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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8일 12시 05분 등록

서구 정치사상 고전읽기

강유원, 라티오, 2008.04.15

 

1. ‘기름진 권위를 비웃어라

 

■ 강유원(鈕遠, 1962~)

권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철학자다. 자기검열이 돋보이는 철학자다. 그의 말은 적절하며 비유는 날카롭고 예시는 기가 막히다. 제도 철학 밖의 그는 기름진 학계를 비웃을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나는 그가 스스로 만들어낸 그 내려놓아진 지위가 마음에 든다. 그는 대한민국의 인문학자이다. 철학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 책을 쓰거나 번역했다. 다양한 매체에 서평이나 칼럼을 기고하며, 주로 대학 밖에 있는 공공의 영역에서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1962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나 서방 부근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녔다. 1971년 서울로 이사해서 홍제동에 있는 초등학교로 전학한 이후, 대성고등학교를 거쳐 1980년 동국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다. 홉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이후, 1992년 헤겔에 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모교인 동국대학교에서 강의하다가 그만둔 이후 회사원으로서 일하면서 번역가와 서평가로 활동했다. 이때 "회사원 철학자"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2. ‘서구 정치사상 고전읽기(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서문

□ 어떤 방법을 통해 한 권의 고전 전체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첫째, 저자와 그의 시대를 철저하게 이해하기, 저자가 그 책을 쓰던 순간을 상상하기.

둘째, 전체를 통독하고 저자가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해 보기. 이 책의 주장은 한마디로 이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은 고도의 추상적 사유를 할 줄 안다는 증거이다. 자주 해보면 늘어난다.

셋째, 구조를 파악하기.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일종의 질서를 상상해 보고 그것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고전의 저자는 분명히 책을 쓰면서 구조를 세우고 작업했을 것이다.

넷째, 독특한 표현과 비유들을 찾아내기. 어떠한 저자든지 손가락의 지문과 같은 고유한 표현 습관들을 가지고 있다.

다섯째, 소리 내어 읽기

여섯째, 문장 다시 써보기

일곱째, 핵심만 추려내어 써보기

자신이 파악한 핵심을 a4 한 장 정도로 쓸 줄 아는 것, 이것이 진정한 추상화 능력이다. (p. 11~13)

 

Ü 이와 같이 스승이 말했고 다산이 이야기했으며 저자가 다시 이야기 한다. 이 방법은 검증되고 시대를 불문하고 공부하는 자가 새겨야 할 방법인 모양이다.

 

□ 고전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그걸 읽고 요약문을 써보거나 주제를 정해 보고서를 써보고 더 나아가 자신의 주장을 담은 소논문 정도까지 쓸 줄 알아야 인문학 공부를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다. (p. 13)

 

고전을 읽을 때 유념할 점들

Ü 그러나 나는 그리 하였음에도 부족했다. 아마 죽을 때까지 부족하겠지.

 

□ 플라톤은 파피루스에 글을 썼으며 후세의 누군가가 이것을 편집한 것이다. 이집트에서 나온 파피루스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담을 수 있는 내용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고 보관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책 자체가 쓰여지고 편찬되고 후세에 전해진 내력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p. 19)

 

□ 문맥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전 독서를 끝마치게 되어 평생 엘리베이터에 적혀있는 명언을 외우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알려져 있는 대로 히포크라테스는 의사인데 뜬금없이 웬 예술찬양인가?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히포크라테스라는 사람을 살펴봐야 한다. 먼저 히포크라테스는 의사이니 life는 인생이 아니라 생명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Art는 기술을 뜻하는 희랍어  테크네(techne)’에서 왔다. 따라서 이 문장은 생명은 짧지만 (의학)기술은 영원하다.’ 쯤으로 번역해야 하는 것이다. (p. 20)

 

Ü 새롭다.

 

□ 플라톤이라는 인간이 살았던 시대를 묻는 것이다. 플라톤이 살았던 시대의 핵심사건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플라톤을 인간적으로 아는 것의 출발점이다. 플라톤은 서기 전 5세기 사람이다. 지금부터 2500년 전쯤 사람인 것이다. 이때 희랍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인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다. 전쟁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p. 21)

 

Ü 물론이다. 나라는 인간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한국전쟁은 빼놓을 수 없다. 그 난리에 살고 죽는 것은 중요했고 여전히 그 중요함이 내 영향권에 미친다. 한국전쟁으로부터 나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절대 객관성, 무전제성을 유지 할 수 없다.

 

□ 플라톤의 시대는 평화로운 시대가 아니라 전투가 일상화된 잔인한 살육의 시대였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 병법서를 쓰지 않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파고드는 책을 썼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는 살육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안을 궁리했던 것이다. (p. 22)

 

철학은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말처럼 사상에 있어서 파악된 자신의 시대’, 즉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핵심적인 뼈대를 이성적으로 파악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p. 23)

 

□ 아테네 성인 남자들은 모두 전우였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배경지식이다. 너무나 당연한 역사적 사실인데 관심 갖는 사람은 적다. 아테네 시민은 전우와 동의어다. 전투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시민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었겠는가? 전우애다. 전장은 바로 우정의 무대였던 것이다. philia라는 희랍어가 우정이라는 뜻을 가진다. 지혜라는 뜻을 가진 sophia에 대한 우정이 철학, philosophia이다.

플라톤의 책도 시대에 대한 반응으로 봐야 한다. 플라톤은 국가가 주저이다. 전쟁의 시대에 어떻게 하면 사람이 잘살 수 있느냐를 고민한 것이다.

요컨대 플라톤이 시대의 고통 속에서 실존적인 고민을 국가에 담아 놓았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제국의 철학자로서의 평안한 삶을 살면서 세운 학문적 체계를 형이상학에 담아 놓은 것이다. (p. 25

 

Ü 철학은 고대의 희랍의 전쟁에서 비롯된 인간의 사유다.

 

□ 고대 희랍어에는 어순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는 가장 중요하다 싶은 말을 맨 앞이나 뒤에 집어 넣었다. (p. 29)

 

Ü 그래서 번역본을 읽으면 곳곳에 막히는 부분이 생겨난다.

