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좋은

함께

여러분들이

  • 코뿔소
  • 조회 수 4705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9년 2월 13일 23시 00분 등록

1. 관계의 아궁이에서 불씨를 일으키는 부지깽이가 되다

                                              - 저자 구본형 소장과 The Boss에 대해

 

 글이 과학이요 구조라는 걸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마치 시()가 온갖 감상과 상념의 나열인 줄 알았다가, 처절한 참여시를 보며 새삼 시의 힘과 기능을 깨닫게 된 것처럼 구조를 가진 글이 얼마나 생생하고 전달력이 있는지 저자의 글을 통해 여실히 느낀다.

 

 구본형씨를 처음 알게 된 건 몇 년 전 좋은 생각에 난 글을 통해서다. 사실 저자 이름보단 자기 변화경영이라는 단어에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자기 변혁이나 변화라는 말은 많이 들어왔는데 거기에 경영이란 개념을 넣은 것이 신선했던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경영이란 결국 힘과 완력을 사유로 대체하고, 구습과 미신을 지식으로, 강제를 협력으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Management means, in the last analysis, the substitution of thought for brawn and muscle, of knowledge for folklore and superstition, and of cooperation for force.)  여기에 자기 변화 개념이 들어갈 수 있다는 건 지식기반사회(knowledge-based society)에 대한 정확한 이해라고 본다. Management에 늘 붙곤 하던 Business의 개념이 경영의 의미를 경제 제반의 시스템에 국한한 것이었다면, 구본형 씨의 자기 변화경영이란 바로 세계와 나를 서로 역동하는 유기체로 바라보며 통합된 지식을 구현해나가기 위한 인간 생활 전반에 대한 상부구조(superstructure)로서의 자리매김이다.

 

저자는 초기 저서인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통해, IMF로 인한 사회 전반의 위기를 개인들의 자기 가치 창조의 기회로 삼아 자기 변화를 생활의 동력으로 삼을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이것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은, 바로 자기 가치 창조야말로 변하지 않을 굳건한 미래가치의 시작이요 기반이기 때문이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은 공통된 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타고난 것이기도 하지만,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바로 People Skill 이다. 사람과 관계 맺고 관계로부터 자기를 키워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지금 시대의 가장 큰 성공 자산인 것이다.

 

여기 The Boss를 통해 저자는 그 People Skill을 더욱 구체화 하였다. 20년 간의 IBM근무 경험이 더욱 생생한 예시들을 채워주고,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만난 사람들을 한치도 놓치지 않고 자기 자산으로 끌어들일 줄 아는 타고난 흡인력 덕에 본 저서가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을 더욱 확장시켜주었다. 이러한 것들이 명쾌한 단문들 속에 빛나고 있다.

 

Boss는 다름아닌 저자 자신이다.

그리고 이 저서를 읽는 사람도 결국 자기 자신이 바로 Boss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기 인생을 주도적으로 엮어나가는 그 순간, 자기 인생의 Boss가 되기 때문이다.    

 

모든 관계학과 리더십 저서들의 Essence라 할만한 근거는 이 책이 상사와의 관계를 날줄로 하면서 그 속에서 파악하게 될 나의 정체와 인간의 본질을 씨줄로 삼아 구조를 정한 데 있다. 어떠한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라 할지라도 나를 찾아볼 수 있는 계기를 던져준다면, 그것도 나 스스로 관계의 역학을 주도해나갈 실마리를 던져준다면 저서도 저자도 과감하게 내 인생의 나침반이라 불러줄 만하다.  

 

2. 내가 이 책에 스며들다

 

2-1. 책의 소재, 상사(上司)?

 

이 책은 회사라는 공간으로 조직을 축소해 상사를 소개한다. 그런데 사실 조직도 다양하고 상사 또한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다. 직장에서 일해 본 경험이 고작 1년 남짓한 나에게 책을 읽으면서 그 짧은 시간 동안 경험한 여러 상사들이 떠올랐지만, 불현듯 이 책의 상사를 고작 회사에만 적용할 수 있는 건가 생각해 보았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적 기능을 행하는 회사의 존재가 절대적 우위이긴 하지만, 처신이 다채로운 개개인을 놓고 볼 때 굳이 회사에 국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여러 조직을 다 떠올려 본다.

