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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7일 03시 02분 등록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따라가는 삶의 사소한 선택들 혹은 소금과 별들의 순환 이동 경로]

 

                                                           박정대


타오르는 마음의 혁명 게르에 투숙하는 마음으로 쓴다

시 위에 별이 뜬다, 아니 인간의 의지 위에 오롯이 별은 뜬다 

내가 한 잔의 리스본을 마시면 그대는 리스본의 녹색 별로 뜨고 내가 두 잔의 침묵을 마실 때 그대는 티베트 늑대 찬쿠처럼 창탕 고원의 달빛을 향해 길게 운다

석 잔의 음악을 마시고 소금과 별들의 순환 이동 경로를 생각해 보는 저녁, 내가 라이터에 기름을 부으면 라이터 기름통에서는 별들이 자라고 지포라이터를 켜듯 내가 그대의 몸에 부딪쳐 일으킨 불꽃들은 어느 행성에 고요한 밀서로 당도하는지

가령 진부의 겨울 밤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흑백텔레비전을 보고 있다는 느낌, 채널을 바꾸면 바람이 불고 또 채널을 바꾸면 소금 같은 별똥별들 바람에 흩어져 상원사 동종에 부딪치며 음악 소리를 낸다

누군가는 한밤중에 깨어 한 모금의 사막을 마시며 카멜 담배를 피우고 또 누군가는 소금밭 위에서 밤새 별들을 키운다

가령 그런 걸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따라가는 삶의 사소한 선택들이라고 하자, 물론 천산 산맥을 따라가는 삶의 사소한 선택들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만

그러나 지금은 소금과 별들의 순환 이동 경로를 생각하는 시간, 누군가 말을 타고 쏟아지는 마음의 폭설을 지나 키르기스스탄에 당도하고 있다

오늘 밤 거기에 이 지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북극성 하나 떠오르고 있을 것이다

 


『별은 시를 찾아온다』, 믿음사 엮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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