늦다. 미루어 짐작하고 헤아려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의 공부는 지기췌마를 위한 수련과정일 뿐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허둥지둥하지 않으려면 달사(達士)의 안목을 길러야 한다. 행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안보이는 것까지 보아야 한다. 공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다. 공부와 삶은 별개의 무엇이 아니다. 따로 놀면 안된다. (181P0

***다산은 일상생활에서뿐만 아니라 경전의 텍스트에서까지 남들이 미처 찾아내지 못한 의미를 정확히 읽어내고 현실에 맞게 맥락화하는 면에서도 다산은 지기췌마의 법을 써서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었다. (191P)


***다산은 말한다. 한번 지나간 보스는 세울 수가 엇다. 기회는 불시에 찾아온다. 두 번 오지 않는다. 소 잃고 나서 외양간 고치지말고 미리 헤아려 대비하라. 변죽만 울리지 말고 핵심을 찔러라 맥락을 잃고 행간을 읽어라. 글을 읽지 말고 마음을 읽어라. 껍데기만 쫓지말고 알맹이를 캐나라. (192P0


4강 토론하고 논쟁하라-문제점을 발견하는 쟁점적 지식경영

문제에서 문제를 명확히 끌어내라.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쟁점이 또렷해지도록 질문하고 논란하고 지적하라. 여기에 바탕하여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논거를 마련해야 한다. 설득력은 거저 생기지 앟는다. 덮어놓고 목청만 높여서는 상대를 납득시킬 수 없다. (193P)


16. 질문하고 대답하며 논의를 수렴하라-질정수렴법


다만 이일은 마땅히 곧장 끝가지 궁구해야지 반만하고 그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에 도 설문하고 설답한 두 조항을 지어 우러러 그대의 질정을 청합니다. 바라건데 상세히 살펴보시고 답장하여 가르쳐주십시오. (이여홍에게 답함)


중간에 중단 말라

따지고 추궁하라

토론하고 논란하라

가차없이 비판하라


중간에 중단말라

*****질정수렴은 질문하고 대답하는 가운데 논란이 있던 문제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가는 것이다. 질의와 응답으로 이어지는 토론이다. 토론도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면토론이 있고, 글을 주고받으며 하는 서면토론이 있다.(195P)


***초고를 쓰면 이것을ㄹ 빈 공책에 정리해 써서 초본을 만들었다. 그 초본에 수정과 첨삭을 거듭한다. 잘못된 것은 지우고 새로운 생각은 여백에 채워넣고 그래도 부족하면 별지를 덧붙였다. 너무 어지러워 지저분해지면 다시 중간본을 만든다. 그러고 나서도 계속 질정하고 수렴해서 마지막 최종본을 만든다. <마과회통>같은 책은 초고를 다섯 번이나 고치는 난산 끝에 완성을 보았다. (196P)


토론하고 논란하라

***혼자 공부하다가 막히거나 의문이 생기면 궁금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막상 스승 앞에 서면 생각이 하나도 나지 않아 혀끝에서만 맴돌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그러니 공부하는 사람은 무조건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메모는 생각의 씨앗이다. 훅 불면 그냥 날아갈 기억을 발아시키려면 메모가 필요하다.(201P0


*****다산은 말한다. 부지런히 메모하라. 쉬지말고 적어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메모는 생각의 실마리다. 메모가 있어야 기억이 복원된다. 습관처럼 적고 본능적으로 기록해라. (204P0


17. 끝가지 논란하여 시비를 판별하라-대부상송법

쉽게 물러서지 말라

상대를 납득시켜라

쟁점을 입체화하라

문제점을 드러내라


문제점을 드러내라

***당시 이들이 다면적인 토론의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남인이었던 다산은 노론의 김매순, 홍석주 등과도 토론했고, 소론의 신작과도 토론했다. 적어도 학술의 자리에서 당색은 없었다.

유배 20년만에 느닷없이 수백 권의 저술을 들고 나타난 다산의 이 해박하고 초인적인 작업에 그들은 일제히 경악했다. <매씨서평>에 대한 김매순의 다음 총평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은미하고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밝힌 것은 비위(飛衛)가 이를 보는 것 같고, 어지러운 것을 정리하고 딱딱한 것을 벗겨낸 것은 포정이 소를 잡는 것 가다. 매서운 솜씨로 간악함을 파헤침은 상군이 위수에 임한 듯하고 피맺힌 정성으로 바름을 지킨 것은 변화가 형산에서 울부짖는 듯하다. (김매순, 또 보내온 편지)


***다산은 말한다. 한 번 칼을 빼들었거든 끝장을 봐라. 중간에 어정쩡하게 물러서려면 시작도 하지마라. 잘못은 변명없이 깨끗이 수긍하라. 비판은 겸허히 받되, 끌려다녀서는 안된다. 물러 설 수 없는 지점은 절대로 양보하지 말고 증거를 들이대 반박하라. 한 사람보다도 여러 사람과 토론하여 객관성을 높여라. 매도 미리 맞는 것이 낫다. 여러 사람의 안목을 거치는것이 안전하다. (214P0


18. 생각을 일깨워서 각성을 유도하라-제시경발법

흘려듣지 말라

깨달음을 공유하라

스스로 깨닫게 하라

의혹을 제거하라


흘려듣지 말라

***제시경발은 이끌어 일깨우고 경계하여 깨닫게 하는 것이다. 제시(提撕)는 붙들고 하나하나 일깨워줌을 말한다. 경발(警發)은 깨우쳐 오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215P0


깨달음을 공유하라

***7년동안 귀양살이에 문을 닫아걸고 틀어박혀 지내다 보니 비록 부리는 종이나 밥하는 여종도 함께 서서 얘기하려 들지 않는군요. 낮에 보는 것이라고는 다만 구름의 그림자와 하늘빛분이요, 밤에 듣는 것은 벌레소리와 대바람 소리뿐입니다. 오래도록 고요하고 적막하게 지내다보니 정신이 응축되어 한데 모여 옛성인의 책에 마음을 오로지 하여 뜻을 쏟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르는 사이에 울타리 박으로 새어나오는 빛을 엿볼 수 있게 되엇지요.

진실로 함장축언, 즉 말을 아껴 머금어 괄낭(括囊)곧 주머니를 닫고 말하지 말라는 옛사람의 경계를 지킴이 마땅하리라 봅니다. 하지만 또  혼자 생각해보니 풍으로 마비가 오고 뼈마디가 수시고 아파 죽을 날이 머지않은데 끝내 입을 다물고 펴지 않은 채 당에 묻힌다면 성인을 저버림이 심한 일일 듯 싶습니다. 온 세상을 두루 살펴보아도 오직 그대만이 능히 나를 비루하다 하지 않고 저버리지 않을 듯 하여, 이에 곁에 잇는 종이를 써서 대략 침울한 정을 펴니,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윤외심에게 보냄) 219P)


스스로 깨닫게 하라

***한끼 밥에 살이 찌고, 한 끼 밥에 비쩍 마른다면 사람들이 이를 천히 여기는 법이지요. 사군자가 서로 모여 강학하는데, 우연히 한 미친 간사한 자가 말을 꾸며 헐뜯었다 하여 마치 당이 꺼질 듯 마음이 허물어진다면 어지 진보하여 큰 그릇이 되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대저 일이란 스스로 돌이켜 허물을 물리칠 것도 있고, 뜻을 다잡아 굽히지 않을 거소 있는 법입니다. <만계에게 답함> 221P)


의혹을 제거하라

***군자는 도를 근심할 뿐 가난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대체(大體) 즉 마음을 기르는 것을 도라 하고, 소체 즉 몸뚱이조차 능히 기르지 못하는 것을 가난이라 한다. 맹자는 내 안의 호연한 기상을 잘 길렀던 사람이다. 그는 이 기운의 의(義)와 도(道)를 배합한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없으면 굶주리게 된다. 이 기운이 부족한 것이야 말로 걱정할 만한 일이다. 이는 실로 육체의 굶주림보다 더 다급한 것이다. 근심하는 바가 여기에 있고 저기 있지 않은 까닭이 실로 여기에 있다.

여기 어떤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평생 동안 고운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집을 높이 짓고 장막을 성대히 꾸미고 살았다. 하지만 도를 듣지 못한 채 죽었다면,  죽는 날 몸과 이름도 함께 스러지고 말 것이다. 이것은 그 물건됨이 공작과 비취새, 범과 표범, 황새와 두루미나 거미 따위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닭이 울면 일어나 부지런히 쉬지 않고 애쓰며 노력하는 것은 몸뚱이를 기르는데 잇을 뿐이다. 이른바 호연지기를 기르는데 있어서는 설렁설렁 마음을 쏟지 않는다. 군자가 볼 때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불교의 가르침이 비록 황탄(荒誕)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진(進)과 망(妄), 유와 무의 상(相)은 우리 유가에서 말하는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의 분별과 같다. 승려 자홍은 수정사에 살고 있는데 올 가을 능주에 먹을 것을 구하러 나왔기에 이를 써서 경계로 삼는다. (기어승 자홍에게 주는 말)223P0


****다산은 말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식견이 열려야 한다. 깨달음이 없으면 여기서 이 말 듣고 저기서 저 말 들을때마다 우왕좌왕하게 된다. 귀가 얇아 듣는 대로 의심이 나고 배우는 대로 의혹만 커진다. 정신을 바짝 차려라. 입과 배를 위해 애쓰지 말고 네 영혼의 각성을 위해 힘써라. 누구나 c처음에는 안된다. 차근차근 따지고 살피고 곁에서 일깨워주어 깨달아가는 것이다. (224P)


19. 단호하고 굳세게 잘못을 지적하라

비판할 뿐 칭찬하지 말라

오류를 인정하라

권위에서 벗어나라

양보없이 논쟁하라


비판할 뿐 칭찬하지마라

****절시마탁은 잘못을 바로잡고 책선해서 역량을 갈고닦는 것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서로에게 칭찬하는 법이 없다. 날카롭게 비판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서 상대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그가 잘못한 것을 드러내서 더 향상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비판에 대해서도 마음을 비워,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내세울 것은 더 확고히 내세워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늘 반대로 한다. 남의 부족한 점은 그저 듣기 좋은 말로 칭찬해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넘어간다. 남의 비판에 대해서는 얼굴이 벌게져서 불쾌하게 생각한다. (226P)


오류를 인정하라

****첩첩산중 깊은 산속에서 나그네로 머물며 고요히 지내면서 정신이 맑고 상쾌해지면 유명의 이치나 정사의 갈림이 이미 분명하고 명확해져서 제가 이렇게 늘어놓는 말이 필요없을 줄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끼는 마음이 절실하고 염려함이 아득한지라 부득불 한 차례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228P0


***다산은 말한다. 중간에 그만 둘 토론은 시작도 하지마라. 쟁점은 쌍방이 온전히 승복할 때까지 물고 늘어져라.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가는 중요하지 않다. 덕담이나 주고받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해서는 학문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송두리째 의심하고, 남김없이 파헤쳐서 의심의여지를 남기지 마라.(234P0


20. 근거에 바탕하여 논거를 확립하라

근거에 입각하라

비방을 자제하라

버릴 것은 버려라

증거를 제시하라


증거를 제시하라

***박지원은 <창애에게 답함>에서 글이란 소송을 거는 사람이 증거를 들이대고 장사치가 물건을 직접 보여주며 사라고 외치는 것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무리 명백하고 분명한 일이라도 달리 증거가 없으면 재판에서 이길 수가 없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주장을 펼치기 위해 경전의 근거를 들이대고 하나로는 부족해 이곳저곳에서 전거를 끌어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글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확실한 증거에 바탕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다산은 말한다. 주장을 함부로 내세우지 마라. 증거 없이 말하지 마라. 논거가 없으면 논리도 없다. 학문의 일은 가설을 세우고 논거를 찾아 이를 입증하는 과정일 뿐이다. 재판에서는 증거가 없으면 꼼작없이 진다. 학문도 다를 것이 없다. 상대를 움짝달짝 못하게 만들 증거를 들이대라. 막연한 추정이나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은 공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주장을 입증하려거든 증거를 찾아라. 논쟁에서 이기려거든 논거를 제시해라. (246P)


5강 설득력을 강화하라-설득력을 갖춘 논리적 지식경영

논리의 힘은 설득력에서 나온다. 아무리 훌륭한 주장이라도 과정과 절차가 온당해야 힘이 생긴다. 이것과 저것을 비교하고 비슷한 껏끼리 갈래지으며 단계별로 따져서 꼼꼼하게 분석하라. 선입견에 끌려다녀서는 안된다. 편견에 사로잡히면 끝내 일을ㄹ 그르치고 만다. 핵심을 찔러야 한다. 정곡을 뚫어야 한다. (247P)


21. 유용한 정보들을 비교하고 대조하라-피차대조법

자료를 점검하라

명백하게 다져보라

논리를 입증하라

오류를 밝혀내라


자료를 점검하라

피차비대는 이것과 저것을 비교하고 대조한다는 뜻이다. 의미가 모호하여 잘 드러나지 않을 때, 다른 것을 끌어와 비교하고 대조하여 논지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오늘의 문장수사학으로 치면 비교와 대조의 방식이다.

