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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3일 08시 15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이건 다음 2, 3권을 읽을 때 올리겠습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열하일기

 

압록강을 건너서

 

1780 6 24일 신미일부터 7 9일 을유일까지,

압록강에서 유용까지 15일 동안.

 

20 명나라의 문화는 오히려 압록강 동쪽에서 부지되고 있는 셈이다. 비록 힘이 모자라서 오랑캐를 몰아내고 중원땅을 한번 숙청하여 옛날 모습을 바로잡지는 못할망정 모두가 '숭정'을 떠받듦으로써 중국을 부지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26 "내가 여기 머무는 까닭은 내 친구를 기다려 같이 가려는 것이다." 했다. 이 말 역시 형가가 누구를 마음에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무심결에 나온 군소리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때에 형가의 결심을 의심한다는 것은 참말 형가를 못 알아주는 야속한 일이요, 형가가 기다린다는 친구도 반드시 그 성명과 실재 사람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한자루 비수를 가슴에 품고 원수의 소굴을 향하여 들어갈 바엔 진무양 한 사람이라도 그만인 터인데, 다른 자객이 여기 또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북풍 찬 바람에 축을 치면서 노래를 불러 최후의 흥을 풀었을 따름일 것이다.

 

30 세상 인심은 갈수록 간드러지고 도심은 갈수록 메말라든다고 했네. 서양 사람들은 기하학에서 한 획의 선을 변증할 때도 선이라고만 해서는 그 정미한 점을 표현할 수 없다 하여 빛이 있고 없는 짬으로 표현하였고, 불교에서 말하는 '붙지도 떨어지지도 않으므로 그 짬에 잘 처할 수 있다.'는 바로 그 ''으로써, 이는 도를 아는 자라야 할 수 있는 노릇이니, 이런 사람은 정나라 자산 같은 이를 들 수 있을 것이네."

è 이해의 엄밀성이 떨어짐

è 사상은 사상일 뿐인데, 그 도를 아는 사람을 전설의 누군가로 한정 짓는 영웅주의 사상이 도의 보편화를 막고 있다. 이것이 서양과 동양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è L K의 문제 : 과연 L만이 통일성 이론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37 반 밤도 못 되어 폭우가 쏟아져 위로는 장막이 새고, 아래로는 풀섶이 축축하여 어데고 피할 곳이 없었다. 이윽고 하늘은 활짝 개 뭇 별들은 총총 나지막하게 드리워 손을 내밀면 금방이라도 만져질 것만 같았다.

è 묘사

 

44 이런 먼 길에 나서서 그런 장난도 없으면 종일 심심들 해서 어쩝니까?

è 해학, 열하 일기 전반에서 뚜렷하다.

 

49 그러나 나는 여기서 크게 반성을 하면서 혼잣말로, '이것은 질투심이구나.' 했다. 내 본성이 담박하여 일찍이 부럽다든가 질투나 시기가 없었는데, 한 번 국경을 넘어 타국의 경내에 발을 들여놓았을 뿐, 아직 그 만분의 일도 못 본 내가 벌서 이런 그릇된 생각을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아직 본 것이 적은 탓일 것이다. 소위 시방 세계를 둘러본다는 석가여래의 밝은 눈으로 본다면 세계는 무비 평등이라고 한다. 만사가 평등이면 질투도 없을 것이 아닌가?

 

54 "득룡이가 참 용하기는 용하단 말이야. 아까 득룡이가 말한, 연전에 휘항이니 칼이니 주머니를 잃었단 말은 다 헛소립니다. 공연히 탈을 잡아 한 놈을 욕질로 쥐어질러 놓으면, 여럿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멍멍하여 서로 얼굴들만 쳐다보다가 수그러지는 법입니다. 이런 수라도 안 쓴다면 사흘이 지나도 낙착을 못 지을 것이요, 언제 입책을 할는지 모릅니다."

 

55 유독 쌍림만은 눈을 부릅뜨고 아직도 성이 풀리지를 않았다. 수역은 눈을 끔쩍하여 나를 저편으로 가라고 한다. 길에서 변군을 만났더니 변군이,

"오늘 큰 봉변을 했는데…"

하여, 나는,

"'볼기 둔' 자가 걱정스러웠지."

하고는 둘이 껄껄 웃었다.

 

61 봉황성을 한 30리 못 와서 옷이 모두 축축하게 젖고, 길 걷는 사람들의 수염에는 벼 잎에 달린 이슬인 양 구슬을 꿰어 놓은 듯이 방울이 맺혔다. 서쪽 하늘가에서 무거운 안개가 뚫리면서 새파란 조각하늘에 엉뚱한 빛을 드러내는 것이 흡사 작은 유리쪽을 붙인 창구멍처럼 터졌다. 이윽고 안개 기운은 맑은 구름으로 변하여 장엄한 광경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동쪽으로 머리를 돌리니 벌써 붉은 햇발은 서 발 나마 솟았다.

