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33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내가 아는 그는]
류시화
내가 아는 그는
가슴에 멍 자국 같은 새 발자국 가득한 사람이어서
누구와 부딪혀도 저 혼자 피 흘리는 사람이어서
세상 속에 벽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 일생을 벽에 문을 낸 사람이어서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마시는 사람이어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 속의 별을 먹는 사람이어서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지평선 같은 사람이어서
그 지평선에 뜬 저녁 별 같은 사람이어서
때로 풀처럼 낮게 우는 사람이어서
고독이 저 높은 벼랑 위 눈개쑥부쟁이 닮은 사람이어서
어제로 내리는 성긴 눈발 같은 사람이어서
만 개의 기쁨과 만 개의 슬픔
다 내려놓아서 가벼워진 사람이어서
가벼워져서 환해진 사람이어서
시들기 전에 떨어진 동백이어서
떨어져서 더 붉게 아름다운 사람이어서
죽어도 죽지 않는 노래 같은 사람이어서
류시화 제3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문학의숲, 2012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4 | [시인은 말한다] 자유 / 김남주 | 정야 | 2019.08.20 | 1392 |
143 | [리멤버 구사부] 체리향기 [4] | 정야 | 2017.01.16 | 1390 |
142 | [리멤버 구사부] 정면으로 살아내기 | 정야 | 2019.10.14 | 1389 |
141 | [리멤버 구사부] 나눈다는 것 | 정야 | 2020.01.20 | 1384 |
140 | [시인은 말한다] 현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정야 | 2019.07.29 | 1384 |
139 | [리멤버 구사부] 한 달의 단식 | 정야 | 2019.09.02 | 1380 |
138 | [리멥버 구사부] 인문학적 감수성을 키워라 [1] | 정야 | 2017.07.14 | 1380 |
137 | [리멤버 구사부] 양파장수처럼 | 정야 | 2019.08.20 | 1378 |
136 | [시인은 말한다] 별 / 이상국 | 정야 | 2019.09.23 | 1371 |
135 | [시인은 말한다] 통속 / 정끝별 | 정야 | 2020.02.24 | 1370 |
134 | [시인은 말한다] 겨울새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 복효근 | 정야 | 2020.02.10 | 1362 |
133 | [시인은 말하다] 꿈 / 염명순 | 정야 | 2021.05.17 | 1361 |
132 | [리멤버 구사부] 가장 전문가다운 전문가란 | 정야 | 2017.11.16 | 1360 |
131 | [리멤버 구사부] 내가 담아낼 인생 | 정야 | 2017.11.07 | 1360 |
130 | [리멤버 구사부] 불현듯 깨닫게 | 정야 | 2021.06.21 | 1354 |
129 | [리멤버 구사부] 치열한 자기혁명 | 정야 | 2021.06.14 | 1353 |
128 | [시인은 말한다] 생활에게 / 이병률 | 정야 | 2019.06.17 | 1353 |
127 | [리멤버 구사부] 행복한 일상적 삶 | 정야 | 2020.06.08 | 1352 |
126 | [리멤버 구사부] 자신의 이중성을 인정하라 | 정야 | 2017.10.09 | 1352 |
125 | [시인은 말한다] 심봤다 / 이홍섭 | 정야 | 2020.03.23 | 13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