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레몬
  • 조회 수 500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3년 1월 21일 00시 50분 등록

정유정

 

광주광역시 출생. 광주 기독간호대학을 졸업하였고 종합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였다. 자신의 병원에서 3 6개월 동안 간암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였다. 모친상 후 35살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빚더미 집안과 동생 셋을 책임지며 20대를 보내야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의 꿈은 소설가였다"면서 "정식 문학수업을 받은 적은 없지만 찰스 디킨스와 스티븐 킹을 마음의 스승으로 삼고 무작정 썼다"고 했다. 2007년 한 청소년문학상 공모에 투고해 당선되며 등단하였다.

 

<7년의 밤>의 판매 부수는 5월 하순 현재까지 약 7만부로 올해 출간된 한국 작가들의 소설 중에는 최고 판매량이다. 최근 영화 판권 계약까지 겹치며 경사를 맞았다. 출판사 측은 영화사 '위더스 필름'과 원작료 1억원+α(흥행 시 추가 수익)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작가는 자신의 목표를 '예술의 전당'에서 찾고, 누구는 '상아탑'에서 찾지만, 나는 '광장'에서 찾는다"면서 "단순히 독자를 웃기고 울리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아예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제 궁극적 목표"라고 했다.

 

 

 

 

 

7년의 밤 정유정

 

è 7년의 밥이라고 잘못 썼다가 웃음. <7년의 밥>이라고 쓰면 호기심은 더 증폭되긴 하겠다.

 

6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è 소설의 첫 문장. 흥미 유발.

 

프롤로그에서 궁금증 유발. 사건이 살인 사건임을 알게 한다.

 

7 숨바꼭질이 아니에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어요.

 

차례

프롤로그

등대마을

세령호 I

세령호 II

마티니의 법칙

세령호 III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에필로그

 

è 목차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마티니의 법칙>이 뭔지도 모르겠다. 알아들으라고 쓴 내용 같지 않다.

 

11 라이방이 라이방을 벗으며 말했다.

è 언어 유희. 작가의 역량을 기대하게 한다. 만만치 않을 것 같다.

è 등대마을인가? : 등대마을로 접어들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상황을 설명.

è 근데 라이방이 뭐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소설을 읽는데는 별 무리를 주지 않는다.

 

13 아저씨는 나이 마흔에 벌써 정수리가 성글성글했다. 눈썹에는 허연 도사 털도 났다.

è 고생을 많이 했다. 정신적 고생. 묘사로 암시. “도사 털표현에 정성을 들임.

 

17 시보레 팀은 웃음소리인지, 타잔 소리인지 모를 기이한 함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오로로로소리에 맞춰 전조등이 번쩍거렸다. 차 안 오디오에선 영구캐럴이 터져 나왔다.

è 책을 1독 한 후에 다시 이 부분을 다시 보니, 굳이 들어가야 하는 에피소드였나 싶다. 주인공이 아버지 때문에 선한 일을 하고도 악마의 자식으로 평가되는 것. 이를 보여주기 위해 다이빙 사고를 보여줌.

è 일단 프롤로그에서 유발된 흥미가 독서 의지를 계속 이어가고는 있다.

 

23 2학기 중간고사에서 목표의 8부 능선에 섰다. 반 석차 1, 전체 석차 5. 그날 아저씨는 나를 동네 고깃집에 데려갔다. 맥주잔과 콜라 잔을 부딪치며 성과를 자축했다. 그때, 벽에 걸린 텔레비전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사형이 확정됐다고 했다. 내 손에서 콜라 잔이 빠져나갔다.

è 희망과 절망. 대비 효과.

è 아저씨라는 사람의 캐릭터가 현실성이 부족하다.

 

나는 그 순간에야 알았다. 내 마음 어딘가에 희망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을.

è 디테일한 심리.

 

24 “그러니까 전부 다 사실은 아니지요?”

한참 만에 대답을 들었다.

사실이 전부는 아니야.”

그러니까 사실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는 거지요?”

è 말장난

 

25 선데이매거진은 내 삶 속으로 곱등이 떼처럼 튀어 들어왔다.

è 곱등이

è 정유정은 노력을 많이 하는 작가이다. 표현을 세세하게 고른다. 그런데, 꼭 그렇게 써야 하는가? 글이란 예술인데, 고생을 많이 하면 자동적으로 예술이 되는가?