 

71 애달프구나! 후세에 와서 경계를 자세히 모르게 되고 본즉, 함부로 한사군의 땅을 압록강 안으로 죄다 끌어들여 억지로 사실을 구구하게 끌어 붙여 놓고는 그 속에서 패수까지 찾아 혹은 압록강을 가리켜 패수라 하기도 하고 혹은 청천강을 가리켜 패수라 하기도 하고, 혹은 대동강을 가리켜 패수라 하기도 하여, 이로써 조선의 옛 강토는 싸움도 없이 쭈그러들고 만 것이다. 이것은 무슨 까닭일까? 평양을 한 군데 붙박이로 정해 두고 패수는 앞으로 물려내어 언제나 사적을 따라다니게 된 까닭이다.

 

76 벽돌이 돌만은 못해요.

한다. 나는 말하였다.

자네가 모르는 말일세. 우리 나라 성곽 제도가 벽돌을 쓰지 않고 돌을 쓴다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네. 벽돌로 말할 것 같으면 한 틀에 뽑아 내는 것인즉 만 장의 벽돌이 한 모양으로 되어, 다시 쪼고 갈고 손질할 필요가 없고, 한 가마에서 만 장 벽돌을 앉은자리에서 구워내고 보니 새로 품을 들여 운반할 필요가 없고, 가지런하고 반듯하여 힘을 덜되 보람은 곱절이요, 실어 나르기에 가볍고 쌓기 쉬운 것은 벽돌 이상 또 무엇이 있을 것인가?

è 정약용이 수원성을 쌓을 때 벽돌이 아닌 돌로 쌓은 것을 두고, 그가 중국을 가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 하는 글을 읽었었다. 정민 교수.

è 박지원 연보 1737년 출생

è 정약용 연보 1762년 출생

 

86 "짐승이 어쩌다가 남의 밭에 들어갔다손 치더라도 수숫대 한 대 다친 데라고는 없거든, 어쩌자고 남의 짐승을 함부로 막 죽일 수 야 있겠소/ 임자는 응당 돼지 값을 물리겠지?"

하니, 점방 주인은

"웬걸요, 물리다니요. 우리 단속을 못 한 것이 이쪽 불찰이니깐요." 한다.

 

93 "부 선생 말이야."

하니, 아이는 들은 체도 않고 입속으로 무엇을 중얼대면서 소매를 흔들면서 간다. 나는 시대를 보고,

"그 선생이 필시 저 안에 있을 거다."

 

95 나는 이자의 꼴이나 말이나 생각이나 뜻하는 것이 용렬하고 더럽고 아니꼬워서 데리고 이야기할 위인이 못 되기에 오래 앉았기가 견디기 어려워 곧 일어섰다.

 

101 나는 생각하기를, 우리나라에서 집은 가난하고 글읽기를 좋아하는 백천 명 형이야 아우님들이 유월 한더위에도 코끝에는 언제나 수정 구슬을 드리우고 있을 바엔, 이 법을 궁리하여 삼동의 고생을 면했으면 했다.

 

102 "''이 방보다 못하다는 것은 옳네. 다만 구들 놓는 법만 본떠서 이것을 방에다 적용하고 장판을 깐들 누가 말릴 것인가? 대체 우리 나라 구들 놓는 법에 여섯 가지 탈이 있는데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네. 내가 이야기해 줄 터이니 자네는 떠들지 말고 잠자코 듣게나."

 

109 산기슭에 가려 아직도 백탑은 보이지 않는다. 말을 채찍질하여 수십 보를 못 가서 겨우 산기슭을 벗어나자 눈앞이 아찔해지며 눈에 헛것이 보일만치 벌어진 광경은 어마어마했다. 나는 오늘에야 비로소 사람이란 본시 어디고 붙어 의지하는 데가 없이 다만 하늘을 이고 땅을 밟아 제 신대로 다니게 마련임을 알았다. 말을 멈추고 사방을 휘둘러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이마에 대고 말했다.

"한바탕 울 만한 자리로구나!"

 

110 칠정이 모두 울음을 자아내는 줄은 모르고 있다네. 까지껏 기쁘면 울 수 있고, 까지껏 골이 나면 울 수 있고, 까지껏 즐거우면 울 수 있고, 까지껏 사랑하면 울 수 있고, 까지껏 미우면 울 수 있고, 까지껏 하고 싶으면 울 수 있으니, 맺힌 감정을 한번 활짝 푸는 데는 소리쳐 우는 것처럼 더 빠른 방법이 없네.

 

117 비장 역관들은 말 위에서 만주 여자나 한족 여자를 보는 대로 말로써 첩을 하나씩 정하는 장난을 한다. 만약 다른 사람이 먼저 점을 찍으면 감히 겹쳐서 정하지 못하고 서로 피하는 법이 매우 엄격하다. 소위 구첩이라 하여, 때로는 서로 질투를 하여 새움질까지 하는 농지거리를 하니, 이것도 먼 길 가는데 한 소일거리가 되는가 보다. 내일은 장차 심양을 들어갈 터이다.

