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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31일 04시 41분 등록

다례茶禮 올리는 밤의 높이

 

                박산하

 

차 한 잔은

저쪽 강을 건넌 사람에게 건네는 연예편지다

 

삼십팔억 년 된 물을 끓여

사십억 년 된 흙을 구운 잔에

오천 년 된 찻잎을 우린다

 

차 한잔 합시다 하면

봄날, 산수유꽃 터지듯, 노란 물들 듯

종달새, 내 어깨 위를 치고 날아가듯

무거운 것들이 아지랑이처럼 건너온다

몸 풀리는 소리, 가뿐하다

 

손바닥 안의 호수

굽어진 표정이 남아서

막힌 말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

연둣빛으로 물든 내장

화한 박하가 밀고 온다

 

박산하,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천년의시작,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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