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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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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0일 00시 26분 등록



어떤 나이에 대한 걱정

 


                           이병률



 

원하지 않는 일에도 운율은 있다

 

색깔을 구분할 수 없는 병에 걸린다면

노란색을 아무 색으로도 알지 못하고

당신이 좋아하는 색이 파란색임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아픔에도 아름다움은 있다

 

그리하여 그렇게 눈을 감아도

당신이 내 눈 속에 살지 못한다면

 

당신이 돌아다니지 못한다면

 

어느 낯선 골목 안쪽 햇빛 아래에

쌓인 눈이 녹고 있다면

그런데도 많은 부분이 더 녹아야 한다면

 

눈의 주인이 애타게 눈을 기다리던 당신이라면

 

삶의 구석구석까지를 돌보는 일도 고단할 터인데

당신이 눈까지 만들어야 한다면

 

눈을 편애하는 당신에게도 수고와 미안은 있다

구불구불한 길이 좋은 당신

감정과 열정이 희미해진 당신

 

너무 바싹 말라 있거나 독이 올라 있는 몸 상태를 돌보느라

당신 사정이 더 참담해진다면

 

당신이 누웠던 자리를 정리하다가 비늘을 보았다

잔잔히 당신이 떠날 수 있다는 가정에도 운율은 있다


 

 

이병률 시집『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문학동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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