다산은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이경증경, 즉 경전의 내용을 다른 경전과 대비하여 밝히는 방식을 제시했다. (249P)


명백하게 따져보라

***재여가 낮잠을 잤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는 새길 수가 없고, 썩은 흙의 담장은 바를 수가 없다.”(252P)


***다산은 말한다. 억지를 부려서는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 견강부회로는 남이 수긍하지 않는다 이것을 말할 때 저것을 증거로 끌어와 옆구리를 찔러서 절을 받아라. 증거가 없다고 투덜대지 마라. 논거를 못 찾겟다고 답답해하지 마라. 보는 방법만 바꾸면 널린 것이 증거요 논거다. 억지부리지 말고 근거로 말하라. 증거로 설득력을 강화하라. 증거가 스스로 말하게 하라. (259P0


22. 갈래를 나눠서 논의를 전개하라-속사비사법

갈래별로 연결하라

항목에 따라 배열하라

요점을 제시하라

핵심을 강화하라


갈래별로 연결하라

***속사비사는 글을 엮을 때 적절한 예시를 함께 얹는 것이다. 주로 인물의 전기나 행장 등을 쓸 때 요긴한 방법이다. 오늘로 치면 인용법과 예시법에 해당한다.

어떤 사람의 훌륭한 행적을 설명할 때 무작정 장광설을 늘어놓으면 읽는 이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오히려 일생의 특징적인 국면을 갈래를 나누어 설정해 놓고 그에 해당하는 적절한 일화나 핵심적인 사건을 나란히 제시하여 이를 통해 절로 그 면모를 알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260P)


***중요한 글은 단지 연대에 다라 일을 나열해 엮으면 본말이 도리어 갖추어 드러나지 않습니다. 모름지기 속사비사의 방법을 쓰셔서 조목별로 꿰어엮고 주제별로 모아야만 바야흐로 고증하고 징험하는 쓰임새가 있게 됩니다. 의리와 사업, 문장과 덕행을 석어 서서 한꺼번에 거론하지 않는다면 글을 엮기가 훨씬 쉬울 것입니다. (해좌께 올리는 글. 261P0

**다산이 생각한 속사비사의구체적인 방법이 좀더 소상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조관류체, 즉 조목조목이 서로 맥락으로 구슬 꿰듯 이어져, 주제별로 모이는 방식이다.

조목이 하나하나의 문장과 덕행으 단락별로 구분하여 첫 번째 단락에서는 채제공의 의리에 대해서만 말하고, 다음 단락에서는 평생의 사업만을 따로 떼어 말하여, 큰 주제를 서로 뒤섞지 앟는 방식이다. 그러지 않고 초년, 중년, 말년으로 나누어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뒤섞어 적으면 인물의 참된 면모가 희석되어 드러나지 않게 도니다. 처음에 의리의 관점에서 일별하고 그 다음에는 사업방면으로 점검하며 문자으이 측면에서 다시 살피고 마지막에는 덕행으로 마무리짓는다며 채제공의 삶과 인간이 몇 차례의 반복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 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262P)


요점을 제시하라

****압해 정씨의 가승(家乘)을 핵심만 간추리면 크게세 가지 요점을 제시했다. 근(謹), 졸(拙), 선(善)이 그것이다. 언듯 듣기에는 대단히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특징들이다.

첫째는 몸가짐을 신중히 한다는 것이다. 환난의 와주에도 제 모을 살라 나라를 위해 순ㄱ구하거나 목숨을 버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이는 비겁해서가 아니라 신중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졸렬한 듯 행동한다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멍청해 보이지만 속은 야물다. 큰 욕심이 없어 큰 성취는 없지만, 그렇다고 큰 낭패를 본 적도 없다.

셋째는 착하다는 것이다.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다산은  이 세 가지를 묶어 퇴일보(退一步)의 미학을 강조했다. (268P)


핵심을 강화하라

****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비문이나 전기를 엮어 일생을 기록할 때는 앞서 보았던 것처럼 유사나 행장을 정리하는 일이 선행된다. 고인이 남긴 행적을 다양한 일화별로 나열한 것이 유사요 행장이다. 그리고 나서 이 행적을 갈래별로 묶는다. 갈래별로 묶을 때는 글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핵심개념이 있어야 한다. 이 사람의 일생에서 이것만은 밝히지 않을 수 없다는 가치를 결정해야 한다. 그 가치는 행벅에서 나온다.

앞서 채제공의 경우는 의리, 사업, 문장, 덕행으로 구분했는데, 이 구분 자체는 핵심개념이 아니다. 의리가 어더햇고, 사업은 어디 에 역점을 두었으며, 문장은 어떤 특징이 잇고 덕행은 무엇을 웟ㄴ햇는가 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핵심개념이다. 이것이 결저오디면 이에 따라 수집된 정보를 재배열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비슷하거나 산만한 정보들은 우선 순위에 다라 솎아지고 간추려진다. (269P)


***다산은 말한다. 글을 쓸 때는 가닥을 잘 잡아야 한다. 적절한 예시와 알맞은 인용은 글의 설득력을 강화한다. 무작정 늘어놓아서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글 쓰는 사람이 흥분하면 독자들은 외면한다. 쓰는 사람이 말이 많으면 글에 힘이 바진다. 조목을 갖춰 실례를 얹어야 글에 힘이 붙는다. 글을 쓰기 전에 먼저 핵심개념을 잡아라. 덮어놓고 가지말고 갈 길을 알고 가라. (270P)


23. 선입견을 배제하고 주장을 펼쳐라-공안공심법

객관에 기초하라

마음으로 납득하라

냉철하게 판단하라

허심으로 주장하라


객관에 기초하라

******공심공안은 공정한 태도로 선입견을 배제한 채 문제에 접근한 것을 말한다. 잘못된 선입견은 일을 쉬어 그르친다. 억지로 꿰어맞추는 견강부회와 조금도 바꾸려 들지 않는 인순고식이 여기서 생겨난다. 선입견은 잘못된 권위를 맹종하게 하여 비판의식을 말살한다.(271P)


***다산은 공부에 있어 선입견을 배제한 공정한 태도를 되풀이해강조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먼저 바른 마음가짐을 갖춰야 한다.


경전의 뜻에 밝은 뒤에 도의 본체가 드러난다. 도를 얻은 후라야 마음가짐이 비로소 바르게 된다. 마음가짐이 바르게 된 뒤에야 덕을 이룰 수 있다. 그런 까닭에 경학(經學)에 힘을 쏟지 않을 수가 없다. 간혹 선유(先儒)의 학설에 근거하여 같으면 무리짓고 다르면 공격하여 감히 의논조차 못하게 하는 자가 있다. 이는 모두 책을 빙자하여 이익을 도모하는 무리일 뿐 진심으로 선(善)을 향하는 자는 아닌 것이다. (반산 정수철을 위해 준 말)272P)

당동벌이(黨同伐異), 즉 자기와 생각이 같으면 한편으로 여기고 생각이다르면 적으로 돌려 공격한다. 경학을 공부하는 까닭은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여 덕을 이루기 위함이다. 경전의 말씀을 마음으로 느끼고 깨달아 내 삶 속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 공부다. (272~273P)


마음으로 납득하다


***학자가 의리를 공부하고 익히는 것은 절차탁마(切磋琢磨)를 중히 여겨야지 부화뇌동해서는 안됩니다. 설령 갑과 을의 쟁론이 있다 해도 서로 힘서 자세히 살펴 마침내 함께 바른 데로 돌아가는 것이 옳습니다. 만약 서로 선입견만 고집해서 받아들이기를 기거워하지 앟느다면 또한 잠시 놓아두고 논하지 말아야 합니다. (김승지에게 보냄)275P)


***다산은 보통의 경우와는 달리 뚜렷한 사승(師承)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 퇴게와 성호의 학문을 사모하여 사숙하엿으나 문하에 나아가 직접 배운 스승은 없다. 이 점은 다산에게 약점이 되지 않고 오히려 강점이 되엇다. 그는 공부 중에 맞닥뜨린 어려운 문제들을 학파적 견해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혼자 해결해나갔다. 순수한 의심을 품어 마음으로 납득이 될 때가지 반복참정해서 마침내 석연하게 풀릴 때까지 밀고나가는 방식이었다.

1785년, 24세 때 다산은 경의로 진사에 올랏다. 태학에 유학할 때 정조가 ,중용강의>80여 조목으 내려 답변케 하엿다. 이 가운데 이발기발에 대해 대답한 내용이 우연잖게 율곡 이이의 학설과 합치되엇다. 답안을 제출한 후 다산을 비방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하지만 막상 성적이 발표되자 모두들 깜짝 놀랐다. 다산이 오히려 1등을 차지했던 것이다.

정조가 도승지에게 말했다.

“그가 진술한 강의는 시속(時俗)의 흐름에서 벗어나 다만 마음으로 헤아린 것이다. 명호가한 견해와 공정한 마음이 귀히 여길만하다. 마땅히 이 답안을 으뜸으로 삼는다.”

☆☆☆현명한 군주는 현명한 신하를 볼 줄 아는 혜안을 지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허심으로 주장하라

***다산은 말한다. 선입견을 버려라 편견은 학문의 독이다. 옳다고 확신하는 것을 객관적인 논거에 바탕해 주장해야지, 막무가내로 우기기만 해서는 발전이 없다. 선입견을 버리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 거울처럼 비고 저울처럼 공평해야 한다. 권위에 편승하지 마라. 나이로 누르고 서열로 누르면 안된다. 아랫사람의 견해에도 귀를 기울여라. 패거리지어서 짓밟으면 안된다. (281P0


24. 단계별로 차곡차곡 판단하고 분석하라-총체판석법

천하에는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다. 하나는 시비(是非) 즉 옳고 그름의 저울이고 하나는 이해 곧 이로움과 해로움의 저울이다. 이 두 가지 큰 저울에서 네 가지 큰 등급이 생겨난다.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것이 으뜸이다. 다음은 옳은 것은 지키다가 해로움을 입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릇됨을 따라가서 이로움을 얻는 것이다. 가장 낮은 것은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학연에게 답함) 282P0


쟁점을 드러내라

명료하게 분석하라

중심을 잃지 말라

반론을 격파하라


쟁점을 드러내라

층체판석은 단계별로 하나하나 따져서 판단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설득력을 강화하려면 문제를 단계별로 명확하게 드러내야 한다.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이다.

