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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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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4일 01시 51분 등록

※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는 용량관계로 파일로 첨부하였음

▶ 저자에 대하여

20세기 초 미국은 김치와 콩나물이 뒤섞인 도시락통 처럼 과거와 현대가 버무려진 퓨전의 시대였다. 물소 떼를 쫓아 광활한 평원을 말 달리는 카우보이 옆으로 1869년 완공된 대륙횡단철로를 따라 앰트랙이 기적을 울리며 나란히 달려가는 꼴이라고 할까. 과거와 현대, 토속과 문명, 샤머니즘과 기독교가 공존하는 그 땅의 심장부 뉴욕에서 1904년 조셉 캠벨이 태어났다. 중산층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그를 사로잡은 아메리카 인디언에 대한 관심이 계기가 되어 신화의 세계로 귀의했다는 점에서, 그는 일생을 통해 신화의 사회학적 기능을 몸소 실천한 셈이다. 그는 신화와의 첫 인연을 7살 때로 기억한다. 아버지와 구경간 버팔로빌 쇼가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 서부시대의 에피소드를 그린 그 쇼에서 활과 화살을 들고 땅에 귀를 댄 채 대지의 목소리에 침잠하는 인디언의 모습에 압도당했다고 그는 회상한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깨달음은 훗날 세계관의 기초가 된다. 캠벨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쇼펜하우어는 유년시절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로마가톨릭의 유산과 그 스스로 찾아낸 원시적(primal)인 힘의 경험은 상호간에 역동적인 긴장을 자아내며 그의 연구에 평생의 에너지를 제공한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던 캠벨은 대학의 장학금 지원을 받아 2년간 파리 대학과 뮌헨 대학에서 공부한다. 거기서 조각가 부르델, 피카소와 클레,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프로이드와 융 등 현대예술 및 심리학의 거장들과 접하게 된다.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는 모든 신화는 인간정신의 산물이고, 예술가는 문화적인 차원에서 신화의 창작가이며, 신화가 정신, 사회, 우주, 영의 실체에 대한 인류 보편의 궁금증이 빚어낸 창작물임을 깨닫고 신화학자로서의 비전을 본격적으로 꿈꾼다.

 

대공황의 시기에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영문학 대신 인도 철학과 미술 쪽으로 공부를 계속하려 하지만, 대학 측의 반대로 결국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난다. 대공황의 공포가 엄습하는 상황에서 캠벨은 우드스톡의 숲에서 단돈 1달러에 의지하는 극빈의 삶을 살며 독서와 사색, 그리고 습작에 몰두하며 5년여를 보낸다. 이 시기는 운명의 부름을 받고 두려움과 욕망의 장소에서 벗어나 세상과 분리된 성스러운 공간을 찾은 영웅이 너는 할지니의 용을 죽이고 아무도 가지 않은 자신의 길을 찾아 사자로 거듭나는 시간이었다. 고난의 여정을 거쳐 세상으로 돌아온 그는 모든 문화권 신화를 두루 꿰는 신화의 본(원형)을 찾아내고자 노력했다. 캠벨은 주된 관심사였던 인류학과 민속학을 바탕으로 비교종교학과 분석심리학 등의 이론을 이용하여 신화와 종교 연구를 지속해 명성을 얻는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결정적인 계기는 미국의 PBS 방송국에서 제작한 대담 프로그램 신화의 힘 이었다. 캠벨은 빌 모이어스와의 대담을 통해 신화가 현대에 지니는 의미에 관해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을 토대로 한 대담집은 신화에 관한 가장 훌륭한 개론서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그의 말마따나 인생의 후반기를 중생들의 내면 해방에 바친 그는 1987년 영웅의 여정을 다하고 신들의 세계로 돌아갔다. 마지막 호흡을 모아 그는 아마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당신의 인생을 구원할 영웅은 바로 당신입니다. 지금, 여기서 역모를 도모하시오.

 

O 주요 저서 : 『신들의 가면( 4), 『신화와 함께 하는 삶』『신화의 이미지』『세계신화지도』『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등

 

 

