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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0일 05시 54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찰스 핸디(1932-     )  작가

 

옥스퍼드오리엘대학 고전문학, 역사, 철학

 

1987-89 영국 왕립예술학회 회장

1977-1981 세인트 조지 하우스 학장

1967-1995 영국 런던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심리학 교수

1956-1965 쉘 인터내셔널 석유회사.

 

피터 트러커와 톰 피터스 등 세계를 움직이는 사상가 50인에 올라 있는 매니지먼트사상가.

 

[나의 의견]

 

저자의 자서전 같은 글이다. 구본형의 변화이야기 같은 구성이다. 두 사람의 경력도 비슷하다. 한 사람을 생존해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죽었다. 세상에 오래 살아남아 많은 이들에게 사상가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 중요한 일이다. 스승의 죽음을 보면서 그리 오래 살지 않고 죽어서 가르침을 주는 것도 좋은 일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른 하나....아버지의 죽음이란 챕터이다. 아버지 살아서는 그분이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고 있다고 죽음 후에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통하여 아버지를 다시 보게 되는 저자. 그 부분을 읽는데 눈물이 솟아오름을 감지한다. 마르지 않은 눈물. 누군가의 죽음이 새록새록 오랫동안 내 삶에서 살아있을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런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세상에 홀로 선 느낌을 이겨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통제하는 조직이 갖는 편안함이 분명히 있으니 말이다. 세상이라는 벌판에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는 그곳에서 자신의 꽃을 피운다는 것은 외롭고 지난한 일이다. 고독을 친구

삼아 살아가는 내공을 기르는 일. 결코 만만치 않은 삶이나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하는 계기가 된 책이다.

 

당연히 무슨 일을 했느냐 보다 어떤 사람이었느냐가 남겨진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인간의 모습이다. 스승의 죽음 앞에 나도 나중에 누군가로 부터 이렇게 기억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져보았다는 친구의 말에 공감한다.

타인의 마음속에 기억되는 순간까지가 살아 있음이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날 죽음이라는 말도 생각이 나는 대목이다. "그래도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니?" 내가 기억하는 스승의 말. 찰스 핸디와 구본형 그리고 나의 존재가 한꺼번에 밀려드는 느낌을 내내준다.

 

2. 나를 무찔러 드는 글귀

 

13 그리스의 시인은 "죽기 전까지는 누구도 행복하다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인생의 행복은 죽은 다음에야 판가름이 난다는 뜻이리라. 비슷한 논리로 죽기 전까지 '완전한 자신'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죽음, 인생의 완성

 

14  '조하리의 창'

 

A 본인 인식/타인이 인식...........이 영역을 늘릴수록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이 될 수 있다

D 본인 인식/타인이 인식하지 못함

B 본인이 인식하지 못함/타인이 인식

C 본인이 인식하지 못함/타인이 인식하지 못함

 

19 친구나 친척과 함께 일하는 것이 지뢰밭을 걷듯 위험천만한 일임을 겪어보고서야 깨닫는 사람들이 많다. 사적인 영역과 업무 영역이 겹치기 때문이다. 친구란 누군가의 재능과 재주는 물론 기벽과 결점까지 모두 받아들이는 그런 존재다. 좋든 나쁘든, 어차피 그 사람이니까. 하지만 일이 개입되면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도 생기게 마련이다.

누구는 친구는 함께 노는 사람이다라고 한다. 나는 친구란 내 편인 사람이다. 나의 어떤 모습에도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 정의는 달라도 그래서 일을 함께하는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20 그때 이후 나는 친구 밑에서 또는 친구와 함께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친구와 한 집에 살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다. 우정은 워낙 소중한 것이라 섣불리 위험에 처하게 해서는 안 된다. 우정과 일은 서로 중복되지 않을 때 가장 잘 돌아가는 법이다. 그래야 자신이 누구인지, 즉 정체성에 혼란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23 우리는 유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25 사람은 충분히 좋아하고 관심을 기울이면 거의 모든 것을 배우고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게 있어 진짜 문제는 초기 반평생 동안 맞지 않는 일에 종사했던 것이 아니라, 하는 일에 충분한 열정을 느끼지 않았다는 데 있다.

 

27 일단 행동하고 경험하고 질문하고 다시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할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경험,질문,다시 행동, 어떤 사람? 무엇을 할지?

 

삶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삶이란 정체성이라는 사다리를 오르는 과정이고, 우리는 사다리를 오르면서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고 발견해간다.

 

28 세상에 어떤 식으로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것이 우리네 인간이다. 인간은 누구나 어떻게든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한다. 좋든 나쁘든 우리가 이곳에서 한평생을 살았기 때문에 세상이 조금은 달라졌기를 바란다.

 

29 변화해온 삶 속에 등장했던 여러 찰스 핸디들.

 

"모든 탐험의 끝은 우리가 출발했던 곳에 당도하는 일이며, 처음으로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아는 일"이다. 우리가 모험을 멈추는 것은 아마도 삶이 끝나는 순간이리라.

 

39 이제 나는 참으로 황당무계한 인생관을 주장하는 이가 동시에 참으로 마음씨 고운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뒤늦게야 나는 고정관념을 넘어 세상을 보는 법을 터득했다.

 

46 발전이란 참 묘한 것이어서 두 발짝 앞으로 나갔는가 싶으면 한 발짝 뒤로 물러서게 된다. 심지어 그 반대일 때도 있다.

