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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1일 13시 46분 등록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민음사

 

1. ‘저자에 대하여

 

저자의 시대적인 배경을 보자. 오비디우스는 기원전 43년에 태어나 활동했다. 이 시기는 서구 문명의 한 축을 이루는 기독교의 영향을 받기 전의 모습이다. 서구 문명의 또 하나의 축이자 그 시대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그리스 문명 하에서 저자는 활동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 고대 서구 문명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시기는 팍스 로마나시절이었다. 카이사르를 이어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로마 역대 최고 황금기였다. 그와 함께 문화적으로 꽃을 활짝 피우던 시기였다. 문학과 예술에 재능 있는 인물이라면 자신의 잠재력을 꽃 피울 수 있는 가능성의 시대였다.

 

그의 젊은 시절을 살펴보자. 오비디우스는 로마 지배층의 자제로 태어났다. 관례대로 청년시절 수사학과 법률을 공부해 관리의 길을 밟았다. 그리스로 유학 겸 여행도 다녀왔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자신 앞에 놓인 길을 걸어갔는데, 저자의 내면에서는 문학과 시에 대한 열정이 피어올랐다. 로마 문화의 부흥기를 살아가는 청년이라면, 뒤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관심을 좇아 길을 따라 나서도 되었다. 문학에 대한 재능도 있었고, 그에 대표되는 사교계에서의 활동도 훌륭했다. 자연히 저자는 로마 문화와 사교계의 총아로 떠오르게 된다.

 

그 시기의 로마를 보자. 로마는 황금기를 구가했고, 사교계는 꽃을 피웠다. 그런데 아우구스투스는 이것에 제동을 걸었다. 여자들의 자유는 구속당하고, 풍기문란은 단속의 대상이 되었다. 그 시절 오비디우스는 남녀 간의 자유분방한 애정을 이야기한 <사랑의 기술>을 썼다. 사교계에서 이 책은 최고의 환영을 받았지만, 아우구스투스의 단속으로 점점 빛을 잃어 갔다. 그러면서 저자는 잘못된 시구(詩句)실수라는 명목으로 해외로 추방당하는 일을 겪게 된다. 이 시기에 문화적 분위기는 활짝 꽃을 피웠지만, 지금 시대로 말하자면 검열혹은 입맛에 맞지 않는 것들은 배제하는 모습이었다.

 

이 책을 왜 썼을까. 알다시피 오비디우스의 삶은 환희를 맛보다가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 황제의 심기를 건드려 중심에서 추방되었기 때문이다. 유배시절 저자의 머릿속에서는 이 사건이 각인되어 있었을 것이다. 한 사회로부터의 추방은 인간의 삶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도 젊은 시절의 붉은 열정을 이겨내고, 자신의 소명이나 마음에 깊이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그의 문학적 재능이 로마 황제에 대한 칭송과 만나는 지점에서 이 책은 탄생하게 됐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로마의 역사와 신화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 동기는 로마 황제에 대한 정통성의 부여와 그 시대에 대한 자부심에서 나왔다. 합리적이고 매우 지적이었다는 저자는 자신만의 문체로 그리스 로마 신들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했다.

 

오비디우스는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살았던 사람이다. 그에 대한 탐색이 구체적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세월이 흐른 만큼 세상은 많이 변했다. 대체적인 저자의 모습은 이러하고 깊이 있게 알 수는 없다. 따라서 그가 이 작품으로 말하고 싶었던 바가 무엇이냐를 중심으로 저자를 알 수밖에 없다. <변신 이야기>를 통해 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인간의 삶의 모습이 다양하고 그만큼 많은 모습이 있고, 사건과 시기에 따라 다르게 변형되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곳이 변화경영연구소이니 메타모르포시스는 너무나 적절하고 여기와 잘 어울린다. 선생님께서 신화변신 이야기를 왜 앞에 포진시킨 지 이제 조금 이해가 간다. 삶은 변화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삶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변신 이야기 1

 

1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15 [서사(序詞)] 마음의 원()에 쫓기어 여기 만물의 변신(變身) 이야기를 펼치려 하오니, 바라건대 신들이시여, 만물을 이렇듯이 변신하게 한 이들이 곧 신들이시니 내 뜻을 어여쁘게 보시어 우주가 개벽할 적부터 내가 사는 이날 이때까지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소서.

 

16 [천지창조] 말하자면, 제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만물은 서로 반복하고 서로 방해만 했을 뿐이었다. 한 가지 질료 안에 있으면서도 추위는 더위와, 습기는 건기(乾氣), 부드러움은 딱딱함과, 무거움은 가벼움과 싸우고 있었다............... 이렇듯이 모든 것들이 제 몫의 거처에 자리를 잡자, 오랫동안 혼돈의 덩어리 안에 갇혀 있던 별들이 하늘 하나 가득 찬연히 빛나기 시작했다. 빈 곳이 있으면 거기에 사는 것이 있어야 마땅한 법이다. 그래서 신들과 별들이 천상에 자리를 잡았다. 물은, 아름다운 비늘을 번쩍거리는 물고기들의 거처가 되었고 대지는 짐승들 몫으로 돌아갔다. 흐르는 대기는 새들을 맞아들였다.

 

57 [암소가 된 이오. 백안(百眼)의 거인 아르고스. 갈대가 된 요정 쉬링크스] 유노는 곧 푸리아에(/에리뉘에스. 복수를 주관하는 세 여신) 중 하나를 불러 자기 서방의 정부이자 자기의 연적(戀敵)인 그리스 요정(이오)의 눈과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그 가슴에다 광기를 채워 세상을 방황하게 하라고 명했다............... 처음에는 이오도 입을 여는 것을 두려워했다. 소 울음소리가 튀어나올 것이 염려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오는 잔뜩 겁에 질린 채, 오래 쓰지 못하던 말을 한마디씩 시험 삼아 해보았다.

이제 이오는 어엿한 여신이 되어, 흰 옷 입은 신관(神官)들을 거느린다(이오와 이집트 풍요의 여신 이시스는 동일한 여신으로 믿어진다. 이시스 신전의 신관들은 흰 옷을 입는다).

 

2 신들의 전성시대

 

87 [칼리스토를 범한 유피테르] 요정의 입에서는 듣기에도 무시무시한 소리, 화가 나서 금방 싸움이라도 거는 듯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요정은 곰으로 둔갑한 것이었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요정의 여린 마음 그대로였다. 곰이 된 요정은 하늘의 별들을 향해, 이제는 앞발이 된 손을 내밀고 자기 슬픔을 하소연하는 한편 무정한 유피테르를 원망했다. 그러나 곰이 내는 소리가 인간이 하는 말과 같을 리 없었다. 곰은 숲속에 외로이 있을 수가 없어서 한때 자기가 살던 집, 뛰놀던 벌판을 찾아가 헤매었다. 사냥개에 쫓겨 바위산을 헤맨 것도 부지기수였고 사냥꾼에게 쫓겨 달아난 것도 부지기수였다. 이따금씩은 자기가 곰이 되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하찮은 산짐승과 맞닥뜨리고도 후다닥 몸을 숨기기도 했다. 자기가 곰이면서도 곰을 만나자 기업을 하고 도망친 적도 있었다. 이리의 딸이면서도 이리 때문에 기겁을 한 일도 있었다(칼리스토는, 유피테르에 의해 이리로 둔갑한 뤼카온 왕의 딸이다).

 

106 [질투의 화신이 된 아글라우로스] 케크롭스의 달은 그 환영을 보고는 그만 질투의 화신이 되고 말았다. 가슴에서 이는 질투의 불길이 처녀의 가슴을 먹어들어 갔다. 처녀는 밤이고 낮이고 한숨만 쉬면서 하루가 다르게 말라갔다. 마음의 근심에 쫓기며 나날이 여위어가는 아글라우로스는, 흡사 뜨거운 햇볕 아래 놓인 얼음 덩어리 같았다. 아니다. 헤르세의 화려한 결혼과 늘어진 팔자에 대한 질투심에서 비롯된 아글라우로스 가슴의 불길은 건초더미에 인 불길과 비슷했다. 불곷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가 결국은 건초더미를 깡그리 태우고 마는 불길과 비슷했다............. <질투>가 옮긴 괴질은 빠른 속도로 이미 병든 곳과 성한 곳을 파괴했다. 이어서 생명의 숨결이 지나다니는 길을 거슬러 치명적인 냉기가 올라왔다. 아글라우노스는 말을 하려고 애쓰지는 않았다. 애썼다고 하더라도 소리는 제 길을 찾아 올라오지 못했으리라. 곧 목이 석화(石化)했고 이어서 입술이 굳어졌다.

