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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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책을 읽다 여든다섯 살 된
병든 할머니가 쓴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다시 살 수 있다면 많은 착오를 범하고 싶다. 지금 살았던 것보다
더 어리석게 행동하고 싶다. 사실 인생을 살며 심각한 일이 어디 그리
많겠는가? 그러니 더 미친 척 행동하고 싶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질 것이며,
더 많은 여행을 할 것이며, 더 많은 산을 오르고 더 많은 강을 건널 것이다.
또 아이스크림도 원 없이 먹을 것이다. 그 대신 콩은 조금 덜 먹을 것이다.
오! 나 자신만의 시간이 있었더라면! 난 나에게 속한 더 많은 시간을
경험해보고 싶다.
내가 다시 살 수만 있다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맨발로 다니고 싶다.
회전목마를 더 많이 타고, 더 많은 일출을 보고, 더 많은 아이들과 놀 것이다.
내가 다시 한 번 살 수만 있다면.’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구본형 지음, 휴머니스트,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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