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좋은

함께

여러분들이

  • 승완
  • 조회 수 431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9년 8월 31일 20시 30분 등록

천하에 가르쳐서는 안 되는 두 글자의 못된 말이 있다. ‘소일(消日)’이 그것이다. 아, 일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1년 360일, 1일 96각을 이어대기에도 부족할 것이다. 농부는 새벽부터 밤까지 부지런히 애쓴다. 만일 해를 달아 맬 수만 있다면 반드시 끈으로 묶어 당기려 들 것이다. 저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날을 없애버리지 못해 근심 걱정을 하며 장기 바둑과 공차기 놀이 등 하지 않는 일이 없단 말인가?
- 정약용,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 중에서
= 정민 저, <다산어록청상>에서 재인용

다산이 초계문신(抄啓文臣)으로 있을 때의 일화 한 토막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초계문신’은 조선 후기에 규장각에 특별히 마련된 교육 및 연구과정을 밟던 문신을 뜻합니다. 정조는 초계문신들에게 ‘논어’를 매일 3~4편씩 읽게 하고는 자신 앞에서 강의하도록 했습니다. 

그 즈음의 어느 날, 상의원(尙衣院)에서 숙직하던 정약용에게 아전 하나가 찾아와 종이 하나를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이것이 내일 강할 장(章)입니다.” 깜짝 놀란 다산이 말했습니다. “어찌 미리 얻어 볼 수 있단 말인가?” 아전은 임금께서 하교하신 일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정약용은 “비록 그렇더라도 전편을 읽는 것이 마땅하다”며 거절했습니다.

다음날 경연에서 정조가 명을 내렸습니다. “정약용은 특별히 다른 장을 강하라.” 다산은 하나도 틀리지 않고 강을 끝냈습니다. 그러자 정조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과연 전편을 읽었구나.”

다산은 이렇게 성실했습니다. 다산의 성실함을 닮고 싶습니다. 평범한 제가 모든 일을 다산처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적어도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과 소명에는 다산과 같은 성실함으로 임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그 일에서 만큼은 비범한 수준에 오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IP *.238.40.118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북리뷰 안보이시는 분들 일단 파일첨부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4] 관리자 2009.03.09 87567
798 리뷰11-4 주역강의, 서대원 지음 인희 2010.11.21 4282
797 선의 황금시대 심신애 2009.03.02 4284
796 미션 4 카를 융 '기억 꿈 사상'-김창환 야콘 2010.03.08 4284
795 리뷰따라하기-9<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삼국유사> [5] 청강 경수기 2010.05.11 4284
794 <북리뷰>풍경 너머로 흔들리는 부성의 부재-『내 젊은 날의... 구름을벗어난달 2011.02.01 4284
793 [먼별3-21] <자크 아탈리의 "살아남기 위하여"> 미래사회 7... 수희향 2011.02.16 4284
792 [먼별 3-46] <죠셉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평범... 수희향 2011.05.04 4284
791 나는 앓는다, 고로 생각한다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현운 2009.10.13 4285
790 '타이탄' 보다. 맑은 2010.04.02 4285
789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 이만성 2010.01.21 4286
788 [먼별3-35] <이부영의 "자기와 자기실현"> 한 인간으로서 온... 수희향 2011.03.30 4286
787 소로우, 그의 삶은 자연 그 자체였다 승완 2009.11.09 4287
786 '신화와 인생' Review (박현주) 박현주 2010.02.15 4287
785 [북] 지식의 쇠퇴, 오마에 겐이치 [글] 경제적 영토를... [1] [1] 하모니리더십 2010.12.02 4287
784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 김호진 2011.02.09 4287
783 리뷰 3주차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윤인희 2010.03.01 4288
782 생각의 탄생-2차 2회 [1] 정철 2009.02.23 4289
781 단순하고 실용적인 의사결정 도구, 10-10-10 승완 2009.09.21 4289
780 읽을 때마다 새로운 통찰을 주는 책, ‘학문의 즐거움’ 승완 2009.12.28 4289
779 "세계는 책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 볼테르 이희석 2010.01.07 4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