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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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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7일 02시 43분 등록



늙은 마르크스

 

   김광규

 

여보게 젊은 친구

역사란 그런 것이 아니라네

자네가 생각하듯 그렇게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네

문학도 그런 것이 아니라네

자네가 생각하듯 그렇게

논리적으로 변모하는 것이 아니라네

자네는 젊어

아직은 몰라도 되네

그러나 역사와 문학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라고 깨달을 때쯤

자네는 고쳐 살 수

없는 나이에 이를지도 모르지

여보게 젊은 친구

머릿속의 이데올로기는

가슴속의 사랑이 될 수 없다네

우리의 주장이 서로 달라도

제각기 자기 몫을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리고 이렇게 한 번 살고

죽어버리는 것은 또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우리는 죽어 과거가 되어도

역사는 언제나 현재로 남고

얽히고설킨 그때의 삶을

문학은 정직하게 기록할 것이네

자기의 몸이 늙어가기 전에

여보게 젊은 친구

마음이 먼저 굳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게

 


김광규 시선집『안개의 나라』, 문학과지성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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