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32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심봤다]
이홍섭
일평생 산을 쫓아다닌 사진가가 작품전을 열었는데, 우연히 전시장을 찾은 어떤 심마니가 한 작품 앞에 서서 감탄을 연발하며 발길을 옮기지 못하더란다, 이윽고 그 심마니는 사진가를 불러 이 좋은 산삼을 어디서 찍었느냐고 물어온 것인데, 사진을 찍고도 그 이쁜 꽃의 정체를 몰라 궁금해했던 사진가는 산삼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기절초풍을 했더란다, 그날 이후 사진가는 작품전은 뒷전인 채 배낭을 메고 산삼 찍은 곳을 찾아 온 산속을 헤매게 되었다는데……
그 사진가는 허름한 곱창집에서 소주잔을 건네며 사는 게 꼭 꿈결 같다고 자꾸만 되뇌는데, 그게 자신한테 하는 말인지, 산삼한테 하는 말인지, 사진한테 하는 말인지 영 종잡을 수 없는 것이라, 이상한 것은 그 얘기를 듣는 나도 그 사진가를 따라 오랫동안 산속을 헤매 다닌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리고 자꾸만 사는 게 꿈결 같다고 맞장구를 치는 것인데……
이홍섭 시집, 『터미널』, 문학동네, 2011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4 | [리멤버 구사부] 일이 삶이 될때 | 정야 | 2021.02.01 | 1262 |
103 | [리멤버 구사부] 죽음 앞에서 | 정야 | 2019.04.15 | 1261 |
102 | [리멤버 구사부] 지금을 즐기게 | 정야 | 2020.03.02 | 1255 |
101 | [리멤버 구사부] 여든다섯 살 할머니의 쪽지 | 정야 | 2020.01.06 | 1254 |
100 | [리멤버 구사부] 나는 사는 듯싶게 살고 싶었다 | 정야 | 2021.04.26 | 1253 |
99 | [시인은 말한다] 타이어에 못을 뽑고 / 복효근 | 정야 | 2019.10.14 | 1249 |
98 | [리멤버 구사부] 불멸한 사랑 | 정야 | 2021.03.15 | 1240 |
97 | [리멤버 구사부]내가 가지고 가는 것은 꿈과 추억이다 | 정야 | 2017.10.04 | 1236 |
96 | [시인은 말한다]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 정야 | 2021.01.11 | 1234 |
95 | [리멤버 구사부] 흐르는 강물처럼 | 정야 | 2017.10.30 | 1234 |
94 | [리멤버 구사부]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 정야 | 2017.12.26 | 1233 |
93 | [리멤버 구사부] 깊이, 자신 속으로 들어가라 [1] | 정야 | 2017.08.01 | 1215 |
92 | [리멤버 구사부] 카르페 디엠(Carpe diem) | 정야 | 2021.01.18 | 1207 |
91 | [리멤버 구사부] 아름다운 일생길 | 정야 | 2019.09.23 | 1206 |
90 | [리멤버 구사부] 전면전 | 정야 | 2019.11.04 | 1205 |
89 | [리멤버 구사부] 매력적인 미래풍광 | 정야 | 2021.03.29 | 1193 |
88 | [리멤버 구사부] 변화는 나 자신부터 | 정야 | 2019.12.30 | 1191 |
87 | [리멤버 구사부] 젊은 시인에게 | 정야 | 2019.11.11 | 1191 |
86 | [리멤버 구사부] '나의 날'을 만들어라. | 정야 | 2017.10.04 | 1186 |
85 | [리멤버 구사부] 다시 실천 | 정야 | 2020.02.10 | 11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