생각에도 단계가 있다. 단도직입(單刀直入)도 조지만 공부에서는 안된다. 증거를 아기고 논리를 절제해서 꼭 말해야 할 때 말하고 써먹을 데 써먹어야 한다.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은 꼭 반대로 한다. 논문을 쓰라고 하면 자기가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다 늘어놓는다. 꼭 필요한 말만 하지 않고 저 할 말을 다 한다. 글이 길어질수록 논리는 엉기고 말이 많아지면서 생각도 뒤죽박죽이 된다. 저만 알고 남은 모르게 된다. 잔뜩 말햇는데 하나도 남는 것이 없다. (282~283P)

****다산은 말한다. 덮어놓고 말해서는 안된다. 통재로는 안된다. 단게별로 분석해서 낱낱이 파헤쳐라. 층위를 따져 말을 석지 마라. 목청만 높인다고 설득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많이만 쓴다고 납득되는 것도 아니다. 핵심을 찔러라.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라. 생각의 지도를 정호가하게 제시하라. (291P0


25. 핵심을 건드려 전체를 움직여라-본의 본령법

사람을 대하고 사물을 접할 때도 모름지기 먼저 기상을 점검해서 자기의 본령을 세운 뒤에 점차로 저술에 뜻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 마디 말 낱낱의 글자도 모두 다른 사람이 보배로 여겨 애호하는 바가 된다. 만약 스스로를 너무 가볍게 보아 마치 땅위의 흙처럼 여긴다면 이는 또한 끝나버리는 것일 뿐이다.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292P


방향을 잊지말라

식견을 자랑말라

주제에 집중하라

초점을 잃지말라


식견을 자랑말라

***<기년아람>을 나 또한 처음에는 좋은 책으로 여겼다. 이제와서 살펴보니 본 바가 들은 것만 못하더구나. 대저 본의가 해박함을 드러내고 들은 것이 많음을 다투는데 있는지라, 실용과 실리에 있어 한 차례 법도를 베풂을 얻지 못했다 때문에 지은 것이 번잡하기만 하고 핵심이 적으며 간략한데도 군더더기가 많은 것이 이와 같다. (두 아들에게 부침)


***<일지록>은 그 학술과 의론이 마음에 십분 만족스럽지가 않다. 대개 그 본령이 요컨대 고담정론을 지어 그 이름을 온전히 하기에 힘슨 것이어서 간절하고 참된 마음은 찾아볼 숙 없다. 시대를 근심하고 세사을 개탄한 것도 모두 뒤엉켜 깨끗하지 못한 뜻이 말 밖으로 드러난다. 나처럼 곧은 성품의 남자나 이따금 주목해 볼 뿐이다. (두 아들에게 부침/ 296P0


일지록은 조선의 유학자들이 모두 감탄하며 읽은 책이다. 그런데 다산이 보기에는 이 책도 본령이 제대로 서지 않았다. 그저 고상한 이야기만 해서 자기의 절개를 지키려 했을 뿐, 어려운 시대를 살아간 지식인의 간절하고 참된 마음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296~297P0


***다산은 말한다. 아는 것을 다 자랑하려 들면 본의를 세울 수 없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본령이 드러나지 않는다. 내 글과 남의 글을 뒤섞어도 안된다. 계통을 세워 알멩이로 채워라. 잡화상처럼 늘어놓기만 하면 못쓴다.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감 없이는 절제할 수 없다. 목표를 정확하게 세워라. 눈높이를 맞춰라.(301P0


6강 적용하고 실천하라-실용성을 갖춘 현장적 지식경영


26. 쓸모를 따지고 실용에 바탕하라-강구실용법

개물성무(開物成務) 즉 사물을 열어주고 사무를 이루게 하는 일은 발양하여ㅕ 펼치는 노력이 없을 수 없습니다. 군자가 함양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장차 펼쳐 베푸는 데 쓰익 위해서입니다. 이는 댁 동정(動靜)을 통하게 학 체용을 갖추어 호나하게 나를 이루고 사물을 이루는데 쓰이기 위해서입니다. (방산 이도명에게 답함)


실용과 연계하라

갈래를 구분하라

본령을 망각말라

남을 감염시키라


실용과 연계하라

***근세의 학자는 겨우 학문을 한다는 이름을 얻으면 문득 스스로 몸가짐을 무겁게 하여 천리를 말하고 음양을 이야기한다. 벽 위에 태극팔쾌와 하도낙서를 그려 걸어놓고 자칭 궁리하여 살핀다고 하면서 어리석은 자들을 기만한다. 그 부모가 추위를 호소하고 굶주림을 참으며 질병으로 신음해도 교만하게 살피지 않고 태연하게 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궁리하여 살피는 것이 부지런하면 할수록 학문에서 점점 e더 멀어지게 도니다. 진실로 능히 부모에게 효도하는 자라면 비록 배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배웠다고 할 것이다. (곡산향교를 효유하여 효를 권장하는 글/ 306P)


인간의 기본도리를 벗어난 공부는 이 세상에 없다. 공부는 왜 하는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한다. 무엇이 사람다운 것인가? 인간의 근본도리에 충실한 것이 사람다운 것이다. (306P)


본령을 망각말라

****다산이 가장 격분한 것은 이들의 학문이 학문을 위한 학문이요 논리를 위한 논리일 뿐, 현실의 삶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들은 수기지학만 공부로 여기고 치인지학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다는 것이다. 공자도 그러지 않았고 주공도 그런 적이 없으며 그들이 신봉해 마지 않는 주자 도한 그러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고고한 체만 한다는 것이다. (310P)


남을 감염시켜라

****안으로는 몸을 닦아 어버이를 섬길 수가 없고 박으로는 임금을 보좌하고 백성을 기를 수 없다. 몸을 마치도록 외워 사모해보았자 실의하여 답답하게 근심할 뿐 마침내 이것으로 천하 국가를 위할 수는 없다. 문장학이야말로 우리 도의 벌레이다.(오학론/ 312P)


다산은 문장학의 페단이 양주, 묵적이나 도교, 불교의 이단보다 더 심하다고까지 말했다. 왜냐하면 이들 이단의 논지는 비록 방법은 달라도 자신을ㄹ 억제하여 욕망을 끊고 선을 행하여 악을 버리자는 것인데, 문장가들의 글은 그저 향기로운 술에 취해 기뻐하듯 인생의 목적과 나라의 근심은 까마득히 잊고 읽는 이의 넋을 녹이고 애간장이 끊어지게 하는데 마음을 쏟을 뿐이기 때문이다. (312P)


********고상한 체 우아를 떨지만 막상 어렵사리 과거에 급제해서 일선 행정을 맡기면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 공문서 작성도 못하고 재정업무나 소송 도는 재판을 맡기면 허수아비처럼 앉아 아랫사람의 눈치나 보면서 전레만 따진다. 국방의 업무는 아에 감당할 엄두조차 못 낸다. (313P0


***다산은 말한다. 쓸모를 다지는 일에서 공부를 시작하라. 나의 이 공부가 무엇에 소용될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 이 공부를 하는지, 이 일을 무엇 때문에 하느지 자주 점검해보아야 한다. 그저 학위를 받기 위해서 하는 공부는 해서는 안된다. 돈만 벌자고 하는 장사로는 돈도 벌지 못한다. 잿밥은 염불을 열심히 외울 때 저절로 생긴다. 잿밥에만 신경쓰면 염불도 안 되고 잿밥도 없다. 끊임없이 본령을 떠올려라. 쓸모를 강구해라. (314P)


27. 실제에 적용하여 의미를 밝혀라-채적명리법


관념을 거부하라

로드맵을 제시하라

견문을 확대하라

상황을 장악하라


관념을 거부하라

****채적명리는 적합한 방법이나 적절한 예시를 채택하여 의미 도는 의의를 밝히는 것이다. 이치가 아무리 그럴듯해도 실제에 적용할 수 없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실제와 동떨어진 이치는 이치가 아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315P)


다산은 무엇 때문에 주역공부에 몰두했을까?

“무릇 하늘을 섬기지 않는 사람은 감히 점을 치지 못하는 법입니다. 저로 말씀드리자면 이제 미록 하늘을 섬긴다 해도 또한 감히 점을 치지는 않으렵니다. 제가 이러한 듯에 대해 지극히 엄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주역>이란 것이 주나라 사람들의 예법이 담겨 있는 것이어서 유자(儒者)라면 그 미묘한 말과 오묘한 뜻이 발휘되어 있는 것을  밝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옛성인은 미묘한 말과 오묘한 뜻을 모두 그 단서만 슬쩍 드러내 보여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얻게 했던 것입니다. 만dir 하나도 감추어 숨긴 것이 없이 호나하게 드러나 볼 수 있다면 아무 맛도 없을 것입니다. (중씨께 답함/ 316~317P)


다산은 주역을 주나라 사람들의 예법을 공부하는 방편으로 공부했다. 하지만 책 속의 설명은 함축적인 비유와 상징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산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행간을 펼쳐 천지의 승강왕래(乘降往來)하고 진퇴소장(進退消長)하는 이치를 완미하고 경게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317P)


상황을 장악하라

***다산은 말한다. 관념만으로는 안 된다. 겉보기에 제 아무리 번지르르하고 고상해 보여도 실제에 쓸모가 없으면 쓸데가 없다. 탁상공론, 공리공담은 우리 모두의 적이요 국가의 해충이다. 상황에 따라 이치를 따져 가장 적절한 것을 가려라. 합리적으로 분별하고 실용의 잣대로 판단하라. (326P)


28. 자료를 참작하여 핵심을 뽑아내라-참작득수법


쓸모있게 배치하라

새것을 창출하라

변화를 추구하라

실용을 강화하라


쓸모있게 배치하라

참작득수는 다양한 자료를 참작하여 정수만을 가려뽑는다는 뜻이다. 이것과 저것을 비교하고 여기와 저기를 견주며 관련있는 정보를 망라하여 쓸모에 맞게 꼭 필요한 핵심만을 간추려내는 것이다.

이것과 저것을 근거없이 뒤섞거나 저기서 좋은 결과를 얻엇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여기에다 적용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모래를 체로 쳐서 정금(精金)을 가려내듯 쇠를 두드려 황금으로 변화시키듯 있는 것 가운데서 새것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다산은 여러 자료를 섭렵한 바탕 위에서 필요한 정보만을 추려내 정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엇다. (328P)


***복잡하고 어수선한 상태의 자료를 살펴서 핵심만 추려내는 것이 참작득수법이다. 공부는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는 과정이다. 어려운 것을 쉽게 만들고 산만한 것을ㄹ 명료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또 남의 것을 빌려와 실정에 맞게 변화시켜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328)

***다산은 말한다. 꼼꼼히 따지고 폭넓게 검토하라. 실용에 기초하여 문제에 접근하라. 아이디어를 모으고 발상을 바궈라. 하던 대로 하지말고 나름대로 하고, 되는 대로 하지 말고 제대로 해라. 무슨 일을 하든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해결책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해결책은 이미 있는 것들 속에 숨어있다. 엉뚱한 데 가서 기웃거리지 마라. (338P)


29. 좋은 것은 가리잖고 취해 와서 배워라-득당이취법

연경은 한양과 3천여 리의 거리다. 사신의 수레가 오아복하며 오간 것이 끊임없이 길에 이어졌었다. 그런데도 이용후생(利用厚生)에 보탬이 되는 물건은 일ㅈ기이 하나도 얻어 돌아와 전해진 것이 없다. 사람들이 태연하게 사물에 혜택을 베풀 뜻이 없기가 어찌 이다지도 심하단 말인가?(사신으로 연경에 가는 참판 이기양을 정송하는 서/ 339P)


장점을 흡수하라

향상을 도모하라

끊임없이 변화하라

가능성을 고려하라


장점을 흡수하라

****득당이취는 남에게 좋은 것을 얻어다가 내게로 옮겨오는 것이다. 남의 좋은 점을 가져다가 내게 적용함으로써 나를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남엑 좋다고 내게도 꼭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절장보단, 즉 너무 긴 것은 자르고 아주 짧은 것은 보태어 알맞게 가져다 쓰면 내게 큰 유익이 된다. 공부를 잘한다는 말은 남의 장점을 금방 포착하여 내 것으로 만들 줄 안다는 말과 같다. (339P0

***다산은 40근의 힘으로 2만5천근의 무게를 움직일 수 있는 기계장치를 선보였다. 정조는 다산의 보고서를 받고 입이 닥 벌어졌다. 현장에서 이 기계의 위력은 참으로 막강햇다. 그 덕분에 엄청난 인력과 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공사가 끝난 후 정조는

“다행히 기중기를 사용하는 바람에 4만 냥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며 크게 기뻐했다. 지성의 위력, 학문의 위력이란 이런 것이다. (349P)


***다산은 말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을 뿐 네 것과 내 것은 없다. 부족한 것은 익히고 필요한 것은 배워라. 배우는 자리에서 체면을 따져서는 안 된다. 남의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나의 나쁜 것은 과감히 버려라. 남의 것을 받아들이더라도 그대로는 안된다.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실상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있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349P)


30. 단계별로 다듬어 최선을 이룩하라-수정윤색법

초본(草本)이라 한 것은 어째서인가? 초를 잡는다는 것은 수정하고 윤색하기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식견이 얕고 부족하며 경력은 적고 문견은 고루하다. 거처는 궁벽하고 서적은 부족하다. 그러니 비록 성인이 가려 뽑는다 해도 잘하는 자를 시켜 수정하고 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수정하고 윤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어찌 초가 아니겠는가?(방례초본서/350P)


끊임없이 수정하라

거친 것을 다듬어라

첨삭하고 가공하라

대안을 제시하라


끊임없이 수정하라

***“잘 정비된 수레를 훈련된 말에 멍에를 메워, 멍에를 살피고 균형으 맞춘 뒤에도 오히려 왼편에서 붙들고 오른편에서 방비하여 수백 보 앞으로 나아가게 하여, 그 조정이 잘 됐는지 시험한 뒤에야 동여매고 내달린다. 임금이 법을 세워 세상을 몰고가는 것도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것이 초본이라고 이름을 붙인 까닭이다. (방례초본서/351P)


큰 원칙에 잇어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사행세칙만큼은 현실에 적용해 봐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얼마든지 수정, 윤색하여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레 한 대를 몰고 나갈 때에도 여러 가지를 점검하고 조정하게 마련인데 법을 세워 백성을 몰고 가는 일에 어찌 점검과 조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351P)


거친 것을 다듬어라

***다산은 인순고식ㅎ지 않고 끊임없이 고치고 바꾸고 변화할 줄 알았던 툭 트인 지식인이었다. 어떤 좋은 것을 보면 그와 똑같은 방법을 써서 전혀 다른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냈다.

