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464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0년 6월 1일 02시 41분 등록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

 

파블로 네루다

 


어디에서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사는 것일까

 

어디에서 소금은

그 투명한 모습을 얻는 것일까

 

어디에서 석탄은 잠들었다가

검은 얼굴로 깨어나는가

 

젖먹이 꿀벌은 언제

꿀의 향기를 맨 처음 맡을까

 

소나무는 언제

자신의 향을 퍼뜨리기로 결심했을까

 

오렌지는 언제

태양과 같은 믿음을 배웠을까

 

연기들은 언제

공중을 나는 법을 배웠을까

뿌리들은 언제 서로 이야기를 나눌까

 

별들은 어떻게 물을 구할까

전갈은 어떻게 독을 품게 되었고

거북이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늘이 사라지는 곳은 어디일까

빗방울이 부르는 노래는 무슨 곡일까

새들은 어디에서 마지막 눈을 감을까

왜 나뭇잎은 초록색일까

 

우리가 아는 것은 한 줌 먼지만도 못하고

짐작만이 산더미 같다

그토록 열심히 배우건만

우리는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 뿐

 

『시가 나를 안아준다』, 신현림 엮음, 판미동, 2017


20180722_173502.jpg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4 [시인은 말한다]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 / 다니카와 슌타로 정야 2021.11.22 2443
243 [시인은 말한다] 너에게 보낸다 / 나태주 file 정야 2020.09.21 2406
242 [시인은 말한다] 새출발 / 오보영 file 정야 2019.07.05 2286
241 [시인은 말한다]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file 정야 2020.10.05 2056
240 [시인은 말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file 정야 2019.04.08 2016
239 [시인은 말한다] 자작나무 / 로버트 프로스트 file 정야 2019.09.23 1946
238 [시인은 말한다] 은는이가 / 정끝별 정야 2021.09.06 1942
237 [시인은 말한다] 친밀감의 이해 / 허준 file 정야 2020.11.02 1927
236 [시인은 말한다] 그대에게 물 한잔 / 박철 file 정야 2020.11.16 1918
235 [시인은 말한다] 빗방울 하나가 5 / 강은교 정야 2022.01.03 1896
234 [시인은 말한다] 픔 / 김은지 정야 2020.12.28 1885
233 [리멤버 구사부] 나를 마케팅하는 법 정야 2021.12.13 1884
232 [시인은 말한다]허공에 스민 적 없는 날개는 다스릴 바람이 없다 / 이은규 정야 2021.12.13 1880
231 [시인은 말한다] 오래 말하는 사이 / 신달자 정야 2021.11.15 1875
230 [시인은 말한다] 어떤 나이에 대한 걱정 / 이병률 정야 2021.12.20 1871
229 [리멤버 구사부] 마흔이 저물 때쯤의 추석이면 file 정야 2020.09.28 1866
228 [시인은 말한다] 벽 / 정호승 file 정야 2019.02.11 1866
227 [시인은 말한다] 제도 / 김승희 정야 2021.09.27 1863
226 [시인은 말한다] 영원 / 백은선 정야 2021.07.12 1860
225 [시인은 말한다] 깨달음의 깨달음 / 박재화 정야 2021.10.11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