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id: 깔리여신
  • 조회 수 284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3년 3월 11일 09시 08분 등록
 

니체 자서전

나의 여동생과 나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성균옮김/ 까만양출판사


저자에 대해서

독일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이자 시인인 프리드리히 니체는 20세기를 연 문제적인 철학자이다. 1844년 독일 레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니체의 조상은 폴란드 계라고 알려져 있다. 5세 때 목사인 아버지를 사별하고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함께 할머니의 집에서 자랐다. 14세에 슐포르타 기숙학교에서 엄격한 고전 교육을 받고 1864년 본 대학에 진학하여 신학과 고전 문헌학을 공부했다.

  1865년 스승인 리츨을 따라 라이프치히 대학으로 옮겨갔으며, 그곳에서 바그너를 알게 되어 그의 음악에 심취하였다. 이 두 대학에서 신학과 고전문헌학을 공부했다. 25세의 젊은 나이로 스위스 바젤 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로 임명되었고,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심취함으로써 철학적 사유에 입문했다.

   28세 때 최초의 저작『비극의 탄생』을 펴냈으며 이 저작에서 니체는 아폴론적인 가치와 디오니소스적인 가치의 구분을 통해 유럽 문명 전반을 꿰뚫는 통찰을 제시한다. 1873년부터 1876년까지는 독일과 독일민족, 유럽 문화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가하며, 위대한 창조자인 '천재'를 새로운 인간형으로 제시한 『반시대적 고찰』을 집필했다.

  1879년 건강이 악화되면서 재직중이던 바젤 대학을 퇴직하고, 이후 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요양지에 머물며 저술 활동에만 전념했다. 1888년 말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니체는 이후 병마에 시달리다 1900년 8월 25일 바이마르에서 생을 마감했다.

   니체의 정신병을 두고 원인이 분분하지만 젊었을 적 얻었던 매독이 발전되어 정신분열로 이어졌다는 설이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까지도 그의 유고들이 발굴되고 있으며 이 유고들은 니체연구 학자들에 의해 현재 독일에서 니체전집으로 출간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나올 예정이다.

  니체가 사망한 해인 1900년은 특별한 상징을 지닌다. 19세기를 마감했다는 의미가 될 수도, 20세기를 새롭게 연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 후자일 것이다. 실제로 니체는 '사후, 나는 신화가 될 것이다'는 예언을 했는데, 이 말이 사실이 되었다.

   헤르만 헤세, 앙드레 지드, 프란츠 카프카 등 니체를 선망하는 일련의 작가들이 니체의 사상을 문학으로 형상화하였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초라고 여겨지는 카프카가 니체를 엄청나게 존경했다는 사실과 카프카의 작품 세계는 결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매듭이다. 또한 하이데거와 야스퍼스 등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니체를 실존철학의 시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프랑스의 포스트 구조주의자들, 그러니까 푸코와 들뢰즈 그리고 데리다 역시 니체를 위대한 사상가로 평하며 저마다 계승 의식을 발현했다.

  한편, 한국에서도 니체에 대한 열광은 대단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신을 죽인 자의 행로는 쓸쓸했도다』라는 박상륭 작가의 소설이 출간되기도 했다. 한국에서 니체 전문가로 꼽히는 사람으로는 고병권이 있다. 마지막으로 파시즘에 의한 니체 사상의 오용이 있다. '권력', '힘', '미학', '귀족주의' 등 니체가 중시한 가치를 파시즘이 차용함으로써 모순적이게도 니체의 사상은 파시즘과 나치즘에 의해 선전된 바 있다.


저서로는『니체 최후의 고백』『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인간적인 것, 너무나도 인간적인 것』『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선악의 피안』『도덕의 계보』『이 사람을 보라』『권력에의 의지』등이 있다.

   니체의 작품 세계에서 대표작인『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위치는 각별하다. 이 작품은 그의 집필 활동의 정점에 씌여진 것으로, 그의 활동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고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언 형식의 아포리즘이 니체 저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아포리즘의 절정이다. 반대로 영미철학이 자주 구사하는 식의 논지 전개를 니체도 시도한 적이 있는데, 대표적인 저서가 『도덕의 계보』이다.

  그의 사상적 특징은 한 마디로 요약하기가 불가능하다. 특히 니체 이후, 니체 계승자라고 자처한 학자들이 제각각의 니체를 창조함으로써 니체 사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었다. 하이데거는 니체를 적극적 니힐리스트로 규정하였고, 푸코는 권력-지식 담론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니체는 고정된 가치에 회의적이었고, 특히 기독교적 덕목을 혐오하였다. 니체 사후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니체에 대한 숭배는 끊이지 않는다.


목차


-니체의 저작들


-니체의 인생행로를 좌우한 여성 네 명


-서문


제1장. 나의 인생에 처음부터 개입한 여동생


제2장. 나의 신, 루 살로메


제3장. 황폐한 자궁, 문화와 법, 국가


제4장. 여동생과 루 살로메, 철학, 고독


제5장. 사랑과 실연, 광기와 운명


제6장. 쇼펜하워, 역사, 바그너, 예술


제7장. 사랑과 성욕, 백작부인, 유라시아 소녀, 인간본성


제8장. 발각된 나와 여동생의 내연관계, 지식과 경험, 마르크스


제9장. 사랑과 권력, 초인과 영원회귀


제10장. 내가 바라는 것들


제11장. 나의 적들


제12장. 루 살로메의 의미와 나의 강령


에필로그 : 그녀에게 바치는 기도


-니체 연보


-번역자 후기


-찾아보기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문장들


제 1장 나의 인생에 처음부터 개입한 여동생


****나에게 엘리자베트는 최초 여성이요 ‘나의 인생 전체가 끌려들어가는 따스하고 화창한 항구이다. )36P)


***공동묘지의 눈부시게 화창한 햇살은 나의 꿈에서도 강렬하게 쏟아졌다. 공동묘지들- 우리가 방문해야 할 때만 방문하는 곳들인데도 우리에게 불쾌감이나 실망감을 결코 안겨주지 않을뿐더러 부자도 빈자도 죽으면 똑같이 묻히는 지붕 없는 저택들-이야말로 우리가 스스로를 위해 건축하는 가장 안온하고 가장 내구적인 저택들이다. 겨울에도 여름에도 그 저택들은 문을 활짝 열고 허심탄허하게 우리를 반기며 인사한다. (36P)


****엘리자베트와 나 사이에 그 일이 처음 벌어진 바로 그날 밤 우리의 어린 남동생 요제프가 죽었지만 우리는 요제프가 죽어간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날 밤 나는 예기치 못한 몇 시간동안 엘리자베트가 나에게 가져다준 그토록 풍부한 온기를 사랑함과 동시에 원망했다. 내가 깊은 잠에 바져있을 때면 그녀가 나의 침대로 기어들곤 했는데 나의 몸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통통하고 작은 손가락들의 움직임들을 느끼면서 나는 전율했다.(45P)


***나는 열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열두 살  즈음에 나는 분명히 적어도 100편의 시를 썼을 것이다. (46P)


***엘리자베트가 나에게 퍼붓는 감정적 공격들에 대응하는 나의 방식은 주로 문학, 음악, 철학 보편적 화제 등으로 그녀의관심을 돌리려고 노력하는 것이다.(46P)


****나의 궁극적 선택-철학자가 되기로 한 선택 첫 번재 이유는 내가 바그너만큼 고매한 지위를 도저히 획득할 수 없으리라는 두려움을 느겼다는 것이고, 둘째 이유는 내가 누군가의 밑에서 심지어 신(神)의 밑에서조차 2인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도저히 납득시킬 수 없었다는 것이다. (53P)