 

3 박쿠스의 탄생 외

 

134 [미소년 나르키소스와 에코] 어리석어라! 달아나는 영상을 좇아서 무엇하랴! 그대가 구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돌아서보라. 그러면 그대가 사랑하던 영상 또한 사라진다. 그대가 보고 있는 것은 그대의 모습이 비춰낸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대가 거기에 있으면 그림자도 거기에 있을 것이요, 그대가 떠나면, 그대가 떠날 수 있어서 그 자리를 떠나면 그림자도 떠나는 법인 것을……............. 그대의 다정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 가슴 안에서 희망이 샘솟는다. 내가 손을 내밀면 그대도 손을 내밀고, 내가 웃으면 그대도 웃는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 그대도 고갯짓으로 화답한다. 그대 입술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그대는 분명히 내 말에 응답하는데도, 그 응답은 내 귀에 닿지 못한다.

, 그랬었구나. 내가 지금껏 보아오던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이었구나. 이제야 알았구나, 내 그림자여서 나와 똑같이 움직였던 것이구나. 이 일을 어쩔꼬,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구나.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의 불길에 타고 있었구나.

 

4 페르세오스와 메두사 외

 

155 [미뉘아스의 딸들] 이렇게 기도하며 순서에 따라 법도 있게 제사를 드렸다. 그러나 미뉘아스의 딸들만은 집안에 틀어박혀 실 감는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이로써 이 제사를, 이 제사를 흠향하는 박쿠스를 욕되게 했다.

 

181 [발광한 아타마스와 이노. 티시포네] 탄탈로스(하늘의 비밀을 누설하였다가 유피테르의 벼락에 맞아죽었다)도 여기에 있다. 탄탈로스는 물이 가까이 있으나 이 물이 자꾸만 도망치는 바람에 영원히 물을 마실 수 없고, 과일나무 가지가 머리 위에 있으나 손을 내밀면 과일이 도망치는 바람에 영원히 과일을 먹을 수 없다. 시쉬포스(사신(死神)을 가두고 저승 왕비를 속이는 죄를 지었다)도 여기에 있다. 시쉬포스는 여기에서, 굴려올려 놓으면 순식간에 굴러내려오는 바위와 영원히 씨름하는 벌을 받고 있다. 익시온(유노 여신을 범하려다가 유피테르의 벼락에 맞아죽었다)도 여기에서 영원히 불바퀴를 돌리는 벌을 받고 있다. 사촌이자 지아비인 신랑을 죽였던 베로스의 손녀들(<다나이스>라고 불리는, 다나오스의 딸들. 모두 49. 조상들의 복수를 한답시고 첫날밤에 모두 신랑을 죽인 죄로 여기에서 벌을 받고 있다)도 여기에서 밑 빠진 독에다 영원히 물을 길어다 부어야 하는 형벌을 받고 있다.

 

183 [발광한 아타마스와 이노. 티시포네] 인정 사정을 모르는 티시포네는, 피가 뚝뚝 듣는 횃불을 들고, 횃불에서 떨어진 피에 진홍빛으로 물든 옷을 입고는, 배암을 띠삼아 허리에 질끈 동여매고 제 집을 나섰다. 티시포네 옆으로 하나같이 무표정한 <슬픔>, <공포>, <불안>, 그리고 <광기>가 따라붙었다. 티시포네는, 아이올로스(바람의 신. 아타마스와 시쉬포스의 아버지)의 집 문전, 그러니까 그 아들 아타마스가 사는 집 문전에 당도했다. 티시포네가 당도하자 문설주가 부르르 떨었고, 너도밤나무 문이 갑자기 낯색을 잃었으며, 태양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서 잠시 자리를 옮겼다고 전해진다............ 배암의 독니에 물린 것은 그들의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었다. 티시포네에게는 저승 궁 문지기인 케르베로스의 침, 레르나 연못에 사는, 마녀 에키드나의 딸인 휘드라(<물뱀>. 후일 헤라클레스 손에 죽는다)의 독에다, <환각>, <망각>, <눈물>, <범죄>, <광기>, <살의> 이런 것들을 잘 섞어 만든 고약이 있었다.

 

194. [안드로메다와 바다의 괴물] 이 나라에서는 비정한 암몬 신(유피테르와 같은 신으로 여겨지는 이집트 땅의 신)의 뜻으로 공주 안드로메다가 지나치게 아름다움을 뽐낸 왕비의 죄값을 대신 물고 있었다(이 공주 안드로메다의 어머니는 자기 아름다움을 뽐내면서 해신 넵투누스의 딸들보다 자기가 더 아름답다는 말을 했다. 이에 화가 난 넵투누스는 케토스라는 괴물을 보내어 이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신관들이 암몬 신의 뜻을 풀어보니, 그 어머니의 딸을 이 케투스에게 바쳐야 넵투누스의 노여움이 가라앉겠다는 괘가 나왔다. 그래서 공주는 지금 희생 제물로 바위에 묶여 괴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200 [메두사] 그러자 아게노르 집안의 자손은 지나온 일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찬바람이 부는 아틀라스 산록에는 견고한 석벽으로 둘러싸인 한 곳이 있지요. 이 입구에 포르퀴스의 달 자매(그라이아이, <노녀(老女)>. 둘이라는 전설도 있고 셋이라는 전설도 있다)가 눈 하나를 번갈아 쓰면서 삽니다. 눈이 한 개밖에 없어서 이 한 개를 돌려가면서 쓰는 것이지요. 나는 이 중 하나가 눈을 제 자매에게 건네줄 때를 노렸다가 이 눈을 빼앗아 버렸습니다(페르세오스는, 고르곤 세 자매가 있는 곳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이들을 위협하여 이들로부터 고르곤 세 자매의 거처를 알아내었다). 나는 그 뒤, 인적도 없고 길도 없는 바위 산을 지나고 황량한 숲을 지난 연후에야 고르곤 세 자매가 사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주위에는, 메두사의 얼굴을 보고 석화(石化)해 버린 인간이나 짐승의 석상이 즐비합디다. 그러나 나는 메두사의 얼굴을 직접 보지 않았습니다. 가지고 간 청동 방패에다 비추어 보았으니까요. 나는, 메두사와, 메두사의 머리 위에 똬리 튼 뱀이 깊이 잠든 틈을 타서 칼로 목을 따버렸던 것이지요

 

5 무우사의 탄생 외

 

212 [피네오스의 반란] 페르세오스여, 그대가 이겼소. 이제 그 무서운 무기는 거두시오. 보는 자를 돌로 만드는 무서운 메두사의 머리는 치워주시오. 내가 무기를 든 것은, 그대에 대한 증오나 권력에 대한 탐욕 때문이 아니었소. 나는 오로지 약혼자를 되찾을 욕심으로 무기를 들고 일어섰던 것이오. 그대의 공훈은 내 약혼자를 취하기에 넉넉하나 내게는 약혼자와 버릇든 세월이 있소. 이제 이렇듯이 그대에게 항복하나, 나는 부끄럽지가 않소. 그대 같은 전능한 영웅에게 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 수가 없겠소. 영웅이시여! 내 소원은 하나…… 목숨이오. 나머지는 그대가 다 거두어도 내게는 할 말이 없소

 

213 [폴뤼덱테스]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그만 섬나라 세리포스(다나에와 페르세오스가 상자에 든 채로 바다를 떠다니다 이윽고 도달한 섬) 왕 폴뤼덱테스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격한 바 있는 이 영웅의 공훈과 이 영웅이 살았던 고난의 삶을 무시하려 했다. 폴뤼덱테스는 턱없이 페르세오스를 적대하고 끝없이 페르세오스를 증오했다. 페르세오스에 대한 폴뤼덱테스의 적대와 증오에는 까닭도 없고 가량도 없었다(까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왕은 다나에를 차지할 욕심으로 페르세오스를 없애려 했다는 전설도 있다). 심지어 이 왕은 페르세오스의 영광을 모독하고, 메두사 목을 자른 그의 공훈을 부정하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페르세오스는 어느 날 왕궁으로 들어가 메두사의 머미를 들고 술잔치 자리를 내려다보며 외쳤다.

내가 증명해 보이리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내 쪽을 보지 말라

페르세오스가 내민 메두사의 목을 보고 왕은 대리석상으로 변했다.

