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49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1년 5월 31일 04시 41분 등록

다례茶禮 올리는 밤의 높이

 

                박산하

 

차 한 잔은

저쪽 강을 건넌 사람에게 건네는 연예편지다

 

삼십팔억 년 된 물을 끓여

사십억 년 된 흙을 구운 잔에

오천 년 된 찻잎을 우린다

 

차 한잔 합시다 하면

봄날, 산수유꽃 터지듯, 노란 물들 듯

종달새, 내 어깨 위를 치고 날아가듯

무거운 것들이 아지랑이처럼 건너온다

몸 풀리는 소리, 가뿐하다

 

손바닥 안의 호수

굽어진 표정이 남아서

막힌 말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

연둣빛으로 물든 내장

화한 박하가 밀고 온다

 

박산하,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천년의시작, 2019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4 [시인은 말한다] 영원 / 백은선 정야 2021.07.12 1904
223 [시인은 말한다] 벽 / 정호승 file 정야 2019.02.11 1900
222 [시인은 말한다] 봄밤 / 김수영 file 정야 2019.05.20 1886
221 [시인은 말한다] 작은 것을 위하여 / 이기철 정야 2021.10.25 1874
220 [리멤버 구사부] 나는 트리맨(treeman)이다 정야 2022.02.28 1870
219 [시인은 말한다] 함께 있다는 것 / 법정 정야 2021.08.09 1869
218 [리멤버 구사부] 삶에 대한 자각 정야 2021.11.15 1857
217 [리멤버 구사부] 삶의 긍정, 그것은 이렇다 정야 2021.11.01 1853
216 [리멤버 구사부] 이해관계 없는 호기심 정야 2021.10.18 1835
215 [리멤버 구사부] 도토리의 꿈 정야 2021.08.30 1833
214 [시인은 말한다] 직소폭포 / 김진경 정야 2021.08.23 1818
213 [리멤버 구사부] 매일 같은 시각 한가지에 집중하라 [1] 정야 2017.07.21 1795
212 [리멤버 구사부]오늘, 눈부신 하루를 맞은 당신에게 [2] 정야 2017.01.09 1765
211 [리멤버 구사부]삶은 죽음을 먹는 것 정야 2017.10.28 1747
210 [리멤버 구사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정야 2022.01.10 1735
209 [시인은 말한다] 길 / 신경림 정야 2022.01.17 1724
208 [시인은 말한다] 세상 쪽으로 한 뼘 더 / 이은규 정야 2022.02.03 1721
207 [리멤버 구사부] 내 삶의 아름다운 10대 풍광 정야 2022.01.24 1699
206 [리멤버 구사부] 나보다 더한 그리움으로 정야 2021.12.13 1674
205 [리멤버 구사부] 자기 설득 file 정야 2020.11.09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