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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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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3일 21시 53분 등록
 

IMF 이후 우리나라 시장에는 수많은 자기개발 서적들이 나왔다. 20대 이상, 40대 이하의 사람들 가운데 자기개발 서적 한두 권 이상을 읽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어린이를 위한 ~’, 혹은 ‘아들아, ~’이라는 제목으로 10대들까지 대상으로 한 많은 자기개발 서적들이 다수 출간되었다. 그런데 이 봇물처럼 터진 자기개발 열풍에서 밀쳐진 대상이 있었다. 바로 중년과 노년이었다. 의학의 발달로 살아갈 시간이 더 길어졌음에도, 또 연륜이 길러주고 남겨준 더 많은 자원을 바탕으로 ‘이제껏 살아온 그 어느 시기보다 나아진’ 그들에게 왜 사회는 관심을 덜 기울인 것일까?


사실은 나 역시 30대 중반이 되기 전에는, 나의 중년과 노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중년과 노년은 이미 성숙하게 완성되어 있어야 할 나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열심히 나를 성장시켜서 평온하게 그 나이에 도달하고 싶었다. 자기개발이라는 말은 중년이나 노년과는 별로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 중년이나 노년은 ‘이미 완성되어 있어야 할 나이’였던 것이다. 그러던 내가 30대 중반 즈음부터 ‘나이듦’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나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면서, 성장은 어느 나이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몇 살이든 사람들은 살아온 성장의 단계에 해당되는 과제들이 있으며, 그 과제를 해결하는 작업은 평생의 작업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둘러보니 나이든 이들에 대한 책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참 외로웠겠다, 힘든 것들을 누구에게 표현하지도 못하고, 어찌 해야 할지 알려주는 이들도 없으니 중년들과 노년들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30대 중반의 나이에 처음으로 나는 중년과 노년들에게 공감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중년과 노년을 살고 나서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써야지, 그때 그런 결심을 했던 것 같다.


그랬던 나에게 ‘늦지 않았다’의 저자 한명석의 시도가 반가웠다. 제목부터 중년들, 혹은 아름다운 중년과 노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끌리는 책, ‘늦지 않았다’의 서문에서 한명석은 이렇게 말한다.


중년이라는 시기에 대한 ‘명예 회복’은 우리 삶을 좀 더 온전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 삶의 모든 시기에는 의미가 있으며, 우리는 살아 있는 한 삶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쓴 첫 번째 책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중년의 의미를 캐고, 중년의 도약을 격려하는 책을 쓰고 싶습니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우리 시대의 중년들 중 이 책을 통해 단 한 분이라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면 저는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시간은 충분합니다. 또 한 번 살아도 될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요. 연륜도 충분합니다. 젊은 날의 열정을 조금만 더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정상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쉰, 잔치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명석의 책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저자 자신이 쉰의 나이에 ‘또 한 번 살아도 될 정도의 시간’을 위하여, 직업 전환을 시도하고, 3년간의 부단한 노력을 통하여 첫 책을 펴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책에는 중년을 경험한 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또한 ‘젊은 날의 열정’을 간직하고 용기 있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 자체가 중년 혹은 중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힘을 준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녀가 제시하는 중년들을 위한 여러 가지 자기개발 방법들이 20대나 30대를 위한 자기개발 방법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의 엄청난 독서에서 온 수많은 명언들이 빛나기는 하지만 때로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 흐름을 끊어 놓는 것 같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녀가 제시하는 방법들은 그녀 자신의 경험이 묻어 있어서 충분히 힘 있게 전달된다. 또 분명 기대하건데, 저자 한명석은 그녀의 말대로 지속적으로 중년들을 위한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중에 자신과 다른 중년들의 삶에서 캐낸 더 깊은 방법들을 도출해낼 것이다.  그녀 스스로 극복하고자 하고 있는 ‘관계치’의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책속의 사람들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이들과 직접 접촉한 이야기를 담아 낼 것 같다. 어쩌면 그녀의 이 책을 접하고 많은 중년들이 먼저 그녀를 찾아낼 것 같다.


또한 머지않아서 나올 그녀의 책에는 분명 빛나는 명언들 대신 그녀의 언어들이 더 많이 담길 것이다. 그녀의 언어는 깊은 통찰이 느껴지고, 물 흐르듯 유연하면서도 힘 있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은 그녀의 편안하면서도 통찰 가득한 언어의 흐름을 타면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그녀가 발췌하여 넣어놓은 명언들보다 그녀의 언어들이 더 좋았다. 예를 들면, ‘중년은 기나긴 쇠퇴의 시작이 아닌 잠재력의 대림절이고 인생의 르네상스이다. 중년의 이야기는 그저 공상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로 가능한 마술이다. 살아온 날의 체험과 살아갈 날에 대한 절실함에서 길어 올린, 희망과 변형의 극적인 드라마이다.’와 같은 문장은 정말 힘 있고 향기롭지 않은가? 그녀는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님이 추천사에서 말하듯이 ‘이미 아티스트로 태어난’ 사람인가 보다. 쉰부터 시작한 3년간의 글쓰기 수련을 통하여 이렇게 첫 책을 내고, 드디어 치유하는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강좌까지 시작하니 말이다.


나는 ‘살아온 날의 체험과 살아갈 날에 대한 절실함’을 알고 있는 이들이 그녀의 책과 그녀의 삶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믿는다. 중년에 대하여, 이론이 아닌 자신이 겪어낸 삶의 언어로, 뜨겁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역량 있는 한 저자의 탄생을 많은 사람들이 반가워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10년 후에 그저 열 살 더 먹기밖에 더 하겠는가'라고 말하며, 가슴 뛰는 삶을 시작하고 있는 저자가 해마다 내놓을 책들과 글쓰기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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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10.01.04 10:26:17 *.108.48.236
여주님, 바쁘실 텐데 이렇게 공들여 리뷰를 써주셔서 감사한 마음 가득합니다.
제가 책에서 배우는 사람이라 인용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앞으로의 글쓰기 스타일에 대한 고민을 좀 해보려고 합니다.
내 안에 들어온 인상적인 글귀를 씹고 또 씹어서 내 언어로 풀어쓰는 방식도 있겠지요.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방식은
내가 이루어 놓은 결과를 가지고 말하는 것입니다.
책과 강의가 아니라도, 그 사람의 도전과 모험과 생애 자체가
희망의 증거가 되는... 그런 '다음'을 위해서 오늘도 힘차게 살아야겠지요.

'네 맘대로 살아보라'고 축복하는듯한 서설이 내린 월요일 아침,
내 안에서 '최고의 나'가 나오려고  발길질을 해댑니다.
자아의 연금술을 추구하는 여행에 편안한 동반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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