▶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의 원제는 Reflection on the art of living으로 직역하면 삶의 예술에 대한 소회 정도될까. 서너 달 전에 우연히 읽고 두 번째 읽어 보니 <신화와 인생>이라는 제목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자칫 방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저명한 신화학자이다 보니 책 제목만 보고 판단하면 삶의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을 신화와 관련 지어 풀어내는 친절한 안내서라고 오해하기 딱 좋다. 헌데 내용을 보라. 캠벨이 팔십 평생 동안 꼬박 하루의 사분의 삼을 공들인 방대한 연구의 결과가 이웃과 신변잡기 얘기 하 듯 대수롭지 않게 언급된다. 종교와 신화로 보면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유대교, 조로아스터교, 인디언의 토속신앙에서 그리스로마신화, 고대 바빌로니아 신화에 이르기까지. 철학과 예술은 어떤가. 낯선 인도철학의 개념과 단어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고, 쇼펜하우어, 니체를 건너 슈펭글러, 에크하르트를 찍더니 예술로 넘어가 괴테, 실러, 바그너에서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에 이어 융에서 정점에 이른다. 이 책은 캠벨이 에설런 연구소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강의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는 이미 만들어진 성스러운 원을 해치지 않기 위해 외부 참관자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내 생각에 그 세미나는 기본과정 이수자들을 위한 전문가양성과정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말하고 싶은 최후의 한마디는 다행히 건질 수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도시의 건널목에서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전설과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각자의 모험을 실행하여 살아 있음을 느끼는 영웅적인 삶이 바로 내 인생에서 벌어지기를 간절히 소원하고 있었다.

 

O 내용 구성

책의 부록에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캠벨을 이해하는데 기둥이 되는 주요 사상과 개념을 해설하는 내용을 넣으면 좋겠다. 여기서는 정말 노변정담 나누듯 생활 속의 친근한 에피소드를 예로 들어 난해한 내용을 쉽게 풀어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목차 구성과 소제목 추가다. 내용이 다양한데다 화제가 가끔 뜬금없이 바뀌는 바람에 맥락을 잡기가 쉽지 않다. 55페이지에서 사랑의 상실과 깨어진 관계의 고통에 대해 언급하다가 그 다음 페이지에서는 신화학이 전면에 언급되는 꼴이다. 이원성이란 화두로 얘기를 전개해 나가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오래된 LP판처럼 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강의록이라는 한계를 세심한 목차 구성과 상세 제목으로 보완했다면 독자의 길 찾기가 수월해졌을 것이다.


O
편집 및 책 디자인

이 책은 신화를 다루는 책답게 튀지 않는 미색 표지에 고대의 문양으로 표지디자인을 했다. 텍스트는 클래식한 느낌을 주고 싶었는지 일체의 그래픽 없이 글자로만 구성되어 있다. 튀지 않는 대신 포인트가 없다는 게 아쉽다. 쉬운 내용의 책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다소 난해한 내용을 다루는 책에 그림, 사진 등의 쉬어가는 코너가 없다는 것도 생각해 볼 거리다. 간혹 보이는 이탤릭체도 강조인지, 사례 구분인지 모호하고 산만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서술 중간중간에 아포리즘을 넣은 것은 내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익숙치 않은 개념을 익숙치 않은 단어로 설명하기보다는 단순 명료한 글들이 직독직해에는 효과적이었다.

 

O 기독교에 대한 시각에 관하여

캠벨은 신화학자다. 누군가 신화는 과학과 종교의 사이에 있다고 했다. 과학적 사고를 추구하는 학자답게 그는 절대진리를 표방하는 종교를 광기의 일종이라고 일갈한다. 그에게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신화이고 정신의 작용이다. 그는 특히 기독교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표출한다. 타 종교와 마찬가지로 인류가 보유한 신화의 창고에서 맞춤 조합된 기독교가 유일신이라는 절대진리로 인간의 초월의지를 억압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인 것 같다. 그에게 합당한 기독교는 범신론에 해당하는 영지주의 기독교다. 절대진리의 추종자들이 인류 역사에 끼친 폐해가 만만치 않고, 종교가 가진 교조적인 성격이 삶의 궁극적인 에너지인  상상력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음을 알기에  이런 시각은 일면 이해되는 바다. 하지만 종교는 근본적으로 개인의 믿음이 뿌리다. 과학적 입증이라는 잣대로 측정한다면 내가 곧 신이라는 범신론외에 종교란 존재할 수 없다. 집단화된 권력으로서의 종교가 아니라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종교에 대한 믿음은, 그리고 그 근거는 개인의 신념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는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말을 빌어 버리고 취하기의 궁극은 하나님을 버리고 하나님을 취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그의 순수한 신념이 후학들에 의해 또 따른 절대진리로 변질되지 않기를 소망하는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예수를 만나면 예수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캠벨을 만나면 캠벨을 죽여라.

IP *.212.68.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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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2010.02.17 21:03:03 *.145.76.75
잘 읽었습니다. 형님~
저도 꼭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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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2.18 08:51:57 *.236.3.241
바쁜데 들러 주어 고맙다. 조만간 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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