***만약 당면 현실에 대한 화해를 갈구하는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것과 같은 서민적 본능의 요구들에 내가 굴복했다면 나는 음악가가 아니면 신학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둘 중 어느 쪽이 되었건 나는 대단히 완고하고 평범한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53P)


***나는 ‘이 사람을 보라’를 탈고했을 때 전투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생각햇다. 그런데도 나의 가족은 대관절 무슨 굉장한 이유대문에 그 원고를 그토록 불쾌하게 여기고 또 출판마저 보류해버렸을까?(54P)


제 2장 나의 신, 루 살로메

***세익스피어는 <햄릿>과 <리차드 2세>같은 희곡들의 중심에 우유부단한 인물을 등장시키곤 핸다. 그가창조한 그런 나약한 인물들은 더욱 인간적인 인물들이어서 한층 더 현실적인 인물들이다. 도덕적 정신적 나약함은 필멸(必滅)하기 마련인 우리의 숙명에 우리가 지불해야 할 값이다. (56P)


***이제 나는 한 마리 비참한 벌레이다. 그러므로 나를 향해 다가오는 죽음이라는 중대한 사건을 제외한 어떤 사건도 나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56P)


***내가 지금 가장 우려하는 것은 나이 어머니, 여동생, 루살로메에 대한 나의 관계들을 내가 폭로할 경우에 사람들이 보일 여러 반응들이다.(57P)


***나는 나의철학 속에서 인간의 정신에 씌워진 모든 가면과 모든 겉치레를 과감히 벗겨냈고 그렇게 발가벗겨진 수치를 모르는 해골 같은 인간들을 다그쳐 삶의 부대로 끌어냈다. 내가 감히 모든 인간을 상대로 감행해야 했던 그 일을 과연 내가 삼가야 할까? 다른 모든 의무보다 진리에 대한 의무를 최우선시하라고 설교해온 내가 과연 필멸할 수 박에 없는 비겁한 지식인이라는 가면을 쓰고 무덤에 묻혀야 할까? (58P)


***나의 하늘은 ‘여성 네 명과 나의 관계들로 더렵혀졌고 지금 누워서 죽어가는 나의 주위로 시켜먼 뇌운들이 모여드는데 이토록 암울한 노트는 내가 아프고 마비된 손가락들로 힘겹게 끼적거리는 글들을 보듬어준다. 조만간 폭풍이 몰아치리라. ...이 노트가 출판되면 폭풍은 추억의 풍경에 다시금 싱싱한 생기를 불어놓고 나의 메마른 뼈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리라.(58P)


***나의 죽음은 나를 삶을 극복한 승리자로 만들어주지는 않겠지만 나의 고백은 나에게 확실한 불멸성을 안겨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거룩한 지성소를 가리던 장막을 과감히 찢어버렸고 온갖 고약한 피부병에 걸려 악취를 풍기는 발가벗은 영혼을 백일하에 드러내버렸기 때문이다. (58P)


****엘리자베트가 비록 근친성애성향들을 지녔을지언정 나에게 그녀는 어머니같은 존재인 동시에 아버지같은 존재였다. 그녀가 나를 엄격히 훈련시키지 않았다면 신은 죽었다는 것과 우리는 존재의 무의미한 카오스 같이 어찔어찔한 공허에 빠져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내가 처음 개달은 청춘의 아침부터 이미 나의 천재성은 시들어버렸을지 모른다. (59P)


****율리시스처럼 나도 밀랍으로 나의 두 귀를 틀어박고 내가 탄 배의 돛대에 쇠사슬로 나의 몸을 묶은 채 사이렌들이 출몰하는 바다를 항해했다. 그러나 사이렌들은 사랑노래로 나의 두 귀를 망가뜨리지 않았다. 나의 밀랍과 쇠사슬은 사이렌들의 농간에 대응하지 못하는 무용지물이었다. 왜냐면 사이렌들은 수도원의 독방같은 나의 금욕에서 나를 끌어내어 좌절된 사랑의 광란지경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더욱 강력한 무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이렌들은 나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대신에 침묵을 말없는 비웃음의 우박을 퍼부었다. 나는 여우만큼이나 교활햇지만 루살로메를 위시한 사이렌들은 나보다 더 교활했다. (61P)


****나는 내 어머니의 심장을 가졌다. 그녀의 위선적인 미덕은 그녀가 일생 나를 결박해둔 쇠사슬이었고 나는 오직 성공 불가능한 시도를 감행해야만 비로소 그 쇠사슬을 끊어버릴 수 있었다. 우리는 정상적인 성애관게를 감히 바랄 수조차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김히 비정상의 극한들까지 넘보았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 존재의 패러독스인데 왜냐면 나는 삶을 열정적으로 사랑했으되 그 사랑을 결코 정상적인 성애체험으로 유도하지는 못햇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의 과도한 정숙이라는 독(毒)은 내 존재의 샘물을 오염시켰다. (65~66P)


***나는 거룩한 성자로 변하는 대신 십자가에 못박히는 고통을 당했고 나의 무신론자 차라투스트라는 비록 죽음을 남몰래 두려워하면서도 십자가에 못박힌 삶을 긍정하는 ‘니체 -예수’였을 따름이다. (66P)


***“무릇 심오한 남자는 비록 신(神)을 가질 수 없더라도 벗들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나는 신도 갖지 않았을뿐더러 단 한 명의 벗도 갖지 않았다. (67P)

***루 살로메는 ‘정숙’이라는 단어의 가장 진실한 의미에서 정숙했다. 왜냐면 우리의 열정을 제한한 그녀는 쾌락을 서로 공유하는 노선에서 탈선하는 열정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한 번도 싫증을 느끼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는 언제나 성욕을 자제함으로써 그녀를 마치 신같은 존재로 -즉 끝없는 환희의 원천으로 만들어주는 여성의 신비를 지속적으로 간직했기 때문이다.(68P)


***오, 루 살로메여, 나의 잃어버린 낙원이여, 에덴으로 돌아갈 길은 없구나. 한 대는 존재했으나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을 지복한 땅으로 돌아갈 길은 어디에도 없구나. 우리가 나누는 사랑의 입맞춤들은 밤이면 우리를 뒤따르는 거대한 그림자들처럼 황금빛 황홀경의 실마리도 없고 시커먼 절망의 날카로운 모서리들을 무마하는 달빛의 어루만짐도 없는 캄캄한 어둠에 홀연히 녹아버리는데....바람들은 잦아들고 사위는 적막하지만 죽음의 시간이 다가왔으므로 가슴 속에서는 미쳐버린 폭풍이 날뛰는구나. (68P)

****한 여인의 사랑은 상처 입은 영혼의 진통제라는 것은 진실이지만 근친성애는 폐쇄된 정원이요, 봉인된 우물인지라 그곳에서 솟아나던 생명수는 말라버리고 피어나던 꽃들은 건드리기만 해도 시들어버린다. (69P)


***모든 욕망이 사라진 고에서도 심지어 숨 쉴 대마다 고통스럽고 죽음이 고통을 벗어나는 해방을 약속하는 곳에서조차 ‘삶욕망’은 여전히 존재한다. 죽음은 우리의 권력에 속하지만 삶은 결코 그렇지 않다. 왜냐면 우리가 철봉에 매달린 아이처럼 두 손이 마비되도록 필사적으로 삶에 매달려도 삶은 그런 우리를 퇴짜놓아버리기 때문이다. (72P)


