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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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꿈]
빌리 콜린스
황량한 바람이 유령처럼 불어오는 밤
잠의 문전에 기대어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서 맨 처음으로 꿈을 꾸었던 사람을,
첫 꿈에서 깨어난 날 아침 그는 얼마나 고요해 보였을까
자음이 생겨나기도 오래 전
짐승의 표피를 몸에 두른 사람들이
모닥불 곁에 모여 서서
모음으로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는 아마도 슬며시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 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 깊은 곳을 내려다보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떻게 가지 않고도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었단 말인가, 홀로 생각에 잠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돌로 쳐 죽인 뒤에만 만질 수 있었던
짐승의 목에 어떻게 팔을 두를 수 있었던 것일까
살아 있는 짐승의 숨결을 어찌하여 그리 생생하게
목덜미에 느낄 수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거기, 한 여인에게도
첫 꿈은 찾아왔으리라.
그가 그랬듯이 그녀 역시 홀로 있고 싶어
자리를 떠나 호숫가로 갔겠지
다른 것이 있었다면 젊은 어깨의 부드러운 곡선과
가만히 고개를 숙인 모습이 몹시도
외로워 보였을 것이라는 것 뿐, 만일 당신이
거기 있었더라면, 그래서 그녀를 보았더라면
당신도 그 사람처럼 호숫가로 내려갔으리라. 그리하여
타인의 슬픔과 사랑에 빠진 이 세상 첫 남자가 되었으리라.
『오늘의 미국 현대시』,임혜신 역, 바보새,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