 

122 오늘, 허물어진 흙벽을 뻥 두르고, 남아 있는 깨진 벽돌 조각 흔적을 보면서 당시 삼사가 논죄한 글을 읽다 보니 넉넉히 웅정필의 사람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슬프다, 명나라가 망하는 운명에 처하매 쓸 것, 버릴 것을 거꾸로 고르고 상과 벌이 흐리터분하여 웅정필, 원숭환 같은 장수들이 죽은 것을 본다면 만리장성을 제 손으로 헐어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어찌 후대의 비웃음을 받지 않을 것인가.

 

128 세상에 전하는 이야기로는 옛날 어떤 촌사람이 광녕이란 곳을 가다가 길에서 웬 소년을 만났는데, 소년의 말이 자기를 광우사까지 업어다 주면 절 오른ㄴ졸 열 자국 되는 지점 고목나누 밑에 묻혀 있는 금 십만 냥을 보수로 주겠다고 했다. 촌사람이 그 아이를 업고 하루아침에 걸어서 절까지 대고 보니, 아이는 바로 한 개 금부처였다고 한다.

 

135 "그 강아지는 어디 소산인지요?"

하고 물으니, 주인은,

"운남 소산인데 촉에도 역시 이런 개가 있답니다. 요놈 이름은 '옥토끼'고 저기 짖는 놈은 '눈사자'인데, 다 운남 소산입니다." 했다. 그러더니 '옥토끼'를 불러 절을 하라고 한다. 개는 발딱

일어서서 앞발을 모두고 절하는 시늉을 내고는 곧 땅에 머리를 조아린다.

 

147 달빛이 유달리 밝기에 변계함과 같이 가상루에나 가 보려고 하여 변군이 수역에게 여부를 의논차로 갔더니, 수역은 펄펄 뛰면서 성경은 황성이나 다름없는 곳인데 밤출입이란 당찮은 말씀이라고 하는 바람에 변군은 아주 풀이 탁 죽어 버렸다. 수역은 실상 간밤 일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수역이 이것을 안다면 나도 마저 못 가게 될 것이라 일부러 이를 기이고 나는 혼자 슬며시 숙소를 빠져 나오면서 장복에게,

"혹시나 누가 나를 찾거든 뒷간에 갔다고 대답을 해라."

하고 당부해 두었다.

è 운치를 즐기기 위해 약간의 계율은 어겨주는 것.

 

151 아주 이것이 큰 유행이랍니다. 한나라가 창건된 뒤에 이 법이 틀린 줄은 알았지마는 소위 귀와 입에만 담는 학문으로써 시방 세상에도 서당이란 서당에서는 다 이 법이 통하여 글은 읽기만 하고 뜻풀이가 없어 귀는 똑똑하되 눈은 희미하고, 입으로는 제자백가가 청산유수 같되 두 손으로 쓰라면 괴발 개발 말이 아니랍니다."

 

156 "예로부터 이르는 연나라, 조나라의 곡조가 슬픈 까닭은 변지에 밀려나 뜻을 얻지 못한 인사들이 있었던 탓이었지마는 오늘이야말로 천하가 한 집안잉. 위로는 갸륵한 천자가 계셔 만백성들은 자기의 직업을 즐기고 현명한 인사들은 각자 밝은 조정에 나가 버젓이 자리를 잡게 되니 제 신대로 놀래를 부를 것이요, 평범한 백성들은 태평 시절을 만나 격양가를 노래할 것인데 무슨 불안이 있다 하여 슬픈 노래를 부르겠습니까?"

è 변방의 콤플렉스 극복 : 오늘날 2012년에는 정말 쓸데없는 콤플렉스다. 모든 콤플렉스가 그러할까?

 

161 새긴 글자로 대중할 것은 못 됩니다. 이것은 다 근년에 금릉, 하남 등지에서 새로 부어 만든 물건들로 꽃무늬나 글자 새긴 품은 옜 본을 떴으나 모양이 벌써 질박한 데가 없고 빛깔이 또 순정하지 못합니다. 만약에 이것을 참말 진품 고동기 틈에 끼워 두고 본다면 진짜와 가짜를 선 자리에서 알아 낼 것입니다.

 

172 "여러분들은 어째서 쳐다보지도 못하는건가요?"

 

180 부모상이나 만나잖을까, 벼슬자리가 떨어지지나 않을까 모두가 붙어다니는 걱정이랍니다. 더러는 벼슬자리를 잡고 늘어져 제자리에서 죽는 자도 있는가 하면 때로는 그릇된 처신이라도 하여 잘못 걸려들면 닦은 공도 헛일잉, 원통하다고 한탄을 한든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우리네들이야 학식이란 보잘것없어 벼슬자리란 꿈 밖 일잉, 그렇다고 손가락에 피를 내고 얼굴에는 땀을 흘려 가면서 오이꽃 같은 귀 밑에 빼빼 마른 목덜미로 알알이 신고하며 농사일로 한평생을 보내는 노릇도 또 못 한답니다.