****나는 죽기 직전가지도 나에게 처음으로 낭만적 사랑의 가능성을 가르쳐 준 그녀에 관한 꿈을 꾸리라. 그녀의 입맞춤들에 비하면 소크라테스, 쇼펜하워, 솔로몬, 석가모니는 삶을 향한 열정을 상실한 질투심 많은 환관들에 불과하다. (79P)


***붓다와 기독교 성자들이 삶보다 죽음을 아무리 좋게 보았을 지라도 죽음은 결코 삷보다 좋은 것이 아니다. 지금 죽어가는 내가 아는 바로는 죽은 인간보다 더 비극적인 것은 없다. 그가 이미 땅속에 묻혀있든, 삶도 미래도 믿지 않고 살아있는 시체로서 세상을 걸어 다니든 상관없이 그렇다는 말이다. 나는 어머니 자궁 속에 있을 때부터 삶을 사랑해왔고, 나의 관(棺)을 운구할 자들이 나의 주변에 모여서 나를 영원 세계로 데려갈 신호를 기다리는 지금도 나는 삶을 사랑한다. (79P)

제 3장 황폐한 자궁, 문화, 법, 국가


****나의 어머니가 조금만 더 적게 위선을 떨어서 우리집 주변을 맴돌던 슬만한 노총각들 중 한 명과 결혼했다면 참으로 다행이었으리라. 그리고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여정도 엄청나게 달라졌으리라. 나는 그녀가 선택할 남자의 종류와 그 남자가 엘리자베스와 나에게 기칠 영향을 다져보느라 참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86P)


***부류(部類)를 불문한 어떤 새로운 나자라도 이 집에 들어와서 우리와 함께 살았더라면 엘리자베트가 지금만큼 사납고 심술궂은 작은 동물로 성장하지는 않았으리라. (86P)


****헬레네 대문에 트로이 전쟁이 치러지고 있을 때 그녀는 일개 아녀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전쟁이 종결되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기록된 그 전쟁의 연대기는 그녀를 여신의 반열에까지 올려놓았다. (90P)


***우리는 그리스 조각상들의 발을 바라보면서 경외심밖에 품을 수 없다. 그런 발을 가진 사람이 그 발에 샌들을 신거나 강렬한 햇볕에 그 발을 노출하고 걷는 위험을 수용할 수 있으리라고 우리는 믿기 어렵다. 우리가 만약 그런 발을 가졌다면 발가락에 매니큐어 따위나 칠해서 더럽히고 말았으리라! (95P)


***내가 경험한 것들 중 가장 어처구니없는 것은 ‘남녀인간들이 자신들을 주변의 식물들이나 동물들보다 우월하게 태어난 존재들로 인식하기를 당연시하는 무의식적 방식이다. 우리의 외모는 육상동물이나 식물들이나 조류들의 외모보다 훌륭하게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때로는 훨씬 더 흉하게 보이기가지 한다. 나는 언젠가 어느 동물원에서 숭고하리만치 아름답고 자상한 얼굴을 가진 동물을 구경하다가 아시시의 성자 프란체스코를 떠올리고 말았다. (107P)


제 4장 여동생과 루 살로메, 철학, 고독


***나의 인생에는 모두 네 명의 여성이 있었다. 그녀들 중 두 명만 나에게 행복의 근사치를 안겨주었는데 그 두 여성은 모두 창녀였다. 하지만 그녀들이 나에게 안겨준 행복은 순간적 행복이었다.

엘리자베트는 충분히 아름다운 여성이었지만 나의 여동생이었다. 루살로메는 충분히 지성적인 여성이었지만 나의 청혼을 거절했다. (114P)


***만약 행복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어떤 행위도 행복을 머금지 않을 것이다. (114P)


***내가 어던 기분에 빠져있든 상관없이 내가 성적(性的)행복을 느끼는데 필요한 조건 하나는 상대여자가 젊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춘의 후광을 발산하지 않는 여자는 나에게는여자도 아니다. 그런 여자는 낙원의 입구에서 입장권을 받는 접수원을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내가 볼 때 낙원의 내부를 빛내주는 여성은 결코 될 수 없을 듯하다. (114P)


***쇼펜하워는 그야말로 나의 구원자였다. (117P)


***나와 쇼펜하워를 가르는 한 가지 중대한 차이는 쇼펜하워가 그토록 환멸스러워 하던 삶을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부러우리만치 평온하게 끝가지 영위해갔다는 것이다. (117P)


***내가 사랑한 것들 중 나에게 유익한 것은 하나도 없다. 맥주마저 나에게 유익하지 않다. 나는 맥주를 딱 한 잔만 마셔도 대화보다는 잠을 청할 정도로 줄음에 시달린다. (130P)

★★★ 니체는 술에 참으로 약했다.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면서, 자신을 디오니소스로 생각했으면서도


제 5장 사랑과 실연, 광기와 운명


***신들은 우리의 내면에 존재하고 우리의 내면은 그들의 형상을 비추니, 우리 모두가 신들이요 천상의 강자들이므로 부디 신들에게 기도하지 마라. 차라리 그대들 자신에게 기도하라. 그리하여 안타이오스(해신 포세이돈과 지신 가이아의 아들로 반거인(半巨人)이다.)처럼 대지의 흙을 움켜쥐고 전능한 대지의 권능을 받아서 강해져라.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인도하는 안내자들이다. 나는 그대들의 운명이요 그대들은 나의 운명이다.(144P)


****비너스는 미네르바를 질투하는데 만약 사랑여신 비너tm가 속옷을 벗어내리는 동안 지혜여신 미네르바가 찬란한 정신을 과시하려고 애쓴다면 그 두 여신이 벌이는 전쟁은 하늘도 땅도 죽음의 전쟁터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비너스의 벌거벗은 두 허벅다리는 저 최후심판을 위한 검(劍)처럼 우주마저 단숨에 베어버리는데 처녀 미네르바에게 감히 충성을 맹세하는 여느 철학자도 그 검에 베이면 산산조각 나고 말리라. (146P)


****고대 그리스의 비밀스러운 주신제(酒神祭)는 에로틱한 히스테리들과 문란한 성행위를 동반하는 시끌벅적한 음주가무를 통해 삶에 대한 두려움과 무지를 망각하기 위한 열광적 노력이라고 믿는 확신을 나에게 되돌려 주었다. (153P)


****루 살로메는 나에게 일종이 마약이요 영국의 아편쟁이 드퀸시가 묘사한 금단증상과 황홀경의 모든 끔찍한 심연으로 나를 처박았던 마약이었다. 나는 나의 루살로메 중독증을 스스로 치료하는 동안 나를 마치 신에 대한 스피노자의 지성적 사랑을 다시금 향유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인간정신의 왕국에서 다시금 흥청거릴 수 있도록 체질개선된 마약중독자 같은 존재로 느꼈다. (153P)


****그녀가 나에게 해준 메마른 키스들은 무의미한 것들이라고 가르쳐준 그녀는 나의 철학에서 디오니소스적 토대들을 제거하고 과학적 지식이라는 굳건한 반석 위에 나의 철학을 가져다놓으라고 나에게 강요했기 때문이다. (153P)