 

52 어떤 이에게는 자명한 진리가 다른 이에게는 명백한 거짓 또는 오류일 수도 있다. 그러니 법정에서 조금도 거짓 없는 온전한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선서하는 사람은 시작부터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누구도 특정 상황에 대한 온전한 진실을 알지 못하니까. 실제로 우리가 듣게 되는 것은 '그들이' 인지하는 진리라는 사실을 우리도 알고 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책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나는 진실을 말하려고 시작했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기억하는 진실일 뿐이다. 다른 사람-특히 여동생들-을 보면 같은 일에 대해 나와 다른 기억을 갖고 있을 때가 많다. 누가 옳은가? 둘 다 옳을 수도, 둘 다 틀릴 수도 있다. 일단 파고들기 시작하자 그런 생각이 점점 분명해졌다. 시간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을 거짓이나 오류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53 삶은 하나의 커다란 가설이다. 더구나 완전히 끝날 때까지 옳음을 입증하기도, 오류를 증명하기도 어려운 가설.

 

56 "?"라는 질문

 

57 도랑에 빠졌는데 어느 발을 먼저 움직일까를 결정하느라 빠져 나오지 못하는 지네처럼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으니까. 가끔은 질문을 혼자만 간직하는 것이 최선일 때도 있다.

 

60 죄악이란 지나침과 모자람, 양 극단의 중간지점, 즉 중용을 넘어서는 데서 생긴다. 사도 바울이 돈에 대한 사랑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말한 것은 아마도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이 부자는 반드시 악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자가 악하냐 아니냐는 오직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 돈이란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욱 사람을 빛나게도 하고 함량미달의 인간으로 만들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좋은 삶이란 바로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에 다름 아니었다. 이 복잡한 그리스어는 흔히 '행복'이라고 번역되지만 아리스토텔레스한테는 다른 의미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행복이란 '상태'가 아니라 '행동'이었다.

 

에우다이모니아는 '번영' 또는 '가장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함'등으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61 아마도 인생에는 활력, 모험, 야망을 위한 시기가 있고, 성찰과 지혜를 위한 시기가 훗날 따로 있는 모양이다.

 

63 '여러분의 답이 더 훌륭하다면 책에 나와 있는 답은 중요하지 않다.'

 

65 아리스토텔레스는 내가 내 삶의 후반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타인의 인정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삶의 초점을 '에우다이모니아'에 재 조준하도록 도와주었다.

 

79 문득, 학위란 계속해서 배우라는 일종의 증서, 즉 배움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80 어떤 주제를 진정으로 알고 싶다면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보라는 것이다.

 

81 "어떤가? 효율적인 기업운영에 대한 각종 지식을 실제상황에 적용해보는 것은 분명 신나는 일일 텐데."

"있쟎아, 사람만 제대로 고르면 된다는 걸 깨달았어. 그것만 충족되면 다른 것들은 다 필요 없다네. 사람을 제대로 고르지 못하면, 다른 것이 다 있어도 소용없는 노릇이고." 결국 모든 것은 사람에 달려있다.

 

83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학습경험을 떠올려보라고 물었다. 그런 질문을 받고 대학 수업이나 직장 연수 등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항상 직접 죽음 문턱까지 갔거나 가까운 지인의 죽음을 경험한 순간, 키보다 깊은 구렁에 빠졌을 때처럼 절망적인 상황, 본인의 권한을 벗어나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를 떠올렸다.

 

89 좌절한 노동자들이 보잘 것 없는 힘이라도 부정적인 힘을 행사하고픈 유혹을 느끼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통화 중에 전화를 끊어버린 콜 센터 여직원, 나를 못 본 척 무시하던 웨이터, 뚜렷한 이유 없이 개발허가를 내주지 않던 공무원, 부리나케 뛰어가는 나를 보고 문을 닫아버리던 공항 직원...그들은 모두 부정적인 힘을 행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중요한 존재임을 보여줄 유일한 방법이 그것이었으므로, 최근 영국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노동자의 72%가 회사에 불만이 있으며, 19%는 적극적으로 회사업무를 방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95 경험을 통해 나는 교사, 부모, 배우자는 물론 심지어 기업의 관리자도 성직자와 같은 자세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자신이 양육하고, 가르치고, 지도한 이들의 공적인 성취를 보며 그것으로 개인적인 만족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96 감사를 받든 못 받든, 행동이나 말을 통해 황금의 씨앗을 심는 일은 사람이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기분 좋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이다.

 

97 글쓰기란 외로운 작업이니까.

 

104 미국에서 배운 몇 가지 교훈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며, 충분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개인의 창의력 활용을 장려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후 오랫동안 나는 해마다 미국에 가서 특유의 활력과 낙관주의를 보충하곤

했다. 미국에서 보낸 1년은 삶에 대한 내 태도를 바꿔놓았다.

 

112 기업을 비롯한 조직 운영이 응용과학보다는 실용적인 기술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기술 분야가 그렇듯이, 나름 유용한 교육법은 있지만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그런 학문 같았다. 상황이 매번 달랐다. 인물, 동기, 자원, 제약 등이 똑같은 상황이란 있을 수 없었다. 이런 깨달음은 뜻밖에도 심적인 안도로 이어졌다 이는 개인의 독창성, 상상력, 특성 등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였다. 조직이란 공학처럼 규칙이 정해진 고정불변의 세계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조직은 오히려 모든 것이 유동적인 작은 사회에 가까웠다.

 

113 나는 처음으로 모든 학교는 '배워야 할 것'보다는 '가르칠 수 있는 것'을 가르치는 쪽을 택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또한 소중한 교훈이었다.

 

116 경영이란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개념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개념 자체가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개념을 적용하는 일이 까다로운 것임을. 이런 깨달음은 나의 자신감을 크게 키워주었으니,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셈이다. 자신감은 내 교육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다. 교육의 목적이란 결국 사람들에게 자기 삶을 책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르다. 지식이 쌓이는 것과 경험이 쌓이는 것과의 거리는 멀다. 공부는 왜 하는가?를 생각해본다. 성장하기 위해서. 고지를 점하는 성공보다 마음을 점령하고 생각을 점령하는 상태. 마음이 성장하고 생각이 성장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다.