어떤 여자든 한국사회에서 결혼을 했다면 당연히 시댁이라는 상사를 겪게 된다. 그곳엔 남편이라는 이윤을 두고 다투고자 뚜렷한 상하조직을 원하는 여러 시()가족이 존재한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있다. 담임이 있고 교장이 있다. 그들과 학교운영위원회 같은 조직을 통해 얼마든지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로 만날 수 있다.

내가 소속한 시민단체가 있다. 거기 상근하는 주요 활동가, 즉 대표와 사무국장은 내가 그곳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하게 될 때 단번에 상사가 될 수 있는 존재이다.

대학원을 다녔다. 학생으로서, 조교로서 얼마든지 상사로 만날 수 있는 대상이 있었다. 바로 수업에 들어오는 교수들과 학과장이었다.

나 같은 날라리도 영성(靈性)과 신성(神性)을 고양(?)시키기 보단 적어도 찾아내기 위해 다니는 교회가 있다. 그곳엔 교회라는 조직을 운영하는 목사와 장로가 또한 상사로써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내가 장구를 배우던 풍물패엔 나에게 장구를 직접 수업해주던 선생님이 계셨고 전체 풍물패를 이끌던 상쇠가 있었다. 그들 사이엔 중간관리자와 CEO 같은 관계와 갈등이 있었고, 나와도 그런 관계의 내용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질기게도 나의 아버지는 여전히 나의 본가에서 굳건한 상사로 군림하고 있다.   

 

저자는 일단 상사를 세가지로 분류하였다. 나쁜 상사, 좋은 상사, 그리고 무난한 상사로.

여기서 좋은 상사이자 성숙한 상사는(p. 25)나의 성공에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며 애쓰는 사람이다. 또한 자기가 서기 위하여 먼저 부하직원을 세워 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결국 서로의 성공을 나눌 수 있는 관계에 이르면 성공한 직장인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내가 만난 조직의 그 상사들은 그럴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던가.

 이미 그들은 같은 지향은 있을지언정 정서적으로 다른 세상에 살거나 가치관과 기질이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다. (p. 26)  이때 구태여 깊은 기대를 가지고 개인적인 관계를 돈독히 하는 노력들은 오히려 마음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서로의 차이점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타인이 곧 지옥이 될 수밖에 없는 것(P. 27)이다. 따라서 상사와의 건설적인 관계를 위해 들어서야 할 관문에서 필히 인정해야 하는 가장 큰 전제는 바로 상사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와 나는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P. 27)에 다른 인간이 될 수 밖에 없는 숙명이기 떄문이다.

 

 다양한 성격의 조직들이 있는 만큼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그 조직들을 선택한다. 어떤 필연이나 대의 또는 정의로 조직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그곳에 이미 터를 놓고서 경험과 능력, 배경의 옷을 입은 존재를 따로 내 임의대로 선택할 수는 없다. 따라서 혼자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 한 나와 상사는 언제든 다양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인생의 복병이자 장애물이고, 인생의 멘토이자 가이드이다.

 

2-2. 왜 상사인가?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Karl Marx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인간은 사회성을 갖춰나가기 시작하자마자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련의 지위와 역할에 의해 정체성을 부여 받고, 또 여기서 더욱 강고한 사회화가 진행됨을 늘 인식하며 살아간다. 혹자는 그것을 철이 든다고 하고, 혹자는 그렇게 기성세대가 되거나 보수적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하고, 혹자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상실해 마비되어 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어느 것이든 우린 사회적 존재에 의해 의식을 규정 받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내가 가진 사회적 지위에 따라 여러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페르소나(Persona)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상사는 나의 페르소나를 가장 공적(公的)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겉으로 수평적이고 민주적으로 보이는 조직일지라도 한국사회의 특성상 위계질서가 잡히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윤이라는 공통 목표를 지향하는 회사 조직에서 필연적인 수직적 관계는 자본주의적인 생존 방법을 나날이 체득하게 한다. 그래서 일과 삶이 분리된 인생(p. 31)을 살게 되고, 항상 서두르지만 자신이 가는 곳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소시민적이고 자신의 역사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p. 30)이 되고 만다. 

