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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일 05시 59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순자(荀子) BC323?~BC248?

생애에 대한 기록으로는 사마천의 <사기>열전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를 근거로 살펴본다.

성은 순()이고 이름은 황(). ()나라에서 태어남.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여 순경(荀卿)이라고도 부르고 한()나라 때에는 선제의 이름을 휘하여 손경(孫卿)이라 부르기도 했다. 공자의 유학(儒學)을 발전시킨 사상가. 맹자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인물이다. ()나라 직하로 가서 학술계의 우두머리 격이 되어 존경받는 대부가 되었다. 뒤에 어떤 사람의 모함으로 제나라를 떠나 초()나라로 갔는데 재상인 춘신군이 그를 난릉의 수령으로 임명함. 춘신군이 암살당하자 벼슬자리에서 물러나 저술에 전념하며 여생을 보냄. 난릉에 묻힘.

 

순자2032편은 순자에 의해 씌어진 부분과 제자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 부분이 섞여 있다. 지금 우리가 보는 형태로 정리한 사람은 한대의 유향(BC77?~BC6) <교수중손경서록>에 의하면 순자의 글은 본디 322편이 있었는데 서로 중복되는 내용을 32편으로 정리하였다함.  유향이 교정한 <순경신서>32편이 우리에게 전해지는 <순자>의 바탕이 되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순자>를 가장 먼저 연구해 주()를 단 사람은 당나라의 학자 양경이다.

 

순자의 사상은 객관적이고 현실적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학자나 사상가들은 유교의 정통이 맹자로 이어지는 사회였기 때문에 순자와 같은 사상을 주장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경우이다. 순자는 당시에 주류가 아닌관계로 법가나 명가 같은다른 학파들의 사상 발전에도 영향을 끼쳤고 유가경전의 연구와 전승에는 다른 어떤 학자보다 큰 역할을 하였다.

 

순자의 사상

 

자연론: 하늘 천() 이란 말로 표현되는 그의 독특한 자연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 순자에게 있어 하늘이란 좁은 뜻으로는 땅과 대조를 이루는 해와 달과 별과 구름이 있는 하늘이고, 넓은 뜻으로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자연이란 말에 가까운 개념을 지닌 것. 일반적으로 중국 사람들은 자연속의 사람, 사람과 자연을 지배하는 하늘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순자는 하늘과 사람의 관계를 분리시켰다. 자연에는 자연의 법칙이 있고 사람들에게는 사람의 법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하늘에 대한 사상은 <하늘에 대하여 논함>편을 중심으로 서술되어있음.

 

성악설:본성과 지각은 각각 독립된 심리 작용이라는 전제 아래 성악설을 얘기하고 있음. 순자에게 있어 선은 적극적인 가치가 주어지고 악에는 소극적인 가치만이 주어지는 것이다. “사람의 본성은 악하다지금 사람의 본성은 나면서부터 이익을 좋아하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쟁탈이 생기고 사양함이 없어진다. 나면서부터 질투하고 미워하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남을 해치고 상하게 하는 일이 생기며 충성과 믿음이 없어진다.사람은 나면서부터 귀와 눈의 욕망이 있어 아름다운 소리와 빛깔을 좋아하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지나친 혼란이 생기고 예의와 아름다운 형식이 없어진다. 그러니 사람의 본성을 따르고 사람의 감정을 좇으면 반드시 서로 쟁탈을 하게 되고 분수를 어기고 이치를 어리렵혀 나폭함으로 귀결될 것이다….이로써 본다면 사람의 본성은 악한 것이 분명하다<사람의 본성의 악함> 성악설의 근거가 사람의 욕망에 있다면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선의 요소가 완전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 성선설을 주장하는 맹자도 사람은 나면서부터 욕망이 있는데, 바라면서도 얻지 못하면 곧 추구하지 않을 수 없고, 추구함에 일정한 기준과 한계가 없다면 곧 다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투면 어지러워지고, 어지러워지면 궁해진다고 논한것으로 보아 순자의 논리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인식론: 하늘과 사람의 존재를 명확히 갈라놓는 태도로부터 출발한다. 하늘의 권위를 빌려 절대적인 가치를 지녔던 일반적인 유가나 도가의 도는 순자에 이르러 사람을 기준으로 한 분명한 한계가 그어진다.

 

예론: 사람이란 무리를 이루어 사는 사회적인 동물이며, 그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며 원활히 살아가는 데에 사람의 특징이 있다 하였다. 사람은 여럿이 화합할 수 있다는 데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회를 떠나서는 사람이란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까지 생각함. 그런데 사회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의로움을 알기 때문이다. 이 의로움을 바탕으로 사회적인 분열과 규범으로 나타나는 것이 예의인 것이다.

 

정치론: “사람은 나면서부터 무리를 이룬다면서 인간의 사회성을 중시하였기 때문에 국가나 정치 제도도 모두 사람들을 잘 모여 살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민본사상이 정치론의 바탕이 된다. 백성이 지지하는 나라는 흥하고 백성이 싫어하는 나라는 망할 것이기 때문에 온갖 수단을 다해 백성들을 잘 살게 해야 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경제정책이 등장한다. 세상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법을 매우 중요시했음.

 

참조: 순자, 김학주옮김, 을유문화사

 

나의 의견

 

신영복의 강의를 읽고 제일 읽고 싶은 책은 처음에는 노자의 도덕경이었고 주역에도 관심이 갔었는데 정작 서점에 나가 철학코너를 둘러보다가 내가 손에 잡고 나온것은 순자였다. 성악설을 주장했다는 순자. 공자 맹자로 이어지는 유가사상의 주류에서 밀려난 사상가. 그래서 더욱 다른 사상가들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는 사람. 인간적인 연민의 정이 느껴졌던 탓일까. 두께는 1000쪽이 넘지만 글자가 커서 읽을만했다. 그리고 옮긴이의 몇번의 개정판덕분에 더 좋은 교제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순자는 상당히 논리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글이 잘 읽혔던것도 나의 기질과 맞았던 부분이 논리적인 글이어서 인듯하다. 전체적으로는 순자의 사상에 기초한 글이고 중간 중간에 공자의 이야기도 인용되어 있는 부분이 있었고 나름 다른 사상가들에 대한 비판의 글도 눈이 뜨인다. 상례에 대한 자세한 기술탓에 삼년상 일년상 등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에 대한 생각도 정리가 되었다. 산자와 죽은자에 대한 배려탓이란것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순자를 보면서 맹자의 성선설이나 순자의 성악설은 다른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뿌리에서 연유했음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2.     나를 무찔러 드는 글귀

 

 1편 학문을 권함

 

학문을 권장하는 글. 학문의 필요성과 방법을 논하고 있다. 그는 경전을 읽고 예()를 숭상하는 공부를 통해 사람은 완전해지는 것이라 믿고 있었다.

 

40 군자들은 학문은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푸른 물감은 쪽풀에서 얻지만 쪽풀보다 다 파랗고, 얼음은 물로 이루어졌지만 물보다 더 차다. 나무가 곧아서 먹줄에 들어맞는다 하더라도 굽혀 수레바퀴를 만들면 굽은 자에 들어맞게 되고, 비록 바싹 마른다 하더라도 다시 펴지지 않는 것은 굽혔기 때문이다. 나무는 먹줄을 따르면 곧아지고 쉬는 숫돌에 갈면 날카로워지는 것처럼 군자도 널리 배우며 매일 자기에 대해 생각하고 살피면 앎이 밝아지고 행동에 허물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높은 산에 올라가 보지 않으면 하늘이 높은 것을 알지 못하고, 깊은 계곡 가까이 가보지 않으면 땅이 두터운 것을 알지 못하며, 옛 임금들이 남긴 말씀을 듣지 못한다면 땅이 두터운 것을 알지 못하며, 옛 임금들이 남긴 말씀을 듣지 못한다면 학문의 위대함을 알지 못할 것이다.

 

올바른 길()로 교화시키는 일보다 더 크게 여기는 신명은 없으며, 화를 입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복은 없다.

 

42 나는 일찍이 하루 종일 생각만 해 본 일이 있었으나 잠깐 동안 공부한 것만 못하였다. 나는 일찍이 발돋움을 하고 바라본 일이 있었으나 높은 곳에 올라가 널리 바라보는 것만 못하였다. 높이 올라가 손짓을 하면 팔이 더 길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멀리서도 보이며, 바람을 따라 소리치면 소리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들리며, 수레와 말을 타면 발이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천 리 길을 갈 수 있으며, 배와 노를 이용하면 물에 익숙지 않더라도 강을 건너갈 수 있다. 군자는 나면서부터 남과 달랐던 것이 아니라 사물을 잘 이용할 줄 아는 것이다.

 

43 사람에게는 사색보다도 공부하는 것이 더욱 중용하다. 그런데 공부를 잘하려면 좋은 환경에 좋은 방법을 써야 한다.

