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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9일 13시 52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 저자에 대한 기록과 개인적 평가

 

헤로도토스 [Herodotos, BC 484 ?~BC 425 ?]

 

그리스 역사가. 키케로가 '역사의 아버지' 라고 불렀다. 페르시아 전쟁사를 다룬역사를 썼다. 역사에는 일화와 삽화가 많이 담겨 있으며 서사시와 비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스인 최초로 과거의 사실을 시가가 아닌 실증적 학문의 대상으로 삼았다.

 

 

첫째, 헤로도토스는 식민도시 할리카르나소스 출생의 망명자이다. 그가 식민도시 출신이라는 점은 그에게 자유로움과 지적 호기심, 모험심이라는 특성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가 기술한 역사에서 방대한 지역과 시간속의 여러 민족을 기술하는 데에 있어서 편견이나 민족적 배타성없이 담담하게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그의 개인적 배경에 기인한다. 덕분에 현재를 사는 나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여러 민족의 다양한 관습과 생활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현재의 관습과 법의 근원이 어디서 출발했는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각 상황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었다.

 

 

둘째, 헤로도토스는 종교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그의 친척인 파니아시스가 점술가였다는 점, 그의 이름인 헤로도토스의 의미가 여신 헤라가 내려주신 자라는 점 등에 기반하여 볼 때 그의 집안은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환경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만큼 역사안에서의 거의 대부분의 사건들에는 전조나 신의 계시 같은 것들이 등장하고 그는 이에 대해서 대단한 신뢰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그는 고풍스러운 운명관을 가지고 있다. 7권에 저술된 아르타바노스의 말은 인간의 지나친 행운과 그로부터 생기는 교만심이 신의 비위를 거슬렀다는 데에 바탕을 둔 것으로 이러한 그의 보수적인 인생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셋째, 헤로도토스는 만성적인 여행자이자 조사자이다. 그는 광대한 지역을 실제로 여행하면서 확인한 내용을 기반으로 역사를 기술하였다. 그리고 그 기술내용은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관찰을 기반으로 한 것과 곳곳에서 들은 이야기들과 설화, 추정들에 기반한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특히 아테네에서 오랜 기간 머문 것으로 추정되는 점과 그가 외국어를 잘 몰랐다는 것으로부터 유추해보면 아테네에서의 조사활동이 큰 영향을 키쳤을 것으로 보인다.

 

넷째, 헤로도토스는 저술가이자 구연자로서 생활하였다. 그의 책 역사는 사실위주가 아닌 일화위주의 기술이다. 정확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되 한 가지의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것들을 그는 모두 기술하였고 이 중에는 과학적인 시각에서 보았을 때는 터무니없는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는 이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하여 정보를 배제하지 않고 모두 기술하여 판단은 독자들이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구연자로서 설 때에는 비현실적인 신화나 전설, 일화들을 중심으로 활동하여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런 내용들을 모두 종합해볼 때 헤로도토스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고, 섬세한 관찰력의 보유자이며 약간은 수동적이고 보수적인 인생관을 가진 행동주의자이다. 이런 그의 특성은 그가 역사와 일화, 과학과 종교, 아시아와 유럽 등 그 당시에 양립하기 어렵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을 조화롭게 엮어서 하나의 일관성 있는 서술인 역사를 집필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1권 클레이오

 

크로이소스와 아드라스토스

인간은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동안에 여러 가지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아야 하고 겪고 싶지 않는 일도 겪어야 합니다. 인간의 일생을 가령 70년이라고 하면, 70년을 날 수로 고치면 윤달은 없다 치고라도 25,200일이 됩니다. 만약에 사계절의 추이를 달력에 맞추기 위하여 1년 걸러 한 달을 연장한다면 70년동안에 35개월의 윤달이 들어가게 되고, 이 것을 날로 환산하면 1,050일이 됩니다. 그런데 이 70, 합계 26250일 중, 하루라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크로이소스 왕이시어, 인간의 생애는 모두가 우연입니다. [27]

제 아무리 유복한 사람이라도, 만사가 잘 되어가는 평생을 끝마칠 수 있는 행운을 만나지 않는 한,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사람보다도 행복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는 없습니다. [27]

매우 부유하지만 불행하다고 하는 사람은, 행운이 있는 사람에게 비해서 딱 두 가지 이점을 갖는 데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운이 있는 사람은 불행한 부자보다도 많은 점에서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전자는 욕망을 충족하거나 들이닥친 큰 재난은 견디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쪽보다 유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행운이 있는 사람에게는 다른 쪽에는 없는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습니다. 욕망을 채우거나 재난을 견디는 점에서는 부자와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운이 좋으면 그러한 일은 방지할 수가 있습니다. 몸에 결함이 없고, 병을 모르고 불행한 일도 당하지 않고 자식 복이 있고, 모습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게다가 훌륭한 죽음을 맞이할 수가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왕께서 바라시는 인물, 즉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군가가 죽을 때까지 행운이 있는 사람이라고 부를지언정 행복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27]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개개인이 완전히 자족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나가 있으면 다른 하나가 없는 법인데, 될 수 있는 대로 부족한 것이 적은 상태로 지낼 수가 있고, 게다가 보람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 왕이시여, 그러한 사람이야말로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불러 마땅한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27]

메디아의 역사와 키루스의 성장

 

그런데 이와 같은 놀이를 발명해서 어떻게 기근에 대처했는가 하면, 이틀에 하루는 식사를 잊도록 아침부터 밤까지 놀이를 한다. 다음 날은 놀이를 그만두고 식사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18년 동안 버텼다고 한다. [65]

-> 실로 대단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배고픔에 대해서 놀이라는 활동을 통해서 정신력으로 대처하여 18년을 버텼다고 하니 정신의 위대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다.

 

페르시아의 풍속

 

페르시아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을 술을 마시면서 상의하는 습관이 있다. [86]

 

2권 에우테르페

 

피라미드 시대의 여러 왕들

 

그런데 이집트인이 하는 말로는, 지하계를 지배하는 것은 데메테르와 디오니소스 두 신이라고 한다. 또 인간의 영혼은 불멸이며, 육체가 죽으면 차례로 태어나는 다른 동물의 체내로 들어가서 머문다는 설을 처음으로 주창한 것도 이집트인이다. [193]

 

영혼은 육지에서 사는 것, 바다에 사는 것, 그리고 하늘을 나는 것, 이런 식으로 모든 동물의 몸을 한 바퀴 돌고나서 다시 태어나는 인간의 체내로 들어와 3000년으로 영혼의 일순이 끝난다고 한다. 그리스인 중에는 사람에 따라 시대적으로 선후는 있지만 이 설을 채택하여 마치 자기가 생각한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이 몇 명 있다. 이들의 이름을 나는 알고 있으나 여기에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193]

아마시스

 

활을 가진 자는 이것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때 당기지만, 사용하고 나면 늦추어 둔다. 활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당긴 상태로 두면 부러져서 막상 필요할 때 쓸모가 없게 된다. 인간이 취할 자세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언제나 근엄해야한다는 데에만 마음을 쓰고 때로는 편안한 마음으로 논다는 기분이 없다면, 본인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마음이 어지러워지거나 멍청해질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이치를 알기 때문에 이 둘을 적당하게 나누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219]

 

-> 활을 항상 당겨놓는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활을 항상 당겨 놓는 것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여유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처럼 활을 항상 당겨놓지 않는 것에 대해서 화가 나 있는 것 같다. 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피곤하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람들과 조화롭게 일을 해나갈 수 있을까?