 

경험에 앞서 개념만 주입하는 것은 훗날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라면서 머릿속 창고 안에 지식을 쌓아두는 행위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창고에 쌓아둔 지식은 아주 빠른 속도로 부패한다. 막상 사용해야 할 시점에는 창고 안에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언어를 배우려면 배운 직후 가능한 빨리 써먹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다른 것도 다르지 않다.

 

126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일상생활에서나 직장에서나 스스로 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하고, 고용주의 지시대로 따르는 노예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주체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싶었다.

 

127 소포클레스의 비극에 등장하는 안티고네는 테베의 통치자인 외삼촌의 명령과 본인의 양심 및 종교적 책무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외삼촌인 크레온은 왕위 쟁탈 전쟁에서 조카이자 안티고네 오빠인 폴리네이케스를 죽이고, 시체를 매장하지 말고 성 밖 들판에 두어 금수의 밥이 되게 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안티고네 입장에서 매장금지는 오빠를 불멸지옥에 빠뜨리는 일이었다. 당시 그리스인들의 종교관에 따르면 편안히 잠들지 못한 영혼은 영원히 복수의 여신에 쫓기게 된다.  그러므로 시체를 매장하는 것은 오빠에 대한 안티고네의 의무였다.  하지만 통치자인 크레온은 누구든 자신의 명을 거역하는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는 포고를 내렸으니, 시민으로서 안티고네의 의무는 외삼촌의 명에 복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티고네에게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안티고네는 종교적 신념과 오빠에 대한 도리에 합당한 일을 해야 했다. 결국 안티고네는 그렇게 했고 크레온이 처형하기 직전 스스로 목을 매 죽었다.

당신도 같은 처지라면 안티고네처럼 행동할 것인가? 이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명령을 어길 만큼 소중한 신념이 있는가? 선택을 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개인적인 도의와 합법적인 권위보다 우선인가? 선량한 사람이 악법 또는 잘못된 명령에 복종해야 마땅한가?

 

128 당시 기업에서는 수단이 원칙적으로 합법이기만 하면-혹은 불법이라도 들키지만 않으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합법과 불법 그 경계에 서는 경험. 삶에서 제일 자주 부딪치는 경험이다. 나에게는.

 

129 타인의 전문성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결국에는 자기 삶에 대한 통제권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넘겨주는 꼴이 된다.

 

130 많은 사람들이 도덕적 판단에서 안이하고 나태한 태도를 보여준다. 전문가를 상징하는 흰색 가운을 입었거나 그럴듯해 보이는 신분증을 찬 사람이 시키는 일이면 따져 묻지 않고 요청 받은 대로 하는 식이다.

나의 성장동력이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그것은 아마도 왜를 생각하고 다른 방법은? 이런 생각을 늘 하기 때문인 듯.

 

134 세상은 용감하게 진실을 밝히는 사람을 존경과 감탄의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아무도 그들을 고용하려 하지는 않는다.

 

138 사다리의 다음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우리는 시선을 들어 멀리 볼 생각도, 여행할 때처럼 주변을 둘러본 생각도 하지 못한다.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 지도 모르고,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오로지 눈앞의 다음 계단만을 바라보다. 결국 강의실 자릿수를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나는 학생들의 욕구라는 형태로 표현된 시장의 압력에 굴복했다. 그리고 빌 레크윈 교수의 집단토론 수업을 없앴다.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자, 과연 시장이라는 것이 나한테 복종을 강요한 압력으로 작용했던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시장의 요구에 따라야 하는가. 시장을 주도하려고 노력해야 하는가? 고객의 선택이 항상 옳은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오히려 고객에게 최선을 일러줄 수도 있는 것인가? 여론을 따라야 하는가, 아니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행하는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가? 이는 항상 쉬운 결정이 아니다.

 

146 내 삶과 일이 누구한테 이렇게 큰 의미를 가질 것인가?

 

147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존재가 되려면 먼저 진정한 자아를 찾아야 한다. 스스로 가치관과 야망을 결정하는 대신, 남의 가치관과 야망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잘못된 것임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고통과 정신적 충격, 혹은 거절과 좌절 등을 경험한 뒤에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생각한다고 한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직업이나 경력은 의미가 없습니다. 대신 중요한 것은 삶이지요. 우리의 삶은 평생 몇 번에 걸쳐 변화하게 됩니다." 얼마 전 한 아일랜드 청년이 들려준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삶을 바꾸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별 볼일 없는 삶이 될 것이 뻔해도 그냥 익숙한 생활에 머무는 편이 훨씬 편하다. 삶을 바꾸려면 새로운 사다리의 바닥에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오르는 사다리가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결정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가급적 빨리 새로운 사다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과 현실에서 결정을 실행하는 것은 별개다.

 

148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정리해고가 막다른 골목에서 개인을 해방시켜준 구세주 역할을 한 경우도 많다.

 

150 내가 변화를 모색할 시기라고 권장하는 지점은 일이 잘 돌아가는 상승기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마냥 좋아 보일 시기다. 그러니 소를 잃기 전에는 좀에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사람들의 습성상 변화를 모색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상황이 잘 돌아가지 않으면 돈을 까먹으면서 지낸다.

 

161 조직의 전략, 달리 말하자면 무엇을 위해 우리가 거기 있는가 하는 조직의 존재 이유를 시급히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우선 급한 것은 재정문제였다. 당장의 생존이 위태로웠다. 생존에 우선하는 문제는 없다. 생존만을 위한 문제도 없지만.

