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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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사람]
라이너 마리아 릴케
Ⅰ
내 마음속 깊이 꿈이 하나 있었네.
나는 이 사랑스런 꿈에 귀를 기울였네.
나는 잠자고 있었네.
내가 잠자고 있을 때, 막 행복이 하나 지나갔네,
꿈꾸고 있었기에 나는 듣지 못했네,
행복이 부르고 있었는데.
Ⅱ
꿈들은 나에게 마치 난초 같아 보이네.—
난초들처럼 꿈들도 다채롭고 그리고 화려하니까.
꿈들은 꼭 저 난초들처럼 삶의 수액의
거대한 줄기로부터 제 힘들을 빨아들이고,
빨아들인 그 피로 으쓱해하고,
덧없는 순간동안 기뻐하다가,
다음 순간 곧바로 시들해지고 창백해지네.—
그리고 저 위의 세상이 그윽이 움직일 때,
그때 그대는 못 느끼는가, 그게 어떻게 향기로 불어오는지?
꿈들은 나에게 마치 난초 같아 보이네.—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림 시집』,이수정 옮김, 에피파니,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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