 

44 군자는 반드시 고을을 가려 살고 반드시 선비들과 어울려 노는데, 이얷은 악해지고 비뚤어지는 것을 막아 올바름으로 가까이 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46 말은 화를 부를 수 있고 행동은 욕됨을 자초할 수 있으므로 군자는 그의 처지에 대해 신중한 것이다.

 

47 환경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자연히 형성되는 것이다. 풀과 나무가 같은 종류끼리 모여 살 듯,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군자는 말과 행동을 조심해 자기 환경을 훌륭하게 조성한다는 것이다.

 

반 걸음이 쌓이지 않으면 천리길을 갈 수 없고, 작은 흐름이 쌓이지 않으면 강과 바다가 이룩될 수 없는 것이다. 천리마도 한 번 뛰어 열 걸음을 갈 수 없고, 둔한 말도 열 배의 시간과 힘을 들여 수레를 끌면 천리마를 따를 수 있다. 공이 이룩되는 것은 중단하지 않는데 달려 있다. 칼로 자르다 중단하면 썩은 나무라도 자를 수 없으며, 중단하지 않으면 쇠나 돌이라도 자를 수 있다.

 

지렁이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과 힘센 근육이나 뼈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위로는 티끌과 흙을 먹고 아래로는 땅 속의 물을 마시는데, 그것은 한결같이 마음을 쓰기 때문이다. 게는 여덟 개의 발에다 두 개의 집게를 지니고 있지만 장어의 굴이 아니면 의탁할 만한 곳이 없는 것은 산만하게 마음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굳은 뜻이 없는 사람은 밝은 깨우침이 없을 것이며, 묵묵히 일하지 않는 사람은 뛰어난 업적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51 학문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에서 끝나는가? 그 방법에 있어서는 경문을 외우는 데서 시작하여 <예기(禮記)>를 읽는 데서 끝나며, 그 뜻에 있어서는 선비가 되는 것에서 시작하여 성인이 되는 것으로 끝난다. 노력을 오랫동안 쌓으면 그런 경지에 들어갈 수 있지만, 학문이란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문의 방법에는 끝이 있지만, 그 뜻은 잠시라도 버려둘 수가 없다. 학문을 하면 사람이 되고, 학문을 버리면 짐승이 되는 것이다.

 

53 군자가 학문을 하는 것은 그 자신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이고, 소인이 학문을 하는 것은 남에게 내 놓아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묻지도 않았는데 얘기하는 것을 시끄러움()이라 하고 하나를 물었는데 둘을 애기하는 것을 뽐냄()이라 한다. 시끄러움도 그르고 뽐냄도 그른 것이니, 군자는 소리가 울리듯 일에 따라 적절히 행동하는 것이다.

 

55 <논어>에서 행하고 남는 힘이 있으면 곧 그것을 가지고 글을 배운다고 한 공자의 행동 위주의 가르침과 부합된다.

 

56 예의 법도를 따르지 않고<시경> <서경>만을 따른다면 그것은 마치 손가락으로 황하를 재거나 창으로 기장을 절구질하거나 송곳으로 병속의 음식을 먹으려는 것과 같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예를 존중한다면 비록 명석하지는 못하다 하더라도 법도를 지키는 선비(法士)가 될 것이다. 예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비록 사리에 맑고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허튼 선비(散儒)가 될 것이다.

 

60 절조 있는 덕이 있은 뒤에야 마음이 안정되며, 마음이 안정된 뒤에야 주위에 적응할 수 있게 되는데, 안정되고 적응할 수 있으면 이를 일컬어 완성된 사람이라 한다. 하늘은 그의 광명함을 드러내고 땅은 그의 광대함을 드러내듯, 군자는 그의 덕의 온전함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62 학문은 순수하고도 완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몸과 마음을 다해 그의 행동이 한결같이 완전할 때 비로소 학문의 완전성을 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이나 행동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됨을 강조하고 있다. 

 

2편 자기 몸 닦는 법

 

64 나를 비난하더라도 올바른 사람은 나의 스승이고, 나를 옳게 여기면서 올바른 사람은 나의 친구이고, 나에게 아첨하는 자는 나를 해치는 자이다.

 

소인은 이와 반대로 심하게 난동을 부리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비난하는 것을 싫어하고, 매우 못났으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어질다고 여겨주기 바란다. 마음은 호랑이나 승냥이 같고 행동은 금수 같으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해치는 것을 싫어한다. 아첨하는 자와는 친하고 과감히 충고하는 자는 멀리하며, 수양을 쌓은 올바른 사람을 비웃음거리로 삼고, 지극히 충성된 사람을 자기를 해치는 자라고 여긴다. 비록 멸망하지 않으려 한다 해도 안할 수가 있겠는가!

 

66 겉모양과 몸가짐과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과 일을 행하는 데도 예를 따르면 우아해지지만, 예를 따르지 않으면 오만하고 편벽되고 저속하고 뒤떨어진다. 그러므로 사람으로서 예가 없다면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일을 하는 데 예가 없다면 밀을 성취시킬 수 없으며, 나라에 예가 없다면 편안하지 못하다. <시경>예의에는 모두 법도가 있고, 웃고 얘기하는 것도 모두 이에 따르네라 한 것은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68 선함으로써 사람들을 인도해 주는 것을 가르침이라 하고, 선함으로써 사람들과 화합하는 것을 순조로움이라 한다. 선하지 않은 것으로써 사람들을 인도하는 것을 모험이라 하고, 선하지 않은 것으로써 사람들과 화합하는 것을 아첨이라 한다.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는 것을 지혜라 하며,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하는 것을 어리석음이라 한다. 훌륭한 이를 손상시키는 것을 모함이라 하고, 훌륭한 이를 해치는 것을 해로움이라 한다.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하는 것을 곧다 하고, 남의 재물을 움치는 것을 도둑이라 하며, 자기 행동을 숨기는 것을 사기라 하고, 말을 바꾸는 것을 허풍을 떤다고 한다. 취하고 버리는 것이 일정치 않은 것을 무상하다 하고, 이익을 지키려고 의로움을 버리는 것을 강도라 한다. 들은 것이 많은 것을 박식하다 하고, 들은 것이 적은 것을 천박하다고 한다. 본 것이 많은 것을 제대로 안다 하고, 본 것이 적은 것을 비루하다고 한다. 나아가기 힘들어하는 것을 어설프다 하고, 잊기를 잘하는 것을 엉성하다고 한다. 적은 노력으로 다스려지는 것을 치안이라 하고, 많은 노력을 해도 어지러워지는 것을 혼란이라고 한다.

 

72 뜻이 닦여지면 부유하거나 지위 높은 사람 앞에서도 교만할 수 있고, 도의가 중후해지면 임금이나 장관도 가볍게 보게 된다. 안으로 반성을 해 보아도 밖의 사물이란 경미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예부터 전하는 말에 군자는 외물을 부리지만 소인은 외물에 부림을 당한다고 한 것은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몸은 수고롭다 하더라도 마음이 편안한 일이라면 하고, 이익은 적다 하더라도 의로움이 많은 일이라면 한다.

 

훌륭한 농부는 장마가 지거나 가뭄이 든다고 해서 밭을 갈지 않는 법이 없고, 훌륭한 장사꾼은 손해를 본다고 해서 장사를 하지 않는 일이 없으며, 군자는 가난하고 궁핍하다고 해서 도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79 법을 좋아하여 그대로 행하는 것이 선비이다. 뜻을 독실히 하고 그것을 체득하는 것이 군자이다. 생각이 민첩하고 총명해 막힘이 없는 것이 성인이다. 사람이 법이 없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게 된다 법은 있으되 의로움에 대한 뜻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법을 따르며 모든 일을 깊이 이해해야만 윤택해진다.

 

3편 구차한 짓을 하지 말라

 

순자가 살고 있던 시대에는 공자의 가르침을 따른 교양 있는 이상적인 지식인인 군자란 과연 어떤 사람인가 하는 의논이 한창 유행하였다.

 

92 군자는 능력이 있어도 좋고, 능력이 없어도 좋다. 소인은 능력이 있어서 추하고, 능력이 없어도 추하다. 군자는 능력이 있으면 너그럽고 곧음으로써 사람들을 계발하고 인도하며, 능력이 없으면 공경스럽게 움츠리고서 두려워하며 사람들을 섬긴다. 소인은 능력이 있으면 멋대로 오만하고 그릇된 일을 하면서 남에게 교만하게 행동하며, 능력이 없으면 질투하고 원망하고 비방하며 사람들을 쓰러뜨리려 한다.

그러므로 군자에게 능력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에게 배우는 것을 기뻐하고, 능력이 없으면 사람들은 그에게 일러주는 것을 즐거워한다. 소인이 능력이 있으면 그에게 배우는 것을 천하게 여기고, 능력이 없으면 사람들은 그에게 일러주는 것을 부끄러이 여긴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군자와 소인의 차이이다.

