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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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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4일 23시 57분 등록
 

김려령, 너를 봤어, 창비, 2013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문학동네, 2013

 


<완득이>로 유명한 김려령이 소설을 쓰게 된 동기는, 죽이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라고 한다. 직접 아는 사람이든 지면으로 접한 사람이든 분노가 끓어오르지만, 진짜 죽일 수는 없어서 펜으로 죽이기 시작했다는데...... 그녀의 신간 <너를 봤어>는 사랑이야기다.


십만 부를 몇 번이고 넘겨 본 인기작가에 얼굴까지 “예쁜” 정수현을 흠모한 신인작가 서영재, 처음부터 그녀의 시선에 붙들려 마흔여섯에 첫사랑을 하게 되는 정수현의, 뜨겁고 다정다감하고 달달한 사랑이야기.


‘내가 수많은 당신을 죽이며 갈망했던 것이 결국 사랑이었나 보다’는 저자의 술회에 걸맞게 그들의 사랑은 화끈하다. 도로교통법에 위배될 정도로 아찔한 장면들이 늘어놓지 않아서 탄력있고, 갈 곳을 명확하게 알고 있어서 비장하게, 고도의 지적능력을 소유한 작가들의 이야기답게 세련되게 펼쳐진다. 독특한 화법을 가진 서영재의 톤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상큼하고 매력적이다. 재미있다. 현실과 허구, 환타지가 적절하게 섞이며 어디론가 나를 데려가는 이것이 소설의 재미겠구나 싶다. 실제로 어딘가에서는 이런 사랑이 벌어지고 있겠거니, 환상이래도 좋고 킬링타임이래도 좋은 몰아의 시간이다.


흥미로운 것은 ‘사랑’만으로는 모자라는지 어김없이 ‘살인’이 끼어들었다는 점이다. 복잡한 가정사로 해서 아버지에 대해서는 살인미수, 형에 이르러 살인에 성공하고 기어이 자기 자신까지 죽이고 마는 정수현, 하긴 돈을 뜯어내는 몰염치한 엄마 만으로는 부족하다. 엄마가 목에 묻히고 온 피멍이 기둥서방 것이라는 설정도 구태의연하다. 잘 나가는 동생에게서 돈을 뜯어오라고 엄마를 구타하는 사람은 정수현의 형이었다. 이런 반전 덕분에 소설 보는 재미가 배가된 것은 분명하지만 어째 ‘기본이 살인’은 되어야 눈길을 끄나 싶어 착잡하다.


우연히 나란히 읽은 김영하의 신간도 살인자에 대한 이야기다.  김영하의 초기 작품에서 살인청부업자를 다룬 것을 보면 그가 원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정유정을 성공하게 만든 사회분위기,  갈수록 ‘쎄’ 지는 소설들이 불안하고 상시위험에 노출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김영하의 신간에는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치매에 돌입한 연쇄살인범이 사라지는 기억을 붙들기 위해 기록하는 일, 그럼에도 그 기억조차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엉켜버렸다는 게 전부다. 짧고 단순하고 아무 것도 던져 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라구? 그의 전작들에서 소설읽기의 재미를 느껴 본 나로서는 서운한 일이다. yes24에 가 보니 김영하의 책은 문학 11위고, 김려령의 책은 109위였다. 인물과 구성, 문장의 흡입력이 대단하여  소설에 한 발 다가가게 해 준 <너를 봤어>가 계단을 훌쩍 올라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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