è 글에 고생의 밀도가 지나치게 탐지되면 읽는 독자의 숨통이 조인다. 내가 소설을 준비하는 입장이라서 그리 보이는가?

è 정말로 선데이매거진을 보면서, 이 남자는 곱등이를 연상했겠느냔 말이다. 사람의 의식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따라간다고 했을 때, 정말 곱등이 같네 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è 게다가 가장 이상했던 것은, 선데이매거진이 그의 주소를 그리 고생스럽게찾아내어 배달되어 온다는 설정이다. 사실 가능성이 떨어진다.

 

26 그리고 웹툰도 있지만, 대부분 살인자의 자식은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경멸하는 것이 아니라.

 

34 되고도 남았다. 돌섬 서쪽 포인트, 수심 9미터 지점에는 절벽난간이 있었다. 난간 아래로 미로처럼 복잡한 협곡이 있고, 협곡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을 하면 사면이 빌딩 벽처럼 매끈한 곳에 이른다. 라이방이 말한 직벽이다. 수심이 근처에서 가장 깊은 곳이고 하향조류가 출몰하는 지점이었다. 이 조류는 수면에 긴 띠를 형성하면서 나타나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볼 수 있었다.

è 치밀한 조사. 아마 현장 조사를 했겠지.

 

36 겨드랑 밑에 살얼음이 끼는 기분이었다.

è 주로 다이버들의 표현을 빌리는 것이 좋은 방법일 테다. 늘 경험을 하는 자들은 생각해둔 묘사들이 있기 마련이다.

 

37 으깨진 입술은 웃는 것처럼 벌어졌고

è 시체의 상황과 웃는 표정. 정동의 불일치. 더욱 공포스럽다.

è 현재의 사고가 이전의 사건을 생각나게 한다. 여기에서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나?

 

40 내가 떨어져 내린 곳은 낡은 목조건물 앞이었다.

è 상상으로 빠져드는 첫 대목. 생뚱맞다.

 

41 산성리 돌섬 수중절벽 사고. 구조에 나선 다이버, 살인마 최현수의 아들로 밝혀져.

è 누구도 조간의 제목을 이렇게 뽑지 않는다.

è 소설도 아니고 사실도 아니다. 이건 억지다.

 

48 샛길 마술

è 뭔가가 있을까?

è 암시가 있나?

è 없는 것 같다.

 

51 머리털이 곤두섰다. 내 기억은 맞았다. 오영제는 그 아이, 세령의 아버지였다. 동시에 선데이매거진이었다. 그러나 이 추측에는 논리적 결함이 하나 있었다. 그는 7년 전에 죽은 남자였다. 그것도 아버지 손에 죽었다는 걸, 온 세상이 알고 있다. 기분 나쁜 혼란이 온몸을 번졌다. 불길한 직감이 악취처럼 달려들었다.

è 이제, 오영제의 생사에 대한 호기심이 하나 더 덧붙는다.

 

---------------------------------------------ll 현재 시점의 종결

 

è 51페이지까지. 불과 2명의 더 추가되었을 뿐인데, 소설을 훌훌 읽어내려가던 독자에게는 혼란이 왔다. 나는 솔직히 소설 초중반까지 현수와 승환을 헷갈렸다. 특히 51페이지까지. 주인공에게 아저씨로 불리던 사람의 이름이 승환인 것을 알려준 후, 바로 주인공의 아버지 이름이 최현수이고, 그가 죽인 여자 아이의 이름이 세령, 그리고 그의 아버지 이름이 오영제라는 것을 순식간에 폭로하여 인물 정리가 되지 않았다.

è 현수와 승환의 이름은 전혀 다른 것 같지만, 이니셜로 보자면 히읗과 시옷으로 비슷하다. 생각보다 많이 헷갈린다. 또한 젊은 아저씨의 이미지에는 현수가 더 맞는 이름이고 덩치가 큰 전직 야구선수 출신에게는 승환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작명이 그리 잘 된 케이스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60 호수는 섹시한 여배우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으나 몸 한번 넣어볼 수 없었다. 몸은커녕 손가락 하나 찔러보지 못했다.