 

97 군자는 어떤 경우에나 발전하지만, 소인은 어떤 경우에나 나쁜 결과를 낳는다

 

102 정성이란 군자가 지켜야 할 덕성이며 정치의 근본이다. 오직 정성이 있는 곳에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정성을 지키면 일에 성공하지만, 정성을 내버리면 일에 실패한다. 정성을 지켜일을 이루면 일이 가벼워지고, 일이 가벼워지면 독립하여 무슨 일이나 할 수가 있으며, 독립하여 무슨 일이나 하는 것을 중단치 않으면 모든 일을 이룰 수가 있고, 모든 일을 이루게 되면 재능을 다하여 언제까지나 일을 계속해도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게 되는데,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109 자기가 바라는 것을 보았을 때에는 반드시 앞뒤로 그것이 싫어하게 될 수 있는 점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이익이 될 만한 것을 보았을 때에는 반드시 앞뒤로 그것이 해가 될 수 있는 점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아울러 그것에 대해 저울질해 보고 잘 헤아려 본 다음에 자기가 바라고 싫어하는 것과 취하고 버리는 것을 결정해야 한다. 그렇게만 하면 언제나 실수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4편 영예와 치욕

 

113 넓은 길이면 남에게 길을 양보하고, 좁은 길이면 남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니, 삼가지 않으려 해도 않을 수가 있겠는가?

 

116 남과 다투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가 옳고 남은 그르다고 여긴다. 자기는 진실로 옳고 남은 질실로 그르다면, 곧 자기는 군자이고 나은 소인인 것이다.

 

120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은 남을 원망하지 않고, 운명을 아는 사람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남을 원망하는 사람은 궁지에 몰리는 자이고, 하늘을 원망하는 사람은 무지한 자이다. 자기가 실패했으면서도 남을 탓하는 것이 어찌 바보 같은 일이 아니겠는가?

 

121 의로움을 앞세우고 이익을 뒤로 미루는 사람은 영예롭고, 이익을 앞세우고 의로움을 뒤로 미루는 사람은 치욕을 당한다. 영예로운 사람은 언제나 형통하지만 치욕스런 자는 언제나 궁하다. 형통하는 사람은 언제나 남을 제압하지만 궁한 자는 언제나 남에게 제압당한다. 이것이 영예와 치욕의 원리이다. 성격이 성실한 사람은 언제나 편안하고 이롭지만, 방탕하고 사나운 자는 언제나 위태롭고 해를 입는다. 편안하고 이로운 사람은 언제나 즐겁고 평이하지만 위태롭고 해를 입는 자는 언제나 근심스럽고 험난하다. 즐겁고 평이한 사람은 언제나 오래 살지만 근심스럽고 험난한 자는 언제나 일찍 죽는다. 이것이 편안함과 위태로움의 이롭고 해로운 원칙이다.

 

129 모든 사람들은 다 같이 배고프면 먹기를 바라고, 추우면 따뜻하기를 바라고, 피곤하면 쉬기를 바라고, 이익을 좋아하나 해가 되는 것은 싫어한다. 이것들은 사람들이 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는 것이다.

 

131 비루하다는 것은 천하의 공통된 환난이다. 그것은 사람들의 큰 재앙이요 폐해이다.

 

135 군자의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비루한 식견을 타파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후천적인 교육과 예절을 중시하는 점이 맹자와 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5편 관상은 정확하지 않다.

 

사람의 길흉은 그 사람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타고난 겉모양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151 사람에게는 상서롭지 못한 세 가지 조건이 있다. 나이가 어리면서도 어른을 섬기려 하지 않는 것과 신분이 천하면서도 높은 사람을 섬기려 하지 않는 것과 어리석으면서도 현명한 사람을 섬기려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반드시 곤궁해지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윗사람이 되어서는 아랫사람을 아낄 줄 모르고, 아랫사람이 되어서는 그의 윗사람을 비난하기 좋아하는 것이 사람들이 반드시 곤궁해지는 첫째 조건이다. 남을 대할 때는 종순하지 않고 남을 등지면 그를 함부로 업신여기는 것이 사람들이 반드시 곤궁해지는 둘째 조건이다. 지혜와 행실은 천박하고 굽고 바른 정도는 남보다 훨씬 못한데도 어진 사람을 받들 줄 모르고, 지혜 있는 선비를 존경할 줄 모르는 것이 사람들이 반드시 곤궁해지는 셋째 조건이다.

 

152 <시경>눈이 펑펑 내리지만 햇빛만 보면 녹네. 겸손히 남을 따르려 하지 않고 늘 교만하게만 구네 

 

6 12명의 학자를 비판함

 

179 믿을 만한 것을 믿는 것은 믿음이다. 의심스런 것을 의심하는 것도 믿음이다. 현명한 사람을 귀중히 여기는 것은 어짐이다. 못난 자를 천하게 여기는 것도 어짐이다. 말하는 것이 도리에 맞는 것은 지혜이다. 침묵하는 것이 도리에 맞는 것도 지혜이다. 따라서 침묵할 줄 아는 것은 말할 줄 아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말을 많이 하면서도 모든 표현이 바르다면 성인이다. 말을 적게 하면서도 법도가 없고 종잡을 수가 없다면, 비록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소인이다.

 

183 <시경>하느님이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은나라가 옛 법도 따르지 않은 때문이네. 비록 나이 많고 훌륭한 사람은 없다 하나 여전히 옛 법도는 있거늘, 전혀 그것을 따르지 않으니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진 것일세

 

185 옛날의 이른바 벼슬을 안하는 선비는, 덕이 많은 사람이었고, 조용히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었고, 올바르게 수양하는 사람이었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었고, 옳은 일을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이른바 벼슬을 안하는 선비는, 무능하면서도 유능하다고 내세우는 자이고, 무지하면서도 아는 것이 많다고 내세우는 자이고,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이 만족을 모르면서도 욕심이 없는 체하는 자이고 행실은 거짓되고 음험하고 더러우면서도 신중하고 바르다고 억지로 큰소리 치는 자이며, 속되지 않은 것을 속되다 하고 세상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엉뚱한 짓을 하는 자들이다.

 

7편 공자의 가르침

 

덕으로 백성들을 다스려야만 세상은 평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유가의 전통적인 덕치주의를 역설한 것이다.

 

206 젊은 사람은 어른을 섬기고, 신분이 낮은 사람은 신분이 높은 사람을 섬기고, 못난 사람은 현명한 사람을 섬기는 것이 천하에 통용되는 의리이다. 어떤 사람이 권세는 남의 윗자리에 있지 않은데도 남의 아래에 처신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 그것은 간사한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그의 뜻은 간사한 마음을 면치 못하고 그의 행실은 간사한 도를 면치 못하면서도, 군자나 성인이란 이름으로 불려지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마치 엎드려서 하늘을 혀로 핥으려 하고, 목맨 사람을 구해 주려고 그의 발을 잡아당기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런 이론은 전대로 행해질 수가 없으며, 애를 쓸수록 목적으로부터 더욱 멀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을 굽히고 있어야 할 시세라면 굽히고 몸을 뻗치고 있어야 할 시세라면 뻗치는 것이다.

 

8편 유학의 효험

 

212 ()나라 소왕(昭王)이 순자에게 물었다. “선비란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무익한 사람이겠지요?” 순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선비란 옛 임금들을 본받고 예의를 존중하며, 신하나 자식들에 대해서는 삼가게 하고 그의 윗사람에 대해서는 매우 존경하도록 하는 사람들입니다. 임금이 그를 등용하면 곧 조정의 직위를 따라 모든 일을 합당하게 할 것이며, 등용치 않으면 물러나 백성들 틈에 끼어 성실히 지내 반드시 순종할 것입니다. 비록 곤궁해 헐벗고 굶주린다 하더라도 절대로 사악한 길에 들어서서 탐욕해지지 않을 것이며, 송곳을 꽂을 만큼의 땅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국가를 지탱하는 대의에는 밝습니다. 소리쳐 불러도 아무도 응해 주지 않는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만물을 풍부하게 하고 백성들을 기르는 법에는 통달해 있습니다. 권세를 잡아 남의 위에 서면 임금이 될 제목이고, 남의 아래에 있으면 국가의 신하이며 임금의 보배가 될 인재들입니다. 비록 가난한 마을 비 새는 집에 숨어산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모두 귀하게 여기는 것은 그들에게 올바른 도리가 정말로 전재하기 때문입니다.

 

223 배운 것을 행하면 선비라 불리고, 그것에 힘쓰면 군자가 되고, 그것에 통달하면 성인이 된다.

 

232 <시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성인의 뜻이다. <서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성인의 일이다. <예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성인의 행실이다. <악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성인의 조화이다. <춘추>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성인의 은밀한 뜻이다.

 

244 학문은 실천할 때에 이르러야 종착점에 다다른다. 실천해야만 분명해지며, 분명해지면 성인이 된다.