 

218 [무사이 아홉 자매와 피에리테스의 노래 겨루기] 음악과 예술을 주관하는 아홉 무사이가 한 자리에서 뛰놀고 있다. 아홉 무사이의 이름은 나팔과 물시계를 들고 다니는 영웅시(英雄詩)와 역사 담당인 클레이오. 지구의(地球儀)를 들고 다니는 천문시(天文詩) 담당 우라니아. 가면을 들고 다니는 비극시 담당 멜포메네. 웃는 가면이나 목양신 지팡이를 든 모습으로 자주 그려지는 희극시 담당 탈리아, 합창 담당 텔릅시코레. 연애시와 서정시 담당 에라토, 유행가 담당 에우테르페, 늘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다니는 우언극 담당 폴륌니아, 오르페오스의 어머니이자 서사시와 웅변을 담당하는 카리오페. 이들의 어머니가 <기억>의 여신 므네모쉬네라는 사실은, 고대의 문학 예술이 주로 인간의 기억을 통하여 구전되어 왔음을 암시한다.

 

6 신들의 복수

 

249 [니오베의 아들딸들] 그러나 이 니오베는 고향 처녀였던 아라크네가 그런 벌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신들을 가볍게 여기면 무서운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제 것으로 따담지 못했다. 다 이 니오베가 교만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니오베에게는 자랑거리가 많았다.............. 니오베는 이제 선망의 과녁이기는커녕 연민의 대상이었다. 심지어는 저 자신의 적으로부터도 가엾게 여겨져야 마땅한 존재였다.

 

262 [산 채로 껍질을 벗긴 마르쉬아스] 처녀신 미네르바가 어느 날 갈대로 피리 하나를 만들어 불다가 이를 버렸는데, 목양신 마르쉬아스가 이를 주웠다. 마르쉬아스는 이 신묘한 소리가 나는 피리를 손에 넣은 것을 자만하여 수금의 명수인 아폴로에게 연주를 겨루어보자고 도전하면서 이긴 자는 진 자의 껍질을 산 채로 벗기자고 제안한다.

 

273 [프로크네와 필로멜라] 태양신이 태양 수레를 하늘의 12() 사이로 두루 몰고 지나가자 1년이 갔다. 독자들은, 필로멜라가 어찌 되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필로멜라는 엄중한 감시를 받고 있었는데다 단단한 돌로 쌓아올린 담은 여자가 깨드리기에는 너무 튼튼했다. 게다가 필로멜라는 혀를 잘려 벙어리가 되었는지라 자기가 당한 일을 누구에게 발설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슬픔과 고통은 사람을 강하게 하고 역경과 곤경은 사람을 창조적이게 하는 법이다. 필로멜라는 베틀 같지도 않은 베틀에다 실을 걸고는 흰 바탕으로 베를 짜면서 거기에다, 자기가 그런 고통을 받게 된 사연을 붉은 글씨로 짜넣었다.

 

7 영웅의 시대

 

283 [이아손과 메데이아] 이들이 아이에테스 왕 앞에 나타나, 프릭소스를 그곳까지 태우고 왔던 황금빛 양의 모피를 요구하자 왕은 까다로운 조건(아이에테스 왕은 이아손에게, 불을 뿜는 황소에 쟁기를 메워 전쟁신 마르스의 밭을 간 다음 거기에다 왕뱀의 이빨을 뿌리고, 그 땅에서 돋아나는 무사들과 싸워 이기면 금양 모피를 가져가도 좋다고 말한다)을 달았다. 이 나라의 공주 메데이아는 이 이아손을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메데이아는, 낯선 청년 이아손을 도와주려면 아버지를 배신해야 할 터이라 이아손을 향하는 자신의 마음과 싸웠다. 그러나 메데이아의 이성도 감정과 마찬가지로, 이 뜨거운 사랑의 불길 앞에서는 너무나도 미약했다. 메데이아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고민했다............... 이렇게 중얼거리는 메데이아의 눈 앞에 <>, <효심>, <순결> 같은 것들의 환영이 나타났다. 이들에게 쫓겨 쿠피도(사랑의 신, <사랑하는 마음>)는 이미 저만치 날아가고 있었다............. 이아손은 메데이아 앞에서 이 모든 것들에게 맹세하고, 메데이아에게 자기를 믿어줄 것을 빌었다. 그러자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마법이 걸린 약초를 주면서 그 쓰는 법을 일러주었다. 이아손은 이 약초를 받아들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제 숙소로 돌아가 달게 잤다.

 

295 [이아손의 회춘(回春)] <청춘>이라는 뜻. <유벤타스>라고도 불린다. 그리스 신화의 헤베(<청춘>)과 동일시되는 여신으로 로마시대에는 성년 남자의 수호여신이었다. 유피테르와 유노 사이에서 태어난 이 여신은 신들이 사는 천궁에서 신주(神酒) 따르는 일을 한다. 후일 영웅 헤라클레스의 아내가 된다.

 

304 [메데이아의 도망] 이아손이 새로 맞아들인 아내가, 메데이아가 쓴 콜키스의 독물에 타죽은 다음의 일이었다. 메데이아는, 자기를 버린 이아손에 대한 복수의 손길을 멈추지 않고, 궁전을 불싸지르고 자기가 낳은 자식을 둘이나 죽인 뒤에 이아손의 분노를 피하여 도망친 것이었다.

 

305 [아테나이의 영웅 테세우스] 이즈음 테세우스는, 두 개의 바다 사이에 갇힌 이스트모스(코린토스 지협을 말한다)를 그 빛나는 무용으로 평정하고 아테나이에 이르렀다. 테세우스는 아이게오스 왕의 아들이었으나 아버지는 아들을 아들로 알아보지 못했다(아이게오스는 트로이젠 땅에다 이 아들을 낳아놓고 아들의 어머니에게는, 아들이 장성하면 자기에게 보내라면서 댓돌 밑에다 가죽신과 단도를 숨겨놓는다. 테세우스는 열여섯 살이 되자 아버지가 남긴 이 신표(信標)를 꺼내어들고 코린토스 지협의 괴물과 망나니들을 하나씩 정복하면서 아테나이에 도착한 것이다).

 

308 [아이아코스와 개미 족()] 역시 이 세상에는 우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즐거움이란 dqjt는 것인가? 그래서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있는 것일까? 아들을 되찾게 된 것을 기뻐하는 아이게오스 왕의 마음 한구석에도 근심이 한 자락 남아 있었다. 적국(敵國) 크레타 왕 미노스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321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마침내 여신은 화를 내시면서 이러시더군요.

<이 은혜를 모르는 자야, 우는 소리 이제 그만 작작 해라. 프로크리스가 그렇게 좋으면 가려므나. 하지만 내가 너희들 앞일을 꿰어보니, 너는 아무래도 프로크리스와 혼인한 것을 후회하겠다.>

여신은 이러면서 나를 내 아내 곁으로 보내줍디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여신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곰곰 생각해 보았어요. 그러자니, 프로크리스가 이 혼인의 서약을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이나 아닌가, 이런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더군요. 프로크리스는 마음 씀씀이로 보면 그럴 여자가 아닌 것이 분명한데도 그 젊음과 아름다움이 나를 불안하게 하더라는 말이오. 저렇게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과연 나 하나만을 사랑할까, 하는 생각이 일더라는 말이오. 게다가 나는 집을 꽤 오래 떠나 있었거든요. 물론 나를 그렇게 만든 분이 여신이기는 하지만, 오래 떠나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요. 원래 사랑하는 사람들 가슴에는 불안이라는 게 도사리고 있는 법입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고통받는 한이 있더라도 선물을 잔뜩 들고 가서 내 아내의 정절을 한번 시험해 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아우로라 여신이 이를 알고 내 모습을 바꾸어주었어요. 나도 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나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변장하고 팔라스의 도시 아테나이로 들어가 내 집을 찾아들어갔어요.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어요. 집안 사람들이 주인이 사라진 것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만 빼면.