중국의 <수경>을 보고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대동수경>을 엮었다. <무비지.에 자극받아 ,아방비어고>를 편집햇다. 중국의 속담과 격언을 모은 <이담(耳談)>을 보고는 경전이나 역사책에서 빠뜨린 것이 너무 많고 정작 우리나라 속담은 빠졋다 하여 이를 보완해 <이담속찬>을 엮었다. 우리 말 가운데 뜻을 잘못 알고 쓰는 것이 너무 많음을 안타깝게 여겨 <아언각비>를 또 지었다.

이런 저술들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해에서 수십 년에 걸쳐 하나씩 모으고 다른 이에게 꼼꼼히 정리하여 완성한 것들이다. (353P0

****<아언각비>는 요즘 식으로 제목을 달면 ‘잘못 알고 쓰는 우리말’쯤에 해당하는 책이다. 이 책만 하더라도 초고를 오나성한 후 수도 없이 수정 윤색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질정을 청하여 최종 완성을 보았다. 이 질정의 과정에서 육향의 소재 때문에 신작과 치열하게 논쟁한 r서은 앞에서 이미 살핀 바 있다. (356p)


***다산은 말한다. 첫술에 배부른 법은 없다. 작은 문제를 키워서 큰 문제로 발전시켜라. 내게 들어오는 정보를 그냥 흘리면 안 된다. 갈래를 나눠 저장고에 비축하라. 씨앗 하나가 책 한 권으로 자란다. 작은 메모 하나가 수정과 윤색을 반복하는 동안 큰 프로젝트로 변한다. 되새김질하며 거듭 음미하라. 실용에 기초해 생각에 날개를 달아라. 그 처음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360P)


7강 권위를 딛고 서라-독창성을 추구하는 창의적 지식경영


고인생각을 흐르게 하라. 남의 생각에 끌려다니지 말고 내 목소리를  내 생각으로 이끌어라. 권위에 주눅들어 그 그늘에 숨지 마라. 주체를 확립하여 내가 권위가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시비를 판별하는 냉철한 안목과 속셈을 두지 않는 공정한 시각을 갖춰야 한다. (361P)


31. 발상을 뒤집어 깨달음에 도달하라-일반지도법

선배 가운데 율곡 이이 같은 분은 어버이의 사랑을 받지 못해 여러 해 동안 괴로워했다. 하지만 마침내 한 번 돌이켜 도에 이르렀다. 우리 우담 정시한 선생께서도 세상에서 물리친 바가 되었으나 그 덕이 더욱 발전했다. 성호 이익 선생은 화를 당하고 나서 이름난 선비가 되었다. 모두들 우뚝하게 수립하여 벼슬길에 있는 고관의 자제들이 능히 미칠 수 있는바가 아니었다. 너는 또한 일찍이 이를 들어보았느냐? (두 아들에게 보앗느냐)


상식의 허를 찔러라

뒤집어 생각하라

상황에 적용하라

타성을 걷어내라


상식의 허를 찔러라

***일반지도는 한 차례 생각을 돌이켜 깨달음에 이른다는 말이다. 자극 없이 똑같은 일상 속에서 창의적인 역량은 발휘되지 않는다. 늘 하던 대로만 해서는 새로운 성취를 이룰 수가 없다. 생각을 바꾸고 방법을 바꾸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호나하게 드러난다. 평범한 것에서 비범한 의미를 끌어내고 늘 보던 것에서 처음보는 것을 끄집어 낸다. 역경과 위기에 쉽게 침몰하는 대신 이를 기회로 돌릴 줄 알아야 한다. (363P0

***상식의 허를 찌르는 의외의 도입은 독자를 흡인하는 것이다.(365P)


뒤집어 생각하라

*** “굴원은 취한 사람이다. 성을 내어 곧은 말을 하면 반드시 모을 망치고 능력을 닦아도 마침내 재앙을 부를 뿐이라는 사실을 그는 몰랐다. 비록 취한 바는 달라도 거나하게 크게 취한 사람이다. 때문에 분을 내어 크게 통탄하며 스스로 취하지 않았음을 변명하여 ‘나 홀로 술이 깼다’고 말했던 것이다.

장자는 이미 깬 사람이다. 능히 오래 사는 것과 요절하는 것을 같게 보았으니 이는 호나하게 깨달은 자다. 그래서 꿈꾸는 중에 또 꿈을 꾼다고 했다.

능히 스스로 취몽이라고 이름지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혹 맨정신으로 깨달을 기미가 있는 자인 셈이다. (취몽재기/ 367P0


상황에 적용하라

***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온다. 그러니 괴로움이란 즐거움의 뿌리다. 괴로움은 즐거움에서 나온다. 따라서 즐거움이란 괴로움의 씨앗이다. 괴로움과 즐거움이 서로를 낳는 것은 동정(動靜)이나 음양(陰陽)이 서로 뿌리가 되는 것과 같다. 통달한 사람은 그러한 까닭을 아는지라 깃들어 숨어 있는 것을 살피고 성하고 쇠하는 이치를 헤아려 내 마음이 상황에 응하는 것을 항상 뭇사람이 하는 것과 반대로 한다. 그런 까닭에 두 가지가 그 취향을 나누고 그 기세를 죽이게 된다. 이는 마치 경수창의 상평법이 값이 싸면 비싸게 사들이고 비싸면 싸게 팔아서 언제나 값이 일정하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것이 괴로움과 즐거움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우후 이중협을 증별하는 시첩의 서문) (369p)


글이 절반에 이르도록 이별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비치지 않는다. 다만 즐거움에서 괴로움이 나오고 괴로움에서 즐거움이 비롯되니 괴롭다고 괴로워할 것 없고 즐겁다고 즐거워만 하지는 말라는 이야기를 되풀이햇다. (368~369P0


타성을 걷어내라

***명철보신이라는 네 글자는 오늘날 세상을 썩게 하는 으뜸가는 부적이 되고 말았습니다. <시경>의 해석에 잘못이 있는 줄 분명히 아는지라 매번 글자의 뜻이 그렇지 dskg다고 말하곤 했지만 이 같은 주장을 펼 데가 없었습니다.

 선악을 분별하는 것은 명(明)이라하고 시비를 판별하는 것을 철(哲)이라 한다. 또 어리고 약한 것을 붙들어 잡아주는 것을 보(保)라고 하지요. 보(保)란 보이니 곁에서 부축하여 지켜준다는 말입니다. (370P)


****다산 정약용은 말한다. 상식과 타성을 걷어내라. 나만의 눈으로 보아라. 하던 대로 하지말고 새롭게 하라. 관습에 전 타성으로는 아무 것도 해 낼 수가 없다. 생각의 각질을 걷어내고 나만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깨달음은 평범한 것 속에 숨어있다. 그것을 읽어내는 안목을 길러라. (372~373P)


32. 권위를 극복하여 주체를 확립하라-불포견발

힘있게 주장하라

비난을 감수하라

성심을 다하라

타협하지 말라


힘있게 주장하라

불포견발은 포기하지 않고 굳세게 나아가는 것이다. 옳다는 확신이 서면 어떤 권위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다. 힘있게 주장하고 강단있게 밀어붙여 자신의 입장을 세운다. 누가 한마디 한다고 위축되어서는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374P0


***이제야 비로소 사람이 궁해진 뒤에야 비로소 저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앗다. 반드시 지극히 총명한 선비가 몹시 곤궁한 지경을 만나, 온종일 꼼짝 않고 지내면서 사람들의 말소리나 수레바퀴의 시끄러운 소리가 없는 뒤에야 경전과 예법의 정밀한 뜻을 비로소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천하에 이처럼 공교로운 일이 또 있겠느냐? 대개 옛 경전을 고찰하고서 정현과 가규의 주장을 살펴보니 대부분 건건이 잘못 풀이한 것이었다. 독서의 어려움이 이와 같다. (두 아들에게 고함/376P)


타협하지 말라

***공부는 의문에서 시작되고 의문이 있어야 질문이 생긴다. 질문을 위한 질문을 억지로 만드는 것은 문제지만, 자기 생각 없이 그저 경전의 가르침을 그대로 답습하는 곳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엇다.

그런데 그러자면 용기가 필요하다. 다산은 공부하는 사람이 반드시 지녀야 할 미덕으로 용(勇)을 꼽았다.

***다산은 지(智), 인(仁), 용(勇) 삼덕 가운데 공부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용(勇)을 꼽았다. 목표를 정해 그와 꼭 같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 몰두하면 그렇게 도리 수 있다고 햇다. 그렇지 않고 적당히 현실논리에 타협하고 남들 하는 대로 답습해서는 결국 큰 성취를 이룰 수 없게 된다. (383P)


***다산은 말한다. 어렵다고 포기하지 마라. 권위에 압도되어 위축되어서도 안된다. 굳게 붙들어 뿌리를 뽑아라. 그저 주저 물러앉아서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시키는 대로 하고, 남들 하는 대로 따라만 해서는 끝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마음이 굳세어야 휘둘리지 않는다. 들은 것만 고집하여 바꾸지 않아서는 발전이 없다. 입장을 세우고 견해를 가져라. 목표를 정해서 그를 뛰어넘을 때까지 정진하고 정진하라. (383~384P)


33. 도탑고도 엄정하게 관점을 정립하라-독후엄정법

그른 길로 가지 말라

시비를 회피말라

신랄하게 비판하라

관행을 타파하라


그른 길로 가지 말라

독후엄정(篤厚嚴正)은 도탑고도 엄정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말의 힘은 화려한 수사나 능수능란한 임기웅변에서 나오지 않는다. 재치만으로 한두 번 통할 순,s 잇지만 그 이상은 안된다. 히잇는 제 목소리를 내려면 바탕공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말의 무게는 겉구밈만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드는 이를 압도하는 묵중함은 평소에 온축(蘊蓄)의 힘에서 비롯된다. (385P0


***군자는 의관을 바르게 하고 시선을 높이 두며, 묵묵히 바로 앉아 공손하기가 마치 흙으로 빚은 사람같고 언론은 도탑고도 엄정해야 한다. 이와 같은 뒤에야 능히 뭇사람을 위엄으로 복종시킬 수 있고 풍성이 퍼져 마침내 오래 멀리까지 이르게 된다.

만약 게으르고 경박한데다 우스갯소리나 뒤섞게 되면 비록 그가 말한 것이 이치에 깊이 들어맞아도 사람들이 또한 믿으려 들지 않는다.

만약 게으르고 경박한데다 우스갯소리나 뒤섞게 됨녀 비록 그가 말한 것이 이치에 깊이 들어맞아도 사람들이 또한 믿으려 들지 않는다. 살앗을 적에 능히 바탕을 수립하지 못하면 죽은 뒤에는 저절로 나날이 스러져 없어지고 마니 이는 사람의 당연한 것일 뿐이다.

