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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8일 22시 21분 등록

압둘 가사지의 정원

글,그림 : 크리스 반 알스버그

그림이 너무 세밀해서 참 독특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 속의 이야기는 너무나 단순하다. 그런데 여운을 많이 준다.


1) 줄거리 때문에 많이 생각하다
아줌마 해스터는 외출하면서 꼬마 앨런에게 개 프리츠를 돌봐달라고 맡긴다. 앨런은 프리츠와 산책을 나갔다가 이 이야기의 사건을 겪게된다. 말썽쟁이 개 프리츠는 줄을 끊고 달아서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되는 정원으로 들어가 버린다. 
정원의 입구에는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정원에 개를 데리고 오지 마시오. 은퇴한 마법사 압둘 가사지'라고 적혀 있다. 앨런은 발자국을 쫒아 압둘의 정원을 거쳐, 압둘의 집으로 들어가 그에게 개를 데리고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마법사 압둘은 개는 정원에 들어와서 여기저기를 파헤치기 때문에 개를 오리로 만들어 버린다고 한다. 오리떼를 보여준다. 그 중에 한 오리가 앞으로 나는데, 그 오리가 프리츠라고 한다.
프리츠는 언제 개로 되돌아오냐는 물음에 마법사 압둘은 '이 문제는 시간만이 해결해 준단다. 몇년이 걸릴 수도 있고, 하루 만에 끝날 수도 있지. 오리를 데리고 돌아가거라.'라고 한다. 슬픔에 잠겨 오리를 안고 돌아오는 길에, 앨런의 모자는 바람에 날리고, 오리는 날아올라 모자를 물고 하늘 높이 올라가 버린다.
앨런은 집으로 돌아와 울먹이며 이 사건을 해스터 아줌마에게 말하는데, 부엌쪽에서 음식을 잔뜩 묻힌 프리츠가 달려나온다.  아줌마는 압둘이란 마법사가 앨런을 속여 프리츠가 오리로 변했다고 거짓말을 했을거라고 말해준다. 앨런은 집으로 돌아갔는데, 프리츠는 어둠속 어디선가 앨런의 모자를 물고나와 아줌마 앞에 둔다.
이 이야기는 아줌마가 프리츠에게 말썽장이라고 나무라며 끝이난다.

이 이야기는 기묘하다.
아줌마 말이 맞을까, 아니면 앨런이 걱정했던 것처럼 프리츠가 오리가 되었다가 다시 개로 되돌아왔을까?

부엌에서 개가 음식을 묻히고 나타난 것이 반전일까, 프리츠가 앨런의 모자를 가지고 나타난 것이 반전일까?
아줌마가 앨런을 위로해준  말을 믿는 게 나을까, 앨런이 걱정했던 그 사건이 일어났다고 믿는 쪽이 나을까. 시소의 양쪽처럼 둘 다 괜찮다. 이 이야기의 매력이다.

2) 미로 속으로 

s-book-1-2.JPG

앨런이 들어가게 되는 정원의 모습은 미로를 연상시킨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정원은 우연히 모험을 하게 되는 영웅의 시험장처럼 느껴진다. 뭔가 미묘한 뭔가가 일어나는 공간처럼 보인다.
그림책에 나온 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어두컴컴하고, 주변의 조각들이 안으로 사람을 빨아들이듯이 배치되어 있어 더욱 그러하다.
요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책을 보다보면 스토리가 어느 책의 어느 부분과 닮았다라는 인상을 많이 든다. 앨리스는 좁은 토끼굴을 따라 이상한 나라에 들어갔다. 영웅의 여행에도 동굴같은 입구는 자주 등장한다. 작은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넓은 세계가 펼쳐진다. 굽히고 들어가야 하는 '작은 입구' 혹은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입구' 이건 일종의 통과의례의 상징처럼 보인다. 저자는 어떤 의도로 이런 공간을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나 저자는 <주만지>, <폴라 익스프레스> 등의 헐리우드 판다지 영화의 원작자라고 나온다.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그림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3) 아주 세밀한 그림

s-book-1-1.JPG

'그림답게', '환상적이게' ???

환상적인 이야기책의 그림은 '그림답게', '환상적이게'라고 생각한 나의 머리를 단숨에 '쾅'하고 때리는 듯한 느낌이다.
커든의 무늬까지 세밀하게 그려넣었다. 환상적인 이야기는 디테일을 살려서 실제처럼 생생하게 전하는 맛이랄까. 판타지를 다루는 영화가 꼭 실제처럼 느껴지게 세심하게 배려하여 모든 것을 배치하듯이.

이 그림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약간 통통하고 작딸막게 보인다. 그래서 한 화면에 인물과 집의 구조와 배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배치가 가능한 것 같다.
인물이 8등신으로 그려졌다거나, 집이 실제의 집처럼 비율을 갖고 있다면 인물과 인물 속의 인물이 선 그 집이나 정원이 한 화면에 어울리지 못했을 것 같다.  



<독서노트 : 책을 읽을 때의 적어 둔 메모로 부터> 
<8월 19일 독서 노트 정리 내용>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이상희 옮김/ (주)베틀 북

Chris Van Allburg
The Garden of Abul Gasazi

 

책의 표지의 그림은 소년이 개를 쫒아 토피어리가 멋진 정원을 달려가는 장면이다.
그리고 제목과 함께 다음으로 등장하는 그림은 돌로 된 작은 문 안으로 소년이 들어서는 장면이다. 소년이 선 문 앞에서는 문 안쪽의 모습이 보이는 데, 나무들이 서로 맞닿아서 터널을 이루고 있다. 마치 미로로 된 동굴로 들어서는 것 같다.