 

251 사람들의 종류를 살펴보자. 자기 뜻은 이기적이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공평하다 여겨 주기를 바라며, 자기 행동은 지저분하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수양이 잘 되었다고 여겨 주기를 바라며, 자기는 어리석고 무지하면서 남들이 자기를 지혜가 있다고 여겨 주기를 바란다. 이들은 바로 보통 사람이라 할 수가 있다.

 

자기의 뜻은 사사로움을 참는 뒤에야 공평해지고, 자기의 행동은 정욕과 본성을 참은 뒤에야 재능을 지니게 되어, 그의 공평함과 수양과 재능을 지니게 된다. 이들은 작은 선비라 할 수 있다.

 

자기의 뜻은 공평함으로 안정되어 있고, 자기 행실은 수양으로 안정되어 있으며, 지혜는 모든 종류의 사물을 관할하는 데에 통달해 있다. 이들은 위대한 선비라 할 수가 있다. 위대한 선비는 천자의 삼공이 되고, 작은 선비는 제후의 대부와 사()가 되며 보통 사람은 공인이나 농부나 상인이 된다. 예라는 것은 임금이 여러 신하들을 헤아리고 검색하는 기준이다. 사람들의 종류는 모두 이 안에 들어 있다.

 

9편 올바른 정치 제도

 

261 신분이 고르면 세상이 다스려지지 않을 것이고, 세력이 고르면 세상이 통일되지 않을 것이며, 대중이 고르면 부릴 수가 없을 것이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어 위아래의 차별이 있듯이 밝은 임금이 서야만 비로소 나라를 다스리는 데 제도가 있게 되는 것이다.  대체로 양편이 모두 귀한 사람이면 서로 섬길 수가 없고, 양편이 모두 천하면 서로 부릴 수가 없는데, 이것은 하늘의 섭리이다. 세력과 지위가 같으면서 바라는 것과 싫어하는 것도 같으면 물건이 충분할 수가 없을 것이므로 반드시 다투게 된다. 다투면 반드시 어리러워지고 어지러워지면 반드시 궁해질 것이다.

 

284 하늘과 땅은 군자를 낳았고 군자는 하늘과 땅을 다스리니, 군자란 하늘과 땅의 변화에 참여하는 것이며 만물을 아울러 거느리는 것이며 백성들의 부모가 되는 것이다.

 

289 때에 알맞게 기르면 여러 가지 가축이 자라나고, 제때에 죽이고 살리면 풀과 나무가 무성해지고, 적절히 정령을 내리면 백성들이 통일되고 어진이와 훌륭한 이들이 복종하게 된다.

 

296 정치가 혼란한 것은 총재의 죄이고, 나라의 풍속이 나빠지는 것은 벽공의 잘못이며, 천하가 통일되지 못하고 제후들이 배반하는 것은 천왕이 합당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301 권세는 무겁고 군대는 강하고 명성은 아름답다면, 요임금이나 순임금이 천하를 통일할 때에도 이보다 털끝만큼이라도 더 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권모술수를 쓰고 나라를 기울어뜨리는 사람을 물리치면 어질고 훌륭한 사람과 지혜 있고 덕 있는 선비들이 스스로 나올 것이다.

 

309 패자의 요건은 남보다 강한 군사력과 뛰어난 경제력과 훌륭한 인재들을 확보하는 데 있다.

 

311 다섯 가지 등급은 잘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왕자, 패자, 안락한 존속, 위태로움, 멸망의 요건들은, 잘 선택하는 사람은 남을 제압하게 되고, 잘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에게 제압당하게 된다. 그 것을 잘 선택하는 사람은 왕자가 되고, 그것을 잘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은 망한다. 대체로 왕자와 망하는 자의 관계는 남을 제압하는 것과 남에게 제압당하는 차이에서 생긴다. 이 두 가지의 거리는 정말 먼 것이다.

 

313사람의 본성은 악하다는 성악설을 바탕으로 하여 예의라는 형식적인 규범으로 사람들의 행동이나 정치를 규제하려 했던 순자로서는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다. 이 책에 법술이란 말이 자주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순자도 덕을 바탕으로 하는 왕도 정치를 이상으로 받들기는 하였지만, 공자나 맹자처럼 덕은 하늘로부터 타고난 내재적인 것이라는 주장을 부정하고, 외재적인 사회의 규범이나 예의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여기에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밖으로부터 남을 규제하려는 패도 정치가 쉽사리 받아들여진 것이다. 후세 학자들이 유가 이외의 법가를 비롯한 이단의 학설적인 근원을 순자에게 두는 것도 이것이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10편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법

 

315 천하의 폐해는 욕심을 마음대로 부리는 데서 생겨난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과 싫어하는 대상은 같은데, 바라는 것은 많고 그 대상은 적은 것이 실정이다. 그 대상이 적으면 반드시 서로 다투게 된다.

 

317 사람들은 서로 떨어져 살지만 서로 돕지 않으면 곤궁해지고, 여러 사람들이 무리 지어 살지만 분계가 없다면 서로 다툴 것이다. 곤궁하재는 것은 환난이 되며, 다투는 것은 화근이 된다. 환난을 면하고 화근을 없애려면 분계를 분명히 하고서 무리 지어 살도록 해야 한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협박하고 지혜 있는 자가 어리석은 자를 위협하며,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뜻을 어기고, 나이 적은 이가 어른을 업신여기며, 덕으로써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 이런 경우에는 노인과 약한 사람들은 살아가지 못하게 될 것을 걱정하며, 튼튼한 사람들은 분계를 지키지 않고 다투는 재난이 생길 것이다. 힘든 일을 싫어하고 공리만을 좋아하며 직업에 분계가 없다면, 이런 경우에는 사람들이 자기만을 위한 일을 내세우는 환난이 생기고, 공로를 서로 다투는 재난이 생길 것이다. 남자, 여자의 결합과 부부사이의 분별과 혼인하여 폐백을 드리는 일과 신부를 전송하고 마중하는 데 예의가 없다면, 이런 경우에는 사람들에게 남녀가 결합하지 못하는 걱정이 생기고, 배필을 구하기 위해 서로 다투는 재난이 생길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사람은 그러한 일에 분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319 나라를 풍족하게 하는 도리는 쓰는 것을 절약하여 백성들을 넉넉하게 해주고, 그 남은 것들 잘 저장하는 것이다. 예의로써 쓰는 것을 절약하고, 정치로써 백성들을 넉넉하게 한다. 백성들이 넉넉해지면 여유가 많아진다. 백성들이 넉넉하면 백성들이 부유해지고, 백성들이 부유해지면 밭은 비옥하고 잘 가꾸어진다. 밭이 비옥하고 잘 가꾸어져 있으면 곡식의 생산이 백 배로 늘어난다. 임금은 법에 따라 세금을 받고, 백성들은 예에 따라 쓰는 것을 절약한다면 남은 것이 언덕이나 산처럼 많아지고, 때때로 태워 버리지 않으면 그것을 저장할 곳이 없을 정도가 된다.

 

327 어진 사람이 임금자리에 있으면 백성들은 그를 하느님처럼 귀하게 여기고 부모처럼 친근하게 여기며, 그를 위하여 죽을 힘을 다하고 목숨을 바치면서도 즐거워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니라 바로 그가 진실로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진실로 큰 것을 얻도록 해주며, 진실로 많은 이로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군자는 덕을 내세우고 소인은 힘을 내세우는데, 힘은 덕의 부림을 받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329 백성들이 임금을 이처럼 존경하고 따르며 그를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것은, 임금이 그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순수한 마음의 감화보다도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순자의 현실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335 묵자는 이름이 묵적이다. 전국 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송나라 대부가 되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을 다 같이 사랑한다는 겸애와 함께, 물건을 절약해 쓸 것을 주장하여 그에게 동조하는 이가 많았다. 순자가 살아 있을 때 묵가는 거의 유가와 대등한 세력을 지니고 있었다. 저술로는 <묵자>15권이 있다.

 

336 묵자는 세상의 물건이란 아껴 쓰지 않으면 뒤에는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세상의 물자가 부족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점을 순자는 비평하고 있다. 세상의 물자는 본시부터 풍부하여 절대로 부족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순자의 견해이다. 순자는 자원이 부족해질까 걱정이 되어서가 아니라, 나라를 더욱 풍요하게 만들기 위하여 물자를 절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339 묵자는 세상 사람은 신분이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두 절약하는 한편, 누구나 부지런히 일하며 생산에 종사해야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음악 같은 것은 사치스러운 것, 곧 비생산적인 것이라 하여 부정하였다.

 

364 강하고 포악한 나라를 두려워하며 섬기기보다는 스스로 어짐의 덕을 닦고 예의를 숭상하여 정치를 올바르게 함으로써, 반대로 그들이 나를 섬기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손쉬운 일이라는 것이다. 어진 사람은 부적이기 때문이다.