è 눈을 확 틔우는 표현이었다. 다시 음미하게 하는. 그러나 뒤의 몸은커녕…” 이 부분은 필요하지 않았다.

 

63 “호수 밑에 옛 세령마을이 그대로 남아 있거든. 어떤 집 문설주엔 문패까지 달려 있다던데.”

è 긴 소설이었으나, <문패>라는 묘사는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è 상징성을 의도한 것이겠지. 은폐된 진실. 잠식된 세령마을. 그리고 그 호수에서 숨진 세령.

è 딸의 이름을 세령으로 짓는 아버지의 심리는? : 정상적인 아버지라면 세령마을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딸의 이름도 그리 지었으리라 추정된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인 오영제에게 세령마을과 세령은 소유의 대상에 불과하다.

è 사실 딸의 이름을 의미있게짓는다는 것은 애정을 의미하므로 조금은 맞지 않는 설정이다.

 

è 생일날 죽음을 맞이한 세령 : 행복과 슬픔을 대비시키는 방법을 많이 구사한다. 게다가 연결고리도 있다. 생일이라서 엄마 놀이를 한 것.

 

69 코가 왕만두만큼 부어올랐고, 들숨 때마다 목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났다. 몸엔 회초리 자국이 선명했다.

 

71 모르겠습니다. 제 방 창문 앞에 있다가 느닷없이 기절해버려서.

è 승환이 다친 세령을 안아들고 의사에게 가서 한 말이다. 독자는 프롤로그에서 죽은 여자 아이와 살인자로 지목된 주인공의 아버지 사이에 오해된 상황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런데 지금 전개되는 상황은 제 3자인 아저씨(승환)과 여자아이(세령)의 이야기다. 그런데 독자는 승환(아저씨)과 현수(아버지)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그 상황에서 잔뜩 아버지와 여자 아이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으므로, 승환과 현수를 헷갈릴 수밖에.

 

71 흡사 흰자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눈이었다.

 

72 고양이처럼 크고 꼬리가 올라간 눈에는 물기 같은 것이 반짝거렸다. 눈물처럼 보였지만 눈물이 아니었다. 승환은 그것이 공포라는 데 한 달치 월급을 걸겠다고 생각했다.

è 아무도 이런 순간에 한달 치 월급에 생각이 미치지는 못할텐데.

 

73 분노가 뜨거운 물처럼 식도로 내려가고 있었다.

è 실제로 분노에서 감동적인 다행감을 느끼면 이런 신체적 반응을 느낀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분노가 더해졌다라는 것을 묘사하기 위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분노는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것이지 아래로 하강하는 것이 아니다.

 

75 8월이 끝나가도록 본서의 수사는 없었다. 그사이 승환은 세령의 비명을 두어 번쯤 더 들었다. “아빠하는 절박한 부름도 들었다. 집을 나올 때 봤던 열린 창문 틈새로.

è , 이 사건은 본질적 사건이 아니다. 승환에게 이 사건에 깊게 연루될 감정적 명분을 심어주는 것.

è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소설의 장편화를 위한 부분?

 

75페이지에서 현수가 등장한다.

 

76 타이거즈가 납죽하게 얻어맞고 뻗는 쪽으로 흐르는 경기였다.

 

80 그날도 오늘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è 이렇게 시점이 변화는 부분에서는 한 줄 띄는 것이 낫겠다.

 

84 현수는 서원이 좋아하는 영화 <콰이광의 다리>의 첫 장면을 떠올렸다. 포로가 된 영국군이 휘파람으로 보귀대령의 행진곡을 불며 일본군 포로수용소로 행군해 들어오는 장면.

è 애들이 이런 걸 좋아할 가능성은?

è 애가 척추천자를 하는데 휘파람을 불며 위로할 아버지의 확률은?

 

è 주제가 가정폭력과 살인인데 그리 색다른 주제는 아니다.

 

94 돔 천장에 점멸등으로 별자리를 배치했다. 단언컨대 역대작품 중 최고였다. 그가 꿈꾸는 완벽한 가족이 그 안에 있었다.

 

95 이튿날 아침 영제는 돔을 치웠다. 광목천을 씌워 창고에 처박고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세령봉에서 오리나무 생가지들을 베어다가 회초리를 만든 뒤 집 안 곳곳에 걸어놓았다.