천하에는 어리석은 자는 많고 통달한 사람은 적다. 누가 보기 쉬운 위의를 버려두고 별도로 알기 어려운 의리를 구하려 들겠느냐? 높고 오묘한 학문은 알아주는 사람이 더더욱 적다. ....너희들은 이를 알아 잠시 연찬하는 공부를 놓아두고라도 우선 몸가짐을 바로 하는 공부에 힘써서 마치 쇠덩어리산이 우뚝 서 있는 것처럼 고요히 앉아 있는 것을 익히도록 해라.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 386P)


신랄하게 비판하라

***다산은 말한다. 공부의 길에서는 옳고 그름이 있을 뿐 좋고 나쁨은 없다. 도탑게 살피고 엄정하게 따져서 옳으면 행하고 그르면 내칠 뿐이다.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못본 듯이 지나치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서는 안된다. 잣대를 똑바로 들이대서 내 목소리를 올바로 내야 한다. 좌고우면(左顧右眄), 이리저리 눈치보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람좋다는 소리나 들으려거든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396P)


34. 다른 것에 비추어 시비를 판별하라-대조변백법

본질을 꿰둟어라

견주어 판별하라

비교하고 대조하라

객관성을 제고하라


본질을 꿰뚫어라

***대조변백은 이것과 저것을 대조하고 꼼꿈히 살펴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개념이 엉기고 논리가 복잡해지면 의미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은 언제나 이것과 저것의 사이에 있다. 얻고 잃음은 여기와 저기의 중간에 있다. 세상에는 완전히 옳은 것도 없고 다 틀린 것도 없다. 옳은 것 같지만 틀린 것이 잇고, 틀린 것 같은데 맞는 것도 있다. 누가 봐도 옳고 언제봐도 틀린 것은 별로 없다. 항상 ‘사이’와 ‘중간’이 문제다 눈앞의 사물은 자꾸만 우리 눈을 현혹시키고 판단을 흐리게 한다. 겉만 보아서는 모른다. 현상의 안쪽에 숨은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이 필요하다. (397P)

비교하고 대조하라

**** 비록 그러나 내가 바라는 바가 있다. 만약 온 나라 사람을 전부 양반이 되게 한다면, 온 나라에 양반이 없게 된다. 젊은이가 있어야 어른이 대접받고 천한 자가 있어야 귀한 이가 드러나게 된다. 진실로 모두 다 존귀하다면 이것은 존귀한 사람이 없는 셈이 된다. 관자가 말했다.

  “온 나라 사람을 다 존귀하게 할 수는 없다. 모두 존귀해지면 되는 일이 없고 나라에도 이롭지가 않다.” (고정림의 생원론 발문)


***다산은 이 말을 하기 위해 저 말을 툭 던지고 이 말을 꺼내려고 저 말을 끌고 오는 대조변백의 방식을 즐겨썼다. 이는 논지를 강화하고 비교와 대조의 과장에서 의미를 더 선명하게 들러내는 효과가 있었다. 일종의 지상매회격으로 손가락으로는 뽕나무를 가리켜 주의를 그쪽으로 끌어서 방심하게 해놓고 느닷없이 회나무에다 욕을 퍼붓는 방식이다. (404P)


***다산은 말한다. 주장을 세우려거든 근거를 찾아라. 모든 사람이 다 진실은 아니다. 덮어놓고 앞선 기록을 믿어서는 안된다. 행간을 살펴 현상에 현혹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독창성과 창의성은 객관성의 바탕 위에서만 빛난다. 앞뒤를 따지고 진위를 가려서 객관적인 진실을 밝혀라. 의미는 이것과 저것의 사이, 여기와 저기의 중간에 있다. 갈래는 나누고 가늠해서 현상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고 문제의 핵심을 장악하라. (408P)


35. 속셈없이 공평하게 진실을 추구하라-허명공평법

추종을 거부하라

편견을 걷어내라

억탁으로 왜곡말라

마음을 텅 비워라


추종을 거부하라

****허명공평은 마음을 텅 비워 다른 속셈이나 전제를 깔지 않고 과제를 탐구하는 태도를 말한다. 가설을 세워 논거로 입증하는 것은 공부의 당연한 절차요 과정이다.


****학문이 세상에서 미움받은 지가 오래입니다. 바르게 앉아 깊이 생각할 때는 양심이 조금 드러나다가도 사람과 마주하고 사물과 접할 때는 문득 아첨하여 용납되기만을 구하려 듭니다. 농사꾼과 만나면 농사일을 말하고 정사치를 만나면 장삿일을 이야기하지요. 대부분 자기를 버리고 외물을 따름을 면치 못하니, 진실로 평생의 고질이라 하겠습니다. (410P0


학문이 세상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학자가 존경은 커녕 경멸의 대상이 되는 것은 주체를 굳건하게 세우지 못하고 자꾸 바깥을 기웃거리기 때문이다.

공부는 맹목적인 추종과 타협을 거부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411P0


마음을 텅 비워라

****군자의 용맹은 오히려 수약(守約)에 잇다. 마음을 비우고 입을 다물고 고요 속에 침잠하며 눈이 밝아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그리하여 외물이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역경이 내 정신을 참석하지 못한다. 맑은 정신으로 바라보니 지켜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의 분간이 선명해진다. 바꿔야 할 것을 지키려 들거나 지켜야 할 것을 바꾸려 드는 일도 없게 된다. (418P)


***다산은 말한다. 허명공평의 공부는 간결함에서 나온다. 마음을 텅 비워야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집착을 버려야 객관적인 시선을 얻을 수 있다. 소리지르지 마라. 목청만 높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편견을 버리고 선입견을 버리고 추종과 타협을 거부하라. 텅 빈 마음을 돌아 나와 긴 울림을 주는 진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419P)


8강 과정을 단축하라 -효율성을 강화하는 집체적 지식경영


36. 역할을 분담하여 효율성을 확대하라-분수득의법

옛날 선왕들은 사물을 쓰는 데 지헤가 있었다. 소경에게는 음악을 살피게 하고, 절름발이에게는 대궐문을 지키게 햇다. 환관들은 궁궐을 출입하게 하고 곱사등이나 병든 자 도는 불구자 등도 각각 마땅한 곳에 썼다. 이 일은 가장 우선 살펴보아야 한다. (학유에게 노자 삼아 준 가계)


작업을 분배하라

핵심역량을 강화하라

***훌륭한 리더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그들의 최대치를 도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개성을 무시하고 평준화시키는 방식으로는 안된다. 부분의 합이 늘 전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상이 되려면 역량에 따라 안배해 협동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425P)


능률을 확대하라

이후 다산초당은 집체작업에 의한 지식경영의산실로 거듭낫다. 다산의 현손인 정규영이 1921년에 정리한 <사암선생연보>에 나오는 다음 대복은 다산초당에서 진행된 집체작업의 현장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 엄청나고 방대한 작업량의 비밀이 이 글을 통해 호가연하게 드러난ㄷ.


***공이 20년 가까이 고독하고 우울하게 지낼 때 다산초당에서 연구와 저술에 마음을 쏟아 여름 무더위에도 쉬지 않았고 겨울밤에는 닭 우는 소리를 들었다.

제자 중에 경서와 사서를 부지런히 열람하고 살펴보는 사람이 두어 명, 부르는 대로 받아쓰며 붓을 나는 듯 내달리는 사람이 두어 명이엇다. 손을 바꿔가며 수정한 원고를 정서하는 자가 두세 사람, 열에서 거들어 줄을 치거나 교정 대조하거나 책을 매는 작업을 하는 자가 서너 사람이었다.

무릇 책 한 권을 저술할 때에는 먼저 기술할 책의 자료를 수집하여 서로서로 대비하고 이것저것 훑고 찾아 마치 빗질하듯 정밀을 기햇던 것이다. ,시경과 서경에 관한 책을 저술할 때에는 먼저 시경과 서경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춘추를 고정할 때에는 먼저 춘추에 관한 자료들을 모앗다. 그러므로 저술한 책의 경지는 구름을 헤치고 햇빛을 보는 것 같지 않은 것이 없어서 조금이라도 희미하고 흐린 기운을 띤 것이 없었다. (사암선생연보)/430P)


다산은 실제로 이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 야전사령관이엇고 총괄기확자였으며, 책임편집자였다.

 

***다산은 말한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혼자 다 하려 들지 마라. 능률은 오르지 않고 힘만 빠지낟. 다만 집ㅊ작업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구성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저마다 잘할 수 있는 일을 골라 믿고 맡겨라. 중간중간 점검하고 체크하면서 부족한 점을 채우고 넘치는 것을 덜어내라. 그렇게 해서 한 번 갖춰진 팀워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반복해서 확대재생산된다. 가속도가 붙는다. (432P)


37. 목표량을 정해놓고 그대로 실천하라

목표량을 결정하라

독려하고 경쟁하라

긴장을 놓지말라

기록으로 보관하라


목표량을 결정하라

정과실천은 매일 일정한 목표를 세워놓고 계획에 따라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안일을 기뻐한다. 공부도 규칙적인 리듬을 갖지 못하면 제풀에 나가 떨어지기 쉽다. 전체의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소용되는 날짜를 계산한 후 하루에 할 t 있는 작업량을 결정하는 것까지가 정과(定課)다. (433P0


독려하고 경쟁하라

***마침 첫눈이 쌀가루처럼 흩부려 산골물이 얼려고 했다. 산림과 대나무의 빛깔은 모두 새파랗게 질려 잔뜩 움츠렸다. 아침저녁으로 소요하면 정신이 맑고 엄숙해졌다. 자고 일어나 바로 시냇물로 달려가 양치하고 세수했다. 밥때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여러 비구들과 함께 즐기며 앉아 밤을 먹엇다. 저물어 별이 보일 때면 언덕에 올라 휘파람을 불며 흞조렸다. 밤에는 게송과 불경을 외우는 소리를 듣고 낫 다시 책을 읽었다. 이와 같이 한 것이 무릇 40일이었다. (동림사독서기) 436P)


긴장을 놓지말라

****다산은 벼슬에서 물러난 아버지가 메일 주역으리 쾌 하나씩을 일괄 삼아 독서하는 것을 보았다.

그 자신도 정조의 조정에 나아간 후 주역뿐 아니라 시경 등을 일과로 정해놓고 임금에게 배었다. 정조는 날마다 과제를 내주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신하들을 괴롭혔다. 사실 다산은 이 엄격한 훈련과정에서 경학연구의 바탕을 다질 수 있었다. 정조는 툭하면 다산에게 주제를 정해주고 그 주제에 대해 조사하여 잛은 시간 안에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화성 축성의 제도 및 배다리 제조와 같은 토목공학적인 과제로부터 경전이나 사기 등의 주석에 이르기까지 내용도 다양했다.

후에 강진으로 귀양온 뒤에는 예전에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 자신도 일과를 정해 경학연구에 몰두했다. 그것은 하루 작업의 목표량을 정한 후 날마다 이것을 누적해가는 방식이었다. 다산의 방대호한한 저술은 하루하루 정과를 실천하고 제자들의 집체작업에 의한 성실한 뒷받침이 있었던 결과이지 다산 자신의 천재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440P0


기록으로 보관하라

강진 유배 초기에 다산은 페족이 된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여 자포자기하려는 하는 자식들의 마음을 다잡아 학문에 몰두하게 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1805년 겨울에는 큰아들 허연이 강진으로 아버지를 찾아왔다. 다산은 이 기회에 아들을 공부시키려고 함께 성 북쪽 우두봉 아래 절집인 보은산방으로 가서 일과를 정해 ,주역.과 예기를 가르쳤다. 그냥 가르치기만 한 것이 아니고 의심스러운 곳을 반드시 선후맥락을 갖춰 질문하게 했다. 다산은 아들의 질문과 자신의 답변을 상세하게 기록햇다. 이렇게 해서 모두 52척의 문답이 정리되었다. 다산은 그것을 그냥 버리지 않고 승암문답이라는 제목의 소책자로 묶어 갈무리했다.

