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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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향기
친구들을 생각할 때 나는
수없이 많은 사소한 것들이 오랫동안
우리들의 우정을 짜 놓았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어떤 매혹적인 웃음,
그럴듯한 말,
잊지 못할 표정,
함께 했던 어이없는 실수들,
예상치 못했던 당혹, 그리고
어떤 손짓과 제스처 같은
무수한 일상의 편린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우정이라는 태피스트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정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작은 관심들의 누적이다.
그래서 사람과의 사귐은
세월이 흘러야 익어가는 것임을
또한 알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타인에게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누구나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남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학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출세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잘나야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작은 관심으로 가득 찬 가슴만 있으면 된다.
영혼은 사랑으로 성장하는 것이며,
마음은 막힘 없이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참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산처럼 많다는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인생은 살 만한 것이다.
「세월이 젊음에게」, 구본형, 청림출판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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