Arthur Miller의 희곡 Death of a Salesman」의 주인공 Willy Loman은 수직적 조직체계에서 일과 삶이 분리되는 자본주의적인 파편 상태를 겪고 있는 직장인들에 대해 이렇게 일갈한다. 일에서는 그럭저럭 성공하여 먹고 살 수 있었지만 인생은 완전히 망쳐 버린 사람, 파편화된 일에서 더 이상 의미와 보람을 찾지 못하고 조직의 목적에 적합한 사람이 되도록 강요당하기 때문에 일 이외의 부분에서는 버림받은 사람들(p. 31) 이라고.

또한, Concept of the Corporation을 쓴 저 유명한 Peter Drucker는 동명의 책에서 회사를 사회의 대표적인 조직이라 주장하면서 사람들이 일 자체의 즐거움과 의미를 위해 일하지 않고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이유에 대해 기계적인 단순 반복 작업에서 느끼는 단조로움 때문이 아니라 인정을 못 받거나 자신의 일을 사회적 관계로 연결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p. 31)

 

그런데, 왜 이런 고통과 갈등은 엄청난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것일까. 왜 인간은 아직까지도 조직 속에서 행복해하지 않는가.

 

P. 32 : 그 이유는 분명하다. 인간은 개인과 조직이라는 두 중심축 사이에서 스스로 본질적 측면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질은 진화가 더디다. 너무 개인적인 사람은 반조직적이고 너무 조직적인 사람은 반개인적이다. 이 둘 사이에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균형을 잡아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질서와 자유 사이에서 방황하고 일과 가정 사이를 불안스럽게 왕래하고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등한다. 삶은 흑백의 논리로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선택은 늘 어렵다.

 

인간은 사라지고 효율과 기능만이 살아있는 듯한 회사 조직체계에서 왜 상사와의 관계가 중요한가. 상사는 자본주의 회사체계 안에서, 더구나 관계중심적인 우리의 문화유산에서 우리가 자유로울 수 없다(p. 59)는 지점에서 어쩌면 합법적으로 자아를 만나고 발견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나의 재능과 가능성을 캐낼 수 있는 보물지도를 상사로부터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상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를 알아야 나와 조직이 같이 성장할 수 있다. 나와 조직이 같이 성장해야 엄청난 기술적 진보도 해내지 못했던 일과 삶이 하나된 인생이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2-3. 상사를 통해 나를 발견하다

 

P. 64 : 다름과 갈등은 창조를 위한 필수적 요소다.

 

그러면 내가 타인과 어떻게 다른 사람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런데, 내 상사의 리더십 지수를 평가하다가 놀라운 지면을 보게 된다. Level 5 Leadership에서 난 단계4의 리더들과 흡사하다.

 

P. 66 : 대체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대한 경영자들은 가까이서 함께 일하기에는 괴로운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인재를 찾아내 최고의 대우를 해 줄지 모르지만 맡은 일에 혼신을 다 바쳐 모든 실력과 열정을 쏟아 내지 못하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볶아 댈 것이다. 그들은 선천적으로 자신감에 차 있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자기 충전형이다. 또한 카리스마가 넘치고 공격적이다. 미친 듯이 업적에 몰두하고 과거의 방식에 만족하지 않고 늘 혁신을 추구한다. 완강하고 단호하며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사물의 이면에서 가능성을 찾아낸다….늘 바쁘고 시간에 쫓기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한다.

 

그렇다고 내가 상사가 되어본 적도, 합당한 리더십에 대해 고민해 본 적도 없는데, 내가 될수 있는 이 상사의 유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간성이 아니라 직무적합성으로 인재를 판단(p. 65)하는 회사에서 과연 동기 부여를 통해 자율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p. 64)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런 성향의 내가 견뎌낼 수 있는 상사는 얼마나 될까.

부단한 자기 성찰과 스스로에 대한 통제와 관리가 있지 않으면, 광기에 가까운 독단(p. 66)에 이르고 급기야 겉잡을 수 없는 하락에 빠지게 되리라.