 

162 재무제표의 마지막 줄, 손익을 개선하는 작업은 항상 흥미롭고 그만큼 매혹적인 일이다. 도대체 누가, 자선단체는 이윤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가? 자선단체에서는 이윤을 '운영잉여금'이라고 부르며 별도로 관리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잉여금을 극대화하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존재이유는 아니었고, 그것은 나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윤활동은 조직 유지에 필요한 정도로 신중하게 제한해야 했다. 진짜 임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하되 넘치지는 않도록. 존재이유와 생존이유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과제중의 제일의 난 관제이다.

 

163 하지만 여기서는 돈을 버는 방법도 쓰는 방법도 모두 신경 써야 할 중요한 사항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자본가들이 경험하는 딜레마와 맞닥뜨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돈과 이윤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돈과 이윤만이 유일한-혹은 주요한-목적이 되면 외부에 이기적으로 비칠 뿐 아니라, 좀 더 포괄적인 의미의 기업의 책무,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결과를 낳는다. 기업의 포괄적인 책무가 무엇인가는 향후 우리의 토론회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논의해야 할 주제일 것이다.

 

170 내가 '포트폴리오 인생portfolio life'이라는 비유로 생각해낸 것도 바로 그때였다. 점점 많은 노동자가 반강제로 소속 조직이 없는 독립노동자로 내몰리거나, 자의로 그 길을 택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들이 사회 구성원의 다수를 이루리라는 생각에서 나온 개념이었다.

 

171 나는 이런 현상을 '벼룩 경제flea economy'라고 부른다.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각종 소규모 기업과 자유로운 개인, 즉 프리랜서들로 이루어진 경제다.

 

174 고상한 활동에 드는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서 다소 허접한 일을 해야 하는 때도 있는 법이다. 이는 포트폴리오 생활을 하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다.

 

175 중년이 되었을 때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 조직에서 나와야 하며, 점점 공급이 줄어드는 직종을 떠나 장래가 유망한 직종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나의 지론이다. 달리 말하자면 중년이 되면 대부분이 판에 박힌 일과를 견딜 만한 열정과 활력을 잃는다는 의미도 된다. 순진한 낙관론 속에서 감소하는 활력을 지혜가 보완해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혜는 활력만큼 많이 필요하지 않다. ", 회사는 자네의 경험과 지혜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네. 그러니 자네가 우리를 위해 일해주었으면 하네. , 화요일에만." 친구의 상사가 했다는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50대가 되면 나머지 6일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 챙겨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려운 것이 인생이다. 더구나 갇혀 있더라도 조직 안에서 안전이 보장된다고 느끼는 동안에는 변화를 모색하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나는 포트폴리오 생활의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예측하지는 못했다. 포트폴리오 생활을 주장하는 책을 쓴 뒤, 다음과 같이 호소하는 많은 편지를 받았다.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포트폴리오 생활을 하려고 조직을 떠났지만, 제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한테도 명쾌한 해답은 없었다. 다만 불편한 진실만이 앞에 놓여 있었다. 내가 주장한 미래에 대한 이론이 맞는다면, 나를 위한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할 때라는 사실이었다. 내일모레면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으므로.

 

181 죽음은 삶이 우리보다 오래 남을 뭔가를 창조할 짧은 기회임을 상기시키는 유익한 데드라인이다. 우리는 데드라인이 있기에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다.

 

183 조직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현실에서 너무 많은 조직이 사람들을 억압하는 감옥이 되어 가고 있다. 더구나 교도관들은 보호하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보다는 자신의 행복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186 인생의 두 번째 커브를 시작하려면 종착지까지 가지 말고 중도에 길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내가 전달하려는 요지다.

 

187 이야기는 내가 쓰는 용어로 말하면 '늦은 수준으로 정의된'개념을 전달한다.

 

기억은 모두를 속인다. 같은 대화에 참여했어도 들은 내용에 대한 기억은 각기 다르다. 그리하여 나는 사후 수십 년이 지나도록 기록되지 않았던 이야기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리석다는 결론을 내렸다.

 

190 내 꼭지가 끝난 다음 그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크게 웃었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가 정말로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사소한 일이 삶을 즐겁게 하는 법이다. '오늘의 사색'을 시작했을 때 아내는 두 가지를 지적했다. "설교하지 말아요. 그리고 하나님을 문장의 주어로 쓰지 말아요. 사람들은 그런 표현을 싫어해요. 더구나 당신이 어떻게 하나님 생각을 알아요?"

 

191 나는 신을 선한 본능, 양심, 이타적 유전자 등으로 간주했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영성을 자연주의적 방법으로 정의하려 했는데, 무엇을 신이라고 부를 것인가에 대한 나의 의견과 일맥상통한다. 다마지오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영성이라는 개념을 강렬한 융화의 경험과 같은 것으로 본다. 유기체가 가장 완벽하게 제 기능을 다하는 느낌. 이런 경험은 타인에게 다정하고 관대하게 행동하고 싶은 욕망과 함께 명확히 드러난다."

 

192 톨스토이가 말했듯이 "신은 생활이다."우리는 바로 생활 속에서 신을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사건들 속에서 의미를 찾아 세상에 알리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보았다.

 

194 세상에서, 우리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특이한 사건들을 이해하려 애쓰는 것은 현실에서 철학을 하는 방법이다.

 

195 사생활 침해 등을 우려해서 망설이고 있어서는 우리 마음을 보여줄 수가 없다.

 

196 근처에 아름다운 교회나 예배당이 있으면 들어가 보기도 하지만, 자연은 그 자체로 예배당이기도 하다. 시시각각으로 변하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고, 항상 출입이 자유로운 예배당.