나고, 늙고, 앓고, 죽을 대까지 고향을 떠나지 않고 우물 속 개구리처럼 고생살이를 붙들고 늘어져 평생을 한 꼴로 보낸다는 노릇이야 참말, 죽지 못해 사는 것이겠지요. 점포를 내고 장사를 한다는 노릇을 비록 얕잡아 쳐준다 해도 장사란 하늘에는 한 구석에 극락 세계를 벌여 놓고 땅 위에는 쾌할림을 차려 놓아 도주공의 배를 띄우고 단목의 수레를 몰아 사방을 흐느적거리고 다녀도 좀처럼 참견할 자가 없을 것이요, 사통팔달한 대처 바닥이나 큼직한 고을이라도 살기 좋은 곳은 다 제 집이라 덜썩 높은 처마 밑 곱게 치장한 이녁방안에 들어앉으면 추운 겨울과 불볕 쬐는 여름날이라도 절로 방도가 나서니, 이로써 부모의 정은 더 두텁게 오고 처자는 원망이 없어, 나나 드나 양쪽이 다 흐뭇할 뿐이요, 누가 잘 봐주고 못 봐주는 것이야 이편으로서는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랍니다. 이로고 보면 장사가 벼슬이나 농사일에 비해 보아 고락이 어떨지요? 우리네들은 누구나 없이 극진한 친구들을 가졌답니다.

 

187 다음부터는 무엇이든지 처음 보는 것이거든 잠을 잘 때나 밥을 먹을 때나 가릴 것 없이 지체 말고 고해 바치렷다!

è 박지원의 자세. 상징적인 어록 같다.

 

194 꼭두새벽에 일어났다 .세수하고 머리 빗는 것이 왜 이토록 싫증이 나는지!

è 나도!

 

197 "당토 않은데!"

했다. 나는 불쾌하여,

"또들 봅세!"

인사를 하고는 일어서 나오면서 속으로 괘씸해서,

'하기야 소읍 장사치들이 어데라고 심양 사람들을 따를랴고! 벽창호 촌뜨기 놈들이 주제에 글씨 잘 쓰고 못 쓰는 것을 알아볼 것이 무어람!" 하고 혼자 투덜댔다.

 

205 대관절 문상은 어떻게 하는 거냐?

상주 손을 붙잡고는 '당신 아버지는 하늘로 올라가셨소.' 라고만 하면 됩니다.

 

212 글 뜻이 맞들 않소?

하니, 그렇다고 하면서 곽생이

우리 점방들은 단벌로 부인네들 머리꽂이만 사고 팔고 할 뿐이지 가루점방은 아닙니다.

한다. 그제야 비로소 내가 잘못 안 것을 깨닫고는 어제 일이 장히 부끄러웠다.

 

221 함부로 입과 귀만 믿고 떠드는 자들은 족히 데리고 학문을 이야기할 껌목이 못 될 것이다. 하물며 평생을 두고 정력을 쓰더라도 알아낼 수 없는 학문일가 보냐.

성인이 "태산에 올라가 굽어보면 천하가 자그마해 보인다."고 하면 속으로는 '무엇이 그럴랴고?' 하면서도 입으로는 "그렇다.":고 하렸다. 석가가 시방 세계를 다 보았다고 하면 꿈 같은 수작 말라고 들은 척도 않으렷다. 서양 사람들이 큰 배를 타고 지구 밖으로 튀어나갔다고 하면 허망스러운 소리라고 오히려 말하는 사람을 나무라렷다. 이러고 보면 나는 누구를 데리고 나의 세계관을 한번 이야기해 보겠는가?

! 공자는 240년 동안 사적을 추려 모아 적어서, <춘추>라고 했으니, 이는 240년 동안 숱한 나라들의 외교 군사에 관한 사적을 쓴 책으로서 말하자면 꽃 피고 잎 지고…… 덧없는 인생의 넋두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시방 여기까지 몰아쳐 쓰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먹 한 점 쿡 찍은 '동안'은 눈 한 번 깜박, 숨 한 번 쉬는 동안이요, 눈 한 번 깜빡, 숨 한 번 쉬는 동안은 뒤미처 '작은 옛날', '작은 오늘'이 되어 버리고 마니 '큰 오늘' '큰 옛날'은 역시 '큰 눈 한 번 깜빡', '큰 숨 한 번 쉬는' 동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보잘 것 없는 '동안'에 이름을 내고 공로를 세우겠다고 날뛰는 것이야말로 그 아니 서글픈 일이랴.

 

229 그러매 나는 힘차게 말할 수 있다. 기와 조각, 조약돌이 장관이라고. 똥거름이 틀림없이 장관이라고. 하필 성곽과 연못과 궁실과 누각과 점포와 사찰과 목축과 광막한 벌판, 자욱한 수림의 꿈속 같은 풍광만을 장관이라고 부를 것인가?