 

 

3권 탈레이아

캄비세스의 이집트 공략

 

키루스의 아드님이시여, 우리 집안에 일어난 불행은 슾러 울기에는 너무나도 큰 불행입니다. 그러나 유복한 신분에서 거지로까지 전락하여, 더욱이 노경에 이른 저 친구의 불운은 울어주어도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232]

사모스와 스파스타의 항쟁

 

이 모든 점으로 보아 캄비세스가 극도의 정신착란 증세를 보였다는 것이 불면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적어도 신앙이나 관습에 관한 일을 감히 비웃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느 나라 사람이든 이 세상의 관습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고르라고 하면 심사숙고한 끝에 누구나가 자기 나라 관습을 고를 것이다. 이와 같이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자기 나라의 관습을 특별히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토록 중요한 것을 비웃음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미친 사람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247]

 

-> 실제로 세상에서는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웃음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대할 때 나는 불편하다. 그렇지만 또 그 사람들이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들을 비웃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비웃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도 잘 모르고 있는 상처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고 숨기고 싶은 열등감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권위대상으로부터 전해받은 무의식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적당히 그들의 입장을 듣되 나는 동조하지 않는 정도에서 거리를 둔다. 그것이 효과적일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사실 아직까지도 어려운 문제이다. 소외감이라는 것을 걱정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다레이오스가 그의 치세 동안에 측근인 그리스인을 불러서, 어느 정도의 돈을 받으면 죽은 아버지의 살을 먹을 수 있다는 마음이 들겠는가 물은 적이 있었다. 그리스인은 제아무리 많은 돈을 받아도 그와 같은 일은 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다레이오스는 이번에는 칼라티아인이라고 하는, 부모의 고기를 먹는 관습이 있는 인도의 부족을 불렀다. 그리고 앞서의 그리스인을 입회시켜, 통역을 통해서 그들도 대화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해놓고, 어느 정도의 돈을 받으면 죽은 아버지를 화장하는 데에 동의하는가 하고 그 인도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카라티아이인들은 큰소리로 왕에게 말을 삼가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관습의 힘은 이와 같은 것으로, 나로서는 핀다로스가 관습이야말로 만물의 왕이라고 노래한 것은 옳다고 생각한다. [247]

-> 역사와 개인. 동일하게 적용될 것 같다. 개인에 대해서도 함부로 판단하거나 말할 수 없다. 그가 살아온 여정을 알기전에는.

 

캄비세스의 죽음과 다레이오스의 등극

 

아마시스의 왕이 폴리크라테스 왕에게 적어 올립니다. 친교를 맺은 친구의 행복을 듣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신령의 질투심 많은 이치를 아는 나로서는 그대의 지나치게 성대한 행운이 마음에 거슬리는 바입니다. 나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내가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모든 일에 행운의 혜택을 받는 것보다는 오히려 성공하는 경우가 있으면 실패하는 일도 있는 것처럼 운과 불운을 교대로 맛보면서 평생을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것은 매사에 행운을 타고난 사람으로서 결국에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 않고 끝난 예를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충고를 받아들여, 언제까지나 행운을 만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하실 것을 권하는 바입니다. 그대에게 무엇보다도 귀중하여 잃으면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이 무엇인가를 잘 생각하셔서, 그것을 결코 인간의 눈에 띄는 일이 없도록 버리십시오. 그리고 그렇게 했는데도 행운과 불운이 번갈아 일어나지 않는다면 내가 말씀드린 방법을 되풀이해서, 사태를 개선하도록 하시는 편이 현명할 것입니다.” [249]

 

여러분, 나는 지금, 이제까지 내가 가장 비밀로 해왔던 한 가지 일을 그대들에게 알려야만 하게 되었고. 실은 내가 이집트에 있을 때, 지금 생각하면 꾸지 않았으면 좋았다고 여겨지는 꿈을 꾸었소. 그 내용인즉, 고국에서 사자가 와서 스메르디스가 옥좌에 앉았는데 그 머리가 하늘에 닿았다고 나에게 알린 것이오. 동생에게 왕위를 빼앗기지 않을까 염려하여 내가 취한 행동은 너무 성급해서 생각이 모자란 것이었소. 생간건대, 일어나기로 되어 있는 일을 방해하여 그것을 회피하는 힘은 결국 인간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것인데, 나는 성급하게도 스메르디스를 살해하기 위하여 프렉사스페스를 수사로 보냈소.” [263]

무엇인가 거짓말을 해야할 때에는 거짓말을 하면 되는 겁니다. 우리가 거짓말을 할 때나 진실을 말할 때, 결국 노리는 것은 하나입니다. 거짓말로 상대를 납득시켜서 덕을 볼 가망성이 있을 때에는 거짓말을 하고, 또 진실을 말할 때에는 진실로 이익을 올려 상대로 하여금 이쪽을 신용하게 할 생각에서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는, 하는 일은 달라도 노리는 목표는 하나인 것입니다. 아무런 이득이 없다면 평소에는 정직한 사람도 거짓말을 할 것이고, 거짓말쟁이도 정직한 사람이 될 것이다. [268]

 

-> 이부분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정직에 대해서 약간은 강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뭔가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하지 못하여 얼굴이 빨개지고 시선을 내리까는 등 티가 많이 나버린다. 이런 나의 태도가 가지고있는 근원적인 욕구는 나는 선하고 거짓말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메세지를 상대방에게 주어서 그가 나를 신뢰하게 하고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누어주기를 바라는 것인 것 같다. 그러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굉장히 배타적이고 의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의 욕구와 거짓말을 하는 그 사람의 욕구는 어차피 같은 것인데 무언가 다른 가치판단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왕국을 징세구로 구분

 