다산은 늘 이렇게 과정을 그저 흘려버리지 않고 기록을 통해 경험을 누적하고 이전시켰다. 날마다 규칙적으로 조사하고 목표를 정해 공부하던 습관과 정리벽이 낳은 결과였다. (443P)


***다산은 말한다. 목표를 세워 전체 규모를 장악해야 한다. 목표는 하루 단위로 쪼개 확실하게 실천해라. 달성하지 못할 목표는 세워서는 안된다. 작업의 방향을 정하고 전체 작업량을 예상한 후 세워서 가능한 일자를 가늠하면 하루에 해야 할 일의 분량이 나온다. 이것을 흔들림 없이 밀고나가야 한다. 차질 없이 밀어붙여야 한다. (444P)


38. 생각을 끊임없이 조직하고 단련하라

비판을 수용하라

보완을 유도하라

인정하되 지적하라

논리를 점검하라


****다산은 말한다. 독단에 빠지지 않으려면 남에게 비판을 요구하라. 작업의 효율을 높이려면 중간중간 방향을 점검하라. 다른 사람의 의견에 비춰볼때 안 보이던 문제들이 드러나고 토론의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분명해진다. 정당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고 확신이 서면 끝가지 물러서서는 안된다. 매섭게 비판해도 인간에 대한 애정마자 망각하면 안된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여럿이 낫다. 남의 말에 귀를 막고 있으면 발전은 없다. (454P)


39. 동시에 몇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라. -어망득홍법

만약 규모와 절목 외에 뽑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으면 따로 한 책을 갖추어 놓고 얻는 대로 적어나가야 바야흐로 힘을 얻을 곳이 있게 된다. 물고기 그물을 쳤는데 기러기가 걸리면 어찌 버리겟느냐? (학유에게 부침)


정보를 수습하라

새롭게 바라보라

정리하고 정돈하라

시스템을 갖춰라


정보를 수습하라

어망득홍은 물고기를 잡으려고 쳐둔 그물에 기러기가 걸린다는 말이다. 공부를 하다보면 생각의 촉수가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기 마련이다. 나중에는 다산식으로 말하면 추수 끝난 들판에 여기저기 이삭이 떨어져 있어 이루 다 주울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이때 하고 있던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새로운 생각이 사라지지 않도록 별도의 공책에다가 끊임없이 초록하고 메모해야 한다. 내 눈을 거쳐간 정보들을 얼마나 잘 갈무리해두었다가 어덯게 적재적소에 요긴하게 활용하느냐가 학문의 길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관건이다. (455P)


새롭게 바라보라

***다산은 고대의 기본 경전에 비추어 현재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무엇이든 끄집어내어 적절하게 활용했다.

공부하는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연구하는 대상에 대해 앞선 연구가 많으면 많다고 투덜대고 없으면 없다고 한숨 쉰다. 많으면 더는 새로 연구할 것이 없을 것만 같고, 없으면 막상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는 할 수 있는 연구가 없고 돈벌만한 장사가 없다.

모든 자료는 방향과 시각을 바꿔 남들이 추수하고 간 논밭에서 떨어진 이삭을 줍고 별 것 아니라고 내버려둔 자료에서 가공하지 않은 원석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빈틈을 헤집어 새로운 시각을 찾아내고 남들이 보고도 못 본 사실을 탐색해낼 수 있어야 한다. 남들하는 대로 하고 남이 가는 길로만 가서는 큰 성취를 이룰 수 없다. (460P)


정리정돈하라

***무릇 국사나 야사를 읽다가 선대의 사적이 있는 것을 마땅히 그 즉시 한 책에다 베껴 적도록 해라. 선배의 문집을 볼 때도 역시 그렇게 해라. 오래되어 책이 이루어지면 가승(家乘)에서 바진 것을 보안할 수가 잇다. 비록 방게친족의 사적이라 하더라도 마땅히 함께 채집해야 한다. 나중에 집안사람으로 그의 후손이 되는 사람과 만나면 이를 전해주어라. 이것이 효를 확장하는 도리인 것이다. (두 아들에게 부침) 461P0

***다산은 주제별로 수많은 초록용 공책을 만들어놓고 쉴새 없이 초록했다. 잊어버리고 초록해나가다 보면 어느 새 정보들이 오롯하게 집적되었다. 그 사이에 생각에 날개가 달리고 정보가 제 스스로 갈래를 잡아주어 어렵지 않게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졋다. 다산이 어버이나 사우 및 방계친척의 일화를 적은 유사(遺事)를 많이 남긴 것도 다 이런 몸에 밴 메모습관의 결과였다. (462P0

 

****궁리에는 실마리가 많습니다. 궁리하는 일이 간혹 얼키고설키고 단단히 뭉쳐 힘으로 찾아 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나 혹 내 성품이 우연히 이에 대해 어두워 억지로 밝혀서 타파하기 어려울 경우가 잇지요. 이럴 때는 마땅히 이 한 가지 일은 놓아두고 따로 다른 일에 나아가 궁구하십시오. 이처럼 이리저리 궁구하고 오래도록 깊이 살피면 마음이 저절로 밝아져서 의리의 실지가 점차 눈앞에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이대 다시 지난 번에 궁구하다가 얻지 못한 것을 향해 행각을 일으켜 꼼꼼히 생각하고 미루어 살펴보아 이미 궁구하여 얻은 이치와 더불어 맞춰보고 비추어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앞서 궁구하지 못했던 것까지 한꺼번에 서로 깨닫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궁리의 활법입니다. (이황이 이숙헌에게 답한 별지/462P)

다산은 퇴계가 율곡에게 보낸 이 편지를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퇴계는 어떤 문제에 대해 궁리하다가 생각이 막히면 그 자리에서 끝장 볼 생각을 하지 말고 그 문제를 잠시 옆으로 내려놓으라고 했다. (462P)


***다산은 말한다. 정리는 체계적으로, 작업은 능률적으로 하라. 시스템만 갖추어지면 동시다발적인 작업도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초서하고 쉬지 말고 정리하라. 작업의 목표를 수시로 점검하고 계속해서 효율성을 제고하라.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정보를 장악해야 한다. 자료에 끌려다니지 말고 자료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어야 한다. (465P0


40. 조례를 먼저 정해 성격을 규정하라

성격을 파악하라

차이를 인식하라

전체를 장악하라

세부를 구별하라


성격을 파악하라

****학문의 종지는 먼저 큰 줄거리를 결정한 뒤에 저술해야 슬모가 있게 됩니다. 대저 그 방법은 효제를 바탕에 두고 예악으로 꾸미며 감형, 재부, 군려, 형옥을 아우르고 농포, 의약 약상, 산수, 공작의 기술을 씨줄로 삼아야 거의 온전하게 될 것입니다. 무릇 저서할 때에는 매번 이 항목을 점검하여 여기에서 벗어난 것은 지을 필요도 없습니다. (467P0


전체를 장악하라

***다산은 독서든 저술이든 전체를 장악하는 힘을 강조했다. 부분이나 지엽말단에 얽매여 큰 흐름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다산은 말한다. 작업에 앞서 반드시 밑그림을 그려라. 전체 설계도면을 갖고 얼개를 짠 후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지금 하는 작업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왜 하는 것이지를 꼼꼼히 점검하라. 이때 질문은 단순할수록 좋다. 그래야 공격목표가 명확해진다. 그 다음은 이 목표를 공략하기 위한 세부의 구성단계다. 이것은 작업 때마다 달라지므로 일괄해서 적용하면 안된다. 통변(通變)과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처음에 터를 잘 다져놓고 출발하면 진행이 빠르다. 그냥 마구잡이식으로 하면 중반 이후에 뒤죽박죽되어 마침내는 엉망진창이 된다. (477P0


9강 정취를 깃들여라-따뜻함을 잃지 않는 인간적 지식경영


41. 정성으로 뜻을 세워 마음을 다잡아라- 성의병심법

부지런히 노력하라

성의로 다잡아라

꾸밈없이 소통하라

보람을 발견하라


부지런히 노력하라

성의 병심은 뜻을 정성스럽게 하고 마음을 다잡아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정성이 없이는 안된다. 요행으로 성공할 수는 있겠지만 성의가 없으면 그 성공은 곧 그를 교만에 빠뜨려 좌절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다. 정성만 가지고도 안된다. 마음을 확고하게 붙들어 오롯이 집중해야 한다. (481P0


***다산의 여러 제자 중에서도 황상(黃裳, 1788~1863?)은 다산이 가장 아끼고 사랑한 제자엿다. 이 둘의 관계는 참으로 아름답고 가슴 따뜻한 사연을 많이 남겻다. 다산이 유배 간 이듬해로 주막집 골방에 머물고 있던 1802년에 15살이던 그는 처음 스승에게 절을 올렸다. 동네 아전의 자식들 몇이 글을 배우고 있었다. 뒷자리에 앉아 엉거주춤 글을 며칠 배웠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다산은 이 수줍음 많은 소년의 총명을 대번에 간파했다.


내가 황상에게 문사(文史)를 공부하라고 권했다. 그는 쭈볏쭈볏하더니 부끄러운 빛으로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제가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꼭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한 것입니다.”

내가 말했다.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가 있다.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한 것이 문제다. 둘째로 글 짓는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 게 병통이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대저 둔한데도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진단다. 답답한데도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하게 된다. 천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뚫는 것은 어찌 하나?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당시 나는 동천여사(東泉旅舍)에 머물고 있었다. (황상, 〈임술기〉《치원유고》)482P)


다산은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해라 그러면 못할 일이 없단다. 다산은 자신없어 머뭇대는 소년에게 이 삼근계를 내려주었다. 이 한 마디 말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는 감격했다. ‘마음을 다잡아 부지런히 노력해라.“(483P0


보람을 발견하라

***산방에 처박혀 하는 일이라곤 책 읽고 초서(抄書)하는 것뿐입니다. 이를 본 사람은 모두 말리면서 비웃습니다. 하지만 그 비웃음을 그치게 하는 것은 나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선생께서는 귀양살이 20년 동안에 날마다 저술만 일삼아 복사뼈가 세 번이나 구멍났습니다. 제게 삼근(三勤)의 가르침을 내려주시면서 늘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나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것을 얻었다.“몸으로 가르쳐주시고 직접 말씀을 내려주신 것이 마치 어제 일처럼 귓가에 쟁쟁합니다. 관뚜껑을 덮기 전에야 어찌 그 지성스럽고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을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황상, <화주 사로에게 드림> <치원유고>)493P)


이것이 과골삼천(踝骨三穿)의 고사다. 다산은 늘 돌부처처럼 앉아 저술에만 힘쓰다 보니 방바닥에 닿은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뚫렸다. 나중에는 통증 대문에 앉아있을 수가 없어 아예 벽에 시렁을 매달아놓고 서서 작업을 계속했다는 전문도 있다.