 

240 우리 조선에는 아직도 수레란 것이 없지만, 있다는 것도 바퀴가 똑바르지 못하고 바퀴 자국은 궤도에 들지를 못하니 수레가 아주 없는 셈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흔히 말하기를, 우리 조선은 산협 지대라 수레를 쓰기에는 적당하지 못하다고들 한다. 이런 당토 않은 소리가 어데 있을 것인가? 나라에서 수레를 이용하지 않고 보니 길을 닦지 않고 있는 것이요, 수레만 쓰게 된다면 길은 절로 닦일 것이 아닌가? 거리가 비좁고 산마루들이 험준하다는 것은 아무 쓸데없는 걱정이다.

è 일단 시행해서 옮기면 나머지 여건은 자연히 따라오게 마련이다. 당연히 해야 하는 바를 하라!

 

242 그러나 이 지방에는 흔한 것이 저 지방에는 귀하고, 이름만 들었을 뿐 물건은 볼 수 없는 까닭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이는 곧 가져올 힘이 없는 까닭이다. 그래도 넓이가 수천 리나 되는 나라에서 백성들의 살림살이가 이토록 가난한 까닭은 대체 무엇이겠는가? 한 마디로 말하자면 국내에 수레가 다니지 못하는 까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다시 한번 물어 보자. 수레는 왜 못 다니는가? 이것도 한마디로 대답한다면 모두가 선비와 벼슬아치들의 죄다. 이 양반들은 평생에 읽는다는 글이 <주례>란 성인의 저술로서, 툭하면 '거인'이니 '윤인'이니 '여인'이니 '주인'이니 하지마는 입으로만 외울 뿐이요, 정말 수레를 만드는 법은 어떠하다든가 수레를 부리는 기술은 어떠하다든가 하는 데는 연구가 없으니 이야말로 건성으로 읽는 풍월뿐이요, 학문이야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어허! 한심하고도 기막히는 일이다.

è 진짜 한심하다.

 

255 이로써 볼 때에 우리 나라 분원의 사기쯤 가지고는 흥정거리도 못 될 판이다. 애달프구나! 사기 굽는 솜씨 잘잘못 한 가지 일이 어찌 사기그릇이 좋고 나쁜 데만 상관될 일이랴. 한번 사기 굽는 솜씨가 서툴고 보매 온 나라 안의 천 가지 일, 만 가지 물건이 죄다 이 사기그릇 꼴에 알맞게 닮아 버려 이것이 풍속으로 굳어지고 보니 어찌 원통한 일이 아닐까 보냐.

 

257 "괴상한 일인데!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누만!"

했더니, 정 진사는 처음에는 그것이 달인 줄 알아듣지 못하고,

"아닌게 아니라 새벽길을 떠나면서 숙참을 나설 때마다 동서남북 향방을 가리기가 정말 어렵거든!"

하여 다들 함께 웃었다. 조금 있다가 지는 달이 지평선에 맞붙는 것을 보고야 정 진사는 허허 웃었다.

 

266 쌍림은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였다.

"당신은 모르는 소리요. 대국의 예절은 당신의 나라와는 아주 다르다오. 대국의 칙사가 한번 내릴 때는 당신네 나라의 의정대신이라도 우리와 대등하게 옐르 행하고, 서로 존경해 말하는 법이거든 당신이 새 법을 지어 내겠단 말이오!"

역관 조학동이 내원에게 눈짓을 하여 더 다투지 못하도록 하는데, 내원은 언성을 높였다.

"그래, 영감의 하인놈들이 감히 팔뚝에 매를 올려놓고는 의기양양해서 사또님 앞을 제 맘대로 내달려도 좋단 말이오? 이런 해괴할 데가 어디 있단 말이오! 한 번만 더 이런 꼴을 본다면 내가 붙들어다가 곤장을 칠 터이니 영감도 잘 요량하오."

 

268 두 사람이 주고받는 수작을 옆에서 듣고 있자니 포복절도를 할 만하다. 조선 말로 한다는 작자는 세살 난 어린애가 ''을 달라 하는지, ''을 달라 하는지 분간을 할 수 없는 시늉이요, 한어리를 한다는 군은 반벙어리 놀음으로 ', …' 더듬댄다. 혼자 보기는 정말 아까운 구경거리다.

 

274 시방 황제가 지은 전운시 주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승덕 6 8 ,명나라 총병 홍승주는 구원병 13만 명을 송산에 집결하였다. 이때에 청나라 태종은 군사를 통솔하고 떠났다. 때마침 태종은 코피가 터졌기 때문에 행군을 빨리 했으나 빨리 갈수록 코피는 더 심하여 사흘 만에야 피가 그쳤다. 부하 여러 왕과 패륵들이 좀 천천히 행군할 것을 청했으나 태종은 타이르기를, 행군에서 이기려면 빠른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면서 엿새 동안을 빨리 몰아 송산에 닿아 송산과 행산 사이 큰길을 가로 끊어 진터를 잡았다. 명나라 총병 여덟명이 선봉진을 범해 왔으나 이를 공격하여 물리치고 필가산에 쌓아 둔 양식을 빼앗고 못물을 대어 송산과 행산 사이의 길을 끊었다.