그래서, 상사든 동료든 부하직원이든, 나와 스타일이 다를 때는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그렇게 공존의 가능성을 높여야 다름으로 인한 창조적 에너지가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P. 100 : 내가 허용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라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통제 가능한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뿐이다. 상사가 나와 다를 때는 내가 중립지대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허용하는 사고와 행동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상대와 공유할 수 있는 교집합을 키워라. 나의 기질은 살리면서 유연성을 확장할 수 있는 길이다.

 

P. 101 :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다르다는 것은 성과의 품질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내 주장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사의 의견이 가지고 있는 건설적인 면을 살펴보자. 힘겨운 토론 끝에 내려진 결론은 만장일치로 얻은 것보다 훨씬 창조적이고 강한 생명력을 지닌다.

 

여기에 엄청난 자아 확장의 진리가 숨어있다. 전 인생을 관통하며 적용할 수 있는 이정표 하나가 빛나고 있다. 나를 키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P. 101 : 배움은 단순히 경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험을 분석하고 체계화하여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재빨리 적합한 대안을 끄집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언제든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의견이 다른 상사와 함께 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미래에 닥칠 무수한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을 익히기에 갈등만큼 좋은 것은 없다. 갈등이 쌓이고 상처가 깊어지면 스스로 이렇게 질문하라.

 · 이 상황에서 내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 이 사람이 나에게 가르쳐 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갈등과 괴로움은 최고의 스승이다. 우리의 적이 곧 스승인 것이다.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은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렇게 배우고 분석하려면 우선 잘 따라야 한다. 잘 따르는 사람이 결국 상황을 이끌게 되기 때문이다. 나 자신에 대한 주도권을 통해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자주 놓쳐왔던가. 얼마나 많은 배움의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던가. 참으로 많은 관계와 상황들이 나에게 주어졌으나, 내가 나를 모르는 유아적 방어막에 갇혀 그저 초보적인 반응과 속단 속에 성숙하지 못한 자아만 키워갔다. 선한 깨달음 만큼이나 나 자신에 대한 수치심의 용량 또한 한계를 모르고 커져간다.

 

P. 124   우리는 지위와 상관없이 Leader도 되고 Follower도 된다. 상황에 따라 발휘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리더와 팔로워 간의 역동적 관계 속에 있으며 때때로 그 역할이 자연스럽게 뒤바뀌기도 한다. 이끄는 것과 따르는 것은 상반된 개념이 아니다.

 

P. 125   상사와 잘 맞지 않으면 최소한 상사가 나를 거부하지 않도록 나아가 나를 좋아하도록 완충 지대를 확장해라……나와 상사 사이의 완충 지대까지는 기꺼이 상사를 마중 나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내가 변한다고 중심을 잃는 것이 아니다. 나의 허용 가능한 경계의 범위를 넓혀 관대해지는 것이다…… 그가 바람직한 리더가 아니라는 이유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비겁하다. 이는 가장 중요한 자신에 대한 리더십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타인과 나 사이의 완충지대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축할 수 있다. 이 완충지대는 잠시 멈춰 서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배울 것인가 (, 어떻게 나의 허용 한계를 넓힐 것인가)를 가늠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완충지대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를 표현하거나 오히려 나 자신을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라 여긴다.

나를 표현하든, 내세우지 않든 나와 상대와의 관계에서 나의 주도권은 얼마나 상대의 감정을 읽어내고 상대를 존중하느냐에 달려있다. 나의 우위를 확인하고자 늘 앞서서 대화를 이끌어가려 애쓰던 내 모습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P. 187   비난과 질책으로 오해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자신을 숨기는 과정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제1원칙은 설득이 아니다. 상대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여 깨달았다는 기분이 들어야 한다….커뮤니케이션은 말이기 이전에 감정의 공유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논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솔직하고 분명한 메시지로 동의와 지원을 얻기 위한 것임을 명심하자.

 

그래, 명심하자. 더 이상 어리석은 나를 용납하고 싶지 않다.