 

197 미술관과 극장은 나의 성스러운 예배당이다.

 

198 나는 태어나고 자란 아일랜드에서 종교를 맹신하고 무조건 복종한 나머지 유발되는 도덕적 독재의 위험을 목도했다. 당시 사람들은 더 이상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다. 법규는 엄격했고, 사제가 사람들의 모든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했다. 이는 기쁨이 아니라 두려움의 종교였다.

 

203 진정으로 원치 않는 뭔가를 제안하지 마라. 그리고 칭찬이나 확인을 에둘러 유도하지 마라. 얻는 것이 없으리니.

 

"자리를 내주세요. 조직은 젊고 쌩쌩한 친구들한테 맡기세요. 우리는 생각만큼 조직에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랍니다. 대부분은 조직에 너무 오래 매달려 있어요. 세월 덕분에 터득한 지혜가 젊은 활력을 보충해주리라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대충 이렇게 충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내 말이 부메랑처럼 나한테 돌아온 상황이었다. 내가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가 주도적인 입장에 서도 그렇게 잘 행동할 수 있을 생각해보면 아닐

때가 많다. 객관화시켜서 생각해본다. 나의 일을 최대한 객관화 시켜보면 답이 바로 나오는데 내 일로 가져오면 답이라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경우. 그것이 나한테 걸려 있는 업, 습관이지 싶다.

 

206 자유에 대한 기대가 이제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포트폴리오생활자가 되는 것이 이론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더구나 첫 시도일 때는 평생 나는 해야 하는 의무, 걸려오는 전화, 전달되는 이런저런 서류 등에 대처하면서 살았다. 나름대로 창의력을 발휘하며 주도적으로 살아보려고 노력한 것도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내 인생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지시, 외부에서 나한테 기대하는 바에 따라 움직였다. 그런데 갑자기 외부에서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서류함에는 신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참석해야 하는 회의도 없고, 답신해줘야 하는 전화도 없고, 지켜야 할 약속도, 목표도, 평가도 없었다. 다이어리는 텅 비어 있었다. 너무 좋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당해보니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안전하게 보호받던 감옥에서 열린 세상으로 나가는 일을 과소평가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불편하고 답답했지만 안전이 보장되었기에 나름 안락하고 비좁은 동굴에서 나와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밑바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없는 허공에 발을 디딘 기분이었다.

 

210 무소속의 독립 생활자들은 누구나 자기 선전활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이 나도 자신 또는 내가 만든 제품을 선전하고 판매해야 하는 현실을 싫어했다. 암만 해도 점잖지 못한 행동 같았다. 시장의 기본법칙인 수요-공급 논리에 따르면 수요에 대응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수요라는 것도 처음에는 인위적으로 창출해주어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깨달았다. 요즘 나는 포트폴리오 노동자가 되려는 이들에게 일감이 안정적으로 들어올 때까지 7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214 좋은 문장과 단어를 고민하면서 글을 다루는 예술가가 되는 일 말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오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는 말보다 훨씬 로맨틱하게 들리지만, 현실은 컴퓨터와 씨름에 다름 아니었다. 지금 하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면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중요한 진리를 깨우쳤다. 하지만 고결한 철학과 명상, 깨달음에도 불구하고, 무소속으로 일하기 시작한 초기에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역시 돈이었다. 사실 초기만이 아니라 이후에도 돈은 항상 문제가 되었다. 특히 돈이 어디서 언제 들어올지는 예측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주체적인 삶을 산다고 해서 반드시 삶의 가장 필수적인 부분, 즉 재정 문제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216 어쩌면 돈은 일을 해야 할 다른 아무런 명분이 없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라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218 보수가 충분하기를 바라기는 하되, 만약 충분하지 않으면 거기에 맞춰서 살아야 한다고, 아버지는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움직인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219 아담 스미스는 모든 사람의 생활이 한결 편해진다는 점에서는 경제성장이 분명 좋은 것이지만, 너무 오래 너무 많은 성장이 이루어지면 온갖 불필요한 물건이 넘쳐나는 부작용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의 쇼핑몰을 보면 그가 옳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학자들 입장에서는 탐욕, 시샘, 대식 등은 죄악이 아니라 번영의 토대다.

 

221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부자 리스트' '기부자 리스트'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223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만하면 충분하다enough'는 가르침을 따른다면 삶이 훨씬 간소하고 편안해질 것이다. 우리에게 '충분한'것이 어느 정도인지를 금액으로 규정하지 못한다면-그리고 규정하기 전까지는 -우리는 결코 진정 자유로울 수 없다. 달리 말하면 자유롭게 자신의 진정한 삶이 목표를 정할 수가 없다. 대신에 자발적으로 고용주의 노예가 되어 타인의 우선순위에 복종하며 살게 될 것이다.

'충분하다'는 기준을 정한다는 의미는 돈의 다른 용도를 머릿속에서 폐기한다는 의미다. 돈은 이제 성공의 상징으로도, 스스로의 가치를 규명하는 방법으로도, 진정 원하는 삶을 포기한 것에 대한 변명 또는 보상으로도 기능하지 못한다. 그러려면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 스스로를 어떤 사람으로 정의하고 싶은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봐주기를 바라는가 등등을 마음을 터놓고 솔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이미 그런 시도를 해봤고 나름의 결론도 있었다. 경험자로서 이런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직이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정직한 반성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일부한테는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운 것일 수도 있지만.

