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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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장수처럼]
멕시코시티의 큰 시장 그늘진 구석에 포타 라모라는
나이든 인디언이 앉아 있었다.
그는 그 앞에 20줄의 양파를 매달아놓았다.
시카고에서 온 어떤 미국인이 노인에게 와서 물었다.
“양파 한 줄에 얼마요?”
“10센트입니다.”
“두 줄은 얼마요?”
“20센트입니다.
“세 줄은 얼마요?”
“30센트.”
“세 줄을 사도 깎아주지 않는군요. 세 줄을 25센트에 주실래요?”
“안 됩니다.”
“그럼 20줄 전부를 얼마에 파시겠습니까?”
“나는 당시에게 20줄 전부를 팔지 않을 겁니다.”
“안 판다니요? 당신은 양파를 팔기 위해 나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나는 내 삶을 살려고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
북적대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붉은 서라피 모포를 좋아합니다.
나는 햇빛을 사랑하고 바람에 흔들거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합니다.
여기서 친구들을 만나면 즐겁습니다. 이게 바로 내 삶입니다.
그 삶을 살기 위해서 여기 이렇게 하루 종일 앉아 양파를 파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에게 이 양파를 몽땅 다 팔아버린다면 내 하루도 그걸로 끝나버리고 말 겁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사랑하는 것들을 다 잃게 되지요. 그러니 그런 일은 안 할 겁니다.”
이 이야기를 읽는 순간 나는 너무도 밝아졌다.
이 간단하고 명쾌한 것이 어떻게 복잡함으로 얽혀 있었던 것일까?
일은 삶과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일이 품삯이어서도 안 되고, 삶의 다른 요소들을 희생시켜서도 안 된다.
어떤 직업이 좋은 직업인가는 무의미한 질문이다.
눈부신 삶을 살게 하는 일, 그 일 때문에 삶을 즐길 수 있는 일, 그것이 위대한 직업이다.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구본형, 휴머니스트,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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