****파울 레가 야훼를 머리로는 부정하면서도 가슴으로는 긍정했다면 루살로메는 비너스를 가슴으로는 긍정하면서도 머리로는 부정했다. (154P)


***'자연은 쇄신되지만 인간은 쇄신되지 않는다!“친애하는 호라티우스여, 그대는 참으로 멋지게 말했다! 그대의 은신처에서도 그랬듯이 나이 소박한 은신처에서도 자연은 스스로 끊임없이 쇄신한다. (156P)


***눈이 마주친 자를 마비시킬 수 있는 메두사의 섬뜩한 눈초리는 나를 돌로 만들어버리지만 나는 아직도 나의 얼굴을 에덴동산으로 돌려서, 달콤한 향기에 매료된 곤충들을 꾀어 들이는 장미꽃들을 응시한다. 목표도 목적도 없이 들에 핀 한 떨기 꽃처럼 햇살을 받아먹으면서 단순한 삶욕망에 몰입하여 존재의 고뇌도 망각한 채로 살아가는 와중에도 즐길한한 사치는 있기 마련이다. (157P)


****나의 지헤는 최근에야 미몽에서 깨어났으므로 나는 햄릿보다도 더 소크라테스보다도 더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도 더 무지(無知)하다 ” 최종진리는 이것, 즉 “아무 진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하여 오직 십자가에 못박혀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정신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64P)


****삶은 삶을 배신하지 않는 자들을 결코 배신하지 않으리니! (166P)


***여성의 성생활에 관한 비밀들을 폭로해온 내가 아물 뻔뻔한 들 조르주 상드만큼 뻔번하지는 않았으리라. 왜냐면 그녀는 자신의 모든 애인을 인쇄용 잉크로 만들어버렸고 자신의 키스들도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즉시 지불할 수 있는 현찰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175P)


***나는 비록 '가혹해지고 잔인해져라고 남들에게 주문하기는 했어도 평생을 연민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야 할 운명을 타고났던지, 토리노에서 마부에게 채직질 당하던 말을 목격하자마자 나의 집을 뛰쳐나와 그 짐승을 향해 달려가서 와락 끌어안고 쓰디쓴 눈물을 그 짐승의 운명에 떨구었던 것이다.

이런 사태가 바로 나를 파멸로 몰아간 것이다. 나의 설교와 실천을 쪼개는 분열- 이것은 나의 정신처럼 미쳐가는 서구정신을 조개는 심대한 분열에 속하는 것이다. (176P)


****오직 자신의 육감적 몸매만 부각시키도록 의도적으로 단순화된 의상을 입고 헬레네의 고혹적 알몸만큼이나 도발적으로 나의 열정을 자극하여 아프로디테를 위한 비밀제전으로 소환하는 아질한 향수를 사용하던 루 살로메에 비하면 그냥 한덩이 육체에 불과했다.(182P)

(조르주 상드에 비유)


****러시아의 니힐리즘 학파에서 훈련받는 루 살로메는 여성해방을 선택했고 속물적 도덕들로 방직된 갑갑한 구속복을 벗어던져버렸다. 이것이 바로 나를 매료시킨 그녀의 매력이었다. 즉 내가 나의 저서들 속에서만 과감히 부정할 수 있던 중류계급의 가치들을 아스파시아처럼 맹렬히 거부하는 그녀의 태도가 매혹적이었다. (183P)

내가 만약 그녀에 대한 믿음을 상실햇다면 그 까닭은 내가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상실하고 나이 타고난 별자리에 대한 믿음도 상실했다는 데 있으리라. ...나는 진실로 그녀가 나를 살해할지라도 나는 그녀를 믿겠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지식을 단일한 전체로 조직하여 행성들의 교향악에 화합시키려고 노력해왔다. 그래서 나는 음악, 시, 과학, 철학, 윤리학, 정치학, 문학을 모조리 공부했는데 왜냐면 나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권을 인간에게 확인시켜줌으로써 인간이 스스로를 초극하는 신인성(神人性)을 획득하여 초인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184P)


***저 라마의 비열한 농간들이 나를 루 살로메와 결별시켰을 때 나가 괴테의 베르테르처럼 행동했다면 그 까닭은 나에게는 이미 적나라하고 의기양양한 삶 자체가 되어버린 사랑에 대한 나의 지배력을 상실할까봐 두려워서 내가 히스테리에 휩싸이고 말았기 때문이다. (185P)


***내 인생의 사랑과 격리된 나는 나를 인간으로 만들어준 사랑과 결별한 나는 차라투스트라처럼 나의 정신을 제정신으로 즉 저주받은 자의 전형적 광기로 진입함으로서 자긍심을 움켜쥐겠다는 희망을 품고 저 광기의 화염분화구를 향해 필사적으로 뛰어들었다. (185P)


제 6장 쇼펜하워, 역사, 바그너, 예술

***만약 내가 두 번째 유년기에 나의 주거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기회를 부여받았더라면 나는 내가 실제로 주거하던 위선적 집안보다는 차라리 사창가의 유곽을 선택했으리라고 생각한다. (190P)

***나는 술에 취해 흥청망청하지는 않으면서도 술잔치를 즐겨 베푸는 디오니소스주의자요, 음주를 즐기지 않으면서도 보헤미안이고 한 여인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춤출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병들었으면서도 우주의 어질한 소용돌이를 옹호하는 자이다. (191P)


***나는 쇼펜하워를 기억하지만 않으면 나의 미래를 완전히 확신하므로 매일 아침마다 그와 결별하지만 황혼녁마다 어김없이 그를 다시 만나서 화해하고 만다. 그의 모든 결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는 내가 될 수 있는 인간보다 더 충실한 인간, 더 순수한 인간, 더 많은 이해력을 가진인간이었다. 그는 심지어 나보다 조금 더 미친 광인이엇다. (191P)


***예술가란 마치 신(神)이라도 된 듯이 스스로를 훈련시키다가도 나머지 시간에는 마치 인간처럼 행동해야만 자신이 쾌락을 누릴 수 있다는 듯이 행동하는 인간이다. (192P)


****나는 그동안 슈만처럼 호흡하고 쇼펜하워처럼 생각하며 플라톤처럼 글을 스려고 노력했다. 나는 슈만이 누린 행복한 평온을 한 순간도 누려보지 못했다 쇼펜하워는 함락하기보다는 날아서 넘어가기가 더 쉬운 요새이다. (197P)


****나는 그 시절 바그너의 일부분을 사랑했다. 나는 코지마에 대한 사랑을 결코 중단하지 않았다. 트립센에서 바이로이트로 가는 여행은 코지마에서 바그너를 거쳐 다시 코지마로 가는 여행이었다. (201P)


***바그너에 대한 나의 믿음이 약해지면서 ‘나는 음악세계의 시민이다’고 믿는 나의 확신도 약해졌다. (202P)


***나는 바그너도 넘고 음악도 넘어서 나이 산문(散文)이라는 음악으로 진입했다. (202P)


***<짜라투스트라>에서 나는 세계 전체를 충분히 껴안을 수 있을 만큼 나의 두 팔을 넓게 벌렸다. 내가 <짜라투스트라>를 완성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했던 다른 모든 일은 헛일이 되고 말았으리라. (208P)


****모든 가면 중에서 가장 위대한 가면은 ‘아무 가면도 쓰지 않은 맨얼굴이다. 만약 내가 신을 믿는다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신의 가면은 바로 이처럼 아무 가면도 쓰지 않은 맨얼굴이리라. (210P)


제 7장. 사랑과 성욕, 백작부인, 유라시아 소녀, 인간본성


***성욕은 여태껏 문학이 나에게 가르쳤고, 그만큼 내가 섭렵한 모든 도서관의 책들은 구애하는 남자들을 돼지들로 변신시켜버린 키르케같은 백작부인의 가식적 입맞춤들에 비견될 정도로 수다하다. (212P)


****내가 백작부인을 처음 만난 곳은 포르타였고 우리를 맺어준 것은 훔볼트에 대한 우리의 공동적인 관심이었다. 나는 적어도 그녀가 훔볼트에 대한 나의 열정을 공유한다고 생각했지만 열다섯살에 불과하던 나는 그때까지도 여자들은 오직 자궁을 통해서만 생각하고 자궁에서 솟는 정열의 불길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심지어 훔볼트마저-움켜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213P)