황상의 나이 70이 넘어서도 독서와 초서를 멈추지 않자,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에 쓰려고 지금도 그렇게 책을 읽고 베껴쓰느냐고 웃었다. 황상은 스승의 과골삼천으로 대답했다. (493P0


****다산은 말한다. 부지런히 노력해라. 성심으로 노력해라. 복사뼈가 세 번 구멍나고 벼루가 여러 개 밑창나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해라. 공부해서 무엇에 쓰겠느냐고 묻지마라. 공부는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을 수 없어 하는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 나서 책을 안 읽고 무슨 일을 하겠느냐? 백 년도 못 되는 인생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살다 간 보람을 어디서 찾겠느냐? (495P)


42. 아름다운 경관 속에 성품을 길러라 -득승양성법

미리 깨어 준비하라

탈출을 감행하라

기회를 활용하라

사물을 투시하라


미리 깨어 준비하라

*****득승양성은 아름다운 풍광 속에 노닐며 성품을 기르는 것이다. 긴장이 있으면 이완도 있어야 한다. 뻣뻓하게 굳어만 잇으면 부러진다. 부드럽게 풀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경치 속에 뜻 맞는 사람들과 노닐며 성품을 기른다. 퍼내기만 한 마음속 샘물이 다시 차오르도록. 다산은 공부만 아는 골샌님이 아니었다. 풍류를 즐길 줄 알았고 운치도 있었다. 공부하다가 답답하면 훌쩍 길을 나서 바람을 쐬고 돌아왔다. 놀이를 나가도 그저 술 먹고 노래하고 춤추다 오지는 않았다. 자연이 주는 의미를 곱씹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돌아왔다. (496P)




기회를 활용하라

****  때는 이미 해거름이 지났다. 저녁볕이 석벽에 환히 비치자 자줏빛과 초록빛이 이루 형언할 수가 없었다. 강변 모래 언덕엔 방초가 비단같앗다. 누런 송아지가 뛰노니 강촌의 물색이 완연했다. 배에 오르자 음악을 연주했다. 여울이라 배가 마치 살처럼 발랏다. 여울을 지나고 나자 깊은 못이 디었다. 푸른 절벽과 자줏빛 바위가 거꾸로 비쳐 서로 부딪쳤다. 바위 틈에는 잡화가 활짝 피었고, 새들은 엇갈려 날앗다. 새끼 꿩은 서로 울고 우는 비둘기는 화답하였다. (502P)


사물을 투시하라

****문리가 터진다는 말은 어려운 글을 줄줄 읽게 된다는 말이 아니다. 사물의 행간을 읽고 소연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공부는 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천지 만물이 모두 책이다. 이 살아 생동하는 텍스트를 읽지 못하고 고작 벌레먹은 엣책을 외우는 것만 독서로 여긴대서야 공부의 보람이 참 무색하다. (504P)


***음악을 연주하는 자는 금속악기로 시작해서 마칠 대는 소리를 올려 떨친다. 순수하게 나가다가 끊어질 듯 이어지며 마침내 화합을 이룬다. 이렇게 해서 악장이 이루어진다. 하늘은 1년을 한 악장으로 삼는다. 처음에는 싹트고 번성하며 곱고도 어여뻐 온갖 꽃이 향기롭다. 마칠 때가 되면 곱게 물들이고 단장한 듯 색칠하여 붉은 새과 노란색, 자줏빛과 초록빛을 띤다. 너울너울 어지러운 빛이 사람의 눈에 환하게 비친다. 그러고 나서는 거둬들여 이를 간직한다. 그 능함을 드러내고 그 묘함을 빛내려는 까닭이다. 만약 가을바람이 한 차레불어오자 쓸쓸해져서 다시 떨쳐 펴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텅 비어 떨어진다면 그래도 이것을 악장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산에 산지 여러 해가 되었다. 매번 단풍철을 만나면 문득 술을 갖추고 시를 지으며 하루를 즐겻다. 진실로 한 곡이 끝나는 연주의 느낌이 있엇기 때문이다. (백련사에 노닐면서 단풍잎을 구경하고 지은 시의 서, 504~505P)


조물주는 한 해를 하나의 교향곡으로 삼아 4악장의 게절로 나눠 연주한다. 다산의 멋진 생각이다. 겨우내 아껴 지킨 눈에 망울이 부풀어 꽃이 핀다. 꽃 진 자리에 새 잎이 꼬물꼬물 오므린 손가락을 편다. 층층이 다르던 연둣빛의 숲은 천둥과 번개를맞으면서 우락부락 한 초록으로 거듭난다. 소나기에도 끄떡없다.

음악에도 클라이맥스가 있듯, 계절에도 절정의 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가을이다. 해마다 단풍시절이 되면 술병을 준비해 간다. 자연을 찾아 시를 지으며 노니는 것은 조물주의 한 해 연주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 것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종의 예의다. (507P)


****다산은 말한다.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성품을 기르고 자연과 마주해서 마음을 닦아라. 조이기만 하고 풀 줄 모르면 마침내는 부러진다. 이오나이 있어야 긴장할 수 있다. 늘 눌려만 있으면 용수철은 퀴어오를 힘을 잃는다. 책만 책이 아니다. 천지만물이 다 책이다. 툭 트인 생각, 걸림없는 마음은 자연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 (507P0


43. 나날의 일상 속에 운치를 깃들어라-일상득취법

선자리를 사랑하라

의미를 찾아가라

공간을 경영하라

일상을 만끽하라


선자리를 사랑하라

****일상득취는 일상생활 속에서 삶의 운치를 찾아누린다는 말이다. 의미는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내고 만드는 것이다. 저 먼곳에 잇지 않고 바로 내 곁에 있다. 하지만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맑은 눈, 밝은 귀, 그리고 무엇보다 텅 빈 마음이 잇어야 한다. 탐욕과 운치는 서로 인연이 없다. 재물이 많다고 운치가 따르지도 않는다. 귀양지에서 다산의 생활은 신산스럽기 짝이 없었다. 보통사람 같았으면 진작 자포자기해서 페인이 되고도 남았을 그 긴 시간동안 올곧게 자신을 세워 뚝심있게 고웁를 밀고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바로 일상득취의 묘를 잘 실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508P)


****다산은 어디를 가든 자신이 처한 공간을 정성껏 꾸몄다. 그것이 자신의 것이냐 아니냐는 상관하지 않았다. 거처를 옮길 때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정원을 꾸미고 꽃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509P0


*****한창 젊은 시절 서울 명례방에 살 때 일이다. 코딱지만한 도회지 한복판의 마당이 답답해서 정원을 꾸몄다. 그냥 심기에는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화분에 담아 울멍졸멍 늘어놓았다. 그나마 대나무난간을 설치하지 않았으면 지나는 옷깃에 꽃이 다 덜어질 형국이엇다. 그래도 그 좁은 공간에 국화만 서로 다른 종류로 열여덟 화분이 있엇고, 부용화와 수선화를 심은 화분이 하나씩 있었다. 여기에 더하여 석류, 매화, 치자, 산다화, 파초, 벽오동,만향 등이 열여서 그루나 심어져 잇엇다.

다산은 꽃밭에 꽃이 피면 벗들을 불러놓고 밤중까지 술을 마시며 놀았다. 이 시절 지은 시에서는 ‘한 해가 늦어가매 쌀이 외려 귀하지만 집이야 가난해도 꽃은 더욱 많다네“라 하였다. 그것만으로 성이 안 차 벗들과 아예 죽란시사를 결성하여 살구꽃, 복숭아꽃, 참외, 연꽃, 국화, 큰눈, 분매를 핑계로 꽃이 필 때마다 한 번씩 모여 시회를 열었다. 이렇게 해서 보잘 것 없는 다산의 죽란은 한때 장안의 명소가 되었다. (510P)



의미를 찾아라

시골사람 화초래야 장독대 둘레에다

맨드라미 봉선화를 심는 것이 고작이라

슬데없ㄴㄴ 바다석류 붉기가 불과 같아

늦봄에 객창 앞에 옮겨다 심는다네.


늦은 봄 적막하기만 한 객창 아래다 옮겨 심었다. 갑자기 꽃등불이 걸린 듯 창밖이환하다. 내마음도 싸하니 환해진다.


일상을 만끽하라

**** 다산은 말한다. 일상의 공간에 마음을 쏟아라. 굳이 먼 데를 기웃거리지 마라. 명승지를 찾아다닐 것도 없다. 내가 사는 공간에 정성을 쏟아 그곳에서 일상의 기쁨을 만끽해라. 생활 속에 운치를 깃들이는 일, 그를 통해 사람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이는 일은 몸은 비록 티끌세상에 묵여있어도 마음은 훨훨 자유로운 경계속에 노닐게 하는 일이다. 9520P)


44. 한 마디 말에도 깨달음을 드러내라


마음을 다잡아라

***담화시기는 일상의 대화나 주고받는 글 속에 번뜩이는 깨달음을 드러내 보인다는 말이다. 깨달음은 먼데 있지 않다. 바로 내 곁에 가까이 있다.


여유를 잊지말라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에 재물을 비밀리에 숨겨두는 방법을 알려준다. 도둑에게 빼앗길 염려도, 불에 타버릴 걱정도, 소와 말을 이용해 운반하는 수고도 필요 없는 기막힌 방법이다. 그런데도 천년 뒤까지 아름다운 명성이 남는다. 그것이 무엇일까? 바로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단단히 잡으려 들면 들수록 더 미끄럽게 빠져나가니, 재물이란 미꾸라지다.” (527P)


이치를 관조하라


궁한 살림 올 이 없어

늘상 옷을 벗고 사네

부서진 집 바퀴벌레

밭두둑엔 팥꽃 남아,

병이 많아 잠은 줄고

책 스느라 근심 잊네

오랜 비 괴롭잖네

맑을 때도 탄식하니.


강진 유배생활이 네 해째로 접어들던 1804년 여름 긴 장마 속에 쓴 시다. 세상에서 잊혀진 사람의 하늘 끝 궁한 거처를 누가 찾아줄 것인가 더구나 연일 비만 주룩주룩 내리는 이 장마통에 말이다. (530P0


***다산은 말한다. 그저 보아넘기지 말고 이치로 따져 음미하라. 가슴속에 금강석보다 빛나는 보석을 품어라. 금세 스러질 그깟 재물 말고, 변치 않을 등불이 될 말씀을 세워라. 문심해두를 활W가 열어 촌철살인의 정신을 길러라. 흐물흐물 녹고 말 육신의 괘락말고, 하얗게 정신의 뼈대를 세워라. (531P)


45. 속된 일을 하더라도 의미를 부여하라

품위를 유지하라

속중득운은 학문 외적인 일에 있어서도 공부의 방법을 미루어 속되지 않은 격을 지닐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공부가 본꿰도에 오르면 이것과 저것 사이의 간격이 허물어진다. 일이관지하게 된다. 현실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따로 생활 따로는 아직 공부가 덜되엇다는 말이다. (532P0


운치를 깃들여라

****다산은 자급자족할 만큼의 경제활동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여러 그래서 원포경영과 누에치기의 주용성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서울을 지켜라

***서울을 벗어나지 말라는 당부는 문화(文華)의 안목을 유지하라는 뜻에서였다. 세상에 환멸을 느낀다고 무작정 궁벽한 시골로 찾아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집안을 망치는 무모한 행위로 보았다. 근교에서 원포를 겨영하여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다가 경제기반이 좀더 갖춰질 때를 기다려 도성 안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539P)


맑은 꿈을 간직하라

**** 다산은 여러 글에서 자신이 평소 꿈꾸어온 이상적인 공간과 생활을 펼쳐보였다.


나는 약간의 돈으로 배 한 척을 사려 한다. 배 안에는 고기 잡는 그물 네댓 장과 낚싯대 한 두 개를 놓아둔다. 솥과 술잔과 소반 같은 여러 가지 양생의 도구를 준비한다. 집 한 칸을 만들어 온돌을 들이겠다. 두 자식에게 집을 지키게 하고 늙은 아내와 어린 아들 및 종 하나를 데리고 물에 떠다니는 집에서 종산과 초수 사이를 왕래한다. 오늘은 월계의 못에서 고기ㅣ잡고 내일은 석호의 물굽이에서 낚시질한다. (540P)


****다산은 말한다. 마음속에서 속된 기운을 걷어내라 하지만 생활을 외면하는 것을 고고한 것으로 착각하지 마라. 무능에서 나온 적빈과 군자의 맑은 청빈은 전혀 같지가 않다. 청빈을 즐길 뿐, 적빈을 자랑하지 마라. 작은 시련 앞에 주눅들어 무작정 서울을 떠나는 것은 자손을 망치고 집안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몸은 진창에 떨어져도 꿈은 하늘에 심어라. 처지에 다라 변하는 것은 군자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경제를 생각하되, 운치를 잃어서는 안된다. (542P)


10강 핵심가치를 잊지말라-본질을 놓치지 않는 실천적 지식경영


46. 위국애민 그 마음을 한시도 놓지말라-비민보세법

애민의 뜻을 펴라

현실을 고발하라

감싸안아 보듬어라

분노하고 규탄하라


애민의 뜻을 펴라

***** 비민보세는 백성의 삶에 도움을 주고 세상을 바로잡는데 보탬이 된다는 말이다. 다산의 삶과 학문을 통해 일관되게 드러나는 핵심가치의 첫 번째 지향은 바로 비민보세에 잇다. 지금 내가 하는 이 일은 어디에 쓸모가 있는가? 나아가 무엇에 보탬에 되는가? 이 물음에 마땅히 돌아오는 대답이 없으면 그는 어떤 작업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학문을 하면서도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뜨겁고 붉은 마음을 잠시도 내려놓지 않았다. 그 매운 시련 속에서도 그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세상을 위하는 길을 찾아 모색을 거듭햇다. (545~546P)

***다산은 말한다.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라. 이 마음이 없이는 학문도 문학도 아무 의미가 없다. 아롱아롱 무지개가 문학의 본령이라 말하지 마라. 세상과 상관없는 고고한 상아탑을 학문으로 착각하지 마라. 뜨거운 붉은 마음 없이는 소용이 없다. 제 몸만 아끼고 제 식솔만 챙기는 공부는 아무 짝에도 쓸 데가 없다.(555P)


47. 좌절과 역경에도 근본을 잊지 말라 - 간난불최법

역경에 담대하라

***** 간난불최는 어던 역경과 시련에도 꺽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의 그릇은 역경에 처했을 때 비로소 온전히 드러난다. 시련 앞에 쉬이 좌절하는 사람은 대부분 작은 서우ㅟ에 금세 교만해진다. 군자는 태산처럼 늠연한 기상을 길러야 한다. 역경 앞에 담대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를 거듭해서는 큰 일을 성취할 수가 없다. (556P)


***내가 돌아가고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진실로 또한 큰 일이긴 하다. 하지만 죽고 사는 일에 견준다면 하찮은 일이다. 사람이란 때로 생선을 버리고 곰발바닥을 취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하물며 돌아가고 돌아가지 못하는 사소한 일로 문득 남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동정을 구걸한다면 만에 하나 국경에 난리가 일어나면 임금을 저버리고 오랑캐에 투항하지 않을 자가 능히 몇이나 되겟느냐?

