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46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오늘의 결심]
김경미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곳에 살지 않겠다
초저녁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 않겠다
여행용 트렁크는 나의 서재
지구 끝까지 들고 가겠다
썩은 치아 같은 실망
오후에는 꼭 치과엘 가겠다
밤하늘에 노랗게 불 켜진 보름달을
신호등으로 알고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으되
다치지 않았다
생각하면 티끌 같은 월요일에
생각할수록 티끌 같은 금요일까지
창들 먼지에 다치거나
내 어금니에 혀 물린 날 더 많았으되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목차들 재미없어도
크게 서운해하지 않겠다
너무 재미있어도 고단하다
잦은 서운함도 고단하다
한계를 알지만
제 발목보다 가는 담벼락 위를 걷는
갈색의 고양이처럼
비관 없는 애정의 습관도 길러보겠다
_김경미 시집『밤의 입국 심사』, 문학과지성사, 2014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44 | [시인은 말한다]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 / 다니카와 슌타로 | 정야 | 2021.11.22 | 2576 |
243 | [시인은 말한다] 너에게 보낸다 / 나태주 | 정야 | 2020.09.21 | 2455 |
242 | [시인은 말한다] 새출발 / 오보영 | 정야 | 2019.07.05 | 2331 |
241 | [시인은 말한다]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 정야 | 2020.10.05 | 2100 |
240 | [시인은 말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 정야 | 2019.04.08 | 2064 |
239 | [시인은 말한다] 빗방울 하나가 5 / 강은교 | 정야 | 2022.01.03 | 2016 |
238 | [리멤버 구사부] 나를 마케팅하는 법 | 정야 | 2021.12.13 | 2004 |
237 | [시인은 말한다] 자작나무 / 로버트 프로스트 | 정야 | 2019.09.23 | 2001 |
236 | [시인은 말한다] 오래 말하는 사이 / 신달자 | 정야 | 2021.11.15 | 1997 |
235 | [시인은 말한다] 제도 / 김승희 | 정야 | 2021.09.27 | 1995 |
234 | [시인은 말한다] 어떤 나이에 대한 걱정 / 이병률 | 정야 | 2021.12.20 | 1990 |
233 | [시인은 말한다]허공에 스민 적 없는 날개는 다스릴 바람이 없다 / 이은규 | 정야 | 2021.12.13 | 1988 |
232 | [시인은 말한다] 은는이가 / 정끝별 | 정야 | 2021.09.06 | 1983 |
231 | [시인은 말한다] 그대에게 물 한잔 / 박철 | 정야 | 2020.11.16 | 1972 |
230 | [시인은 말한다] 친밀감의 이해 / 허준 | 정야 | 2020.11.02 | 1969 |
229 | [시인은 말한다] 깨달음의 깨달음 / 박재화 | 정야 | 2021.10.11 | 1961 |
228 | [시인은 말한다] 픔 / 김은지 | 정야 | 2020.12.28 | 1934 |
227 | [리멤버 구사부] 한잠을 자고 일어나면 | 정야 | 2021.10.11 | 1927 |
226 | [리멤버 구사부] 마흔이 저물 때쯤의 추석이면 | 정야 | 2020.09.28 | 1912 |
225 | [리멤버 구사부] 실재와 가상 | 정야 | 2021.12.31 | 1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