 

11편 왕도와 패도

 

366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의로움이 행해지면 왕자가 되고, 신용이 알려지면 패자가 되고, 권모술수가 행해지면 망자가 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지혜로운 임금이라면 삼가 가려야 할 일이고, 어진 사람이라면 분명히 힘써 해야 할 일이다.

 

379 인재를 능력에 따라 잘 쓰는 사람은 왕자가 되고, 자기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의 능력을 따지지 않고 쓰는 사람은 패자가 되며, 이것도 저것도 못하는 사람은 망하는 자가 된다는 것이다.

 

380 나라에 예의가 없으면 바르게 다스려지지 않으니, 예라는 것은 나라는 바르게 다스리는 근본이다. 그것은 마치 저울이 무겁고 가벼운 것을 가늠하는 근본이 되고, 먹줄이 곧고 굽은 것을 가늠하는 근본이 되며, 그림쇠와 굽은자가 네모와 동그라미를 가늠하는 근본이 되는 것과 같다. 이미 그런 근본이 놓여 있으니 사람이라면 아무도 그것을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시경>서리와 눈이 내려 쌓이듯, 해와 달이 밝게 비치듯, 에의를 지키면 존속되지만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망하게 된다

 

381 사람들의 감정이란, 눈은 색깔을 추구하려 하고, 귀는 음악을 추구하려 하며, 입은 맛을 추구하려 하고, 코는 냄새를 추구하려 하며, 마음은 편안함을 추구하려 한다. 이 다섯 가지의 추구란 사람들의 감정으로서는 절대로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의 추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다. 이 조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다섯 가지의 추구는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392 양주는 갈림길에서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기에서 반걸음만 잘못된 방향으로 향해도 뒤에는 천 리나 어긋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슬퍼서 우는 것이다. “

 

400 탕임금은 이윤을 썼고, 문왕은 여상을 썼고, 무왕은 소공을 썼고 성왕은 주공 단을 썼던 것이다.

 

405 명철한 임금은 요점을 파악하기를 좋아하지만 어리석은 임금은 모든 것을 상세히 처리하기를 좋아한다. 임금이 요점을 파악하기를 좋아하면, 모든 일이 상세히 처리된다. 임금이 모든 것을 상세히 처리하기를 좋아한다면 모든 일이 엉망이 된다. 임금은 한 사람의 재상을 검토하여 임명하고 한가지 기본법을 시행하며 한가지 지침만을 분명히 한다. 그리하여 온 천하를 감싸주고 밝혀 주어 이룩되는 성과를 살피는 것이댜.

 

12편 임금의 도리

 

순자는 반드시 다스리는 사람은 있어도 꼭 다스리게 하는 법은 없다면서, 법이나 제도보다 사람을 더 중시한다. 따라서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은 임금이 자신의 몸을 잘 수양하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는데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423 남편이 예의를 잘 지키면 부드럽게 따르면서 시중을 하고, 남편이 무례하다 하더라도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을까 두려워하면서 스스로를 삼가야 한다.  

 

13편 신하의 도리

14편 훌륭한 선비를 끌어들이는 법

 

479 냇물이나 연못이 깊으면 물고기와 자라가 모여들고, 산이나 숲이 무성하면 새와 짐승들이 모여들고, 법과 정치가 공평하면 백성들이 모여들고, 예의가 잘 맞추어져 있으면 군자들이 모여든다. 본디 예의가 몸에 갖추어지면 행실이 잘 닦여지고, 의로움이 나라에 잘 갖우어지면 정치가 밝아지는 것이다.  예의를 잘 지키면 존귀한 명성이 밝게 드러나고 온 천하가 그를 따르게 되어, 명령이 실행되고 금령이 지켜져 왕자로서의 정사가 다 이룩될 것이다.

 

486 강물이 깊으면 소용돌이치게 되고, 나뭇잎이 떨어지면 뿌리에 거름이 된다. 제자가 학문을 통하고 출세를 하면 스승을 생각하게 된다. <시경>에 이르기를 어떤 경우이든 말에는 응답이 있고, 어떤 경우이든 덕에는 보답이 있다

 

515 어진 사람의 군대는 해를 막고 악을 처벌하기 위하여 있는 것이지, 싸워서 남의 땅이나 재물을 빼앗기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다. 어진 임금은 전쟁을 하더라도 백성들을 사랑하고 정의를 따른다는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진 임금이 군사를 일으키면 가까운 곳 먼 곳 가릴 곳 없이 온 천하가 호응하여 힘들이지 않고 승리를 거두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든다. 군대나 전쟁의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남의 나라를 쳐부수고 빼앗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531 무력으로 남의 나라를 뺏는 것보다 나라를 안정시키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자기 나라만 잘 안정시키면 다른 나라들도 모두 귀복케 되고, 그 나라들을 모두 안정시키면 온 천하가 그의 것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왕자가 되는 기본 원리는 예의를 잘 닦는 일에서부터 비롯됨

 

16편 나라를 강하게 하는 법

 

힘에 의한 정치를 배격하는 한편 예의를 바탕으로 하여 도의에 의한 정치를 해야만 나라가 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다.

547 본디 임금이란 백성들을 사랑하면 안정되고, 선비들을 좋아하면 영화로워지며, 두 가지 중 한가지도 없다면 망하게 됩니다. <시경>훌륭한 군인은 나라의 울타리요, 삼공은 나라의 담일세

 

557 재물이나 보물은 클수록 존중되지만, 정치와 교화와 공적과 명성은 이와는 반대로 미세한 것들을 잘 쌓아 가는 사람이 빨리 그것을 성취시킨다. <시경>덕은 터럭과 같이 가벼우나, 사람들 중에는 그것을 잘 들어 올리는 이가 드무네.”

 

17편 하늘에 대하여 논함

 

하늘은 지각도 의지도 없이 다만 영원 불변한 원리에 의해 운행되고 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하늘은 사람에게 화나 복을 내려 줄 수 없으며, 그것은 모두 사람 자신이 그렇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순자는 하늘과 사람의 분수를 완전히 분리하고 사람은 하늘을 잘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곧 사람은 예의 법도를 만들어 하늘을 제어하고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567 하늘의 조화는 위대하지만 그 원리는 알 수가 없다. 사람은 사람으로서의 할 일을 잘하면 될 뿐 하늘의 원리까지 알려고 넘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568 하늘의 작용에 의해 사람이 이루어졌지만, 사람은 하늘의 작용을 알고 간섭하려 하지 말고, 사람의 도리를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584 사물의 한 부분만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신자, 노자, 송자, 묵자 등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순자는 하늘과 사람을 분리시켜 냉정히 전체를 관찰할 때 올바른 도를 파악하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유가에서도 공자나 맹자는 하늘이나 하늘의 명에 대해 독실한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하늘을 잘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이나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였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하늘이나 자연에 대한 순자의 견해가 공자나 맹자보다도 과학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18편 올바른 이론

 

587 임금이란 백성들의 선창자이며, 지배자란 아래 사람들의 의표이다. 그들은 선창하는 것을듣고 호응하며, 의표를 보고 움직인다. 선창이 잠잠하면 백성들은 호응이 없고, 의표가 숨겨져 있으면 아래 사람들은 움직임이 없을 것이다. 호응이 없고 움직임도 없다면 위아래가 서로 의지할 것이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임금이 없는 것과 같을 것이니, 불행이 이보다 더 클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이란 백성들의 근본이다.

 

600 순자는 예의와 함께 상여와 형벌도 매우 중시하고 있다. 더구나 벌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으면 세상은 죄의식이 없어져 혼란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608 혈기와 근력은 쇠해지지만 지혜나 생각에 의한 판단은 쇠함이 없다.

 

609 “제후들에게는 늙음이 있지만 천자에게는 늙음이 없다. 나라를 남에게 물려줄 수는 있어도 천하를 남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고 하는데,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그러할 것이다.

 

614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도둑질을 하는 데에는 반드시 그 목적이 있다. 부족한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풍족한 경우에는 여유를 더 늘리기 위해서이다.

 

공자께서도 천하에 올바른 도가 행해지게 되면 도둑들이 가장 먼저 변화될 것이다. “

 

619 비록 모욕을 당하는 것을 욕되게 여긴다 하더라도 싫어하지 않으면 싸우지 않는다. 비록 모욕을 당한 것이 욕되지 않음을 안다 하더라도 그것을 싫어하면 반드시 싸운다.

