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49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세상 쪽으로 한 뼘 더
이은규 흰옷을 입고 걸어갔다, 고집스럽게 누군가 고집은 투명한 슬픔이라고 말했다 하자
우리라는 이름으로 도착한 세상, 꿈결도 아닌데 왜 양을 세며 걸어갔나 몽글몽글 구름옷을
입은 양떼들이 참 많이도 오고 갔다 포기 없을 다정이여 오라, 병(炳)이여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한 마리에 사랑을 양 두 마리에 재앙을 양 세 마리에 안녕을
푸른 풀포기에 맺힌 이슬방울 만큼 떠오르는 생각들 얼굴들 약속처럼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오르다 이미 추억이 될 수 없는 이름들과 오고
있는 무엇, 무엇들아
날씨보다 한 발 먼저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하자
오늘의 세상 한쪽에서 비가 내리는데 한쪽에선 흐린 하늘이 펼쳐져 있다면 또다른 한쪽에선 맑음이라면,
믿을 수 있나 믿지 않을 수 있나 우연이라는 운명을
문득 비 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말 중에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해*
비 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해, 묻는 목소리를 가장 좋아해
투명한 슬픔을 고집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하자 고집스럽게, 흰옷을 입고 천천히 발을 내딛는 *애니메이션 <추억은 방울방울>에서. 이은규 시집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문학동네, 2019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4 | [리멤버 구사부] 오늘을 실천하라, 내일 죽을 것처럼 | 정야 | 2019.05.27 | 1293 |
103 | [시인은 말한다] 꿈, 견디기 힘든 / 황동규 | 정야 | 2019.05.20 | 1402 |
102 | [리멤버 구사부] 우리가 진실로 찾는 것 | 정야 | 2019.05.20 | 1087 |
101 | [시인은 말한다] 봄밤 / 김수영 | 정야 | 2019.05.20 | 1787 |
100 | [리멤버 구사부] 부하가 상사에 미치는 영향 | 정야 | 2019.04.29 | 1278 |
99 | [시인은 말한다] 도화 아래 잠들다 / 김선우 | 정야 | 2019.04.22 | 1285 |
98 | [리멤버 구사부] 죽음 앞에서 | 정야 | 2019.04.15 | 1254 |
97 | [시인은 말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 정야 | 2019.04.08 | 1966 |
96 | [리멤버 구사부] 인생은 불공평하다 | 정야 | 2019.04.01 | 1401 |
95 | [시인은 말한다] 상처적 체질 / 류근 | 정야 | 2019.03.25 | 1298 |
94 | [리멤버 구사부] 시처럼 살고 싶다 | 정야 | 2019.03.25 | 1101 |
93 | [시인은 말한다] 꿈꾸는 사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정야 | 2019.03.11 | 1264 |
92 | [리멤버 구사부] 도약, 그 시적 장면 | 정야 | 2019.03.04 | 1266 |
91 | [시인은 말한다]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 이근화 | 정야 | 2019.02.25 | 1445 |
90 | [리멤버 구사부] 흐름에 올라타라 | 정야 | 2019.02.25 | 970 |
89 | [시인은 말한다] 벽 / 정호승 | 정야 | 2019.02.11 | 1812 |
88 | [리멤버 구사부] 어울리는 사랑 | 정야 | 2019.02.07 | 1295 |
87 | [시인은 말한다] 늦게 온 소포 / 고두현 | 정야 | 2019.01.28 | 1433 |
86 | [리멤버 구사부] 사람의 스피릿 | 정야 | 2019.01.21 | 976 |
85 | [시인은 말한다] 삶은 계란 / 백우선 | 정야 | 2019.01.21 | 1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