생각건대 그 어떤 신의 섭리와 같은 것이 있어서 그것은 당연히 예지에 찬 것일 테지만 본디 겁이 많고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될 생물은 모두 잡아먹혀 절멸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끼를 많이 낳게 하고, 사납고 해독을 끼치는 생물은 그 번식력을 약하게 만들었던 것인가? 우선 토끼는 짐승, , 인간을 불문하고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쫓기고 잡아먹히기 때문에 번식력이 강하다. 이미 임신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겹쳐서 새끼를 배는 것은 모든 짐승 중에서 토끼뿐이다. 태내의 새끼는 이미 털이 나 있는 것도 있고 털이 없는 것도 있고, 막 태내에서 모양을 갖추고 있는 것도 있는데도 또 새로 임신을 하는 것이다. 토끼가 이러한 데에 비해, 짐승 중에서 가장 강하고 사나운 짐승인 사자의 암컷은 평생에 한 번, 더욱이 한 마리의 새끼밖에 낳지 않는다. 사자는 새끼를 남과 동시에 자궁도 몸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인데 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사자 새끼는 어머니 태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이 되면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날카로운 그 발톱으로 자궁을 긁고, 성장함에 따라 더욱 더 깊이 발톱을 세운다. 그래서 분만이 가까워지면 자궁에서 무사한 부분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286]

-> 사자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만약에 살모사나 아라비아의 날개 달린 뱀이 그 본래의 습성대로 번식한다면, 인간은 도저히 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뱀은 한 쌍씩 교미하여 수컷이 수정에 들어가 정액을 사출하면, 암컷은 수컷의 목덜미를 물고 늘어져서 이것을 다 먹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수컷은 이렇게 해서 죽는데 암컷도 수컷에게 범한 죄의 대가를 다음과 같이 받는다. 아직 어머니의 태내에 있는 새끼 뱀이 아버지의 원수인양 어머니의 몸을 먹고 나서 이를 찢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286]

 

-> 실로 충격적이다. 어머니의 몸을 먹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새끼뱀이라...

 

 

4권 멜포메네

스키타이 북방 여러 민족

이세도네스인의 풍습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어느 집의 부친이 사망하면 친인척이 모두 가축을 데리고 모여 그것을 잡아서 고기를 썰고, 더불어 그 사망한 부친의 살도 썰어서 이것을 섞어 요리로 해 연회를 베푸는 것이다. 시신의 머리는 머리카락과 그 밖의 것을 제거하고 깨끗이 한 다음 금을 씌워 이를 예배물처럼 다루고, 해마다 성대하게 산 제물을 바쳐 제사를 지낸다. 이 나라에서는 마치 그리스인이 연제를 지내듯이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이와 같은 예를 다하는 것이다. [325]

 

스키타이의 풍습

 

스키타이인은 최초로 쓰러진 적의 피를 마신다. 또 전투에서 살해한 적병은 모두 그 수급을 왕에게로 가지고 간다. 수급을 가지고 가야만 노획물의 분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키타이인은 수급의 껍질을 다음과 같이 벗겨낸다. 귀를 중심으로 둥글게 칼집을 내 수급을 잡고 흔들어 두피와 두개골로 분리한다. 그런다음 소의 늑골을 사용해 껍질에서 살점을 떼어내고 손으로 주물러 부드럽게 하면 수건이 만들어진다. 그것을 자기 말의 말굴레에 달고 자랑하는 것이다. 이 수건이 많은 자를 가장 뛰어난 용사로 판정하기 때문이다. 또 스키타이인 가운데에는 벗긴 가죽을 양치기가 입는 가죽 옷처럼 꿰매 자기가 입는 웃옷까지 만드는 자도 적지 않다. 그리고 또 적의 사체의 오른팔 가죽은 손톱째 벗겨 화살통에 입히는 자도 많다. 인간의 가죽은 실제로 어떤 동물의 가죽보다 매우 질길 뿐만 아니라 광택도 좋은 것이다. 또 온몸의 가죽을 벗겨 이를 판에 넓게 펴서 말안장 위에 깔아놓는 자도 적지 않다. [342]

 

다레이오스의 원정

 

게타이인은 다음과 같이 영혼 불멸을 믿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죽어 없어지지 않으며 죽은 자는 신령 살목시스 신 곁으로 가는 줄 믿고 있다. 그들 가운데에는 같은 신을 게벨레이지스로 부르기도 한다. 5년마다 제비를 뽑아 당첨된 자를 살목시스에게 사자로 보낸다. 그 방법을 그 역할을 담당하는 자들이 3개의 투창을 지니고, 다른 자들이 살목시스에게 보내지는 사내의 손과 다리를 양쪽에서 잡고 흔들어 창끝이 솟은 허공에 던져버린다. 사내가 창에 찔려서 죽으면 신이 그들에게 호의를 보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 사내가 죽지 않은 경우에는 그를 악인으로 몰아세워 죄를 묻고, 그 뒤 또 다른 사람을 보낸다. 소원을 전하는 말은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 행하는 것이다. [355]

 

아내를 공유해 자유롭게 관계를 갖는데, 이것은 서로 형제가 되고 온 부족민이 근친이 되어 서로 질투나 증오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360]

 

스키타이인이나 스키타이에 사는 그리스인의 말에 따르면, 네우로이인은 모두 한 해 한 번만 수일에 걸쳐서 늑대로 변신하고 그 뒤 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361]

 

우리는 도저히 당신네 나라의 여자들과 함께 살 수가 없어요. 우리와 당신네 나라의 여자들은 습관이 달라요. 우리는 활을 당기고 창을 던지며 말을 탈 줄은 아는데 여자가 하는 일은 배우지 못했어요. 그런데 당신네 나라의 여자들은 지금 말한 것과 같은 일은 어느 것 하나 못하지만, 그 대신 사냥을 하지 않고 달리 외출도 하지 않은 채 언제나 수레 안에서 여자들이 해야할 일에 열중하고 있어요. 그러므로 우리로서는 도저히 그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만일 당신네가 우리를 아내로 삼고 싶다면, 그리고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하기 원한다면 부모에게로 가서 재산의 분배를 받으세요. 그런 다음에 또 이곳에 와서 우리끼리만 살아요.” [364]

 

이때 이래 사우로마타이 여자는 조상의 생활양식을 그대로 지켜 말에 오르고, 사내와 함께 또는 자기들끼리만 사냥에도 나서고, 또 사내와 똑같은 복장으로 전쟁터에 나갔다. [364]

 

이 나라에서는 혼인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풍습이 있다. 어느 처녀나 적을 한 사람 무찌르기 전까지는 시집을 가지 않는 것이다. 개중에는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해 시집을 가기전에 늙어 죽은 처녀도 있다. [364]

 

스키타이인의 판단에 따르면, 이오니아인은 자유민으로서는 온 세계에 유례가 없는 비겁하고 미련한 민족인데 노예로서 평가하는 한 또 이만큼 주인을 생각하고 도망갈 생각이 적은 노예도 없다고 한다. 이것이 스키타이인이 이오니아인에게 가한 혹평이다. [374]

리비아

 

나사모네스의 사내가 처음으로 혼례를 올릴 때에는 첫날밤에 신부가 모든 손님과 잇따라 관계를 갖는 풍습이 있다. 손님은 신부와 관계를 가지면 저마다 집에서 가져온 물품을 신부에게 선물한다. [389]

 

이곳에는 뒷걸음질치면서 풀을 뜯는 소도 있다. 왜 뒷걸음질로 풀을 뜯느냐 하면, 그 뿔이 앞으로 활처럼 굽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향해 나아가면 뿔이 흙 속에 박혀 더 이상 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과 가죽이 두껍고 단단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소와 다를 바가 없다. [394]

 

-> 뒷걸음질치면서 풀을 뜯는 소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렇게 전혀 생각지못한 어떤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그리고 그것이 상상이 아닌 실제적인 체험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정말 큰 정신적인 자유로움을 준다.