 

622 마음과 뜻을 닦고 덕행이 두터우며 지혜와 생각이 밝으면, 이런 사람의 영예는 안으로부터 우러나오게 되는데, 바로 이런 것을 의로움에 의한 영예라 한다. 벼슬과 지위가 높고 받는 공부와 봉록이 두터우며 지위와 위세가 뛰어나서, 위로는 천자와 제후가 되고, 아래로는 경상과 사대부가 되는 경우, 이런 사람의 영예는 밖으로부터 오는 것인데, 바로 이런 것을 권세에 의한 영예라 한다. 문란한 짓을 함부로 하고 더럽고 지저분한 짓을 하며, 분수를 넘어 사리를 어지럽히고 교만하고 포악하고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라면 이런 사람의 치욕은 안으로부터 우러나오게 되는데, 바로 이런 것을 의로움에 의한 치욕이라 한다. 욕을 먹고 모욕을 당하고 머리를 잡히고 손찌검을 당하며, 매를 맞고 다리를 잘리는 형벌을 받기도 하며, 목을 잘리거나 사지가 찢겨지는 형벌을 받기도 하며, 쇠사슬에 묶이고 재갈을 물리기도 한다면, 이런 사람의 치욕은 밖으로부터 오는데, 바로 이것을 권세에 의한 치욕이라 한다.

 

19편 예의에 의하여 논함

 

유가에서는 산 사람보다도 죽은 이에 대한 예를 매우 중시. 다만 그의 제사에 대한 기본 태도는 죽은 이를 위한 것이기보다는 산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합리적인 해석이 눈길을 끈다.

 

630 예는 어디서 생겨났는가? 사람은 나면서부터 욕망이 있는데 바라면서도 얻지 못하면 곧 추구하지 않을 수 없고, 추구함에 일정한 기준과 한계가 없다면 곧 다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투면 어지러워지고 어지러워지면 궁해진다. 옛 임금들께서는 그 어지러움을 싫어하셨기 때문에 예의를 제정해 이들의 분계를 정함으로써,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공급케 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욕망은 반드시 물건에 궁해지지 않도록 하고 물건은 반드시 욕망에 부족함이 없도록 해, 이 두 가지가 서로 균형 있게 발전하도록 하였는데 이것이 예가 생겨난 이유이다. 그러므로 예란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633 사람이 구차히 삶만을 찾는다면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구차하게 이익만을 찾는다면 반드시 손해를 볼 것이다. 구차하게 게으름 피고 놀고 먹는 것을 편안하게 여긴다면 반드시 위태로워질 것이다. 구차하게 감정적으로 기뻐함을 즐거움으로 삼으면 반드시 멸망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예의 하나로 통일되면 두 가지를 다 얻게 되고, 감정과 성질 하나로 통일되면 두 가지를 다 잃게 될 것이다.

 

641 모든 예는 소탈함에서 시작하여 형식적인 수식에서 완성되면 쾌락에서 끝을 맺는다.

 

643 먹줄을 잘 치면 굽고 곧은 것을 속일 수가 없고, 저울을 잘 달면 가볍고 무거운 것을 속일 수가 없고, 굽은 자와 둥근 자를 잘 대면 모나고 둥근 것을 속일 수가 없듯이, 군자가 예를 잘 알면 거짓으로 속일 수가 없다. 그러므로 먹줄이란 곧음의 표준이고 저울을 공평함의 표준이며 굽은 자와 둥근 자는 모꼴과 동그라미의 표준이듯이 예란 사람들의 올바른 도의 극점이다.

 

644 예를 들어맞게 사색할 줄 알면 이것을 일컬어 생각할 줄 안다고 하고, 예에 들어맞게 지조가 바뀌지 않으면 이것을 일컬어 절조가 굳다고 한다. 생각할 줄 알고 절조를 굳게 지킬 줄 알며 더욱 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바로 성인이다. 그러므로 하늘은 높음의 극치이고 성인이란 올바른 도의 극치이다. 따라서 배우는 사람이란 본디부터 성인이 되는 길을 배우려는 것이지 법도 없는 백성이 되기를 배우려는 것은 더욱 아니다.

 

667 무덤 속과 무덤의 모양은 집과 방을 본뜬 것이다.

 

670 상처가 큰 사람은 아무는 기간이 오래 걸리고, 아픔이 심한 사람은 더디 낫는다.

 

20편 음악에 대하여 논함

 

유가에서 음악은 예와 함께 그들 사상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예로는 사람의 행동과 겉모양을 규제하고 음악으로는 사람의 성정을 다스렸다.  

 

684 음악이란 즐기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으로서는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에게서는 음악이 없을 수가 없다. 즐거우면 곧 그것이 목소리에 나타나고 행동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사람의 도인 목소리와 행동과 본성의 작용변화가 모두 여기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에게는 즐김이 없을 수가 없으며, 즐기면 곧 겉으로 표현되지 않을 수가 없고, 겉으로 표현도어 올바른 도리에 맞지 않으면 곧 혼란이 없을 수가 없다.

 

693 군자는 귀로는 음란한 음악을 듣지 않고, 눈으로는 여색을 보지 않으며, 입으로는 악한 말을 하지 않는다. 이 세 가지는 군자가 신중히 하는 것이다. 

 

694 군자는 올바른 도를 터득함을 즐기고, 소인은 그의 욕망을 채우게 됨을 즐긴다. 올바른 도로 욕망을 통제하면 곧 즐거우면서도 어지럽지 않게 되고, 욕심만 내고 올바른 도는 잊어버린다면 곧 미혹되어 즐겁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음악이란 즐거움으로 인도하는 방편이다.

 

21편 가려진 마음은 열어야 한다.

 

705 올바른 도리와 질투에 미혹되어 사람들은 그가 좋아하는 대로 유인당한다. 자기 자신이 해 놓은 것에 대해서는 다만 그것이 나쁘다는 말을 들을까 두려워하고, 그 자신의 입장에 따라 다른 사람이 하는 방법을 보고는 다만 그것이 훌륭하다는 말을 들을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다스림과는 멀리 떨어져 달리고 있는 데도 자기가 옳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어찌 한 모퉁이가 가려져 있어서 올바름을 잘못 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욕심에 가려지기도 하고, 미워하는 마음에 가려지기도 하며, 일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가려지기도 하고, 일을 끝낸다는 생각에 가려지기도 하며, 멀리 있다는 생각에 가려지기도 하고, 가까이 있다는 생각에 가려지기도 하며, 넓다는 생각에 가려지기도 하고, 얕다는 생각에 가려지기도 하며, 옛것의 생각에 가려지기도 하고, 현재의 생각에 가려지기도 한다. 모든 만물을 서로 다른 한편만을 생각하면 서로 가려지지 않는 것이 없다. 그것이 마음을 쓰는 술법의 공공연한 환난이다.

 

711 현명한 사람을 알아보는 것을 밝다고 하고 현명한 사람을 돕는 것을 유능하다고 한다. 그렇게 하는 데 부지런히 힘쓴다면 그는 많은 복을 누릴 것이다.

 

713 도라는 것은 일정함을 본체로 해 변화를 다하는 것이니, 한 모퉁이로는 그것을 다 드러낼 수가 없다. 일부분만을 아는 사람은 도와 한 모퉁이만을 보는 것이어서 그것을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자신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이론을 꾸미면 안으로는 스스로를 어지럽히고 밖으로는 남을 미혹시키며, 위에서는 아랫사람들을 막히게 하고 아래에서는 윗사람들을 막히게 한다. 이것이 마음이 가려지고 막혀진 재난이다.

 

717 사람들은 무엇으로 도를 아는가? 그것은 마음으로 알 수 있다. 마음은 어떻게 도를 아는가? 그것은 마음이 텅 비고 한결같아지고 고요해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마음에는 여러 가지가 쌓여 있어서 텅 빈 상태가 있다. 마음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지만 이른바 한결 같은 상태가 있다. 마음은 계속해서 움직이지만 이른바 고요한 상태가 있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지각이 있고, 지각이 있으면 기억이 있게 된다. 기억은 여러 가지가 쌓이게 된다. 그러나 이른바 텅 빈 상태가 있는 것이다. 마음에 이미 쌓여 있는 것들 때문에 새로 받아들이려는 것들이 방해를 받지 않는 것, 그것을 텅 빈 상태라 한다. 마음은 생겨나면서부터 지각이 있고, 지각이 있으면 여러 가지를 분별하게 된다. 분별하는 것은 동시에 여러 가지를 아울러 알게 하며, 동시에 여러 가지를 아울러 알게 되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른바 한결 같은 상태가 있는 것이다. 저쪽의 하나 때문에 이쪽의 하나가 방해 받지 않는 것, 그것을 한결 같은 상태라 한다.  마음은 누워서 잠잘 때는 꿈을 꾸고, 멍청히 있을 때는 스스로 아무 곳이나 가게 되며, 그것을 부리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은 움직이지 않을 때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른바 고요한 상태가 있다. 몽상이나 번거로운 생각 때문에 지각이 어지러워지지 않는 것, 그것을 고요한 상태라 한다.

