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473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밖에 더 많다
이문재
내 안에도 많지만
바깥에도 많다.
현금보다 카드가 더 많은 지갑도 나다.
삼 년 전 포스터가 들어 있는 가죽 가방도 나다.
이사할 때 테이프로 봉해둔 책상 맨 아래 서랍
패스트푸드가 썩고 있는 냉장고 속도 다 나다.
바깥에 내가 더 많다.
내가 먹는 것은 벌써부터 나였다
내가 믿어온 것도 나였고
내가 결코 믿을 수 없다고 했던 것도 나였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안데스 소금호수
바이칼 마른풀로 된 섬
샹그릴라를 에돌아가는 차마고도도 나다.
먼 곳에 내가 더 많다.
그때 힘이 없어
용서를 빌지 못한 그 사람도 아직 나다.
그때 용기가 없어
고백하지 못한 그 사람도 여전히 나다.
돌에 새기지 못해 잊어버린
그 많은 은혜도 다 나다.
아직도
내가 낯설어 하는 내가 더 있다.
이문재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2014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4 | [리멤버 구사부] 좋은 얼굴 | 정야 | 2021.09.13 | 1389 |
223 | [시인은 말한다] 은는이가 / 정끝별 | 정야 | 2021.09.06 | 1769 |
222 | [리멤버 구사부] 도토리의 꿈 | 정야 | 2021.08.30 | 1630 |
221 | [시인은 말한다] 직소폭포 / 김진경 | 정야 | 2021.08.23 | 1621 |
220 | [리멤버 구사부] 필살기 법칙 | 정야 | 2021.08.16 | 1391 |
219 | [시인은 말한다] 함께 있다는 것 / 법정 | 정야 | 2021.08.09 | 1684 |
218 | [리멤버 구사부] 숙련의 '멋' | 정야 | 2021.08.02 | 1399 |
217 | [시인은 말한다] 여름의 시작 / 마츠오 바쇼 | 정야 | 2021.07.26 | 1370 |
216 | [리멤버 구사부] 괜찮은 사람 되기 | 정야 | 2021.07.26 | 1391 |
215 | [시인은 말한다] 영원 / 백은선 | 정야 | 2021.07.12 | 1725 |
214 | [리멤버 구사부] 자신의 삶을 소설처럼 | 정야 | 2021.07.12 | 1209 |
213 | [시인은 말한다] 송산서원에서 묻다 / 문인수 | 정야 | 2021.07.12 | 1330 |
212 | [리멤버 구사부] 불현듯 깨닫게 | 정야 | 2021.06.21 | 1245 |
211 | [시인은 말한다] 노자가 떠나던 길에 도덕경을 써주게 된 전설 / 베르톨트 브레히트 | 정야 | 2021.06.14 | 1382 |
210 | [리멤버 구사부] 치열한 자기혁명 | 정야 | 2021.06.14 | 1257 |
209 | [시인은 말한다] 다례茶禮를 올리는 밤의 높이 / 박산하 | 정야 | 2021.05.31 | 1355 |
208 | [리멤버 구사부] 지금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 정야 | 2021.05.24 | 1366 |
207 | [시인은 말하다] 꿈 / 염명순 | 정야 | 2021.05.17 | 1250 |
206 | [리멤버 구사부] 스스로 안으로부터 문을 열고 | 정야 | 2021.05.10 | 1344 |
205 | [시인은 말한다] 나무들 / 필립 라킨 | 정야 | 2021.05.03 | 1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