 

226 돈이 삶의 지상목표가 아니어야 돈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돈이 삶의 지상목표이자 중심이 되는 순간 '돈의 횡포'가 시작될 것이다.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을 때 내가 직면한 진정 절박한 질문은 '작가로서 무엇을 쓸 것인가'였다. 현재 나는 스스로를 사회철학자라 규정한다. 사회철학자란 새로운 사회의 실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내가 당면한 문제들이 점점 많은 사람의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점점 많은 선택의 기회를 갖게 되리라는 사실이 내게는 너무나 명확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삶이 더욱 편안해지는 것은 아니다. 슈퍼마켓 진열대에 늘어선 시리얼 상자가 점점 늘어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칼로리며 당분 등을 비교할 시간이 없어서 곧장 익숙한 것을 집어 든다. 어떻게 살고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선택의 폭이 넓어진 인생이라는 슈 퍼마켓에서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면 세상에 우리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우리한테 맞춰 돌아가게 할 수 있는데도, 그저 안절부절못하고 헤매거나 익숙한 예전 방법과 습관을 따르고 만다. 좋고 나쁨을 가려내는 확실한 기준이 없으면 그 많은 시리얼 중에 하나를 고를 수가 없다. 인생의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특정 기준이 없으면 선택가능성은 스트레스만 더할 뿐이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철학이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믿고 바랐다. 그것이 나의 새로운 역할이 될 거야.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하지만 당장 내 눈앞의 선택이 긴박해지고 있었으므로, 먼저 스스로에게 원칙을 적용하면서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235 케인즈는 이미 자본주의의 위험을 통렬하게 경고했다. "자본주의는 가장 사악한 인간이 모두의 최대 행복을 위해서 가장 사악한 짓을 한다고 믿는 황당한 믿음이다." 케인즈가 과장한 감이 없지 않다.

 

237 시장이 왕이라고 주장했던 문호, 어떤 경우에도 주주가 우선이라고, 기업활동이 사회발전의 핵심 동력이므로 어떤 정치적 판단에서도 기업계의 요구가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문화. 삶을 손익의 숫자놀이로 단순화시킨 참으로 무분별한 원칙이었다. 이런 미국의 문화가 대처 정부 시절 영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기업을 우선시하는 이런 문화는 분명 공격적인 기업가 정신을 부활시켰지만, 동시에 시민사회의 쇠퇴와 건강, 교육, 교통 등 영리활동과 무관한 영역에 대한 관심과 자금 지원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무관심의 여파가 뒤늦게 들어온 영국정부를 유령처럼 괴롭히고 있다.

 

드러난 상처 위에 붙이는 반창고 역할을 할 뿐이다. 비즈니스 문화의 중심에 놓여 있는 근본적인 질환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핵심 문제는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비즈니스인가?'이다. 이는 자산이 유용성을 가지기 위해 모든 자산 소유자가 직시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주식회사에는 최우선으로 이론상의 주인, 즉 주주들의 기대를 만족시켜야 하는 명백하고 중요한 의무가 있다. 하지만 주주가 진정한 주인인가? 대부분의 주주는 투자자, 혹은 투기꾼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그들의 주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긍지나 책임감 따위는 전혀 없으며, 까놓고 말하자면 오직 돈과 이익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필요와 목적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필요를 목적으로 만드는 일은 논리적인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논리학 용어로 말하자면 필요조건을 충분조건으로 혼동하는 일이다. 사람은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한다. 그러므로 음식은 삶의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위가 먹기 위해서 산다면, 다시 말해 음식을 삶의 충분조건, 즉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인간이 아니라 하등동물과 다를 바 없어진다. 바꿔 말하면 비즈니스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더욱 큰일 또는 더욱 훌륭한 '뭔가'를 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다. 기업의 존재이유, 즉 목적은 바로 '뭔가'에 있다. 주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투자자들은 그저 자기 몫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으니까. 이런 주장을 공연한 말장난이나 궤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결코 그렇지 않다. 이는 도덕에 관련된 문제다.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게 되면 다른 것은 보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뭔가가 있는 기업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241 사회적 기업들은 이윤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윤보다 목적에 강조점을 둔다. 전통적인 기업들도 언젠가 이런 시각으로 상황을 보고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43 회사란 주인(주주)의 이윤증대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는 오래된 생각은 기업이 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발상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 기업의 주인이 그곳의 일원이긴 하지만 반드시 중심 구성원일 필요는 없는 전체사회를 위해.

 

회사는 공동체다. 글자 그대로 동료들의 집단 말이다. 회사는 부동산이 아니다. 더구나 요즘은 물리적인 공간이나 설비를 소유하지 않은 채, 전적으로 가상세계에만 존재하는 회사들도 많다. 공동체는 마음과 비슷하다. 드문 경우지만 마을이라는 공간이 외부인의 소유가 될 수는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결코 타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 공동체에는 구성원이 있다.

 

언어는 중요하다. 우기가 토지나 회사 등을 소유하지 않고, 사회와 사회 구성원, 그리고 미래 세대를 대신에 빌려 쓴다면, 우리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처럼 이기적이고, 마냥 단기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신중하게 남을 배려할 것이다.

 

259 젊음을 부러워하고 질투해봐야 부질없고 어리석을 뿐이다. 오히려 아이들의 성장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는 편이 훨씬 현명한 처사이리라.

 

261 가령 강연회 등 일하는 날을 늘리고 싶은 유혹은 항상 있다. 날짜를 늘리면 곧 돈이 늘어나는 셈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집필과 사진 촬영에 투자하지 않으면 일도 곧 없어지리라는 걸 잘 안다. 이는 우리 삶의 R&D(연구개발)이므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 연구개발이 끊어지면 output의 질이 떨어지고 그러면 청중은 금새 알아차린다.

 

262 우리한테는 일에 맞춰 조절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우리의 부모나 조부모 대부분이 누리지 못했던 기회다.