 

□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글로 쓰여진 게 아니라 조선시대 판소리처럼 시인이 여러 사람 앞에서 낭송하던 것을 후대 사람들이 기록한 것이다. 이는 시의 여신이 호메로스의 입을 빌려서 노래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단테는 신을 찾지 않는다. 단테가 살아간 시대는 르네상스 시대, 휴머니즘 시대다. 그러니 인간이 중심에 선다. 시의 여신은 보조역할에 그친다. (p. 31)

 

Ü 시대를 거치며 인간은 신을 이렇게 바꾸어 이해하고 있다.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바뀐 것이며 관계를 이어가는 방편이 달라진 것이다.

 

철학은 한 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문제를 우리 함께 고민해 보자는 시도이다. 그래서 환상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한마디로 딱 부러지는 구원의 메시지도 없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같은 구호가 없다. 천국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한번 대화해서 궁리해 보자는 것이 철학적 태도다. 구원은 없고 끝없이 대화할 뿐이다. 지리하고 지겹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인간을 이 지상의 독자적인 존재로 우뚝 세워준 힘이다. 뭔가 확실한 것은 모르겠으나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신성한 힘에 기대지 않고 인간의 대화로써 문제를 풀어 가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플라톤의 대화편에 드러나 있다. (p. 34)

 

Ü 고전과 철학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다. 어렵지 않고 고답적이지 않아 나는 저자가 마음에 든다.

 

플라톤의 국가정치가

 

대화는 각자가 자신의 사적인 영역에 자리잡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만들어서 공적인 영역에 내놓으면 그것을 상대방이 취사선택해서 가져갈 때 이뤄지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나 쓸 때나 이러한 행위가 사적 영역에 있는 것을 공적 영역으로 내 놓는 행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Dia는 둘이라는 의미이고 logue는 희랍어 로고스logos에서 나왔다. 로고스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그러니 dialogue는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p. 39)

 

Ü 대화의 정의, 그리고 의미.

 

□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는 대화 상대가 짜증날 정도로 집요하게 그게 틀림없는지를 묻는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소크라테스에게 당신이 알고 있는 건 뭐냐?’고 물어보면 소크라테스는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만 알고 있다.’고 대답한다. 무식을 자각하고 있을 뿐이지 유식한 건 아니라는 거다. 소크라테스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적극적인 개념규정을 내놓지는 않고 상대방의 개념규정이 가진 한계만 지적한다. (p. 45)

 

Ü 그러다 독배를 마시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거자필반, 생자필멸, 회자정리, 호사다마, 결자해지, 인과응보.

 

□ 파이돈에서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불멸을 주장한다. 플라톤에게 육체는 영혼의 감옥이다. 도덕적으로 살아야 영혼이 깨끗해진다. 영혼불멸을 믿고 경건하게 사는 삶, 즉 관조적 삶이 플라톤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첫 번째 삶의 형태다. (p. 46)

 

책을 읽고 요약하는 방법

처음 읽을 때부터 요약하려면 힘들다. 집중적으로 요약할 부분을 정했다면 먼저 그 장을 한번 주욱 읽는다. 읽다 보면 어떤 게 중요한지 감이 온다. 다시 읽을 때 핵심적인 내용을 담은 문단에 옆줄을 친다. 그리고 기본적인 개념설명을 표시한다. 이것들은 나중에 노트에 옮겨 적는다. 책을 읽을 때는 늘 요약 정리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핵심 문단 요약법

1. 중요한 부분을 직접 인용할 때는 겹따옴표로 인용문임을 표시하고 페이지도 적어둔다.

2. 직접 인용하지 않고 내용을 나름대로 재정리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때에도 어느 부분을 재정리했는지 밝혀두어야 한다.

3.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것이다. (p. 52)

 

Ü 상황이 허락된다면 제대로 이와 같이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열린 자세와 합리적인 태도만 있으면, 그곳이 시장바닥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대화에 참여할 수 있고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진리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플라톤의 스승 소크라테스의 태도이다. 자기네 집단에서만 통용되는 암호로 떠들어 대는 사람은 철학을 논할 자격이 없다. (p. 58)

 

Ü 탈 권위, 지식이든 계급이든 지위든 내려 놓을 수 있었으므로 소크라테스는 훌륭한 인간이다.

 

□ 책이 독자들 손에 넘어가면 어떻게 읽든 독자 마음이다. 물론 제멋대로 읽으면 안 된다. 합리적인 관점으로 읽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또한 오늘날의 관점에 따라 제멋대로 과거의 책을 읽어나가서도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노예제도를 용인했으니 나쁜 사람이네하는 식의 생각을 하면서 아예 손에 잡지도 않는 태도 따위는 좋지 않다. (p. 59)

 

□ 플라톤에 따르면 국가 성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인간의 비자족성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생활의 필요이다. (p. 60)

 

, 그러면 나라는 이처럼 많은 여러 가지 것의 마련을 위해, 이를 어떻게 충족시켜 줄 것인가? 농부가 한 사람, 집 짓는 사람이 또 한 사람, 또 다른 한 사람으로 직물을 짜는 사람이 있어야 할 밖에? 혹시 우리는 여기에다 제화공이나 아니면 신체와 관련되는 것들을 보살피는 또 다른 사람을 보탤 것인가?... 그렇다면 최소한도의 나라’(최소 필요국)는 넷 또는 다섯 사람으로 이루어지겠네’ (p. 61)

 

□ 의식주의 최소한도를 충족시키는 돼지들의 나라에서 재화가 풍족해지고 그에 따라 고통도 늘어나 호사스런 나라가 된다. 여기에 시가 교육을 덧붙이니 정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 리듬과 선법은 혼의 내면으로 가장 깊숙이 젖어 들며, 우아함을 대동함으로써 혼을 가장 강력하게 사로잡고’ (p. 64)

 

국가의 정의로운 상태가 되려면 첫째로 자기 천성에 적합한 일에 종사해야 하고 둘째로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p. 68)

 

Ü 이것은 통찰이다. 자기 천성에 적합한 일에 종사한다는 것은 자아의 가치를 존중하는 일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기품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최소의 조건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로 꼽은 것이다. 이 점은 현대 사회도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는 일찍이 앞선 진보다.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다. 비록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정 반대의 입장에 있더라도 그리하여 자신은 타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지라도 타인이 그러한 의견을 펼칠 수 있는 자유에 대해 무한한 존중을 표한다는 것이다. 국가는 이를 정의로운 상태로 보고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지켜내야 한다는 말이겠다. 얼마나 훌륭한가.

