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69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8년 3월 31일 07시 51분 등록



덜어내기



 

봄에

천 개의 꽃을

가득 피웠던 목련의 가지를

짧게 잘라 주었습니다.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땀을 뻘뻘 흘리며 웃자란

부분들을 모두 쳐 주었습니다.

 

비와 햇빛으로 자란 나무는

스스로 아름다워집니다.

웬만하면 손을 대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놓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꼭 도와주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너무 웃자라 가지가 처지고

뿌리가 견디기 어려워하면

가지를 덜어내 주어야 합니다.

제 몸을 주체하기 어려운 경우지요.

 

비바람이 치면

가지가 부러지고

넘어지기도 하니까요.

 

자기를 가꾼다는 것은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답지 않은 군더더기들을 쳐내고

덜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상의 황홀], 구본형, 을유문화사, 118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4 [리멤버 구사부] 우연한 운명 file 정야 2020.11.23 959
143 [시인은 말한다] 밀생 / 박정대 정야 2021.04.19 954
142 [시인은 말한다]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 이진명 file 정야 2019.11.04 951
141 [시인은 말한다] 삶은 계란 / 백우선 file 정야 2019.01.21 950
140 [시인은 말한다] 시간들 / 안현미 file 정야 2019.12.02 948
139 [시인은 말한다] 가는 길 / 김소월 file 정야 2020.04.20 947
138 [시인은 말한다] 도화 아래 잠들다 / 김선우 file 정야 2019.04.22 946
137 [리멤버 구사부] 사랑하는 법 file 정야 2020.08.03 945
136 [리멤버 구사부] 양파장수처럼 file 정야 2019.08.20 945
135 [리멤버 구사부] 불현듯 깨닫게 정야 2021.06.21 942
134 [리멤버 구사부] 실천의 재구성 정야 2021.03.02 935
133 [시인은 말한다] 내가 아는 그는 / 류시화 file 정야 2020.04.06 935
132 [리멤버 구사부] 실재와 가상 정야 2021.12.31 933
131 [시인은 말한다] 나는 새록새록 / 박순원 정야 2021.02.08 933
130 [리멤버 구사부] 이해관계 없는 호기심 정야 2021.10.18 929
129 [시인은 말한다] 의자 / 이정록 file 정야 2020.05.04 927
128 [리멤버 구사부] 삶에 대한 자각 정야 2021.11.15 923
127 [리멤버 구사부] '나의 날'을 만들어라. 정야 2017.10.04 923
126 [리멤버 구사부] 바라건대 file 정야 2019.07.22 918
125 [시인은 말한다] 꿈꾸는 사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file 정야 2019.03.11 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