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45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1년 5월 31일 04시 41분 등록

다례茶禮 올리는 밤의 높이

 

                박산하

 

차 한 잔은

저쪽 강을 건넌 사람에게 건네는 연예편지다

 

삼십팔억 년 된 물을 끓여

사십억 년 된 흙을 구운 잔에

오천 년 된 찻잎을 우린다

 

차 한잔 합시다 하면

봄날, 산수유꽃 터지듯, 노란 물들 듯

종달새, 내 어깨 위를 치고 날아가듯

무거운 것들이 아지랑이처럼 건너온다

몸 풀리는 소리, 가뿐하다

 

손바닥 안의 호수

굽어진 표정이 남아서

막힌 말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

연둣빛으로 물든 내장

화한 박하가 밀고 온다

 

박산하,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천년의시작, 2019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4 [리멤버 구사부] 필살기 법칙 정야 2021.08.16 1485
183 [리멤버 구사부] 좋은 얼굴 정야 2021.09.13 1483
182 [시인은 말한다] 난독증 / 여태천 file 정야 2020.07.13 1483
181 [리멤버 구사부] 숙련의 '멋' 정야 2021.08.02 1481
180 [시인은 말한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정야 2021.03.22 1480
179 [리멤버 구사부]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file 정야 2020.12.21 1479
178 [시인은 말한다] 잃는 것과 얻은 것 / 헨리 왜즈워스 롱펠로 file 정야 2019.07.15 1476
177 [시인은 말한다] 노자가 떠나던 길에 도덕경을 써주게 된 전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정야 2021.06.14 1473
176 [리멤버 구사부] 지금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정야 2021.05.24 1470
175 [시인은 말한다] 푸픈 힘이 은유의 길을 만든다 / 배한봉 file 정야 2019.08.26 1468
174 [시인은 말한다]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 이근화 file 정야 2019.02.25 1462
173 [시인은 말한다] 여름의 시작 / 마츠오 바쇼 정야 2021.07.26 1460
172 [시인은 말한다] 늦게 온 소포 / 고두현 file 정야 2019.01.28 1460
» [시인은 말한다] 다례茶禮를 올리는 밤의 높이 / 박산하 정야 2021.05.31 1457
170 [리멤버 구사부] 스스로 안으로부터 문을 열고 정야 2021.05.10 1458
169 [시인은 말한다] 늙은 마르크스 / 김광규 정야 2019.06.17 1452
168 [시인은 말한다]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 / 파블로 네루다 file 정야 2020.06.01 1450
167 [시인은 말한다] 송산서원에서 묻다 / 문인수 정야 2021.07.12 1436
166 [시인은 말한다] 발작 / 황지우 file 정야 2020.05.18 1434
165 [리멤버 구사부] 머리카락에 별을 잔뜩 달고 file 정야 2020.05.25 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