 

2-4. 상사학에서 인간을 이끌어내다

? 관계의 미학 : 정치적인 것과 거리 두기에 대해

 

P. 45 : 경영은 인간을 다루기 위한 연구다. 단순히 성공을 위한 비법이나 처방만을 주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좋은 상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인간의 본질과 딜레마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리더십의 주요 쟁점들이 인생의 딜레마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관계엔 기술(skill)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녀와의 대화에도, 비즈니스 상의 협상에도, 동창이든 이웃이든 우리는 대화의 기술과 더불어 관계의 배경과 출발점을 따지며 환경마다 다른 기술을 운용하며 그 내용을 채워나가야 한다. 기술이란 점을 알지 못할 때, 나는 그저 느끼는 바로, 보이는 대로 반응하기에 바빴다. 그래서 얻게 된 건 터무니없는 오해들과 진정성의 고립이었다. 그러니까 내 진심은 간 곳 없고, 오히려 난무하는 소문과 득실 여부만이 남아 관계의 연속성을 결정할 뿐이다.

 

자기 변화경영을 할 때는 특히나 이 관계의 기술 습득 여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는 결국 우리가 될 수밖에 없고, 우리의 존속 여부는 또 에게 달려 있으니 말이다.

관계의 존속과 질의 여부는 일부분 상대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의 수집에 달려 있다. 더구나 이해 득실과 연관된 관계라면 더욱이 이로부터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정치적이라고 이름한다.

나는 정치적인 사람들로부터 참으로 많은 상처를 받아왔다. 내가 정치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을 원망하고 비난했으나 이제는 정치적인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내가 받은 상처는 결코 그들이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그들은 다만 자기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관계의 획일성다각화에 무능한 내가 내세운 방어기제가 상처받기일 뿐, 정치적인 그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세속의 존중을 받고 있다. 그러니까 나동그라진 건 오로지 나이지 그들은 동요하지 않는다. 이때의 가치판단은 명확하다.

상대가 정치적일 때 굳이 내가 비정치적일 이유는 없다. 그들이 나를 이용해 먹었다고 비관하는 건 얼마나 유아적인 반응인가. 왜냐면 그들은 처음부터 정치적인 관계를 원해왔을 뿐 나와 다른 성격의 관계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한 꼴이다.

 

P. 86 :  차이를 존중하고 그 속에서 성장하라

 

P. 98 : 나는 상사들이 겉과 속이 다르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문화적 무의식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것. 우리는 매일 그 불일치 속에서 살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때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었을 때 더 기지를 발취할 수 있다. 순수를 가장한 무지함에 갇혀 있지 말고 순수함을 믿을 수 있는 경지의 현명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 그것이 바로 품위 있는 처세술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정치적이 되는 것이다.

 

2-4-1  관리된 감정 → 정치적인 것

 

P. 50 :  정치는 어디에나 있다

우직함과 진정성만 있으면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겪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마음을 다하면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그 마음을 알 것이라고 믿었다. ‘관리된 감정은 거짓과 위선으로 느껴졌다. 지금 돌이켜 보니 당시 생각은 편협했다. ‘관리된 감정은 위선이 아니라 감정적 자제와 절제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이러한 깨달음은 농도가 다른 여러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적어도 오해의 늪을 피할 수 있었으며 그 오해들을 풀어 가면서 나에게 적합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P. 51 :  정치도 관계의 기술이다

사람이 만든 조직에는 늘 정치가 존재한다. 여기서 정치란 자신을 부각시키고 특별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행위들을 의미한다. 그것은 꼭 이해관계를 따지는 좁은 의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정치가 필요하다.

조직 안에서 관계를 형성할 때는 순수한 진정성 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차이를 인정하고 감정을 절제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과 마찰을 풀어 줄 관계의 기술도 요구된다. 정치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며 가치중립적이다.

 

그리고, 구당서(舊唐書)의 「위징전」에 나오는 위징은 정치적인 것을 호흡이 긴 관계의 기술로 자리매김하여 지금까지 속된 것으로 여겨져 왔던 그 위상을 돌려놓았다.

 

P. 176 :……무릇 정치란 먼 곳을 보아야 하며, 절대 눈 앞의 이익을 따져서는 안됩니다.

 

상부구조로서의 정치는 이렇듯 세련되고 묵직한 관계의 기술이 될 수 있다. 이를 제대로 실현한 사람이 있다. 관계의 기술로서의 정치를 적재적소에 구현한 이는 바로 이순신 장군이다. 그는 타고난 리더였나 보다. 참으로 놀라운 기술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 기술은 역사도 바꿔놓았다.

