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73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영원
백은선
흰 배가 묶여 있는 선착장을 생각해
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 허물
천천히 썩어가는 나무 위 복숭아
계석해서 계속을 계속하려는 계속의 종種
열망에 사로잡혀 단단해지는 것
그거 아니, 매미는 칠십 년 동안 땅속에 있는대
한번 울었던 자리에서는 다시 울지 않는대
느슨하게 결박된 배가 물결에 따라 흔들린다
나무와 나무가 부딪는 텅, 소리
나는 아침에 일어나 오래전에 좋아했던 「바다 밑바닥에서의 여섯 날」을 들었어 그 노래를 들으며 트럭을 몰고 다니는 꿈을 꿨거든 그걸 들으면 슬퍼야 한다고 스스로 타이르던 것과 끓고 있던 미역국의 짠내가 생각난다
그토록 부드러운 살 속에 그토록 단단한 씨앗
그건 비유 같고
그건 이상하고 아픈 마음의 형상 같고
그건 부질없음의 다른 말 같고
매미는 수컷만 운다 암컷을 부르려고
징그럽고 슬픈 것이다
나는 바다 밑바닥을 구르며
엿새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여섯 번
네가 두고 간 작은 단단한 것을 꺼내보았다
흙 속에서 칠십 년을 보내는 매미
우는 매미
와, 신기하다 근데 불쌍한 것 같아
네가 했던 말
내가 고개를 끄덕였던 말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도 불쌍하지 않다
매미는 흙을 견디지 않는다
거기가 집이니까
백은선 시집, 『도움받는 기분』, 문학과지성사, 2021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4 | [시인은 말한다] 어떤 나이에 대한 걱정 / 이병률 | 정야 | 2021.12.20 | 1548 |
223 | [리멤버 구사부] 나를 마케팅하는 법 | 정야 | 2021.12.13 | 1548 |
222 | [시인은 말한다] 빗방울 하나가 5 / 강은교 | 정야 | 2022.01.03 | 1542 |
221 | [시인은 말한다] 오래 말하는 사이 / 신달자 | 정야 | 2021.11.15 | 1536 |
220 | [시인은 말한다]허공에 스민 적 없는 날개는 다스릴 바람이 없다 / 이은규 | 정야 | 2021.12.13 | 1532 |
219 | [시인은 말한다] 제도 / 김승희 | 정야 | 2021.09.27 | 1521 |
218 | [시인은 말한다] 1년 / 오은 | 정야 | 2020.01.13 | 1495 |
217 | [리멤버 구사부] 자기 설득 | 정야 | 2020.11.09 | 1488 |
216 | [시인은 말한다] 깨달음의 깨달음 / 박재화 | 정야 | 2021.10.11 | 1482 |
215 | [시인은 말한다] 밖에 더 많다 / 이문재 | 정야 | 2020.11.30 | 1480 |
214 | [리멤버 구사부]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 | 정야 | 2020.07.20 | 1465 |
213 | [시인은 말한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 정야 | 2021.01.25 | 1452 |
212 | [시인은 말한다] 낯선 곳 / 고은 | 정야 | 2020.06.15 | 1451 |
211 | [시인은 말한다] 간절 / 이재무 | 정야 | 2021.03.08 | 1442 |
210 | [시인은 말한다] 따뜻한 외면 / 복효근 | 정야 | 2020.08.10 | 1441 |
209 | [리멤버 구사부] 관계의 맛 | 정야 | 2020.10.26 | 1439 |
208 | [시인은 말한다] 나무들 / 필립 라킨 | 정야 | 2021.05.03 | 1433 |
207 | [시인은 말한다] 눈풀꽃 / 루이스 글릭 | 정야 | 2020.10.19 | 1430 |
206 | [리멤버 구사부] 나를 혁명하자 | 정야 | 2021.01.04 | 1427 |
205 | [시인은 말한다] 작은 것을 위하여 / 이기철 | 정야 | 2021.10.25 | 1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