 

721 마음이란 육체의 임금이며, 신명의 주인이다. 명령을 내리기는 하지만 아무 곳으로부터도 명령을 받는 일이 없다. 마음은 스스로 금하고 스스로 부리며 스스로 뺏고 스스로 가지며 스스로 행하고 스스로 멈춘다. 입은 협박하여 침묵을 하거나 말을 하게 할 수 있고 육체는 협박하여 굽히거나 뻗게 할 수가 있으나, 마음은 협박하여 뜻을 바꾸게 할 수가 없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면 받아들이고,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면 물리친다. 그러므로 마음은 그가 선택한 것을 받아들이는 데 금하는 것이 없고, 반드시 스스로 보고 택하는 것이며, 그것을 잡다하지만 그의 정신이 지극한 경지에 이르렀을 때에는 헷갈리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시경>나물을 뜯고 또 뜯어도, 납작바구니에도 차지 못하네. 아아. 내 그리운 님 생각에 바구니도 한길 위에 내던지네.”라고 읊고 있다. 납작바구니는 채우기 쉬운 그릇이고, 나물을 뜯기 쉬운 풀이다. 그러나 한길로 떠나간 님 생각때문에 다른 일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갈라지면 아는 것이 없게 되고, 마음이 기울어지면 깨끗하지 못하게 되며, 마음이 헷갈리면 의혹이 생긴다고 하는 것이다. 마음으로 참고하고 고증하면 만물은 아울러 알 수가 있게 된다 몸으로 일에 대해 성의를 다하면 곧 아름다워진다. 모든 일은 한꺼번에 두 가지를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사람은 하나를 택해 한결같이 하는 것이다.

 

724 사람의 마음은 마치 쟁반의 물과 같은 것이다. 그것을 바르게 놓고 움직이지 않게 한다면 지저분하고 탁한 것은 아래로 내려가고 맑고 밝은 것은 위에 있게 된다. 그러한 물에서는 수염과 눈썹까지도 비추어 보고 잔주름까지도 살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풍이라도 불어오면 지저분하고 탁한 것이 아래편에서 움직이고, 맑고 밝은 것이 위편에서 어지러워져, 큰 형체조차도 올바르게 비추어 볼 수가 없게 될 것이다.

 

22편 올바른 명칭

 

공자도 제자가 만약에 임금이 선생님께 나라의 정치를 맡긴다면 무엇부터 먼저 하시겠습니까?”하고 물었을 때, “반드시 명칭을 바로잡는 일부터 하겠다고 대답하고 있다. <논어> 자로

 

742 사람에 관한 여러 가지 명칭은 나면서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을 본성이라 하고, 나면서 조화되어 생겨난 것이 안의 정기와 합쳐지고 밖의 감각과 호응하여 애쓰지 않아도 스스로 그러한 것 또한 본성이라 한다. 본성으로부터 나타나는 좋아함과 싫어함,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을 감정이라고 한다. 마음이 생각해 그것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작위라 한다. 생각이 쌓이고 능력이 익숙해진 다음에 이루어지는 것을 인위라 한다. 이익을 올바르게 추구하는 것을 사업이라 한다. 의로움을 올바르게 추구하는 것을 행위라 한다. 사람에게 지각의 원인이 되는 것을 앎이라 하며 앎이 모여 있는 것을 지혜라 한다. 사람에게 지혜의 원인이 되는 것을 재능이라 하며 재능이 합쳐져 있는 것을 능력이라 한다. 본성이 상하는 것을 병이라 한다. 우연한 때에 당하는 것들 운명이라 한다. 이것이 사람에 관한 여러 가지 명칭이며 후세의 임금들이 완성시킨 명칭이다.

 

747 마음은 인지 능력이 있다. 인지 능력으로 귀를 통해 소리를 알 수 있고, 눈을 통해 형체를 알 수 있다.

 

750 명칭이란 본디 좋은 것들이 있는데, 간단하고 알기 쉬우면 그것을 좋은 명칭이라 한다.

 

755 명칭을 들으면 실상을 알게 되는 것이 명칭의 쓰임이다.

 

761 본디 지혜 있는 사람의 말은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 알기가 쉽고, 그것을 실천해 보면 쉽고도 편안하며, 그것을 지키고 보면 자기입장이 편안해진다. 말한 것이 이루어지면 반드시 그가 좋아하는 것을 얻게 되고, 그가 싫어하는 일을 당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어리석은 자의 말은 이와 반대가 된다.

 

763 사람의 욕망이란 다 얻어질 수는 없지만, 추구하는 것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얻어진다. 사람의 욕망이 다 얻어질 수가 없다는 것은 그것이 하늘로부터 타고난 것이기 때문이며, 추구하는 것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얻어 진다는 것은 그것이 마음에 의해 추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769 그의 의지로 이치를 가볍게 보면서도 밖으로 물건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자는 있을 수가 없다. 밖으로 물건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안으로 걱정이 없는 자는 있을 수가 없다. 그의 행실이 이치에 벗어나면서도 밖으로 위태롭지 않은 자는 있을 수가 없다. 밖으로 위태로우면서도 안으로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있을 수가 없다.

 

23편 사람의 본성은 악함

 

사람의 본성은 나면서부터 이익을 좋아하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쟁탈이 생기고 사양함이 없어진다. 나면서부터 질투하고 미워하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남을 해치고 상하게 하는 일이 생기며 충성과 믿음이 없어진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귀와 눈의 욕망이 있어 아름다운 소리와 빛깔을 좋아하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지나친 혼란이 생기고 예의와 아름다운 형식이 없어진다. 그러니 사람의 본성을 따르고 사람의 감정을 좇으면 반드시 다투고 뺏게 되며, 분수를 어기고 이치를 어지럽히게 되어 난폭함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스승과 법도에 따른 교화와 예의의 교도가 있어야 하며, 그런 뒤에야 서로 사양하게 되고 아름다운 형식을 갖게 되어 다스림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로써 본다면 사람의 본성은 악한 것이 분명하며 그것이 선하다는 것은 거짓이다.

 

777 배워서 행할 수 없고 노력해 이루어질 수 없는데도 사람에게 있는 것을 본성이라 하고, 배우면 행할 수 있고 노력하면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람에게 있는 것을 작위라 한다.

 

788 댈나무가 생겨난 것은 굽은 나무가 있기 때문이며, 먹줄이 생겨난 것은 곧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이며, 임금을 세우고 예의를 밝히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 악하기 때문이다.

 

798 요임금이 순에게 물었다. “사람의 정이란 어떤 것이오?” 순이 대답하였다.

사람의 정이란 매우 아름답지 못한 것인데, 어찌하여 물으십니까? 자기 처자식이 생기면 어버이에 대한 효도가 시들고, 바라던 욕망이 채워지면 친구에 대한 믿음이 시들고, 작위와 봉록이 차면 임금에 대한 충성이 시드는 법입니다. 사람의 정이여, 사람의 정이여! 매우 아름답지 못한 것인데 어찌하여 묻습니까? 오직 현명한 사람만이 그렇지 않습니다.”

 

24편 훌륭한 군자

 

814 <시경>훌륭한 군자는 그의 행동이 그릇되지 않네, 그의 행동이 그릇되지 않으니, 온 세상 바로잡은 것일세.”

 

25편 상()가락의 노래          

 

817 신하들의 잘못을 따지 때는 자신이 한 일을 먼저 반성할지니라.

 

818 어떤 이를 현명하다 하겠소? 임금과 신하의 도리에 밝고 위로는 임금을 존귀하게 받들며 아래로는 백성들을 사랑하는 사람이지.

 

26편 부()로 노래함

 

857 구멍을 뚫고 다니며 밤낮으로 떨어져 있는 것들을 합쳐 아름다운 무늬 이룩하네. 세로 합칠 줄도 알고 가로 잇기도 잘한다네. 밑으로는 백성들을 입혀주고 위로는 제왕들을 장식해주며, 그의 공적은 매우 넓지만 어질다고 뽐내지 않네. 써 둘 때면 그대로 존재하지만 써 주지 않으면 숨어 버린다네. 중략, 왔다 갔다 하면서 꼬리를 맺음으로써 일하고 깃도 날개도 없지만 위아래로 매우 빨리 움직이며, 꼬리가 생기면 일이 시작되고 꼬리가 감기면서 일이 끝나네. 비녀는 아버지뻘이 되고 바늘통은 어머니뻘이 되며, 옷 겉을 다 꿰매고 나서는 또 안을 대어 주네. 이런 것을 두고서 바늘의 이리라 하는 것이네 _바늘_

 

27편 위대한 학문의 개략

 

883 “공경히 경계하며 태만하지 않아야 합니다. 뜰 앞에 일을 축하하는 사람이 있을 때, 대문 앞에는 불행을 위문하려는 사람이 와 있는 법입니다. 재난과 행복은 바로 이웃하고 있어서, 그것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가 없는 것입니다. 힘쓰고 힘쓰십시오! 만백성들이 모두가 바라보고 있습니다.”

 

887 신하는 간하는 말은 하더라도 비방하지는 말아야 하고, 간하는 말 때문에 다른 나라로 도망칠지언정 원망하지는 말아야 하며, 원망은 할 수 있으나 노여워해서는 안 된다.