 

8 인간의 시대

 

333 [니소스와, 조국을 배신한 스퀼라] 그래서 스퀼라는, 크레타 왕의 호화찬란한 군막(軍幕)을 내려다보며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 전쟁이 터진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아니면 불행으로 여겨야 할지 모르겠구나. 사랑하는 미노스 왕이 우리의 적국이라는 것이 애석하구나. 하지만 이 전쟁이 터지지 않았으면 나는 저분의 모습을 뵐 수가 없었을 것이니 어쩌면 전쟁이 잘 터진 것인지도 모르지. 저분이 전쟁을 이 정도 선에서 끝내고 나를, 평화를 보증할 볼모로 잡아 고국으로 돌아가신다면 얼머나 좋을까............ 미노스 왕은 아들의 죽음을 복수하려고 이 의로운 전쟁을 일으켰다지. 그에게는 든든한 명분도 있고, 이 명분을 지킬 막강한 군대도 있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 지고 말 게 분명하다. 그래, 우리가 이 전쟁에서 지게 되어 있다면, 우리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사랑을 위하여 내가 성문을 열어주어서 안 된다는 법도 없지 않은가. 가만히 있으면 저분의 군대가 성문을 깨뜨리고 들어올 텐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성문을 열어주는 것이 잣지 않은가. 저분으로 하여금, 더 빨리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해주는 편이 낫지 않은가. 더 이상의 살육을 막고, 저분이 피를 흘리는 일이 없게 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 이렇게만 하면, 나는 저분이 다칠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누가 저분의 가슴을 지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하기야 저분이 누구인지 안다면야, 감히 저분의 가슴을 겨누고 창을 던질 만큼 심장이 강한 인간이 있을 리 없겠지만

스퀼라의 마음은, 이런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오래지 않아 결국 스퀼라는 아버지의 왕국을 자신의 혼인 지참금 대신 미노스에게 바치고 이 전쟁을 긑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기자면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스퀼라는 또다시 고민했다.

성문에는 성문 수비대가 있고, 성문의 열쇠는 아버지에게 있다. , 이 일을 어쩔꼬, 슬픈 일이다. 내게 두려운 존재는 아버지뿐이고, 내 소원의 앞을 막는 이 역시 아버지뿐이라는 것은……, , 아버지만 계시지 않는다면……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저 자신의 신이 되어 저 자신의 뜻을 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운명의 여신은, 행동하는 인간을 돌보실 뿐, 기도만 하고 있는 인간은 돌보시지 않는다. 누군들 나와 같이하려 하지 않겠는가. 욕망이 내 욕망만큼 강렬하다면 누군들 사랑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을 깨뜨리지 않겠는가. 그래, 깨뜨리려 할 것이다. 기꺼이 깨뜨리려 할 것이다. 그러면, 남들은 용감하게 그것을 깨뜨리는데 나는 왜 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나는 할 수 있다. 불길 사이로도 지날 수 있고, 칼의 숲 사이로도 지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내 아버지의 머리카락에서 단 한 올의 머리카락만 잘라내면 된다. 내게는 황금보다 더 소중한 단 한 올의 머리카락. 이 보랏빛 머리카락이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이므로. 이 머리카락이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것을 나에게 베풀어줄 것이므로

스퀼라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동안, 인간의 근심을 치료하는 전능한 의원인 밤이 찾아왔다. 어둠은 스퀼라를 담대하게 했다. 잠이, 인간의 가슴에 깃들인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재우는 이 평화로운 신간을 틈타, 스퀼라는 살며시 아버지의 침시로 숨어들어가 그 끔직한 짓을 저질렀다. 딸이 아버지의 머리로부터, 아버지의 목숨과 운명이 걸린 머리카락을 훔친 것이다.

.............미노스여, 그런데 왜 그대가 승리를 헌상(獻上)한 나를 벌하는가? 내가 내 아버지와 내 조국에 지은 죄는, 그대에게는 곧 은혜가 아니던가? 그래, 그대에게는 나무로 지은 소로 진짜 황소를 유혹하고 이로써 씨를 받아, 반은 사람이고 반은 짐승인 자식을 낳은 그 더러운 아내(미노스 왕의 아내 파시파에를 말한다. 파시파에는, 나무로 만든 소의 모형 속에 들어가 진짜 황소와 사랑을 나누고, 그 씨앗을 받아 머리는 소머리, 몸은 사람 몸인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가 어울리겠구나.

=> 배신한 남자의 후손, 배신의 댓가

 

361 [알타이아의 복수와 멜레아그로스의 죽음] 현장에 있기는커녕, 궁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하던 멜레아그로스에게 그 불이 옮겨 붙었다. 그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 불길에 타고 있음을 알았다. 멜레아그로스는 불굴의 용기로 그 고통을 참아내려 했다. 그러나 참을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죽어가고 있음을, 불명예스럽게 죽어가고 있음을 알고는 슬퍼했다.

 

371 [필레몬과 바우키스] ............<신들을 사랑하는 자는 신들의 사랑을 입고, 신들을 드높이는 자는 사람들로부터 드높임을 받는 법이거니.>

릴렉스 노인의 이야기는 이로써 끝났다.

 

372 [아구병에 걸린 에뤼식톤] 이 여자의 아버지인 에뤼식톤은 신들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이라서 신들의 신전에서 향 한 번 피워본 적이 없었답니다. 이 자는 또, 케레스의 성림(聖林)에서 도끼로 나무를 찍은 것으로 악명 높은 자랍니다. 도끼로 이 유서 깊은 숲의 나무를 찍다니 이것을 어찌 예사 신성모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처녀의 아비 에뤼식톤은, 딸이 둔갑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번번이 딴 주인에게 딸을 팔았더랍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처녀는 말로 둔갑하여, 대로는 새, 황소, 사슴으로 둔갑하여 집으로 돌아왔고 에뤼식톤은 이렇게 되돌아온 달을 되팔아 허기를 메우어나갔더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준비된 음식을 다 먹고도 성에 차지 않았던 그는 처음에는 제 팔다리, 그것도 모자라 결국은 제 몸을 모두 뜯어먹었다……는 이야깁니다.

 

변신 이야기 2

 

9 헤라클레스 외

 

16 [아켈로오스와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는, 이런 말을 할 동안 내내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더니만 화를 삭이지 못하고 영웅들이 대개 그러듯이 우렁찬 소리로 이렇게 응수합디다.

<나는 말은 잘 못하는 사람이나 손 쓰는 데는 자신이 있는 사람이다. 만일에 나와의 싸움에서 네가 이기면 네 말이 맞는 것으로 하자.>

 

21 [데이나엔이라와 마인(馬人) 네소스] 헤라클레스는.......... 사자 가죽(헤라클레스는 네머아의 사자를 죽이고 그 가죽을 벗겨 평생 이를 옷삼아 걸치고 다녔다)을 벗으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강을 정복하기로 한 바에, 어찌 이 강이라고 그냥 둘 수 있을소냐!

그는 망설이거나, 물살이 조용한 곳을 찾아보는 빛도 보이지 않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물살을 이용하면 좋으련만 그는 그런 짓도 하지 않았다.

 

28 [헤라클레스의 최후] 고통으로 인해 반미치광이가 되어 있던 그는 리카스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리카스, 너였더냐? 나에게 이 치명적인 것을 전한 자는? 내가 죽어가는 것이 너 때문이었더라는 말이냐?

............그러나 유피테르 대신은, 신들의 어두운 표정을 일별하고는 이런 말로 그들을 위로했다.

슬픔에 잠긴 그대들의 얼굴을 보니 내 마음이 흡족하오. 내가 은혜를 아는 인간들의 절대자이자 왕으로 불린다는 것이 오늘처럼 만족스러웠던 날은 없소. 나는, 그대들 역시 나처럼 내 아들을 지켜주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오. 그대들은 저 아이가 이룬 위대한 업적으로 저 아이를 대견하게 여기는 모양이오만, 그 영광은 나로 인한 영광에 다름아니오............

..............인간의 오체(五體)를 벗고 새로운 생명을 얻은 그는 이전보다 더욱 위엄 있는 모습으로 거듭난 것이었다. 전능한 그의 아버지 유피테르는 그를 사두마차에다 태우고 구름으로 가려 천상으로 불러올리고는 반짝이는 별자리 사이에다 박아주었다. 아틀라스는 이 새로운 별의 무게를 어깨로 느낄 수 있었다.

 

31 [알크메네의 해산(解産)과 갈란티스] 헤라클레스가 이 땅을 떠났다고 해서 스테넬로스의 아들 에우뤼스테오스(유노 여신을 대신해서 헤라클레스에게 혹독한 시련을 부과했던 자)의 분이 다 풀린 것은 아니었다. 에우뤼스테오스는, 헤라클레스에 대한 증오의 화살을 헤라클레스의 아들에게 겨누었다.............. 며느리가 아이를 배고 있다는 것을 안 알크메네가 어느 날 이올레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여신께서는 가만히 무슨 주문을 외시는데, 세상에, 여신께서 주문을 외실 때마다 나오던 아기가 들어가버려. 나는 악전고투하면서, 정신이 나갔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나를 그 꼴로 만들어놓고도 나 몰라라 하시는 유피테르 대신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37 [드뤼오페와 로티스] ‘우리 엄마는 이 나무 안에 숨어 있대요.’