 

키레네 지방은 리비아 유목민이 사는 지역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지구인데, 놀랍게도 이 지역에서는 수확기가 세 번이나 있다. 먼저 해안지방의 곡물수확기가 다가오고 이 수확이 끝나면 다음은 해안지대 위족의 구릉지로 불리는 중단의 지역이 수확을 재촉한다. 이 중단 지역의 곡물수확의 끝날 무렵에는 최상단 지역의 곡물은 이미 결실을 해 수확을 기다린다. 이렇게 해서 최초의 수확물이 다 소진되었을 때쯤에 그것과 때를 같이 해서 마지막 수확물을 손에 넣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키레네인의 수확기는 8개월에 걸친다. [400]

바르케 점령

 

페레티메도 그 생애를 행보하게 마칠 수는 없었다. 바르케인에게 보복을 가하고 리비아에서 이집트로 돌아온지 얼마 안되어 비참한 최후를 마친 것이다. 그녀는 살아서 온 몸에 구더기가 들끓는 예상치 못한 괴로움에 시달렸다. 인간이 너무나도 가혹한 복수를 시도할 때에는 신들의 증오를 사게 된다는 것을 이 일로도 알 수 있다. [402]

 

5권 테릅시코레

트라키아 및 마케도니아 공략

 

이들 부족 가운데 불사를 믿고 있는 게타이족의 풍습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을 했다. 트라우소이족의 풍습은 다른 트라키아인과 대체로 같은데 아이가 태어났을 때와 사람이 죽었을 때에 아래와 같은 행동을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가족은 그 아이 주위에 둘러앉아 인간에게 일어나는 온갖 불행을 모두 헤아리고 이 아이도 태어난 이상 이와 같은 수많은 고난을 겪어야 한다면서 탄식하고 슬퍼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죽었을 때에는 수많은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 더없는 행복의 경지로 들어간 것이라고 해서 기쁨 속에 땅에 묻는 것이다. [405]

 

다음으로 크레스토나이오이족 북쪽에 사는 부족의 풍속은 아래와 같다. 여기에서는 사내가 모두 많은 아내를 거느린다. 그런데 남편이 죽으면 어느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가장 사람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아내들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또 죽은 사내의 친구들도 이 일에 끼어든다. 그리고 거기에서 뽑히는 영예를 얻은 여자는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부족민으로부터 찬양을 받고, 그녀의 가장 가까운 친족의 손에 의해 남편의 묘 위에서 인후가 째여져 남편과 함께 매자오딘다. 한편 남은 아내들은 자신들의 불운을 탄식한다 - 그녀들에게 이처럼 치욕적인 일은 없는 것이다. [405]

 

그밖에 트라키아인에게는 또 이런 풍습이 있다. 자기 아이를 다른 나라에 팔아넘기는 것이다. 또 미혼인 딸은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 뒤 좋아하는 사내와 관계를 맺는 것을 허용하는데 기혼인 딸은 엄격하게 감시한다. 그들은 아내를 그 부모로부터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사는 것이다. 또 문신을 하고 있는 것이 좋은 출신성분의 표시가 되어 문신을 하지 않으면 출신이 천한 것으로 간주된다. 노동을 하지 않는 자가 가장 훌륭한 인간이고 토지를 일구는 자는 하찮게 여겨진다. 전쟁과 약탈로 생계를 꾸리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의 방식인 것이다. [406]

 

히스티아이오스와 아리스타고라스

다레이오스는 또한 연안지역의 지휘권을 오타네스란 자에게 맡겼는데, 이 오타네스의 부친은 시삼네스라는 자로 캄비세스왕 치하에서 왕실 재판소의 판사를 지냈었다. 그러나 금품을 받고 부정 판결을 한 죄로 캄비세스는 그를 사형에 처하고 그 피부를 모두 벗겼다. 그리고 그 벗겨진 피부를 띠 모양으로 재단해 시삼네스가 재판을 할 때에 앉았던 의자에 깔게 했다. 이렇게 해두고 그 후임으로 시삼네스의 아들을 판사로 임명하고는 그에게 말했다.

 

재판을 할 때 네가 어떤 의자에 앉아 있는지 꿈에도 잊지 마라.” [414]

 

-> 이런 일화는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인간으로서 이런 행위를 지시내리고 또 행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것인가. 내 마음속에 분노감이 가득차 있는 날이라 이런 내용들만 더욱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되는 것일 수 도 있는 것 같다. 인간이란 이렇게 잔인할 수 있구나.

아테네와 아이기나

 

그리스인들은 압제 하에 있을 때는 독재자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해 일부러 비겁한 행동을 했으나, 자유롭게 된 뒤로는 저마다 자신을 위해 의욕을 불태운 것이 명확해진 것이다. [441]

6권 에라토

아이기나와 아테네의 싸움

 

에피키데스의 아들 글라우코스여, 그와 같은 맹세로

다툼에 이겨 돈을 빼앗으면 당장은 좋으리라.

진실한 맹세를 하는 자도 면치 못하는 죽음, 맹세하고 싶으면 하라.

하지만 맹세의 신에게는 팔다리도 없는 아드님이 계셔

 

그 아드님은 질풍처럼 죄 지은 자를 뒤쫓아

그 일족, 그 가문을 완전히 없애기까지는 멈추지 않으리니

진실한 맹세를 하는 자는 그 일족의 운이

언젠가는 트일 날이 있음을 알라. [504]

 

페르시아 원정군, 여러 섬을 거쳐 마라톤에 이르다

다티스가 델로스의 해역에서 떠난 뒤 델로스에 지진이 있었다고 그곳의 주민은 전하고 있다. 그리고 델로스에서의 지진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하낟. 이것은 무언가 신이 다가올 재양을 알리는 전조로서 인류에게 계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왜냐하면 히스타스페스의 아들 다레이오스, 다레이오스의 아들 크세르크세르, 크세르크세르의 아들 아르타크세르크세스로 이어지는 3대 동안에 그리스를 엄습한 재앙은 다레이오스 이전의 20세대 기간에 발생한 것보다도 컸기 때문이다. 그 재앙이란 하나의 페르시아인이 그리스에 가한 것, 또 하나는 그리스 안에서 수령들이 정권을 둘러싸고 서로 싸움으로써 초래된 것이었다. [508]

 

7권 폴림니아

 

크세르크세스의 원정 준비

 