 

111 “오늘 아빠한테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이 있었거든.”

네가 빡 돌게 했잖아, 이 개 같은 년아!”

 

è 훌륭한 감정의 과정

 

114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됐다. 안개는 이제 꿈틀대는 수준이 아니었다. 새카만 상공에서 산사태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è 정적 안개의 역동적 느낌. 정적인 현상이 억장이 무너지는 자연재해와 동일한 위험도로 치환.

 

115 길고 새하얀 물체가 차 오른편에 들이받히며 보닛 위로 허리를 꺾고 착 들러붙었다. 산발한 머리가 차창을 내리찍었다. 그 반동으로 보닛에 들러붙었던 뭄뚱어리는 45도 각도로 튕겨나간 다음 도로에 떨어졌다. 폭발이 일 듯, 물보라가 희뿌옇게 곤두섰다. 몸뚱이는 빗길을 데굴데굴 굴러가다 그의 시야 끝에서 멈췄다.

è 치밀한 묘사

 

115 시야가 급류를 타듯 요동쳤다. … 머리를 들기까진 두 배가 더 걸렸다.

è 이건 말이 안 된다. 무엇인가를 쳤다. 그러면 끝까지 그 사물을 쫓게 마련이다. “그의 시야 끝에서 멈췄다.”고 하지 않았던가. 현수는 세령의 몸을 끝까지 응시해야 했다.

 

115 현수는 핸들을 움켜쥔 채 움직이지 않았다. 눈앞의 흰 몸뚱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한 남자의 세계를 보고 있었다. 시야에 6년 전 그날이 불려와 있었다.

 

116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1군에 올라온 남편을 보러 은주가 먼 길을 와 있었다.

è 이 순간이 떠오르는 것은 매우 적절하다. 현수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망해버린 생의 순간에 대한 생각이 늘 도사리고 있다.

è 그리고 그의 왼팔마비(그는 왼손잡이)에 대한 설명.

è 야구를 잘 안다는 것은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119 그는 자박자박, 빗물을 찍는 자신의 구둣발소리를 들었다. 안개를 뚫고 지나가며 오랜 세월 잊고 있었던 냄새를 맡았다. 짠 냄새, 바다냄새. 냄새는 기억의 방아쇠를 당겼다. 달빛을 받아 핏빛으로 일렁이는 수수벌판. 수숫대 위로 불어오는 바닷바람, 벌판 끝 바위산 너머에서 희끗거리는 등대불빛, 아버지의 구두와 랜턴을 쥐고 걸어가는 소년.

è 시체를 찾는 일. 그녀는 이미 죽어있을 것.

è 연상 작용.

 

122 머릿속 조력자가 대답해왔다.

è 현수의 몸에는 두 명의 사내가 있다. 이중인격.

운명이 난데없이 변화구를 던진 밤에는, 안개가 짙고 비가 내리는 금요일 밤에는, 인적이 없고 오두운 호숫가에서는,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눈을 뜨고 아빠라고 속삭여 올 때에는, 자기를 찾는 전화벨이 심장을 두들기는 순간에는, 흔히들 무의식이라 부르는 혼돈속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 좀 보여줄까?

è 좀 보여줄까? 라고 말하는 조력자.

è 하지만 왜 아이를 죽여야 했을까? 자기를 알아보면 안되기 때문에? 아이를 구석으로 치워버리기 위해서. 얼마나 다쳤는가? 회생할 수 없을 정도인가?

 

134 이 순간에 은주에 관한 이야기

è 적절하다.

 

143 월남에서 돌아온 새카만 최상사, 이제사 돌아왔네.

굳게 닫힌 그 입술, 무거운 그 철모

어린 동생 반기며 그 품에 안기네. 모두가 안겼네.

è 원래 알려진 노래와 절묘한 매치.

 

145 102호 멍청이는 자다 일어난 얼굴로 문을 열었다.

è 갑작스러운 장면 전환이다. 줄바꿈만 있다.

è 게다가 주의 깊은 독자가 아니라면 “102호 멍청이가 곧 승환인 것을 알기 힘들다. 모든 것을 기억하며 읽진 않는다.