***백작부인은 나이 서른 살에 빠져든 불륜의 고통을 꽤나 침착하게 인내했는데 그러면서도 그녀는 일종의 관능적 두려움을 느끼며 내 청춘의 미숙함을 구경했다....나의 육체와 정신과 여온은 나를 유혹해서 난파시키려고 집요하게 찾아다니는 이 사이렌의 집착에서 도저히 헤어날 수 없었다. (214P)


****그녀는 구멍 뚫린 언덕의 검은 비너스요, 그녀를 신(神)으로 용납하지 않았던 시대를 거치면서 악마적이고 파괴적인 여인으로 성장한 보들레르의 비너스였다.

이 프로이샌의 백작부인은 이 악마적 비너스는 가장 환상적인 음란행위들로 쾌락을 맛보려고 획책하면서 그녀의 귾임없는 불륜욕구에 휘둘리지 않을 버팀목으로 삼을 만한 지식적 오만과 문홪ㄱ 열망을 아직 지니지 못한 미숙한 청춘이던 나를 미치게 하여 그녀의 즉흥적이고 실험적인 성애대상들 중 하나로 만들려고 했다. (216P)


****나는 나의 인간적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그녀가 그녀의 승마용 장화와 함께 그녀의 침실에 항상 비치해두던 그녀의 승마용 채찍으로 그녀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이 보들레르의 비너스가 지닌 기괴한 변태성욕들을 알아차리지 못한 나는 자기학대와 가학행위를 열망하는 그녀의 성욕만 채워주었을 따름이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야수적 욕망들을 일깨우는 내 청춘의 분노가 자행하는 육감적 폭력을 영접하기 위해 마치 기겁한 고양이의 등처럼 둥글게 휜 그녀의 벌거벗은 등짝을 휘갈기는 나의 채찍질은 오히려 그녀를 쾌락의 황홀경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218P)


***나는 백작부인을 상기할 때면 ‘여자들이란 채찍으로 다스려야 할 것들이지만 여성본능은 변태적인 것이라서 가학행위는 여자의 성욕을 잠재우지 못하고 오히려 정반대로 여자의 성적 흥분만 강화시킨다고 말해왔다. (218P)


***“여자를 가장 가혹하게 다스리는 폭군은 다름 아닌 여자이다”라고 영국의 소설가 메러디스는 말햇다. 여자의 자궁은 여자의 정신과 의지를 고갈시켜서 여자를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거미집의 일종이다. (220P)


***죽음의지는 삶의지만큼 강력하므로 각자의 자궁에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은 죽음 자체를 일종의 불꽃놀이로 변질 시킬 것이다. (218P)


****그녀는 나의 감각기관들에 쉼없이 충격을 가하고 그녀의 변태적 욕망들로 나를 경악시키면서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신적으로 나를 거세하여 그의 지배의지 아래 조그려 앉는 무기력한 환관으로 만들어버리려고 애썼다. (221)


****‘침대 -무덤에 누어있던 하이네도 ’정신병원-묘지‘에 묻혀있는 나도 ’우리가 감히 모든 범죄 주에서도 가장 중대한 범죄-사랑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우리를 저 음울하고 음탕한 비너스의 품에 던져 넣고 매독이라는 번개로 우리를 폭격하여 우리의 육체와 정신과 영혼을 박살내 버린 야훼를 불러낸 원용이 바로 우주적 아이러니였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코니아에 소속된 나의 동료대학생들 중에도 많은 이들이 매독에 걸렸지만 그들은 재때 치료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적 긍지와 숙명적 나태에 젖은 나는 나의 몸이 빈민가의 곪아터진 스레기들로 가득한 시궁창 꼴로 망가질 때가지 나의 몸안에 병독들이 축적되도록 방치했던 것이다. (225P)


***그가 그토록 숭배하던 아름답고 젊은 여왕같은 아내가 나같이 하찮은 천민과 피를 섞어버린 메살리나였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그의 귀족적 오만은 치명적 충격을 받았고 그가 받은 모욕에 앙갚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살을 결행하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228P)


***그녀에게 흠신 빠져들어 그녀를 탐닉하던 나는 ‘나를 둘러싼 세계가 신들의 황혼 속에서 칙칙한 회색으로 물들어가며 내지르는 하얀 절규에 빠져 익사하고 있었다. (228P)


****성욕의 일종인 애욕(愛慾)을 소유한 백작부인과 다르게 루 살로메는 나의 비도덕성에 대한 수치심을 없애줌으로서 살(肉)을 겁내는 나의 바울 식 두려움에 의해 침식되던 나의 남성적 긍지를 회복시켜주었다. (235P)


***청소년 니체가 백작부인과 유리시아 소녀를 신과 혼동하여 그녀들의 육체들이야말로 낙원으로 들어가는 현관문들-영원지복을 누리는 천국으로 들어가는 관문들 -이라고 생각햇다면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꼬마목사 프리츠니체를 용서할 수 있으리라. (239P)


***나는 사랑했고 또 고뇌햇지만 내가 무엇보다도 진실로 말할수 있는 것은 ‘나는 살아왔다’는 것이다! (241P)


제 8장 발각된 나와 여동생의 내연관계, 지식과 경험, 마르크스


***존재와 생성, 밤과 낮, 흑과 백은 우리의 제한된 이해력을 줄기차게 규제하면서 당혹하게 만든다. 실제로 이런 단순한 구분법들이 인간행동에 대한 우리의 비극적 오해들의 대부분을 유발한다. (251P)


****나는 나의 시대를 살아가는 철학자들의 미노타우로스이다. 분별없고 성급한 어떤 테세우스도 나를 결코 정복하지 못하리라. 이 예언을 확실시하기 위해 나는 아리아드네를 나의 내밀한 죄수로 만드는 예방조치를 취해놓았다. (254P)


***인간은 선(善)한 예의범절을 창조했다. 그러나 신이 선한 인간들을 창조하지 못했거늘 인간이 창조한 예의범절이 어찌 선하겠는가? (253P)



****플라톤을 순전히 재미로만 읽을 수 없다면 그가 쓴 모든 o화의 행간들에서 웅변되는 교혼을 찾아 읽어도 좋으리라. 그 교훈이란 “세계는 단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의 경험세계이다‘는 것이다. (253P)


***생활이 첫째지식을 낳았고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이 내린 결론들을 연구하는 과정이 둘째자식을 낳았다. 그래도 우리가 죽어서 각자 무덤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것은 얇은 수의(壽衣) 한 벌뿐이다. (254P)


****감각세계에서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은 경험이다. 비(雨)는 인간에게는 하나의 사물이지만 나무에게는 전혀 다른 것이고 언덕에게나 산에게도 역시 전혀 다른 어떤 것일분 아니라 그것을 낙하시켜서 방면하는 하늘에게도 역시 다른 어떤 것이다. (255P)


제 9장 사랑과 권력, 초인, 영원회귀


****파우스트적 격정에 휘둘린 나는 음주가무에 빠져 흥청대는 삶의 왕국을 습격하여 벌거벗은 헬레네를 나의 두 팔로 끌어안으며 난폭한 강간을 자행한 파우스트처럼 “감정이 모든 것이다!‘라고 외치고 싶었다. (266P)


***정신병원이라는 창문을 통해 삶을 관찰햇지만 이 정신병원에 입원되어 강제로 감금된 지금 나는 ‘나의 남성적 오만’을 미지의 것과 신비로운 것을 꿰뚫어보는 루 살로메의 여성적 통찰력과 견줘보려고 애쓰는 위험한 제정신의 소유자가 되었다.


