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203
- 댓글 수 1
- 추천 수 0
나는 나무다
전생에
나는 아마
나무였을 것이다.
나는
트리맨(treeman)이다.
바람이 불면
'솨아' 소리를 내며
온 잎들을 있는 대로
바람에 실어 날리는 나무이다.
봄이 되면
꽃을 주렁주렁
피우는 나무이다.
여름 소나기 끝에
햇빛이 다시 쨍해질 때
초록색 물방울을 달고 서 있는
싱싱한 이파리로 뒤덮인 나무이다.
때가 되면 꽃보다
더 진한 단풍으로
깊어지는 나무이다.
아,
그리고 그 나무,
겨울 그 강풍에
아무 소리 않고
죽은 듯 서 있는
그 나목.
그것이 바로 나이다.
나는 온몸 안을
꽃으로 가득 채운 채
꽃 터지는 봄날을 기다리고 있다.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구본형, 휴머니스트, 351
댓글
1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44 | [시인은 말한다]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 / 다니카와 슌타로 | 정야 | 2021.11.22 | 2806 |
243 | [시인은 말한다] 너에게 보낸다 / 나태주 | 정야 | 2020.09.21 | 2550 |
242 | [시인은 말한다] 새출발 / 오보영 | 정야 | 2019.07.05 | 2438 |
241 | [시인은 말한다] 빗방울 하나가 5 / 강은교 | 정야 | 2022.01.03 | 2220 |
240 | [시인은 말한다]허공에 스민 적 없는 날개는 다스릴 바람이 없다 / 이은규 | 정야 | 2021.12.13 | 2186 |
239 | [리멤버 구사부] 나를 마케팅하는 법 | 정야 | 2021.12.13 | 2185 |
238 | [시인은 말한다]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 정야 | 2020.10.05 | 2185 |
237 | [시인은 말한다] 어떤 나이에 대한 걱정 / 이병률 | 정야 | 2021.12.20 | 2177 |
236 | [시인은 말한다] 제도 / 김승희 | 정야 | 2021.09.27 | 2174 |
235 | [시인은 말한다] 오래 말하는 사이 / 신달자 | 정야 | 2021.11.15 | 2170 |
234 | [시인은 말한다] 깨달음의 깨달음 / 박재화 | 정야 | 2021.10.11 | 2157 |
233 | [시인은 말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 정야 | 2019.04.08 | 2140 |
232 | [리멤버 구사부] 한잠을 자고 일어나면 | 정야 | 2021.10.11 | 2111 |
231 | [리멤버 구사부] 실재와 가상 | 정야 | 2021.12.31 | 2104 |
230 | [시인은 말한다] 자작나무 / 로버트 프로스트 | 정야 | 2019.09.23 | 2097 |
229 | [시인은 말한다] 작은 것을 위하여 / 이기철 | 정야 | 2021.10.25 | 2074 |
228 | [리멤버 구사부] 나는 트리맨(treeman)이다 | 정야 | 2022.02.28 | 2073 |
227 | [리멤버 구사부] 삶에 대한 자각 | 정야 | 2021.11.15 | 2071 |
226 | [시인은 말한다] 은는이가 / 정끝별 | 정야 | 2021.09.06 | 2069 |
225 | [시인은 말한다] 그대에게 물 한잔 / 박철 | 정야 | 2020.11.16 | 20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