 

287 해는 원래 임금의 상이라고 한다. 요 임금을 해에 비겨 찬양하기를, "멀리 바라다보면 구름이요, 가까이 나아가 보면 해로다."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해가 채 돋기 전에 반드시 하고많은 구름이 해의 변두리로 모여들어 마치 해돋이 앞장을 서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치 채돋이 뒤를 따라서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치 수천 수만의 수레와 말을 탄 군사가 옹위를 해 모시는 듯, 오색 깃발이 휘날리고 용틀임, 뱀 굽이를 쳐 한바탕 뒤흔든 뒤에야 비로소 장관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구름이 너무 많이 끼면 도리어 캄캄하도록 해를 가려 아무것도 볼 수가 없게 된다.

 

296 대체로 비슷합니다. 여자가 출가를 할 대는 머리를 틀어 올리고 비녀를 갖춥니다. 빈부를 가릴 것 없이 일반 민간 부녀자는 관을 쓰지 못하지요. 다만 명부여야만 관을 쓸 수 있어 그 남편의 직위에 따라 비녀도 품이 다르고 모자의 앞이마 모양도 다르지요. 쌍봉차가 제일이요, 봉차에도 나는 봉, 선 봉, 앉은 봉, 웅크림 봉, 모양에 따라 구별이 있고 비취꽂이에 이르기까지 다 직품을 갖추었고 처녀는 긴 저고리에 치마를 입다가도 출가를 하면 긴 소매가 달린 저고리에 긴 치마를 바쳐 입도 띠를 띤답니다.

 

305 슬프다. 명나라가 망한 지 백여 년에 의관 제도는 오히려 배우들의 잡극 속에 비슷하게 남아 있으니, 이것도 하늘이 돌보는 뜻이라고 할가. 무대에는 어데고 '여시관'이라고 써 붙였으니, 이것도 말 못할 뜻을 간직하과 있음인가 한다.

 

312 만리장성을 보지 않고는 중국이 얼마나 큰 줄 모를 것이요, 산해관을 보지 않고는 중국의 제도를 모를 것이요. 산해관 밖의 장대를 보지 않고는 장수의 위엄이 얼마나 장한지를 모를 것이다.

 

322 대체로 우리 나라에서 습자하는 사람들이 옛 사람들의 필적을 직접 보지 못하고 평생에 대한다는 것이 다만 금석문뿐이다. 금석문이란 옛 사람 글씨의 전형만 상상될 뿐이요, 그 붓과 먹 사이에 어린 한없이 미묘한 감정의 표현은 벌서 선천에 속한 만큼 글씨의 체나 세는 비슷하게 본뜰 수 있으나 힘차고 세찬 글씨의 뼈다귀에 스며들어 있는 글씨의 감정은 도무지 찾을 수 없어 먹이 짙은 데는 먹돼지처럼 되고 여윈 데는 마른 등넝쿨같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은 다름 아니라 돌의 새김질이나 쇠에 새긴 획에 습성이 젖어버린 까닭이다.

 

329 길게 뻗은 성 옆구리 늠실늠실 물굽이요,

아득한 벌 동쪽 머리 띄엄띄엄 산일러라.

 

이렇게 짓고 나서는 아무리 머리를 짜 보아도 다음 구가 막혀 통곡을 하면서 부벽루를 내려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를 옮기는 사람들은 평양의 경치는 이 두 구절로써 다하고 보니 천년을 가도 여기 한 구절 더 보탤 자가 없다고들 한다.

 

340 "항우가 아무리 고함치는 소리가 크다고 한들 우렛소리만이야 할 수 있으려고. <사기>에는 말하기를, 적천후가 한번 나서면 사람이고 말이고 할 것 없이 몇 리씩 비켜 섰다지마는 이것도 허황한 소리요, 항우가 눈을 우마리 부라려 보았자 번갯불 같지는 못했을 터이니, 여마동이 항우가 눈 부릅뜨는 바람에 말에서 덜어졌다는ㄴ 말도 더구나 믿지 못할 소릴 것이네."

하고는, 함께들 웃었다.

è 중국 사전에 대한 회의. 이런 비판문이 많이 보인다. 예전에는 맹목적으로 추종하던 것들에 대한 비판의식이 생성되는 시기.

è 이것을 비단 주체 의식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보편적 학문의 기술로 연마할 수는 없었을까? 학문의 보편성.

