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45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다례茶禮를 올리는 밤의 높이
박산하
차 한 잔은
저쪽 강을 건넌 사람에게 건네는 연예편지다
삼십팔억 년 된 물을 끓여
사십억 년 된 흙을 구운 잔에
오천 년 된 찻잎을 우린다
차 한잔 합시다 하면
봄날, 산수유꽃 터지듯, 노란 물들 듯
종달새, 내 어깨 위를 치고 날아가듯
무거운 것들이 아지랑이처럼 건너온다
몸 풀리는 소리, 가뿐하다
손바닥 안의 호수
굽어진 표정이 남아서
막힌 말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
연둣빛으로 물든 내장
화한 박하가 밀고 온다
박산하,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천년의시작, 2019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04 | [시인은 말한다] 따뜻한 외면 / 복효근 | 정야 | 2020.08.10 | 1533 |
203 | [시인은 말한다] 길 / 신경림 | 정야 | 2022.01.17 | 1531 |
202 | [시인은 말한다] 낯선 곳 / 고은 | 정야 | 2020.06.15 | 1527 |
201 | [시인은 말한다] 간절 / 이재무 | 정야 | 2021.03.08 | 1524 |
200 | [시인은 말한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 정야 | 2021.01.25 | 1523 |
199 | [리멤버 구사부] 관계의 맛 | 정야 | 2020.10.26 | 1519 |
198 | [시인은 말한다]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따라가는 삶의 사소한 선택들 혹은 소금과 별들의 순환 이동 경로 / 박정대 | 정야 | 2020.07.27 | 1517 |
197 | [리멤버 구사부] 잃어버린 열정을 찾아서 | 정야 | 2020.12.07 | 1514 |
196 | [시인은 말한다] 눈풀꽃 / 루이스 글릭 | 정야 | 2020.10.19 | 1514 |
195 | [리멤버 구사부] 내 삶의 아름다운 10대 풍광 | 정야 | 2022.01.24 | 1512 |
194 | [시인은 말한다]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 허수경 | 정야 | 2019.12.30 | 1511 |
193 | [시인은 말한다] 첫 꿈 / 빌리 콜린스 | 정야 | 2019.10.21 | 1511 |
192 | [시인은 말한다] 나무들 / 필립 라킨 | 정야 | 2021.05.03 | 1508 |
191 | [리멤버 구사부] 나를 혁명하자 | 정야 | 2021.01.04 | 1508 |
190 | [리멤버 구사부] 고독의 인연 | 정야 | 2020.08.18 | 1504 |
189 | [리멤버 구사부] 스스로의 역사가 [3] | 정야 | 2020.08.31 | 1496 |
188 | [시인은 말한다] 오늘, 쉰이 되었다 / 이면우 | 정야 | 2021.04.05 | 1495 |
187 | [리멤버 구사부] 괜찮은 사람 되기 | 정야 | 2021.07.26 | 1488 |
186 | [리멤버 구사부] 나보다 더한 그리움으로 | 정야 | 2021.12.13 | 1484 |
185 | [시인은 말한다] 대추 한 알 / 장석주 | 정야 | 2020.08.24 | 14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