 

□ 사려를 라틴어로 읽으면 프루덴티아 prudentia이다. 영어로는 prudential 이다. (p. 70)

 

□ 플라톤에 따르면 일반적인 것이 있어야 특수한 것이 성립한다. (p. 71)

 

Ü 특수와 개별은 일반과 보편 속에서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지점은 일반과 보편의 모호함이 아니라 특수와 개별의 구체성이다. 나의 삶보다 더 구체적인 것은 없으니까.

 

□ 플라톤이 말하는 올바름은 외적인 자기 일에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자기 일의 수행에 관련된다. 이것을 플라톤의 내면주의라고 말한다. 쉽게 이해하면 마음을 닦는 일이다. 우리가 서양철학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나쁜 편견 중의 하나는 서양사람들은 뭐든지 물질주의적이고 겉으로 드러난 것만 신경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대에는 서양인이나 동양인이나 이런 내면주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플라톤이 잔인한 살육의 시대에서 이런 내면주의를 설파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양철학의 원조로 이야기되곤 하는 플라톤이 내면주의를 주장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자. (p. 74)

 

□ 국가 441d

우리가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은, 우리 각자의 경우에도 자신 안에 있는 부분들의 각각이 제 일을 하게 되면, 이 사람이 올바른 사람으로, 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될 것이라는 점일세

 

à 1) 자신 안에 있는 부분들 (용기, 절제, 지혜)의 각각이 제 일을 하게 되면,

   2) (개인의 차원에서) 이 사람이 올바른 사람으로,

   3) (폴리스 또는 국가의 차원에서) 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되리라는 것.

 

Ü 자신을 세우는 자가 국가를 세운다는 말. 어디서 들어본 듯 하다. 사서 중 하나인 대학에서 강조하는 바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플라톤의 국가 441d과 맥을 같이 한다.

 

□ 철인은 진리를 구경하기 좋아하는 사람인데 여기서 진리는 좋음의 이데아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의 뿌리는 모두 좋음의 이데아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정치철학은 결국 초월적 이념을 중심으로 삼는 형이상학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여기서 존재의 변경, 즉 존재의 상승이 일어나면, 다시 말해서 개인적 존재가 폴리스적 존재로 이행하면 존재의 차원이 높아진다. (p. 79)

 

Ü 위 문장에서 나오는 2천 년을 지배한 존재의 사다리에 대해서는 김용규의 에서 잘 설명되어 있다. 한번 살펴 볼까. (아래는 모두 저서에 나오는 존재의 사다리에 대한 표현이다.)

 

하나님은 무로부터 창조한 사물들에게 존재를 부여했다. 그러나 하나님 당신이 존재하듯 최고의 존재로서 부여한 것은 아니다. 어떤 사물에게는 더 큰 존재를 부여하고 어떤 사물에게는 더 작은 존재를 부여했다. 그리하여 존재들의 자연 본성을 계층으로 질서 지어 놓았다. (p. 118)

아우구스티누스가 플라톤의 자연의 계층적 질서(자연의 사다리)를 자신의 언어로 풀어 썼다.’

 

생명이 없는 물체들 위에 식물, 그 위에 이성이 없는 생물, 그 위에 이성이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 완전성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 (p. 118)

우리는 여기서 기독교와 불교의 접점을 어림잡을 수 있다. 융이 말하는 윤회의 매커니즘은 의식화 수준이다. 즉 불교 입장에서는 깨달음의 정도인데 기독교에서는 이를 자연의 사다리 맨 윗자리의 수준으로 상정하고 있다. 불교의 해탈, 열반은 곧 기독교에서 말하는 자연의 사다리 꼭대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 윗자리에 오르기까지 삶과 죽음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윤회의 개념은 기독교의 천국과 구원 사상과 반하지 않는다 하겠다.’

 

신은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들의 외연인 동시에 그것들의 정점 (p. 123)

, 사다리의 맨 꼭대기에는 신이 있다는 것.’

 

칸트에 의하면 인간의 이성은 경험세계에만 적용할 수 있도록 한계 지어졌어요. 그럼에도 이성이 자신의 추론을 경험할 수 없는 무한한 대상에까지 확장해 나가면 이성은 하나의 길 경험적인 길에서든 또 다른 길 선험적인 길에서든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하고 단지 사변의 힘으로 감성세계를 초월하려고 그 날개를 펴지만 헛수고에 그칠 뿐이며 필연코 오류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무한소급 infinite regress 은 논리적으로만 가능하지 존재론적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칸트가 제시한 원칙이지요 (p. 191)

이를 두고 칸트는 우주론적 증명에는 변증법적 월권의 그물망이 감추어져 있다고 표현했다. 그럼으로써 그는 토마스 아퀴나스가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던 존재의 사다리를 인간 이성의 한계 부분에서 무참히 잘라 끊어 버렸다 (저자)

 

피라미드식 계층구조에서는 밑으로 내려갈수록 차츰 선이 결핍되다가 맨 끝에는 악만 자리하게 된다는 겁니다. 신플라톤주의에 매료된 르네상스인 단테는 신곡에서

 

하나님의 살아 있는 빛은 하늘과 하늘을

거치면서 점점 약해져서 마침내

우연적인 것(물질)들에까지 이르지요. (p. 366)

단테가 나는 지옥의 단계와 연옥, 천국의 단계는 다름아닌 존재의 사다리 사상을 충실히 반영한 문학적 바이블이었던 거다.’

 

라이프니츠의 진화론과 단자론의 접목, 존재의 사다리를 활용해 모든 영혼 혹은 모든 생물을 위해 유보된 영원성은 서서하게나마 우주에 대한 완성도를 부여하도록 착상된 거대한 장이다. (p. 409)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다만 여전히 플라톤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금은 프리초프 카프라의 생명의 그물 web of life’를 읽고 있지만 존재에 사다리격의 leveling은 할 수 없다. 나는 그리 생각한다. 우리는 모른다. 소나무의 솔방울이 의식화 과정을 거치는지 눈이 있는지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없는 지를.