처음에 나오는 이 2개의 그림이 이 이야기의 주요 소재이다. 소년이 개를 따라서 들어서게 된 정원, 그리고 거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

 

헤스터 아줌마의 집에는 말썽쟁이 개 프리츠가 있다. 마구 깨무는 버릇이 있어 아줌마의 외출에 함께 가지 못했다. 헤스터 아줌마는 꼬마 앨런에게 프리츠를 부탁했다. 둘은 오래도록 실랑이를 하다가 잠이 들었고 프리츠가 앨런을 깨물면서 깨어나 산책을 나갔다가 기묘한 일을 겪게 된다.

프리츠가 마구잡이로 들어서 버린 정원. 거긴 마법사 압둘 가시지의 정원이다. 마법사는 문에 경고문을 써 두었다.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정원에 개를 데리고 들어오지 마시오. 은퇴한 마법사 압둘 가사지."

경고판을 무시하고 뛰어든 개 프리츠를 쫒아서 앨런은 정원으로 들어서게 된다. 발자국을 쫒아 들어선 곳에서 커다란 계단이 있는 대저택에 이르게 되고 앨런은 집 주인은 압둘 가사지를 만나게 된다. 아주 정중히 개를 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마법사는 아주 큰 소리로 자신을 개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개들은 정원을 아무데나 마구 파헤쳐 놓는다며. 그리고 개가 정원에 들어오면 오리로 만들어 버린다고 한다. 그리고 오리들을 보여준다. 그 중에 오리 하나가 앞으로 앞으로 나온다. 그 오리가 개 프리츠라며 오리를 데리고 돌아가라고 한다.

구슬픈 오리, 슬픈 앨런은 집으로 향한다. 바람이 불어와 앨런의 모자를 날려버렸을 때 품에 있던 오리가 날아올라 모자를 잎에 물고는 하늘 높이 날아가 버린다.
앨런은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오고, 그 사건을 울먹이며 헤스터 아줌마에게 이야기한다. 그런데 부엌쪽에서 입에 음식을 잔뜩 묻힌 프리츠가 달려온다. 아줌마는 마법사가 앨런을 속였을 거라고 위로해 준다.

헤스터 아줌마는 웃음이 나오려는 거걸 애써 참으며 말했어요. "내가 집에 왔을 때 프리츠는 앞마당에 있었거든. 네가 마법사와 함께 있는 동안 프리츠가 혼자 집에 찾아온 거야. 앨런, 너도 알다시피 아무도 개를 오리로 바꾸지는 못한단다. 오리를 프리츠라고 믿도록 마법사가 너를 속인 것 뿐이야."

앨런이 집으로 돌아가고, 프리츠는 정원에서 앨런의 모자를 가지고 나와서 아줌마의 발치에 떨어뜨린다.

책 속의 개는 만화 주인공 '바우와우'를 닮았다. 같은 종인 듯 싶다. 눈쪽에만 있는 얼굴무늬와 쫑긋한 귀가 너무도 닮아서 개구져 보인다.

 

개와 소년, 마법사와 소년.

마법사와 비밀의 정원.
소년과 말못하는 개만이 겪은 기묘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기묘한 이야기에 잘 나오는 소재이다. 마법사, 비밀의 정원, 순수한 존재인 아이.
그리고 그들이 겪은 이야기. 어른들의 이성으로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개와 아이는 순수하고, 둘은 같은 사건을 겪었고, 아이의 서술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지만 어른은 믿지 않는다. 그것은 순전히 아이와 그와 같이 시간을 보낸 개만이 아는 시간이다. 아이가 본 정원은 어른은 보지 못했고, 아이가 겪은 일을 어른은 겪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언제까지 아이는 이런 일을 겪게 될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진짜로 믿는 것은 언제까지일까?

나는 이 사건이 아이 지어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의 헤스터 아줌마는 마법사의 존재는 믿지만, 그가 아이를 속였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아줌마는 결과적으로 마법사를 믿지 않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말 이야기라고만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려서 이런 일을 겪고 지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모두 잊고, 모두 믿지 않는다.

 

내게 아이가 있다면 나의 아이가 이런 일을 아주 많이 겪길 바란다. 아이는 상상과 실제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가 상상한 것은 완전히 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마법이라고 부르는 것이 심적으로 편해서 그렇게 부를지도 모른다.

나무의 모양이 토끼를 닮고, 오리를 닮았다. 코끼리의 모양을 닮았다. 정말 이렇게 나무를 가꾸어 놓은 에버랜드가 아니라면 실제로 이런 정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나무는 토끼모양이고, 코끼리 모양이다.

이 이야기는 아이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그림이 너무 멋지다.
연필로 세세하게 그린 그림이다.

사람들은 약간 작달막하다. 5등신이다. 그래서 넓게 그릴 수있다. 사람이 작달막하게 되면서 정원의 모습을 더 넓게 담고, 방안의 모습을 천정까지, 기둥까지 표현하고 있다.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조금 짜부러뜨린 왜곡된 공간에다가 사람을 배치할 수 있게 되어 전경의 표현이 가능하다.
그림은 매우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개는 그대로 짧은 털이 있고, 아주머니의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가리마가 타져있다. 커튼에는 무늬가 있고, 마법사의 집의 소파의 무늬가 그대로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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