***에로틱한 정염이 난무하는 주신(酒神)제(祭)를 열어서 남서와 여성의 모순, 정신과 감정의 모순, 감각과 감성의 모순, 상층과 하층의 모순, 하늘과 땅의 모순을 없애고 그것들 모두를 바흐의 푸가나 베토벤의 고향곡처럼 -영혼의 긍정에너지와 부정에너지를-뵘의 오르간 음악에 융합하는 이시스의 여제사장ㅇ 주관하는 제레P들에 내가 처음 입문한 곳은 타우텐부르크였다. (274P)


****나는 나의 러시아 헬레네의 육체에 집착함으로서 인간과 초인에 대한 나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275P)


***그녀의 사랑권력과 나이 권력사랑은 황홀하고 환희로운 하나의 찬란한 불꽃이 되었다. (275P)


***나는 모든 문명이 목적지로 삼는 하나의 숙명이므로 엘리자베트가 나에게 저지른 악행은 역사의 조명을 받으며 정당화된다. 왜냐면 스피노자와 분주하게 돌아가는 이 산업시대의 박자에 적응한 스피노자일 따름인 헤겔의 관념체계들에서처럼 역사에서도 선은 악이 되고 악은 선이 되기 때문이다. 바이런이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누나 오거스티와 얽히고 설키게 만들 운명에 있었듯이 엘리자베트도 자신의 인생을 나의 인생과 얽히고 설키게 만들 운명에 있었다. (277P)


***루살로메는 바로 내가 품은 이런 사탄의 긍지에 대항하여 싸웠고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녀의 사랑과 긍지에 대항하여 사웠고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녀의 사랑과 열정에 적합한 수준가지 나를 강등시키는데 성공했다. 루살로메는 엘리자베트라는 -자신과 내가 공유하던 중대한 죄의식을 건드려 나의 내면에서 잠자던 악마를 깨운-악한 천사와 선한 천사였다. (279P)


****나는 죽어서 50년이 지나면 신화가 될 것이고, 서양이 어둠에 먹혀도 나의 별은 하늘에서 빛날 것이며 나의 별빛을 받은 나의 권력철학은 권력이 아닌 섭리로서 재검토되리라. (280P)


***이 병원의 입원환자 한 명은 푸들 한 마리를 키우는데 그는 그 개를 쇼펜하워가 매우 아기던 푸들의 이름을 따서 아트만-세계영혼-이라고 부른다. 그 개가 개집에 갇힌 동료철학자를 알아보는 듯해서 나는 그 개를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 날 병원수위에게 걷어차이던 그 개가 깽갱 짖으며 울었다. 그때 나는 소리쳤다. ‘그만하시오, 그 개를 때리지 마시오. 그 개는 내 친구의 영혼이요. 나는 그의 목소리를 알아들엇단 말이외다!“

그 장면을 목격한 의사 한 명은 내가 미쳤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추가로 발견했다는 듯이 나의 외침을 자신의 수첩에 기록했다. (285P)


****그 속물은 내가 그저 피타고라스 흉내를 낼 따름이고 인두겁을 쓴 스컹크에게 학대당하는 개를 목격한 피타고라스가 내뱉은 유명한 외침을 내가 그대로 반복할 따름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영혼들은 윤회한다는 발상은 흔히 말해지는 만큼 어리석은 것이 아닐뿐더러 영원회귀라는 나의 개념도 내가 피타고라스의 신조를 현대적으로 재생시킨 것일 따름이다. 우리는 과거 한 때 개들이었고, 그래서 우리는 지금 우리의 고향인 개들의 세게로 슬금슬금 회귀하는 중이다. (285P)


****도스토엡스키의 지하인간과 나의 초인은 동일인이므로 각자 바진 어두운 함정에서 햇살 밝은 양지로 기어 나오느라 요셉처럼 다치고 멍들거나 피 흘리면서도 언제나 그런 고통을 프로메테우스적 영혼의 굳센 강철에 용접하기를 열망한다. (289P)


***존재는 신성하다. 그리고 오직 광인만이 자신의 신성한 광기로서 삶의 신성을 시험할 수 있다. 광기가 거두는 승리들은 제정신이 거두는 승리들 못지않게 위대한 것들이다. (289P)


***제논은 죽어서 황금왕관과 케라메이코스의 기념조각상을 헌정받는 영에를 누렸다. 나는 그런 사후축복은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만약 죽은 나의 시신을 운구하는 장레행렬이 천천히 지나가는 에나의 길거리들에서 창문이 하나도 열리지 않고 요강이 하나도 비워지지 않더라도 나는 기쁘리라. 물론 그런 장례식은 <차라투스트라>의 저자- 천상에서 불을 훔치려다가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스스로를 희생시키며 고통당하는 프로메테우스-에게는 슬픈 종말이리라. (290P)


****내가 루 살로메의 품에 안겼을 때 그녀는 나에게 “당신은 이런 일이 또다시 영원히 반복되기를 바라나요?”라고 물었다. 마치 영원회귀라는 신성한 개념을 영원한 오르가슴-디오니소스의 파괴적 황홀경-으로 변질시켜버리는 여인처럼. (291P)


****나는 나의 영원회귀를 살아왔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존재잔체로 철학했고 카오스의 수레바퀴는 나를 광기로 내몰았다. 그러나 영원한 여성의 두 팔에 안긴 나는 그녀가 나를 위로 끌어올린다고 느겼다. 왜냐면 그녀는 나를 괴테주의자로 만들었고 지옥으로 떨어지던 나를 구원해주었기 때문이다. (292P)


****나는 신을 나 자신으로 대체했기 때문에 불경스럽고 병적인 이기주의자라고 비난받는다. 하지만 나는 거만한 주장을 할 때도 실제로는 지극ㅎ 겸손하고 나의 병적인 이기주의도 내가 품은 열등감의 표면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297P)


****우리의 시대에는 야훼를 전지전능한 은행가와 혼동할 지경이다. 부르주아 인간은 신을 부르주아신사로 둔갑시켰다. (296P)


***신은 나의 귀족취향에 비하면 너무 저급한 피조물이라서 내가 볼때 그가 신을 대체하는 과정은 시나이 산의 공기 희박한 꼭대기로 승진하는 과정이 아닌 증권거래소로 좌천되는 과정이다. (297P)



제 10장 내가 바라는 것들


***내가 바라는 것들은 지극히 소박하고 지극히 희귀한 것들이다. 나의 뼈를 온화한 기후, 나이 허파를 위한 깨끗한 공기, 나이 위장을 위한 신선한 채소들, 나의 정신단련을 위한 간명하고 지식적인 대화......

나는 정녕코 지금까지 돈을 한 번도 원하지 않았다. 내가 돈에 관해서 생각하는 유일한 경우는 나에게 돈이 필요해질 때뿐이다. (124P)


***내가 위안으로 삼는 한 가지 사실은 아무도 나의 가치를 감소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슬라브족 공주와 결혼했다면 나는 행복할 수 있었겠지만 세게는 차라투스트라를 천 년이나 더 기다려야만 했으리라. 그런데 만약 내가 루 살로메를 만나기 전ㅇ에 ,차라투스트라>를 썼다면 그녀가 나에게 어지 저항할 수 있었겟는가. 그러나 만약 내가 루 살로메와 차라투스트라 중 하나를 선택했어야 한다면 나는 궁극적으로 여성을 선태했으리라고 생각한다. (307P)