 

□ 근대 정치학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 건 천상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무시하면서 눈앞에 보이는 일들에서 재화를 늘리는 것이 행복이라고 주장한다. 그만큼 우리는 플라톤 시대의 다차원적 가능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최소한 말로라도 덕치를 떠드는 이가 없다. 어쩌면 우리는 보다 호사스런 돼지가 되는 데만 몰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플라톤이 민주주의가 최고의 가치인 시대에 독재를 찬양했으며 그에 따라 그의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독재를 찬양한 건 맞는 말이다. 그러나, 플라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해서 존재의 변화를 주장하고 있음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플라톤 읽기의 요체다. (p. 80)

 

Ü 스승은 말했다. ‘변화라는 것은 본래의 자기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라고. 플라톤이 말하는 존재의 변화는 내면을 깊이 관찰하고 이해한 결과다. 같다.

 

밤과도 같은 낮에서 진짜 낮으로 향하는 혼의 전환이며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한 철학(지혜의 사랑)이라고 말하게 될 실재로 향한 등정(오름 : epanodos)일 것 같으이.’ (521c)

플라톤에 따르면 진정한 철학은 존재의 상승을 일으킨다. 인간을 거짓된 현상 세계에서 벗어나 참된 이데아의 세계로 올라서게 하는 것이 철학인 것이다. (p. 84)

 

Ü 이것 또한 앞서 지적한 존재의 사다리 개념과 같다. 음양의 글은 저자가 뽑은 국가의 핵심 문장이다. 존재의 사다리의 정점으로 이르기 위해서 혼의 전환은 무수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혼의 전환을 위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는 말이겠다.

 

□ 관조는 진리를 향해 떠나는 여행이라는 의미도 가진다. (p. 84)

 

글쓰기 훈련

□ 자신이 팔고자 하는 물건의 핵심적인 기능을 간결하게 설명하는 사람이 제일 잘 판다. 짧은 시간에 중언부언하는 사람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p. 86)

 

Ü 간결한 글쓰기

 

□ 왠지 어색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내용만 적도록 해야 한다. 그런 어색함을 극복하는 것이 글을 객관적으로 쓰는 출발점이다. (p. 88)

 

Ü 어색하지 않게.

 

일단 목차가 나와야 참고문헌을 찾을 수 있다. 목차가 나왔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는 문제의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문제 의식이 있고 목차가 있어야 참고문헌을 찾을 수 있다. (p. 89)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플라톤은 기본적으로 전쟁의 시대를 살았고 그 혼란을 극복하여 참다운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공동체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그런 치열한 고민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에서 일정한 영향을 받기 마련이며 그것이 학문의 내용을 은연중에 규정하는 것이다 (p. 97)

 

플라톤을 읽을 때는 그가 제시하는 논증이 얼마나 꼼꼼한지를 따져가면서 읽어야 한다면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을 때는 그가 얼마나 다양한 사례들을 거론하는지,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등을 따져가면서 읽어야 하는 것이다. (p. 101)

 

Ü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에 앞선 학자들이 제기한 이론들을 간략하게 검토한다. 앞서 이뤄진 연구로부터 배운 다음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겠다는 태도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선한 생활은 중용에 있고 국가의 선한 생활은 균형과 조절에 있다고 한다. (p. 102)

 

□ 민주주의는 질적인 우수함을 보장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질적으로 우수함을 따져낼 방법이 없다. 다수의 선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P. 104)

 

□ 고대 정치사상은 목적론적 국가론, 국가는 그 자체로서 중요한 것이고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토대로 삼는다. 그리고 이 점에서 고대 사회의 국가론과 근대사회의 국가론은 정면으로 대치된다. (P. 105)

 

□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실천적 지혜에 관해서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실천적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는 이들이 어떤 사람인가를 살펴봄으로써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천적 지혜가 있는 사람의 특징은 자기 자신에게 좋고 유익한 것에 관해서 잘 살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더욱이 그것은 어떤 특수한 점에서잘 사는 것에 유익한 것이 무엇인가에 관해서 훌륭하게 살피고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P. 107)

 

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나 자격증, 스펙 등과 같은 허구가 아니라 실천적 지혜 단 하나일 지 모른다. 무엇이 잘 사는 것인가? 어떤 삶이 훌륭한 삶인가?를 깊이 사유하고 사유의 끄트머리에서 자신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그것이 실천적 지혜가 아닌가, 이것이 우리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 과연 재산의 확보 또는 경제적인 안정이 있어야만 인간이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생각하는가이다. (P. 110)

 

□ 보고서 쓰기 tip

글을 쓸 때는 증거가 많고 결론이 간결해야 한다. 그리고 본문의 내용과 많이 벗어난 멋있는 말을 마지막에 장식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p. 114)

 

인문학 공부하는 사람이 글을 쓰는 데 창의력은 중요하지 않다.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은 인문학 공부를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창의력 뛰어난 사람은 돈 되는 일을 한다. 인문학은 보 잘 것 없더라도 온전히 자기 것을 갖고자 하는 이들이 몸으로 때워가며 공부하는 거다. 그러니 창조적인 메시지를 넣으려 하지 말자. 진짜로 무서운 메시지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서술했는데 그 서술을 읽고 난 독자가 폭풍을 맞은 것처럼 떨게 되는 그런 것이다. (p. 117)

 

Ü 창의력 없는 나에게는 저자의 이 말이 큰 위로다. 그러나 사실의 서술 또한 창의력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에 저자는 한번 더 각인시킨다.

 

글을 쓸 때는 메시지 강박증에 빠지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것만 서술해야 한다. (p. 118)

 

Ü 이건 나를 똑바로 보고 정색하며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순간 나도 얼었다. 극적 표현과 감동적인 단어를 찾느라 하루에 한 줄 쓰기도 어려워하던 나를 보고 말이다. 강박을 버리고 서술에 신경 써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사상은 말 그대로 생각이다. 그런데 철학은 하나의 원리로부터 출발하여 모든 생각을 규모 있게 체계화한 것을 말한다. 이것이 정치사상과 정치철학의 차이점을 구별하는 간단한 설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철학적으로 체계화한 이는 영국의 철학자 홉스라 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혁명적인 발상을 내놓았다. 마키아벨리의 무엇이 혁명적인가? 한마디로 말해서 과감하게 악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혁명적이다. 국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군주가 악을 자행해도 된다고 주장한다.

