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17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1년 1월 11일 01시 32분 등록


눈 오는 지도


                          윤동주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 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장이 하얗다. 방 안에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훌훌히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그만 발자국을 눈이 자꼬 내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국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윤동주 전집』, 윤동주 지음, 홍장학 엮음,   문학과지성사, 2004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4 [리멤버 구사부] 한잠을 자고 일어나면 정야 2021.10.11 1416
203 [시인은 말한다] 오늘, 쉰이 되었다 / 이면우 정야 2021.04.05 1412
202 [리멤버 구사부] 잃어버린 열정을 찾아서 file 정야 2020.12.07 1412
201 [리멤버 구사부] 실재와 가상 정야 2021.12.31 1411
200 [시인은 말한다]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따라가는 삶의 사소한 선택들 혹은 소금과 별들의 순환 이동 경로 / 박정대 file 정야 2020.07.27 1411
199 [시인은 말한다]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 허수경 file 정야 2019.12.30 1411
198 [리멤버 구사부] 고독의 인연 file 정야 2020.08.18 1410
197 [리멤버 구사부] 삶에 대한 자각 정야 2021.11.15 1409
196 [리멤버 구사부] 숙련의 '멋' 정야 2021.08.02 1407
195 [리멤버 구사부] 스스로의 역사가 file [3] 정야 2020.08.31 1407
194 [리멤버 구사부] 삶의 긍정, 그것은 이렇다 정야 2021.11.01 1405
193 [리멤버 구사부] 필살기 법칙 정야 2021.08.16 1405
192 [리멤버 구사부] 괜찮은 사람 되기 정야 2021.07.26 1405
191 [시인은 말한다] 첫 꿈 / 빌리 콜린스 file 정야 2019.10.21 1404
190 [리멤버 구사부] 좋은 얼굴 정야 2021.09.13 1402
189 [시인은 말한다] 푸픈 힘이 은유의 길을 만든다 / 배한봉 file 정야 2019.08.26 1399
188 [리멤버 구사부] 나는 트리맨(treeman)이다 정야 2022.02.28 1396
187 [시인은 말한다] 노자가 떠나던 길에 도덕경을 써주게 된 전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정야 2021.06.14 1394
186 [리멤버 구사부]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file 정야 2020.12.21 1388
185 [시인은 말한다] 대추 한 알 / 장석주 file 정야 2020.08.24 1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