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41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길
신경림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 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 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신경림 시집 『쓰러진 자의 꿈』, 창작과비평사, 1993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4 | [리멤버 구사부] 살고 싶은 대로 산다는 | 정야 | 2017.11.21 | 1224 |
103 | [리멤버 구사부] 나는 사는 듯싶게 살고 싶었다 | 정야 | 2021.04.26 | 1220 |
102 | [리멤버 구사부] 일이 삶이 될때 | 정야 | 2021.02.01 | 1219 |
101 | [리멤버 구사부]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 정야 | 2017.12.26 | 1208 |
100 | [리멤버 구사부] 흐르는 강물처럼 | 정야 | 2017.10.30 | 1207 |
99 | [시인은 말한다] 타이어에 못을 뽑고 / 복효근 | 정야 | 2019.10.14 | 1206 |
98 | [리멤버 구사부] 여든다섯 살 할머니의 쪽지 | 정야 | 2020.01.06 | 1204 |
97 | [리멤버 구사부] 지금을 즐기게 | 정야 | 2020.03.02 | 1202 |
96 | [리멤버 구사부]내가 가지고 가는 것은 꿈과 추억이다 | 정야 | 2017.10.04 | 1202 |
95 | [시인은 말한다]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 정야 | 2021.01.11 | 1201 |
94 | [리멤버 구사부] 불멸한 사랑 | 정야 | 2021.03.15 | 1200 |
93 | [리멤버 구사부] 깊이, 자신 속으로 들어가라 [1] | 정야 | 2017.08.01 | 1192 |
92 | [리멤버 구사부] 카르페 디엠(Carpe diem) | 정야 | 2021.01.18 | 1174 |
91 | [리멤버 구사부] '나의 날'을 만들어라. | 정야 | 2017.10.04 | 1171 |
90 | [리멤버 구사부] 아름다운 일생길 | 정야 | 2019.09.23 | 1162 |
89 | [리멤버 구사부] 젊은 시인에게 | 정야 | 2019.11.11 | 1157 |
88 | [리멤버 구사부] 전면전 | 정야 | 2019.11.04 | 1157 |
87 | [리멤버 구사부] 매력적인 미래풍광 | 정야 | 2021.03.29 | 1156 |
86 | [리멤버 구사부] 변화는 나 자신부터 | 정야 | 2019.12.30 | 1152 |
85 | [리멤버 구사부] 다시 실천 | 정야 | 2020.02.10 | 11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