 

890 예란 사람들이 밟고 나가는 길이다. 밟고 나가는 길을 잃으면 반드시 걸려 넘어지고 깊은 곳에 떨어지거나 물에 빠지게 된다. 잘못은 미세한 듯하지만 그로 인한 혼란은 큰 것이 예이다.

 

899 천하에 나라마다 뛰어난 인재가 있고, 어느 시대건 현명한 사람이 있다. 그러나 미혹된 자는 그들에게 길을 묻지 않고, 물에 빠진 자가 얕은 지점에 대해 묻지 않으니, 망하는 사람은 독선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시경>내 말 잘 따르고, 비웃지 말기를! 옛 분들 말씀에 나무꾼에게도 일을 물으라 하였다네

 

933 벗을 사귈 때는 그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어야만 하니,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덕의 시초가 되기 때문이다. <시경>에도 큰 수레를 밀고 가지 마라, 오직 먼지만 자욱이 일어날 것을!”이라 하였는데, 이것은 소인들과 함께 지내지 말라는 뜻이다.

 

936 근거 없는 말은 없애 버리고 재물과 여색은 멀리해야 한다. 그것들은 재난이 생겨나는 바탕으로 자질구레한 일로부터 생겨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찍이 그런 것들을 끊어 버리는 것이다.

 

937 말에 신의가 있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과 의심스러운 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의심스러운 것은 말하지 말고, 물어서 확인하지 않는 것도 말하지 않아야 한다.

 

937 속담에 흘러간 탄환은 움푹한 구덩이에서 멈춰지고, 근거 없는 말은 지혜 있는 사람에 의해 멈춰진다고 하였다. 그것은 비뚤어진 학문으로 일가를 이룬 자들이 유학자를 미워하는 까닭이다. 

 

940 많은 말을 하면서도 모두가 합당하다면 그는 성인이다. 말을 조금 하면서도 모두 법도에 들어맞는다면 그는 군자이다. 많은 말을 하는데 법도에도 들어맞지 않고 비뚤어지고 멋대로라면, 비록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소인이다.

 

28편 평상시의 교훈

 

950 공자왈 사람에게 악한 것이 다섯 가지가 있는데 도둑질도 그 속에는 끼지 않는다. 첫째는 마음이 만사에 통달하면서도 음험한 것. 둘째는 행실이 편벽되면서도 완고한 것. 셋째는 거짓말을 일삼으면서도 말을 잘하는 것. 넷째는 아는 것이 추잡하면서도 광범한 것. 다섯째는 그릇된 일을 일삼으면서도 겉으로는 윤택해 보이는 것이다.

 

제29편

 

977 말에 요령이 있다면 지혜로운 것이고, 행동에 원칙이 있다면 어진 것이다.

 

981 군자와 소인의 차이는 군자는 언제나 즐기며 걱정하기 않고, 반대로 소인은 즐거움 없이 걱정하며 산다는 것이다.

 

제30편 법도에 맞는 행동

 

984 증자가 병이나서 아들 증원이 아버지의 발을 잡고 있었다. 증자가 말하였다.

"원아! 이걸 마음엥 새겨 두어라! 내 네게 얘기해 주마. 물고기와 자라. 큰자라. 악어는 깊은 못도 얕다고 생각하고 그 속에 다시 굴을 판다. 매와 솔개는 높은 산도 낮다고 생각하고 그 위에 다시 둥지를 만든다. 그런데 그것들이 잡히는 것은 반드시 먹은 미끼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진실로 이익때문에 의로움을 해치는 일이 없어야만 한다. 그러면 치욕스런 일이 닥칠 수가 없는 것이다.

 

재31편 공자와 애공의 문답

 

1009 안연이 대답하였다.

"제가 듣건대, 새는 궁지에 몰리면 주둥이로 쪼고, 짐승은 궁지에 몰리면 발로 할퀴며,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거짓말을 한다 했습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그의 백성들을 궁지에 몰아넣고도 위험하지 않았던 임금이란 없습니다.

 

제32편 요임금과 순임금의 대화

 

1017 군자는 소처럼 힘이 세다 하더라도 소와 힘을 겨루지 않고 말처럼 달리기를 잘한다 하더라도 말과 달리기를 겨류지 않으며, 관리들과 같이 아는 것이 많다 하더라도 관리들과 아는 것을 다투지 않는 법이다. 그가 다툰다는 것은 비슷한 사람들을 대적하려는 기세 때문인데, 그대는 또 그것을 찬미하고 있다.

 

1022 "남보다 몸가짐을 낮게 하는 것 말인가? 그것은 마치 땅과 같은 것이다. 그곳을 깊이 파면 단 샘물이 솟아난다. 거기에 심기만 하면 오곡이 무성해지고 풀과 나무가 자라나며, 새와 짐승도 거기에서 생육되고, 살아 있는 것들은 그 위에 서 있으며, 죽으면 그 속으로 들어간다. 그 공로는 많으나 그 은덕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남보다 몸가짐을 낮게 하는 사람은 마치 땅과 같은 것이다.

 

1026 순자 자신도 어지러운 세상을 누구보다도 잘 인식하고 있었던듯하다. 그의 성악설을 비롯해 후왕 사상 등은 세상의 혼란을 의식하고 있었던 데서 우러난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순자는 뒤에 덕을 존중하는 유가의 정통에서 맹자에게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3.     저자에 대하여

목차와 뼈대

 

개정판을 내면서

옮긴이의 말

일러두기

<순자>는 어떤 책인가?

1권 학문을 권함/자기 몸 닦는 법

2권 구차한 짓을 하지 말라/영예와 치욕

3권 관상은 정확하지 않다/12명의 학자를 비판함/공자의 가르침

4권 유학의 효험

5권 올바른 정치 제도

6권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법

7권 왕도와 패도

8권 임금의 도리

9권 신하의 도리/훌륭한 선비를 끌어들이는 법

10권 군사를 논함

11권 나라를 강하게 하는 법/하늘에 대하여 논함

12권 올바른 이론

13권 예의에 대하여 논함

14권 음악에 대하여 논함

15권 가려진 마음은 열어야 한다

16권 올바른 명칭

17권 사람의 본성은 악함/ 훌륭한 군자

18권 상의 가락의 노래/부로 노래함

19권 위대한 학문의 개략

20권 평상시의 교훈/자식의 올바른 도리/법도에 맞는 행동/공자와 애공의 문답

       요임금과 순임금의 대화

 

순자는 공자의 사상에서 정통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맹자의 사상과는 여러면에서 상충되었고 그로 인하여 오랜시간동안 주목받지 못한 사상사중의 하나였다. 오히려 근대에 와서는 순자 한비자로 이어지는 사상이 더 관심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책속에는 자신의 사상을 다른학자를 비판함으로써 드러내고자하는 부분도 있다. 주류가 아니어서 다른 사상가들에 대한 연구를 제일 많이 한 사람중의 하나라고 한다. 본인에 의해서 쓰여진 부분과 제자들에 의해서 쓰여진 부분이 혼재된 내용이다. 중국인들의 마음을 지배해온 공자 맹자의 주류와 달리 순자는 객관적이고 현실적이다라는 평을 받고 있다. 다른 유가사상과 분명한 경계선은 하늘과 인간을 구분했다는 것이고 이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순자의 사상을 엿볼수 있는 부분이다.

 

감동적 장절

 

717 사람들은 무엇으로 도를 아는가? 그것은 마음으로 알 수 있다. 마음은 어떻게 도를 아는가? 그것은 마음이 텅 비고 한결같아지고 고요해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마음에는 여러 가지가 쌓여 있어서 텅 빈 상태가 있다. 마음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지만 이른바 한결 같은 상태가 있다. 마음은 계속해서 움직이지만 이른바 고요한 상태가 있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지각이 있고, 지각이 있으면 기억이 있게 된다. 기억은 여러 가지가 쌓이게 된다. 그러나 이른바 텅 빈 상태가 있는 것이다. 마음에 이미 쌓여 있는 것들 때문에 새로 받아들이려는 것들이 방해를 받지 않는 것, 그것을 텅 빈 상태라 한다. 마음은 생겨나면서부터 지각이 있고, 지각이 있으면 여러 가지를 분별하게 된다. 분별하는 것은 동시에 여러 가지를 아울러 알게 하며, 동시에 여러 가지를 아울러 알게 되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른바 한결 같은 상태가 있는 것이다. 저쪽의 하나 때문에 이쪽의 하나가 방해 받지 않는 것, 그것을 한결 같은 상태라 한다.  마음은 누워서 잠잘 때는 꿈을 꾸고, 멍청히 있을 때는 스스로 아무 곳이나 가게 되며, 그것을 부리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은 움직이지 않을 때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른바 고요한 상태가 있다. 몽상이나 번거로운 생각 때문에 지각이 어지러워지지 않는 것, 그것을 고요한 상태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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