***영원회귀는 인간존엄성에 대한 모든 감각의 근저를 이룬다. 우리가 동물들, 조류, 곤충들, 어류의 생태들을 더 잘 알고 싶다면 우리는 어던 현상의 재발과정을 관찰함으로써 그들의 생태와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해야 하리라. 영원회귀라는 개념이 없다 인간ㄷ도 시간과 공간에서 우연히 생겨난 부질없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수백만 번 무수히 재생되는 와중에 강조되는 인간은 실을 잣는 물레 같은 개념적 존재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308P)

제 11장 나의 적들


***절대진리이라고 불리는 대단한 거빗말들의 세게에서 걸으마하는 법을 나에게 처음 가르친 사람은 바로 코지마였다. 나의 절치난 벗이 나를 배신했을때 나의 양심은 죽을 만치 지독한 병에 걸렷지만 코지마는 나의 양심자체야말로 점잔배는 위선적인 루터주의가 만연한 나움부르크에서 걸린 질병의 일종이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을 나에게 심어줌으로써 나를 치유했다. (318P)


****나의 일평생은 자유와 숙명의 벌이는 결투엿고 신이 되려는 나의 욕망과 한 마리 벌레로 남아야 할 숙명이 벌이는 결투였다. (326P)


***루살로메가 자신을 나에게 결코 완전히 증여하지 않았던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녀의 육체가 그녀의 소유재산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에게 성욕을 표현해야 할 필요가 있을때 내가 그녀의 육체를 빌리 수는 있엇어도 그녀의 육체와 그녀의 영혼은 언제나 그녀의 소유재산으로 남아있엇다. (342P)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 크세노파네스는 서기전 500년 무렵 ‘우리는 우리가 지닌 이해력의 수준과 형식에 맞춰 우리의 형상대로 신을 창조’한다는 사실을 이미 간파했다. ‘에티오피아인들은 검은 피부와 사자(獅子)코를 가진 신들을 창조했지만 트라키아인들은 자신들의 타고난 특징들인 푸른 눈동자와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신들을 창조했다’고 크세노파네스는 말했다. 만약 사자들과 황소들이 생각할 줄 알고 그 생각들을 형상화할 줄 알았다면 자신들과 닮은 꼴의 신들을 만들었을 텐데 그것은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가 지배계층들의 비도덕성들을 관찰하면서 신들을 도둑들, 강도들, 샛서방(간통자)들의 패거리로 상상한 경우에 비견된다. 따라서 자신들의 권력의지를 전능한 신으로 둔갑시키려는 피지배계층들의 노력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은 아예없을 듯하다. (355P)


제 12장 루 살로메의 의미와 나의 강령


***나의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려고 애썼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매번 페르귄트의 양파-알맹이 없는 환상적 껍질에 켜켜이 숨겨진 무(無)-속으로 다시 내팽개쳐졌을 따름이다. 따라서 나의 진정한 자아는 결국 갈망과 좌절, 고층과 저층, 천국과 지옥으로 구성된 심연의 양극 사이에 갇힌 나의 프로메테우스적 의지가 투영된 그림자에 불과했다. (373P)


***내가 이 글을 쓰는 지금 옆 병실에서 미치광이 한 병이 울부짖는데 나는 나의 마음속에서 그와 함께 울부짖는다. 신과 인간과 나 자신에서 분리된 나는 육체와 정신과 영혼으로 산산이 분열되어 상실한 나의 통합성을 돌려달라고 울부짖으며 위대한 기적-내 존재의 통합-으로 나를 안내할 곽 움켜쥔 두손을 갈망한다. 오 우주의 아이러니여, 오 쇼펜하워의 ‘악마-신이여!’나는 나의 모든 사상을 단일한 사상체계로 통합했지만 지금 나의 정신은 십억조각으로 쪼개져서 먼지같은 죽음의 미세한 가루로 분쇄되어 산산이 흩어진다.

나는 겁에 질려 얼어버린 채로 앉아있다 맥베스의 문을 두드리는 자는 누구인가? (376P)


***디오니소스는 피 흘리며 죽어간다. “살려다오, 파수꾼들이여, 살려다오!” (378P)


***나는 나의 위대한 귀감이자 영원회귀의 수레바퀴를 타는 니체 자신인 디오게네스를 모방하리라. 나는 모든 영원까지 무수히 반복되는 시간에 속하는 그의 순간에 살리라. (382P)


***크라테스가 자신의 아내 히파르카에게 보낸 편지에 섰던 “미덕은 수련해야 생겨나는 것이지 악덕처럼 자동적으로 영혼에 스며드는 것이 아니요”라는 문장을 나는 기혼녀와 미혼녀를 막론한 모든 창녀에게 보내는 편지에다가 쓰겠다. 코지마, 라마, 루-위대한 비도덕주의자가 그녀들을 발가벗겨서 그녀들의 알몸에 낙인처럼 찍힌 근친성애의 상처와 불륜의 상처를 폭로하는 방식으로 그녀들에게 도덕들을 가르친다면 그녀들은 참담하게 울부짖으리라. 그리하여 모든 가면은 모든 의도와 모든 겉치레와 함께 깡그리 벗겨져서 속물들의 유흥꺼리들로 전락해버리라. 저마다 너무나 강력한 접착력을 지닌 가면을 뒤집어 쓴 나머지 얼굴을 더는 가질 수 없는 자들. (382p)


***나는 이 정신병원을 탈주하여 루 살로메와 함게 통속에 들어가서 살련다. 그리고 그 통의 입구에 문패를 걸고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 칼리니코스”가 여기에 살므로 악(惡)은 들어오지 말지어다라고 써넣으리라. (383P)


****나의 초인에는 카이사르와 그리스도가 혼합되어 있다. 왜냐면 나의 초인은 지나치게 높은 긍지를 지녀서 그리스도의 동정심을 겸비하지 못하는 한편으로 지나치게 겸손해서 칼리구라처럼 굴지도 못하고 단칼에 잘라버릴 수 있는 목을 단 하나만 가진 인간성을 바라지도 않기 때문이다! (386P)


***비제의 <카르멘>은 바그너주의의 싸구려 감상과 난리법석으 와넌히 탈피하여 베를리오즈의 명쾌한 지중해식 음색들을 자랑했으므로 그것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행성을 발견한 천문학자들처럼 만세를 부리며 환호성을 질러대게 만드는 기적 같은 작품이엇다. (387P)


***처음에 나는 예술을 기반으로 삼아 나의 철학을 건설해서 그랬는지 트립센에 착륙했다. 그곳에서는 코지마가 자신의 중년녕연남편한테서 빌린 사이렌의 음악으로 젊은 율리시스를 유혹하는 바다요정 칼립소 역할을 맡고 있엇다. (390P)


****내가 코지마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녀는 나에게 <파르지팔>서곡의 마지막 음표들만큼 슬픈 사랑의 표정을 얼핏 지어보였지만 나는 나의 인간적 자긍심의 제단에 그녀를 제물로 바쳐야만 했다.

