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964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밖에 더 많다
이문재
내 안에도 많지만
바깥에도 많다.
현금보다 카드가 더 많은 지갑도 나다.
삼 년 전 포스터가 들어 있는 가죽 가방도 나다.
이사할 때 테이프로 봉해둔 책상 맨 아래 서랍
패스트푸드가 썩고 있는 냉장고 속도 다 나다.
바깥에 내가 더 많다.
내가 먹는 것은 벌써부터 나였다
내가 믿어온 것도 나였고
내가 결코 믿을 수 없다고 했던 것도 나였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안데스 소금호수
바이칼 마른풀로 된 섬
샹그릴라를 에돌아가는 차마고도도 나다.
먼 곳에 내가 더 많다.
그때 힘이 없어
용서를 빌지 못한 그 사람도 아직 나다.
그때 용기가 없어
고백하지 못한 그 사람도 여전히 나다.
돌에 새기지 못해 잊어버린
그 많은 은혜도 다 나다.
아직도
내가 낯설어 하는 내가 더 있다.
이문재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2014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04 | [리멤버 구사부] 자기 설득 | 정야 | 2020.11.09 | 1956 |
203 | [시인은 말한다] 1년 / 오은 | 정야 | 2020.01.13 | 1914 |
202 | [시인은 말한다] 낯선 곳 / 고은 | 정야 | 2020.06.15 | 1907 |
201 | [시인은 말한다] 간절 / 이재무 | 정야 | 2021.03.08 | 1903 |
200 | [리멤버 구사부]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 | 정야 | 2020.07.20 | 1903 |
199 | [시인은 말한다] 잃는 것과 얻은 것 / 헨리 왜즈워스 롱펠로 | 정야 | 2019.07.15 | 1903 |
198 | [리멤버 구사부] 관계의 맛 | 정야 | 2020.10.26 | 1901 |
197 | [리멤버 구사부] 나를 혁명하자 | 정야 | 2021.01.04 | 1886 |
196 | [시인은 말한다] 난독증 / 여태천 | 정야 | 2020.07.13 | 1884 |
195 | [시인은 말한다] 따뜻한 외면 / 복효근 | 정야 | 2020.08.10 | 1875 |
194 | [시인은 말한다] 눈풀꽃 / 루이스 글릭 | 정야 | 2020.10.19 | 1869 |
193 | [시인은 말한다]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 이근화 | 정야 | 2019.02.25 | 1868 |
192 | [시인은 말한다]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따라가는 삶의 사소한 선택들 혹은 소금과 별들의 순환 이동 경로 / 박정대 | 정야 | 2020.07.27 | 1867 |
191 | [시인은 말한다]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 허수경 | 정야 | 2019.12.30 | 1867 |
190 | [시인은 말한다] 푸픈 힘이 은유의 길을 만든다 / 배한봉 | 정야 | 2019.08.26 | 1867 |
189 | [시인은 말한다] 첫 꿈 / 빌리 콜린스 | 정야 | 2019.10.21 | 1863 |
188 | [시인은 말한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 정야 | 2021.01.25 | 1862 |
187 | [시인은 말한다] 꿈, 견디기 힘든 / 황동규 | 정야 | 2019.05.20 | 1858 |
186 | [시인은 말한다] 나무들 / 필립 라킨 | 정야 | 2021.05.03 | 1853 |
185 | [시인은 말한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 정야 | 2021.03.22 | 18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