 

Ü 그런데 이거 생각해 볼만 하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쓰며 말한 모든 제도와 군주의 덕목들이 절대 악일 수 있는가. 그렇다면 정치에서 선이란 무엇인가. 정치라는 것 자체가 지배와 권위를 전제하는 것인 만큼 정치 내에서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 아니겠는가. 선량한 정치를 한다고 자임하는 자들이 군주론을 가리키며 악이라 표현하는 것은 자기기만이기 쉽다. 그러나 가끔 그런 정치가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꼽으라면 군주론을 지목하는 자들이 많다.

 

□ 권력의 정치학의 입장에 서면 정치는 도덕적인 것과 무관해진다. 그저 무한한 권력의지만 갖고 있으면 된다. 이를 현대사회에 이어 받아 개념화시킨 이가 막스 베버다.

현실정치의 특징은 한마디로 말해서 도덕과는 무관한, 비도덕적(non-moral) 이라는 것이다. 부도덕(immoral) 한 것이 아니다. (p. 123)

 

Ü 그렇다. 비도덕에서 출발한 만큼 그들이 자행하는 크고 작은 윤리적 문제는 그리 치명적이지 않다. 그리하여 그렇게 뻔뻔할 수 있는 것이다. 9시 뉴스에 등장하는 그들은 청소년에게 유해하니 9시 뉴스는 19금으로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나 그들이 언론, 예술, 문화 전반의 유해성을 판단하는 장본인들이다. 생각해 보아라. 사회가 제대로 유지 된다고 보는가.

 

□ 마키아벨리는 인간의 능력이 계산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p. 123)

 

Ü 무서운 사상이다.

 

□ 왜 근대에 역사가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는가? 초월적인 것에 대한 신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p. 134)

 

Ü 군주론의 의의는 여기 이 지점에서 기인한다. 더 이상 신탁은 없다는 말이다. 그 첫 번째 테이프를 마키아벨리가 끊었다는 사실이다. 정치는 인간이 하며 군주는 인간이다. 인간이 인간을 다스리는 기술이며 과학인 것이다. 17세기 르네상스의 끝머리에서 태동한 계몽주의와 군주론은 같은 맥놀이다.

 

로마 가톨릭의 힘이 엄연하던 시대였다. 마키아벨리 이전 시대의 정치사상의 목표는 인간에게서 악을 제거하고 선을 쌓는 것이었다. 이 전통을 마키아벨리가 박살낸 것이다. 마키아벨리, 진정한 혁명가다. (p. 136)

 

Ü 도덕과 윤리를 인간의 능력 아래에 놓아 두는 혁명적 발상.

 

우리는 개혁자들이 자신들의 힘에 바탕하여 행동하는지 아니면 타인에 의존하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인을 설득할 필요가 있는지 아니면 능히 자신의 무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지를 검토 할 필요가 있다결과적으로 무기를 든 예언자는 모두 성공한 반면 말뿐인 예언자는 실패했다.’ (pp. 41-42)

 

무기를 든 예언자에 주목하자. 비르투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력과 설득력인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발견한 것이다. 근대 정치학에서 권력의 요소는 무력과 설득력이다. 정치적인 목적은 이 두 가지에 의해 성취되고 그것을 완비하면 무기를 든 예언자가 된다. 무력에는 경찰, 군대, 법률, 제도 등이 있다. 설득력은 오늘날의 용어로 말하면 이데올로기다. 이 두 가지가 잘 짜여졌을 때 시스템이 단단해 진다. (p. 137)

 

Ü 무력의 장악을 통한 통치. 프리초프 카프라가 이야기하는 데카르트적 사고의 전형이다.

 

□ 사실상 무력과 설득력은 현대 국가를 움직이는 핵심 요소이다. 이 두 개를 장악하는 자가 사회를 움직인다. 이 둘은 한 마디로 압축해서 말하면 헤게모니. (p. 138)

 

모든 국가의 주된 기초는 좋은 법률과 좋은 군대이다.’

좋은 법은 곧 좋은 질서이다.’

자신의 무력에 근거하지 않는 권력의 명성처럼 취약하고 불안한 것은 없다.’ (p. 140)

 

Ü 나는 왜 자꾸 관자가 떠올려 지는 지 알 수 없다.

 

companion, 중장보병 위주의 고대 전쟁 패러다임을 바꾼 기병대. (p. 141)

 

이론이나 사변보다는 사물의 실제적인 진실에 관심을 경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현실 속에 결코 존재한 것으로 알려지거나 목격된 적이 없는 공화국이나 군주국을 상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어떻게 사는가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바를 행하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하는 바를 고집하는 군주는 권력을 유지하기 보다는 잃기 십상이다. (p. 142)

 

Ü 도덕적 당위만을 강조하는 군주는 반드시 멸망한다는 현실주의 정치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문장이 마키아벨리를 악의 교사라 칭하게 하는 문장이다. 그러나 멋지다. 지금의 관점에서 봐서는 안되고 당시의 상황을 상상하며 마키아벨리의 과감함을 평가해 보자. 모든 사상가들이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며 착하게 살아야 한다 했을 때 마키아벨리는 필요하다면 부도덕하게 행동하는 것이 더 낫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가? 솔직한 인간이다.

 

□ 멋진 사람 3. 마키아벨리, 아담 스미스, 찰스 다윈.

아담 스미스는 네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모두 잘 되게 해준다는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펼쳐 보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 이론을 내놓았다. 다윈은 상황에 가장 잘 적응해서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주장한다. 이 셋을 종합하면 어떤 인생관이 나오겠는가? 도덕적인 경계는 무너지고 마음껏 욕구해도 보이지 않는 손이 해결해 주며,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니까 못 살아남은 자를 동정할 필요 없다. 이게 서양 근대의 핵심이론 들이다. (p. 143)

 

Ü 이거 굉장한 함축이구나. 그러나 핵심이다. 서양 근대가 식민지를 건설하고 무력으로 침략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제국주의 보폭을 넓혀 갈 수 있었던 이론적 배경이었구나. 그랬구나!