 

P. 146 :  이순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적을 격파하여 나라를 구하는 일이었고, 진린은 명분과 공로를 원했다. 이순신은 진린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간파했다.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그에게 명분과 공을 돌림으로써 명의 수군이 확실하게 조선의 수군을 지원하도록 했다……이순신은 원군의 대장과 작은 일로 대립되는 일을 피했다. 그러나 중요한 사안에서는 소신을 가지고 진린을 설득했다. 아니 중요한 일에서 그의 도움을 확보하기 위해 작은 일에서 양보하고 모든 공을 그에게 돌렸던 것이다.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이거다. 굳이 이용 가치로 사람을 놓고 보는 미숙한 기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렇듯 먼 훗날을 내다보고 당장의 판단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 진정한 People skill이 아닐까 한다. 충무공은 이 세련된 통찰력을 대체 어떻게 배웠던 것일까. 과연 영웅은 사람을 속단하지 않는다. 이름없는 수병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오만한 이국 수장의 마음을 읽어냄으로써, 객관적인 수치와 여건으로 보아 도무지 열세인 조선 해군이 역사를 만들게 해주었다. 벌써 400년 전에 그는 비폭력 대화의 저력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P. 148 : 상사가 공()을 이루게 하라. 빼앗아 갔다고 여기지 말고 먼저 그에게 공을 돌려 빛내 주어라. 앞으로 지원을 확보하고 상사를 내 일에 묶어 두기 위한 전략적 후퇴라고 생각하라……작은 공을 아끼지 마라. 작은 공을 상사에게 돌리고 더 커다란 지원을 얻어 내라. 어떤 일을 자신의 의도대로 마음껏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은 없다. 사소한 공을 자주 돌려라. 그러면 더 커다란 지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4-2  거리의 미학

 

다분히 정치적인 사람들에게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있다. 이전엔 그들이 이런 저런 사람들과 짧은 시간에 친해져서 금방 친구를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정치적인 사람들은 철저하게 자기 필요에 따라 사람을 사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가까이서 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꽤 오랫동안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것도 보통 질긴 관계가 아니었다. 그들 주변엔 그들을 믿어주는 이해와 배려가 늘 포진하고 있었다. 궁금했다. 내가 보기에 저들은 계산적이고 은근히 편파적이어서 자기 편이 아니면 다 적으로 알고 있는 편협한 사람들인데, 인간미라고는 가뭄에 콩 나듯이 드러나는 파렴치한 들인데 어떻게 저들 주변엔 저렇듯 부러운 굳건한 관계의 침상이 놓여 있는 걸까. 언제든 가서 드러누울 수 있는 편안한 침상 말이다.

늘 의문을 가지고 있다가 문득 깨달았다. 끈질기게 관찰하다가 알게 되었다.

그들은 늘 사람들과 적절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바로 관계의 핵심인 사람 사이의 적정 거리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상처받지 않는 질긴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P. 156 : 적절한 거리를 확보해라. 너무 가까이 가면 그 사람 전체를 조망하기 어렵고 너무 멀리 있으면 관심을 잃게 된다. 따라서 상사와 나 사이의 정신적 거리를 잘 유지해야 객관적으로 상사를 관찰할 수 있다. 아무리 눈 씻고 봐도 그 사람은 당최 칭찬할 거리가 없는 경우는 상대와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결점이 더 크게 보이며 그럴 때마다 내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니 불협화음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관심의 렌즈를 적절한 거리에 둘 수 있어야 상대의 강점을 볼 수 있다.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객관적 거리를 잃게 되면 그 사람을 잘 관찰하기 힘들다. 객관화가 가능할 만큼 정신적 거리를 유지하라. 그리고 그의 강점이 무엇인지 객관화해 보라. 강점을 알게 되면 그의 단점이 내게 가하는 일상의 압박 역시 합리적 과정을 통해 완화시킬 수 있다.