 

266 학교는 아이가 처음으로 공식 조직에 노출되는 현장이며 처음으로 친인척 이외에 다른 어른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권력이란 무엇이며 권력을 잡은 사람이 누구인가를 배우게 되는 공간이 바로 학교다. 또한 인간관계의 즐거움과 더불어 인간관계로 인한 위험, 누구를 믿고 누구를 멀리 할 것인가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 무엇이 성공으로 간주되는가 등도 모두 학교에서 배우는 암묵적인 가르침이다. 무엇보다 나는 학교의 암묵적 가르침을 통해 어른들-교사, 전문가 등-은 최선을 알고 있으며,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고, 그러므로 그드들의 지식을 배우고 기억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배웠다. 조직의 생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하교에서 권력의 구조 그것이 사람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 것인가는 알 수 있을지 몰라도 세상을 이해하는 코드. 그 최선의 코드를 가르쳐줄 수 있는 선생, 어른은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이런 암묵적인 메시지가 그릇된 생각을 심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아이들 사이의 협력을 부정행위라 불렀다. 모든 것을 머릿속에 기억해두려 하지 않고 책-요즘으로 말하면 인터넷-을 뒤져 찾으려 하는 것도 옳지 않은 행위였다. 나중에 나는 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른 가르침들을 재빨리 잊어버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기업에서는 협동과 자료를 통한 사실검증은 필수 과정이었다. 나이와 지혜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나중에 터득했다. 교사를 포함하여 어른들도 항상 모든 해답을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그들은 힘을 가진 존재였다. 그러므로 어른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일단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득이 되었다. 학교를 떠나고 여러 해가 지난 다음에야 어른이 아닌 자신의 선택을 신뢰할 수 있었다. 자신의 선택을 신뢰할 수 있게 되는 그 때가 어른이 되는 시기라는 생각이다.

 

276 부모의 태도와 기대가 연금술사를 만드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어린아이에게 맞는 책임감을 부여하고, 실험을 통해 본인의 호기심을 시험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실수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변화가 흥미롭다는 사실을 가르치고....이런 것들이 모두 연금술사가 될 수 있었던 초기 씨앗들이었다. 이런 것들을 장려하지 않고 억누르면 어린아이의 창조적 본능까지 질식시킬 위험이 있다. 우리가 조사한 29명중에 3명만이 맏이였다. 학업성취를 비롯해 부모들이 맏이한테 거는 일반적인 기대가 너무 커서 창조성을 발휘하기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맏이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했을 수는 있지만, 기업가나 작가 등 창조적인 사람에게 필요한 실험정신이 부족했다. 실험적인 인생을 살려면 어느 정도 자유가 필요한 법이다. 아일랜드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 남자를 보는 느낌이다. 문열이라고 불리 우는 맏이들의 속성. 언젠가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란 책을 보았다. 장남이 가지는 책임감. 거기에다 A형의 섬세함까지 겸비한 사람이라면 최악이라고 했던 글이 기억난다. 생각이 더 많고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는 그리고 마음 속에 남겨두는 이들의 속성상 장남이라는 무게는 어깨를 짓누를 수 밖에 없다. 가난한집의 수재는 더욱 좋지 않다....창조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씨앗을 심어주는 일.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고 사회나 학교의 모델이 되는 사회를 꿈꿔본다.

 

279 항상 말보다는 행동이 더욱 중요하다. 사람의 걸음걸이가 말투보다 기억에 남는 법이다.

 

284 어떻게 살 것인가 뿐 아니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말해주는 임무도 가정의 몫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289 영원히 머물러도 좋다는 영주권을 얻은 이방인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의 많은 부분이 어린 시절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290 우리는 누구나 벗어도 좋을 만큼 충분히 상대를 알았다 싶을 때까지는 자신을 보호하는 가면을 쓰고 사람을 대한다. 누군가 나한테 보여주는 최고의 경의는 나를 부모나 형제자매에게 소개시켜주는 것임을 이제는 알고 있다.

 

292 새로운 가족은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점에서 오히려 전통적인 가정보다 편안할 수도 있다.

 

장기적인 이성관계를 고려할 때 열정이나 육체적인 매력에 휘둘리지 말고 언젠가는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람,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그런 우정을 맺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말하는 식이다. 어는 날은 우리가 잠자리에서 바라는 것은 멋진 섹스가 아니라 다정한 포옹이라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젊은 아들은 영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서만 말한 것은 아니었다.

 

301 가족을 가꾸는 자양분의 핵심은 대화다. 의심과 질투는 침묵 속에서 활개를 친다. 우리는 기회가 닿는 대로 우리가 가족임을 감사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결혼식, 제례, 생일, 기념일, 심지어 장례식에서도

 

311 조직에 대해 이미 알려진 연구결과를 언어로 정리하여, 학생들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하자는 것이 나의 취지였다. 내 일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람들의 심리와 판단유형을 쉽게 풀어서 전달하고픈 생각이 있다. 더하여 나의 깨달음을 전달해야겠지.