 

군주는 미움을 받는 일을 타인에게 떠넘기고 인기를 얻는 일은 자신이 친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군주는 귀족을 존중해야 하지만 인민들로부터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p. 144)

 

Ü 그 행태가 지금의 위정자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구나. 마키아벨리는 사상의 혁명이라도 이루어내었지만 그 아류인 현대의 정치가들은 그 혁명적 사상의 배경을 알고는 있을 것인가. 알고 접근하는 것인가.

 

□ 마키아벨리가 권위에서 권력으로를 얘기했다면 로크는 신분에서 계약으로를 이야기한다. 즉 근대 사유재산권을 바탕으로 한 정치이론의 토대를 닦은 것이다. 여기에서 로크의 저작이 의미를 가진다. 그 속에는 전통적인 토지귀족에게 대항해서 상업활동으로 돈을 번 신흥 부르주아들의 권력 쟁취투쟁이 녹아 들어 있다. (p. 146)

 

Ü 권위에서 권력으로 고대와 중세에서 근대로 신분에서 계약으로. 인류는 왜 이리 계속 후진적인가.

 

로크의 통치론

부제 : 시민정부의 참된 기원, 범위 및 그 목적에 관한 시론

 

□ 휘그당은 새로 등장하는 산업상업 부르주아 계급의 정당이다. 섀프츠베리 백작과 로크는 휘그당의 지지자였다. 로크 시대에는 사회의 계급들이 분화되어 있던 시대였다. 이 점에서 로크는 플라톤이나 마키아벨리와 다르다. 그들은 특정 당파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대상으로 논의를 한다. 그러나 로크는 출발점부터 자신이 속한 당파가 뚜렷하다. 따라서 그의 정치사상을 이해하려면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p. 151)

 

□ 한마디로 말해서 로크 시대의 사회적 이해관계가 부동산(토리당) 과 동산(휘그당) 의 대립으로 상징화되었던 셈이다. (p. 154)

 

□ 제자백가가 자신의 당파성을 옹호하기 위해 논쟁했는가? 아니다. 속으로는 어떠했는지는 몰라도 그들은 표면적으로 어떤 정치가 올바른 것인가를 두고 논쟁하였다. 플라톤 역시 마찬가지다. 올바름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사회에 실현할지에 대한 방법론을 두고 논쟁한다. 이처럼 고전적인 것은 올바름의 추구와 무당파성을 특징으로 한다. 반면에 로크는 자신이 속한 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근대적인 것은 올바름이 무엇인지를 따지지 않는 것이다. 사회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이해관계들의 대립구도를 어떻게 조정하고 타협할 것인지에 몰두한다. 막스 베버가 정의하는 대로 정치는 사회의 재화, 즉 권력을 분배하는 기술이다. 요약하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세력들의 대립구도가 마키아벨리에서 맹아적으로 드러났다면 로크에서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p. 155)

 

□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재산이다. 마키아벨리라면 정당화 근거보다는 재산 사수를 위한 실용 매뉴얼을 쓸 것이다. 로크는 다르다. 철학적 이론적 정당화를 담고 있다. (p. 155)

 

□ 목차의 구성에 따라 추측해 보면 소유권을 보장하는 것이 정치사회와 정부의 목적이다. (p. 158)

 

Ü 국가는 소유권에 관심 없다. 국가는 기득권에 의해 움직여진다. 따라서 국가는 기득권의 재산을 지키거나 확대하는 데 관심이 있다.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국가 공동체 속의 기득권에 속해 있지 않은 자들이다. 그 속의 겁 많은 가축인 인민을 생각하라.

 

로크라고 하면 머리 속에 소유권이 떠올라야 한다. (p. 159)

 

플라톤과 로크, 국가 vs 통치론

플라톤에서는 저자가 어떤 계급에 속해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당파성이라는 개념이 없다. 둘째 플라톤은 국가와 개인이 있을 때 국가와 공동체를 우선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까 개인이 잘 되기 위해서는 좋은 국가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로크는 철저히 당파적이면서 개인의 소유권이 우선순위에 있다. 이처럼 플라톤과 전적으로 차별화되는 지점에서 국가의 성립을 논증한다. 이때 국가는 부르주아 계급의 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이다. 이런 것을 국가 도구론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음은 래슬릿이 통치론을 편집하면서 맨 앞에 그 책의 의의를 간략하게 적어둔 것에서 뽑은 문장이다.

 

이 저작에서 존 로크는 귀족주의적인 군주정에 대하여 역사적인 공격을 감행한다. 지상의 통치자는 자신들의 권리를 신으로부터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계약으로부터 이끌어 낸다는 것을 논증하며 그 계약을 어긴 통치자에 대해 반항할 수 있는 권리를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로크는 자연법에 관한 자신의 사상을 전개한다. 또 자유와 모든 인간의 평등에 관한 사상도 전개한다. 이러한 사상은 미국 건국자들에게, 특히 토마스 제퍼슨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p. 161)

 

Ü 지금의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크가 필수적이다. 로크 à America à 근대 패권 à 자본주의 로 이어지는 관계, 그 정치적 힘의 역학 말이다. 어쩌면 로크라는 한 인간의 생각이 지금 나의 생활 전반을 제약하고 있는 원인일 수 있다. 아니다. 소급에 소급을 더하면 (칸트는 결국 오류를 발견할 뿐이라고 얘기했지만) 고대로부터 이어지는 인류의 습속이 지금 내 자유를 억압하고 제약하는 가장 큰 이유인지 모른다. 무섭지만 재미있고 두렵지만 흥미롭다.

