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24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내가 아는 그는]
류시화
내가 아는 그는
가슴에 멍 자국 같은 새 발자국 가득한 사람이어서
누구와 부딪혀도 저 혼자 피 흘리는 사람이어서
세상 속에 벽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 일생을 벽에 문을 낸 사람이어서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마시는 사람이어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 속의 별을 먹는 사람이어서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지평선 같은 사람이어서
그 지평선에 뜬 저녁 별 같은 사람이어서
때로 풀처럼 낮게 우는 사람이어서
고독이 저 높은 벼랑 위 눈개쑥부쟁이 닮은 사람이어서
어제로 내리는 성긴 눈발 같은 사람이어서
만 개의 기쁨과 만 개의 슬픔
다 내려놓아서 가벼워진 사람이어서
가벼워져서 환해진 사람이어서
시들기 전에 떨어진 동백이어서
떨어져서 더 붉게 아름다운 사람이어서
죽어도 죽지 않는 노래 같은 사람이어서
류시화 제3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문학의숲, 2012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64 | [리멤버 구사부] 인생은 불공평하다 | 정야 | 2019.04.01 | 1341 |
163 | [리멤버 구사부] 언제나 시작 | 정야 | 2020.07.06 | 1336 |
162 | [리멤버 구사부] 우연한 운명 | 정야 | 2020.11.23 | 1334 |
161 | [시인은 말한다] 동질(同質) / 조은 | 정야 | 2021.02.22 | 1324 |
160 | [시인은 말한다] 밀생 / 박정대 | 정야 | 2021.04.19 | 1321 |
159 | [리멤버 구사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 정야 | 2022.01.10 | 1320 |
158 | [시인은 말한다] 시간들 / 안현미 | 정야 | 2019.12.02 | 1319 |
157 | [시인은 말한다]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 이진명 | 정야 | 2019.11.04 | 1317 |
156 | [시인은 말한다] 나는 새록새록 / 박순원 | 정야 | 2021.02.08 | 1316 |
155 | [리멤버 구사부] 가치관에 부합하게 | 정야 | 2020.10.11 | 1316 |
154 | [시인은 말한다] 자유 / 김남주 | 정야 | 2019.08.20 | 1316 |
153 | [리멤버 구사부] 실천의 재구성 | 정야 | 2021.03.02 | 1313 |
152 | [시인은 말한다] 길 / 신경림 | 정야 | 2022.01.17 | 1311 |
151 | [리멤버 구사부] 체리향기 [4] | 정야 | 2017.01.16 | 1311 |
150 | [시인은 말한다] 넥타이 / 나해철 | 정야 | 2020.01.28 | 1309 |
149 | [시인은 말한다] 오늘의 결심 / 김경미 | 정야 | 2019.12.16 | 1308 |
148 | [리멤버 구사부] 가장 전문가다운 전문가란 | 정야 | 2017.11.16 | 1308 |
147 | [시인은 말한다]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 정야 | 2019.11.18 | 1307 |
146 | [리멤버 구사부] 한 달의 단식 | 정야 | 2019.09.02 | 1307 |
145 | [리멤버 구사부] 내가 담아낼 인생 | 정야 | 2017.11.07 | 1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