전하,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제시되어야만 그 중 훌륭한 의견을 선택하여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단지 제기된 주장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황금을 감정할 때 겉모양만으로는 그것이 과연 순금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고, 시금석으로 문질러 보아야 비로소 판정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538]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까닭은 충분히 고려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가치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조심스럽게 생각하여 계획을 잘 세운 자를 설사 일이 생각대로 잘 진행되지 않고 불운 탓으로 그 계획이 좌절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그러나 섣부른 계획만으로 실행한 자는, 일이 운좋게 성사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주운 것이나 같기 때문에 준비가 충실치 못했음을 부끄러워할 것입니다. [539]

 

전하께서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동물 중에서 신의 번개에 맞아 죽는 것은 오직 눈에 띄게 큰 것들뿐입니다. 신께서는 그렇게 해서 그들이 지나치게 우쭐거리지 않도록 하십니다. 그리고 집이나 나무들도 번개를 맞는 것은 언제나 가장 큰 것들뿐으로, 뛰어난 것을 깎아내리는 것이 신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대군이 얼마 안되는 군대에게 패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예컨대 신께서 대부대의 위세를 질투하여 병사들의 마음에 공포감을 불어넣거나 천둥을 울려 위협하시면, 아무리 대군이라 할지라도 여지없이 궤멸되고 맙니다. 신께서는 그 분 자신 이외에는 누구도 교만한 마음을 갖지 못하도록 하십니다. [539]

 

무슨 일이든 성급히 일을 처리하면 실패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실패로 우리는 커다란 고통을 당해야 합니다. 참고 견디는 데 복이 있습니다. 그러한 복덕은 곧 나타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깨닫게 됩니다. [539]

이 세상에서 비방이나 중상만큼 나쁜 짓은 없네. 사람을 비방할 때에는 반드시 가해자 두 사람과 피해자 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네. 먼저 비방하는 자에게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헐뜯었다는 죄가 있고, 또 한 사람에게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비방을 믿은 죄가 있지. 한편 비방을 받은 자는 한 사람으로부터는 중상을 당하고 다른 또 한 사람으로부터는 악인으로 간주된단 말일세. [540]

 

헬레스폰토스 도착과 바다를 건너다

 

우리가 살아가는 가운데 부딪히게 되는 것 중에는 그보다 훨씬 더 슬픈 일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있는 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이렇게 짧은 인생이지만 삶보다는 죽음을 원하는 일이 한 번도 아닌 여러 번에 걸쳐 일어나지 않습니까. 이런 일을 겪지 않을 만큼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불행이나 병마에 시달리는 자에게는 이 짧은 인생마저 너무 긴 듯 느껴질 것입니다. 이렇게 인생이 괴로운 나머지 죽음이 인간이 가장 원하는 도피처가 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우리에게 인생의 감미로움을 맛보게 해주신 신의 마음속에 실은 악의가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557]

 

그러므로 전하, 저는 전하께서, 인간은 우연한 사태를 제어할 수 없고 도리어 거기에 자신으 맡길 수 밖에 없음을 깨달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육지가 전하께 적대감을 품고 있다는 의미는 이런 것입니다. , 설사 전하의 전군을 저지하는 것이 없다 하더라도, 전하께서 계속해서 진군하시면 하실수록 실로 인간이란 순조롭게 일이 풀릴 때에는 그에 만족하여 멈추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육지 자체는 전하께 점점 더 적의를 나타낼 것입니다. 요컨대 맞서는 자가 없다 하더라도 나날이 늘어 가는 거리 때문에 반드시 식량난에 봉착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계략을 세우는 데 있어서는 모든 예측키 어려운 사태를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행동하고, 실행에 있어서는 대담무쌍하게 행동하는 자야말로 이상적인 인물이라고 믿습니다.” [559]

 

아르타바노스여, 그대가 한 말은 하나같이 다 옳소. 하지만 그렇게 무엇이든 두려워하거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모두 다 고려하지 마시오. 어떤 사항에 대해 온갖 가능성을 일일이 따진다면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오. 오히려 만사를 대담하게 결행하고 염려되는 위험을 반쯤은 감수하는 편이, 사전에 온갖 위험을 피하기 위해 행동을 회피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오. 그대가 다른 자들의 의견에 일일이 반대할 때 그 주장이 확실히 옳음을 증명할 수 없다면, 그대의 반론 또한 그대와 견해를 달리하는 자들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틀린 것일지도 모르오. 어느 쪽 주장이 옳은가 그 가능성은 반반이오.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확실한 것을 알 수 있겠소? 나는 그것은 인간의 힘으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오. 그러므로 성공은 기꺼이 결행하는 자에게 주어지기 마련이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뭇거리며 몸을 사리는 자에게는 다가오지 않소.” [559]

 

위대한 업적은 위대한 모험으로만 성취될 수 있기 때문이요.” [559]

원정군의 병력 점검

 

전하, 제게서 진실을 듣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단지 마음에 드는 대답만을 듣고 싶으십니까?” [577]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먼저 그리스에 예속을 강요하시는 전하의 제안은 절대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란 것입니다. 나아가 설령 다른 그리스인 모두가 전하의 뜻에 따르게 된다 하더라도 스파르타인만은 반드시 전하께 맞서 전쟁을 벌이리라는 것입니다. 병력 면에서 대체 그들이 어느 정도이기에 그렇게 나올 것 가은가 하고 묻지 마십시오. 예컨대 1천의 병력을 가지고 출격할 수 있을 때에는 그 1천 명을 가지고 싸울 것이며, 또한 1천보다 적든 많든 상관않고 싸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578]

 

트라키아에서 테살리아까지

 

저는 10, 아니 2명과도 싸울 수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지 못합니다. 실로 저는 일대일 결투조차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피치 못할 상황이나 긴급 사태가 벌어진 때라면, 3며의 그리스인을 상대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전하의 저 병사들 중 1명을 상대로 하여 혼연히 싸우겠습니다. 이처럼 스파르타인은 일대일 결투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더구나 단결할 경우에는 세계 최강의 군대가 됩니다.” [580]

 

여하튼 그들은 이 왕이 명하는 대로 행동하는데, 이 왕이 명하는 것은 언제나 한 가지, 즉 어떠한 대군을 맞이하더라도 결코 적에게 뒷모습을 보이지 말고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며 적을 제압하든지 자신이 죽든지 하라는 것입니다.” [580]

 

페르시아군은 이곳이 아홉 길이라 불림을 알게 되자 토착민 소년 소녀 각각 9명을 산 채로 땅 속에 매장했다.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크세르크세스의 왕비 아메스트리스도 노경에 접어든 뒤 자신을 위해 페르시아 명문 출신의 소년 14명을 산 채로 매장했다. 지하에 있다고 전해지는 신이 자기 대신 그들을 거두어 주길 기원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인간을 생매장하는 것은 페르시아의 풍습인 듯 하다. [583]

 

아테네와 스파르타

 