 

153 세령은 모퉁이를 돌고 나면 자신이 전조등 빛에 잡히리라는 것을 예감하겠지. 그렇다면 달리기보다는 숨을 곳을 찾았을 것이다.

 

156

è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 않은 선착장. 낚싯줄. 두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 라고 추측하고 있다.

 

161 좀 이상하긴 합디다. 그 길로 차가 들어오는 일은 좀처럼 없는데, 그날은 두대나 들어왔어요.

 

168 차처럼 생긴 조끼를 벗는 느낌이었다.

è 큰 체구의 묘사, 탁월하다.

 

180 그는 숨을 멈췄다. 세상이 멈추었다. 소리도, 움직임도, 사람들도. 그 무서운 정지의 순간에 그의 왼손만 물고기처럼 펄떡거렸다 .기억이, 잊으려 안간힘을 썼던 기억이, 그를 향해 기차처럼 질주해오고 있었다. 그는 멈칫멈칫, 뒷걸음질 쳤다. 정신없이 눈을 깜박거렸다. 눈알이 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다시는 고의로 잊지 않도록, 무의식이 잠시라도 진실을 누락시킬 수 없도록, 아이의 눈이 그의 눈에 화인을 찍고 있었다. 당신은 사고를 낸 게 아니야.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181 댐수문처럼 크고 튼튼한 앞니.

è 훌륭한 묘사이고, 그 상황에서 연상될만한 현실적인 묘사이기도 하다.

 

187 102호 앞에 마티즈가 세워져 있었다. 샤워꼭지처럼 땀을 흘려대는 덩치가 몰기엔 애처로울 정도로 작은 차였다. 눈매가 드세게 생긴 제 마누라나 타면 모를까. 영제는 마티즈 보닛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룸미러에 씩 웃고 있는 야광해골이 달려 있었다. 마티즈와 웃는 해골, 이 조합을 어디서 봤을가. 전날부터 던지고 있는 질문이었다. 당돌한 꼬마 녀석을 만난 일요일 아침부터.

 

188

è 하영이 자신의 딸을 남겨두고 프랑스로 도피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192

è 승환도 자신이 오해를 살만한 시나리오를 깨닫고 긴장한다.

è 하나의 살인 사건에 두 명의 혐의자를 설정. 재미있는 구도다.

 

207 I believe in the church of baseball. 92, 8. 최현수

è 명문대 출신의 야구선수라 하지만 지나친 설정 같다.

 

209 ‘난 영혼을 믿고, 남자의 거시기, 여자의 엉덩이, 뚝 떨어지는 커브볼, 강한 근성, 고급 스카치, 방종으로 가득 찬 수잔 손탁의 소설들, 오스왈드의 단독범행, 인공 잔디와 지명 타자 법안도 수정되어야 한다고 믿지. 유효 타구 면적과 달콤하고 소프트한 포르노……”

è 이걸 모두 외울 수는 없다.

è 소설적 허용인가?

è 일단 독자로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면 완전히 몰입이 되질 않는다.

 

235 앞차를 모조리 청소하고 다니는 평소 운전습관으로 미루어

è 멋진 표현이 많다.

 

239 “속이 깊은 아이예요.”

결혼 전 처음 인사를 하러 갔을 때, 시어머니가 남편을 두고 한 말이었다. 옳은 말씀이었다. 어찌나 속이 깊은지 속을 볼 수가 없는 남자였다.

 

246 화장한다던데요. 오늘이 발인인데, 선착장에서 혼 건지기 굿을 할 모양이에요.

 

258 천둥벌거숭이

è 다만 굿판에 서원이 가게 된 매커니즘은 잘 이해가 안된다. 영제의 의도여야 하는데

è 굿판을 보여주지 않고, 굿이 끝난 후의 상황을 서원의 입을 통해 전함.

굿판의 묘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수가 도발되는 원인으로서의 굿판이 중요하므로.

 

è 왜 안승환은 그 시간에 세령호에서 잠수를 했던 거지?