이 한 마디를 하게 해다오. 아이가 물가에 가지 않도록 해주고, 나무에서 함부로 꽃을 꺾지 않게 해다오. 열매가 달리는 나무는 모두 여신들의 몸이라는 것을 가르쳐다오.

 

42 [뷔블리스와 카우노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렇듯이 신들이 저희가 사랑하는 자의 젊음을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소란을 피우자 유피테르 대신이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이 여기 있는 이 나를 대신으로 여긴다면 어디 한번 대답해 보시오. 대체 어쩌자고 이러는 것이오? 그대들은, 그대들에게 남의 운명을 바꿀 만한 권능이 있다고 생각하시오? 이올라오스가 잃었던 젊음을 되찾은 것, 칼리로에의 두 아들이 때 아니게 장성하여 청년이 된 것은 다 운명의 여신께서 그리하셔서 된 것이지 이들이 혹은 뇌물을 썼거나 떼를 썼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이 아니오. 그대들은 모두 운명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는 신들이오. 그러니까 그대들은 이를 기꺼이 용인하여야 하오. 나 역시 이 운명의 손길은 벗어날 수가 없는 몸인 것이오. 나에게 만일 운명의 물길을 돌린 권능이 있었다면, 아이아코스(유피테르와 아이기나 사이에서 난 아들. 영웅 가운데서도 가장 경건했던 영웅으로 불리다가 사후에는 저승의 재판관이 되었다)의 허리는 세월의 무게로 휘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라다만토스(유피테르와 에우로페 사이에서 난 아들. 공정한 입법자(立法者)로 유명한 크레타 왕 미노스의 형. 이 형제 역시 죽어 저승의 재판관 노릇을 하게 되었다)는 아직까지 혈기방장할 것이며, 지금은 노경에 들어 온갖 조롱을 받고 있는 미노스도 법을 이런 식으로 집행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오

유피테르의 말은 신들의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했다. 신들은, 나이를 먹어 꼬부랑 노인이 된 아이아코스와 라다만토스와 미노스를 보고는 더 이상 저희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않았다.

 

44 [뷔블리스와 카우노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처음에는 이 뷔블리스도 자기 마음에 깃들여 있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고는, 당연한 것이거니 여기고 오라비에게 다정하게 입을 맞추거나 오라비의 목을 팔로 감아 안거나 했다.

뷔블리스는, 자신의 행동에 자연스럽지 못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꽤 오랫동안 저희가 남매간이라는 것에 기대어 제가 하는 짓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러는 동안 오라비에 대한 뷔블리스의 사랑은 상궤(常軌)를 저만큼 벗어나고 있었다. 말하자면 오라비를 만나야 할 때면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차려 입거나, 오라비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턱없이 애쓰거나, 자기보다 예쁜 여자가 오라비 곁에 있으면 터무니없이 질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뷔블리스는 이러면서도 자기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했다. 이러한 생태는 뷔블리스가 제 느낌을 말로 나타내지 못하는 지경에가지 이르렀다. 그러나 뷔블리스의 욕망은 안으로 안으로 타들어갔다. 이윽고 뷔블리스는, 자기와 카우노스가 남매라는 것을 나타내는 <오라버니>라는 호칭 대신에 <저하(邸下)>라는 호칭을 더 즐겨 썼고, 카우노스가 자기를 <누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뷔블리스>라고 불러주는 것을 좋아하는 지경에까지이르렀다.

 

48 [뷔블리스와 카우노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뷔블리스는, 표정으로 보아 부끄러워하면서도 대담하게 그 편지를 쓰는 것 같았다. 뷔블리스는, <그대의 누이……>라고 썼다가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그 부분의 밀랍을 긁어버리고는 고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내 가슴의 상처가 비록 깊으나, 미친 욕망의 불길이 내 가슴 속에서 비록 뜨겁게 타오르고 있기는 하나, 신들께 맹세코 나는 내 마음을 온전히 가누자고, 쿠피도 신의 이 무자비한 공격을 피해보자고 저로서는 있는 힘을 다하여 싸웠습니다. 그대는, 여자가 어떻게 그같이 싸울 수 있겠느냐고 하시겠지만, 나는 나대로 그대가 상상할 수 잇는 것 이상으로 싸우면서 버티어 왔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이 싸움에서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래서 그대의 도움을 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대만이, 그대를 사랑하는 나를 죽이거나 살리거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하소서.

그대의 사랑을 바라는 나, 이렇게 비는 나는 그대의 원수가 아니라, 그대와는 참으로 가까운 계집, 더할 나위 없이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계집입니다. 이런 일이 있어도 좋을 것인가, 이것은 죄악이 아닌가, 죄악인가…… 이런 것을 따지는 일은 어른들에게나 맡겨놓아야 할 일인 줄 압니다. 그리고 우리 세대에 어울리는 사랑은, 점잔을 빼는 사랑이 아닙니다. 우리는, 풍속이 허락하는 것이 어디까지인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그저, 만사를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전능하신 신들이 보이신 본을 옳은 것으로 믿고 따르면 되는 것입니다. 엄하신 아버지도, 세간의 소문에 대한 두려움도, 가문의 명예도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10 오르페우스의 노래 외

 

65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 트라키아의 시인 오르페우스(그리스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 예술의 여신인 무사이 중 하나인 칼리오페를 어머니로, 오이아그로스를 아버지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지나 이 이야기에서는 본인 입으로 자신이 아폴로 신의 아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금을 잘 탔는데, 이 수금은 아폴로로부터 받았다는 설도 있고 스스로 발명했다는 설도 있다. 오르페우스가 수금을 타면서 노래를 부르면 금수는 물론이고 산천초목까지 감응했다고 전해진다. 아르고 원정 때는 노래로 파도를 잠재웠다는 전설도 있다)는 아내 잃은 것을 몹시 슬퍼했다. 이 땅에서 아내 잃은 슬픔을 달래다 못한 오르페우스는, 원래 대담한 사람인지라 타이나로스 문()(저승 세계로 통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전설적인 동굴)을 통하여 저승으로 내려가 저승 왕의 마음을 움직여보기로 결심했다. 기어이 이 동굴을 통하여 스튁스(원래는 저승을 흐르는 <증오의 강>이라는 뜻이나 여기에서는 <저승>)의 땅으로 내려간 오르페우스는 망령들 사이를 지나 이윽고 프로세르피나(/페르세포네. 저승 왕비)와 저승 왕(플루토. /하데스) 앞에 섰다. 오르페우스는, 저승 세계를 다시르는 저승 왕과 그 왕비 앞에서 수금을 타면서 이런 사연을 노래했다.

............저는 제 아내 때문에 여기에 와 있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뱀에 물려 청춘의 꽃을 마음껏 피워보지도 못하고 죽은 제 아내 때문에 여기에 와 있습니다. 제가 이 슬픔을 참아낼 수 잇을 만큼 마음이 강한 인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참으려고 애썼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아모르(쿠피도. /에로스. 사랑의 신. 여기에서는 <사랑> 신이 부리는 조화가 저에게는 너무나 힘에 벅찼습니다...........

.............그러나 저승 왕은 오르페우스에게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즉 에우뤼디케를 데라가되 저승 땅을 다 벗어나 이베르노스(저승의 입구로 믿어지던 화구호(火口湖))를 다 벗어나기까지는 에우뤼디케를 돌아다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만일에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다본다면 에우뤼디케는 다시 저승 당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는 어둠과 적막에 싸인 오르막길을 한없l 올라 이윽고 땅 거죽과 가까운 곳에 이르렀다. 아내가 혹시나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 염려하던 오르페우스는 근심과 걱정과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뒤를 돌아다보고 말았다. 그 순간 에우뤼디케는 다시 저승 땅으로 떨어졌다.

...............아내의 두 번째 죽음은 오르페우스를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는 흡사, 대가리가 셋인 저승의 개 케르베로스가 사슬에 묶여 지상으로 글려나오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굳어져 돌이 되어버린 겁쟁이, 아니면 미모를 뽐내다가 이다 산에서 돌이 되어버린 레타이아와, 그 죄를 자신의 죄로 갈음하려다 역시 돌이 되어버린 레아티아의 연인 올레노스 같았다. 오르페우스는 다시 한번 저 저승의 강 스튁스를 건너려 했으나 허사였다. 스튁스 강의 뱃사공(망령들을 피안(彼岸)으로 건네주는 고집쟁이 노인 카론)이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오르페우스는 식음을 전폐하고 이레 동안이나 이 강변에 앉아 있었다. 이 동안 그가 양식으로 삼은 것은 슬픔과 눈물뿐이었다.