히다르네스 각하, 저희에 대한 각하의 충고는 충분히 알지 못하신 데에서 나온 것입니다. 각하께서는 한쪽 면에 대해서는 잘 아시지만, 다른 한 쪽 면에 대해서는 모르십니다. 즉 노예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시지만, 자유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경험한 일이 없으시기  때문에 그것이 단지 아니면 쓴지 모르고 계씹니다. 그러나 각하께서도 한 번 자유의 맛을 알게 되신다면, 자유를 위해서는 창뿐만 아니라 손도끼라도 들고 싸워야 한다고 우리에게 권하실 것입니다.” [592]

 

수많은 사례 중에서도 이만큼 신의 뜻을 분명하게 살필 수 있는 예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탈티비오스의 노여움이 사절들의 몸에 미쳐 그것이 성취되기까지 진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보복의 이치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요컨대 탈티비오스의 노여움 때문에 페르시아 왕에게 파견됐던 인물들의 자식들 불리스의 아들 니콜라오스와 상선 한 척과 거기에 탄 무장병을 이끌고 티린스의 망명자들이 건설한 할리에이스 시를 공격, 점령한 스페르키아스의 아들 아네리스토스 이 이 노여움의 희생물이 되었다는 것은 적어도 내게는 신의 뜻이라고 느껴진다. [593]

 

첩자와 사절 파견

 

내가 확신하는 바는 단지, 만일 인간이 자신의 불행을 다른 사람의 불행과 맞바꾸고자 저마다 불행을 들고 모인다면, 다른 사람의 불행을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는 반드시 누구나 가져온 자신의 불행을 그대로 갖고 돌아가리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르고스인의 행동을 참으로 비열한 짓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의무는 전해지는 것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전적으로 믿어야할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나의 주장은 본서 전체에 걸쳐 적용될 것이다. [602]

테르모필라이 전투

 

우리는 단지 전군의 선봉 부대에 지나지 않소. 오늘이라도 곧 동맹군의 주력 부대가 도착할 것이오. 더욱이 바다는 아테네와 아이기나를 비롯한 여러 해상 부대의 함대가 철통같이 지키고 있기 때문에 두려워할 이유가 조금도 없소. 지금 그리스를 위협하고 있는 자도 결국은 신이 아닌 인간일 뿐이요. 인간인 한 불운을 모르고 행운만 지니고 태어나는 자는 한 사람도 없으며, 또한 권세가 있는 자일수록 더 큰 불행을 겪에 마련이오. 그러므로 반드시 그의 커다란 기대에 합당한 실망을 맛보게 될 것이요.“ [627]

 

같은 나라 사람끼리라면 이웃을 증오하거나 그의 성공을 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충고를 바라면 최선책이라고 생각하는 바를 이러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물론 인품이 높은 자라면 다르겠지만 그러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나라가 서로 다른 인간관계에서는 한쪽이 행운을 누린다 하더라도 이를 기뻐하며, 충고를 바라면 최선의 지혜를 빌려 주게 마련이다. [642]

 

8권 우라니아

살라미스 해전

 

아크로폴리스에는 대지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에레크테우스의 신전이 있다. 그곳에는 포세이돈과 아테네가 이 땅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서로 다툴 때 그 권리의 증거로서 삼았다는 전설의 올리브나무와 바닷물이 있었다. 그러나 페르시아인의 방화로 신전과 함께 이 올리브나무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화재가 있은 다음날, 페르시아 왕으로부터 희생을 바치라는 명을 받은 아테네 인들이 신전까지 올라갔을 때 1페키스 정도의 싹이 그루터기에서 자라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 상은 이들 아테네인이 전하는 바에 따른 것이다. [665]

 

인간은 이치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면 보통 성공하는 법이오. 그리고 이치에 어긋나는 계획을 세웠을 때에는 신께서도 동조하시기 않게 마련이요. [667]

 

테미스토클레스가 아테네인은 설득강제라는 두 대신을 받들어 왔으니 어떻든 돈을 내라고 말한 데 대해 안드로스인은 이렇게 대답했었다. 아테네는 유익한 신들의 원조까지 받고 있어 부강함을 누리고 있으나 안드로스는 토지가 매우 척박한 데다가 빈곤불능이라는 쓸모없는 두 신이 이 섬을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 신들을 모시고 있는 한 돈을 지불할 수 없다. 아테네의 힘이라 하더라도 우리 나라의 무력함에는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 무엇보다도 무기력함에 당할 자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에서든 가장 치명적인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리더는 개개인의 자율성과 내적 동기를 존중해야한다. 설사 속으로는 그것을 무시할지라도. 그렇지 않을 때에는 대재앙이 오는 것 같다. 매사에 지시하고 통제하고 자신만이 정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은 너무 피곤하고 힘든 일이다. 그런 조직에서는 냉소와 회의가 판을 친다.

크세르크세스의 퇴각

 

바람이 점점 더 심하게 불자 두려움에 사로잡힌 왕은 선장을 불러 살 수 있는 방도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선장은 이렇게 말했다.

전하, 이 많은 승객을 어떻게 처리하지 않는 한 방도가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크세르크세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다.

페르시아인들이여, 지금이야말로 그대들의 충성을 증명할 순간이요. 지금 내 안전은 그대들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요.”

크세르크세스가 이렇게 말하자 페르시아인들은 왕 앞에 엎드려 절하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리하여 가벼워진 배는 무사히 아시아에 도착했다. 육지에 닿자 크세르크세스는 선장에게 왕의 목숨을 구해준 공을 기려 황금관을 주었으나, 나중에는 많은 페르시아인의 목숨을 잃게 한 죄가 있다하여 그의 목을 잘랐다. [694]

-> 그가 진정한 왕이라면 이런 처사를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너무 이상주의적이고 낭만주의적인 발상인가? 왕인 나의 목숨을 위해서 너희들 모두의 목숨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다니. 그리고 그에 대하여 제안한 자 또한 목을 잘랐다고 하다니. 이 이야기를 신뢰할 수 없다고 헤로도토스 또한 그 뒤에 기술하고 있지만 이 내용이 유독 머리에 남는다. 그 이유는 뭘까.

 

마르도니오스의 아테네 교섭

 

이리하여 마치 짠 듯이 페르시아군은 공포에 질려 사모스 서쪽을 전진할 용기를 내지 못했고, 그리스 군도 키오스인들의 요청이 있었지만 델로스 동쪽으로는 감히 나가려 하지 않았다. 공포감이 두 군의 중간지대에 안전을 선사했던 셈이다. [700]

 

옛날에는 일반 백성들뿐만 아니라 백성들을 다스리는 왕가도 가난했기 때문에 왕비가 직접 집안 식구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빵을 구울 때마다 나이 어린 페르디카스의 빵이 저절로 보통 크기의 두 배로 부풀었다. 언제나 같은 일이 일어나 왕비가 그것을 남편에게 알리자, 그것은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전조라는 생각이 왕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하여 세 형제를 불러낸 다음 이 나라에서 떠나라고 명령했다. 세 형제는 마땅히 받아야할 품삯을 받으면 곧바로 떠나겠다고 말했다. 품삯 이야기를 듣자 왕은 화가 벌컥 일어 때마침 굴뚝으로부터 햇빛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그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에게 상응하는 품삯으로 이것을 주겠다.”