영상을 찍기 위해서

 

262 승환은 인터넷 뉴스의 헤드라인을 들여다봤다. 자신이 형사라면, 가장 먼저 오영제를 의심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형사들이 자신보다 머저리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영제는 용의자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낚싯줄을 내놓지 않았다. 오영제의 속셈이 뭘까, 부검결과를 보고 유효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유효가치의 기준은 뭘까. 경찰에게 넘겨줄 만한 증거와 오영제의 유효가치는 다른 것인가. 본인이 직접 수사에 나섰다는 뜻으로 해석하려면 오영제가 범인이 아니라는 전제가 필요했다. 설마……. 설마, 범인이 아닌 것은 아니겠지?

è 탁월한 문단이다.

è 이유는 승환보다 현수에게 무게가 실리기 때문.

 

è 현수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다.

è 앞서 현수가 세령을 차로 치면서 시체를 찾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연상한 것은 맞지 않는 듯하다. 현수는 최상사의 아들이며 야구선수 출신이고, 시체 찾는 잠수부는 환수의 아버지다. 다이버도 환수이다.

 

278 내일이 우리 세령이 장례식인 거 알고 있니?

è 그 굿판에 서원이 오게 된 경위를 뒤에서 설명한다. 왜지?

è 살짝 시간이 전도되었다. 일반적으로는 시간 순서대로 가고 있다가.

è 다시 현재의 시점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280 어머니는 사건 나흘 후 세령호로부터 60킬로미터쯤 떨어진 세령강 하구언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인은 두부 손상이었다. 기사대로라면, 아버지가 어머니의 머리를 둔기로 쳐서 즉사시킨 후, 2공도교 아래로 던져버렸다. 그 아이의 목뼈를 틀어 호수로 내던졌듯. 검찰은 오영제도 동일한 흉기에 의해 살해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었다. 체포될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몽치에는 오영제와 아저씨와 아버지의 혈흔이 모두 묻어 있었다. 아버지는 의식을 일ㅇㅎ은 상태에서 체포됐다고 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씌어 있었다. 오른쪽 손목 복합골절 및 인대근육 손상, 코뼈 골절, 하악골 함몰골절 및 치아 손실, 사건 이틀 전에 입은 왼쪽 발등 개방골절로 인해 패혈증까지 와 있었다. 기사는 경찰이 오영제의 시신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è 이런 신문 기사는 없다. 굳이 신문기사라고 설명틀을 빌려야 할까? 상관없나? 나는 현실성이 떨어져서 감정이입이 잘 안 된다.

è 앞서서 서원에게 선데이매거진을 줄기차게 보내던 자는 죽지 않은 오영제일 것임을 시사한다. 그렇게 반전 없이 끝날 것인가?

 

284 편지는 그쪽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작성하겠습니다. 그에 앞서 말해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남편과 12년을 살았습니다. 남편이 저를 아는 만큼, 저도 남편을 안다는 뜻입니다. 그렇기는 하나 제 관점에서 남편을 얘기하는 건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합니다. 제 입장을 먼저 옹호할 것이 빤하니까요. 생각 끝에 제가 남편이 되어, 남편의 말로 얘기하자고 마음먹었ㅇ습니다. 그쪽은 이제부터 문하영이 아닌, 오영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뒤집어서, 제가 아니라 오영제의 답변을 받는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è 좀 작위적 설정같다.

è 그냥 오영제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것이 좋았을텐데. 오영제를 일인칭으로 삼아 그에게 스톡홀름 신드롬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면, 소설적 장치를 남용한 듯하다.

è 게다가 뒤이어지는 내용은 오영제가 아니면 결코 알 수 없는 내용들이다.

 

300 최현수의 사형 집행.

 

è 세령호 III에서 대결이 펼쳐진다.

 

312 은주는 내려오지도 않은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물었다. 소에 밟힌 것처럼 납작하게 꺼진 이마가 눈에 거슬렸다. 아니, 총체적으로 거슬리는 여자였다. 양피지처럼 얄팍한 뺨과 깊이 없는 표정, 상대를 탐색하는 교활한 눈, 최악은 시든 배춧잎 같은 몸뚱어리였다. 이런 여자와 하느니 쇠고기덩어리에 구멍을 뚫어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è 꺼진 이마의 묘사가 확 와닿았다.

 

328 몇 달 전, 유럽여행을 다녀온 처제부부가 집에 들른 적이 있었다. 선물이라고 사온 것이 칼바도스였다. 한국에선 흔하지 않은 술이라 형부 생각이 나서 샀다고 했다. 그는 고마운 마음으로 받았다. 처제부부가 돌아간 뒤, 은주는 있는 대로 성미를 부렸다. 분노의 몸통은 아니꼬움이었다.

