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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1일 08시 42분 등록

괴테에게 편지를 보낸 어느 대학생은 『파우스트』를 자기 나름대로 완성해 보겠다며 제2부의 구상을 자신에게 미리 알려달라고 했다. 이처럼, 열정적인 청년은 종종 당대를 풍미하는 위대한 '그' 걸작을 자신도 써내리라는 꿈을 갖는다. 이것은 잘못 설정된 꿈이다. '자신의' 걸작이 아니기 때문이다. 꿈이 너무 비현실적이니 억누르라는 말이 아니다. 이 글은 원대한 꿈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원하는 글이다. 다만,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그 과정을 한 번 짚어보자는 것이다. 꿈은 모방이 아닌 독자적인 길을 걸으며 이룰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요컨대, 젊은이들은 기존의 유산을 토대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독자적인 길을 걸으려면 방향 감각이 있어야 하고 걸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이는 산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오늘 바이마르(weimar)의 일룸공원을 4시간 동안 산책했는데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아름다운 집들을 구경하였다. 참 예쁜 곳이 많아 즐거운 경험이었다. 산책을 하려면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감각이 있어야 하고 건강한 두 다리가 필요하다. (누구나 이 2가지를 가졌기에 산책 후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는 게다.) 지적 작업에서도 자신이 무엇을 연구해야 하는지, 자신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방향 감각이 필요하다. 또한 그것을 직접 공부하고 들이팔 수 있는 지적 행보를 진행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인류가 남긴 고전에는 지성을 키워주는 힘이 있다. 위대한 유산의 가치를 깨닫고 한동안 그것에 몰입하는 것은 원대한 꿈을 품은 젊은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이것을 무시하면 부실한 기초를 후회하거나, 엉뚱하게 보낸 젊음을 아쉬워하게 된다.


새로운 도시에서 산책을 할 때, 처음부터 길을 벗어나는 것은 위험하다. 길을 잃을 것이다.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헤매게 될 것이다. 이것은 어리석다. 처음엔 이미 잘 닦여진 길을 가자. 지도상의 그 길을 가자. 허나, 끝까지 지도만을 따라가는 것은 지겹고 재미없다. 길을 걷다가 자신의 관심을 끄는 건물이나 자신의 발걸음을 이끄는 길이 있으면 그리로 가자. 굳이 길이 아니어도 좋다. 이때가 자기 독자적인 길이 개척되는 순간이다. 예술사에서 위대한 업적을 쌓은 위인들의 지적 유산을 공부하는 것은 잘 닦여진 길을 걷는 것과 같다. 그 길을 걷다 보면, 홀로 걸을 수 있는 힘이 길러질 것이고, 자신이 걸어야 할 방향과 타이밍도 알게 된다.


그러므로 글이든, 그림이든, 훌륭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다면 위대한 예술가들의 걸작품들을 충분히 감상하고 공부해야 한다. 위대한 유산을 음미하는 일은 위인들이 이미 이뤄낸 업적을 통해 배우고, 선배들의 수고를 이어받아 예술을 발전시키는 길이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은 위대한 유산을 음미하라는 말을 선배들에게 예속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독자적인 길을 가기 위해 힘을 키우라는 것이다. 이 글의 주장은 두 가지다. 1) 위대한 유산의 중요성을 깨닫고, 2)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 나가자!


"나라의 불행은 아무도 즐겁게 살려고 하지 않고 누구나 서로를 지배하려고 하기 때문에 닥치는 법이네. 예술계의 불행은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아무도 즐기려 하지 않고 누구나 자기 자신의 손으로 직접 다시 만들어내려고 하는 데 있네.
또한 기존 문학작품을 토대로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누구나 동일한 것을 곧장 다시 만들어내려고 하지."

- 요한 페터 에커만, 『괴테와의 대화』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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