가우아네스와 아에로포스는 이 말을 듣자 어리둥정하여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는데, 막내가 이 말을 받았다.

왕이시여, 내리시는 것을 고맙게 받겠습니다.”

그는 때마침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칼로 방 안 마루에 비치고 있는 햇빛을 세 번 되풀이해 자르고는 햇빛을 품속에 집어넣는 시늉을 하고 두 형과 함께 떠났다. [703]

 

9권 칼리오페

마르도니오스의 아티카 침공과 철수

 

이국의 친구여, 신이 정해 놓은 일은 우리 인간 손으로는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소. 페르시아인 중에도 지금 내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아는 자가 적지 않소. 그러나 우리는 모두 필연의 힘에 속박되어 정해진 길을 따라가야 하오. 우리 경고가 진실임에도 어떤 지휘관도 그것을 믿지 않으니 말이오. 이 세상에서 알면서도 힘이 없기 때문에 실행할 수 없는 것만큼 비참은 고통은 없소.” [715]

 

-> 이런 상황이 가장 힘든 것 같다. 어떻게 해야하는 지는 알겠으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 내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진실된 말을 상사에게 할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이 있겠지?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필요할 것 같다. 힘이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 그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미칼레 전투

 

인간 세상의 사건에 신묘한 힘이 작용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사례들이 분명히 증명해 주고 있다. 지금의 경우도 플라타이아에서의 페르시아군 패전과 미칼레에서 바로 일어나려던 참극이 기묘하게도 날짜를 같이 하고, 풍설이 미칼레의 그리스군에게 전해진 결과 군대 사기가 갑자기 드높아져 점점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사실을 보면 더욱 그러한 느낌이 짙어진다. [754]

 

그리스군의 세스토스 공략

부드러운 땅에서는 부드러운 인간이 나오듯이, 훌륭한 작품과 전쟁에 강한 남자는 그러한 땅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페르시아 인들은 자신들 생각이 키루스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키루스 앞에서 물러 나왔다. 그들은 이렇게 비옥한 땅을 일구며 다른 나라에 예속되느니보다 척박한 땅에 살며 다른 민족을 지배하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764]

 

 

*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

 

명문의 자손

 

헤로도토스의 집안에도 그런 식으로 원주민의 피와 이름이 섞여 든 것으로 추측된다. 헬레네스와 바르바로이의 전쟁을 기술하고, 또 무수한 이민족의 관습을 기록했던 헤로도토스, 실은 그 자신도 혼혈아였는지 모른다. [772]

 

그가 아테네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머물렀따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페리클레스, 소포클레스 등의 명사들과 교우관계를 맺고, 아테네인들로부터 깊은 존경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775]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페리클레스의 통치하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아테네 문화가 헤로도토스에게 끼친 정신적 영향이었다고 할 수 있다. [775]

 

아테네가 헤로도토스에 끼친 영향력은 그 정도로 아주 컸으며, 이는 역사를 한 번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775]

 

이런 풍요로운 환경에서 페리클레스는 이상적인 국가건설을 계획하고, 그 식민에 헤로도토스가 참가했다는 사실은 그가 페리클레스의 열렬한 숭배자였음을 보여준다. [776]

 

헤로도토스는 그곳(투리오이)에서 사망하고 광장에 묻혔다. [776]

 

기원전 430년쯤 헤로도토스가 아테네에 있었다고 하면, 그것은 페리클레스의 전략에 의해 아테네인이 농촌을 버리고 농성생활에 들어간 직후의 대혼란기이며, 갑자기 무서운 전염병이 덮친 시점이다. [777]

 

어쨌든 가장 만년의 헤로도토스의 머리를 괴롭힌 문제는 어떻게 해서 아테네인이 전염병의 습격을 받았나 하는 것이었으리라. [777]

 

여행과 저작

 

헤로도토스의 경탄할 만한 긴 여행은, 그가 사모스에서 귀국한 뒤 투리오이로 이주할 때까지 10여년간 몇 차례에 걸쳐 행해졌다. [777]

 

그의 서술에는 단순히 전해 들은 것이 아니라 직접 그곳을 답사해 보고 들은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777]

 

당시의 교통사정을 감안하면 한 개인에 지나지 않던 헤로도토스가 이러한 대탐험 여행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실로 커다란 수수께끼이다. 경제적인 문제는 물론 언어나 생활습관의 차이에서 오는 여러 장애, 여행 도중에 일어나는 위험이나 재해 등 그 어려움이라는 것은 아마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 엄청난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778]

 

물론 역사에 가득 담겨 있는 일화에서 헤로도토스 자신의 체험이 모습을 달리하여 서술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창작이라는 여과 과정을 거친 것이므로 이른바 다큐멘터리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778]

 

역사의 경우 작자의 말투가 교묘하여 청중 또는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계속해서 서술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가졌다. [780]

 

일찍이 나라의 시조인 키루스가 국민에게 내린 훈계를 마지막에 기록함으로써 건국 당시 페르시아인의 뜻을 나타낸 데는 저자의 깊은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781]

 

전체적으로는 매우 산만한 서술형태를 취하고 있는 듯 하지만, 오히려 놀랄만큼 정밀한 계획에 따라 집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제에서 벗어난 내용이라든지 군더더기 기술도, 그 자신이 말하듯이 저자가 의식해서 넣은 것이지 결코 착각을 했다거나 부주의하여 잘 못 넣은 것은 아니다. [782]

 

역사의 서술방법

 

그러나 그가 외국어를 거의 몰랐던 점으로 볼 때, 그의 사상 형성에 중요했던 부분은 역시 그리스 세계 내에서의 조사활동이었다고 생각된다. 거기서는 자유로운 질문을 통해, 이미 전설화되어 의미가 부여된 이야기를 왕성하게 흡수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783]

 

역사의 테마

 

헤로도토스는 본디 도리스계였지만 이오니아 문화의 강한 영향을 받은 식민도시 할리카르나소스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이 사실은 그의 인격이나 사상의 형성에 깊은 의미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식민지는 본토와는 달리 인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기풍이 감돈다. 특히 인류 사상 처음으로 과학적인 관찰 및 사고방식으로 창출해낸 이오니아 식민지에서는 당연히 그 경향이 뚜렷했다. 헤로도토스의 끝없는 지적 호기심과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심은 타고난 것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그러한 환경적인 영향도 컸을 것으로 본다. 본토 그리스인의 완강하고 고집스러운, 그리스적 중화사상이라고 할 만한 편견이나 오만함을 헤로도토스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평생 이민족과 접하였으며 그 자신이 혼혈인이었다고도 생각되는 헤로도토스가 민족적 배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787]