è 훌륭한 표현이다.

 

334

è 이 대목에서 겨우 오영제가 하영과 만나게 된 첫 부분이 나온다. 소설의 앞쪽으로 모든 중요 내용을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인물들에게 애졍을 가지고 사사로운 스토리를 들어줄 용의가 생긴다.

 

340 최현수는 사람처럼 생긴 전차였다.

 

355

è 이 부분에서 드디어 은주는 상황의 전말을 파악한다. 서서히 은주가 희생물로 떠오를 준비를 한다.

è 은주는 같은 여자로서도 그리 사랑하기 쉬운 타입은 아니다. 단지 이해할 수 있을 뿐.

 

359 타이레놀 두 알을 꺼냈다. 물이 없어 질겅질겅 씹어 넘겼다. 혓바닥에 도는 아릿한 맛까지 알뜰하게 삼켰다.

è 알뜰하게 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è 사실 현수를 미치게 한 것은 오영제 그보다는 승환이 가지고 있는 비디오 아닌가?

 

362 병째 둘둘 부어도

è 소주가 넘어가는 소리 둘둘.

 

373

è 인간 최현수에 대한 설명. 오히려 상황이 거의 종결 시점으로 가니까 더욱 감동적으로 와닫는다.

 

376 우물에 떨어져 정신을 잃었다가 깼다가 하는 동안 나를 그렇게 불러댔겠지.

è 최악의 상황이다.

è 상황 설정의 귀재로군.

 

376 마을을 떠난 후에야 꿈속의 남자가 사라졌는데대신 용팔이가 나타났다네.

è 용팔이는 살인에 대한 죄책감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은 성공해서는 안 된다.

 

380 몽유병

 

396 우리 서원이한테 선물하신 그림, 미처 전해주질 못했어요. 제가 그만 실수로 찢어서 쓰레기통에 넣고 태워버리는 바람에. 특별히 의미 있는 그림은 아니었죠?
è 통쾌하군.

 

405 은주가 오영제에 대해 알게 됨

 

416 그의 손목을 움켜쥔 영제의 손아귀는 악어의 턱처럼 강고했다. … 고통이 시뻘겋게 쏟아졌다.

 

430 그는 버튼 조작법을 몰랐다.

è 이것이 원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è 눈을 감았다가 돌아서면 더 가까이 다가와 있는 놀이

è 다가올 때의 공포

 

471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정신이 깨어나고서야 알았네.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나. 아들을 살리려고 댐을 열었다고 하겠나? 아들 때문에 완전히 돌아버려서 마을사람들은 생각도 못 했다고? … 매일 매순간 실행하지 않은 건, 스스로 얻을 수 있는 구원이기 때문이었어. 종교를 거부한 것도 비슷한 이유고. 내겐 신이 나를 구원하지 못하게 할 자유가 있네. 내가 기다리는 건 구원이 아니라 운명이 나를 놓아주는 때야. 삶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워지는 순간

 

503 매주 한 번씩 내 이를 치료해주러 와.

è 매우 특수한 상황 설정

 

506 7년 전 밤이 계속되고 있는 거야. 오영제는 사형이 집행되는 날, 서원이와 나를 동시에 손에 넣을 생각인 거야.

è 그래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내가 저자라면

 

이 소설이 7만부밖에 팔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왜 내가 좌절감을 느끼는지. 물론 영화 판권을 땄다는 소식은 반갑다. 그러나 7만부라니! 그렇다면 7천 만원 남짓 벌었다는 이야기다. 이 돈이면 일년에 한 권 정도는 써야 한다. 게다가 매우 잘 써야 한다. 이 소설만큼은 써야 한다는 소리다.