오르페우스는 하릴없이 잔인한 에레보스(<유암(幽暗)>이라는 뜻. <저승>)의 신들을 원망하면서 험하디험한 로도페 산, 북풍이 휘몰아치는 하이모스 산으로 돌아왔다.

태양이, 일년 동안 돌아 피스케스 자리에서 끝내는 여행을 세 차례나 했을 만큼 세월이 흘렀다. 이 동안 오르페우스는 어떤 여자도 가까이하지 않고 은거했다. 두 번이나 아내를 잃은 경험을 한데다 다시는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겠다고 맹세했기 때문이었다.

 

72 [퀴파리소스의 비극] 그러나 소년은, 신들께, 마지막 소원이니 수사슴의 죽음을 영원히 슬퍼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너무 오래 울고 있어서 그랬겠지만 그의 몸에서는 피가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그의 팔다리는 푸른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흰 이마를 덮고 있던 머리카락은 하늘을 향해 뻣뻣하게 일어서기 시작했다. 아폴로 신은 이것을 바라보면서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탄식했다.

네가 남을 위하여 슬퍼하고,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이웃의 벗이 되고자 하니 나 또한 너를 위하여 슬퍼하리라

 

81 [퓌그말리온의 사랑] 이 상아상을 상대로 아첨 섞인 말을 할 때도 있었다. 때로는 처녀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 가령 조개 껍데기나 반짝거리는 조약돌, 예쁜 새, 갖가지 색깔의 꽃, 색칠한 공, 한때는 파에톤의 누이들이 흘린 눈물이었던 호박(琥珀) 구슬 같은 것들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 상아상에다 옷을 입혀주는가 하면, 손가락에는 반지를 끼워주고, 목에는 긴 목걸이를 걸어주기도 했다. 이 상아상의 귀에는 귀고리, 목에는 목걸이가 젖가슴 위로 늘어져 있기도 했다. 이 모든 장신구는 아름다운 상아 처녀에게 잘 어울렸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울 때는 역시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을 때였다. 퓌그말리온은 튀로스 산() 보라색 천을 씌운 긴 의자에 이 처녀를 눕히고, 그렇게 하면 처녀가 고마워하기라도 할 것처럼 머리 밑에는 베개를 받쳐주기도 했다. 이렇게 해놓고 그는, 짐짓 이 상아 처녀를 자기의 반려라고 불렀다.

.............파포스 사람 퓌그말리온은 수다스럽게 베누스 여신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한동안 감사 기도를 드리던 퓌그말리온이 그래도 믿어지지 않았던지 상아 처녀에게 다시 입을 맞추자 상아 처녀는 이 입맞춤에 화답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처녀는 수줍은 듯이 눈을 뜨고는 사랑하는 사람과 날빛을 동시에 올려다보았다.

 

83 [몰약(沒藥)이 된 뮈라]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다음이야기로 이어졌다.

퓌그말리온과 상아 처녀 상이에서 태어난 딸 파로스의 몸에서는 키뉘라스라는 아들이 태어났다. 만일에 자식이 없었더라면 이 퀴뉘라스도 복이 많은 사람 축에 들 수 있었으리라.........

 

95 [아도니스의 탄생]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또 다음 이야기로 이어졌다.

.............세월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가는 법이다. 그리고 세월만큼 빠른 것도 없다. 제 누이의 아들이자 제 외조부의 아들인 그가 나무 껍질에서 태어난 것이 불과 며칠 전의 일 같은데 어느새 자라 고운 어린이가 되고 소년이 되었다가는 곧 잘생긴 청년으로 장성했다. 인물은 아기 때의 인물에 못지않게 준수한 청년으로 자란 것이다. 이 청년은, 이 이야기에 나오는 자선이 시작될 즈음에는 제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사랑의 불길에 복수라도 하는 듯이 사랑의 여신 베누스의 애인이 되어 있었다...........

 

98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 아도니스의 변신]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다시 이어졌다.

베누스 여신이 아도니스에게 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이 아탈란테는, 발만 빠른 것이 아니고 용모 역시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이 아탈란테가 어느 날 아폴로 신에게 결혼 문제를 두고 신탁을 받아보았는데 이때 신이 내린 신탁은 이러했다.

아탈란테여, 너에게는 지아비가 소용없구나. 너는 남자 겪는 일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이 일을 어쩔꼬, 너는 결혼을 피할 팔자가 아니다. 결혼한 뒤에는, 산 채로 너 자신을 잃겠구나.’

아탈란테는 아폴로 신의 신탁에 겁을 집어먹고 독신으로 숲 속에 살았다. 그런데도 이 아탈란테에게 구혼하는 청년들은 계속해서 몰려들었어. 아탈란테는 이 청년들을 물리치기 위해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붙엿다는구나.

먼저 나와 달음박질 겨루기에서 나를 이기지 못하면 절대로 내 지아비가 될 수 없습니다. 나와 겨룹시다. 겨루어 나를 이기면 그 상으로 나를 신부로 맞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지면 그때는 목숨을 받겠습니다. 자신있는 분이 있거든 이 조건 아래서 겨루어봅시다.’

‘..............그러니까 나는 저 위대하신 대양(大洋)의 왕이신 넵투누스의 증손이오. 내 문벌은 이렇듯 찬란하오만 내 용기는 내 문벌에 못지않소. 만일에 나를 이긴다면 그대의 이름은 히포메네스를 누르고 승리한 자의 이름으로 길이 빛나고 길이 남을 것이오.’

히포메네스가 이렇게 말하자 스코이네오스의 달 아탈란테는 다정한 눈길로 이 청년을 바라보았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 아탈란테는 혼자말을 이렇게 했지.

귀중한 목숨을 걸되 그 목숨을 내 앞에 던져 청춘을 바치려하다니, 참으로 인물이 아깝구나. 저 인물 앞에 서니 오히려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구나. 그러나, 저 인물이 내 마음을 흔들기는 한다만 정작 내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것은 외모가 아니라 저 젊음이다. 저 청년은, 청년이라기보다 아직 소년이 아닌가? 그렇다.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저 청년의 외모가 아니라 저 청년의 젊음이다. 게다가 저 청년에게는 용기도 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도 있다. 과연 해신(海神)의 자손답구나.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저 청년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저 청년은 나와의 혼인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쳐도 아까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운이 없어 나를 이기지 못한다면 저 청년은 목숨으로 그 값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저러나, 참 잘난 청년이 아닌가? 꼭 여자같이 잘생긴 청년이 아닌가? , 히포메네스여, 차라리 나 같은 계집의 꼴을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대 같은 사람은 오래오래 살아야 하는 것을, 내 팔자가 기박하지 않았더라면, 운명이 내게 지아비 맞는 것을 허락했더라면, 나와 잠자리를 나눌 수 있는 남성은 그대뿐이었을 것을……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과, 아탈란테의 아버지가 겨루기를 독촉하자 넵투누스의 자손인 히포메네스는 나를 부르면서 이렇게 기도하더구나.

, 퀴테라의 여신이시여. 바라오니, 오시어서 무모하게 이 일에 뛰어든 저를 거들어주소서. 여신께서 불을 붙이셨으니, 이 불이 더욱 힘차게 타오르게 하소서.’

............구경꾼들은 소리를 질러 이 청년을 응원하더구나.

이번에는 눌러버려라! 달려라, 히포메네스! 있는 힘을 다해 달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이길 수 있다!’

이 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글쎄, 이런 함성을 듣고 메가라에서 온 청년이 더 좋아했는지, 스코이네오스의 딸이 더 좋아했는지 그것은 나도 모르겠구나. 그러나 나는 보았다. 히포메네스를 앞지른 아탈란테가 짐짓 속도를 줄이고 이따금씩 뒤를 돌아다보는 것을. 아탈란테는 달기는 달리는데 억지로 달리는 것 같았어........................ 혹시 이런 놈을 만나거든, 내 너에게 당부하거니와, 몸을 피하도록 하여라. 이런 놈뿐만이 아니다. 엉덩이를 돌려 달아나기는커녕 너를 상대하려는 놈이 있거든 반드시 달아나도록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네 무용이 비록 장하다고 하나 그 무용이 너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는 것은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니 유념하도록 하여라.>

베누스 여신은 아도니스에게 이런 당부를 하고는, 백조가 끄는 수레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베누스 여신이 이런 당부를 했지만 아도니스는 원래 용감한 청년이라 베누스 여신이 시키는 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람을 연상하여 이 꽃의 이름을 <아네모네(<바람꽃>이라는 뜻)>라고 부른다

오르페우스의 기나긴 이야기는 이로써 끝났다.