 

왜 내 아이에겐 객관적일 수 없을까. 왜 내 아이의 장점 보단 단점에 무게를 두고 늘 힘들어할까. 그런데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해선 실수와 실패를 잘도 가려내고 발전가능성에 대해 예리한 통찰력을 보여줄 수 있다. 그들의 심리도 섬세하게 들여다볼 줄 안다. 부모들에게서 심리학을 공부했느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내 학생들에게는 객관적일 수 있다.

그건 바로 내가 내 학생들에게 정신적인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었다. 거리를 두었을 때 그야말로 관계가 쿨할 수 있었다. 이웃이든 친구든 동료든 친인척이든 심지어 내 아이에게도 적절한 거리를 알 때 더 많은 만족이 다가왔다. 이제 그 거리 두기를 더욱 연습해야겠다.

비폭력 대화 또한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거리 두기가 관계의 美가 되려면 연습이 필요하리라. 적절한 거리는 바로 인간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고 믿는다.


 

(2-4-3  상향리더십 - 상사에게 동기부여하기
 2-4-4   기다림의 미학 - 관계와 일 
은 1차 합격자 발표 후 동력이 잃고는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다 쓰게 될 겁니다.
미완의 글을 올려 죄송하고 민망합니다.
여러분들과 잠시의 인연이지만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IP *.177.115.31

프로필 이미지
2009.02.14 14:00:54 *.78.105.123
와우!!! 방금 글을 올리고 코뿔소님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거 원! 부끄러움에 올린 글을 도로 내리고 싶어지는군요^^;;
탄탄한 지식과 경험에 자신만의 굵직한 선을 가진 님의 글에 감탄이 흘러 나옵니다.
경쟁이라는 떨리는 긴장감 이전에, 가슴 속에 울림으로 다가오는 1차 합격자분들의 글들이 새삼 저를 다그치고 있습니다.
더 분발하라고, 더 열심을 내라고, 더 간절해 지라고 말입니다.
황금같은 주말을, 이제서야 정말 황금같이 보내고 있습니다.
열정과 사유와 지적 자유가 있는 토요일 오후, 앞으로의 레이스가 또한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썽이리
2009.02.16 10:43:35 *.48.246.10
저자, 텍스트, 자기자신을 읽는 삼독의 파노라마가 매끈하게 이어진 후기를 단숨에 읽었네요. 짤린 뒷부분이 기다려집니다.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북리뷰 안보이시는 분들 일단 파일첨부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4] 관리자 2009.03.09 85990
58 [5기2차1회] 'The Boss : 쿨한 동행' 리뷰 장성우 2009.02.15 4405
57 구본형의 The Boss : 쿨한 동행 [1] 김성렬(백산) 2009.02.15 4287
56 <The Boss-쿨한 동행>을 읽고 [3] 수희향 (박정현) 2009.02.15 4385
55 THE BOSS-쿨한 동행 이승호 2009.02.15 4304
54 THE BOSS 쿨한 동행 - 구본형 류춘희 2009.02.15 4295
53 구본형의 쿨한 동행 The Boss [1] 나리 2009.02.14 4560
52 THE BOSS- 쿨한 동행 [3] 박안나 2009.02.14 4739
» 'The Boss' 를 읽고 Boss를 꿈꾸다 [2] [2] 코뿔소 2009.02.13 4705
50 내 인생의 첫 책쓰기 구본형 2009.02.11 4730
49 THE BOSS-내가 저자라면 나우리 2009.02.08 4978
48 THE BOSS- 쿨한 동행 나우리 2009.02.08 4777
47 아기성장 보고서 [3] 맑은 2009.02.02 5176
46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 [1] 푸른바람 2009.01.28 5678
45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맑은 2009.01.29 5246
44 프로페셔널의 조건 - 지식의 개념과 지식의 전문성- [4] 백산 2009.01.18 5785
43 아웃라이어 [4] 맑은 2009.01.19 5971
42 [책울림]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file 햇빛처럼 2009.01.15 5390
41 "혼자놀기"를 읽으며 혼자놀다! 강소라 2009.01.12 5166
40 [소개글] 4개의 통장 - 고경호 거암 2009.01.09 6273
39 [책울림]하악하악 - 이외수 [3] 햇빛처럼 2009.01.07 5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