 

□ 이러한 근대의 정치가 한계에 다다른 사태가 파시즘이다. 나치독일의 핵심적인 이념은 아리안 족 중심의 민족주의이다. 파당간 권력투쟁이 정점에 이른 상태에서 그것을 하나의 욕망으로 녹여보자는 의도에서 도출된 것이 파시즘이다. 당파를 떠나 민족을 내세우면 대중을 동원하기가 굉장히 수월하다. 모든 문제를 민족개념으로 풀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인 사회문제를 가려버린다. 생각해 보라. 일제시대에도 소위 돈 있는 사람들은 편하게 살았다. 민족은 당파성을 덮어버리는 마법의 방망이다. 이해관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명박의 이해관계와 강유원의 이해관계는 다르다. 여기서 당파성이 갈라진다. 자기 당파에 속한 것을 철저하게 옹호하는 것이다. 흔히 당파성은 마르크스주의에서 나온 것으로 오해하는데 사실은 로크 등이 세운 부르주아 정치학에서 나온 것이다. (p. 162)

 

Ü 좌우가 본질이 아니라 계급이 본질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나는 정치권력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그것은 사형 및 그 이하의 모든 처벌을 가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는 권리이며 또한 재산을 규제하고 보전할 목적으로 그러한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서 그리고 국가 commonwealth를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서 공동체의 무력을 사용하는 권리이며 이 모든 것을 오직 공공선을 위해서만 행사하는 권리이다.’ (p. 163)

 

Ü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모든 고전이나 장인의 작품은 디테일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특징이 있다. 같은 개념을 정리하는 관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사력의 우세함은 권력에 달려 있고 권력의 우세함은 토지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제후로서 토지의 이로움을 얻은 사람은 권력이 따르고 토지의 이로움을 잃은 사람은 권력이 떠난다. 권력은 신성이 의지하는 바다. 홀로 밝은 식견을 갖는 것은 천하의 이기다. 홀로 결단할 수 있는 것은 견고한 요새와 같다. 이 두 가지는 성인 법칙으로 삼은 바다, 성인은 기미를 두려워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밝게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니 성인이 증오하는 것은 안에 있고 어리석은 사람이 증오하는 것은 밖에 있다. 무릇 국가의 규모는 크지만 정치력이 부족한 나라는 나라가 작아지고 나라는 작지만 정치력이 큰 나라는 나라가 더욱 커진다.’ (관자 패언’)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인격은 재산으로 표현된다. 재산을 규제하고 보존한다는 것은 개인의 인격을 보존해 주는 것이다. (p. 164)

 

Ü 자본주의를 국시로 삼는 국가는 소유권에도 관심이 많다. 국가는 기득권에 의해 움직여지지만 국가는 기득권의 재산을 지키거나 확대하는 데 관심이 있다.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국가 공동체 속의 기득권에 속해 있지 않은 자들이다. 그 속의 겁 많은 가축인 인민을 생각하라.

 

이성이 이득과 편의를 떠받치고 있다. 이득과 편의를 묶으면 한마디로 욕망 desire이다. 욕망은 정념 passion에서 비롯된다. 정념 또는 열정이 발현하면 욕망이 생긴다. 고대세계에서는 이성이 정념을 지배했다. 그러나 근대에는 정념이 이성을 부려 먹는다. 이것이 근대적이다. 로크 이후의 영국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이러한 사태를 이성은 정념의 노예다라는 한마디로 집약한다.

이런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면 일종의 근대화가 이룩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한국인도 요즘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한다. 학생들 대부분의 장래 희망이 돈 많이 버는 것이다. 의식적 차원에서 한국사회도 근대화가 된 것이다. 근대화가 단순히 자본축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성에 대한 이러한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런 생각이 바탕에 깔리려면 많은 세월과 교육이 필요했을 것이다. (p. 165)

 

Ü 그 눈물겨운 자본 기득권의 노력들을 상상하라. 얼마나 더 야비하고 잔인해 질 필요가 있었겠는가. 얼마다 더 많은 욕심과 권력이 필요했겠는가 말이다. 불법과 편법을 자행하며 재산을 후대로 증여하고 언론을 장악하고 정치에 입각하기 위해 더러운 결탁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얻어진 부와 권력은 체제유지와 그것들의 확대재생산에 투입하며 그 권위를 공고히 하지 않았나. 모르긴 몰라도 그들 부의 대부분은 인민들의 아둔함을 위해 쓰여졌을 것이다. 금융을 장악하여 대출을 의도적으로 확대하여 보이지 않는 경찰 노릇을 했을 것이고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변화 없이 지속하는 한편 언론 자본에서는 기득권 고수를 위한 반대세력 죽이기와 눈물 겨운 호소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성이 정념의 노예가 되는 것이 천박함의 시작이라면 정념조차 호도하는 오늘날 이 사회는 천박함의 끝이다.

 

비록 대지와 모든 열등한 피조물은 만인의 공유물이지만 그러나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인신에 대해서는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신체의 노동과 손의 작업은 당연히 그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내가 채취한 광물은 다른 사람의 양도나 동의 없이도 나의 소유물이 된다. 나 자신의 것인 노동이 그것들을 원래의 공유상태에서 제거함으로써 나의 소유권을 그것들에 설정한다.’ (p. 166)

 

Ü 노동의 근대적 개념이다. 이른바 소유권에 이바지 한다. 이후 노동은 과학과 기계문명의 발달로 신체의 노동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계적 생산수단으로 바뀌었다. 그리하여 노동의 가치는 생산수단의 소유권을 가진 이들에게 넘어가게 된다. 인민은 다시 자본가로 불리는 이들과 싸우게 되는 수고로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로크가 처음 주장한 이 사상은 매우 논리적이고 구체적이다. 그러나 공적 소유에 대한 자장을 너무 좁혀 놓았다.

 

□ 내가 돈을 주고 그 사람의 노동을 산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내 것이다. 노동계약이다. (p. 167)

 

Ü 싸움이 시작된 원인이 바로 나오는군

 

대지에 대한 소유권도 전자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획득되는 것이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한 인간이 개간하고, 파종하고, 개량하고, 재배하고, 그 산물을 사용할 수 있는 만큼의 토지가 그의 소유이다.’ (p. 167)

 

Ü 로크가 이 말을 한 이유를 아시겠는가. 당시 기득권을 가진 귀족들은 토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었고 토리당 아래 모여 있었다. 또한 그들은 노동을 하지 않는 자들이었다. 로크는 이들에게 논리적으로 펀치를 날린 것이다.