 

헤로도토스는 사실을 그냥 제시하는 것보다는, 이런 일화를 들려주는 것이 사람들에게 좀 더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790]

 

헤로도토스는 서술 대상을 사실에 한정할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 헤로도토스는 조사여행에서 들은 내용, 심지어 그 자신도 사실이라고 믿지 못한 이야기조차 무조건 기록한다는 방침을 끝까지 고수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서술대상을 대할 때, 각각의 상황에 맞춰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거리를 잘 측정해야 한다. [790]

 

야코비에 따르면, 여행을 자주 하던 헤로도토스는 처음엔 지리학자, 민족학자의 관점에서 글을 썼으나 아테네에 와서 아테네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상황을 관찰하고는 페르시아 전쟁의 의의를 깨달으면서 역사가로 성장해 갔다고 한다. [791]

 

역사의 저작 특징

 

헤로도토스의 저작을 읽고 느껴지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작품에 어려있는 강한 종교성, 즉 소박하고 유치하다고도 할 수 있는 저자의 신앙일 것이다. [793]

 

이러한 테두리를 벗어난 사람은, 인간과 세계에 대해 모든 것을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헤로도토스뿐 아니라 철학자들도 유사한 문제에 직면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추상적인 논리의 세계로 도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에 비해 헤로도토스는 가능한 한 조사하고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목격하거나 목격자로부터 정보를 얻은 후에 기술했다. [793]

 

헤로도토스는 일반적인 시민생활의 범주 밖에서 사고했기 때문에, 그 광대무변한 세계에는 인간의 이해를 초월한 불가해한 인과관계가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까지 고려했던 것이다. 그 결과로 헤로도토스는 신탁이나 징조 등을 대부분 무비판적으로 믿게 되었다. [794]

 

 

3. ‘내가 저자라면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그리스 신화의 시, , 무용, 음악, 역사, 철학을 관장하는 여신인 뮤즈(Musai) 9명의 이름으로 각 권이 구성되어 있다. 이는 헤로도토스가 분류한 것은 아니고 추후에 알렉산드리아 시대의 교정자가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오고 있다.

1권 클레이오 직능은 역사, 주된 소지품은 서책

 

2권 에우테르페 직능은 음악, 서정시이고 주요 소지품은 피리

 

3권 탈레이아 직능은 희극, 주요 소지품은 가면

 

4권 멜포메네 직능은 비극, 주요 소지품은 포도잎의 관

 

5권 테릅시코레 직능은 춤, 노래이고 주요 소지품은 수금

 

6권 에라토 직능은 서정시, 연애시이고 주요 소지품은 수금

 

7권 폴림니아 직능은 찬가이고 소지품은 없음

 

8권 우라니아 직능은 천문이고 주요 소지품은 지팡이와 지주의

 

9권 칼리오페 직능은 서사시, 웅변이고 주요 소지품은 서판과 펜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각 권의 제목에 대한 이해가 없는 나로서는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네이버에서 각 권의 제목에 대한 검색을 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고 나서야 각 권에 있는 내용들이 조금 더 쉽게 다가왔던 것 같다. 각 권의 제목을 여신들의 이름으로 한 점은 이 책이 딱딱한 사실위주의 역사서이기보다는 이야기위주의 서술이며 역사와 더불어 시와 노래, 사랑, 이야기, 종교 등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는 종합적인 어떤 것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적절한 것 같다. 반면 각 제목에 대한 나름의 설명이 목차에서부터 나와 있었더라면 신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독자들도 좀 더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동적인 장절]

 

매우 부유하지만 불행하다고 하는 사람은, 행운이 있는 사람에게 비해서 딱 두 가지 이점을 갖는 데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운이 있는 사람은 불행한 부자보다도 많은 점에서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전자는 욕망을 충족하거나 들이닥친 큰 재난은 견디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쪽보다 유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행운이 있는 사람에게는 다른 쪽에는 없는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습니다. 욕망을 채우거나 재난을 견디는 점에서는 부자와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운이 좋으면 그러한 일은 방지할 수가 있습니다. 몸에 결함이 없고, 병을 모르고 불행한 일도 당하지 않고 자식 복이 있고, 모습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게다가 훌륭한 죽음을 맞이할 수가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왕께서 바라시는 인물, 즉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군가가 죽을 때까지 행운이 있는 사람이라고 부를지언정 행복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27]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개개인이 완전히 자족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나가 있으면 다른 하나가 없는 법인데, 될 수 있는 대로 부족한 것이 적은 상태로 지낼 수가 있고, 게다가 보람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 왕이시여, 그러한 사람이야말로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불러 마땅한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27]

 

활을 가진 자는 이것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때 당기지만, 사용하고 나면 늦추어 둔다. 활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당긴 상태로 두면 부러져서 막상 필요할 때 쓸모가 없게 된다. 인간이 취할 자세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언제나 근엄해야한다는 데에만 마음을 쓰고 때로는 편안한 마음으로 논다는 기분이 없다면, 본인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마음이 어지러워지거나 멍청해질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이치를 알기 때문에 이 둘을 적당하게 나누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219]

 

히다르네스 각하, 저희에 대한 각하의 충고는 충분히 알지 못하신 데에서 나온 것입니다. 각하께서는 한쪽 면에 대해서는 잘 아시지만, 다른 한 쪽 면에 대해서는 모르십니다. 즉 노예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시지만, 자유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경험한 일이 없으시기  때문에 그것이 단지 아니면 쓴지 모르고 계씹니다. 그러나 각하께서도 한 번 자유의 맛을 알게 되신다면, 자유를 위해서는 창뿐만 아니라 손도끼라도 들고 싸워야 한다고 우리에게 권하실 것입니다.” [592]

 

-> 행복, 성실, 자유 등 삶을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것들에 대한 헤로도토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장절들이 특히 나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감동적이었다. 나와는 엄청난 시간적 공간적 거리가 있는 사람의 생각이 현재를 살아가는 나와 맞닿아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보완점]

헤로도토스가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 책의 목적은 그리스인이든 비그리스인이든 인간이 이루어낸 위대한 업적을 후세에 전하는 것이고 주제는 동과 서아시아, 유럽이 어떤 원인에서 전쟁을 하게 되었는가이다.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이 주제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는 되었다고도 생각되었으나 상대적으로 상대적인 지리적 서술이나 여러 가지 일화들로 할애된 부분이 많고 그 내용자체가 방대함으로 인해 확실하게 남은 어떤 주제가 있지도 않다는 느낌이었다. 인간사에 대한 굉장히 포괄적이고 상세한 어떤 부분을 반복적으로 이런 저런 사건들을 통해서 보았긴 했는데,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이해도가 떨어지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이전에 그에 대한 간략한 뼈대가 한 번쯤은 제시되고 각 뼈대에 맞는 일화나 관련된 상세한 지리적 서술이 따라왔다면 더 기억에 남는 내용이 많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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