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1.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 유첨

2. 저자라면

“ 신화는 인간을 벗긴다. 아무것으로도 가려지지 않은 인간의 원시를 보여준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날 것들을 신에게 뒤집어씌운 이야기다. 동시에 인간의 미덕과 통찰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신화는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이며, 상징을 통해 벌거벗은 인간이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저자가 서문에서 한 말이다. 신화란 무엇이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신화는 어떻게 기능하는 가에 대한 답을 준다.  신화학자인 조셉켐밸은 신화는 인간이 얼마나 신비스러운 존재인지를 알 게 해주며 신화를 통해 인간에게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를 가르쳐 준다고 한다.

책의 주제와 내용

이 책은 인간의 원시적 욕망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관찰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인간은 누구인가? 에 대한 내적 탐험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자기경영의 길을 찾는다. 저자는 인간이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살아갈 희망이 있으며 그 희망이 우리를 이끈다고 한다. 판도라 상자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삶은 시작되며 동시에 그 속에서 29개 인간의 불행과 갈등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책은 만물을 소멸시키는 ‘시간’을 첫 목차(꼭지)를 시작으로 29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각 꼭지마다 인간의 악덕에 맞는 신화 속의 신이나 영웅을 등장시킨다. 시간을 주관하는 크로노스, 욕정은 아프로디테, 변화는 변신의 귀재인 제우스, ‘자기애’에 빠진 나르키소스, 분노에는 아킬레우스, 희망 없는 일의 반복에는 시시포스, 아름다움에는 헬레네 등을 내세운다.  

저자는 인간은 원시적 욕망이나 갈등에 굴복하지 않고 그것을 창조적으로 승화하여 자기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을 즐기게, 내일이란 말은 가능한 한 믿지 말고 “ (호라티우스, 송가 ,카르페디엠)

누구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크로노스의 시간보다 인간은 심리적 시간이며 질적인 시간인 카이로스의 시간을 만들어 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을 즐기자! 카르페 디엠!

“ 변화가 요구되는데 변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멸종된다. 반면 변신에 성공하면 영웅이 된다. “

외부환경과 상황의 변화는 개인이나 조직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 인간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창조적으로 변화할 능력이 있으며 이에 성공하면 영웅이 되는 것이다.

“ 아모르 파티 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 “

테베의 왕자로 태어난 오이디푸스는 ‘아비를 죽일 것’이라는 아폴론 신탁으로 태어나자마자 자기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로부터 버려진다. 우연히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를 죽이고 친모를 왕비로 삼고 근친상간으로 자식을 얻는 기구한 운명을 겪는다. 나중에 진실을 알고 그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자신의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의 두 눈을 빼버린다. 그리고 내면의 ‘나’에 눈을 뜨게 된다. 인간은 운명을 원망하지 않고 지독한 운명과 화해할 수 있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인간은 죽음, 절망, 고통, 변화, 분노, 탐욕 등의 불행을 피할 수 없다. 그 불행과 악의의 순간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수용하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과 영웅의 이야기는 인간들의 이야기 다름 아니다. 신화는 우리가 삶의 위기, 변화 등을 직면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가르쳐 준다. 어떠한 불행을 겪더라도 계속 살아갈 희망이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배운다.    

책의 특장점 및 시사점

신화 이해를 도와주는 신화독법

신화 읽기에 앞서 서문에 신화독법을 설명하여 독자들이 신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신화를 정의하면서 신화는 “ 의식이 억압하고 있는 무의식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 우리의 내면을 통찰하게 하는 통로” 라고 말한다.

29개의 꼭지 별 신(영웅) 등장

29개의 인간의 불행과 악의를 설명하기 위해 신화 속의 신과 영웅을 적재 적소에 배치시킨 저자의 치밀함이 발군이다.

다른 책,<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관련

독자들의 모험을 선동하기 위해 쓴 책으로 영웅의 여정을 담고 있다.  

영웅과 신들의 이야기 속에 수많은 주연과 조연들이 나온다. 그들의 삶 속에는 성공과 실패, 선망과 질투, 사랑과 증오, 권력과 명예, 도전과 시련, 응징과 용서, 친족살해, 존속살해, 자살 등 명암이 교차한다. 그들의 인생에서 삶의 의미, 인생의 가치를 되새겨 보게 한다. 신화 속의 영웅은 집, 고향을 떠나는 것으로 여정을 시작한다. 미지의 탐험에 들어가는 것이다. 가는 길에는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기다린다. 장애물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 차례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나타나 주인공의 의지를 좌절시키려고 한다. 주인공은 온갖 장애물을 넘어서고 성장과 깨달음을 얻어 집으로 되돌아 온다. 운명을 극복하고 자기한계를 극복하며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인간이 외부적이든 내부적이든 어떠한 환경에 직면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살아갈 가치가 있음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