내가 살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운명이요, 능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 또한 운명이다. 비록 그러나 사람의 도리를 닦지 않고 다만 천명만 기다린다면 진실로 또한 이치에 합당치 않다. 나는 사람의 도리를 이미 다하였다. (학연에게 답함/ 558P)


늠연하고 담대한 다산의 기상이 느껴지는 글이다. 하지만 이 편지를 쓴 바로 다음 달 흑산도의 정약전은 끝내 섬을 벗어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떴다.


절망을 딛고 서라

***유배초기에 지은 것으로 보이는 다음 하 s수의 시느 다산의 속내를 얼핏보여준다.

조각달 새벽녘 돋아나오니

맑은 빛 능히 얼마나 가리.

겨우겨우 작은 뫼를 기어올라와

긴 강을 건너갈 힘이 없다네.

세상은 단잠에 빠져 있건만

나그네는 혼자 깨어 노래한다오.

(새벽에 앉아서/ 559P)


다산은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앉아있다. 세상은 깊은 어둠속에 잠겨있다. 어둠을 밝햐줄 달빛을 안타깝게 기다렷는데 새벽녘이 다 되어서야 조각달이 산 위로 고개를 빠끔 내민다. 고작 저 작은 묏부리 하난 넘어오느라 긴 밤을 다 보낸 눈치다. 그나마 지쳐서 낯빛이 창백하다. 이 산을 넘고 저 강을 건너가 세상 위로 그 빛을 드리웠으면 좋겠는데 그 앞에는 도 건너야 할 긴 강이 기달리고 잇다. 아마 저 달은 긴 강을 건너다 말고 그만 빠져 가라안고 말 것만 같다. 나는 아타까워 죽겟는데 세상은 온통 깊은 잠에 빠져 나의 이 안타까움을 모른다. (560P)


***내 나이 열 다섯 살 때 서울로 유학해서 육경이 안신입명의 바탕이 됨을 알앗다. 규장각 월과문신이 된 뒤에는 육경의 밭에 아직도 떨어진 이삭이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돌아보면 너무 바빠 능히 힘을 쏟지 못햇다. 한 번 귀양온 뒤로는 하늘이 긴 휴가를 주어 세월이 한가해졌다. 12년간 마음을 쏟아 연구하고 탐새갛여 저술한 육경을 마음으로 풀이한 책이 200여권이다. 정밀하게 연구하고 꼼꿈하게 갈고 닦아 거칠고 잡스런 주장은 하지 앟았다. 천고에 성인의 정을 환히 밝히고 사방에 나라의 빛을 더하게 되기를 바란다. 머리털은 그 사이에 짧아지고 이는 빠졌으며 근골은 다 삭아 이제 죽을 날이 얼만 남지 않았다. (육면채의 뇌사/561P)



위기를 활용하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람이 있고, 위기 앞에 그냥 주저앉고 마는 사람이 있다. 평상시에는 비슷비슷해 보여도 위기 앞에 섰을 때 그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다산의 위기관리 능력은 탁월햇다. 남탓을 하는 대신 자신을 성철햇다. 백척간두, 건곤일척의 위기상황을 그는 오히려 자기발전의 계기로 역정시켰다. (562P)


****집에 책이 없느냐, 몸에 재주가 없느냐? 눈과 귀가 총명하지 않으냐? 어째서 자포자기하려는 게냐? 폐족이라 생각해서냐? 폐족은 다만 과거를 보아 벼슬하는데 거리낌 있을 분이다. 폐족으로 식견이 툭 트인 선비가 되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다. 거리Ra이 엇을 뿐 아니라 오히려 크게 좋은 점이 잇다. 과거시험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데다 가난하고 곤궁한 괴로움으로 인해 도 그 심지를 단련할 수가 있다. 지려(志慮)를 활짝 열어 인정물태의 진실되고 거짓된 형상을 능히 두루 알 수가 잇다.

폐족 중에 재주가 우뚝한 선비가 많다. 하늘이 재주있는 사람을 낼때 폐족에게 후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영달하고야 말겠다는 마음이 가려서 막는 바가 없어 독서하고 궁리함에 능히 진면목과 바른 골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민으로 배우지 앟는자 는 다만 용렬한 사람이 될 뿐이지만 폐족으로 배우지 않으면 마침내 패려궂고 비루하여 가까이 할 수 없는 물건이 되어 세상에서 버림받게 된다. (두 아들에게 부침/564P0


근검으로 일어나라

***가난한 선비가 정월 초하루에 앉아서 1년 양식을 헤아려보면 진실로 막막해서 하루도 못 가 굶주림을 면치 못할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섣달 그믐달이 되어도 그대로 여덟식구가 모두 살아남아 한 사람도 줄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되짚어 생각해도 어지된 까닭인지 알지 못한다. 너는 능히 이 이치를 깨닫겟느냐? 누에가 알을 까고나오면 뽕잎이 나오고 갓난아이가 어미의 태를 벗어나 울음소리를 한 번 내면 어미의 젖이 이미 줄줄 흘러내린다. 양식 또한 어찌 족히 근심하겠느냐? 네가 비록 가난하나 근심하지 마라.(윤종심을 위해 준 말/565P)


****나는 너희들에게 전원을 남겨줄만한 벼슬이 없다. 오직 두 글자의 신령스러운 부적이 잇어 이것으로 삶을 두터이 하고 가난을 구제하기에 충분하다. 이제 너희들에게 주노니 너희는 우습게 여기지 말아. 한 글자는 근(勤)이고 또 한 글자는 검(儉)이다. 이 두 글자는 좋은 밭과 비옥한 땅보다 훨씬 나으니, 일생을 쓰더라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

정약용이 <또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중에서 (565P)


***다산은 말한다. 역경 앞에 담대하라. 절망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야 진짜 군자다. 오히려 그것을 밑바대로 삼아 견인불발의 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돌릴 수 있어야 한다. 가난에 주눅들어 뜻을 잃지 말고 근검의 정신으로 마음을 다잡아라. 위기상황에 놓은 뒤에 그 사람이 보인다. 감춰져 있던 본바탕이 낱낱이 드러난다. (566P)


48. 사실을 추구하고 실용을 지향하라-실사구시법


실용을 우선하라

합리를 지향하라

실상을 파악하라

쓸모에 맞게하라


실용을 우선하라

실사구시란 일을 실답게 하고 바름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알맹이가 잇어야 한다. 겉보기만 번드르를하고 실제에 적용해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러자면 작업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쓸모에 맞게 바른 방향을 설정해나가 알찬 결과를 얻는 것이 실사구시다. (567P)


실상을 파악하라

실상을 파악할 때 다산이 즐겨 쓴 것은 표로 작성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왕명으로 현륭원 식목부를 정리할 때도 수레에 가득한 자료를 달랑 표 한 장으로 정리해내 임금을 놀라게 햇던 것처럼 다산은 현실의 소용에 맞게 실상을 파아갛고 자료를 장악하는데 뛰어났다.(573P)


****다산은 말한다. 자업에 앞서 쓰임새를 생각하라. 왜 이 작업을 하는지,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먼저 점검하라. 현장에서의 활용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작정 하고 본다는 식으로는 안된다. 하다보면 뭔가 나오겟지도 안된다. 그렇게 해서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거둘 성과가 없다. 처음엔 비슷해도 중반 이후에는 정보가 뒤얽혀서 손댈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만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알맹이가 잇어야 한다. 또 그 알맹이는 속이 곽 찬 것이라야 한다. (578P)


49. 나만이 할 수 있는 작업에 몰두하라


장점을 강화하라

***그는 습관처럼 초록하고 일상적으로 정리햇다. 계속된 작업 끝에 그가 결국 건강을 잃자 주변에서는 스러져 못 일어날 것을 염려해 작업을 걔속하는 것을 극구 만류했다. 정약전도 다산에게  편지를 보내 이제 저술을 그만두고 건강을 회복하는데 전념할  것을 강력히 권했다. (580P)


잘하는 일을 하라

**다산이 세상을ㄹ 뜬 뒤에 쓴 훗날의 편지지만 시골의 서생에 불과했던 황상은 어느 새 댕대의 추사가 이토록 인정할 정도의 시인으로 변모해 있엇다. 중앙무대에서도 다산의 제자들은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585P)


독창성을 지녀라

***다산에게 철저한 훈련을 받은 제자들은 스승의 지식경영법을 배워 다양한 독자적 저작을 제출햇다. 이들은 스승의 구술을 받아적고 범레에 따라 문헌을 뒤져 관련정보를 찾아내던 훈련과정을 스스로의 작업에까지 미루어 확장시켰다. (587P)


***다산은 말한다. 누구나 할 n 있는 일 말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해서 기쁘고 안할 수 없고, 내가 다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라. 자신이 장점을 파악해서 개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일 저일 기웃거리지 말고 핵심역량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라. 그러자면 평소에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훌륭한 스승 밑에서 안목을 갈고닦아야 한다. (590P)


50. 지금여기의 가치를 다른 것에 우선하라

여기에 바탕하라

우리 것을 중시하라

변화를 긍정하라

주체성을 잃지 말라


변화를 긍정하라

***모든 것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 처음에 훌륭햇던 제도도 세월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면 문제가 생긴다. 

지금 여기의 실용적 갗치를 추구하는 조선중화의 정신은 필연적으로 변화의 당위를 긍정하지 않을 수 없다. (596P)


***다산은 우리에게 꼭 맞는 것이라면 중국것이든 일본 것이든 받아들여 우리에게 맞게 고쳐 서야 한다고 여러 글에서 주장했다. 역대 조정에서 지켜온 법도 현실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외쳤다. (597P0


***다산은 말한다. 우리 것이 소중하되 우리 것만으로는 안된다. 속도 없이, 덩달아 해서는 안되지만 내 것만 좋다고 우기는 것은 더 나쁘다. 정신의 주체를 굳건히 세워라. 그 바탕 위에서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이용후생을 강구하라. 변화는 당연한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하지만 변해서는 안될 것까지 바꾸려 들면 주체가 무너진다. 주체가 무너지면 흉내만 남게 된다. (601P0


내가 저자라면

****참고로 최근에 나온 <일침>이라는 책에 대한 것인데 책을 어떻게 엮었는지를 공부할 수 있다.

고전에 나온 구절들을 주제로 100개의 글을 25개씩 네 갈래로 묶었다.

1부 〈마음의 표정〉은 청언소품들을 토대로 마음의 평안 사람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마음

2부 〈공부의 칼끝〉은 선인들의 공부 단련법과 지식 경영법을 밑바대로 삼았다. -공부

3부 〈진창의 탄식〉에서는 양극화의 만성화, 불통으로 막힌 언로, 젊은이들의 분노 등 지금 현재 사회의 문제점들에 대해서 탄식한다. -사회 문제점

4부 〈통치의 묘방〉에서는 검증할 수 없는 의혹이 난무하고 정책 대결은 간 데 없는 현대 정치를 진단하고 혼탁한 세태를 일갈했다.-정치 혹은 통치


세상에 나와 있는 책들 중 내 마음에 드는 책을 읽고 주제별로 나누어서 정리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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