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37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0년 11월 30일 03시 37분 등록



밖에 더 많다


이문재


내 안에도 많지만

바깥에도 많다.


현금보다 카드가 더 많은 지갑도 나다.

삼 년 전 포스터가 들어 있는 가죽 가방도 나다.

이사할 때 테이프로 봉해둔 책상 맨 아래 서랍

패스트푸드가 썩고 있는 냉장고 속도 다 나다.

바깥에 내가 더 많다.


내가 먹는 것은 벌써부터 나였다

내가 믿어온 것도 나였고

내가 결코 믿을 수 없다고 했던 것도 나였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안데스 소금호수

바이칼 마른풀로 된 섬

샹그릴라를 에돌아가는 차마고도도 나다.

먼 곳에 내가 더 많다.


그때 힘이 없어

용서를 빌지 못한 그 사람도 아직 나다.

그때 용기가 없어

고백하지 못한 그 사람도 여전히 나다.

돌에 새기지 못해 잊어버린

그 많은 은혜도 다 나다.


아직도

내가 낯설어 하는 내가 더 있다.



이문재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2014

20201126_234307.jpg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3 [리멤버 구사부]오늘, 눈부신 하루를 맞은 당신에게 [2] 정야 2017.01.09 871
232 [리멤버 구사부] 매일 같은 시각 한가지에 집중하라 [1] 정야 2017.07.21 847
231 [시인은 말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file 정야 2019.04.08 816
230 [시인은 말한다] 벽 / 정호승 file 정야 2019.02.11 793
229 [시인은 말한다] 새출발 / 오보영 file 정야 2019.07.05 786
228 [리멤버 구사부] 체리향기 [4] 정야 2017.01.16 768
227 [리멤버 구사부]삶은 죽음을 먹는 것 정야 2017.10.28 760
226 [리멤버 구사부] 사람 사이의 관계는 천천히 흘러야 한다 정야 2017.10.04 745
225 [리멥버 구사부] 인문학적 감수성을 키워라 [1] 정야 2017.07.14 720
224 [리멤버 구사부] 살고 싶은 대로 산다는 정야 2017.11.21 679
223 [리멤버 구사부]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라 [1] 정야 2017.06.20 679
222 [시인은 말한다] 봄밤 / 김수영 file 정야 2019.05.20 674
221 [시인은 말한다]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 이근화 file 정야 2019.02.25 673
220 [리멤버 구사부] 가장 전문가다운 전문가란 정야 2017.11.16 672
219 [리멤버 구사부] 내가 담아낼 인생 정야 2017.11.07 669
218 [시인은 말한다] 자작나무 / 로버트 프로스트 file 정야 2019.09.23 650
217 [리멤버 구사부]인생이라는 미로, 운명을 사랑하라 정야 2017.10.04 641
216 [리멤버 구사부] 자신의 이중성을 인정하라 정야 2017.10.09 633
215 [시인은 말한다] 늦게 온 소포 / 고두현 file 정야 2019.01.28 629
214 [리멤버 구사부] 깊이, 자신 속으로 들어가라 [1] 정야 2017.08.01 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