 

최고의 권력은 어떤 사람으로부터든 그의 재산의 일부를 그의 동의 없이 취할 수 없다. 재산의 보존이 정부의 목적이고 오직 그 목적을 위해서 인간이 사회에 들어간다는 사실은 필연적으로 인민이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정하고 또 당연히 요구하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정부의 목적은 재산의 보존에 있고 동의 없이 재산의 일부를 취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서 사회를 구성한다는 것이 자유주의의 정치론이다. ‘그 목적을 위해서 인간이 사회에 들어간다는 사실이것이 사회계약의 근본적인 목적이다. 흔히 로크 하면 사회계약론자라고 배운다. 로크는 자신의 정치이론을 구축하기 위해 소유권을 주장했고 이를 위해 사회계약이론을 끌어드린 것이다. (p. 170)

 

인민의 동의 없이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할 권력을 주장한다면, 그는 그 행위에 의하여 재산에 관한 기본법을 침해하는 것이며 정부의 목적을 전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p. 170)

 

Ü 로크에게서 동의는 곧 계약이다. 통치론의 141절이다.

 

만약 군주나 입법부가 인민을 외국세력에 넘겨서 예속시킨다면 그것은 분명히 입법부의 변경이자 정부의 해체이다. 왜냐하면 인민이 사회에 가입하는 목적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하나의 온존한 사회로서 보존되는 것 그리고 그 자체의 법률에 의해서 통치되는 것인데, 그들이 다른 나라의 권력에 넘겨지면 이 목적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는 투자자 국가 소송제라는 제도가 있다. 미합중국 국민이 한국의 토지를 자유롭게 매매하고 투자할 수 있는데 이때 미합중국 국민이 그린벨트 내의 토지를 구입해서 이를 개발하고자 하는데 한국의 법이 이를 제한하고 있다면 그 미합중국 국민은 자신의 재산권에 규제를 가한 것에 대해 제3자를 통해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한국 인민의 재산마저 보존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국가가 존재하는 까닭도 없어진다. 재산권만 강조하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p. 171)

 

Ü 통치론의 217절이다. 이게 뭔가? 자기네들의 재산을 늘리고 정치적 입김을 유지시키기 위해 국가적 손실과 인민의 위해를 가중시킨다.

 

결론, 정치사상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이후의 공부

 

□ 대화를 통해 쟁론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과정과 행위가 넓은 의미에서 정치다. 간단히 말해 정치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에 이르는 절차와 행위를 가리킨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다. 프로이센의 군인으로 전쟁론을 쓴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다른 수단으로 하는 정치라 하기도 했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가 끝나는 곳에서 전쟁에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전쟁을 벌이는 정치가는 스스로가 정치가임을 부인하는 사람이다.

정치가 말로써 한다고 할 때, 다른 사람과 집단에게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려면 자신의 논의를 기댈 권위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정치사상이 이것을 제공한다고 볼 수도 있다. 정리해 보자면 인간은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 공동체 속의 인간들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은 말에 의한 설득으로써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 설득을 위한 궁극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 이러한 점들이 우리가 정치와 정치사상을 공부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다. (p. 177)

 

Ü 이것은 교양이다. 구성원들이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 그러나 실제 이 정치 속에 있는 위정자들은 이것을 모르는 것 같다. 다들 자신들이 추켜세워 마지 않는 교양이 없어 그런 모양이다.

 

□ 회장이 편법, 탈법, 불법을 밥 먹듯이 저지르고 그것을 잘하는 짓이라고 칭송하는 족속들이 모여 있는 집단에서 세워놓은 기준을 사회에서 따라야 할 기준처럼 받아들이고 그 집단에 끼는 것을 소망하는 젊은이가 아주 많은 이 사회가 과연 제대로 된 사회인가. (p. 181)

 

Ü 내 말이다.

 

□ 플라톤의 국가’, 이 안에 정치사상에서 다루어지는 거의 모든 주제들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이 책의 주제는 한마디로 무엇인가? 책 맨 마지막에 나와 있다. ‘그리하여 이승에서도 그리고 앞에서 우리가 말한 그 천년 동안의 여정에서도 우리는 잘 지내게 될 걸세.’ ‘잘 지내는 것이것이 국가의 주제다. 이 책은 계속해서 인간은 어찌해야 잘 지낼 수 있는가?를 따져 묻는다. 인간은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개인은 어떠해야 하고 그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묻는 것이다. (p. 183)

 

Ü 내 인생을 통틀어 답해야 할 나의 질문이다. 플라톤이 이미 2500년 전에 한 질문이니 가장 오래된 질문이기도 하겠다. 오래되었더라도 여전히 진행 중인 갑갑하지 않은 질문이다. 살아 있다는 의미겠다.

 

3. ‘타인의 삶에 기생하는 이들과 투쟁하라(내가 저자라면)

 

책을 읽고 그가 했다는 강의를 동영상으로 몇 번 보았다. 말은 시원했고 날카로웠고 비유는 적절했다.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름기가 쪽 빠져 메말라 냉정하였고 그 이면의 인간 군상을 말할 때는 뜨거웠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의 폭력성을 이야기 할 때는 우리 존재를 슬프게 드러내었지만 그 드러냄이 다시 우리 존재를 강력하게 만들었다. 구김이 없고 거침이 없다. 나는 지금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만큼 그의 면면은 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이 책은 가장 강유원적이다. 그 답다는 말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중에 그 답다는 느낌을 가졌다. 세 권의 서양 정치사상을 대표하는 책을 소개하는 책이지만 책 소개를 넘어 사상사 자체가 정리되는 느낌이고 입문을 생각하는 오리엔테이션이라 생각했는데 곧바로 들어가버린 기분이다. 이제 이 책에서 소개된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다.

 

소개한 그 세 권의 책을 읽고 빈약한 내 사고가 다시 한번 깨어 날 수 있다면 그의 덕이다. 그리하여 인간을 더 알게 되고 내 자신에 조금 더 다가가는 데 성공한다면 그의 덕이다. 또한, 더 이상 내 주위의 권위에 대해 겁내지 않게 된다면 그에게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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