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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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와 목적을 늘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그러나 정말 나의 목적은
하루를 잘 사는 것이다.
하루를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각성과 준비의 제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하루답게 사는 것이다.
어떤 하루도 목적을 위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하루를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한
희생물로 쓰는 것이 아니라,
하루자체를 빛냄으로써
인생 전체를 빛나게 하고 싶었다.
이것이 목적이다.
내겐 좋은 하루
그 자체가 목적이다.
좋은 삶이란 이런 것이다.
나는 그저 좀 지루하긴 하지만
게으른 생각을 즐긴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다가
생각이 적절한 깊이의
표현을 만나면 흥분한다.
홀연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섬광 같은 깨달음을 얻으면
입이 벌어진다. 운 좋은 날이다.
책을 읽고, 낮잠을 자고,
산속을 거닐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땀을 흘리고, 내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강연하는 것을 즐긴다.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푸른 바다를 찾아 떠나고,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호두과자와 커피를 먹는 것을 좋아한다.
달이 뜨면
달을 좋아하는 친구와
술을 마시는 것을 즐기고,
약간 멍청한 우리 집 개 돌구를
놀려먹는 것을 좋아한다.
지는 해를 보며 어느 선창가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도 좋고,
배를 타고 천하의 절경을 둘러보는 것도 좋고,
가을에 산 가득 하얗게 피어난 억새밭을 거닐며
바다를 굽어보는 것과,
봄이 되면 꽃을 즐기고
가을이면 높은 하늘과
햇빛이 숨어 있는 달콤한 과실을
먹는 것이 즐거움이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다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무방비 상태의 얼굴과 멋진 엉덩이의 율동과
찌푸린 표정과 속없는 웃음을
창문을 통해 관찰하는 재미를 즐긴다.
시장에 가서 잘 익은 가자미 식혜를 사다
조금씩 아껴 먹는 것을 좋아하고,
아내에게 낙지젓을 사다주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과 여행을 하고,
깨끗한 곳에서 하루이틀 묵으며,
애들이 좋아하는 파자나 파스타를 약간 투덜거리며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우연히 찾아낸 맛있는 음식점을 아껴두고
간간이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하루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생활고나 가난 때문이 아니다.
즐길 수 있는 자신의 세계가 없기 때문이다.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구본형, 휴머니스트,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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