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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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례茶禮를 올리는 밤의 높이
박산하
차 한 잔은
저쪽 강을 건넌 사람에게 건네는 연예편지다
삼십팔억 년 된 물을 끓여
사십억 년 된 흙을 구운 잔에
오천 년 된 찻잎을 우린다
차 한잔 합시다 하면
봄날, 산수유꽃 터지듯, 노란 물들 듯
종달새, 내 어깨 위를 치고 날아가듯
무거운 것들이 아지랑이처럼 건너온다
몸 풀리는 소리, 가뿐하다
손바닥 안의 호수
굽어진 표정이 남아서
막힌 말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
연둣빛으로 물든 내장
화한 박하가 밀고 온다
박산하,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천년의시작,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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