 

312 한 은행의 역설..."다양한 시장에 통로를 개방함으로써, 고객에게 효과적인 금융해결책을 제공하려는 구제적인 청사진을 강화하겠다." 나한테는 이 말이 고객이 어디 있든 항상 고객과 함께하며 돕겠다는 말로 들린다. 이런 사이비 전문용어는 모든 경영문제에 기술직 또는 전문적인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환상을 만들어 낸다. 나는 현실은 크게 다르며 훨씬 단순하다고 본다. 조직은 말끔하게 디자인하고 면밀히 배치하여 측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313 사람은 인적자원이라 하는데,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적절히 배치하여 통제하고, 필요하면 옮겨놓을 수도 있는 그런 존재다. 말하자면 관리되는 대상이다. 경영학의 모든 표현에서 사람은 관리되는 사물이지 사람이 아니다. 시청각자료를 관리한다manage는 표현은 말이 된다. 하지만 기술자까지 패키지로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314 현실세계에서는 왜곡된 단어는 듣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조직은 기계가 아니다. 이는 내가 집필한 모든 책의 핵심 메시지였다. 조직은 살아 있는 개인들의 공동체다. 그러므로 조직을 설명하려면 공동체와 관련된 언어, 개인과 관련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말하자면 정치와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을 섞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십-정치학에서는 경영학에서처럼 '관리자'라 쓰지 않고 이렇게 쓴다-의 필수 과제는 개인들의 열망과 욕구를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목표와 결합하는 일이다.

 

316 신뢰란 하는 일만이 아니라 사람 됨됨이에 의해서 영향을 받으며, 깨지기 쉽고 일단 상실하면 좀체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또한 모르는 사람 또는 전자기기-전화나 이메일 등-를 통해서만 아는 사람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도 안다.

 

319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삶은 삶이다. 나도 처음에는 다양한 기업 연구사례에서 소재를 끌어냈다. 하지만 독자나 청중이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보다 일상생활에서 끌어낸 이야기가 훨씬 쉽게 다가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일상생활의 교훈을 직장에 적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을 나의 과제로 삼게 되었다.

 

320 명작이 위대한 이유는 인간의 딜레마를 날카롭게 다루거나 인간사의 특정 국면을 섬세하게 포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322 나의 목표는 사람들을 대신해 세상을 해석해주는 것이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인생에 대해, 조직 운영방법에 대해 내가 당사자들보다 잘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 잘 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사람들의 지능과 독립심을 모욕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상황이해를 돕는다면, 사람들이 자신들 앞에 놓인 기회와 위험을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326 풍요로운 현대사회에서 성공의 정의 또한 난해한 문제다. 선택의 폭이 좁았을 때가 오히려 쉬웠다. 지금 우리는 선택이 가능하지만, 선택을 위한 좋은 기준이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므로 기업 중역들도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338 세계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탐욕스럽고 성급하다.

 

339 부자가 계속 부유해지려면 먼저 가난한 사람들이 부유해지도록 도와야 한다.

 

340 진실에 정면으로 맞서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과거가 앞으로 나가려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 법이니까.

 

345 당연히 무슨 일을 했느냐 보다 어떤 사람이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346 태어나기 전의 일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굳이 사후의 일을 신경 쓸 필요가 있겠는가?

 

347 생의 마지막 순간에야 자신의 인생을 진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일 뿐이다. 인생을 평가하는 시점, 중간평가보다 마지막 평가가 의미가 있을 텐데 마지막 순간이 갖는 위안이 있다. 그 다음이 또 있다고 하면 매우 고민될 일이다.

 

348 야망과 시샘이 시들해지는 주된 이유는 오래 전에 기회가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그쯤 되면 현실에 맞춰 편안하게 살고자 자신의 과거와 실패를 합리화하기 때문이다.

 

352 제일 잘 하는 일이 젊었을 때만 가능한 그런 일이라면 상황은 더욱 힘들어진다.

 

356 제롬은 한때 책이 대중적인 인기도 못 얻는데다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 때문에 꽤나 괴로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집필의 목적이 집필활동 자체에서 얻는 기쁨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괴로움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한동안은 책을 쓰는 이유가 팔리지 않는 데 대한 보상심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양자가 아무런 상관이 없어지자 집필 주제를 그야말로 순수한 주제로 마음껏 바꿨습니다. 자신이 사는 세상을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그런 내용이었죠."

 

358 활동 포트폴리오를 어떤 식으로 짜든 일부는 돈을 버는 활동이어야 한다. 돈이 실질적으로 유익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존재의 문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만족스러운, 그리고 유일한 해답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누구나-내가 그랬던 것처럼-시간의 모래 속에 족적을 남기겠노라는 원대한 희망과 야망을 품고 결연하게 길을 나선다. 그리고 결국에는 볼테르의 철학소설 [캉디드]의 주인공 캉디드처럼, "내가 하는 일은 중요성을 따지면 너무나 보잘 것 없지만, 내가 이 일을 하는 것 자체는 무한히 중요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말 그렇다. 이제 나는 침대에 편안히 누웠다. 흡족한 마음으로.

 

뼈대와 목차

 

70에 쓰는 자선전이다. 삶을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자신의 생을 중간 결산하는 일인가보다. 그리고는 다음 삶을 또 꾸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살이를 하면서 한단계씩 다른 차원으로 옮겨가는 느낌은 얼마나 좋을까?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구성이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인간본능. 관음본능을 일깨운다.

 

목차

 

1. 정말입니까?

2. 아일랜드에서의 시작

3. 그리스인의 지혜

4. 보르네오에서 얻은 교훈

5. 황금의 씨앗

6. 경영을 가르치는 학교

7. 안티고네의 도전

8. 아버지의 죽음

9. 윈저성을 집 삼아

10. 성 미카엘과 성 조지

11. 포트폴리오 인생

12. 부동산과 소유권

13. 주방과 서재

14. 어린이 사육장

15. 소중한 가족

16. 경영 구루가 되어

17. 일을 겸한 여행

18. 일흔 살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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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0 11:32:02 *.216.38.13

헉. 이런 동시성 (synchronicity)이!

어제 3기 송창용 형으로부터 이 책 소개받아 서점에 달려가 사서 읽고 있었는데..

형이 안티고네 부분을 읽어보라는 추천으로 당장 읽기시작했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죽음 부분에서 감동이 스멀스멀~~ 같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답니다. 북리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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