 

345 이러므로 무엇이든지 비슷하다, 같다, 유사하다, 근사하다, 닮았다고 말하는 것은 다들 무엇으로써 무엇을 비유해서 같다는 말이다. 그러나 무엇과 비슷한 것으로써 무엇을 비슷하다고 비겨서 말하는 것은 어데까지라도 그것과 비슷해 보일 뿐이지 아주 같은 것은 아니다.

 

350

고비를 캐 먹어도 배는 안불러

백이는 마침내 굶어 죽었네.

우리 먹는 꿀물은 술보다 다니

꿀물 먹고 죽는다면 원통도 하리

è 무슨 소린지 웃겨서 더욱 인상에 남는다.

è 왜 이런 기록까지 남겼을까?

 

358 그들은 다 내 제자들인데, 아직들 모두 미숫한 재주들을 가지고 그렇게 말할 껌목들이 못 되지요."

è 껌목

 

366 심유봉이

"선생은 그것을 베껴서 무엇 하십니까?"

하기에

"고국으로 돌아가면 국내 사람들에게 한 번씩 읽혀 그들로 하여금 배를 틀어쥐고 넘어지도록 웃게 하되, 먹던 밥티가 벌 날 듯 튀고 갓끈이 썩은 새끼처럼 끊어지게 될 것이오."

하고는, 숙소로 돌아와서 등불을 켜고 훑어본즉 정 진사가 베낀 몫은 오자 낙서가 허다하고 글귀는 문리가 통하지 않는데가 많았으므로 내 뜻을 약간 붙여 엮어 한 편의 글이 되었다.

 

375 네가 세상 이치를 펴 늘어놓을 때는 걸핏하면 하늘을 둘러메고 나서지마는 참말 하늘이 마련한 대로 본다면 범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 물건이어든, 천지만물이 살아나가는 어진 도리에서 본다면 범이나 메뚜기나 누에나 벌이나 개미나 다 사람과 함께 같이 살기 마련이지. 서로 등지고 지낼 터수가 아니렷다. 또 이것을 선악을 두고 따져 본다면 드러내놓고 벌과 개미집을 털어 가는 놈이 천하에 큰 도적놈이 아니고 무엇일까 보냐. 제 마음대로 메뚜기와 누에의 밑천을 훔쳐가는 놈이 의리로 보아 대적이 아니고 무엇일꺄 보냐.

 

380 청나라 역시 자기네를 위해서 하는 짓이 서툴렀다. 역대 오랑캐 천자들의 후손들이 중국을 본뜨다가 필경은 잡혀버린 것을 경계하여 쇠비석을 만들어 파수 보는 전정에다 묻었는데, 그 비에 새긴 말을 보면 자기네의 의복과 모자를 부끄럽게 여기면서도 오히려 강하고 약한 것을 이 의관에 붙여서 마음을 켜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노릇이 아니고 무엇이랴! 문물 제도와 무력이 버젓하고도 마지막 판 임금들의 잦아드는 운수를 건져 낼 도리가 없었거든 하물며 의관나부랭이가 들어서 무슨 맥을 쓸 것인가.

 

398 그러나 여기서 마음 쓰는 법이 벌써 다르고 그 겨누는바 일거리가 달라질 대는 일러서 성인 아닌 우인 즉, 어리석은 자라고 했다. 이런 자들은 일찍이 나라를 망치고 집안을 해치지 않은 자가 없었던 것이다. 이들이 애써 연구한다는 것은 모두가 부화한 것이지마는 눈과 귀의 정력을 애써 기울이는 데 들이는 정력은 성인들의 그것보다도 훨씬 지나치고 본즉 그들의 부화와 기교는  점점 더 후세의 환영을 받게 되어 아무 없이 겉으로는 이런 것을 배척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그 달콤한 맛에 취하고, 내놓고는 이런 데 노력하는 자를 나무라는 척하면서도 숨어서는 은근히 끌어당겨, 세상에는 괴상야릇한 재주와 부화한 기교가 여기서부터 날로 더욱 불어 나가게 되었다.

 

410 애달프다. 사람들은 흔히 제 눈으로 찾아보아 이런 지기를 얻을 수 없은즉 때로는 아주 위대한 백치가 되든지, 그렇지 않으면 짐짓 미친 행세를 하여 숫제 자기란 것은 없애 버리고 제 몸을 일체 만물이나 다름없이 처하게 하여 몸 놀리는 데 아무런 거침이 없이 자유 분방하고 여유작작하게 처신하는 것이다. 성인들은 때로 이런 길을 취하여 세상을 피하여 숨은 생활을 해도 답답한 줄을 모르고 고독한 자리에 있어도 겁날 것이 없는 생활을 했다.

 

430 세상 사람들은 죽고 사는 것을 누군 한 번 당하고 말 일로 보고 있다. 죽고 사는 일이 이같이 당연한 이치일진대 여기서 한 사람은 살고 한 사람은 죽는 이별로서는 못내 괴롭다고 말할 거리가 못될 것이다.