 

11 미다스의 귀는 당나귀 귀 외

 

110 [오르페우스의 죽음] 이 가인에 앞서 희생된 것은 이 가인의 이름을 온 땅에 널리 알려지게 했던 청중들, 말하자면 그의 음악에 넋을 잃고 있던 새들, 뱀과 들짐승들이었다. 광기 들린 여자들은 먼저 이들을 쳐죽이고 나서 그 피 묻은 손으로 오르페우스를 공격했다. 여자들은 대낮에 나온 한 마리의 밤새(부엉이)를 본 낮새들처럼 우르르 무리지어 달려와 오르페우스를 공격했다. 사냥개들이 원형 경기장에서 떼지어, 그 바닥을 피로 물들일 팔자를 타고난 한 마리의 사슴을 죽이는 광경과 비슷했다. 여자들은 잎이 달린 튀르소스를 들고 이 가엾은 시인에게 달려들었다. 튀르소스는 사실 사람을 때리는 데 쓰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개중에는 오르페우스를 겨냥하여 흙덩이를 던지는 여자들도 있었고, 나뭇가지를 꺾어 이로써 오르페우스를 때리는 여자들도 있었으며, 돌을 던지는 여자들도 있었다. 이들의 눈에는 이미 무기가 될 만한 것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농부들이 가을걷이를 위해 땀을 흘리며 소에다 쟁기를 메워 밭을 갈고 있었다. 이 농부들은 광기 들린 여자들을 보자 농기구를 밭에다 버려두고 도망쳤다. 이들이 떠난 밭에는 괭이, 고무래, 호미 같은 연장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광기 들린 여자들은 이 연장을 주워들고는 먼저 뿔을 앞세우고 이들을 위협하는 소를 갈가리 찢어죽인 다음 오르페우스에게 덤벼들었다. 오르페우스는 폭도와 다름없는 이들을 향해 두 손을 내밀고 자제할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오르페우스의 말은 이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오르페우스는 이미 말로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여자들은 오르페우스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는 그의 몸을 갈가리 찢었다. 오르페우스의 숨결은, 바위의 마음을 움직이던 그 입, 들짐승의 마음도 누그러뜨리던 그 입을 통해 빠져나가 바람 속으로 흩어졌다.

............박쿠스는, 자기를 따르던 여자들이 이 오르페우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화를 내었다. 자신이 창시한 비교(秘敎)를 노래하던, 그토록 이름높던 시인의 죽음을 상심하던 박쿠스는, 오르페우스가 변은 당할 당시 그 현장에 있었던 여자들을 모두 땅바닥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땅바닥에 뿌리내리게 한 것이었다...........

 

122 [프로테오스의 예언. 펠레오스와 테티스] 그러자 카르파토스의 예언자(포르테오스), 깊은 바다에서 얼굴을 내밀고 이런 말을 했다.

아이아코스의 아들아, 그 여신이 동굴에서 세상 모르고 잘 때 밧줄을 가지고 가서 재빨리 묶어버리면 네 신부로 삼을 수 있을 게다. 여신이 오만 가지로 모습을 바꿀 것이나 네가 속으면 안 된다. 끝까지 그 밧줄을 풀어주지 않으면 마침내 여신은 본 모습을 보일 게다

 

126 [케이크스에게 몸붙일 페레오스. 다이달리온의 번신] 하지만 저 빛나는 별(금성)의 손녀인 이 키오네가, 두 신의 사랑을 받고, 두 신의 자식을 낳은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겝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된 이 키오네는 디아나 여신에게 그만, 자기는 여신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오만불손한 말을 하고 맙니다.

 

144 [알퀴오네와 케위크스의 전신] 바닷가에는 방파제가 있었다. 먼 바다의 파도를 막아 그 힘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사람들이 쌓아올린 아주 높은 방파제였다. 알퀴오네는 이 방파제로 올라가 바다로 몸을 던졌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알퀴오네가 거기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도 기적이었고, 알퀴오네에게 거기에서 뛰어내릴 용기가 있었던 것도 기적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기적보다도 더욱 놀라운 기적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방파제에서 뛰어내린 알퀴오네가 어느새 돋아난 날개로 날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느새 새로 변신하여 바다 위를 날고 있는 것이었다. 바다 위를 날고 있는 알퀴오네의 입에서는, 정확하게 말하면 조금 전까지 입이었던 부리에서는 가냘픈 새의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이윽고 지아비의 시신 곁에 이른 알퀴오네는 새로 돋은 날개로 지아비의 몸을 가볍게 감싸고 부리를 그의 입술에다 대었다.

 

145 [잠수조(潛水鳥)가 된 아이사코스] 이 물총새들이 나란이 열을 지어 넓은 바다 위를 나는 광경을 보고, 이들이 끝내 이루어내고야 만 사랑을 찬탄하는 노인이 있었다. 잠시 후 다른 사람이 지나가다가 목이 긴 잠수조를 가리키며 이런 말을 했다. 어쩌면 처음의 그 노인이, 다른 사람에게 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미안하오, 뒤를 쫓은 내가 잘못이오. 그러나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누가 알았으리오. 그대가 나로 인하여 이렇게 될 줄을 누가 알았으리오. 뱀이 그대를 무는 순간 우리들의 사랑도 끝났소. 그러나 이렇게 만든 책임은 나에게 있소. 책임이 나에게 있는 만큼 나도 죽어서 그대에게 사죄하려 하오.>

아이사코스는 이런 말을 남기고는, 밑동이 파도에 깎인 아주 높은 절벽 위로 올라가 아래로 몸을 던졌네. 그러나 테튀스 여신은 이 청년을 가엾게 보시고 손을 쓰셨다더군. 이 청년이 바닷물에 떨어지는 순간 온몸에서 깃털이 돋았다니까. 깃털이 돋았으니 바다에 떨어져도 죽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 청년에게는 자살이 하릴없게 된 것이네. 아이사코스는, 죽으려던 자기 뜻이 그렇게 꺾이자 몹시 짜증스러웠네. 그에게는 삶이라는 게 오히려 불명예스러웠던 것일세. 그래서 아이사코스는 새로 얻은 날개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가 두 번째로 바다로 내리꽂혔네. 이번에도 깃털 때문에 자살이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았네. 격분한 아이사코스는 있는 힘을 다해 물 속으로 헤엄쳐 들어갔네. 덕분에 그의 몸은 깊이깊이 가라앉을 수 있었지...........

 

12 트로이 전쟁 외

 

151 [이피게네이아] 여신은 이피게네이아가 제물로 바쳐진 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신은 이 이피게네이아를 구름으로 감싸고, 제관들이 웅성거리는 틈을 타서 이 처녀를 빼돌리고는 그 자리에다 암사슴 한 마리를 세워 놓았다. 디아나 여신의 분노가 가라앉자 바다의 파도도 가라앉았다. 펠라스기 인들은 수천 대에 이르는 원정 함대를 몰고 신고만난 끝에 프뤼기아 해안에 닿을 수 있었다.

 

152 [퀴크노스의 전신] 이 집에는, <경거망동>, 생각이 깊지 못한 <실수연발>, 터무니없는 <기쁨>, 소심한 <공포>, 당돌한 <선동>,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속삭임>이 식객으로 붙어 산다. 파마 여신 자신은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두루 알아내어 온 세상에 그 소문을 퍼뜨린다.

............아킬레오스는 쓰러진 퀴크노스의 배를 타고 앉아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퀴크노스의 숨이 끊어질 즈음이었다. 아킬레오스는 퀴크노스의 목을 조르다 말고 기겁을 하고 물러섰다. 퀴크노스는 어디로 가고 빈 갑옷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신 넵투누스가 이 아들을, 깃털이 눈같이 흰 퀴크노스(<백조>)로 전신시킨 것이었다.

 

158 [카이네오스가 남자가 된 내력] 좌중의 장수들은 모두 흥미를 느끼고는 네스토르의 침상 곁으로 모여들었다. 아킬레오스가 그에게 말했다.