그녀는 열렬한 지식애호자인 나를 처음으로 무장해제시켜버렷고 나는 그녀의 사랑노예가 되어 그녀에게 굽실거리며 온갖 심부름을 하고 그녀의 수발을 들기도 하면서 그녀의 욕망을 채워주느라 나의 남성인격마저 스스로 비하하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내가 보았던 그녀의 얼굴에 어린 요염한 격정은 ‘사랑하기 위해 파괴하고 파괴하기 위해 사랑하는 우리 시대의 니힐리즘을 반영했다. (392P)


***우리는 우리가 잃은 것을 영우너히 소유한다. 그래서 만약 내가 이브의 심대한 비밀을 꿰뚫어보는 나의 무자비한 시선 때문에 여성의 사랑을 잃엇다면 나는 아담이 그랬던 대로 그녀의 죄악들을 용서하여 그녀를 나의 영혼 안에 영원히 소유하는 남성인 셈이다. (392P)


****아테네의 명예를 웅변적으로 옹호한 데모스테네스에게 다음과 같은 나의 장례식추도사를 맡기자.

“아니오, 그대는 실패하지 않았소. 프리드리히 니체여! 숭고한 죽음들도 존재하듯이 숭고한 패배들도 존재하오. 그러므로 그대는 숭고하게 죽었고. 그렇소, 그대는 실패하지 않았소!‘ 나는 마라톤 평원에서 죽은 자를 걸고 단언하오.”

나는 단언하오.

나는 단언하오! (393P)


***어떤 남자도 자신이 부리는 집사에게는 영웅이 아니고 어떤 철학자도 털복숭이 영장류의 모든 결함을 두루 겸비한 자신의 알몸을 바라보는 내연녀에게는 우주적 인물이 될 수 없다! 폴란드 귀족의 후예로서 니체라고 자칭하는 이 사람도 칼립소의 동굴에서는 무변별한 농부와 진배없다. 그녀의 드높은 비단침대에 오른 남자들은 모두 독같이 난파당한 율리시스이자 인생의 모든 복표나 의욕을 잃고 헛소리나 지껄여대는 백치이다. (397P)


***나의 제자(루 살로메)가 나의 스승이 되었으므로 아이러니의 신은 오나벽하게 승리한 셈이었다.! 그녀가 나에게 불어넣어준 영감덕분에 나는 차라투스트라를 발상할 수 있었다. (398P)


****여태껏 나는 극열한 증오심을 품었던 경우는 결코 없다고 항상 강조해왔는데, 그것은 내가 나의 시체를 화장할 장작더미를 태우는 선연한 불길 속에서 루살로메를 바라보는 지금은 특히 진실이다. 나는 그대도 그녀를 사랑했고 지금도 그녀를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여인의 상실을 애도한다. 그녀는 미덕의 바깥에 있었으므로 유덕한 여인이었고 나에게 나의 자아와 나의 진정한 통합적 존재를 돌려준 자비의 바깥에 있었으므로 자비로운 여인이었다. (400P)


***나는 보복과 응징을 그만두엇고 나의 보복심 강한 본성을 꾹 억눌렀는데 그래도 내가 화를 냈다면 그 화는 단지 무한한 비밀인 ‘수수께끼-여성’ 앞에 서면 갑자기 두려움을 느끼는 나를 방어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400p)


****우리의 삶에 영원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찍자! 우리가 거듭 살자고 바랄 수 있도록 살아가자. 이것이 바로 어제에도 변함없었고 오늘에도 변함없으며 내일에도 그리고 내일을 뒤따를 어제들에도 변함없을 나의 강령이다. (401P)


내가 저자라면

 니체가 집필한지 무려 62년동안 독일, 캐나다, 영국, 미국을 떠돌며 대서양을 세 번이나 건너는 기나긴 여행 끝에 마침내 빛을 본 기구한 운명의 책이다. 이 책은 출판되자 환영과 찬사도 받앗지만 더 많은 의혹과 비난에 휩싸였다.

 <니체의 자서전>은 충격적이다. 이 책은 니체가 예나정신병원에 갇혀 있을 때 씌진 글들이라 니체의 절규와 증오와 회한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다. 니체는 자신의  가슴을 열고 벌떡이는 자신의 심장까지 내보였다. 그리고 바지 지퍼를 열고서 자신의 성욕과 성욕에 대한 환상을 내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 한 권의 책은 니체가 어렵기만 한 독자들에겐 반갑고 흥밋거리의 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니체연구자들과 추중자들에겐 니체의 저작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런 책이다. 그만큼 니체의 도덕성을 훼손한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니체는 자신을 비도덕주의라고 해왔으니 그의 명예에 치명적인 책도 아니다. 

 이 책엔 놀라운 고백들로 이루어져 있다. 니체와 여동생의 근친연애 혹은 근천성애, 소문만 무성했던 니체와 코지마 바그너, 사람들에게 의혹을 던져준 루 살로메와의 내밀한 관계, 니체가 매독에 걸린 사연, 니체의 내밀한 성욕과 성적 환상들과의 체험들, 그리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느 백작부인과의 열다서살 소년 니체의 육체적 관계 등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니체는 이렇게 자신의 연인들을 다 소개하면서도 자신은 조르쥬 상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상드는 자신의 침대이야기와 연애로 돈을 벌엇지만 자신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언급한다.

<니체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과연 자서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공개하고 고백하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한다. 자서전은 자신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행적을 자랑하고픈 욕망이 더 크게 담겨있다. 그리고 자신의 일대기를 자세하게 솔직하게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글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를 받게 된다면 특히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면 좀더 고려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니체는 자신의 저서 <이 사람을 보라>를 출판정지를 시킨 가족들에 대한 반발과 증오심에 불타서 작심하고 이 책을 써나갔다. 하지만 이 책은 무려 62년이나 흐른 후에 출판되었으니 니체에겐 불행한 일이다. 그대신 여동생, 루살로메, 코지마에겐 다행한 일이다. 그들이 살았을 때 이 책이 발표되었다면 니체는 명예훼손으로 고발되었을 수도 있고, 아님 그 여자 중 누군가는 자살했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서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 것에 좀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IP *.85.249.18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32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의 선택(GREAT BY CHOICE)" - 두번 읽기 [1] 학이시습 2013.03.03 5278
1431 # 44.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나탈리 골드 버그 file [1] 샐리올리브 2013.03.03 3871
1430 44. 나만 위로할 것_김동영 지음 한젤리타 2013.03.03 2906
1429 #44_일침一針 정민 서연 2013.03.03 4565
1428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_ 나탈리 골드버그 레몬 2013.03.04 2924
1427 바람을 담는 집 -김화영- file [3] 용용^^ 2013.03.04 3245
1426 스토리텔링 수학 똑똑하게 준비하기 _ 신동엽 [1] 세린 2013.03.04 3196
1425 글쓰기 공작소-이만교 id: 깔리여신 2013.03.04 3019
1424 신화와 인생 - 조셉 캠벨 콩두 2013.03.04 2788
1423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 _ 니체 레몬 2013.03.11 6899
1422 45.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_나탈리 골드버그 한젤리타 2013.03.11 2383
1421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세린 2013.03.11 2824
» 니체의 자서전-니체지음 id: 깔리여신 2013.03.11 2842
1419 #45_행복한 책읽기, 김현의 일기 서연 2013.03.11 4640
1418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1) -아르놀트 하우저- [19] 용용^^ 2013.03.11 10885
1417 #45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file [1] 샐리올리브 2013.03.11 3369
1416 장자(두 번 읽기) 학이시습 2013.03.11 3215
1415 신화의 힘 (두번읽기)-조셉 캠벨 콩두 2013.03.11 5314
1414 46. 변신이야기_오비디우스 지음(세번읽기) 한젤리타 2013.03.17 2360
1413 #46_순자 두번읽기 서연 2013.03.18 3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