 

그런데 왜 팔리지 않는가? 사실 뻔하다. 일단 나같이 책을 많이 사는 사람도 이 책은 안 산다. 이 책 이전에 태어나서 한 번도 한국 소설책을 사본 적이 없다. 자연과학책은 나의 주요 관심사니 그렇다고 쳐도, 사는데 도움을 줄만한 <지혜>류의 책들을 주로 사왔다. 예술을 책으로 경험하려 드는 부류는 이제 거의 없다. 영화를 보고 뮤지컬을 보긴 한다. 심지어 뮤지컬을 매우 감동적으로 본 경우라 하더라도 뮤지컬의 원작을 책으로 사서 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가? 내 책이 좋은 평가를 얻은 후 팔리지 않는 쪽과, 평가는 나쁘지만 잘 팔리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나는 차라리 후자가 낫다고 생각한다. 팔리는 책을 써야 하는구나. 웬만하면 영화 판권도 딸 수 있는, 스토리라인이 살아있는 책을 써야 한다.

 

이 책은 무겁다. 정유정 작가에게 유머감각이 있다는 평가는 잘못되었다. 읽는 내내 물 속에 잠긴 밤이다. 무거운 범죄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좋아할 만하다. 하지만 나의 개인적 취향과는 맞지 않는다.

 

<백년 동안의 고독>의 마르케스처럼 대놓고 마술적 사실주의를 채택한 것이 아니라면, 상당히 작위적인 설정도 보인다. 북리뷰에서 감정이입에 방해가 될만큼 사실성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을 지적해 두었다. 내 글을 쓰기는 어려워도 남의 훌륭한 글의 티끌은 잘 보이는 법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실주의란, 의식의 흐름도 사실에 가까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인과 관계 상 연역되는 의식이 분명히 있다. 멋드러진 묘사라 하더라도 그 인과관계가 끊어지면 독자의 머리에도 과부하가 걸린다.

 

노력이 많이 들어갔다. 책을 읽은 후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아니다. 밀도 있게 쓰는 것은 내 타입은 아니다. 그것은 대놓고 벌이는 지적 유희보다 더 재수없다. 나는 범생이에게 알러지가 있다. 열심히 노력하되 노력하지 않은 척 허세를 부릴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도()가 나와야 한다. 가볍게 날아올라 쏴야 한다.

 

잘 읽었다.

그녀가 부럽고, 책이 좀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은교>는 얼마나 팔았나?

솔직히 현재 베스트셀러인 <빅 픽쳐>보다 훨씬 탄탄하다고 생각한다. <빅 피쳐>는 번역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면 졸작이다. <7년의 밤>보다는 <빅 픽쳐> 쓸 예정이다. 굳이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IP *.49.66.148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92 죽음의 지대 -라인홀트 메스너- file 파에톤 2013.01.15 4366
1491 # 37 의식혁명 - 데이비드 호킨스 file [5] 샐리올리브 2013.01.15 11366
1490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 토드 부크홀츠 [6] 세린 2013.01.15 5967
1489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 진 시노다 볼린 [1] 콩두 2013.01.15 4602
1488 욕망의 심리학 id: 깔리여신 2013.01.15 3673
1487 안정효 <글쓰기 만보> - 수정하였습니다. [2] [1] 레몬 2013.01.15 4411
» 7년의 밤 - 정유정 레몬 2013.01.21 5000
1485 # 38 체인징 마인드 - 하워드 가드너 file 샐리올리브 2013.01.21 3124
1484 38. 공자노자석가_모로하시 데츠지 지음 한젤리타 2013.01.21 3864
1483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김장호- [1] [3] 파에톤 2013.01.21 4070
1482 #38 구본형의 그리스인이야기_생각정원 [1] 서연 2013.01.21 2911
1481 수학사_ 하워드 이브스 [2] 세린 2013.01.21 5815
1480 새로운 미래가 온다 - 다니엘 핑크 학이시습 2013.01.21 4327
1479 시간의 심리학-사라노게이트 id: 깔리여신 2013.01.21 4196
1478 우리 속에 있는 지혜의 여신들 - 진 시노다 볼린 콩두 2013.01.21 4038
1477 소설과 소설가 - 오르한 파묵 레몬 2013.01.27 3966
1476 #39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_윌리엄 오닐 서연 2013.01.28 6552
1475 39. 소설과 소설가(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3] [1] 한젤리타 2013.01.28 3381
1474 문명과 수학_리처드 만키에비츠_경문사 [1] 세린 2013.01.28 12218
1473 # 39 이 남자가 말하는 법 -김은성 file 샐리올리브 2013.01.28 3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