 

433 닻 감아라 배 떠나간다.

이때 가면 언제 오나.

만경창파에 가는 듯 돌아오소사.

 

이 노래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눈물 나는 이별 곡조다.

 

435 또 하필 흐느껴 우는 물결 소리와 음산한 날씨만이 그들의 괴로운 정곡을 자아낼 것이랴. 또 하필 무너지려는 다리와 말라 죽으려는 나무만이 그들의 이별 ''이 될 것이랴. 비록 단청한 집이나 화려한 봄날도 모두가 그들에게는 이별할 ''이 도리 것이요, 통곡할 ''가 될 것이다. 이런 ''야말로 비록 돌로 깎은 사람이라도 한 번 돌아다볼 것이요, 무쇠 창자라도 녹아내릴 것이니 이것이 바로 우리 나라로서는 상하 없이 통분을 참을 수 없었던 ''였다.

 

443 소위 '까오리(조선인)'가 아무런 연통도 없이 예까지 오고 보니, 이곳 북방 사람들로서는 첫 대면이라 응당 안남 사람인지 일본 사람인지 유구 사람인지 섬라 사람인지, 머리에 쓴 모자는 둥근 케가 널찍하고 꼭대기에는 검정 모자처럼 발라 처음 보는 눈에는 이상야릇도 했을 터이니, 이것은 또 무슨 갓일꼬? 걸친 입성이란 소매는 넓디넓어 펄렁펄렁하여 활개춤이라도 출 것 같으니 처음 보는 꼴이라, 이것은 또 무슨 복장일꼬? 그 말하는 소리는 더러는 짹짹! 더러는 깍깍1 처음 듣는 소리일 터이니, 이것은 또 무슨 말일꼬? 모두가 이상야롯도 하렸다.

 

450 동리마다 부녀자들이 떼를 지어 구경을 나와 섰는데 자그마한 늙은 여자는 으레 목에 혹이 달렸는데 큰 놈은 거의 바가지만큼씩이나 되고 더러는 더덕더덕 한 목 서너 개가 잇달아 붙은 자도 있었다. 여자들로서 열의 일고여덟은 모두 이 모양이다. 젊고 고운 여자들이 얼굴에는 분단장을 하고도 목에 달린 혹은 그대로 예사로 내놓고 있었다.

è 무슨 병이지? Goiter인가? 산간지방이라 요오드 섭취가 부족했던 모양.

 

454 서애 유성룡은 당시 어진 재상으로 <징비록>을 지으면서 이 사연을 써서 우리 나라의 말 모는 습속을 비웃은 일이 있었으나 이런 폐습을 그 어려운 난리판에서도 고치지 못했으니 풍습이란 좀처럼 고치지 못하는 모양이구나.

 

 

 

 

 

 

 

 

 

 

 

 

 

 

 

 

 

 

 

내가 저자라면

 

그는 나와 매우 비슷한 구석이 많은 것 같다. 그의 전기를 읽어보면, 타고난 성격 탓에 양반 가문에서 출생하여 타고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정부 요직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 무릎을 치게 만든다. 그러나 사람의 기질이 어디 가겠는가?

 

열하일기는 여행기인만큼 즉흥적인 필력이 중요했을 것이다. 박지원의 묘사력은 훌륭하여 그의 글을 읽다보면 아름다운 장관에 몇 번씩 감탄하게 된다. 특히 극히 짧은 몇 문장 안에 이 모든 것을 묘사해내는 능력이 대단하다.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욕심부렸다는 느낌 없이 (즉, 사치스러운 미사어구 없이) 간결하고 산뜻하게 표현해낸다.

 

여행기에서 글로 남길 가치가 있는 것을 무엇으로 여기느냐는 저자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 박지원의 여행기 역시 모든 것을 기록한 것이 아닐진대, 그의 글에는 "뭐 이런 걸 다 썼을까?" 싶은 부분들이 있다. 바로 사사로운 사건들이다. 그러나 바로 이 사건들 덕분에 여행기는 숨을 쉬기 시작한다. 18세기 중국인과 박지원이 살아서 느껴지며 그 해학과 풍자, 긴박한 상황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박지원은 어째서 이런 글들을 남기기로 했을까? 그의 일화에서 특정 글을 베껴가는 이유를 묻자, 그의 대답이 "돌아가서 고국의 사람들과 나눠 읽고 그들을 웃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저 함께 해학을 나눌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글로 남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의 철학은 열하일기에서 통일성 있게 확인된다. 실용을 중시하고 양반의 특권의식을 비판하는 깨인 의식이 호쾌하기 그지 없다. 글이 자신의 생각과 일치감을 보일 때 글은 진정성을 담게 된다.

 

열하일기는 매우 자유로운 모닝 페이지의 속성과 비슷하다. 그리하여 당시에 체계가 없이 문장을 어지럽힌다는 비판을 받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체계없음도 곧 체계의 한 부류라고 했을 때, 열하일기의 자유는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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