우리 시대를 빛내신 참으로 지혜로우신 분이신데다 연세도 많이 잡수셨고 또 언변에도 능하시니, 한마음으로 바라건대 그 이야기를 좀 들려주십시오. 카이네오스라는 사람이 대체 누굽니까? 어째서 여자로 태어나 남자가 되었습니까? 어르신네와는 어느 전투에서 함께 싸우셨습니까? 이 사람에게 만일에 진 적이 있다면 대체 누구에게 졌습니까?

노장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이렇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흐르는 세월이 내 기억을 좀먹는 바람에 옛날에 내가 보고 들은 것이 내 머리에서 많이 사라져버렸네. 그러나 아직은 사라져버린 것보다 남아 있는 것이 더 많아. 전쟁시에도 많이 듣고 보고 평화시에도 많이 듣고 보았네만…… , 나이가 많다고 많이 듣고 많이 보았다고 할 수 있다면 나는 두 세기를 살았고 세 세기째 사는 사람이니까 많이 보고 많이 들었다고 할 수 있을 테지…… 이 일처럼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일도 없을 것이네..........

 

177 [아킬레오스의 죽음] 아폴로는 파리스를 위하여 활의 겨냥을 도와주기까지 했다. 파리스가 화살을 날리자 아폴로는 화살을 인도하여 아킬레오스에게 명중하게 했다(아킬레오스의 어머니 테티스는 아킬레오스가 태어나자마자 이 아기의 발목을 잡고 스튁스 강물에다 담그었다가 꺼냈다. 이로써 아킬레오스는 불사의 몸이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 테티스가 손으로 쥐고 있었기 때문에 발목에는 스튁스 강물이 묻지 않았다. 그래서 아킬레오스는 불사의 권능을 얻었지만 이 발목 부분만은 여느 인간의 몸과 다름이 없었다. 말하자면 이 발목 부분이 아킬레오스의 치명적인 급소인 것이다. 이때 파리스가 쏜 화살은 바로 아킬레오스의 급소인 발뒤꿈치에 명중했다).

 

13 유민의 시대

 

184 [아킬레오스의 유품] 그러나 오뒤세우스는, 자기보다 더 꾀많은 사람의 술수에 걸려, 더 이상 잔꾀를 부리지 못하고 원정대에 합류한 사람입니다(아내 페넬로페, 아들 텔레마코스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던 오뒤세우스는 이 전쟁에 참전하기 싫어서 일부러 미친 사람 행세를 했다. 즉 소에다 쟁기를 매어 밭을 갈고는 여기에다 소금을 뿌리는 기행을 한 것이다.............).

.............아들이 전쟁이 참가하면 천수(天壽)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아시고 아들을 여자로 꾸며 은밀한 곳에다 숨기신 일이 있습니다(테티스 여신은, 아들이 전쟁에 참가하면 이름을 천하에 떨치기는 하나 단명하고, 전쟁에 참가하지 않으면 이름을 떨치지 못하나 천수를 누릴 수 있다는 신탁을 믿고, 아들을 여자로 전신(轉身)시켜 스퀴로스 땅 뤼코메데스 왕의 궁전에 숨어살게 했다...........).

............메넬라오스의 슬픔(아내 헬레네를 빼앗긴 슬픔)이 온 그리스 땅의 관심사가 되자(헤레네를 두고 수많은 구혼자들이 다투었을 때 오뒤세우스는, 누가 헬레네와 혼인에 성공하든, 나머지 사람들은 헬레네의 지아비로 선택되는 사람을 위해 끝가지 헬레네를 지켜주겠다는 서약을 하게 한다. 메넬라오스에게 아내 헬레네를 찾아주는 일에 온 그리스 땅 장수들이 다 나선 것은 그때의 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210 [트로이아 왕비 헤쿠바의 최후] 일리움(토로이아의 별명)이 불바다가 되어 있을 동안 유피테르 신전의 제단은 연로한 프리아모스 왕의 피로 젖었고, 포에부스 아폴로의 제니(祭尼)인 무당(트로이아의 공주인, 아름다운 <카산드라>를 말한다. 이 카산드라는 아폴로의 총애를 받고 예언하는 능력을 얻었으나 끝내 몸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폴로로부터, 남을 설득하는 능력을 빼앗겼다. 따라서 카산드라의 예언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카산드라가 오래전부터 토리이아 전쟁을 예언했지만 아무도 이를 믿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은 머리채를 잡힌 채 글려나왔다. 제니는 하늘을 향해 기도했으나 하릴없었다.

 

227 [스퀼라] 이런 곳을 두루 거친 이들은 이윽고 좋은 과실이 많이 난다는 파이아케스 인들의 나라(오뒤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들렀다가 환대를 받았던 지상의 낙원 같은 나라. 마음보다 더 빨리 달리는 배로 오뒤세우스를 고향 이타카까지 실어다준 사람들도 바로 이 파이아케스 인들이었다)

 

231 [갈라테이아와 아키스의 슬픈 사랑] 가만히 듣고 있자니까, 한동안 피리를 불던 폴뤼페모스가 노래를 부르더군. 이런 내용이었어.

<, 갈라테이아여, 넓은 풀밭에서 아름답기로 쳐도 으뜸이고 곱기로 쳐도 으뜸인, 백설같이 흰 매발톱꽃 꽃잎보다 희고, 오리나무보다 더 키가 크고 더 의연하며, 수정보다 더 투명하고 어린아이들보다 더 천진한 갈라테이아여, 만나면 겨울의 햇살보다, 여름의 응달보다 더 반갑고, 보면 키 큰 백양나무를 보는 것보다 더 마음이 시원해지는 갈라테이아, 잘 익은 능금보다 붉고, 잘 익은 포도보다 달콤하고, 백조의 깃털이나 갓 만들어낸 건락(乾酪)보다 보드라운 갈라테이아여, 어디로 도망치려하는가, 손질 잘한 뜰보다 아름다운 그대여.

갈라테이아여, 그대는 길들이지 않은 송아지보다 거칠고, 나이 먹은 참나무보다 단단하고, 바다보다 무정하고, 버드나무 진보다 쓰디쓰고, 바위보다 드세고, 강보다 요란하고, 공작새보다 오만하고, 불보다 뜨겁고, 돌밭 다듬는 써레보다 더 튼튼하고, 어미곰보다 엄하고 대양보다 귀가 어둡고, 밟힌 봄보다 무자비한 갈라테이아여, 그러나 이런 것은 나도 어쩔 수 없구나. 사냥개에 쫓기는 사슴처럼, 바람처럼 빠르게 달아나는 것은 나도 어쩔 수 없구나.........>

 

14 로물루스와 레무스 외

 

243 [스퀼라와 마녀 키르케] 여신 키르케는 화를 내었다. 그러나 키르케는 글라우코스를 해칠 수가 없었다. 해칠 마음도 없었다. 글라우코스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키르케는, 그래서 글라우코스에게 분풀이하는 대신 자기보다 나은 대접을 받고 있는 인간 스퀼라에게 분풀이할 결심을 했다. 사랑을 거절당한 키르케는 이를 악물고 밖으로 나가 무서운 독초를 모아들인 다음 이를 가루로 만들고 헤카테 여신으로부터 배운 주문을 외며 이 독초 가루를 섞었다.

.............후일 스퀼라는, 오뒤세우스의 배를 난파시키고 수많은 이타카 용사들을 죽임으로써 키르케에게 복수했다(트로이아에서 고국으로 돌아가던 오뒤세우스는 메르쿠리우스가 준 마늘 덕분에 이 섬에 상륙하고도 키르케의 요술에 걸리지 않았다. 오뒤세우스는 이 섬에서 약 1년 간 머물면서 키르케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키르케는, 이윽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오뒤세우스에게, 스퀼라를 주의하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오뒤세우스는 복수를 벼르던 스퀼라에게 걸려 많은 부하들을 잃는다).


3. ‘내가 저자라면’


(1) 좋은점

 

그 전까지 세상에 떠돌던 이야기들을 모아 집대성한 점이 훌륭하다. 연대순으로도 잘 정리했다. 새로운 시작점을 만들어냈다.


(2) 보완점

 

이야기가 각 장이 연결되며 이어지기 때문에 한 인물에 대해서 분명하게 알 수 없는 게 아쉽다.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로마 신화>는 이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문체가 너무 딱딱해 쉽게 읽히지 않게 서술되어 있다. 좀 더 평이하게 서술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하면 좋다.


(3) 나중에 이 주제로 책을 쓴다면

 

나에게 깊이 들어오고, 흥미가 갔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써보고 싶다. 혹은 ‘내 삶의 주제’와 연결해 책을 써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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